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5. 폭염의 만재도속으로 (또 한 번 하얗게 새운 밤) by 찌매듭 2018. 8. 20. 하루가 남았나? 이틀이 남았나?! 오늘은 아저씨가 깨우기 전에 일어났다. 아줌마가 일이 바쁜지 홍합죽을 대충 쑤어놓고 사라졌다. 이틀째 홍합작업이 있었기에 따온 홍합이 상하기전에 껍질을 까서 봉지에 담아 냉동을 시켜야하니 바삐 움직여야할게다. 아저씨가 간단한 찬과 함께 죽사발을 내왔는데 썰컹하니 쌀알이 살아서 씹히는 것이 설익은 것이었는데 아줌마가 한 번 더 끓여서 내놓으라 했을 텐데 아저씨가 생각을 못했기에 두어 술을 함께 뜨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죽사발을 걷어가서 다시 끓여 내왔는데 한결 낫구먼?! ^^;; (저러니 매일같이 혼도 나곤 하겠지? -..-? ) 한때는 애연가였던 아저씨는 이래저래 힘이 줄자 ‘좋지도 않은 담배, 염소처럼 피지 말고 끊지 못하냐’는 아줌마의 호통에 단칼에 끊고 말았지만, 한 잔, 또 한 잔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슬의 세레머니 만큼은 부부가 함께 즐기는지라 막걸리든 뭐든 간에 없어서 못 먹지, 있으면 마다하진 않았다. 목마르면 한 잔하자고 내미는 캔 맥주 정도는 아침부터라도 거절하지를 않았고 너무 과하면 약간의 주사가 발동하는 아저씨를 견제하기 위하여 과도한 이슬 맞기는 규제를 하는 편이었기에 채반에 막걸리를 만들려는 누룩은 자주 보였지만 이슬 병은 딱, 한 병뿐이었다. 그것도 목포에 있는 작은 딸이 엄마의 검열을 넘기기 위하여 큰 페트병을 하나씩 넣어주곤 했기에 행여나 만재 도를 찾아 온 손님이 이슬이 없는 가고 찾기라도 하면 정색을 하고 이곳에 무엇이 있다고 제 먹고 마실 것을 갖고 왔어야지 그러느냐며 호통을 쳤는데, 괜스레 기분이 좋은 날이면 손님 대접을 한답시고 가만히 있는 나를 걸어서 어딘가에 감추어둔 비상 나팔 병까지 꺼 내와서 나 한잔을 주곤 아저씨는 두 잔씩을 넘겨댄다……. 아줌마가 보면 분명히 같이 마신 것 같은데 먼저 취기가 오르는 아저씨가 행여나 몸이 허해졌을 것을 걱정하는지 다음날에는 만재도 뒷산을 샅샅이 뒤져서 캐어다 둔, 약초뿌리를 끓인 누런 물을 한 컵씩 내주곤 하는데 뭐라고 하더라?? 소의 무릎을 닮은 우슬???? 숙취 쪽의 간 건강과 우슬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걸까???????? 배안에는 젊은 고 선장의 아들아이가 타고 있었는데 목포로 나가기 전인 어릴 적에 봤던 세발자전거를 타던 꼬마가 늠름한 청소년으로 성장해 있었다. 오늘은 왼쪽으로도 한 번 가봐야겠는데 너무 그늘진 곳만 찾으려다가 얼떨결에 내린 곳이 본 섬이 마주 건너다보이는 곳이었는데 대여섯 번은 내려 봤던 곳으로 큰 재미를 본적은 없지만 공탕을 친 적도 없는 곳으로 한 가운 곳에 수에즈 운하 같은 물골이 있기에 밤새도록 잔입질이 들어오기에 썩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물골을 생각하고 내리게 되었는데 8미터 이상의 장대여야 했고, 오늘의 물때부터는 안쪽으로 밀려드는 물방향이라 좀 애꿎게 생겼다……. 옆쪽으로 간 경록이는 시작부터 돌돔을 낚아내고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발판이 불편한 곳이다 보니 환할 적에는 그런 대로 모르겠지만 어두워지면서는 크게 움직이기가 불편하기에 한곳에 집중하기로 하고 물이 내리면 아래쪽으로 옮겨가 보면 또 썰물에 고기를 잡을 수도 있겠거니……. 여차하면 볼락굴이라도 뒤져 볼까하고 뒤편도 올라가봤는데 그쪽은 잔파도가 쉼 없이 몰려오고 바람이 세차기에 오늘밤에는 틀린 것 같았다. 건너편에 보이는 자리에서는 아래쪽에서는 6미터자리 장대로 어두워지기 전에 두 자리 숫자의 돌돔을 쉽게 잡아 낼 수 가 있고 몇 미터 위쪽에서는 1미터라도 긴 장대를 사용하면 좋았는데 물속으로 엇비슷하게 길이 났는지 1미터의 차이가 극명한 곳이었다. 안쪽으로는 해초 밭이 짙게 우거져서 볼락이 가득할 것 같았는데 손가락만한 노래미도 귀한 것이 이상한 지역이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급격히 떨어지는 작은 웅덩이에서는 큼지막한 우럭을 밤새도록 끌어 낼 수가 있었는데 오늘, 이쪽에서 보니 맑은 물속에서 지형이 보였는데 저렇게 생겼기에 그런 일이 있었구먼그래????!!!! 미스터 박도 신기해하던 물속 비밀이 또 이렇게나마 풀린다....... 지난해에 미스터 박이, 조행기만 보고 건너편 자리에 내렸다가 한눈에 자리를 알아보곤 카톡으로 이 자리가 맞지 않냐 며 사진을 보내왔는데 약간 옆으로 옮기는 것과 안 옮기는 차이가 큰 물속 일을 일러 주니 바로 자세를 잡았었고 밤 시간대에 작은 웅덩이속의 위치를 일러주니 바로 그곳을 공략하며 마냥 신기해했었다. 물론,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에 표시를 해가면 자세히 일러주었지만, 이번에 혼자 다녀갔던 서 씨 아저씨도 그런 식으로 물어봤으면 안 들어맞는 조언이라도 아끼지 않았을 텐데 이틀에 한 번씩 늦게야 전화기를 들여다보니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눈으로는 물속지형이 잘 보였는데 사진으로는 희미한 것이 잘 보이지가 않았으니 마음속에나 잘 담아 두어야겠다. 찌가 바닥에 닿은 건지 물살에 쓸려 나가는 건지 꿈지럭 거리는 느낌이 있었기에 되감아보니 해초덩이 같은 것이 끌려 나왔는데 해초가 아닌 군소였다……. 세 번이나 군소가 끌려 나왔는데 크릴 미끼를 탐하고 있었으니 너무 바닥까지 바늘이 내려갔었나? 어두워지면서 이런저런 고기들이 물려나왔는데 대부분이 크지 않은 농어들이었기에 낚시가 시들해졌다. 어디선가 마른번개가 치고 있었는데 아직 먼 곳에 있다는 태풍 속에 들어 있는 건지?! 늦지 않게 저녁밥을 먹어치우기로 하고 국물 맛이 끝내준다는 우동을 두개나 끓여서 굳은 도시락밥에 곁들였는데 철없는 나방 한 마리가 빠져 들어서 절반쯤 먹다가 치우게 되었다. 물방향이 좌우로 잡히거나 밀려 나가야 할 텐데 결국 특정한 물때가 지나면 안쪽으로 물이 밀려드는 형국이라 방향을 맞추어줄 고기가 없으니 낚시가 될 리가 없다 는걸 다시 깨달으며 어서 날이나 밝기를 바라니 낚시가 시들해진 건지…….쩝...... 뒤편으로 경록이가 편한 자리를 찾아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는지 기침소리가 나기에 벌써 쉬려느냐 며 고개를 돌려보니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았다. 다시 한 번 위에 올라갔느냐고 큰소리로 물으니, “저 여기에 있는데요????? 낚시하고 있어요~~~!!!!” 아까부터 낚시를 하던 자리에서 소리가 들렸고 작은 불빛도 보였다..... (그럼 뭐여????? 방금전의헛기침 소리는???????) 오싹하니 소름이 돋았기에 재빨리 플래시 하나를 더 꺼내어 뒤편으로 켜놓았다. 미역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아저씨는 밥만 먹고 잠만 자니 배만 나온다면서 건너편도 다니고 염소도 쫓으면서 운동을 시작했다는데 열심히 운동을 한다는 증거로 이래저래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오기도 했는데 전화를 해왔기에 생톡도 하려는 구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끊을 기미가 없이, 남은 이야기가 있는 눈치였다. “어찌? 뭐, 할 말이 더 남았소?????” “음……. 나, 봤어.......-..-;; ” ‘뭘? 아니, 어디서????? “ 등대 쪽으로 운동을 갔는데 산속에서 누런 옷에 모자를 쓴 노인이 휘적휘적 걸어가기에 관광객이나 섬에 손님이 온 것으로 생각하다가 몇 일간 배가 들어온 적이 없었다는 것이 생각났기에 ‘누구시냐’ 고 소리를 쳤더니 아무 소리도 없이 나무 그늘 속으로 들어가더란다. 나올 수 있는 길은 한곳뿐이라 먼저 가있으면 누군지 알 수가 있겠기에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서 입구에 서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더라는 게지....... 그제야 자기가 이상한 것을 봤다는 걸 깨닫고는 걸음아 살려라고 마을 쉼터로 와서는 노 선장이며 마을 사람들에게 이러이러한 일을 겪었다고 하니 아무 소리들도 안하고 벙어리가 됐더라는 이야기였는데 그 후로는 운동도 그만두고 방구석에서 꼼짝도 안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경록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니. “헹~!!!! 작은 아버지가 기력이 약해지셨기에 헛것을 보신게지요…….킁~~!!!!!” “너는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된 다구~~~!!!! 너 네 아버지도 그런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는데......” “글쎄요~~~~~??????? 뭐, 듣긴 들었지만.......” “네가 다니는 교회의 하나님도 신이라고~~!!! 큰 신, 왕 신, 귀신 왕초~~!!!! ” 낮에 아저씨와 같이 점심을 먹다가 통화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말해 보라고 하니 한마디 틀림도 없이 앵무새처럼 되뇌었는데 혼자서만 끙끙거리고 알고 있기엔 답답하기에 나한테 전하를 했던 것 아니겠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귀~! 귀~~!!!!” 그래, 시원하긴 한가 모르겠지만 이 밤에 뒤에서 들린 기침소리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보니 몇 곡 알고 있는 찬송가라도 힘차게 불러볼까?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 “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요, 나는 주님의 귀한 어린 양~~~~!!!” 만재도 에는 금년에는 한 번밖에 안 왔다는 귀한 비가 오려는지 끈끈한 기운과 함께 흐려진 하늘이었고 마른번개가 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는데 흑산도 권에 소나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맞는 것 아닐까? 웃옷이 피부에 휘감기는 걸쩍지근한 느낌으로 지루한 밤 시간이 지나갔고 어젯밤을 누워 넘겼기에 힘이 남아도는 만재도의 청년은 농어를 낚겠다고 날이 밝자 루어를 던지고 있었는데 이런 날에는 물어 줄 고기도 없을게다……. 희미하게 밝는 속으로 배 두어 척이 달려 왔는데 선상낚시를 하는 손님을 태운 배가 일찍 나왔다. 결국에는 약하고 짧은 소나기가 한축 내리기에 우산을 꺼내야 했고 배가 올쯤에는 그쳐서 무사히 배에 오를 수가 있었지만 고기 손질을 할 때에는 또 한소나기가 쏟아져서 등줄기로 물이 타고 내려갔다……. 날씨가 궂어지고 태풍이 근접을 할 것 같기에 일정을 하루 당겨서 철수하기로 했기에 서둘러서 짐을 꾸려야 했다. 신고 왔다가는 벗어놓고 간 갯바위 신발이 세 켤레가 되었다, 봄바람을 타고 갔었던 가거 도를 갈 때는 신발이 없어 또 새로 사신고 갔었기에 이번에 신고 왔었는데 이번에도 벗어놓고 슬리퍼를 신고 나가야겠다. 손바닥만 한 텃밭에 수박을 심어봤는데 참외보다 크게 달렸다며 더위에 수박 값이 금값이라니 목포에 있는 세 아이들에게 보내야겠다며 목포로 나가는 아저씨 편에 들려 보내려고 신문지에 싸서 통에 담는 아줌마를 보니 엄마 마음이라는 것이 저런 것인데 자식들은 제대로 알기나 할까?! 나도 노모에게 여러 날 낚시를 간다는 말을 안 하고 왔었는데 아마도 말을 했었다면 이 더위에 어딜 가는 가고, 말리거나 돌아갈 때까지 큰 걱정을 하시겠기에 아무 소리도 안하고 몰래 왔던 건데 철저하게 밤낚시를 했고 얼굴가리개까지 했으니 겉으로 봐서는 멀쩡하니 모르실 게다...... 여객선에 실을 짐 덩이들은 경록이가 혼자서 땀을 흘려주기로 했기에 쉼터에서 남은 시간동안 기다리며 편하게 땀도 안 흘리다가 여객선에 오를 수가 있었는데 목포에 도착해서도 작은 아저씨의 아들이 마중을 나왔고 이른 저녁식사를 한 후에도 어두워지지 않은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늦지 않은 시간에 집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비워놓고 간 냉동고에 가득하니 빈공간이 없이 채워놓고는 당장에 내일 나누어 줄 것들을 정리해 놓고 고단하다는 소리 한번을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도 낚시를 나간다는 기분으로 일찍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켜 세워야 했고 노모가 계신 요양원에도 감쪽같이 시치미를 떼고 가보니 이제는 일주일 만에 오는 것이 길고 멀다며 자주 보고 싶으니 삼일에 한 번씩 찾아오라고 하시니 이를 어쩌면 좋누?????? 늘어놓고 팽겨쳐 둔, 짐정리를 하다가 벌레들이 한가득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이것들이 서울까지 찾아와서 어쩌자는 걸까? 아줌마가 언젠지 거북손이며 홍합봉지를 넣었었구나?! 햇미역 한 봉지도……. 물살이 맞는 곳에서 해보려고 한치 채비를 가져갔었는데 미끼로 사용할 쥐포쪼가리는 한쪽도 사용해 보지를 못하고 되가져왔다. 빨랫감도 올려가고 밀린 일을 정리하고 아차하고 생각난 텃밭의 참깨가 어찌 됐나 가보았더니 벌써 깨가 쏟아지고 있었다. 만재도 에서는 깨가 쏟아졌고 여기에는 깨가 떨어지고 있었고……. 급히 인터넷 정보를 찾아서 깔개를 깔고 잘라서 옮겼지만 두 바가지 정도가 땅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제는 남은 무더위에 진저리를 치면서 어서 가을이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말복이 지나 열흘이면 찬바람이 난다한 옛말같이 어쩌면 말복 날에 맞추어서 서늘한 바람이 불까?! 이틀째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것이 여느 해와는 사뭇, 다르긴 하지만 나뭇잎도 조금씩 눅어지는걸 보면 가을도 멀지가 않았을 게다..... 어두워지기 전에는, 가끔씩 구름이 겹치는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다가, 잠간, 무료하면 바다 끝을 보기도 하는데 저 멀리는 하늘과 물이 맞닿았을까? 그곳을 가보면 그곳도 하늘이 높고 또 다시 끝이 없는 바다가 펼쳐질 테니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이 바다와 하늘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곳이 있기를 바랐고 나 또한 그곳에 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긴 겨울을 버텼고 봄이 지루하다 느끼면서 여름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다녀온 그곳의 물빛은 하늘빛이고 바다 빛인 쪽빛이었다. 수평선에서 하늘과 바다를 구별할 수없는 수평선 아래는 하늘빛에 물든 바다 빛이었다. 하늘이 바다를 만날 때 바다가 먼저 물드는 색깔 바다가 사람을 만날 때 사람이 먼저 물드는 색깔 사람이 사랑을 만날 때 사랑이 먼저 물드는 색깔 <정일근 ‘쪽빛’ 전문>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낚시의 덫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2018년 가을만재도 나들이 (왕멸치가 실종되는 아방궁에서의 이틀) (0) 2018.10.29 1. 2018년 가을 만재도 나들이(태풍이 몰고 간 늦더위) (0) 2018.10.29 4. 폭염속의 만재도 (늦은 입질 속에서 춤추는 정신봉) (0) 2018.08.19 3. 폭염의 만재도속으로 ( 깊은 수심 속에 웅크린 대물) (0) 2018.08.19 2. 폭염의 만재도속으로 (세 번의 양보) (0) 2018.08.18 관련글 2. 2018년 가을만재도 나들이 (왕멸치가 실종되는 아방궁에서의 이틀) 1. 2018년 가을 만재도 나들이(태풍이 몰고 간 늦더위) 4. 폭염속의 만재도 (늦은 입질 속에서 춤추는 정신봉) 3. 폭염의 만재도속으로 ( 깊은 수심 속에 웅크린 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