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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2. 만재도의 가을속으로 ( 이, 스마트한 세상에......)

by 찌매듭 2017. 11. 8.

 

 

 

참 스마트한 세상이 되었다.

()로드(rood) 라는 앱을 켜보면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 수가 있으니 지루함이 덜하고

윈디(windy)라는 앱을 보면 바람의 세기도 알 수가 있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면서도

제대로 맞추지를 못하며 거짓말만 해대는 토종 미스 김이 예보하는 일기예보를 불신한다....

 

서 씨 아저씨는 스마트한 세상을 거부하다보니 아직도 폴더형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꾼들이라면 대부분이 깔아놓고 보고 있는 물때표 앱도 서 씨 아저씨의 작은 화면에서는

이리저리 움직여 보아도 잘려져 보이고 아예 안 보이는 것도 있었다.

카톡을 쓰면 편리 할 텐데 전화부에 있는 사람 중 단 세 사람, 노 선장, 외삼촌, 서 씨 아저씨만

사용을 안 한다…….

 

 

만재도의 종선비 계산도 좀, 이상하다…….

다른 곳들은 하루 왕복을 하면 하룻치 선비로 계산하는데 만재도 에서는 하루에 한번만 타도

하루치로 계산을 한다니 오후에 밤낚시를 하려고 타고 나갔다가, 다음날 오전에

밤낚시를 하고 민박집으로 들어와도 이틀 치로 계산을 한다던가? 

 

더운 여름철도 아니니, 도착하자마자 오전낚시를 하려는 가고 서 씨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쉬었다가 천천히 나가겠다고 하기에 올라가서 아침밥을 먹는 자리에서 만재도의

종선료 정산방식을 알려주니 그럴 줄 알았으면 바로 나갔다라도 올걸 그랬다며 억울해 했다.

 

 

 

 

 

 

이제, 완연하게 가을기운이 감도는 선선한 날씨이기에 아침나절의 낮잠도 올 리가 없기에

젊은 고 선장이 여객선의 도선 일을 마치자마자 점심도시락을 하나씩 꿰차고

나서 보았는데 서 씨 아저씨는 납작 간여에 올랐고 덩치는 커다란 놈이 무서워서

절대로 혼자서는 밤낚시를 할 수가 없다는 정 군이 따라 붙었기에 끝 간여에 함께 내렸다.

 

동내 꾼 하나가 짐을 건네주고는 끝끝 간여쪽으로 내렸는데 그쪽에 내린다면,

발만 간신히 붙이고 서있을 자리가 두 곳밖엔 없으니 밤낚시를 하지는 않겠지?

 

 

내일까지는 물살이 거센 날이니, 이 포인트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만, 내일은

많은 손님들이 들어온다니 마음 편하게 조용한 낚시를 하려면 오늘이

좋을 것 같기에 낚시시간만 좀, 줄인다면 물살이 거센 것쯤은 문제될 것이 없겠다만,

등 뒤에서 넘어 오는 바람이 거세어 옮겨 다닐 곳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크지 않은 장소이지만, 낚시방법에 따라서, 열 곳이나 들쑤셔댈 수가 있는 장소이기에

두 명이 낚시를 한다면 큰 사치를 누릴 수가 있는 곳이지만 바람이 절반이상을 차지했으니

네 곳 정도가 남았는데 그것도 물방향이 맞거나 멎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할 텐데

바람은 좀처럼 멈출 생각이 없는가보다…….

 

 

납작 간여에 있는 서 씨 아저씨는 더 세찬 바람을 맞고 있을 텐데 파도가 치올라 가는 것이

좀 위험해 보이기도 하다만, 그래도 무슨 고기가 입질을 하는지 낚싯대를

세웠다, 내렸다 하는 것이 뭔가 소득이 있긴 있나보지?

 

몇 번이나 혼 줄이 났으면서도 아직도 바다 무서운 줄을 모르는 것 같아 항상 걱정인데

저렇게 결사적으로 서 있는 것을 보면, 고기를 못 잡아갔다간 할머니에게 쫓겨날까봐

그러는 것 아닐까? -_-;;

 

카톡을 사용하지 않으니 할 줄도 모르겠고, 철자도 맞지 않는 문자로 한 두 토막씩

상황을 전해 오는데 종류별로 한두 마리씩 잡았다나보다…….

 

 

아직, 이르다 싶은 시간이었지만 정확한 구멍자리에서 큼지막한 참우럭이

한 마리 올라왔기에 뜰채를 한 번, 써먹었는데 잘 지키기만 한다면

쿨러 채우기야 쉽겠다만 서도 조금만 머리통을 올리면 바람이 내리눌러대는 통에

과연 이 자리에서 밤 시간을 보내려면 얼마나 곤욕스러울까 생각에,

아저씨에게 전화를 하여 조용한 자리로 옮겨야겠다고 하니 마침,

저녁 도시락도 실어 보냈고 끝자리의 동내 꾼이 낚시가방을 빠트렸다는 연락도 왔기에

급히 배가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낚시를 안 하고 오르락내리락하던 동내 꾼이 바람에 낚시를 포기하곤

짐을 꾸려놓고 있었는데 치올라온 너울에 쓸려서 가방이 뒤쪽 골창으로

굴러 떨어졌다나보다..... 배가 두 바퀴나 돌고서야 갈고리로 물이 차서 뚝뚝 떨어지는

가방을 건져 올리는 것이 보였는데 어서 우리도 자리를 옮겨야겠다……. 

 

 

 

 

 

 

 

서 씨 아저씨는 끝까지 납작 간여를 사수하겠다고 버텼는 것이 농어 떼들이 나타나서

납작 간여를 둘러싸고 있다고 하는데 농어에게 잡혀 먹히겠다는 건 아니겠지? 

 

이십년이 넘도록 백수 십 회, 오백 번도 넘게, 골고루 내려 본 자리 중에서 꼭,

세 번짼가? 내려 보는 형제 섬의 안통부근으로 자리를 잡고 보니 바람에 의지도 되고

쉬기도 편하고, 눕기도 편하고, 조금 때의 조용한 날이라면 우럭이며 왕볼락이

떼거리로 덤볐던 기억이 나는 곳으로 위쪽의 이무기가 화석이 된 것 같은

등짝을 타고 넘어가면 돌돔이 곧잘 물어주는 다른 장소로도 옮겨 갈 수가 있는 곳인데,

오늘은 날이 이리 궂으니 이곳에서 꼼짝을 할 수가 없을게다……......

 

 

재작년엔가 정군이 이 자리에서 혼자 밤낚시를 하다간 뒤쪽으로 넘어온 적이 있었는데

자잘한 농어만, 지렁이 한 마리에, 한 마리씩, 물고나오기에 너무나 재미가 없어

일찍, 쿨러를 채워놓고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노라 지루했었다고 했는데

짧은 여름밤에 지루하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잘만 더듬으면 여러 어종이

골고루 나오는 곳이었는데? 

 

십오 년 전쯤에도 오늘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사람도 없던 때였으니 원하는 포인트는 마음대로 골라서 다니던 때였기에

간여에 올라서 보니,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탁한 물이 줄기를 이루고 있었는데

돌돔에만 욕심을 내는 일행이 이런 물색에서는 절대로 낚시를 할 수가 없다고

불평스러워하기에 마침 택택이를 몰고 열기 그물을 치러 나온 노 선장을 불러서

그런대로 물색이 맑아 보이는 시린 여의 골창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멀리서 보니 물색이 맑아 보였지만, 막상 내리고 보니 그다지 맑은 물색이

아니었기에 일행은 맥이 빠졌는지 채비를 할 생각도 안하고

우두커니 앉아있기만 했지만, 어쩌겠나? 이젠 옮겨갈 수도 없고 배도 들어갔고,

해는 지고 있는데, 가만히 놀 수도 없고......

 

이런 물색에는 우럭이라도 잡는 것이 제일이겠다 싶어, 지렁이를 미끼로

근처를 더듬어가며 한 마리, 두 마리, 마릿수를 늘려가고 있었는데 씨알도 제법, 큼지막했었다.

 

처음에는 몇 마리 잡히다말겠거니 생각했는지 멀거니 쳐다보고만 있던 일행이

입맛이 도는지 마릿수도 많고 씨알도 좋은 우럭을 안 잡을 이유가 없다면서

채비를 하기 시작했고, 담그자마자 기다렸던 우럭들이 밤새도록 물려 올라왔다.

 

날이 밝으면서 우럭입질이 끊어졌는데 아직 낚시를 할 시간은 좀 더 남아있었기에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뒤쪽까지도 가보게 되었는데 수심이 이상할 정도로

얕게 이어져 있었기에 어느 곳에 골창이 있고 어느 곳이 바닥인지 높은 곳에 올라서서

세세하게 확인 할 수가 있었다…….

 

간조시간이 흘러가면서는 시루떡을 잘라놓은 것 같은 넓고 평평한 잠겨있던

커다란 여덩이가 수면위로 올라왔고 그 아래쪽을 보니 채 들어나지 않은

엿덩이가 또 보였기에 그 부근으로 채비를 보내면 숨어있는 농어나 큰 우럭이 물어 줄 것 같았다.

 

무게가 제법 나가는 구멍 찌에 그때만 해도 언젠가 부터는 비상용 미끼로 한 봉지쯤은

한여름에도 가지고 다니게 된 큰이유가 있었던 깐 새우를 끼워 힘껏, 던져 보았으나

가까이에 미치지를 않았다. 두 번, 세 번, 던지고 또 던졌지만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리기에 근처에서는 가장 수심이 깊은 겨울철의 감성돔 철에

자리를 잡던 곳으로 옮겨가선 마을을 바라보며 가볍게 툭, 채비를 던져 넣었는데

앞쪽으로 흘러가던 구멍 찌가 어느 쯤에선가 방향을 틀더니 왼쪽으로 크게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그리도 애를 쓰며 채비를 던졌어도 근처에도 가지를 못했던

숨은 엿덩이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뒤쪽으로 흘러간다면 고기가 물렸거나 채비를 거둬들일 적에 걸릴 것 같았기에

앞쪽으로 흘러가도록 약간 당겨주었는데 근처를 지나가는 순간,

찌가 잠겨 들어가는 것 같았다........

 

견제와 함께 무언가, 걸림이 있었는데 낚싯대가 부러질 듯 한 강한 당김? 끌림? 걸림?

 

숨은 엿덩이 근처의 고기들을 잡으려고 쳐두었던 그물이 뜯기어서 생겼을

폐그물이 물살에 너풀 거리다가 바늘에 걸린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린 여의 아래쪽으로 달려 내려가듯이 끌려가기 시작했고 어떤 물체가 있는지

꿈틀거림이 느껴졌는데 가마니짝만한 광어나 홍어?

 

일행도 대충 그물이나 쓰레기 같은 것이 걸린 게라고 시큰둥하니 돌아 섰는데

아무리 봐도 고긴 고기였다.......

 

뜰채를 건네 달라고 소리를 지르니 자기도 조금 전에, 부시리 한 마리를 잡았다며

급히 던져 주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는데 어디에 쓸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낚싯대를 다루면서

끌려온 고기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뜰채 안에 담기기나 할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큰 우럭이었다......

 

숨은 여, 그늘에 숨어 있다가 우연히 지나가는 미끼에 입을 벌렸다가

얼결에 끌려 나왔기에 무거운 덩치만 있었지 멍청한 것이 나이롱 망태기를 뒤집어쓰고

갯바위에 올라와 눈을 껌뻑이다가 늦게야 펄쩍 거렸지만 비만인 제 몸무게가

버거웠던지 더 뒤척이지도 못했다.

 

진땀이 난 등골을 한번 추스르곤, 높아졌던 숨도 고르고서 다시 채비를

넣어봤는데 근처로 다가가기만 하면 또 큼지막한 우럭이나 농어들이 달려 나와

또 같은 방향으로 끌고 달아나기를 반복했는데 숨어 있는 고기들이 많은 곳인가 보다.....

 

얼마큼의 시간이 흐르자 물방향이 바뀌었는지 찌의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는데 그 방향으로 흐르던 물이 돌아설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 물의 흐르는 방향이란 것이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데

만재도 곳곳에는 포인트마다 정해진 날마다 흐르는 방향이 정해져 있으니

물때에 맞추어 가야할 곳을 잘 기억해 두어야 하는데 몸과 뇌가 얼마나 기억해 줄까?

 

   

 

  

곧 어두워지겠기에 서둘러서 채비를 마치고 짐 정리를 해놓으니 꼴까닥~!’

가을해가 수평선 아래로 떨어졌고 영롱한 전지 찌가 춤을 추어야할 긴 밤 시간이 시작됐다....

 

큼지막한 만재도의 감초, 노래미 몇 마리가 먼저 낚였고, 큼지막한 참우럭도 나와 주었고

정 군이 없다고 우기던 참돔도 한 마리 낚여 올라왔다......

 

 

얼씨구?’

밝은 상현(上弦/waxing moon) 달이 정면으로 나타나면서 입질이 끊겼는데

내가 자리를 잡은 우측으로는 고기가 숨을만한 곳이 없는 지형이었고

정 군이 자리한 좌측에는 숨은 여가 있는 지형이었지만 그쪽으로 채비를

넣기가 그러니 이래서 혼자라면 좋은 지형인데 정 군은 지형을 이용해볼

생각을 안 하고 달빛에 정면으로 버티고 서있으니 입질이 있을 리가 없다......

 

서편에 달이 호숫가에 질 때에 저 건너 산에 동이 트면 사랑 빛이 감돌던

빛난 눈동자의 내 친구와의 이별이 생각이나 날까 모르겠지만

지금은 저 달이 서편 수평선 아래로 숨어져 내려야만 또 다른 입질을 볼 수가 있을게다....

 

 

, 게으른 놈은 따끈한 커피 한 잔도 끓일 줄 모르는 뙈놈이라 손가락 한쪽도

까딱을 안하고 움직이지를 안을 테니, 소죽은 귀신이라도 붙었을 서 씨 아저씨가

차라리 약간은 나을지도 모르겠다만, 지금 내게 필요한건, 잠간의 휴식과

따듯한 차 한 잔에 쿠키 한쪽인지라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 엉터리 눈빛조사나

날씨 때문에 일정이 어긋나서 멀리 다른 나라의 하늘 밑에서 한숨을 쉬고 있을 박 군이

아쉽기도 하다.......

 

그깟, 차 한 잔 끓일 시간이나 과자 몇 조각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차가운 밤 시간대에 대비하여 제 몸을 위해서라도, 작은 코펠과

버너하나 준비하지 않고 무모하게 낚시만 하려는 것이 진정으로

낚시를 즐기는 것이 아닐진대, 컵 하나라도 더 꺼내야하고 물 데우는 시간도

더 걸려야하는 귀찮음이 점점 더, 느껴지는 저질체력으로 달려가는 내모습의 그림자를

조금씩 감지해 가는걸.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그건 그렇다 쳐도, 어쩌면, 물병하나 찾아 꺼내줄 생각도 안하고

꼼짝도 안하고 들 고양이 새끼 쳐다보듯 하며 받아먹을 생각만 하니? ?! )

 

간식을 찾아 입심심 시간을 보내면서 아깝게도 물이 점점 빠져 나가는 시간을

보내다가 여덟시 반쯤이나 되어서야 꼴까닥~!!!!!’ 해가, 아니, 달이 없어졌다.....

 

미끼를 끼워서 살포시, 던져 넣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무엇이라도 물고 나와 주었지만

간조가 되면서는 입질이 끊어지고 말았다.....

 

미련하게도 얼마간을 더 버텨보다가 늦은 저녁밥이나 먹으려면 따뜻한 국물을

곁들이는 것이 좋겠기에 라면이라도 끓여야겠는데 1인용 코펠에 저 빈탱이 것까지

끓여야하니 라면 반투막을 더 분질러 넣고는 넘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했다…….

 

(내가 이 나이에 진상탱이 상전을 모시는 것도 아니고…….......)

 

 

 

   

납작 간여에 있는 서 씨 아저씨는 물 반, 농어반이라는 문자를 보내왔던데

바람이 눅었으니 파도도 낮아졌으니 얼마나 잡았기에 우쭐한 문자를 연달아 보낸 걸까? 

 

몇 마리 덤벼들던 모기도 사라졌고, 싸한 느낌이 감도는 것이, 고기떼도 멀리 가버린 것 같기에

잠시, 진한 휴식을 갖기 위하여 자리를 깔고, 침낭을 펼치고는 속으로 들어가 누우며

혹시나 추울까, 준비해간, 핫팩 몇 개를 꺼내어 허벅지와 발밑, 등창과 단전에 붙였기에

적당한 온기에 쉬, 잠이 들어 버렸다.......

 

 

알람이 울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는데 첫 번째의 알람소리를 놓쳤던 모양이다.

느낌에도 늦었다 싶었는데 두 번째의 알람소리에 잠이 깬 것이 분명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네 시가 넘어 가고 있기에, 빨리 넋 나갔던 정신을 찾아 넣곤

침낭에서 빠져나와, 정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물가로 내려가 보니 물이 많이 차있었다.

 

벌써 몇 번째 농어가 다녀가도 다녀갔었을 게다…….

쉬러 들어왔을 농어가 있음직한 우측의 잔잔한 곳으로 서너 마리의 지렁이를 끼운 채비를

멀리 던져 넣고 끌어 당겨놓으니 바로 농어가 물어 주었고 잠이 덜 깨었던지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입질에서는 성급한 당김에 설 걸림이 있어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둘래둘래, 머리를 흔들며 침착하자고 다짐하고는 곧 이어 다른 농어를 잡을 수가 있었지만

입질이 있는 가며 내려온 정 군이 밝은 해드랜턴을 마구 휘둘러 비추는 바람에

입질이 끊기곤 말았다......

(저런, 멍청한 녀석……. 너 때문이라도 내가 무슨 고기를 잡겠니???? )

 

 

밤낚시를 하면서 영롱한 전지 찌의 희롱에 취하여 있다가 쉴 참에는 회한 점에

안전에 영향이 없을 정도의 술 한 잔을 즐기는 정도는 괜찮겠기에 체온도 올려볼 겸,

팩 와인 한 모금을 취했는데 오늘 밤은 바다가, 술보다 나를 더 취하게 한 날인가 보다.

 

이제는 기온이 내려가는 계절이기에 체온을 올려준다는 꼬냑까지는 아니더라도

팩이나 작은 병에 담긴 와인을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데, 와인이라는 것이

겉멋에만 넋이 나간 이상주의자들이, 양놈 것이라면 똥이라도 좋다는

정신 나간 것들의 기만적인 술이고, 소주만이 정직한 술이라며

소주예찬을 벌였던 시인 고은도 말년에는 와인을 즐긴다 하였고,

박노해 시인은 소주는 종내, 큰 목소리를 지르게 하는 야만적인 술이며

와인은 진솔한 대화를 나누게 하는 사랑스런 술이라며 소주를 멀리하고

와인을 가깝게 했다는 궁색할지도 모르는 핑계를 찾았다는데,

 

외눈박이 거인에게서 목숨을 구걸하려고 더러운 발뒤꿈치의 굳은살이 벗겨지도록

포도를 껍질째 밟아서 짜낸 구정물이 오늘날에는 어찌, 이렇게 인기가

있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평시에 이슬을 조금이라도 적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오늘도 지독한 소주냄새를

풍긴다며 잔소리가 점점 심해지는 마나님의 날카로운 눈빛이 귀찮아서라도

(결코 무서워서가 아닌, ^^;;) 낮 이슬을 맞는 쪽으로 즐기다간, 이슬기가 사라질 즈음에야

집에 들어오면 사람을 골라가며 무시하는 개새끼가 먼저 다가와 킁킁 거리면서

옷에 남은 안주냄새라도 맡다가 물러가면 개주인인, 마나님이 후각을 곤두세우는 차례가 된다.

 

분명히 이슬에 발이라도 담갔다가 들어 온 것 같은데,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희미해진 채취가 아리송하기도 하고 거리낄 것이 없다는 당당하고 뻔뻔하고

기름진 웃음기까지 잔뜩 올린 거만스런 자세에 슬며시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도 발 뻗고 편히 잘 수가 있으니, 천국이 내 것 아니겠어? ㅎㅎㅎ

 

  

 

  

험할 갯바위에서 편편한 곳을 찾아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잠시 눈을 부쳤다가

알람소리도 못 들었었고 두 번째 알람 소리를 듣고서야 눈이 떠졌고

새벽이 다가오는 박명(薄明)을 둔하게 느꼈으니......

 

불빛에 둔감해진 밝을 녘이 되어서야 크지 않은 참돔이 서너 마리 물어 주었고

날이 밝으면서는 여름철같이 입질이 끊겨버렸다.....

(아니? 지금은 가을이야~~ 가을이라고~~~?! )

 

 

젊은 선장이 그물 일을 하고는 여덟시가 넘어서야 온다고 했기에 느긋하게

가을의 아침입질을 넉넉하게 즐길 수 있겠다고 좋아라. 했는데 날이 밝자마자

한 여름철같이 입질이 끊겨버렸으니 몇 번 더, 미끼를 끼워가며 바늘을 매만져 보다가

소용이 없음에 짐을 꾸려놓고는 지루한 기다림에 진이 빠져 버렸는데

아홉시가 다되어서야 배가 왔으니 언제 들어가서 고기 손질하고 아침밥 한술 뜨면,

두 시간쯤이나 눈을 붙일 시간이나 있을지......

 

잡을 때는 즐겁고 좋으나, 낚은 고기를 손질하자니 귀찮고 힘들다.....

 

가거 도나 같으면 언제라도 고기 손질을 해줄 아줌마를 구할 수가 있지만

만재도 에서는 그물작업을 안하는 사리 물때에나 할마씨들 손이라도 얻을 수가 있으니..... ......

 

벼락치기로 손질을 마치고 냉동 창고에 빈 밑밥 통을 던져 놓고,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

간밤에는 모기도 없었기에 모기약을 몸에 바르지도 않았으니 간단한 고양이 세수로 해치워버리곤

반공기의 밥을 뱃속으로 밀어 넣고 바로 잠을 청했다......

 

벌서 11시가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