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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아듀~ 2019년 만재도 3. (또 한번 기대한 그 이상을 만났던 만재도)

by 찌매듭 2019. 12. 30.




여유가 생겼기에 그런지 어제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나섰기에 아랫집 아저씨가

먼저 산을 넘어 갔을지도 몰랐지만 산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물가에는

불빛도 없이 조용한 것이 아무도 가지를 않은 것 같았다.

 

또 어제의 자리에 도착을 했고 고기들이 가까이 다가 올 시간대가 한 시간이나 뒤로 밀렸으니 서두를 것도 없었다.

손님들 대부분이 어제의 배로 나갔는지 건너편의 내마 도나

외미도 쪽에도 낚시꾼이 많이 없었다.

 

날이 밝자 어제와 같은 인사를 건네며 펜션 아저씨도 도착을 했고 어제와 같이 셋이서

낚시를 하게 되었는데 어제와 달리 하늘이 흐릿하니 뿌옇게 바뀌었고 바람에서도

찬 기운이 느껴졌는데 수온도 내려간 것 같았다.

 

어제와 사뭇 다른 분위기에 펜션 아저씨도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 갔는데 먼저 한 마리를 낚았기에 낚시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전화소리가 들리기에 깊게 들어 있는 전화기를 끄집어내니 타고 들어왔던 배의 선장이었다.

오늘 일을 보러 가는 대절 손님을 태우고 만재도로 가고 있는 중인데 이 분들이 두 시간 정도면 일을 마친다니 11시면 철수를 해야 한다며 오후에는 기상도 급속하게 나빠진다니 시간을

맞추어야 한다니 급하게 되었다.

 

또 노 선장이 연락을 받았다며 배가 저리된다기에 지금 실으러 간다니 산을 넘어 온지

세 시간 만에 다시 짐을 꾸려야했다.

 

밑밥 통을 그대로 놓고 오라는 경록이의 전화……. 그물 일을 끝내놓고 오후에 오붓하게

낚시를 하겠다기에 배가 살살 아파왔다.......

 

여수에서 낚시를 하던 펜션 아저씨가 낚시인생의 꼭짓점을 찍기 위하여 만재도로의

이주를 결심하여 만재민국 사람이 된지도 이년이 넘었는데 벵에돔 낚시의 달인이었다니

저 부력 낚시가 익숙했겠다.

 

시간이 나는 데로 한 동내에서 이런저런 강의를 받던 경록이가 단순할지도 모르는

고부력 낚시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고 팠는지 저 부력낚시에 푹, 빠졌는가 보다.

 

천천히 미끼를 끼운 채비가 정렬되기 전에 다양한 층의 입질을 받아 보았겠지만

물살이 빠른 만재도 에서는 저 부력채비를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보니 물살이

곧 빨라지면 채비를 바로 바꾸어야 했을 게고 고기의 노는 수심 층을 잘 안다면

빨리 채비를 제자리에 갖다 주는 것이 빠를 텐데 어차피, 여름철이나 겨울철이나

깊지 않은 수심 대에 포진하고 있을 여러 어종들을 상대하는 만재도 에서 물살에 떠밀려

그 층을 벗어나는 채비에 집중할 필요가 없을 텐데 막연한 호기심이 강한가 보다.

 





   

열시도 안 되어서 노 선장의 택택이가 도착했고 어젯밤에 미리 짐 가방을 꾸려놓긴 했지만

마음이 급해졌다.

살림망을 올려서 기포기를 튼 물통에 담았고 집으로 달려 올라가서 남은 짐들을 실어 내려왔고

미리 와 있는 배에 실어놓고서야 안심이 되었다.

 

서둘러서 정리를 끝내놓고 나니 몇몇 손님들이 같이 나가겠다기에 늦어졌고 일을 보러 온 손님들도 약간 늦어졌다기에 시간이 벌어져서 내년에나 다시 보게 될 노 선장과 깊은 인사를 나누었고 아저씨와도 손을 힘껏 잡았지만 불평도 잊지를 않았다.

 

내년에는 좀 일찍 와야겠소……. 미역작업이 끝나지 않아 젊은 선장이 배를

태워주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아는 그날에 올 거유……. 장마철에 오던지…….

6, 7초나……. 임 선장이라도 배를 태워주겠죠?

아니면 가거 도나, 태도로 가면되고~~~~~ 만재 도에 안 오면 되지~~~~~

알았우????? 알았냐구욧???????“

 

“............... 그럼, , 우리 배로 가지…….

옛날에는 택택이로 안다녔었나? 일하는 짬짬이 다니면 되지 뭐......“

 

맞아~~~~~!!!!!!! 저 앞에 아무도 못 가본 떡바위 앞도 한 번 가봐야겠어~~~~

이번에 날이 좋은 날 경록이에게 꼭 한 번 가서 낚시를 해보라고 하시우~~~~“

 

진짜로 떠나가는 금년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내려오는데 그물에서 걸린 고기 손질작업을 하고

품삯으로 받았을 고기를 함지박에 담아 싣고 손수레를 이상하게 밀고 오는 할머니에게도

금년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할매도 건강하세요~~~ 내년에 또 뵐게요~~~~~ ”

 

 

 








12시에 만재 도를 출발한 배가 서망항에 도착한 것이 오후 3시경,

이렇게 훤한 대낮에 땅을 밟아보기도 오랜만이다.......

 

함평의 화랑식당에서 육회비빔밥 한 그릇. 어두워졌지만 이른 시간대에 도착하니

또 얼떨떨한 건 내가 아니라 마나님이었고…….

뭐유? 이렇게 일찍 올 수도 있는데 도대체 뭘 하다가 왜 만날 오밤중에 온거얏~!!!!”

 

대충 짐정리를 해놓고 반찬거리로 경록이가 실어 준 두 박스의 생선도 갈무리 해 두었다.

 

큰 감성돔 한 마리를 썰어 다섯 식구가 먹고도 남게 되었고 한 마디 더 얹어본다.

어때? 맛있지? 쫄깃하고? 시중에서는 사먹을 수가 없는거라구~~~~”

 

주말이 아닌 평일에 돌아왔기에 기포기를 튼 살림통에 든 고기를 싣고 근처의 회 집으로 가서

전문가의 손을 빌려서 여러 접시로 만든 회 접시를 주변에 나누어 주었다.

나 때문에 낚시를 배우게 되어 수렁에 빠진 현대 자동차의 김 차장,

우리 집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제 집일같이 도와주는 인테리어 김 사 장,

가까이 있고 평소에도 연락이 잦은 친구 몇 사람이 선정이 되었다.

 

급히 나오다 보니 물일을 나간 아줌마를 못보고 왔었는데 다음날에 작은 봉지에

나누어 담은 섭과 딸아이가 회사에 가져가서 직장 동료들과 재미삼아 먹어보라고

거북손 한 봉지도 같이 보내왔다.

 

큰 봉지에 담긴 섭은 라면 끓여 먹을 때에 양이 너무 많아서 불편하다고 했더니

이렇게 담아 보냈나본데 이것도 너무 많이 담았다고 하니 마나님과 둘이 먹을 때

넣으라는데 그럼 라면을 다섯 개나 끓이라는거야?????

 

시간이 나는 대로 뒷정리를 해본다.

내년 쏘가리낚시를 갈 때나 돼야 기포기를 다시 사용하겠기에 배터리를 분리해 놓았고

한참 시간이 걸릴 판인데 마나님은 평소와 같이 마트며 밥도 하기 싫으니 맛 집에 들렀다가

운동을 가자고 쪼아대니 제대로 정리를 할 사이가 없다…….

 

그렇고 그런 만두전골 집에서 음식 평을 하고 나오니 맹한 김 여사가 운전을 잘못했는지

타고 온 자동차를 비탈에 걸어놨고 올림픽 공원에 있는 고양이에게 평소와 같이

사료를 쏟아주고 한 바퀴를 돌아서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 날에는 또 새로 생겼다는

굴림 만두집으로 끌려갔는데 이제는 집에서 밥을 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드니 저러다간,

집도 나가 버리는 건 아닐까?



 



   

갈치낚시 조황이 호황이라니 더 추워지기 전에, 이 해가 가기전에, 한 번 더 갈치낚시도

다녀와야겠는데 마나님이 연거푸 모임이 있다기에 나도 빨리 갈치낚시를 다녀와야겠다고 하니

눈매가 이상해졌지만 딸아이가 거들고 나서서 넘어가게 되었다…….

 

말린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기분 좋게들 성탄도 보내고 연말도 보내자고~~~

아빠가 저러는 것이 한두 번도 아닌데 뭘 그러시나~~~~ 껄껄껄~~~~ “

(열심히 용돈을 준 보람이 있는지 눈짓만으로도 통하나 보다.......)

 

만재 도를 다녀온 짐 정리도 다 못하고 옆으로 밀어 놓고, 갈치낚시 장비를 꺼내들고

이틀간의 일정으로 성탄절에 돌아오겠다며 피자 한판 값도 안주고 집을 나섰다.

 

손님을 태우는 버스에서는 아줌마가 준비했다는 성탄절 선물로 장갑과 간식과

편의 용품을 담은 세트를 선물 받았는데 특별히 몇 덩어리를 더 받았기에 장갑을

안사도 되게 생겼다. (어디를 가나 이 넘의 인기는…….)

 

한동안 갈치가 큰 씨알 급으로 폭발적인 조황을 보였었는데 왜 안 오셨냐고 선장이

물어왔고 오늘도 그 조황이 이어질 거라는 기대에 녹아들었는데 찬 동풍이 거세어

채비가 날리는 날이었기에 배중간의 자리가 차라리 낫다 싶은 날이었고 세 번이나

자리를 이동했지만 글렀다 싶은 날이기에 체력이나 아끼려고 짧은 대를 사용했는데

새벽이 되어서야 약간 잔잔해 졌지만 쿨러를 절반쯤 채운 날이었다.

 

껄껄한 아침밥을 억지로 한술 뜨고는 네 명이 함께 코를 고는 합창을 겨루면서

선잠 몇 시간을 보내고 신중을 기하여 자리추첨을 하여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차지하게 된 이틀째는 바람도 멎었고 날씨도 따뜻하였는데 잔잔한 바다 위를

전 속력으로 40분을 달려가서 자리를 잡은 곳이 우도 골창의 어디쯤이었나 보다.

 

어제 것까지 용왕님이 내주시려는지 밤 여덟시도 되기 전에 쿨러를 채워

스치로폼 박스 두개에 옮겨 달았으니 오늘은 조퇴를 하는 날이 되려나본데

어디선가 다가오기 시작하는 어선이 보였고, 스칠 듯이 지나가게 되었기에 급하게들

채비를 걷었고 자리를 약간 옮기고 보니 모아놓은 어군이 흩어졌는지 자정이 되도록

고기 구경이 어려웠다.

 

새벽 1시가 지나서야 다시 갈치가 낚이기 시작했는데 수심이 백 미터 가 넘다보니

내리고 올리는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근래에 보기 힘든 큰 씨알 급들이었기에

쿨러가 쑥쑥 차올랐다.

배터리를 마련한 이래로 용량이 바닥이 나도록 사용해 보기도 처음이었다.

별도로 쓰는 공간에 새로 들여 놓은 대형 냉동고까지 가득 채웠으니 설날 사용할 분량이 준비가 되었다.

 






   

만재도 에서는 밑밥 통을 놓고 나온 오후에 경록이가 오붓하게 낚시를 하다가 갑작이

비바람이 몰아치며 기상이 변했기에 한 마리도 구경을 못하고 돌아왔다고 했기에

잘 했구나, 칭찬을 했었는데, 또 그 다음 날에는 날씨가 좋아져서 낚시를 가서는

옆에서 본대로 먼 거리를 공략하려고 4호찌로 중무장을 하여 오짜 급의 감성돔을 여러 마리 낚았다고 했다.

 

? 저 부력 채비를 선호한다더니?’

그럴 때도 있는 거구요……. 여긴 만재 도잖아요……. .....’

 

사흘 후 아침에 또 전화가 왔다.......

 

저 자랑 좀 하려고요~~~~~~”

있잖아요?! 그 자리요~!!! 일도 일찍 끝나고 날씨도 좋아서 택택이를 타고 가봤는데요?

몇 번을 터트리고 채비를 올려서 열 마리나 잡았는데 씨알이 다 좋아요~~~

수심을 1.5미터를 주고 했다니까요?

돌돔도, 볼락도 엄청 많겠더라고요~~~~~ 내년 여름에 오시면......“

 

시끄럽다~~~ 조용히 넘어가자.........”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 것이 아니라 갈치낚시를 한다고 바다에서 시간을 보낸 결과로

연 이틀간 모임을 나간 마나님 대신 집을 보면서 마나님에게만 충성스럽기가 그지없는

강아지를 지키고 손녀도 지켜야 하니 꼼짝을 할 수 가없었다.

 

사실 낚시를 정신없이 다니던 젊었을 때의 나는 좋은 남편도 좋은 아버지도 아니었다.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구의 어느 곳에 붙어있는지 알 수도 없는 먼 곳으로

오직 자신의 취미를 위한 낚시여행을 떠나는 저 이상한 사람은 가족보다 자기의 취미를

우선순위에 두는 이기적인 면모만 보여주는 것같이 보였을 게다…….

 

나는, 아니, 모든 낚시꾼들은 나이가 조금씩 들어 갈수록 늦게라도 따스한 아버지,

좋은 남편이 된 것 같긴 하지만 너무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한데

아직도 바다에 대한 목마름의 갈증은 좀처럼 해결이 되지 않는 모순이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누?!!!

 

어려서는 어서 나이가 들어서 어른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맘껏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정작 나이가 들자 이제는

나이 듦이 두려워지는 순간이 오기 시작했고 과식을 하면 뱃속이 불편해지기도 하니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려서는 나이가 많아 보이도록 한두 살쯤이야 더 불러보기도 하고 출생신고가 잘못되어

나이가 줄었다는 억지도 부려봤지만 이제는 한살이라도 줄여보려고 만 나이를 고집 하고

미국식 나이로 계산을 하는 것이 맞는다는 억지도 부려본다…….

 

내가 해야 할 빨래를 하면서 소금기가 베인 장비와 옷가지들을 정리하면서

갑작이 추워진 날씨에 줄에 널린 옷가지들이 얼어서 뻣뻣해 졌기에 눈치 없는

바람과 함께 밀고 당겨가며 줄에서 걷어냈고 내년을 위해서 갈무리를 해본다.

 

기대한 그 이상을 만났던 만재도 에서 급히 떠나오면서 갑작스레 변한 날씨는

두 볼 가득 찡그린 바람과 잿빛 하늘로 바뀌었지만

이번에도 바쁘게 시간을 보내면서 그곳에 마음을 두고 왔다.

 

또 한 해가 저무는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누군가에게는 적고,

누군가에게는 많은 나이다 보니 이젠 인생을 이야기 해 볼 수 있을까?!

 

이제 이렇게 또 한 해가 가고 오리니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한 해의 마무리를 잘 마치고 새 해에도 모든 만복과 건강함이 모두에게

풍성하게 함께 하기를 소망해 본다.

 

happy new year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