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은 출발 순번이 가장 빠른 날!
일찍 나서라고 보채는 아줌마의 호통소리…….
가고도 3구의 모퉁이를 돌아서면 나타나는 첫 번째 포인트에 내리기로
가이드를 맡은 진도 OK낚시점의 성총무에게 전날 밤에 일러두었었는데
엔진이 깨져라고 한껏, 속도를 높인 배는 자리를 지나쳐선 어디론가 달려간다.
“달려~!! 달려~~!!”
“넙데기, 찍었어~~~~~~~~!!!!!!”
“한 사람만 얼른, 내리고 또 오동 여로 달려이~~~~~~~~~!!!”
1구에서 10분 늦게 출발한 가거 도에서 가장 크고 빠르다는
시커먼 배가 달려왔지만 쏜살같이 달려 왔지만
간발의 차이로 넙데데한 넙데기 포인트와 오동 여를 놓치게 되자
무언가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마이크를 통하여 신음소리처럼 흘러나왔고
분한 듯, 그르렁대는 엔진소리를 남기고 국흘도 쪽으로 사라졌다.
또 다시 되돌아서 나와 엄군을 내려주었지만
사람만 내려주고 짐은 아니 내려주고는 또 급히 어디론가 달려갔다.
( 머나먼 원도 권에서도 포인트 차지하기가 이리도 어렵다니.........)
침만 발라 두었던 어느 포인트들을 돌면서 일행도 덧내려주고 짐도 내려 주었는지
다시, 배가 천천히 돌아와 낚시가방과 밑밥 통을 내려 주었기에
느지막이 낚시를 시작한 시간이 오전 9시를 넘었다.....
예전에 내려 본적이 있었기에 생소하지는 않은 자리다.
(그래....... 어딜 가겠니?....... )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물려 나오기 시작하는 반갑지도 않은 노래미들이
큼지막한 깐 새우를 물고 나왔고, 몸뚱이를 만져보니 그리 차지 않으니
기대를 걸어볼만 하겠다…….
물살이 흘러가는 데로 집중한지 두어 시간 만에 천운이 닿았는지 노력의 결과인지
멀리 흘러간 찌가 잠겨드는 것이 보였는데
첫 고기를 떨구어서 엄 君이 혀를 내미는 꼴을 안 보려고
한 템포 더 늦춰가며 대를 세웠는데 제법 저항이 강렬하다!!
“걸었어요~~?? 빨리 밑밥이나 좀 주시지~~~~~~ ^^;;”
마음이 급해진 엄군이 뜰채를 건네줄 생각도 안하고 바삐 손을 놀리기 시작했는데
너무 바닥을 긁어대다가 채비를 잃어버린 모양이다....
뜰채가 뒤에 있으니 고기도 알아서 직접, 떠내고 밑밥이나 듬뿍 넣으라고
손짓을 하며 재촉 한다..........
(저 녀석과 내가 왜 같이 내렸는지 모르겠구나........ -_-;; )
물 흐름이 빠르니 뜰채 질이 쉽지가 않은 것이
고기를 떠 본지가 오래되어 뜰망의 모양이 쪼그라질 데로 쪼그라져서
똘똘, 말려까지 있었으니 두어 번의 헛손질.....
떠내고 보니 그래도 50cm 가 넘는 준수한 크기다.
먹성이 시원치 않았는지 입술 안쪽에 바늘이 걸린 것이
좀 더 깊이 삼키게 하려고 한 템포 늦은 챔질이 다행이었는데
조금만 빨리 낚아챘다면 못 낚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하니
어째 좀, 오~시~시~ 한 걸? ^^;;
사리 때니 물도 잘 가겠다. 생각했는데 웬걸?
물방향이 제멋대로다. 물방향이 계속 이어져
수중 여가 있는 쪽으로 흘러주었다면
또 한 번의 cross hit 를 기대할 수 있었겠건만
원하는 방향으로의 흐름은 끝이 났고 반대방향으로 흐르는가 했더니
이제는 아예 먼 바다로 흘러 나간다.
왜 이리 세상은 이상하게 변해 가는지 별스런 기법이 다양하게 개발되며
찌의 형태도……. 채비도 복잡스럽게 바뀌어간다.
전 유동을 익히고 나니 무엇을 물속에 처박으려는지
찌를 잠수시키지를 않나,
전층을 훑다보면 무슨 고기든지 잡을 수 있다며
가슴속을 긁어대는 기법도 나왔던데 이상한 유행을
따라하지 않으면 고기를 못 잡는 것이 아닐까?
귀도 얇아지고 종이가슴, 새가슴이 되어 가는지
아낙네들 구두 뒷굽 같은 부속품도 한두 개 주워들었더니
이번에는 찌 구멍이 휑하게~!하니 커다란 것이 실 꿰기에는 편리한 찌도 나왔고
우주선의 부속품일까, 요상한 것들이 즐비하다........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찾아서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욕을 몇 사발 퍼붓고 나니
그런 대로 이해가 가기 시작하니 역시, 욕은 하고봐야해~~~~~~ ^^;;
만재도의 낚시 형태도 조금씩 바뀌어가니 가거 도라고 안 바뀌겠나?
물이 흘러가는 데로 바닥을 훑어보기로 하고 채비를 바꾸어 보았다.
역시 노래미가 먼저 덤벼든다.
제법 멀리 흘려보냈다 싶은 찌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싶어
슬며시 낚아채 보니 무엇이 달린 것 같은데 영~~ 닿는 감각이 시원하지가 않다.
그런데,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크다 싶은 바늘에 낀 큼지막한 깐 새우에 이런 놈이 달려 나오다니????? -_-;;;
작은 크기의 감성돔 한 마리를 더 보태고서 하루의 물정이 끝났는데
아침부터 힘들여 차지한 다른 곳에서는 한 마리의 소득도 없었다니
예수님의 오병이어의 기적같이 오늘은 두 마리의 고기로
민박집의 모든 사람의 침을 삼키게 할 수 밖에.......
남은 시간 동안은 물 고인 웅덩이에 구멍찌를 던져 놓고 눈 장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했고,
새벽부터 힘들여 차지한 넙데기와 오동 여에서는
잡고기 한 마리 구경을 못했다니 유명 포인트가 이름값도 못한 날이었다.
무거운 짐덩이들은 케이블카로 올리고, 엄군이 내 낚시가방까지 둘러메고 올라가니
맨몸으로 편하게 민박집으로 가는 계단을 힘차게 또, 딛어본다만
힘들다, 힘들어~~~~~~~ ㅜㅜ
아줌마가 1구마을을 다녀왔는지 손질한 열기가 큰, 물통에 담겨 있었는데
누가 말려달라고 했을까?
넙데데하고 체고가 높아서인지 제법 살점이 많이 나온
두 마리의 감성돔으로 둘러앉은 이들의 술잔을 높이 쳐들게 했으니
어제의 빚잔치는 충분히 한 셈이다 ^^;;
두 마리의 감성돔과 다른 사람들이 낚은 잡고기로 십 여명의 배가 그런데로 채워지면서
저녁밥상이 물려졌고, 커피 한잔과, 잠시 육지의 소식이 전해져 오는 TV 시청, 잠간,
오늘밤도 엄 君의 신음소리 같은 잠꼬대와 복어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지
이를 갈아대는 끔찍한 소리에 편한 잠을 잘 수나 있을는지........
눈이 시리게 파란하늘과 시원스레 부서지는 파도와 어우러진 오늘 하루...
오늘도 하얗게 부서진 파도에 묻혀 하루를 보냈다
거대한 자연 앞에 한낮 점에 불과한 한참 작은 모습으로 바닷가를 맴돌았다.
끝도 없을 것 같은 넓은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노라면
세상근심을 다 잊고 있는 것 같았다
파도가 쓸어가고…….
갈매기가 물어가고…….
우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바다를 떠나서는 살 수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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