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2. 2018년 가을만재도 나들이 (왕멸치가 실종되는 아방궁에서의 이틀) by 찌매듭 2018. 10. 29. 어젯밤에 너무나 편히 잤으니 이른 것 같은 늦은 아침 시간에 잠에서 깨었고 어제를 헛되이 보냈으니 오늘밤부터는 알토란같이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다짐에 더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는데 이때 벌떡 일어나서 뒤쪽물가에 가서 무늬오징어라도 낚아야했다. 애깅낚싯대와 애기도 가져왔으니 충분히 할 수가 있었을 텐데 왜 시간을 헛되게 보냈을까? 주꾸미와 갑오징어를 편하게 낚아보려고 집근처의 낚시점 버스를 타고 대천 쪽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마릿수를 기억할 만큼밖엔 못 잡았다. 금년에는 주꾸미 잡이가 시원치 않은 해라고들 한다. 대천해수욕장이 코앞에 보이는 근처와 다보도 라는 섬까지를 몇 번이나 오르내리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개인적으로는 색다른 추억이 담겨 있는 작은 섬이기도 하기에 예전 생각을 더듬다가 지루한 줄을 몰랐기에 망정이지 하품을 하면서 보낸 날이었다. 구십 년대에 웅천에 있는 낚시점에 들러서 조 선장을 알게 되었고 외연도로 농어 낚시를 자주 다니다가 어느 날, 엔진이 탈이 나서 일찍 돌아오게 되었다. 남은 시간이 아쉽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주꾸미를 잡아보자며 배에 싣고 다니던 굵은 경심 줄이 구불텅하게 감긴 손 자새를 몇 개 꺼내었는데 구슬달린 바늘을 달아 던져놓고 배를 흘리면서 당기면 걸려나온다고 했지만 당최 손에 닿은 감각이 아리송하기만 했다. 생각 끝에 투박한 농어 루어 대에 구슬바늘을 달고 내려 보니 감각을 느낄 수가 있었기에 한 마리씩 끌어 올리게 됐는데 조 선장은 그렇게 한 개로만 언제 잡겠냐며 여러 개의 자세를 당기고 있었지만 농어루어대로 하는 것이 더 빠르다 보니 ‘얼레???? 그거이 더 빠른 성 싶네유?????’ 조 선장도 농어 루어 대에 구슬바늘을 달아 주꾸미를 낚아내면서 더 빠르고 쉬운 방법이 있다며 엄지를 세웠는데 몇 해후부터는 누구머리에서 나왔는지 작은 장구통릴을 이용한 주꾸미 잡이가 대유행을 이루게 되었다. 아까운 만재도 에서의 하룻밤을 집에서 편히 보냈으니 오늘은 일찍 어디로 가봐야겠기에 짐 정리를 하려고 내려와 보니 고기 손질이 한참이다……. 그물 일을 하는 배가 두 척이니 노 선장네 고기를 손질하는 팀과 현진이네 고기를 손질하는 팀으로 나뉘는데 집안 친척이거나 친한 사람들로 한집에 여덟 명 정도다. 양쪽에 똑같이 간식을 대접하고 싶었지만 가지고 내려간 것이 부족했기에 양식이파(派)와 현진이파로 나뉘었으니 나름대로 정해서 부르는 양식이파 아줌마들에게만 드릴 수밖에……. 장갑 낀 손으로 일들을 하고 있기에 빨대까지 꼽아서 하나씩 나누어 드리다가 한 할머니를 건너뛰었던가 보다. 모자를 눌러쓴 차림새가 비슷비슷하다보니 알 수가 있어야지?! “난, 안 주노????? 왜? 안주나 말이다?!!!” “아~?! 드리죠~~~ 드린다고요~~~~?! -,,- ” 머리를 숙이고 고기 손질을 하노라고 안보는 것 같아도 다보는 모양이다……. 왕초인 노 선장과 작은 왕초인 아저씨에게는 좀 더 고급 진 쿨러에 있던 야쿠르트로~~~~ ^^;; 낚시 짐이 담긴 가방을 뒤집어서 새롭게 짐정리를 끝냈으니 어디로 갈까?! 성수와 묵주도 잘, 챙겨 넣었으니 신앙의 신비를 오늘밤에 마음껏 느껴봐야 할 텐데……. 도시락과 준비물을 챙기러 다시 올라갔다 와야 하기에 냉동 창고에 들러서 밑밥을 챙기고 나오니 일이 끝나고 고기로 품삯을 받은 할머니가 손수레를 끌고 힘겹게 올라간다. 고기 손질은 힘이 들어 못하겠기에 주낚 채비를 손질하고 있다는 할머니들이 어디서 왔으며 누구네 집에 왔는가도 묻고, 만재 도를 처음 왔느냐고 또 계속해서 묻기에 예전 같으면 절반도 못 알아들었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만재민국 언어에 익숙해졌기에 서울에서 왔으며 하나네+경태네+준식씨네 왔다고 붙여서 말하니 잘 알아들었고 처음은 아니고, 이십년도 넘게, 백번도 넘게 왔었다니 못 알아봐서 미안하다고 했다……. ^^;; 오늘은 노 선장의 아들도 낚시를 가겠다고 밑밥이며 미끼를 챙겨 들었는데 그물에 걸린 왕 멸치들을 한 봉지 따로 담아 두었다며 잔잔한 곳에 가면 왕 우럭이 있기에 봉지에 담긴 멸치 수만큼 낚아보자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려~~~ 내일 아침에는 덕장을 하나 빌려서 고기를 마음껏 말려봐야지~~~~~ ) 앞서 가던 노 선장의 부인은 짧은 골목길을 몇 번이나 쉬어야 집까지 갈 수 있을까?! 언제 올라왔는지 아줌마가 이른 듯, 늦은 듯한 점심밥을 차려주었는데 가자마가 그물에 걸렸다며 왕멸치 조림과 함께 내주었기에 밥 두 그릇을 먹어 치웠고 귀찮게 저녁도시락을 싸지 말고 밭에서 캐두었던 고구마나 몇 개 삶아주어도 좋겠다니 압력솥에 올려놓고 추가 딸랑이면 불을 끄고 바로 뚜껑을 열고 식혀서 마음껏 담아가라하곤 물일을 간다며 휭~ 하니, 내려갔다. 젊은 선장이 아직 일이 안 끝났기에 노 선장이 택택이로 데려다 주나 했더니 말도 없이 간 곳이 낯익은 깊은 골창이었다. 아직도 바다는 잔잔하지 않았고 바람도 세차니 조용한 곳이 몇 곳 없었기에 그중 한곳인 이곳이 오늘밤을 보낼 곳이다. 파도가 높은 물골을 건널 때는 바람을 등졌었기에 물이 튀지를 않았지만 돌아가는 길에는 옷이 젖지 않도록 노 선장은 우비를 단단히 챙겨 입고 배를 뒤로 물렸다. 대나무 장대로 벽을 밀어내며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들은 아버지가 점점 노쇠해가는 것을 느낀다고 했는데 노 선장도 말수가 부쩍 줄었다……. 아들이 짐을 한곳으로 몰면서 도시락주머니가 안 보인다고 하기에 고구마로 대신 하려고 안 가져왔다니 밥 아닌 고구마만 먹고 어떻게 밤을 보내냐 며, 울상이 됐기에 봉지라면이며 컵라면이며 간식이며 마실 것이 넉넉하다니 그제야 안심이 되는가 보다……. 이번이 여섯 번째인 이 홈통 안은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 스물세시간, 나가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밖엔 안 되는 이상한 곳으로 입질이 있으면 한두 박자 쉬어가면서 길게 챔질을 해야만 제대로 걸림이 되었고 가운데를 중심으로 한쪽의 벽면은 고기가 있는데 한쪽은 전혀 고기가 물리지 않는 것이 물속 지형이 약간 복잡하긴 하나 알고 나면 어려울 것이 없는 곳이다. 몇 년 전에 초행자와 함께 낚시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지형만을 보고는 낚시를 할 마음이 없었는지 시무룩하다가 폭발적인 입질에 놀라워했고 왕볼락 백여 마리를 낚고는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 지경이었는데 다음날도 한 번 더 이곳에서 낚시를 해보겠다기에 연 이틀을 낚시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오늘과 비슷한 날씨였다. 서 씨 아저씨와도 함께 낚시를 했었는데 다른 아저씨도 있었기에 지형상 세 명이 함께 할 수가 없어 약간 떨어진 곳에 혼자 내려있었는데 준비한 간식이 하나도 없다기에 뜰채에 담아 간간이 건네주며 굶어 죽지 않게 살려 주었는데 다시는 이런 곳에서는 낚시를 하고 싶지 않다던 불편할 자리이긴 했지만 몇 번 찾아들다보니 그런 대로 익숙해지고 요령도 생겨서 잠도 잘 수 있는 방법도 생겨났지만 그래도 편하진 않은 곳이니 아예 날밤을 새울 각오를 한다면야…….쩝..... 어두워지기 전부터 노래미와 우럭들이 먼저 물려 나왔고, 어두워지면서는 왕노래미가 덤벼들어 뜰채를 집어 들어야 했기에 먼 곳으로 집중을 하다 보니 드디어 큼지막한 볼락들이 하나, 둘, 모습을 나타냈지만 뒤에서 8미터의 긴장대로 바닥을 더듬던 경록이가 커다란 우럭을 걸고 앞으로 끌고 나와 뜰채로 떠달라고 몇 번 하다간, 결국 벽에 몹시 부딪었는지 분질러 먹고 말았다. (좁은 공간에서 마구 휘두르더라니……. -_-;; ) 얼마 전에는 기상대의 차 씨 아저씨가 왔다가 하루 만에 철수를 했다던데 2호대 하나를 분질러 먹고, 또 한대를 분질러 먹고는 낚싯대가 없어서 철수를 했다니 만재도 까지 오는 사람이 달랑, 낚싯대 두 대만을 들고 왔었단 말이여????? 그 아저씨도 이십년간 만재 도를 다녔다면서 무슨 생각이었을까????? 서 씨 아저씨도 낚싯대를 세 대쯤 갖고 다니는 것 같던데 언젠가는 농어낚시를 하다가 먼저 한 마리를 잡고는 농어가 들어왔다고 소리를 쳤는데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었으니 곧, 내게도 농어가 물려나왔다……. 두 마리, 세 마리……. 연거푸 잡아내다보니 서 씨 아저씨가 뒤로 돌아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기에 한참 고기가 잡히는데 무엇을 하는가 물으니 끝이 부러져서 칼과 샌드페이퍼로 수리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데 다른 낚싯대를 펴서 사용하는 것이 빠를 텐데 채비 옮기기 귀찮다고 수리에 시간을 허비하다가 내가 다섯 마리를 잡고서야 수리를 끝내고 채비를 넣을 수가 있었지만 농어 떼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더냐고 호통을 치니 불안하기에 수리를 했다던데 무엇이 불안하다는 걸까??? 간식을 먹으면서 재차 물어보니 다른 낚싯대가 부러지고, 또 다른 것도 부러지면 아예 낚시를 못할 것 같아 불안해서 고쳐놓고 하려했다는데 나는 저 아저씨들이 더 불안하다……. 참볼락, 청 볼락, 먹 볼락, 조금씩 다른 종류의 볼락들과 우럭 몇 종류, 장어, 노래미로 쿨러백 두 개가 순식간에 채워졌기에 포만감에 손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했고 고구마를 먹다가 목이 메기에 봉지라면 두 개를 끓여서 몸을 데웠고. 놀고 있을 수가 없으니 또 한 번 몸을 바삐 움직이면서 시원한 캔 커피로 목을 축이는 뜨거운 밤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고 컵라면으로 허기진 새벽 속을 달래며 긴 밤 시간이 짧게 지나갔다. 왕멸치를 두 토막을 내어 끼우다가 충분히 쓰고도 남겠기에 손가락보다 큰 멸치를 통째로 한 마리씩 끼우듯 걸어서 내려놓으면 우악스럽게 고기들이 덤벼들었는데 입 큰 우럭이야 그렇다 쳐도 열기나 볼락도 한 입에 먹어 치우니 역시 자연스러운 생미끼의 효과가 대단했다. 대가리 뒤의 아가미에 슬쩍 걸어서 던져 내려놓고 한눈이라도 팔다가 당김이 느껴지기에 늦은 챔질을 하면 떨어져 나가 버렸고 크지도 않은 볼락이 물고 올라오면 멸치가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기에 좀 더 단단히 바늘에 걸어보려고 단단한 부분에 끼워 넣어도 고기만 달려 올라왔지 입속으로 꿀떡하니 들어 간 건지, 떨어져 나간건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큰 왕멸치가 단번에 없어지다니 참, 사나운 입질이로세……. 좁은 골창 안에도 날이 밝으면서 밝은 기운이 들어왔고 넉넉한 조과도 있었으니 짐을 일찍 꾸려놓고 배가 오기를 기다라며 잠시 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넌 내일이 토요일이니 목포로 나가서 교회에 갈 거지? 지금도 한창이긴 하지만 나도 한창때는 교회에 열심히 다니기도 했었지……. 그래야 여학생 구경을 했으니……. "사장님도 교회를 다니셨어요???“ “그럼, 지금도 몇 개는 숨도 안 쉬고 음정박자하나 안 틀리고 부를 수가 있다고……. 찬송가 60장 복의근원강림하사, 주는 나의 목자,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제일 좋아하는 곡이 580장인가? 끝날 때 부르는 거거든? ^^;;;;;;; “ “성경책도 보셨겠네요?” “보다마다. 목사들이 가장 인용하기 싫어하는 것이 요한 계시록인데 거길 보면 무슨 일로 인류가 몽땅 몰살당하고 얼마 안 남는다는데 아마도 핵전쟁 같은 것이 일어나던가. 기후변화로 공룡이 멸종하듯이 기후변화가 오던가……. 호주의 어느 깊은 오지에나 만 명 정도만이 살아남는다는데 미련한 인간들이 그 축에 낄까하고 열심히 교회를 다닌다는 소리도 있더라고……. 또 ‘에스겔’ 편을 보면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금속으로 된 얼굴 같은 둘레에 입이 여럿달린 바퀴달린 물체가 굴러다니면서 쇳소리 같은 목소리로 하나님의 목소리를 냈다는데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생명체 아니겠어? 우리가 과학이 발달해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에 가서 덜 발달한 인간 같은 생명체에게 병도 고쳐주고 이것저것 가르쳐 주면 우리가 하나님이 될 수도 있을게고.....“ “.......... -_-..........” 그물을 걷으러 가기 전에 노 선장이 먼저 들러서 태워서 내주었고 아직 고기 손질이 시작되기 전이었기에 아줌마 셋이 덤벼들어 고기 손질을 해주었으니 덕장에 널기만 하면 나도 반건조 생선을 마련해 갈수가 있게 되었다……. 이렇게 바람 불어 좋은 날이라니……. 고기가 걸린 그물을 걷은 배가 돌아 왔기에 마당은 또 분주해졌다. 빈집에서 편한 차림으로 돌아다니다가 게으름에 대충 물 칠만하고 차려놓은 아침밥을 한술 뜨곤 몇 시간을 자두어야 오늘밤에 또 낚시를 나갈 수가 있겠지?! 멀미약까지 먹고 단단한 각오로 생일축하 낚시여행을 왔다는 박 군이 여객선을 타고 들어왔나 본데 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용히 아래쪽에 있었다나보다. 또 한 번, 이른 듯 늦은 점심을 먹고 뜨거운 밤 시간을 맞으려고 나서 보았는데 가을철이 되었는데도 물색이 맑다보니 낮보다는 밤 시간에 낚시가 잘되고 있었으니 태풍이 지나가며 흔들어 놓은 물속이 비 보다는 바람만 거세었기 때문인 가본데 낚시를 할 수 있는 밤 시간이 더 길고 영롱한 전지 찌의 불빛을 즐길 수가 있으니 나로서야 반가운 일이지만, 약간 내려간 수온에 돌돔들이 숨어 버린 것이 아쉬웠다. 세 번째 날도 좀처럼 파도가 눅지를 않았는데 내일 부터나 잔잔해진다니 조용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을 텐데 묻지도 않고 노 선장은 어제의 골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바람에 마땅히 갈 곳이 없어라~~~~ 녹 섬 안쪽도 조용할 테지만 물씸이 없어서 그렇고, 그냥 반찬고기가 제일이니 안전하게 그리로 또 갑시다~~~” 박 군에게는 신기한 경험이기도 하겠기에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그런 무릉도원을 가 볼 기회가 있을까?! 앞자리를 내주고 뒤쪽의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먼 곳을 공략하면서 자리를 터주었는데 익숙지 않은 지형과 앞선 낚시생각에만 몰두 하는지, 일러주는 말을 잘 담지를 않는 것 같았다. 아무리 일러준들 자기가 직접 하나씩 짚어보아야만 이해가 가겠기에 궁금하여 물어보면 일러주기로 하고 어제의 남은 멸치를 털어놓고 멀리 물러앉았지만 볼락낚시에 아직 익숙지가 않은지 견제도 해보고 끌어 주기도 하면 주변을 맴돌다가 덤벼드는 고기들이 많을 텐데, 마릿수를 더디 채워갔다……. 무언가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나기에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니 양념해온 고기가 있기에 코펠에 올려놓은 것이 있었다는데 얇은 코펠에 고기를 볶으려면 지키고 있어야하는데 낚시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잊고 있었는지 바람결에 흘러온 냄새를 내가 먼저 맡았던가 보다. 불을 켜고 들여다보면서 아직 타지는 않았고 주변에 묻은 양념만 약간 그슬렸다며 휘젓고 있기에 코펠을 사용할 때는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일러주다 보니 오래전에 선임자였던 ‘쏘가리 형’ 생각이 났다……. ‘쏘가리 형’과 한참 낚시를 다닐 적에는 끼니마다 밥을 해먹어야했는데 얇은 코펠에 밥을 하려면 지키고 앉아서 끓을 때까지 휘젓다가 밥물이 잦아들면 뚜껑을 덥고 불을 약하게 줄이고 지키고 있다가 약간 눌은 냄새가 나면 불을 꺼야했는데 젊은 시절에는 아가씨들을 후려 보려고 가까운 산으로 들로 다니곤 했었으니 코펠에 밥을 하는 정도야 이력이 난 터였지만 ‘쏘가리 형’의 이런저런 잔소리는 귀가 따갑고 시끄러울 정도였다. 별명같이 한 성질 하다 보니 택시라도 타고 가다가 운전기사가 창문을 열고 가래침이라도 뱉으면 뒤통수를 후려치며 야단을 쳤는데 아무리 험악하게 생긴 운전기사라도 제 잘못을 아는지 아무 소리 않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한번은 찌개를 하려고 고기 한 덩어리를 사 갖고 갔기에 먼저 끓이고 있었는데 멀리 그늘에 앉아서 쉬고 있던 ‘쏘가리형’이 또 한 마디를 했다……. “미스터 황~! 그 고기 어디서 사왔니? 젖소. 고기네????!!!” (뭔, 소리야???? 젖소는 무슨 젖소...... -_- ) “단골집에서 찌개용으로 사온 건데요?” “이리와 봐라~~ 멀리서 보면 젖소 고기는 푸른색이난다구…….” (저 형이 미8군 조리사라지만 우리말로는 취사병일 텐데 칫~!!!!!) 그 형이 있는 우산그늘에서 바라보니 정말 고기가 시커멓게 보였다. 나중에 그 고기를 판 농장을 가보게 되었는데 젖소는 아니었지만 외국영화를 보면 OK목장에 있는 머리 뿔이 기다란 이상하게 생긴 소였는데 한우나 젖소는 보았었지만 처음 보는 저 소는 육우라고 했던가? 박 군에게도 코펠에 무엇을 끓일 때에는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일러주니 연실 뒤를 돌아보는 것이 어떤 고기가 물어 줄지 궁금한 것 같았는데 다른 것을 할 때는 아예 낚싯대를 걷어 놓고 집중해야지 뒤뚱한 지형에서는 태우던지 엎어먹던지 할 판이다. 물을 좀 붓고 충분히 익히라고 잔소리를 퍼부었더니 병아리 눈물만큼 물을 부었지만 어느 정도 익었을 테니 이슬을 곁들이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훌륭한 야참으로 먹어치우곤 다시 낚시에 집중했다. 한 시간도 안 되어 속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는데 가방에서 신문지를 찾아내어 갯바위에 깔아야 했는데 설익은 것이 있었나 보다. 책상만한 비탈진 공간에서 짐 가방을 한편으로 몰아놓고 밤 볼일을 보는 해괴한 시간이 지나갔고 물이 흘러가고 트인 공간도 없다보니 특수한 방법으로 잘 처리해 놓고 가방을 제 자리로 돌려 놓다보니 깊이 들어가 숨어 있던 팩 와인이 하나 튀어 나왔기에 체온도 올림 겸해서 마개를 따고 보니 어제와는 달리 기온이 약간 올라간 것이 느껴졌다, 핫팩을 오늘은 안 붙였구나?! 어느 해, 더운 여름 낮에 서 씨 아저씨와 가거도의 성건 여에 내린 적이 있었는데 땀을 흘렸으니 원기보충을 하기 위하여 준비해온 것이 있다고 아저씨가 무엇을 꺼냈는데 고기 굽는 석쇠 망에 알루미늄 호일을 둘둘 감고는 버너에 불을 댕기더니 1등급 삼겹살을 가져왔기에 구워보겠다고 했다. 화력이 거센 불길에 고기가 바로 타기 시작했고 호일에 구멍까지 뚫리자 당황하며 ‘이상하다???? 집에서 연습까지 했는데 잘되던데?????’ “에이~! 여보쇼~~~집에서는 바람도 없고 화구가 넓은 렌지였겠지……. 여기는 바람도 있고 버너가 도치램프수준인데다가 두 겹 감은 호일이 한방에 뚫리는 게 당연하지 이 더운 여름에 뜨거운 갯바위에서 뭘 구워 먹겠다고……. 이 아저씨 정말 이상한 아저씨야~~~!!!! 내, 몬 산다~~~~~~~ -_-;; “ 고기를 빼앗아 코펠에 퍼붓고 뚜껑부터 따놓은 병 안의 이슬을 괄괄, 따라 붓고는 라면 스프 한 봉지를 털어 넣고 달달 볶듯이 끓여서 번개같이 해치워 버렸기에 망정이지 자칫했다간 설익은 1등급 삼겹살에 1등급 갯바위를 오염시키는 불상사가 일어날 뻔 하지 않았겠어???!~! 뚫린 하늘이 좁게 보이는 홈통 안에도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했기에 먼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쿨러를 다 못 채운 박 군은 아쉬움이 남았겠지만 또 하나의 경험을 얼마큼 채웠을까?! 일이 바쁜 아줌마가 아침밥을 주려고 그물에 걸린 황우럭 몇 마리를 들고 올라와 번개같이 반찬을 만들어 내주고는 바삐 일터로 내려갔다. 이제 또 무얼 해야 하지? 먹었으니 또 자야지……. 오늘과 내일을 가리지 않고 날씨만 좋다면 그저 때맞춰서 아름다움을 뽐내는 노을이 수평선을 서서히 물들이고 있는 것을 보았으니 점점 더 좋은날을 볼 것이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낚시의 덫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듀~! 2018년 만재도1 (오랜만에 가본 진도길의 서망항에서) (0) 2018.12.26 3. 2018년 만재도의 가을 ( 7 미터의 기적 ) (0) 2018.10.30 1. 2018년 가을 만재도 나들이(태풍이 몰고 간 늦더위) (0) 2018.10.29 5. 폭염의 만재도속으로 (또 한 번 하얗게 새운 밤) (0) 2018.08.20 4. 폭염속의 만재도 (늦은 입질 속에서 춤추는 정신봉) (0) 2018.08.19 관련글 아듀~! 2018년 만재도1 (오랜만에 가본 진도길의 서망항에서) 3. 2018년 만재도의 가을 ( 7 미터의 기적 ) 1. 2018년 가을 만재도 나들이(태풍이 몰고 간 늦더위) 5. 폭염의 만재도속으로 (또 한 번 하얗게 새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