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가 전혀 맞지를 않는다…….
악몽에 시달리는지, 고기를 못 낚아서 분했는지,
엄군의 끙끙대는 신음소리와 낚싯바늘에 걸려 올라온 것이 분한, 복어같이
빠드득~! 하니 이빨을 갈아대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깨다보니
창밖에서 들리는 파도소리,
바람소리가 심상치가 않다.
비교적 정확하다는 유료일기예보에는 이상이 없다했는데
분명 우리 땅, 우리 섬, 우리의 바다인 이곳은 그렇지가 않다.
웃풍이 거센지 코끝이 싸늘하기에 자꾸만 이불을 머리끝까지 잡아 당기다보니
숨쉬기가 거북하다.
우리가 차지한 이 방은 여름철에나 좋을, 창문 두개가 달린 방이었다.
"예기랄~!!!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군........"
잠시 후에 잠이 깬 엄군이 날이 밝지도 않았는데 채비부터 한다.
오늘은 민박집 손님들 중에는 두 번째 순서로 나가는 날이라니 바쁠 것이 없겠다만
주의보 상황같이 파도가 높은 탓인지 1구에서 출발했을 첫 번째 배도 오지를 않았다.
'올수나 있을까?'
박명(薄明) 시간이 지나서야 첫 번째 배가 나타났는데 바이킹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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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薄明)이란 천문학적으로 해 뜨기 전이나 해가 진후의 하늘이
어느 정도 밝은 시간을 의미하는 해가 진 후 부터
저녁 박명 시각 전 까지를 "저녁" 이라고 하고,
아침 박명 시각 이후에서 해 뜰 때까지를 "새벽"이라고 부른다.
박명은 천문박명, 항해박명, 시민박명으로 나뉘며
천문박명은 먼 하늘이 어스름하게 밝아지나 지상은 아직 어두운 때,
항해박명은 바다에서 배를 서로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밝기,
시민박명은 해가 아직 떠오르지 않았으나(또는 해가 졌으나) 활동하는데
큰 지장이 없는 얼굴을 구별할 수 있는 정도로 밝아진 시각으로
해가 지고 뜨기 전인 약 24분 전후 시각을 의미한다.
천문학적으로 계절에 따라 밝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겠지만
실제로 계절에 따라, 혹은 날짜에 따라 같은 시각에 밝기가 다를 수 있는
습기나 먼지가 많은 봄철과, 청명한 가을철, 구름 낀 날 비 오는 날은 서로 다르기에
계절에 따른 박명일 때의 광선의 양은 그 날의 구름, 비, 안개, 수증기, 먼지에 따라
달라지질 수 있고 장소 (위도, 경도)에 따라 달라진다.
박명 시각 이후 (아침), 또는 이전 (저녁) 시간의 주위의 밝기는 일기조건이나
주위 환경이 좌우하는데 아주 맑은 날 저녁시간 보다 구름 낀 저녁시간이 훨씬 어둡다.
박명시간은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하지만
낚시인들도 알아두면 도움이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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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의 팀들이 배를 타고 먼저 출발을 했지만
파도에 푹, 파묻혀 버리는 것이 위태롭게만 보였다.
'제대로 파도를 헤치지도 못하는 것이 저러다가 가라앉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고 있자니 우리가 타고 갈 배가 온 다해도
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 정도로 파도가 높기 만하다.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반대방향에서 타고 갈 배가 나타났는데
파도가 높다보니 2구 쪽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잠시 망설이며 바다를 보니 갑자기 잔잔해진 것도 같고 배도 조금 더 크니
올라타긴 했으나 물이라도 뒤집어쓰지 않을까?
약간의 시간차로 파도가 잔잔해 졌으니 이상하기도하다.
바람이 거세니 의지가 될 만한 곳을 찾아야겠는데
선장은 어제의 자리에 또 내리겠냐고 물어온다.
어제 고기를 잡았다고 그 자리에서 또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보장이 어디 있을까?
안 내리겠다면 다른 사람을 내려주겠다지만 파도가 높아 접안도 할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등대를 돌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홈통 쪽으로 자리를 잡았고
멀리 떨어진 간출 여와 수중 여가 있는 곳을 느지막한 만조시간대까지
기다렸다가 공략하기로 했기에 잠시 쉬어 보기로 했지만
마음이 조급한 엄 君은 쉽게 대를 놓지를 않는다.
“이 죽으면 썩어질 넘아~~~~!!
물도 안가고 잔뜩 줄어있는 발밑에서 어떤 정신 나간 고기가 잡힌다고…….
차라리 힘껏 멀리 던져서 쥐라도 잡아보렴?” -,,-
“폼이나 잡아봐라~~~~ 사진이나 찍어 줄께이~~~~ ^^ ”
마땅한 자리가 없었는지 먼저 나갔던 배의 손님이 바람을 피해 왔다며
부근에 함께 하기를 청했고 버너에 불을 댕기더니 따뜻한 커피를 가지고 왔다.
이르게 도시락을 갖고 오나 했던 배가 나타나 물이 흐르는 자리로 옮겨보잔다.
(아니? 절반 넘게 쏟아 부은 밑밥은 어쩌고???? ㅠㅠ;; )
들물 시간을 제대로 못보고 철수하는 팀의 자리가 비었단다.
검은 여 쪽의 바람도 안타고 양지바른 곳으로 그제도 고기를 잡은 자리라니
또 한 번 종잇장 같은 당나귀 귀로 만들어 볼까? ^^;;
검은 여의 서쪽 홈통은 아늑하고 물 흐름이 좋으니 기대해볼만했다.
바늘이 바닥에 걸렸는지 엄 君이 싱갱이를 하다가 찌를 떨구었고
뜰채로 떠내려다가 프레임이 쑥~! 빠지더니 모두,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
“이것아~?! 고기 떠내려다 그랬다면 고기도 잃고 뜰채도 잃고
잘 점검이나 해서 다녀야지..... 원,
뜰채가 없으니 너는 내일부터 혼자 내리지도 못하겠네?”
한참을 놀려 먹고서는 아직 시간이 넉넉하니 한국인의 힘~! 밥부터 먹고 시작하자~! ^^
계란부침이 하나 얹어져 있는 것을 본 엄 君이 서둘러 자기 도시락을 펼쳐보고
안도의 숨을 쉰다.
“왜 그러니???”
“어쩐지 내 도시락에는 계란부침이 빠졌을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괴망측한 놈이네........ 계란부침에 목숨을 걸 놈이군....... -_-;;)
“내 것도 주련? 두 개 다 먹지?”
(하나면 된다며 돌아앉으니 더 별난 놈 일세????)
계란 부침 탓이었을까?
식사를 끝낸 엄 君이 먼저 한 마리를 걸더니만 뜰채도 던져주고 밑밥까지 뿌려달란다.
(그래 너 혼자 다해라~~ 북도 치고 장구도 치고 아예, 춤도 추려무나.......)
밑밥찌꺼기가 말라붙은 지저분한 밑밥통 하나를 비워서는
물을 길어 붓고 고기를 넣더니만 낚시를 하는 틈틈이 들여다보는 것이
아무리 첫 번째 잡은 고기라지만 너무 사랑이 진한 것 같다.
크지도 않은 고기들로 몇 마리를 잡았는데 다른 곳에서는 한 마리도 잡지를 못했다니
우리가 내린 곳만이 유일하게 고기가 잡힌 오늘의 특급 포인트가 되어 버렸다.
민박집에 있던 많지도 않은 사람 중에서 절반 이상이 철수를 하게 되었는데
저리도 파도가 높으니 진도까지 가려면 고생이 보통이 아니겠다.
민박집에 남은 손님 다섯 명이 먹기에도 시원치 않을
자잘한 놈들 몇 마리뿐이라, 쿨러에 담겨 있던 삼겹살 몇 근이
회를 대신하여 저녁상에 올라왔고 삼일밖에 안되었는데
육 고기가 그리웠다는 엄 君은 채 익지도 않은 고깃점들을
제대로 씹지도 않고 꿀떡, 꿀떡 잘도 넘긴다.........
(그래 잘 먹고 오늘 밤에는 이빨이나 갈지 말아 다고...........)
술자리도 일찍 끝이 났고,
일찍 잠이 들기에는 이른 저녁이다 보니 시원한, 밤바람이나 쐬볼까나?!
밖으로 나가보니 제 몸을 말려가는 반찬고기들 옆에서 아줌마는 금년에 처음 뜯었다는 돌김을 만지고 있었다…….
“이런 김 먹어봤수???? 이런 돌김은 가거도 밖엔 없는 거여~~~”
“만재 도나 태도에도 똑같은 돌김이 있는데.........요?”
“만재도 에도 돌김이 있다고???????
하긴, 조금만 가면 만재 도니까 거기도 돌김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근데 만재 도를 가봤단말여? 왜? 뭣 하러~?? 몇 번이나???? “
“만재 도나 태도에 가보았으니 돌김이 있는 것도 알고
당연히, 낚시를 하러 갔고, 만재도만도 백번도 넘게 갔을걸요?“
“??????? 오~~옹~! 고기 잡으러???!!! 난, 한 번도 못가봤당께.......
만재 도는 많이 갔구마.......가거 도는 머니까 처음 오셨고????!”
“처음은 아니고……. 1구 쪽을 주로 다녔고 예전에 이 집도 몇 번 왔었지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내가 보통 머리가 좋은 게 아니거든?
봐~!! 내 곱슬머리……. 파마해도 오래가게 뻑신데......“
“이번에 내가 젊은 사람과 함께 왔듯이 그 때는 안내자가 있어 그 분을 따라왔었지요!!”
“누구와 함께 오셨었을까????”
“유주방님이라고 추자에 계시다 돌아가셨지요........”
“ 아~~~~~~!!! 유주방님~?! 그분을 어찌 아신 다요??????? ”
“글쎄요? 1985년도에 그 분이 가거도 라는 좋은 섬이 있다고 해서 따라왔었지요....”
“ 아, 그러셨구나? 어쩐지 뵌 것도 같고.... "
유주방님의 제자가 오셨다며 아줌마와, 민박집 주인, 선장들의 태도가 공손해졌는데
그 정도로 유명한 분이었다는 걸 예전엔 몰랐었으니. 아둔하기도 해라....ㅜㅜ
*유주방님은 가거도외에도 여러 원도권의 개척자로
독도에서 최초로 낚시를 해본 몇 안 되는 낚시인으로
바다낚시를 즐겼던 영화배우 최무룡씨와 함께 바다낚시 1세대인 천지회 멤버인데
아마 요즘에는 개도 물고 다닐정도로 흔해빠진 낚시프로라면 7세대 급 정도일 것이다.
유 선생님이 외지에 가거도의 존재를 알리고 포인트를 개척한 공으로
오늘날의 가거도가 있게 되었고 섬사람들이 밥술이나 먹게 되었다고 생각들을 하기에
유주방님이 가거 도를 방문한다는 연락이 오면 가거도의 주민들이
모두 배터로 나와서 맞이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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