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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2. 아듀~! 2014년, 만재도 2. (When will I see you again)

by 찌매듭 2014. 12. 29.
아듀~! 2014년, 만재도 2. (When will I see you again)

이슬을 약간 과하게 맞으면 잠이 일찍 깨는 버릇이 있다 보니 새벽 두시 경에 잠이 깨었다. 어선 한척이 안쪽까지 들어온 것을 보니 밤사이에 약간 바람이 거세어졌나보다……. 배를 타고 부속 섬으로 가면 오전낚시도 힘들 것 같으니 다시 한 번 산을 넘어가자는 민박집 아저씨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렸다……. 산을 넘어 가야만 하는 어제의 낚시자리는 도보 포인트가 많지 않은 만재도 에서도 유일한 초특급 포인트로 만재도민에게 우선순위가 있는 곳으로 감성돔 낚시터로 알려지기는 20년 전쯤이었다. 섬 주민에게는 낚시가 아닌 농어그물을 치는 장소로만 알고 있던 곳이었는데 그물을 쳐놓고 돌덩이를 물에 던져 안에 있는 고기들을 놀래키어 몰아낸 후 그물을 들어보니 감성돔이 몇 마리씩 걸려 있곤 하여 고기가 다가오는 장소로 알게 되어 외지인에게 배운 감성돔 찌낚시를 해보게 된 것이 시작이었고 섬사람들만이 걸어와서 낚시를 하는 장소로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주로 발전소에 근무하던 젊은 축에 드는 섬사람들이 비번인 날에는 교대로 낚시를 하게 된 곳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어느 날은 그곳으로 배를 타고 가서 자리를 잡고는 낚시를 막, 시작하였는데 어떤 사람하나가 산을 넘어와서는 섬사람만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인데 외지사람들이 낚시를 한다며 비켜달라고 볼멘소리를 하기에 같이 한 일행이 호통을 질러댔다~!!! “아니? 이 자리에 이름표를 써놨어? 허가를 내놨어? 네 자리 내자리가 어디 있냐고? 아무 놈이나 먼저 하면 임자지~! 안 그래? 이리와 보셔~! 그렇게 물속이 좋으면 내가 물속으로 밀어 넣어줄께~!!!! 물속으로 들어가서 고기를 잡던지 말든지“ 희성(稀性)이라 기억이 나는데 옥(玉) 씨라고 했었나? 위대한 탄생인지, 목소린지, 그룹사운드를 하는 사람이라기에 목청이 유달리 컷던가 보다……. 험악한 기세에 눌린 섬사람이 옆자리로 멀찌감치 물러가서 잠시 낚시를 하는 것 같더니 어느새 산을 넘어가 버렸기에 잊고 말았는데 섬에서는 작은 소동이 일었었나보다……. 발전소에 근무하는 사람이 근무가 없는 날이면 산을 넘어와 잡은 고기를 팔기도 한다는데 선비(船費) 때문에라도 배를 탈 수가 없었던 섬사람이 다리품을 팔아서 낚시를 하는 자리에서 외지인이 낚시를 하면 안 된다고 합의를 봤다며 다음부터는 배로 손님을 태워다 주어서도 안된다고 한다. 가끔, 외지인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하고 있으면 섬사람들이 가서 말없이 끼어들어서 낚시를 하면 되어도 섬사람들이 먼저 낚시를 하고 있으면 외지인들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데 특별히 현지인의 안내가 있다면 함께, 낚시를 해도 된다니 천 씨, 아저씨가 만재도를 간다면 참고를 해야 할게다.... 뭐, 탐라에서는 현지인을 끼어야만 부동산 구입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낚시자리에서도 별 따고 구름 잡는 이야기가 있다니, 원, 믿거나말거나……. -,,- 날이 살짝, 궂기 시작하니 옆집 사람들도 산을 넘어 올지 모르겠기에 서둘러야 한다며 어서 더, 자두라고 아저씨가 불을 껐기에 억지 잠을 청하다가 일찍 잠이 깨어,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간식거리만 챙겨들고 손전등을 켜들고 산을 넘어 물가에 도착하니 날이 밝기 전이었다. 한 시간쯤 후에는 선장의 작은 아들이 아침도시락을 챙겨들고 산을 넘어 와서는 아침식사를 하시라고 펼쳐놓았지만 아직 한 마리도 잡지 못하기도 했지만, 뭍에서라면 아침밥을 먹을 시간도 아니었다. 어제와는 달리 수온이 차갑기도 했고 점차 바람이 거세어지며 파도가 발목까지 올라오는 것이 아무래도 고기 얼굴보기가 힘들 것 같다……. 어제는 수 십 마리……. 오늘은 비늘 꽁뎅이 하나 보기도 힘들다니....... 그만 물러나는 것이 현명하겠기에 짐을 꾸려 높은 곳에서 잠간 쉬었는데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선장의 아들은 물가를 맴돌고 있었다....... 한참을 산 정상에 앉아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물을 따라 마시고 쵸코릿이라는 시꺼먼 것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는 간식거리 과자봉지를 뜯어 우물거리다보니 그제서야 바다가 돌변했다는 이상한 기미를 알아챈 선장의 아들이 올라왔기에 건너편의 도보 포인트로 가보기로 했다. 현명한 섬의 할머니들이 바람에 손수레가 밀려 갈까보아 자루에 돌덩이를 담아 줄을 지어 세워 놓았는데 오랜 경험에서 터득했겠지만 바람 냄새만 맡고도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를 아는가보다......... 만재도의 만리장성 같은 건너편으로 가는 계단을 몇 구비 돌아야했는데 예전에 가라지라는 팔뚝만한 고기가 많이 잡히던 호황기 때 만들어 놓은 계단이다. 흑산도의 어민들이 만재도의 고기를 탐하여 떼거리로 몰려 왔다가 순진한 만재도 사람들과 어울리며 노름과 술자리까지 못된 것만 전해주었고 자주 다툼이 일어나곤 하자 마을에서 거리를 두기로 하여 건너편의 제한된 지역에서만 흑산도 어민들을 거주하라고 정해 주었고 자갈밭에 줄을 드리워놓고는 오가지 못하도록 했다는데 흑산도의 어민들이 텐트촌을 형성해 놓고는 색시 촌까지 운영하는 작태에 까지 이르렀다는데 얼마 후에 그 많던 고기들이 갑자기 종적을 감추자 흑산도의 어민들도 떠나게 되었다는데 그때의 흔적으로 수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 시멘트 계단이며 녹슬고 삭아서 가느다랗게 형체만 남아있는 배를 묶었던 쇠파이프 등이 보였다. 지금도 간혹, 그물에 걸려드는 가라지가 한 마리씩 있었는데 어느 날, 노선장이 들고 와서 할머니의 반찬거리로 놓고 가는 것을 보았는데 커다란 슈퍼 급의 전갱이였다……. 건너편의 방파제 너머에 있는 가보기로 했던 곳을 이미 옆집 손님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새벽에 산 너머에 있는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되자 그 자리로 갔을 테니 이번에는 우리가 갈 곳이 없게 되었다. 추자에서라면 이런 날, 대환영을 받을만한 곳이 여럿 보였지만 만재도 에서는 아니었는지 손이 시리어 호~, 호~! 불어가며 버텨 보았지만 별다른 이변은 일어나질 않았고 앞쪽 사람들도 돌아오기 시작했기에 그들의 빈 바구니를 보며 뒤따라 돌아올밖에……. 오래도록 만재도를 다녔다는 한 사람만이 40센티 급의 감성돔을 한 마리 낚았기에 회맛은 보게 되었다고 구시렁거렸다....... 어느 가을엔가 안쪽의 홈진 곳에서 신발짝만한 큰 볼락들이 덤벼들어 재미를 보기도 했던 곳을 한참이나 바라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여름도……. 가을도 아닌, 겨울이니 아무, 의미가 없구나……. 마을 쉼터에 학교에서나 씀직한 종이 달려 있어 무슨 종인가 했더니 만재초등학교가 폐교가 되었기에 기념으로 떼어다가 매달아놓았단다. 민박집 아저씨가 14회 졸업생, 아저씨의 꼬드김에 넘어간 아줌마가 20회, 선장의 아들이 36회……. 그때의 생각이 나는지 한번 울려 보았는데 아직도 청명한 소리에 사람들이 몰려 들 것 같아 두 번을 두들겨 보곤, 줄을 놓았다.……. 아침은 걸렀고, 점심밥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며 아줌마가 두 끼니분의 많은 밥을 퍼주었다. 꼬들꼬들하게 말린 감성돔 찜에 곰국이 나왔고……. 추자를 한창 다닐 적에는 감생이 곰국을 많이도 먹었는데……. 먹고 싶어 먹은 것이 아니라 반강제로 먹었던 것 같다...... 추자에서야 전날 손님들이 감성돔을 많이 잡아오면 올수록 좋아하는 것이 회를 떠먹고 남은 뼈와 머리를 추려서 다음날 아침에 국으로 내어주면 잔소리도 못하고 먹어야했다. 잡아온 사람은 제가 잡은 것이니 말을 못하고 못 잡은 사람은 못 잡아 왔으니 주는 대로 먹어야했고 내주는 입장에서는 반찬걱정도 덜고 아침, 국장만 걱정도 덜 수가 있었으니 닭 국물 같다며 내주었는데, 주니까 할 수 없이 먹은 거지, 그다지 맛있다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골목과 아랫집에서는 한창 방송거리를 만드노라 하루 종일,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는데 연예인 몇을 데려다가 하루에 세 끼니의 밥을 해먹는 내용이었다. 넘겨다보니 솥단지도 걸어놓고 냄비도 꺼내놓고 칼질이며 도마소리까지 울려대지만 수수밭도 없는 만재도 에서는 어떤 내용으로 꺼리를 만들어댈까? 닭장도 보이고 닭도 몇 마리 보였는데, 만재도에 무슨 닭????? 만재도 사람들이라고 매일같이 생선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오래전에, 섬마을 공동으로 돼지와 닭을 길러 보았단다. 돼지에게 먹일 사료야 포대로 사다놓고 먹이면 되겠지만 문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먹는 만큼 내놓는 똥이 문제였다. 농토가 있다면 거름으로라도 사용해 보겠는데 손바닥만 한 밭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썩히지도 않은 생똥을 거름으로 쓸 수도 없고……. 그대로 놔두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오염이 될게고……. 똥을 덜 싸게 하려고 돼지 사료를 적게 주니 배고프다 울부짖고……. 살도 못 찌울 날씬한 돼지라면 안 기르니 만, 못했기에 돼지사육을 포기하고 말았다……. 닭들은 그대로 방생을 하다 보니 대부분이 산고양이에게 잡혀 먹혔고 날쌘 돌이 닭 몇 마리만 살아남아 인가(人家)에 기대어 살게 되었기에 그냥, 애완용으로 놔두었던 것이 여섯 마리였었던가? 1999년, 강남땅에 낚시점이 하나 생겼기에 흔한 골프샾 비슷한 것이 생겼는가, 호기심이 생긴 강남 손님들이 하나둘 기웃거리다가 딴에는 멋있게도 보이고, 알록달록하니, 예쁘게도 생긴, 찌며 릴이며 골프가방 비슷한 낚시가방을 처음 본 모양인데 골프공보다 더 비싼, 찌라는 것과 낚시 줄을 감아 들인다는 릴이라는 기계하며, 몇 푼 안하는 줄만 알았던 골프채보다 더 비싼 낚싯대를 만지작거리다가 낚시점 총무의 꼬임에 빠져 구입을 하게 되었는데, 이 손님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낚시를 가서 손맛이며 눈 맛이며 입맛까지 보여주긴 해야겠는데 완도나 여수 같은 곳으로 데려가서는 고기구경은 커녕, 팔아먹은 고가의 물품들을 반품 받아야할 판인지라 마땅한 곳을 찾아야했다……. 한때, 어지간한 낚시꾼이라면 한두 번쯤이라도 타고는 진도의 팽목항에서 추자며, 맹골이며 이미 만재도 까지도 다녔던 ‘남해 2호’의 선주였던 12미터짜리 그라스롯드 장대를 한손으로 휘두르는 괴력을 지닌 ‘이종철’ 이란 꾼이 지나가다가 낚시점의 간판을 보고 들어섰고, 상당한 낚시 경력을 지닌 김 씨며, 지금의 낚시프로들의 몇 대나 선배 사부 급이 될 몇몇 꾼들이 지나치는 길에 들러 보고는 답답한 마음에 낚시점의 자문을 맡게 되었는데 이때 추천한 곳이 가거도와 추자도였다. 그때만 해도 고기가 지천이었던 맹골도나 태도, 만재도도 있었으나 숙식이며 교통이 불편한 곳이라 제쳐놓고는 우선, 낚시점의 총무를 데리고 가거도로 안내 겸 고강도 트레이닝을 위한 급한 출조를 시작했는데 가거도에서 나오는 길에 들른 곳이 만재도 였다……. 얼치기 강남낚시점의 신참 총무가 제대로 된 원도권 낚시상식도 없이 길만 대충 알아놓고는 겨울에 만재도를 갔다가 주의보로 열흘쯤 갇히게 되었는데 섬마을에도 먹을 만한 부식이 모두 떨어져, 깡통 통조림 하나, 라면 한 봉지도 없었는데 밥과 김치 쪽에 마른생선 몇 점만 있으면 몇 달이라도 끄떡없는 섬사람들과 달리, 강남땅 근처에서 온갖 호사스런 음식 냄새를 맡던 사람들이다 보니 식인종 눈빛으로 변하였기에 돌아다니던 닭을 보자 그때 돈으로 만원씩인가를 지불하고 몽땅 잡아먹어버렸기에 이미, 15년 전에 만재도의 닭이 멸종하고 말았기에 방송용으로 가져온 것을 모르고 만재도에 어찌 닭이 남아있을까? 의아했었으니……. 해수(海水)를 담수(淡水)로 만드는 장치가 들어섰기에 오늘날까지 만재도가 존재할 수 있었던, 생명줄 이었던 우물도 콘크리트로 매립하여 흔적조차 없어져버렸고 만재도 라고 굳이 알릴 필요도 없겠건만 쓸데없는 돌덩어리까지 물가에 세워졌는데 민박집 아저씨는 유래의 기재가 잘못되었다며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대충 적어놓고 역사를 왜곡 한다고 불만이다……. 내일 아침에도 배가 움직일 수가 없다면, 걸어가서라도 낚시를 할 만한 곳이 있을까,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보았지만 북서풍에 마땅히 갈 곳이 없을게다……. 험한 산길을 몇 번 넘어 다니다보니 낚시용 장화의 밑창 한쪽이 어디로 떨어져 나갔으니 참, 난감하다........ 늦게 먹었던 점심밥이 아직, 소화도 안됐는데 끼니때가 되면 먹어야한다며 저녁밥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식사 전의 에피타이져로 전복과 말린 학공치 튀김이 나왔으니 이슬 병을 또, 안 찾을 수가 없구나……. ^^;; 아줌마가 손바닥만 한 텃밭에 고이 모셔 두었던 싱싱한 배추며, 도톰한 껍질이 붙은 수육도 내주면서 고기도 못 잡고 고생했다며 실컷 먹고 마시다가 좋은 꿈이나 꾸라고 진심이 담긴 웃음을 보내왔다……. (어디를 가나, 이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니,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