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가 새벽이 되면서 더욱 거세어졌다.
창문을 흔드는 바람 소리, 파도소리.......
(아무래도 늦잠을 자게 생겼군.......)
평상시의 밥 짓는 시간대가 지나도록 아줌마가 꼼짝을 안하기에
오늘은 낚시를 하기가 글러먹은 날이려니.....
또 설핏, 선잠이 들었던가 보다.
압력밥솥의 추가 땔랑~!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여 눈을 떠보니
여섯시가 넘어간다.....
덜렁거리는 추소리가 귀에 익숙하다 했더니 사랑스런 우리 마나님도 저런 소리를 냈었지?
어제는 늦도록 전화를 안 받는 것이 自由夫人이 되어 예술을 즐기러 갔었나?
한 인물 하는 위인인지라 집을 비우면 조금은 걱정이 된다. ^^;;
(여보쇼~~~ 내가 나가 다니는 게 그렇게 걱정이 되면 낚시를 끊어이~~~~~~~)
(얼마든지 집에서 함께 놀아주께이~~~~~~~ 낚시를 끊어봐이~~~~~~ )
‘점점 고기도 잡기가 힘들어 지는데 이 참에 낚시를 접어버릴까?’ -_-;;
날이 밝았어도 아무 소리도 없이 밥만 먹는 민박집 주인내외와 가이드를 보며
함께 수저를 움직이는 손님들도 아무 소리들도 없이 조용하다.......
안달이 난 엄 君이 비명 같은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오늘은 낚시 못 나가나보죠? 뭐야 이게~~~? 멀리까지 와서, 정말로 미치겠네?”
정말 미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런 얼굴로 쳐다보던 아저씨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뭐……. 내가 날씨를 나쁘게 만든 건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고……. ^^;;
주의보를 넘는 날씨지만 주의보는 아니라 객선이 목포에서 출발했다니
이따 배들어 오는 것 보고 도보 포인트라도 가봅시다.........
만조 시간도 늦으니 점심이나 먹고 움직여도 되니까........“
얼마나 걸어가느냐……. 고기는 잘 잡히는 곳이냐…….수심은 어떠냐.…….
쉬지 않고 물어대는 질문에 답하는 아저씨의 점점 작아지는 대답에
절망감을 느낀 엄 君은 방으로 들어가 대자로 누워버렸고
섬 구경이나 하자하니 온몸이 쑤시고 아프고 죽겠단다........
“저런……. 내가 나가서 쓸 만한 칠성판이 있나 구해봐야겠구나?”
산으로 난 들길을 따르다 보니 후박나무 군락지가 보였고
집집마다로 공동으로 물을 공급해주는 물탱크가 후박나무들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저절로 약수로 변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뭍에서라면 정자나 하나 지어놓으면 좋겠구먼.......)
묶여있는 염소 몇 마리를 보니 갑자기 침이 ‘꿀꺽~!’ 넘어가는 것도 이상하지만
재네. 들은 주변에 먹을 만한 풀도 없는데 무얼 먹을 까?
잠시 후에 그 궁금증이 풀렸는데 아줌마가 커다란 자루를 머리에 이고 올라와
염소 앞에 던져 놓는 것이 아닌가?
여러 마리의 염소에게 각자 먹을 것을 주려면 여러 번을 오르내려야할 모양이다…….
“거긴 왜 올라갔소? 점심시간에 늦지 않게 오라고……. 늦으면 밥 없으니께......”
되돌아가는 비탈진 길을 내려가는 아줌마를 보며 다시 산길을 올랐지만
뚫렸다는 자동차길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시원치도 않았던 기상청의 예보만을 믿고 유 선생님을 따라 어느 겨울에 낚시를 왔다가
꼼짝없이 가거도 3구 마을에 갇히고 말았는데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방문 밖을 나갔다간 바다로 날아가 떨어질 지경이었다.
하루는 쉬었지만, 놀면 뭐하나?
걸어서라도 갈만한 곳이 있다면, 아무 곳에다 미끼를 끼운 낚싯바늘만 던지면
춤추는 파도 속에서 뛰놀던 큼지막한 감성돔이 달려들어 물어 주곤 했던
팔십년 대말이었으니 누군가 몇 마리를 낚아 들고 오는 것을 보곤
가만히 놀고 있을 수가 없었기에 간단한 등 가방에 장비와 밑밥 조금을 담아서
꾸려 메고 갈만한 곳을 찾아 나서보기로 했다.
고기를 낚을 욕심에 뒷동산을 넘어 바람이 덜 부는 2구 쪽 물가로 내려가기 위하여
힘든 줄도 모르고 험산 비탈길을 내려가서 두어 마리의 감성돔들을 낚아선,
다시 힘들게 기어 올라와야 했는데 정상에 올라설 쯤에는 잔뜩 몸을 낮추어야만 했던 것이
거센 돌풍에 날아가지는 않는다 쳐도 ‘휘~청~!’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진 일행들이 있었기에
정상에 다가 갈수록 자세를 낮추고, 손으로 바닥을 짚고는 살짝, 머리만 올려서
바람의 세기를 가늠해야만 할 정도로 가거도의 겨울바람은 거세기만 했다.
산 정상을 넘어 다니는 극심한, 사서하는 고생도 사흘이 지나자 시들해졌고
자연산 감성돔회도 맛이 없어졌다......
모두가 헛헛해졌지만 먹을 만한 간식이나 부식은 떨어졌고
민박집에 있는 것은 밥과 김치, 라면, 마른 생선, 된장국.... 짠지 나부랭이......
옆방에 있던 사람이 가거도 에서 가장 큰 마을이 있는 1구를 다녀오겠다고 했다.
1구 마을은 가거도 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다 보니
어설픈 다방이며 작은 구멍가게라도 있는 곳이니 냉동고기라도 있긴 있을 터,
아직 오후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긴 했지만 걸어서 산을 넘어 다녀오려면
어두워서야 돌아 올 수 있을게라고 그때만 해도 귀한 헤드랜턴도 선임자가 챙겨 주었고
제대로 길도 나지 않은 산에는 후박나무군락이 밀림을 연상케 할 정도로 겨울에도 우거져 있었기에
조심해서 다녀오기를 몇 번이나 당부했을까?
짧은 겨울철이 해가 먼, 수평선 아래로 떨어졌고 칠흑천지가 된지도 오래 되었는데
좀처럼 사람은 돌아 올 기미가 없었다........
안달이 난 선임자는 연실 담뱃불을 갈아 붙여대며 마당에 나가서 먼 뒷산을 바라보다가
자정이 넘어가자 소매를 연실 잡아끄는 일행들에게 끌려들어 와서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를 못했다.
애써 좋게 생각하기를, 아마도, 해가졌으니 넘어 오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되어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나 출발해서 돌아올 것이라고 좋게 생각했는데
좀처럼 잠을 이루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자정도 훨씬 지났고, 새벽도 깊어서야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고
그리도 기다리던 사람이 돌아 왔는데, 오자마자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등에 멘 가방에서 얼은 돼지고기 덩어리며 평소에는 하찮아했던
여러 가지 군것질 거리를 쏟아 내었는데 밤길에 헛갈려서 헤매다가 늦었다고 했는데
애를 태웠던 선임자가 참았던 결국은 더운 눈물을 쏟아내는 것을 곁눈으로 본 적이 있었다.
여자들의 세계에서라면 절대로 알 수가 없을 남자들의 세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묵언의 기운이 퍼져 나갔는데 분위기를 돌리려는지 다녀온 사람이 목소리를 높였다...
“자~, 자~! 늦었기에 얼었던 고깃덩이가 등판에서 체온에 어느 정도 녹았을 겁니다.
어차피 내일도 파도가 높아 낚시도 못 나갈 테니 새벽부터, 이슬 한잔해도 이상이 없겠네요....“
모든 사람이 깨어나서 한자리에 모였고 그간의 헛헛증을 돼지고기 몇 점에 날려 버리고
달콤한 과자 몇 개를 더 얹고 늦은 잠자리에 들었으니 낚시라는 취미가 아니라면
결코, 경험해 보지 못할 악취미가 아니었을까?!
산 정상까지 올라가 멀리 찻길을 닦아왔을 흔적을 보다가 시계를 보니 11시..............
다시 돌아 내려가야만 점심밥도 얻어먹을 수가 있을 테고 오후낚시도 할 수가 있겠다.
내려오면서 3구 마을 곳곳을 둘러보니 빈집들이 여럿 있는데
어느 집이 山海님이 장만해 놓은 집일까?
할머니들만 혼자 산다는 집의 댓돌위에는 허름한 신발이 한 켤레씩만 올라있었고
목줄에 매여 있는 강아지와 땔감으로 사용하려는 마른 나무들이 약간씩 있을 뿐,
예전같이 사람이 많았던 때가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예쁘게 지어놓은 집이 하나 있었는데 마당에는 손질한 열기들이
바람에 꾸득하니 몸을 말려가고 있었다.
춥지도 않을까?!
벌거벗은 인어 아가씨가 고양이를 지키면서......... ^^;;
높은 파도를 헤치고 여객선이 들어왔고 종선이 손님을 싣고 왔기에
간단히 짐을 챙겨 내려가니 나이든 부부조사 네 분은
여태껏, 가거 도를 다니면서 멀미를 해보기도 처음이라며
험했던 뱃길에 시달린 몸을 쉬어야겠다며 민박집으로 올라갔고
종선은 원하는 포인트로의 접안은 불가한 날이니 일단은 데려다 주겠지만
민박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산길을 넘어서 가라하곤 작은 배는 1구 쪽으로 가버렸다.
열심히 낚시를 해보았지만 원하는 고기는 구경도 할 수가 없었고
철없는 망상어며 노래미 등살에 부근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들이
먼저 철수를 하는 산비탈을 올라가는 모습이 보면서 엄 君만과 함께
만조시간을 넘기고 해가 지기 전까지 열심히 해보았지만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10분이면 집으로 돌아 갈수가 있다던 선장의 말과는 달리
30분이 지났어도 민박집이 보이지 않았기에 엄 君이 불평을 쏟아냈는데
마당에 들어서서도 그치지 않는 불평에 돌아온, 아줌마의 대답은
젊은 사람이 엄살이 심하다는 통박뿐…….
주의보 때면 걸어가야 하는 좋은 포인트의 다툼이 심할 때에는
아줌마의 부수입이 짭짤하단다.
밑밥 통을 머리에 이어다주며 가까운 곳은 만원…….
조금 더 먼 곳은 만 오천 원…….
등대까지는 이만 냥을 받았다는데 새벽에 일어나 날이 밝기 전까지
너댓번씩 행보를 했다는데 날이 더디 밝으면 몇 번 더, 움직일 수가 있을텐데
날이 밝으면 남은 손님들이 꿈지럭 거리며 가버렸기에 아쉽다는 소리를 했는데
정말 초인적인 체력의 아줌마가 아니었을까?
조기가 대풍인 겨울철에는 손님들에게 아침밥을 먹이고 도시락까지 싸서
들려 보냈으니 1구 마을로 달려가 그물에 걸린 조기를 떼어내면서
투잡, 쓰리잡, 포잡에 정신이 없었으니 밥 짓고, 빨래하고…….
김 뜯어다 말리고, 생선 손질해 말리고, 염소 기르고…….
잠시도 쉬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마징가 제트인들 정비할 시간이 있어야 할 텐데.
아줌마는 쉬는 시간도 없었고 쉴 수도 없었고 쉬려고 하지도 않았으니
정말, 억척스러운 섬 아낙네의 삶은, 콩밭을 매면서 베적삼이 흠뻑 적신다는
칠갑산의 아낙네로서는 절대로 발끝도 따라 올수 가 없을게다.......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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