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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아듀~ 2019년 만재도 2.( 1일 생활권이 될 만재도의 변화)

by 찌매듭 2019. 12. 29.




 

 다음날 아침에는 젊은 선장이 여섯시까지 내려오라고 했기에 이른 아침밥 한술을 급히 뜨고는

시간에 맞추어 내려갔는데 어제 기다리게 한 것이 미안했는지, 어떤 말을 들었는지,

아니면 저만, 기분이 좋은 날이었는지, ‘오늘은 어디로 가겠느냐고 물어왔다.

 

내가 어디로 가자고 하면 갈 거야? 다른 손님들을 어디에 내려주려고? 가는 방향을 보고 정해야지…….”

 

더 일찍 나간 임 선장의 손님들이 서쪽 대부분을 차지했기에 몸 섬 쪽에 두 명을 내려 주고는

동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는데 이쪽으로 간다면 바람 때문이라도 마땅한 자리가 없겠기에

아무도 내리지 않았을 동쪽 끝자락에 내리겠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곤 속력을 높였는데

정말, 오늘은 나를 먼저 내려주려나 보지?! -,,-

 

배를 대주는 곳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정작 낚시를 해야 할 자리는 비워놓고 누군가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이제 막, 내렸기에 조금 있다 옮겨 가려는 게지?

 

할 수 없이 건너편의 홍어 머린지, 홍어 애인지 하는 자리로 내리게 되었는데 비탈이 지고

미끄럽기도 해서 상당히 불편한 자리였지만 발밑 수심이 깊고 바람이 등지는 곳이라

오늘은 기대해도 될 것 같았다.

 

건너다보이는 곳마다 파도가 올라오고 맞바람들을 안고 있기에 탁월한 선택 같았는데

막상 수온을 재보니 감생이도 얼어 죽는다는 8도도 안 나오는 수온이었기에 가장 깊은 곳을

빡빡 긁어댔지만 손가락만한 노래미 두어 마리가 고작이었다.

 

왼쪽으로 숨은 여가 있는 곳을 틈새마다 뒤져보니 우럭들이 연실 물고 나오긴 했지만

크기가 마음에 들지 않다보니 오른쪽으로 방생, 뒤쪽으로 방생한 것이 열 마리가 넘었고

큼지막한 열기도 두 마리가 낚였기에 담아갈까, 망설이다가 기분 좋게 물속으로 돌려보냈다.

 

건너편에 자리를 잡은 낚시꾼은 의욕을 상실했는지 제대로 낚시를 하지도 않고 있었고 정작

낚시를 해야 할 자리는 비워놓고 있다가 배를 타고 자리를 옮겨 갔기에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도시락을 가져온 젊은 선장이 고기를 잡았는가 물었는데 아무 곳에서도 고기구경을 못했다니

오늘도 그런 날인가보다.

 

차라리 수온이 조금이라도 높은 곳을 찾아서 산을 넘어 갔던지, 아무도 가지 않는 마을 옆을 가던지

형제 섬의 얕은 바닥을 뒤져 보는 것이 그나마 나을 것 같았다는 뒤늦은 후회…….

 

자리가 미끄럽고 삐딱한 곳이기에 오늘은 컵라면에 물을 데워서 붓기도 거북하다보니 도시락만

절반쯤 먹다가 치워버렸고 일찍 짐을 꾸려놓고 벌린 자세로 버티고 서서 시간을 채워야 했다.

 

어떤 부잣집 도련님이 다녀갔는지 바닥을 보니 이런저런 낚시 부속품들이 많이 떨어져 있기에

심심하게 노느니 손에 집히는 데로 줍다보니 쓸 만큼이 생겼다.

(고기는 안 잡고 무슨 짓인지…….)

 

아직도 내 머리 속에선 이런저런 욕망의 불길이 사그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빼놓고 온 것이 또 무엇이라니? 히프 커버도 놓고 왔고, 장갑도 안 챙겨 왔고, 또 무엇을 빠트렸었나?

세월에 따르는 몸과 정신은 따로 노는 건지 생각지도 않은 실수가 종종 생긴다  

 




   

지나가던 선장이 낚시도 안하고 짐을 꾸려 놓고 서 있는 것을 보았는지 먼저 태우러 왔기에

유람을 하게 되었는데 다니는 곳마다 고기를 낚은 사람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짐을 꾸리는 것을 기다리는 참에 못 보던 여객선 한척이 지나 가는 것이 보였는데

오후 두시에 목포의 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발했다는 몇 일전에 생겼다는 신규노선의 그 여객선인가 보다.

 

목포에서 아침 여덟시에 출발하는 기존의 여객선이 이곳저곳을 들러서 가거 도까지 갔다가

만재 도에 도착하는 시간이 오후 두시경인데 저 배는 오후 두시에 목포를 출발하여 다른 곳을

경유하지 않고 만재 도만 들러서 가거 도를 가는 직항 배라고 했다.

 

목포에서 출발하여 두 시간 정도인 오후 네 시 경이면 만재 도에 도달 할 수가 있고

다섯 시면 가거 도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보내곤, 다음날 오전 여덟시에 가거 도를 출발하여

만재 도에 도착하면 오전 아홉 시경이 되고 목포 도착이 오전 11시경이라니 여름날에는 아주 유용할 것 같다.

 

어쩌면 12일의 새로운 낚시패턴이 생길 것 같은데 도선일도 맡아 하는 젊은 선장이

두 여객선의 일을 맡으면 자기 일을 못한다고 버티기에 아직은 저 배가 들르지를 못하고

지나쳐 가기를 여러 날 째라고 했다.

 

새로운 선착장 공사가 완공되어 여객선이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지는 2년쯤 후에는

저절로 가능해질 일이긴 한데 그 안에라도 선사와 협의가 될는지도 모르겠고, 만재도민을

위하여서라면 차라리 새로 생긴 배의 도선일이 더 필요하기도 하니 시간이 좀 더 걸리겠는데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같이 하루 전에 출발하지 않고, 당일 아침에 출발하여도 될 터이니

다니기가 좀 더 편해진다면 어쩌면 만재도 방문 이백 회가 가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노선장과 아저씨가 그물 일을 일찍 끝냈기에 저녁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갈치낚시를 갔다가 철이 아니더라도 항상 몇 개씩 가지고 다니던 오징어용 애기에

얼빠진 무늬 오징어가 여러 마리 걸려 올라왔던 것을 가지고 왔었기에 안주로 내었고

오래도록 건강하시라고 가져간 백세주병을 세병이나 따면서 삼천갑자 동방삭이 될 수가 있기를 소망했다.

 

염라대왕의 부름을 잘도 피하여 삼천년을 넘긴 동방 삭을 잡으려고 특별한 저승사자가 파견이 되었는데.

동방 삭이 어찌 생겼는지도 모르는 저승사자가 묘수를 짜내어 할머니로 모습을 바꾸어서

개울에서 숯을 빨기 시작하자 이상한 소문을 듣곤 호기심이 생긴 동방삭도 구경을 왔다나?

 

오호~~~~ 내가 삼천년을 살았지만 숯을 물에 빠는 건 처음 보는걸????”

 

그만 덜미가 잡혀서 저승으로 끌려갔다니, 세상에 비밀은 없어서 정권이 바뀌면 언젠가는 이놈저놈 콩밥을 먹게 되겠다만…….

 

 

이제는 좋아하는 막걸리도 멀리한지가 오래되었다는 노 선장이 백세 주를 다섯 잔이나 비우고는

내일은 수온이 가장 높을 산 너머에 있는 곳을 다녀오라면서 새벽 일찍 깨워주마고 했는데

네 시쯤에는 넘어가야 할 테니 일찍 쉬라면서 집으로 올라갔다.

 

네 명이 배를 타고 그물 걷는 일을 해야 하는데 내 핑계를 대고 아저씨가 하루를 빼먹고

같이 산을 넘어 가겠다고 했는데 내일은 내리고 걷는 그물틀수가 적은 날이라

큰 상관이 없을게라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쓰는 옆방으로 자리를 옮겨서 시원한 저 알코올음료로 목을 축여 가면서 해바라기 씨도

열심히 까서 한입에 털어 넣어가면서 마땅한 찌를 골라내어 채비를 했고 가볍게 가려고

꼭 필요한 것만 담으면서 짐을 줄였다. 밑밥도 딱 두 장씩만, 파우더도 반봉씩, 미끼는 넉넉히…….

 

잡스런 꿈도 섞이지 않은 깔끔한 잠을 깊게 잤는지 아저씨가 깨우기도 전에 절로 깨었고

섬의 일들이 고단하니 아저씨와 아줌마는 잠에서 깨지를 않는 것 같았는데 노 선장이 걸었을

전화소리에 깨고 말았다.





  

10분전 네 시…….

내복바지까지 꺼내 입고 뒤룩거리며 골목길로 나섰고 이십 분 만에 첫 쉼터에 도착했다.

평소에도 하루에 이 만보 가량을 걸으면서 단련을 했기에 걷는 것이 힘이 들지는 않았지만

옷을 둔하게 입었고 낚시장화를 신었고 낚시가방에 등 가방까지 둘러맸으니 여간 숨이 차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정상이랄 것도 없는 높지 않은 둔덕에서 또 한 번 쉬면서 숨을 골랐고 풀숲을 헤치고 비탈길을

내려가기 전에 다시 한 번 품새를 다시 잡고는, 이제는 익숙한 홈통 앞에 도달하여 던져 버리듯이

지고, 메고, 들고 온 것들을 내려놓고는, 모자와 겉옷을 벗고 땀을 식혔다.

 

무슨 사랑이 그리도 지극한지 아줌마가 새벽에 깎아 넣어준 사과 쪽을 아저씨가 건네 줬기에

몸에도 좋을 새벽사과를 입에 머금었고, 나도 마나님이 챙겨준 진짜 꿀 봉지를 나눠 주었다.

 

낚시 장갑을 안 가져 왔기에 급히 만들어 본 장갑을 끼어보니 한결 낫다는 생각을 하면서

땀은 식혔지만 가만히 있으면 금방 추워질 테니 고기가 물던, 안 물던 간에 전지 찌를 밝혀서

던져 놓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덜 지루하겠기에 대충 거리를 가늠하여 시도를 해보았지만

여태껏 어두움 속에서 만재도 에서 감성돔을 낚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으니

기대 할 것 없이 시간 때우기로 물 흐름만 보고 있으려니 건너편에 내마 도에 손님을 내려 주려는

부지런한 임 선장이 먼저 다녀갔다.

 

희미하게 주변이 밝아지자 누군가가 위에서 내려왔는데 옆집 아저씨가 벌써 왔느냐

놀라더니 옆으로 자리를 잡고는 채비를 던지자마자 한 마리를 잡아내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안녕들 하십니까?!” 잠시 후에는 또 누군가가 쿵덕거리며 내려와서 인사를 했는데

엊그제 건너편에서 보트를 타고 낚시를 하던 펜션 아저씨였다.

 

두 명이 해야 편할 자리지만 펜션 아저씨도 주민등록까지 옮긴 어엿한 만재민국 사람이 되었다보니

마을 사람들끼리는 어깨를 부딪어가며 낚시를 하는 동네 터다 보니 눈짓도 줄 수가 없고

저쪽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끼어들더니 두발거리 옆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또 펜션 아저씨가 먼저 고기를 걸었기에 이게 무슨 조화일까?’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지만

? 어쩌겠어? 열심히 해봐야지.......

 

잠시 후에 아저씨가 감성돔을 한 마리 걸어서 뜰채도 안대고 그대로 들어냈고 숭어도 몇 마리 낚아냈다.

 

초조한 시간이 잠시 흘렀고, 나도 감성돔 한 마리를 걸었기에 잠시 가늠을 하다가 뜰채를

사용해볼까 했더니, 그대로 들어내라고 부추기기에 뜰채를 사용하기가 불편한 완만한

경사의 지형인데다가 파도가 있기에 그대로 당겨 보기로 했는데 1호대 같은 휨새의

2호대였는데 고기 크기가 있다 보니 능청거리는 바람에 다루기가 쉽지가 않았다.

 

아저씨도 한 마리를 또 걸어서 마구잡이로 들어내다가 떨어뜨리고 말았는데 40센티가 넘는

감성돔에게 그렇게 예우를 하는 건 제대로 된 낚시꾼이 할 도리가 아니라며 잔소리를 퍼부으니

그제야 뜰채를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그때부터는 숭어 전문가가 되었는지 수도 없이 숭어만을

끌어내고 떨어뜨리기를 반복했다.

 

이제는 판세가 바뀐 것이 초조했는지 펜션 아저씨가 먼 곳을 공략했다가 큼지막한 감성돔을 걸어서는

뜰채를 사용했고 만재도의 발밑낚시가 익숙한 아저씨와 채비간섭을 피하여 떨어진 곳을 공략한 나도

오십 센티의 감성돔을 뜰채로 떠낼 수가 있었다.

 

왼쪽으로 내려가는 물살을 타고 흘러가던 찌를 수중 턱이 있을 곳에서 견제를 하여 띄우는 순간

강한 당김이 있기에 챔질을 하였는데 바닥에 걸렸나 했다간 손에 닿는 느낌이 다르기에

힘껏 낚싯대를 세웠는데 고기의 무게가 상당한 것 같았다…….

 

숭어? 바닥을 달리는 것이 숭어는 아닌 것 같고? 무게로 보아서는 이 겨울에 부시리?????

좀 전에 바닥에 걸렸다가 찌 하나를 떨어뜨렸기에 여밭 속에서 운 좋게 만난 고기를 강제로라도 당겨보려면

좀 더 강한 채비가 낫겠다 싶어서 4호 원줄에 3호 목줄을 썼고, 자중이 무거운 3호찌에 바늘을 5호를 묶었었다.

 

끊어지던 부러지던 채비를 믿고 다시 힘껏 당겨보니 농어였는데 희끗하게 보일 깐 새우 미끼가

농어 눈에 띄었었나 보다.

 

80센티쯤 되는 농어가 이날 단 한 마리만 써 보았던 깐 새우에 걸려 나왔고 또 다른 감성돔을

한 마리 더 끌어내자, 그물만 걷어놓고 낚싯대만 들고 급히 산을 넘어온 경록이가 아래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물 흐름이 빨라졌기에 더 멀리 채비를 던져가며 여밭 속을 뒤지는 추자도식의 흘림낚시를 하였는데

또 어느 순간 사라지는 찌를 보았기에 제법 오랜 힘겨루기 끝에 이날 가장 큰 감성돔도

낚아들게 되었는데 오십 센티가 훨씬 넘는 크기였다.

 

좀 전에 농어를 떠내다가 골병이 들었었던지 감성돔까지 떠내곤 뜰채 테가 부러지고 말았는데

큰 고기를 잡다보면 이런 손실도 감안해야겠지?!

 

살림통이 그득해 졌고 갯바위의 자연으로 만들어진 물통에도 고기를 담아야했기에 아저씨가 낚은 숭어는

찬밥신세가 되어 몸이 마르게 되었다.

 

체온을 올리려고 컵 와인도 한잔 해보았고, 컵라면도 끓여보면서 산을 가볍게 넘어 가려면

간식도 있는 데로 모두 먹어 치워야한다며 여유를 부려보게 되었다.

 

경록이가 먼저 고기가 담긴 큰물통의 물을 쏟고는 살림망에 담겠다며 둘러메고 재빨리 넘어 갔기에

아저씨와는 천천히 넘어 가도 되겠다.












  

풀밭에서 쉬면서 낚시를 했던 곳을 뒤돌아 봤는데 앞으로 몇 번이나 이곳을 넘어올 수가 있을까?

(풋풋했던 아저씨의 얼굴에도 주름이 많이 생겼구나?)

 

오래전 만재도 에서는 크지도 않은 산에서 1년 초라 불리는 마른풀들을 베어다가 불을 때어,

난방은커녕, 밥만 해먹는 것도 큰일이었다는데 임자가 없을 것 같지만 한걸음 떼는 곳마다

임자가 있기에 마른풀 한줌을 베기도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것이 아니었던 시절이 있었다는데

이제는 가스통을 사용하여 밥을 해먹고, 전기나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하기에 마른 나무가

보여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어서 이리저리 걸리곤 한다.

 

할아버지와 그 위의 할아버지가 어디에서 돌을 가져다가 얼 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걸려 만들어졌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는 만재도 마을의 돌담길을 걷다보니 이리저리 옮기기도 쉽지 않을

오래된 돌절구는 이십년도 전부터 저 자리에 있었고 캣맘인 마나님이 보면 애처로워할

들 고양이 두 마리가 길 위에 앉아 있다가 급히 몸을 숨겼다.


아랫 집의 처마에 말리는 고기들이 즐비한걸보니 또 단체손님들이 오셨나보군.....

 

 

이번에는 23일의 일정을 예정했기에 이틀만 낚시를 했다면 빈손으로 갈 뻔 했다.

 

떠나오기 전에 노모가 계신 곳에 가서 컨디션이 어떤가를 먼저 보고 길을 나서도 될지를 정해야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을 테니 걱정 말고 다녀와도 된다는 간병인의 말을 듣고서야 마음을 놓고

떠나왔던 것이고 서망에서 타고 온 배의 선장이 갑작이 지난 태풍피해복구 공사 자가

견적을 내려고 배를 대절했기에 하루를 연장해도 된다고 했기에 오늘 철수하려던 것을

내일로 미뤘던 것이기에 공탕을 면하게도 된 것인데 내일 까지 시간이 생겼고

내일 오후 두시에 나가는 배를 타도되니 한 번 더 산을 넘어 갔다 와도 될 판이었다.

 

이미 소식을 들었을 노 선장이 흐뭇한 미소를 흘리며 들렀다가는 내일은 그물일이 끝나는 대로

태우러 갈 테니 힘들게 넘어올 생각을 말고 편하게 낚시를 하라고 했다. 









   

싱싱한 회 맛이라도 보는 날인가 했더니 저녁밥상에는 생각지도 않게 큼지막한 닭이 올라왔다.

 

서 씨 아저씨가 열흘의 일정으로 왔기에 옻닭을 해먹겠다며 칠면조만한 토종닭을

세 마리나 가져 왔다가 두 마리만 먹고는 한 마리를 남기고 갔다는데 누런 국물이 잘 우러나게

아줌마가 끓여 냈기에 아저씨와 경록이까지 넷이서 먹을 만한 양이었다.

 

서 씨 아저씨도 이제는 몸을 생각하려는지 이것저것 챙기기 시작한 모양이다.

 

시중에 흔한 튀김 닭이나 급히 키운 브로일러종의 닭으로 만든 삼계탕은 질색이지만

제대로 기른 닭만은 입에 대기에 날개 한쪽과 다리 하나를 움켜쥐고 이슬을 몇 잔이나

기울이고는 죽밥으로 식사를 끝내고 내가 쓰는 방으로 자리를 옮겨서 캔에 담긴 보리차로

연실 목을 축여 가면서 내일의 일정과 오늘의 일들을 되새겨 봤다.

 

 

바람이 차니 수온도 차고, 결국 수심이 얕은 곳에서 고기구경을 한 것 같은데 과연

그런 곳이 어느 곳일까?

아저씨와 경록이와 함께 의견들이 오가게 되었는데 오늘 간 곳이 좋은 자리였고,

방파제를 벗어나는 좌측의 첫 골과 두 번째 골이 좋은 곳이고,

시린 여의 앞쪽이며 수면이의 아랫골이 좋은 곳이다.

 

썰물닷개의 앞쪽에서도 한여름 밤에 낚시를 하다보면 매번, 여름 감성돔이 한두 마리씩

잡히곤 하니 고기가 다니는 곳이 분명하고 해우 소에서도 또 감성돔이 매번 낚이니

그곳 또한 외면할 곳이 아니지 싶었다.

 

방파제 오른쪽의 평 바위가 아무도 안 내리는 곳이지만 예전에 노 선장이 내려줬기에

이리저리 흘려가면서 넓게 낚시를 하여 감성돔을 여러 마리 낚아본 적이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 여밭의 포인트가 형성이 된 것이 수온이 가장 빨리 오르는 곳이던데

그 후로는 왜들 안 내리는지 모르겠고, 지형이 비슷할 그 위쪽으로 자리가 편해 보이는 곳도

내려 보고 싶긴 한데 그곳 또한 아무도 내려서 낚시를 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기에 궁금하다 했더니

물속에 보이지 않는 여가 있기에 오래전에 다가갔던 배가 상한 적이 있고 부터는 아무도 그곳을

가려고 하지를 않는다며 꼭 그곳을 가려면 노 선장의 배만 갈수가 있다고 하는데 뒤쪽의

골 안을 갈 수 있는 배도 노선장의 택택이 뿐인 것과 같은가보다.

 

언제고 시간이 되면 그물일이 없는 날을 골라서 두 곳에 내려서 낚시를 해보라고

경록이에게 일러주고는 또 내일을 위하여 몸을 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