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2017년 만재도의 여름 3 (모처럼 능참봉을 하니 거동이 한 달에 스물아홉 번) by 찌매듭 2017. 8. 30. 만재도의 첫날밤을 뜨겁게 보낸 사위와 장인이 흥이 올랐는지, 아침부터 이슬병과 칵테일용 맥주를 꺼내 들었는데, 아줌마가 그물에 걸린 고기 손질을 마치자마자 매운탕 감으로는 으뜸인 쏨뱅이며 싱싱한 생선 몇 마리를 따로 떼어 두었다가 가지고 올라와 뜨끈하게 끓여내온 매운탕 국물을 한 수저 떠서 맛을 본 남의 장인이, 정색을 하며 자리를 고쳐 앉더니 큰 그릇 하나를 앞으로 당겨놓곤, 너무너무 맛있는 희한한 매운탕이라며 두 그릇을 먹어야겠다고 욕심을 냈다. 매번 시장에서 맛이 가기직전의 얼음 속에 파묻혀있던 생선들만 사먹다가 깊은 바닷속의 용궁 문을 열고 나온 지 몇 시간도 안 된 탱탱한 육질의 물고기로 끓여낸 매운탕이 맛도 다르긴 하겠지만, 별다른 양념이 들어간 것 같지도 않은데 묘한 마력의 손맛을 지녔는지 아줌마의 매운탕이며 생선찜은 언제 먹어봐도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기가 막힌 맛이었는데, 매일같이 물고기만 먹을 수는 없다며 냉동고에 들어 있었던 아끼고 아꼈던 땡땡 얼었던 돼지고기가 분명한 것을 숭덩숭덩 썰어서 볶아낸 것도 이상하게 맛이 있었다. 오죽하면 겨울 감성돔 철에는 가끔 돼지고기 덩어리와 갈빗덩이를 가져가선, 한번 푸짐하게 볶아달라고까지 했었을까?! 입맛이 오른 사위와 장인이 맥주에 소주를 섞기도 하고, 잔술이 컵술이 되기도 했기에 아침부터 과음을 하게 됐는데 술은 먹을 때만 열이 날뿐, 그 후엔 몸을 차게 하기에 결국 체온이 내려간다. 얼어 죽은 이들 중에 취한 사람이 유독 많은 것도 그 때문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선풍기가 꺼졌는데도 더운 줄도 모르고 잠을 잤었을까? 모처럼, 조용히 낚시를 해보려고, 서 씨 아저씨나 정 군에게도 연락을 안하고 혼자온건데 엉뚱하게 이상한 초보에게 낚인 것 같으니 이런걸. ‘모처럼 능참봉을 하니 거동(임금의 행차)이 한 달에 스물아홉 번’ 이라고 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에 비유할까? 늑대를 피하려다 승냥이를 만났다고 해야 하나?! 꿈에서까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는지 내 잠꼬대에 깜짝 놀라 깬 것 같았다...... 목포로 허리통증 치료차 나갔던 아저씨가 허겁지겁 달려 왔다는데 땀 한 방울 흘리지도 않은 것 같은 맹숭한 얼굴이, 도착한날 아침에 짐 올리기를 거들어 주지 않으려고 한건 아닐 테지? 좀 더 잠을 자야하는데 집으로 돌아온 아저씨의 큰 목소리에 잠이 깨었다. 손님들 자는데 주책없이 큰소리로 떠든다고 아줌마의 핀잔 두 방을 받곤 조용해졌는데 구박만 넘치는 만재도가 무에 그리 좋다고 돌아왔을꼬? 옆방의 손님들은 과했던 아침술이 아직도 혈관을 타고 온몸을 거세게 돌아다니는지 혼절한 것 같은 자세로 널 부려져 있는 것이 오늘도 일찍 나가기는 틀린 것 같다...... 젊은 선장이 도선 일까지 마쳤으니 일찍 내려오라고 했다는데 저렇게 꿈지럭 거리면서 좋은 포인트는 왜들 찾을까? 만재 도에 온 손님들마다 간여만 가면 고기를 잡는 줄 아는지 간여며 오동 여 같은 위험하고 멀리 떨어진 좋아 보이는 장소들만을 찾는데 나도 사또, 너도 사또면 아전은 누가 할까?! (저마다 좋은 일만 하려 들면 궂은일은 누가 하겠냐는 말) 어려운 시간 내고 많은 비용을 들여왔다는 생각에 억지로 잠이 깨었는지 고개를 흔들며 일어나긴 했는데 점심밥이 제대로 넘어가기나 할까? 아침밥상을 물리면서 아침부터 과하게 알콜찬을 곁들였으니 점심에는 깔깔할지도 모르니 다른 찬도 낼 것도 없이 홍합죽이나 끓이라고 아줌마에게 일러두었기에 죽사발이 점심식사로 올라왔는데, 요건 술술, 잘도 넘어 갈 거외다..... 아줌마가 눈치도 없이 세 사람 분의 도시락을 또, 한 가방에 담았다나 보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왜 이렇게 저를 자꾸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욧????!!! 작년의 그 자리는 언제 갈수가 있느냐고 이상한 동행자가 물어왔는데 기다리다 못해 다른 손님을 어딘가로 태워다 주고 와서 배 손질을 하고 있던 젊은 선장이 이렇게 늦게 내려와서 어디로 가려느냐고 입술을 내밀었는데 어제와 같은 바람이면 의지가 되는 그 자리로 가자고 하니 거기는 항상 비어 있다며 고민을 덜게 되었는지 입술이 올라갔다...... 바람돌이가 심술을 부리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피신이나 가는 자리로 인식들을 하는 별다른 인기가 없는 그 자리를 가려면 사실, 내일이나 가야만 물때며 방향이 맞을 텐데 작년에 큰 재미를 본 이상한 초보는 그 자리만 가면 떼거리로 고기를 잡는 줄 아는가 보다..... 오래전의 겨울철에 강하게 부는 북서풍을 피하여 서 씨 아저씨와 함께 그 자리를 처음 가보게 되었는데 연일 누군가들이 피신을 왔다가며 지저분한 낚시를 했기에 겨울철인데도 흘린 밑밥이 상해가는 냄새에 코를 막아야할 지경이었는데 그냥 앉아서 놀 수도 없기에 바람을 등에 놓고 노느니 염불이라도 경건하게 읊어 본다고 잠수 찌 채비를 던져 놓고 멀찌감치 앉아서 낚싯대만 붙들고 있었는데 겨울철의 탁한 물색이었는데도 가끔가다 채비를 걷어보면 크지는 않았지만 돌돔이 물고 있었다. 강한 유속을 보아서라도 비중이 큰 잠수 찌를 사용했었지만 수심이 깊지를 않아서 금방 바닥걸이를 했기에 비중이 작은 잠수 찌로 바꾸곤, 물가로 바싹 다가서 보니 왔다리 갔다리, 물방향이 자주도 바뀌기에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도 모르겠고 고기가 물어 주는 것도 모르겠다...... 감각을 느끼지도 못한 채 얼마 있다가 거둬보면 귀신같은 주꾸미가 올라타고 있는 것같이 크지 않은 돌돔이 물려 있다가 올라왔다...... 재미있는 포인트란 생각에 다음해의 여름에 물때를 맞추어 내려 보게 되었는데 밤낚시를 해야하다보니 잠수 찌 채비를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저리 던져보면 돌돔이 물고 나왔고 이리 던져보면 농어가 물고 나왔고, 중간에 던지면 참돔이, 옆으로 던지면 큼지막한 열기며 갯쏨뱅이가 얕게까지 떠올라서 마구 덤벼들었는데 낚시를 하다가 지쳐서 라면도 끓여먹고 한숨 자보려고 그 짧은 여름밤시간에 깔개를 깔고 누워보기도 했고 오지도 않는 억지잠을 자고 일어나니 기운이 생겼기에 날이 밝도록 낚시를 하여 네 개의 망태에 고기를 담아보는 욕심도 부려 보았기에 계획한 일정의 마지막 날에는 고기 손질에 바쁠까보아 가지를 않아야했다. 오후시간에 내리면 늦도록 지는 해에 얼굴을 데이지 않기 위하여 우산을 펼쳐들고 뒤돌아 앉아 있어야했기에 맑고 더운 날에는 고역이겠는데 오늘이야 그리 덥지도 않은 날이고 바람까지 곁들였으니 좋은 날 아니겠어?! 꼼지락 거리기도 귀찮아 내려앉아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두 사람에게 왼편의 자리를 양보하고 조용히 있어 보기로 하고 오른편의 자리를 차지했는데 옆 사람들이 준비를 하는 동안 먼저 채비를 담가봤지만 당최, 입질이 없었다....... 노래미가 귀한 날이었는지 그 또한 보기가 힘들었는데 물속이 이상해졌나? 어두워지기 전에 사위와 장인은 먼저 고기를 잡기 시작했는데 터트리기도 하고 용케 끄집어 올리기도 하다가 끊어진 채비를 다시 하는 건지 몇 번이나 돌아다 보아도 아직도 무언가를 만자고 있었기에 궁금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오히려 내가 천불이 나는 시간이 지나가서야 채비를 마쳐서 집어넣으면 또 어떤 고기들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연실, 물고 올라왔다...... 옆으로 가서 농어라도 한두 마리 잡아놓고 시작하다보면 늦은 발동이라도 걸리겠다싶어서 올라가서 농어가 다니는 방향과 적당한 수심도 일러주며 옆에 같이 섰는데 이상한 초보가 먼저 농어를 걸었다. '얼레나~?' 낚싯대를 세우지도 않고 숙인 상태에서 릴의 핸들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억지힘으로만 돌리기에 이상한 마음에 왜 낚싯대를 세웠다가 내리면서 감지를 않느냐고 지적을 했더니 농어를 처음 잡아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마구 감아대다가는 릴뭉치의 속구석, 어디가 절단이 날게라고 일러주며 대를 세워보라고 했지만 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하는지 대를 세웠다가 말았고, 죽을 농어였는지 커다란 놈이 몸값도 못하고 물 밖으로 끌려 나왔는데 생전 처음으로 낚아본 농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낚싯대도 예사롭지가 않기에 몇 호대냐고 물어보니 5호대라고 하던데 찌 낚싯대가 5호대가 있었나? 농어를 잡았지만 보관이 문제였다...... 두 마리까지는 쿨러에 어떻게 궁굴려서라도 집어넣을 수가 있었지만 세 마리째부터는 담을 곳이 없다며 네 마리의 농어를 잡아놓고는 어쩌면 좋겠느냐는 눈빛으로 쳐다보기에 애써 외면해 버렸다. (왜? 작년같이 큰 참돔을 잡았을 때처럼 내 쿨러백에 보관해 달래려고?) 미터급 농어라도 몇 마리 담을 수 있는 내가 가져온 쿨러백은 아직 비어있었지만 나도 고기를 잡기 시작한다면 고기를 빼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내가 잡은 고기는 그냥 물에다 던져야 할까? 고기가 안 잡혀도 내 자리에 가있는 것이 편하겠다고 되돌아왔지만 더 이상 담을 곳도 없는 농어 잡이는 그만두고 참돔을 잡기 시작한 두 사람의 낚싯대가 하늘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별다기를 반복하며 뜰채를 찾던데 이리저리하라고 서로간에 지르는 소리를 듣다보니 휴지라도 말아서 귀를 막고픈 생각까지 들었는데 내게는 자정이 되었는데도 입질 한 번이 없었다...... 배가 고픈데 저녁밥을 안 먹으려냐고 재촉을 해서야 라면을 끓이겠다고 했지만 물이 부족하다기에 미리 꺼내놓고 수온을 올려놓은 물을 건네줘야 했다. 두 사람은 바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서둘러서 식사를 마쳤고 냉수에 대충 우려내어 건네준 커피 가루가 둥둥 떠있는 꺼므스레한 물이 담긴 사약 받듯이 받아드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커피입자가 둥둥 떠 있는 종이컵을 들여다보다가 뒤편으로 쏟아버렸고 쿨러백안에 들어 있던 달달한 커피가 담겨 있는 캔 커피의 마개를 힘차게 돌려 따고 두 모금을 마시니 별로 당기지도 않기에 닫아 버렸는데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여? 시방???? 옆의 두 사람은 뚜껑이 완전히 닫히지도 않은 쿨러 위에 밑밥 통을 올려 놓고 밑밥은 모두 꺼내서 바닥에 던져 놓았고 고기를 차곡차곡 담아가면서 얼음물병을 위에 놓아두었는데 생선가게에서도 저런 방법을 쓰니 하룻밤에 고기가 상하지는 않겠지? 이제라도 쿨러백을 빌려준 다해도 주머니를 제대로 청소해 줄 것 같지도 않은 것이 바늘통도 안돌려 주었었고, 또 무엇인가를 더 달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고기를 많이 잡으면 뭘 하누? 제대로 간수를 해야 하는데.... 만재도 초기에는 마땅히 저장할 시설이 없어서 잡은 고기를 보관할 곳이 없었다. 가거도 에서도 예전에는 농어를 잡아 오는 손님을 가장 싫어했던 것이 덩치 크고 마릿수 많은 고기다 보니 담아둘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이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자랑스럽게 농어를 잡아와서는 회라도 떠달라고 하면 임씨는 손길이 거칠어졌었다.... 지금이야 냉동고까지 갖추었으니 그러지는 않지만 많이 잡아오면 고기 손질도 문제였다. 80년대에 낚시꾼으로서는 처음으로 만재 도를 갔었을 추자야인이 몽돌 밭에서 많은 돌돔을 그라스롯드 세칸대로 낚아놓곤 왕소금을 뿌리면서, 이 아까운 돌돔, 이 아까운 돌돔... 하며 한탄을 했다는데 교통도 불편하고 숙식이며 부식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가거 도며 만재 도며 태도, 흑산도에 자리 잡기를 포기하고 추자로 안착을 했는데, 그때는 만재 도나 태도에는 전기도 안 들어왔을 때니 가끔씩 돌리는 발전기로는 불편하기가 그지없었을 게다. 아직도 대마도를 편한 맛에 많이들 가는가보다……. 그쪽 바닷가 근처마다 한국산 캔이며 라면 봉지 등의 쓰레기로 몸살을 치른다는데 순박했던 근처의 고기들을 모두 잡아냈으니 점점 멀리가야만 고기를 잡을 수밖에..... 벵에돔이며 대상어로 우선시 하는 고기가 줄었는지 이제는 벤자리 낚시를 한다는데 자원이 엄청나게 많은가 보다. 몇 몇 사람들이 조업이라 할 만큼 많은 양의 벤자리를 잡았다는데 갈무리를 잘못해서 고기가 상해버려 한국까지 가져와서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느라고 애를 먹기도 했다는데 잡은 고기를 제대로 간수를 못하거나 손질확인을 못한다면 그 고기를 다 잡아서 무엇 할까? 국내에도 그 비용과 시간보다 덜 들여서 벤자리를 잡을 곳이 있을 텐데...... 예전에 추자를 가면 날 더운데 고생하지 말고 늦잠자고 천천히 나가라고 붙들었는데 도시락 두 개를 받아 들고 가장 멀리에 있는 노른 여에 내려 주고는 벤자리를 양껏 잡으라고 했다. 노른 여의 갯바위에서도 벤자리는 얼마든지 잡을 수가 있었다. 발밑에서 부터 흘리기 시작하면 탐나는 크기의 볼락들이 미친 듯이 물고 늘어졌는데 그 곳에서는 볼락이 독가시치나 자리돔 취급을 받는 어종으로 추자를 찾는 꾼이 잘 태워다 주지 않는 먼 곳이기에 볼락자원이 넘쳐 나는 곳이었다. 볼락이 크릴 미끼를 먼저 따먹으니 할 수없이 청개비를 두어 마리씩 끼워서 앞자리를 벗어내야만 하는데 물살을 타고 약간 멀리 흘러가기만 하면 벤자리들이 마구 물어 주었는데 벤자리의 미끼로는 당연히 크릴이 더 좋겠지만 미끼의 선택이 없다보니 지렁이라도 받아먹을 수밖에...... 큰 쿨러와 작은 쿨러 두 개를 갖고 가면 배 닿은 곳에는 얼음이 담긴 큰 쿨러를 그대로 놓아두고 작은 쿨러에 낚은 벤자리가 가득 차면 여러 번 퍼 옮겨야했고 날이 밝자마자 달려온 배로 민박집으로 돌아오면, 고기 손질을 알아서 해 놓을 테니 어서 밥 먹고 늦도록 자다가 또 나가보라며, 돌돔이고 자시고 여름에는 벤자리가 제일이라며 모르는 것들이 낚시 좀 한다며 이고기 저고기 찾는데 모두가 칠푼이 팔푼이라며 야인이 비웃었다..... 하룻밤을 더 낚시를 해보면 큰 돛벤자리도 많이 섞여 나왔는데 한 여름의 진객인 벤자리 잡이를 또 언제나 해볼 수가 있을까? 탐라의 한림 항에서도 벤자리 낚시를 해볼 수가 있는데 제철에만 나오는 어종이다 보니 휴가철이 겹쳐서 날틀 표를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정해놓고 떠나면 괜찮지만 하루를 더 해보려고 변경을 하려면 쉽지가 않았는데 사흘을 연속 해보면 뱃삯도 깎아주고 숙소도 제공 했는데 크릴만 한 박스를 싣고 나가서 물방향에 맞춰서 저절로 따라가도록 외닻을 놓는 정상적인 배낚시 방법과 팔아먹기위한 밑밥이 아닌, 고기가 감질나도록 오백원짜리 동전크기만한 구멍이 있는 곳에 크릴덩이를 한 두개 놔두면, 찰랑대며 들어왔다 나가는 바닷물이 자동으로 밑밥을 뿌려주는 격이니 안달이 난 벤자리며 팔뚝만한 고등어와 큰 전갱이들이 쉬지 않고 덤벼 들었다. 돌아가는 바람개비 풍차가 보이는 우리나라 바다앞에서도 두 명이 밤을 새우면 많은 양의 벤자리를 잡을 수가 있는데 굳이 남의 나라까지 가서 낚시를 할 일도 없겠다만 서도....... 흘린 크릴을 주워 먹다 들킨 게가, 돌 틈 구석에서 나오지를 못하고 있는 것을 한동안 지켜보다가 싫컷 더 먹으라고 몇 알 더, 던져 주고는 오늘은 공탕을 치는가보다고 체념을 하면서 하늘을 보니 또롱하니 별들이 깔려 있었다. 우리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는 것이, 별은 해가 중천을 가로지르는 대낮에도 어김없이 우리 머리 위를 비추고 있다는 것을...... 다만 햇빛에 가려져 낮 시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인데 별빛이 비로소 우리 눈가를 적실 때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한밤중뿐이다. 매일처럼 반복되는 공허하고 때론 의미 없다 여겨지는 육지에서의 하루하루들, 그 속에서는 원치 않게 쌓여가는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도 있고,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이상한 모습도 보이지만 애써 물리칠 수도 없는 일이다. 풋풋하고 싱그러운 소년이었던 내가 나이든 사람이 되었다는 건 결코 아름다운 일이 아닐 진데 다른 사람과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들이 훗날 변질되어 상처가 되고 후회로 남는 것은 이제 더는 그때의 풋풋한 소년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변해버린 내가, 변해버린 남을 책하고 원망하는 것이 어리석은 짓일 진데 가끔씩 그렇게 변해버린 나를 깨닫곤 한다. 그리고 아주 잠시 동안이라도 순수하고 자연스러웠던 한때로 돌아가는 순간이 오늘의 이런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요양원에 계신 노모에게 간 어느 날, 오래전의 기억을 꺼내는 것을 들었는데 정신이 혼란하고 어찔하여 잠시 진정이 안 되었기에 돌아와서 생각 끝에 경찰에 있는 후배, 은행 지점장, 세무서장, 통신사 등의 아는 사람들을 통하여 불법일 방법들을 총동원하여 찾던 중에 카카오 톡에서 찾아내어 마주한 사진의 모습에서 잠시 가슴이 흔들렸다.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지금의 모습은 상상속의 모습보다 많이 변하였기에 아닌 듯하여 잘못 보았나 보다곤 다시 여러 곳을 찾아다니다가 확률이 있다싶어 다시 찾아보니 분명히 시들어 가는 백합 같은 그쪽의 얼굴이었다. 사람들이란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사람은 인연인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는데..., 그리워하면서도 한 두번 만나고는 오래도록, 영원히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어하면서 만나려면 만날 수도 있겠건만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는데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지만 그 고통을 어찌 쉽게 잊을 수가 있을까.......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작은 입질을 볼 수가 있었고 이제야 늦은 고기들이 길을 찾았는지 바쁜 시간이 시작됐다...... 어느 정도 쿨러백을 채웠기에 날이 밝기 전에 큼지막한 놈이 찾아 주기를 기대하면서 또 수심을 더 주었지만 바닥권이 깊지가 않은 곳에서 이게 또 무슨 짓이람??? 3호 전지 찌를 매단 든든한 채비를 바닥에 단단히 걸어버렸기에 찌 하나를 잃어버리나보다 했더니 바늘이 뻗으면서 풀려 나왔다. 매사 불여튼튼이라고 처음부터 다시 도래의 아래위의 묶음도 다시하고 새 목줄로 바꾸고는 축광형 참돔바늘을 꺼내 묶었고 수심도 알맞게 줄였다. 다시 공을 들인 시간을 보내면서 시간을 몇 번이나 확인 했는데 어제와 비슷한 시간대에 다가온 큼지막한 놈은 정면이 아니라 우측의 얕은 벽 쪽에서였다. 참, 알 수 없는 물속일이로세....... 또 날이 밝았지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등지고 있으니 시원하게 짐을 꾸릴 수가 있었다. 어제보다 1시간이나 빨리 배가 왔기에 나가면 시원하게 고기 손질을 할 수가 있겠는데 마릿수도 많지 않으니 빨리 끝내고 잠을 잘 수가 있을게다..... 낮은 수면이란, 만재도에 딸린 부속 섬을 지나가면서 오늘밤에는 저곳에서 텐트를 쳐놓고 시원하게 한숨 자볼까? 안통 쪽에서는 참돔을 잡고 앞쪽에서는 큰 농어만을 골라잡다간, 옆에 있는 수에즈 운하를 연결한 것 같은 물속 골에 가면 대빵 큰 우럭들이 줄을 지어서 운하를 통과하는 큰 배들같이 줄줄이 물려서 올라올 것 같은 상상을 해보면서 바람이 약간이라도 있다면 오늘의 낚시장소로 낙점을 찍었다만..... 오늘은 너무 약간 일찍 나왔기에 아줌마도 아침상을 서둘러야했는데 가자미만한 광어가 프라이팬위에서 널을 뛰었는지 온몸이 부서졌고 별다른 반찬도 귀찮기에 다른 반찬이 나오기 전에 반공기의 밥만 먹고는 점심은 일찍 먹어야 간여라도 가볼 수 있겠기에 억지로라도 눈을 감았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낚시의 덫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만재도의 가을 속으로 (태풍이 가로막은 늦은 출발....) (0) 2017.11.08 2017년 만재도의 여름 4. (깊고 푸른 밤의 향연) (0) 2017.08.31 2017년 만재도의 여름 2 (차갑고도 뜨거운 첫날 밤......) (0) 2017.08.29 2017년 만재도의 여름 1. (네 차례의 미룸 끝에 출발~~~) (0) 2017.08.26 5. 가거도를 향한 거침없는 하이킥~! (0) 2017.04.21 관련글 1. 만재도의 가을 속으로 (태풍이 가로막은 늦은 출발....) 2017년 만재도의 여름 4. (깊고 푸른 밤의 향연) 2017년 만재도의 여름 2 (차갑고도 뜨거운 첫날 밤......) 2017년 만재도의 여름 1. (네 차례의 미룸 끝에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