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전의 더운 여름날 찾았던 만재도 에서는 갑작이 변한 기상 때문에 계획했었던
하루를 마저 채우고 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피로가 풀리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하루를 덜하면 아쉽고, 하루를 더 하면 지겨울 수가 있다는 알쏭달쏭한 만족감이
사치스러울지도 모르겠다만, 스러지면 도지는, 병 아닌, 병치레는, 언제나 돼야 쾌차하겠노?
낚시는 붕어로 시작해서 붕어로 끝이 난다는 속담이 있었는데 세상이 변하면서
속담들도 고쳐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붕어 낚시를 할 만한 저수지나 수로들이 없어지거나 오염되면서 양어장, 유료낚시터로 변했고
그곳으로 다니는 사람들 스스로도 목간통이라고 폄훼(貶毁)할 정도로 세상이 변해 버렸다.
도시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시대이다 보니 굴뚝에 연기가 날일은 없어졌다던가?!
마나님이 마포에서 친구들 모임을 한다던데 점심 전부터 시작했을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이야기를
얼마나 더하려고 티타임의 3차전을 집근처까지 와서 해야 했을까?
보나마나 모여 앉아서 서방님들의 흉만 터지도록들 보다가는 무언가 한가지쯤은 잘하는 것이 있다고
억지칭찬이라도 하다 보니 우리 집 서방님은 청소를 잘한다, 우리 집 서방님은 요리를 잘한다는
해괴한 칭찬들이 쏟아져 나왔다는데 우리 집 마나님도 자랑거리가 있을까 하다간,
얼마 전에 다녀온 만재도 이야기를 끄집어 냈다나보다.
만재도 이야기가 나왔으면 무엇 하러 그 먼 곳을 갖더냐고 했을 테니 물고기 이야기가 나왔을 게고
물고기 이야기가 나왔으면 무슨 물고기를 얼만큼이나 잡아왔느냐고 했을 테고 이~따~만큼, 잡아왔다고
말을 꺼냈으면 맛이라도 보여 달라고 할 것이 분명했겠다?!
다섯 명의 친구들과 집에서 멀지않은 찻집에 있으니 잡아온 고기를 종류별로 한두 마리씩 담아서
다섯 뭉텅이를 만들어서 오라는 엄명이 전화기를 통하여 울려왔다.
까지 꺼, 없어지면 또 채우러 가야겠다는 빌미를 제공해주는 고마움이
이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또 있겠나.... ^^;;
참돔, 농어, 우럭, 열기, 볼락, 노래미며 할 것 없이 큰 것은 한 마리, 작은 것들은 둬서너마리씩
그들먹하게 담아 들고 지하철역 근처로 가서 건네주고 오니 냉동고 한 켠이 홀쭉해졌다……. ㅜㅜ
더위가 완전히 꺾인 시월초순의 가을 만재 도를 가기까지는 기다려야하는 시간이 지루하니
그 안의 짬 낚시로 갈치낚시라도 다녀와야 할 판이었다.
온갖 종류의 낚시를 하다가 끝판은 갈치낚시라는 말도 나왔는데 참돔이나 돌돔같이
직접 손바닥에 전해져 오는 손맛이 없는데도 투박한 갈치전용낚시대의 끝휨새를 보려고
마니아들은 2, 3월의 어한기가 끝이 나자마자 4월의 바다로 나서곤 하는 것을 보면
갈치낚시의 중독성도 꽤나 강한 것 같다.
또, 갈치낚시를 하면서 알 만한 사람들을 만나기도하고, 노 조사들이 하는 말을 옆에서 들어 보면
왕년에 추자도며 거문도며 가거 도를 제집 드나들듯 다녔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새마을호며, 남해2호, 조성스타라는 귀에 익은 배들 이름을 주~~~욱~~~!!!!
꿰뚫는 것을 들어 보면 뻥은 아닌 것 같기에 조심스레 얼굴을 엿보며 다음에 나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궁금해 하기도 했다.
새로 알게 된 갈치낚시배가 있다고 후배가 연락을 해왔기에 이번에는 그 배를 이용해 보기로 하고
일행들과 바다물위로 올라섰는데 그다지 잔잔하지 않은 탓에 양쪽에서 배멀미로
고생들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을 했는데 자정이 넘어 가면서 부터는 파도도 잔잔해지고
정신들을 차렸는지 뒷심들을 발휘하여 쿨러를 채워가는 좋은 조황에 멀미들을 잊은 모습이었다.
한 동내에 사는 신 사장님은 집 앞까지 차를 가져와서 왕복운전까지 편하게 제공을 했고
주차비며, 간식이며 손도 꼼짝 못하게 하기에, 나름대로 꼼꼼하게 만들어서 충분하게 가져간 채비들을
나누어 주긴 했지만 스치로폼 박스를 두어 개씩 싣고 돌아오는 길에도 어떤 별미집을 찾아서
점심까지 사주시니, 소금 내가 풀풀 나는 서 씨 아저씨나 따라붙는 다른 사람들과는 너무 비교가 된다...... ^^;;
시월초면 해마다 치러야하는 행사가 있기에 그날이 지나자마자 만재도로 달려가곤 했는데
아직, 보름이나 더 남았으니 그 안에 갈치낚시를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이 천 년대 중반까지는 만재 도를 자주 다녔던 ‘길 프로’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는데
인천으로 직장을 옮겼다며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기에 시간을 만들어 만나보게 되었다.
한동안 잊었던 만재도소식과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는 주말을 이용하여 지인들과
다녀오겠다고 하더니, 9월의 어느 날 만재도로 달려갔다는데, 물때와 물색이 맞는다며
일러준 어느 포인트로 자리를 잡았는데 어찌저찌해야 하는가를 여러 번 물어 오기에
이래저래, 요래조래, 수중 턱을 피하여 낚시를 해보라고 일러주었지만 갑작스런 수온저하로
큰 재미를 보지를 못했다며 민박집 아저씨와 오랜만에 회포를 풀면서 한 잔하다보니 그다지
섭섭하지 않은 여행이었다며 가지고 간, 작은 선물을 건네곤 미역이며, 홍합이며,
만재도의 정을 담뿍, 안고 왔다고 했다.
통영이나 여수 쪽으로 갈치낚시를 가끔 다니곤 했다는 그가, 갈치낚시도 함께
가보고 싶다고 연락해 왔기에 또 한 번, 지난번의 갈치낚싯배를 타려고 성산포로
가게 되었는데 출발부터가 좀 이상한 날이었다.
평소보다도 도로에는 차량이 많아 일찍 나서서 속편한 점심식사를 하려던 것이
시설물 안에 있는 비싸고 당기지도 않는 멀미를 유발할지도 모르는 속이 불편할,
퓨전씩 메뉴였는데 다가 구르던 날틀이 바람방향이 갑작이 바뀌었다며 한참이나
어디론가 달려가서는 또 한없이 대기하고 있다가 비상을 하긴 했는데
쾌청한 날씨였기에 아래로는 추자군도가 펼쳐져 있었다.
직구도 에서부터, 푸렝이, 사자 섬, 밖미역 섬, 절명여...... 셀 수도 없이 다녔던
낯익은 섬들의 모습이 내려다 보였는데 내가 드론을 탔나?
갑작이 정지한 것같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았는데 아마도 붐비는 시간대였나 보다…….
평소에도 제대로 도착한 적도 없었지만 두 시간이나 넘게 걸려서 도착해보기도 처음이었다......
성산포에 도착한 것도 여느 때보다 늦었는데 얼음도 싣고 미끼도 싣고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도
우물쭈물 하는 것이 아직 오지 않은 손님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또 한 시간이나 늦어서야
댓명의 늦 손님들이 도착했기에 가장 늦게 항구를 빠져 나올 수가 있었지만 벌써, 수평선에
해가 걸려버렸기에 대충 자리를 잡는 것 같았고, 근처에 있는 배의 불빛이 눈에 거슬릴 정도로
가까웠는데 그쪽 배에서, 아무 소리가 없는 것이 서로가 아는 사이였을까?!
오늘은 시작부터가 기분 좋게 시작된 날이 아니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배를 탄, 연타손님은 그렇다 해도, 늦게 온 손님들을 위하여 한쪽 자리를
비워두겠다는 선주의 말에 한 시간이나 늦게 온 손님들을 늦게 온대로 남은 자리로 배정을 해야지
일행도 여섯명인 우리가, 왜 자리를 비워 주어야하는지 불만을 제기했더니 한 번, 해보자는 건지,
눈을 세모골로 뜨면서 목소리를 높이기에 잠시 기 싸움인지, 불꽃 튀는 눈싸움인지를 벌리다가
눈길을 돌리며 돌아선 선주의 등 뒤로 혀를 한번 쏙, 내밀어주곤, 원하는 방향으로 일행들이 자리를 잡았다.
풍이 밀리는 시간이 평소보다 오래 걸렸고 걸려 나오는 갈치의 씨알이며 마릿수가 시원치가 않은 것이
너무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은 탓이었을 게라는 생각에 낚시를 하고 싶은 의욕이 점점 줄어들었는데
배에서 제공하는 추를 날려 버린 일행 하나가 낚시를 못하고 멍하니 서있기에 선장에게 추를 하나 더
받아 오라고 하니 배에 추가 없다는 황망한 대답이 돌아왔다.
갖고 다니던 비상용 추를 건네주었지만 어제 탔던 초보손님들이 수십 개의 추를 떨궈먹었기에
배에 낚시용 추가 동이 났다는 이상한 핑계였다.
갈치 회에 물렸을까봐 오늘은 한밤의 간식으로 선주가 돼지고기를 삶고 있었는데
두 접시의 수육을 만들어 앞자리로 들고 가면서 오셔서 반주 한잔에 몇 점씩 하시라고
하기에 내려져 있던 채비를 올려놓고 가보니 어떤 욕심 많은 인간이 한 번에 서너 점을 집어 들고는
욕심많은 페리칸(pelican) 이 큰 먹이를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같이 보였는데 접시가 깨끗했으니
그것이 마지막 고깃점이었나 보다.
그깟, 고기가 몇 푼이나 한다고 한 근 더 삶지, 모자라게 삶아서 먹을 것도 없다고 투덜대는
일행을 다독이면서 멀미를 하는 손님들이 생기는 날에는 아무도 먹을 사람이 없기에 그런 날에는
그대로 버려야하기에 몇 점씩 간식으로 장만을 하는 게라고 일러주었지만 함께 배를 탄
다른 손님들을 위하여 한 점씩이라도 나누어 먹어야 하는 건데, 늦게 와서 다른 사람의 눈총을 받고서도
미안한 줄도 모르고 한꺼번에 집어 들어 제 순대 속만 채우는 몰지각한 인간들이라며
심(沈) 실장은 통통한 볼살을 씰룩이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래, 저것들이 무슨 멘토 팀이라는데 그동안 대체 무엇을 멘토 한건지 맨티(mentee)들이 저리도 저급하니
멘토, 꽤들 좋아하나보다..... 그저, 배려가 부족하다 할밖에.....)
화장실이 막힌 옆자리로 돌아와서 비린내가 나는 장갑의 등으로 쓱~!, 돼지기름이 묻은
입을 씻던 옆 사람이 몇 미터 권에서 입질이 있는 가고 묻기에 아주, 아주, 깊은 곳에서
물어댄다고 둘러말했더니, 욕심껏 내렸다간 다른 사람하고 채비가 엉켜 버렸다…….
(멍청이~!...... 물살이 이리도 거센데, 정신없이 내리면 당연히 걸린다는 걸 모르나보지? -,,-)
이래저래 심통이 났던 심 실장과도 채비가 또 한 번, 엉켜버렸는데 우람한 체구에 어울리는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불만스럽게 소리를 질러대는 기세에 눌렸는지, 두어 번 헛손질을 하다가는
그대로 채비를 통채로 칼로 잘라 버리고 장비만 챙기더니 선실로 들어가 버렸다…….
(저러니, 추가 자꾸만 없어지고 물속 오염을 다 시키는구나? 정말, 멘토 모임 좋아한다.... --;; )
옆의 사람이 낚싯대를 걷웠기에 한결, 공간이 넓어진 틈을 타서 늦게 구입한 한치용 메탈애기로
늦 한치라도 구경해볼까, 몇번 내려봤지만 얕은 수심에는 없는 것같기에 용감하고 정신 나간
집 나온 대갈치라도 있을까하여 메탈루어로 더듬어 보니, 바로 반응이 있었고, 줄삼치, 다랑어가
물고 나왔는데 먹새가 과격하여 루어가 뱃속까지 들어갔기에 대가리를 잘라내고 토막을 내어서야
루어를 회수 할 수가 있었고 옆사람의 채비까지 휘어감기에 거둬서 세워놓았다.
다시 갈치채비를 던졌는데 어딘가에 걸렸는지 세워놓았던 루어대를 끌고가 물속으로 빠져버렸기에
'에고메, 손실이 났구나..... ' 가슴이 저렸는데, 다행히 갈치바늘에 걸려서 올라왔으니 이런, 횡재가 있을까? ^^;;
시간이 얼마 안남았기에 갈치채비를 떼어내고 남은 삼십분 정도를 요즘 오징어가 금징어라니
바닥권을 더듬어 보기로 하고 백미터권까지 내렸다가 몇바퀴를 감아보니 바로 과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커다란 오징어들이 연실 걸려 올라왔는데 다리를 휘두르는 품이, 억세 보이는 것이 식감이 질길 것 같은
투박한 문어만한 놈들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지라 은빛나래 왕 갈치로 두 박스를 잡겠다고 꿈을 꾸고 달려 온 사람들은
적당히 먹을 만큼의 갈치와 고등어로 섭섭함을 달래야 하는 날이었기에 쿨러속에서 손에 잡히는 데로
몇 움큼씩을 집어내어 얼추 한 박스씩을 채워주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네들이 직접 잡은 것만큼의 만족감이
오십 퍼센트는 부족하겠지?
또 한 번, 은몽(銀夢)을 꾸었을 게다......
너무 길다보니 지겹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긴, 10월 최대의 황금연휴가 지나갔다.
휴일도 적당해야지 너무 길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지 않을까?!
아래층 점포에 젊은 부부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장사는 제법 잘되는 것 같아 보였다.
늦게까지 젊은 남자 주인은 켜놓은 TV를 잠간, 잠간, 곁눈질을 해가면서 자정이 넘도록
설거지와 다음날의 준비를 하는 것이 무척이나 바쁜 것이 분명했다.
어느 날 부부가 다투는 모습이 보였다.
지나가다 잠시 멈추어 서서 다투는 내용을 들어보니 남자는 몇 년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을 했으니 돈이고 뭐고, 잠이나 실컷 자보고 여행이라도 며칠 다니며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다른 사람에게 점포를 넘기겠다는 거였고, 여주인은 당장 그만 두면, 허쩌냐며 자기가 며칠
맡아서 할 테니 싫컷, 잠도 자고, 어디라도 다녀오라고 달래고 있었는데 남자 주인은 당장에라도
넘기겠다고 하는 것이 이미, 여러 군데로 알아본 모양이었다…….
화가 난 안주인이, ‘네가 다른 기술을 배운 것도 없으면서 어디 가서 이만큼을 벌어오겠냐’고
악을 썼지만 남자는 들은 체도 안하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분을 참으며 가슴을 벌렁대던 안주인이 눈이 마주치자 하소연을 늘어놨다.
이제 자리도 잡혔고 수입도 안정권에 들어섰으니 어지간한 월급쟁이 두 몫도 넘는 벌이라며
혀를 찼는데, 남편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는지 얼마 후에, 새 주인이 들어섰다.
밤 운동을 나갔다가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에 잠시 서있노라니 오토바이 한대가 달려와서는
껌뻑, 인사를 했는데 뒤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가보다고 무심하게 쳐다보니
가까이 다가와서 다시 인사를 하기에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는데 나를 아는 사람인가?!
깜빡했다며 헬멧을 벗고 다시 인사를 했는데 예전의 젊은 남자 주인이었다…….
음식점을 넘기고 실컷 잠을 자보겠다고 팔을 벌리고 누워봤지만 이틀을 빈둥거리다 보니
그토록 원했던 잠도 어디로 달아나 버렸고. 정처 없이 길을 나서서 또 이틀을 돌아다니다 보니
볼 것도 갈 곳도 마땅치가 않더란다…….
집으로 돌아와서 또 이틀을 보내고 나니 다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땅한 자리를
찾아보는 중이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남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었다며 후회를 한단다.
땀 흘려 일을 하다가 적당하게 단 휴식을 가져야지 너무 오랜 시간이라면 지루하지 않을까?!
한여름에 만재 도를 다녀오고 나면 약간 무더위가 꺾이는 초가을에 또 한 번 다녀오곤 하는 것이
연례행사가 돼 버렸는데 해마다 시월삼일이면 특별한 날이기에 다음날이면 집을 나서곤 했다.
물론, 마나님께는 커다란 꽃 화분 한 덩이와 봉투 하나를 내밀지만, 봉투속의 내용물이 두툼할수록 좋다는
속물근성의 기질이 점점 돋보이다 못해 뻔뻔스러워져가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일방적인 실속 챙김 후에 얻은 자유의 시간이 얼마짜리인지는, 떠나고 나서는 문제가 될 것도 없겠다만 서도
은근히, 감가상각을 따져보면 손해인지 무슨 득이 있는지, 모르겠다…….
가끔식, 정해진 날만 성당을 가보곤 하는데 추석날이니 아침 일찍 다녀오곤, 오후의 무료한 시간에는 밭에 가서
거미줄을 떼내면서 정리를 하다간 근처에 생긴 대형 쇼핑몰의 멕시칸 음식에 맥주 한 잔을 들이켰는데
오~?! 이 맥주? 입에 맞는다?! ^^;;
킹스맨 1편도 봤으니 2편도 봐야지?
더도말고 덜도말고 둥근달이 뜬 이날만 같으면야......ㅎㅎㅎ
금년에는 추석이라는 반갑지도 않은 날이 겹쳐있었고, 물때도 거셀 때이기에 어쩔까 망설이던 참에,
손자들이 멀미를 할까 걱정된 만재도민들의 목포로의 역귀성이 시작됐다.
목포로 나와서 명절기간을 보내고 조금물때가 시작되어 물살이 잦아드는 십일 경이나
만재도로 들어갈 예정이라기에 일주일 정도 늦추어 가면 되겠다고 미루었는데
추석 때 처갓집에 갔다는 서 씨 아저씨가, 뜬금없이 보길도에서 낚시를 한다더니
손가락만한 고기들이 물고 나오는 몹쓸 곳이라며 다음날 돌아왔다고 했다.
임 선장과 고 선장은 만재도 에서 명절을 보내기로 했기에 들어가는 낚싯점의 배가 있었고
마침 날도 좋았기에 명절기간에 만재 도를 찾은 손님들은 큰 재미를 봤다고 하기에
서 씨 아저씨가 마음이 다급해졌다나보다.
집근처의 낚시점에서 초보자 하나를 꼬드겨 데리고 와서는 준비물을 챙기고 있는
서 씨 아저씨를 보았는데 만재 도를 먼저 들어가겠으니 천천히 오라며 급히 떠나갔는데
들어간 날 오후부터 날씨가 급변하여 지렁이 둬마리를 만져보곤, 방안에 틀어박혀 한탄만 하다간,
뒷방파제로 가서 학공치 몇 마리와 노래미 한 마리를 잡아다가 궁상스런 술자리를 벌였다고
애통절통을 하는 것을 보다 못한 노 선장의 아들이 초저녁나절에 걸어 가서 볼락이나 우럭을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하여 이 십여 마리의 볼락을 낚았다던데 소금쟁이 아저씨가
몇 마리 맛이나 보여주기나 할까?! ^^;;
그 자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저씨가 걸어가서 잠간사이에 농어를 십여 마리씩 낚아오는 곳이었는데
차라리 농어를 잡지, 자잘한 볼락이라니?
도저히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건너편에 보이는 골창으로 배를 타고 가서 볼락낚시를 본격적으로 해본다면
이태원의 왕발가게에서 파는 신발보다 더 큰 볼락들이 설쳐대는 곳이 있는데
돌돔에 대한 욕심과 바꾸기가 쉽지가 않다보니 매번, 후회와 아쉬움이 겹치는 곳이다…….
아저씨와 아들은 날씨가 안정이 되면 그때나 내려오라고 당부를 해왔기에 멈칫해있는데
바다를 모르는 마나님은 왜 가지를 않느냐며, 올해는 해거리라도 하려느냐 며 궁금해 했다......
다음날, 오랜만에 강원도 화전민 아줌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물가를 내려다보니 무슨 고기들이 움직이는지 꿈실거린다며 보기드믄 화창한 날씨가 이틀째란다.
강원도 날씨라는 것도 일기예보와는 잘 맞지 않을 때가 많기에 현지 민들에게 어제며, 그제며,
오늘날씨가 어떠한지를 알아보곤, 쏘가리낚시를 가곤 했기에 좋은 날씨가 연일 이어지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해둔지가 오래되었기에 가끔씩 화전민 부부의 얼굴도 보고, 나물도 뜯고,
쏘가리도 잡을 겸 길을 나서곤했었다.
오래전에 파로호 쪽으로 낚시를 갔다가 직접 기른 더덕을 판다고 합판 쪼가리에 크레용으로
삐뚤빼뚤 적어놓은 전화번호를 봤는데 멀리 건네다 보이는 집은 비어있는 것 같았고
그때만 해도 송수신이 되는 통신사의 시설물이 타산도 맞지 않는 지역에 설치해 놓았을 리가 없기에
큰길에 나와서야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해봤지만 받지를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낮 시간의 농사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끌고 들어온 밤 시간대에나 통화가
가능했었기 더덕을 사라간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고 날을 잡아 보내주어야만 받아보곤 했는데
더덕농사도 타산이 맞질 않는지 어느 해 보니, 모두 뽑아내고 옥수수 밭으로 변해 있었다.
소양 댐쪽에도 화전민들이 있었는데 쏘가리를 수십 마리 잡아 싣고는 산나물을 뜯는다고
골짜기를 넘어가다가 갤로퍼를 세워놓고 잠시 쉬고 있었는데 허름한 옷차림의 사내 하나가
불쑥 나타나 깜짝들 놀라서 긴장을 했다. 놀라기는 저쪽 사람도 마찬가지였었나 본데
무장공비는 아니겠지만 혹시 범죄자일까?
우리 쪽은 허풍선이일지 모르지만 머릿수가 셋이고 저쪽은 하나이니 그래도 우리 쪽이
낫겠다 싶어 긴장이 풀렸고 오늘은 더덕 한 뿌리도 못보고 넘어가는 날이라고 궁시렁대는
후배의 소리를 듣고는 앉아있는 뒤쪽에 있는 것이 더덕이 아니고 뭐냐고 말을 건네 왔다.
정말, 뒤를 돌아보니 밑동부터가 싷한 더덕줄기가 보였기에 차에서 호미를 꺼내다가
캐들고 보니 제법 굵직한 것이 오래된 것이 분명했다.
건너편의 사내는 지난해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마땅한 연장이 없어 캐지를 못했다고 했다.
음료수 하나를 건네주며 말문이 트였기에 대체 무엇을 하는 분이기에 이런 산속 길에
있는 가고 물어보니 춘천 어느 우체국에 소속된 집배원이라고 했다.
아침 8시경에 댐의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행정 선을 타고 물가에 내려서는
화전민이 있는 산 속집에 편지 한통을 전하러 가는 길이라는데 부부가 일을 하다가
집에 돌아와서 점심밥을 먹는 시간에 맞추어가야 편지를 전할수가 있고
점심밥을 얻어먹곤 툇마루에 누워서 한숨 자고 일어나면 오후의 행정선이
오는 시간에 맞추어 물가에 당도해야 춘천으로 돌아갈 수가 있기에 횟가지 하나를 꺾어들고
휘두르면서 나비도 쫓고 풀벌레도 날리면서 시간을 맞추어야한다고 했다.
그때부터 알게 된 화전민부부들이나 산을 넘기 전에 있는 막국수집 아줌마에게
날씨가 어떠한지, 산나물은 얼 만큼 자랐는지를 알아보고 강원도 나들이를 한지가 오래되었다.
아줌마의 등에 업혀서 막국수를 내리는 몸짓에 맞추어 잠을 자던 아기가 어느덧 훌쩍 커서
시집갈 나이가 되었으니 벌써 세월이 이리도 흘렀을까?!
만재 도를 가려던 짐 보따리를 밀쳐내고 급히 루어 대와 손에 잡히는 장비들을 챙겨서
새벽 일찍 강원도 길로 달려가 보더래요~~~~~~~
먹지도 못할 떡붕어를 낚겠다고 얼마 전에 소양 댐쪽을 다녀왔다는 서 씨 아저씨에게
수위를 물어보니 쏘가리낚시에 딱 좋을 만큼 물이 차있을게라고 했는데 그 좋다는 수위가 대체, 얼마큼일까?
소양 댐의 수위를 미리 알아보고 떠나지를 못했기에 양쪽의 갈림길에 다가가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저쪽으로 갔었다면 더 높아서 풀밭 속에 들어앉을 뻔 했겠지만
이쪽도 물 수위가 너무 높았다.......
멀리서 보이는 라이징...... 피라미를 쫓는 베스일까?
무언가가 후드득 물었다 놓기에 루어와 웜의 크기를 줄여봤더니 방생수치를 갓 넘기는
작은 쏘가리들이 물려 나왔기에 골라내기를 하던 중에 그런 대로 큼지막한 쏘가리가 얼굴을 보였다.
금년에는 그냥 넘어가는가했던 쏘가리 구경을 늦게라도 했기에 유포리 막국수의 맛이 제법이었나?!
제육 한 점이나 메밀 전에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래서 제자를 들여야하는건데....... 쩝.....
집으로 돌아와서 만재도 아저씨와 통화를 해보니 아직도 날씨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고약한 진행형 중이라며 학공치를 또 낚아다가 입가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던데
강원도를 다녀온 성공적인 무용담을 들려주었더니 서 씨 아저씨가 옆에서 침 흘리는 소리를 하며
끙끙 앓더니 낚아온 쏘가리를 살려두면 가져가겠다며 제 것 인양 침을 바르던데, 헹~~~~!!!
어림도 없수~!!! 공원에 고양이에게 주고말지~~ ^^;;
다음날은 파도가 약간 잦아들었기에 목포에 급한 볼일이 생긴 젊은 고 선장이 진도에서
배 한척을 불렀기에 서 씨 아저씨도 만재 도를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고 한다.
젊은 고 선장이 여객선의 도선 일을 마다하고 자리를 비울 수 있었던 것이
기름지고 배 부르고 등이 따뜻한 육지에서의 파업을 흉내 낸 것이 아니었다.
큰 여객선이 접안 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곳에서는 작은 배를 이용하여야하는데
다물 도와 하태도, 만재도가 유일한 모양하기에 도선에 정해진 만큼의 면세 유를
제공해 주었는데 하태도의 종선이 면세 유를 다 사용했으니 더 달라고 신청을 했다나보다…….
제공한 면세유의 양이면 1년간 충분히 도선 일에 사용할 수 가 있을 텐데 다른 곳에 사용하곤
더 달라고 한다며 일반 유를 사용하라며 못준다고 했더니 쥐꼬리만큼의 도선료를 주면서
거저 부려먹다시피 하면서 기름도 안준다며 여객운송을 못하겠다고 나자빠졌기에 도선이
움직이는 섬에는 여객선이 정선을 하지 않고 통과하는 일이 발생하여 애꿎은 주민과 손님들만 불편하게 되었다.
만재도의 도선 일을 맡은 젊은 고 선장도, 매월 30만원의 경비를 받고 일을 해왔다는데 하루에 만원은
담뱃값도 안 되는 일이었다며 불만을 토했는데 어쩐지 줄담배를 피던 이유가 있었나 보지?
추석에는 만재도의 도민들이 사선을 이용하여 나왔었고, 명절을 보내고 돌아 갈 적에는
배 한척을 대절하여 뉴스에서나 봤음직한 피난민 행렬처럼 정원초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여객선이 안다닌다는 소식도 들었으니 이래저래 추석 무렵에 만재 도를 갈 생각을 안했던 건데
낚시점의 배가 들어가고, 종선배가 두 척이나 있었다는 소식을 나중에야 듣고는, 절로 혀를 찼었다…….
또 때 아닌 가을의 늦은 태풍이 두 번이나 길을 가로막아 출발할 날을 잡지를 못했는데
영문을 모르는 마나님은 이번 가을에는 낚시를 안가는 가고 어리둥절해하니 나도 영문을 모르겠다…….
서해중부권은 날씨가 좋기에 주꾸미나 갑오징어 잡이라도 한 번, 가봐야겠는데 오천의 김 선장이
잡아놓은 날이 있었기에 출발 전에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 떠나려고 실세인 저쪽 마님에게 문자를 넣어봤다…….
< “내일 주꾸미 잡으러 가면 되지유??????” >
< “에구, 미리 얘기 하시지? 예약했던 다른 사람들이 펑크를 내서 성질나서 몽땅,
취소해버리고 다른 사람들로 싹 바꿔서 받았쓔~~~!!! -,,- “ >
< “그럼 난, 어찌되는 겨????? “ >
< “ -- . . . . . . ” >
시치미를 뚝~! 떼면서 모르쇠로 나오는 것이 내일 자리가 없다는 모양인데
(니미럴, 하마터면 내일 새벽에는 오천 항에서 미아가 될뻔 했잖아? --;;;;;;;;)
우연히 개인 블로그에서 만재도 조행기를 보고 호기심이 생긴 사람이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만재 도를 가게 됐다나보다.....
거센 바람에 산등을 넘어가서 농어를 낚아보며 만재 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생겼기에
자주 블로그에 와서 흔적을 남기다가 ‘드르니’ 항에 개인보트가 있으니 주꾸미낚시를
함께 해보자는 초대가 있었기에 꾸려놓은 만재도 낚싯짐을 잠시 밀쳐놓고 달려간 날은
장판 같은 날씨가 펼쳐져 있었는데 오천에서 왔을 낯익은 배 몇 척이 백사장까지 와서
주꾸미를 잡고 있었고 카누형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예전에 저런 것이 나왔더라면
또 어떤 지름신이 강림하여 분명히 저런 지도하고 있었을 텐데 이제는 자제해야겠지???
오후가 되면서는 멀리 지나가는 태풍의 여파가 미치는지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했기에
먹을 만큼은 건진 주꾸미가 담긴 망태기를 챙겨야했는데, 갑오징어가 없다는 아쉬움에
건너편 백사장항에 들러서 딸내미를 위하여 꽃게와 자연산 대하를 소가죽을 뒤집어 씌어서
담아들고 네 시간이나 걸려서 집에 도착하니 벌써 어두워졌다.
(아? 오늘이 토요일이지? 주말에는 될 수 있는 데로 안 움직이는데..... ㅜㅜ )
노 선장의 아들과 작은 아저씨가 바다가 잔잔해졌다며 출발해도 되겠다는 연락이 왔기에
길을 나섰는데 서 씨 아저씨는 시간을 못 맞추겠기에 늦게나 출발하겠다고 했고
정 군도, 출발을 했다고 하니 목포의 사우나에서 만나면 되겠다…….
미리 약속이 되었던 박 군과의 저녁식사자리에서 이슬 한 병이 비워졌고
만재도의 가을을 함께 해보기로 했다가 날씨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가 가을휴가가 없어진
아쉬움에 박 군은 연신, 한숨을 내쉬면서 장기출장길에 오르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했는데
언젠가는 그에게도 넉넉한 만재도의 여행길이 열리길 바랄뿐이다…….
목포의 북항,
오늘도 풍차의 파란불빛이 불을 밝히고 있었고 이제, 잠시 후면
만재도로 가기 위하여 어두운 밤바다를 건너야 한다.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만재도의 가을속으로 ( 푸른 하늘에 로프를 던지고......) (0) | 2017.11.08 |
---|---|
2. 만재도의 가을속으로 ( 이, 스마트한 세상에......) (0) | 2017.11.08 |
2017년 만재도의 여름 4. (깊고 푸른 밤의 향연) (0) | 2017.08.31 |
2017년 만재도의 여름 3 (모처럼 능참봉을 하니 거동이 한 달에 스물아홉 번) (0) | 2017.08.30 |
2017년 만재도의 여름 2 (차갑고도 뜨거운 첫날 밤......) (0) | 2017.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