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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1. 아듀~! 2014년, 만재도 (설국(雪國)으로의 출발)

by 찌매듭 2014. 12. 29.


어느새 또 겨울이다. 
개인적으로는 추운 겨울이 탐탁치가 않은 것이 그것도 낚시 탓이다…….
여름철에 밤낚시를 하노라면 온갖 어종을 만날 수가 있고 
전지 찌나 케미 라이트를 달아놓고 밤을 꼬박 새우는 낚시 시간이 
제법 길수록 좋다보니 어느 특정의 한 가지 어종만 고집하고
낚시시간도 짧고, 사람들도 붐비는 겨울철 낚시는 아쉽고 번거롭기도 하다.
누군가는 겨울이 오기를 기다리기도 하겠지만 여름, 가을시즌을 끝낸 나에게는 
겨울은 벌써 한참 전에 찾아왔다. 또 몇 달을 버텨야만 파란물색을 볼 수가 있을는지…….
속내의도 꺼내 입고 두툼한 옷이 걸린 옷걸이에 손을 뻗쳐 보면서 
이번 겨울이 춥고도 오랫동안 지속될까 걱정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따뜻한 것이 좋아지는지 목욕탕에 가면 발만 담그고 들어가 보지도 않던 
더운 물속에 몸도 담그게 되었고 찜질방에도 가서 반나절쯤 놀다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니 재작년이 다르고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다른 것 같다.
커피 두 잔이면 온밤을 하얗게 지새울 수 있는 체질이다 보니 너댓새쯤 
밤을 새워가며 낚시를 하는 것이 일도 아니었는데, 점점 세 밤, 두 밤새우기가 
꾀가 나는 것이 무슨 전조인지 모르겠다.
금년 여름에도 만재도로 복중(伏中) 낚시를 다녀왔었고 
몹쓸 날씨에 휘둘려서 제대로 낚시를 해보지도 못한 가을낚시도 다녀왔는데 
해마다 연중행사가 되어버린 겨울철 낚시도 가 보아야 할 터이다.
12월초의 조금물때에 맞추어 만재도를 다녀오려고 했지만 
세찬바람이 만들어낸 파도가 길을 막았기에 중순까지 넘기게 되었다.
겨울이란 것이 이렇게 잊지 않고 해마다 매번 찾아와서 
나이를 먹게 하는 신호로 그려지는 지점에 있다. 



아랫녘에는 큰 눈이 내렸다기에 길이 미끄러울까 염려되어 어두워지기 전에 
목적지 부근까지라도 가야겠다고 길을 나섰는데 세상에나~! 
서울에서 군산휴게소까지, 구름 한 점, 없는 서슬 퍼런 코발트빛 하늘이라니~?!
이대로라면 분명히 목포의 하늘까지도 구름 한 점이 없을게다…….
눈이 잔뜩 쌓인 휴게소에 들러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나무를 보면서 
두어 곳의 예식장과 송년모임이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기에 대신 인사를 전하고 
새해의 모임에서 벌주를 들겠다고 연락을 하면서 그 파란 하늘빛과 
하얀 눈이 대조되는 풍경에 약간 무거웠던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목포에는 거의 60년 만에 폭설이 내렸기에 평생 처음 보는 눈 구경이라는데 
눈이 내린 다해도 바로 녹아버리는 곳이었기에 제대로 된 제설장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보니 도시전체가 눈 속에 파묻혀버렸다.
중심도로에도 눈이 그대로 쌓여있었고 녹은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이 되었기에 
초저녁이었지만 상점들이 전부 문을 닫아버려 매콤한 낙지덮밥을 먹어야겠다는 
음식점은 불을 꺼버렸다. 다른 곳에 식사를 할 만한 곳이 있을까 찾다보니
연실 발바닥에 전해져오는 ABS의 까칠한 경고감각은 브레이크가 무용지물이라고 전해주었다.
골목길로는 아예, 들어설 생각도 못하겠기에 큰길가에서 저녁요기를 할 만한 곳을 
찾아봐야했는데, 평소에 도대체 햄버거나 김밥 같은 것을 왜 사먹는지 알 수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당장 눈에 띄는 곳이 그런 곳밖에 없었다.
김밥을 팔아 빌딩을 샀다는 가장 큰 김밥 집에도 단두명의 손님이 있는 것을 보면 
폭설에 놀란 사람들이 꼼짝을 안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낚시점의 마당에도 치우다 포기했을 눈들이 그대로 쌓여서 얼어붙어 있었고 
자동차의 지붕에도 한 뼘이 넘는 눈을 머리에 이고 있었으니 처음 보는 
목포의 눈 구경에 다른 곳에 온 것 같기만 하다.
일기예보 상으로는 내일 하루만 날이 좋은 것으로 나와 있기에 당일낚시를 하기위한 
낚시꾼들이 사용할 밑밥덩이들이 녹아가고 있었는데 그 먼 곳까지 가서 
하루치기낚시를 하고 나오자면 그 목마름의 갈증을 해소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꽁꽁 얼어붙어 있는 목포의 북항에서, 평소보다 1시간가량 늦게 출발해야 했는데
배안에도 채 치우지 못한 눈이 한켠에 쌓여 있었고, 제대로 속력을 내지 않았는지 
만재도에 도착하니 약간 날이 밝을 무렵이었다.



대물이 출현한다는 1.5번의 묘한 자리에 그 누군가가 먼저, 자리를 잡았고 
육자배기 대물을 수도 없이 낚았을 만재도 출신의 낚시점주가 손님과 함께
그 옆자리에 내리고서야 만재도의 선착장안에 들어 설 수가 있었는데 
기다리다가 평소보다 도착이 늦어지자 조바심이 난 민박집 아저씨가 먼저 
산을 넘어갔기에 아줌마가 손수레를 끌고 마중을 나왔다.
짐을 올려놓고 대충 정리도 해놓고, 여유롭게 아침밥을 먹고, 
뜨거운 차 한 잔까지 마시고나니 배를 타고 갯바위에 나갈 생각을 말고 
아줌마가 밑밥 통을 이어다 줄 터이니 같이 산을 넘어오라는 민박집 아저씨의 연락이 있었다.
오늘 같은 날씨와 물때라면 저 멀리 보이는 어느 부속 섬의 안통에서 대물이 출현하고
큼지막한 우럭이 마릿수로 물려나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을 날이었기에 잠시, 망설였지만
오늘 같은 날씨라면 내일도 갈 수 있을 것 같기에,  미리 산을 넘어가서 자리를 잡아놓고 
공을 들여 놓고 있는 민박집 아저씨와 선장의 아들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밑밥 통을 머리에 이고 일어서는 아줌마를 따라서 흔쾌히 산을 넘어야할 날이다…….



지난번에 다녀갔던 여름이나 가을날에도 보지 못했던 길이 새로 생겼다.
통신장비공사를 위하여 새로 길을 냈다는데 산을 넘어가기가 약간은 편리해졌을까?!
산 정상에 올라서자 멀리 가거도가 보였고 사람의 발길이 닿은 풀이 눕은 흔적이 있는 길을  
앞장을 서 가는 만재도 아줌마를 따라가며 또 다른 가거도의 민박집 아줌마가 생각이 났다.
가거도 3구에서는 날이 나쁜 날이 걸리면 배로 포인트를 갈 수가 없기에 
도보로 가야만 했는데  가장 먼, 등대부근은 1만5천원, 그보다 가까우면, 1만원, 
더 가까운 곳이라면 5천원을 받고 아줌마가 낚시꾼의 밑밥 통을 머리에 이어서 
포인트 근처에 까지 가져다주었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 3행보를 하고나면 
날이 밝아져서 기다리고 있는 낚시꾼이 없기에 돈을 더 벌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는데
섬 아낙네의 그 억척스런 생활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기도 했었다.
벌써 아수라장이 한판 벌어졌었는지 갯바위에 고기가 수북하게 널려져 있었는데 
처음에는 정성스런 뜰채 질을 했었으나 어느 정도 마릿수 행진이 이어지자 
고기가 귀하다는 감각도 둔해졌는지 그대로 들어 올리다가 떨어지고, 끊어지고, 
나뒹굴어도 신경을 안 쓰고 있다며 날이 밝으면서 시작된 두 시간 사이의 잔치에 
작은 아버지와 조카사이인 만재도민이 낚아 놓은 고기가 스무 마리가 넘었다며 
폭발적인 입질이 이어지고 있으니 빨리 낚싯대를 펼치란다.
남들이 벌려놓은 잔칫상에 끼어 들은 폭이 되고 말았는데 깊지도 않은 만재도식 
얕은 수심대의 낚시가 아줌마가 뜨끈한 점심밥을 새로 지어 가져올 때까지 이어졌기에 
점심밥을 먹고 난 후에도 보온병에 담아온 자스민향 차가 과연 낚시터에서도 어울리는지 
아리송한 생각을 하며 낚은 고기를 그릇에 담아서 머리에 이어서, 두 번째 가져가는 
아줌마를 보며 건너편의 오동 여에서도 뜰채를 이용하는 것을 보았으니 오늘은 
고기가 흔한 날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낚시 같지도 않은 낚시를 끝내고 산을 넘어와서 마을입구에서 오늘 어디에선가 낚았을
고기망태기를 갖고 들어가는 옆집 아저씨를 보았기에 따라 가 보았다.
진작에 잡았을 말라가는 고기가 지붕 밑에 걸려 있었고 오늘 잡았을 고기를 
바닥에 쏟아 놓았는데 큼지막한 우럭이 섞인 것을 보니 어디에서 잡아왔을지 
짐작이 되었지만 그 집 아저씨에게 어디에서 잡아 온 것이냐고 물으니 외면하며
딴청을 부리다가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아직 쏟아내지도 않은 고기망태기들이 뒤로도 두개가 더 보였기에 그 집 아줌마에게 
재차 물어보니 역시나, 내가 오늘 가보려고 했던 그곳이었다…….
오늘 배를 타고 그곳으로 갔었다면 충분히 차지를 할 수가 있었던 곳이었기에 
욕심에 찬, 탄식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오늘 그 자리를 간 사람들은 겨울철에만 
만재도를 찾아와 한 달씩 장박을 하는 사람들이라니 그 사람들도 충분히 그 자리를 
알기도 할게다만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해마다 만재도에서 겨울철 한 달을 보내고 가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15년 전쯤에는 해남에서 왔다는 처남매부간의 낚시꾼이 만재도에서 한 달씩을 
보내다 가곤했는데 처음에는 매부라는 사람이 혼자서 낚시를 왔었다.
그 집 마나님이 보기에는, 아무리 고기잡이가 재미가 있기로서니 한 달씩이나 
먼 섬에 가 있다는 것이 무언가 의심스러웠기에, 어느 해 부터는 
남동생을 따라가게 했다는데 남동생이 돌아와 고하기를,
“누나~!!!! 매형은 아무 이상이 없어~~!!!! 
 그저, 매일 같이 고기만을 잡으러 다니는 것이 분명해~!!!! 
 모르지, 마음속으로는 인어를 잡겠다고 하는지 몰라도, 
 현재로서는 아무 이상이 없어~~~~!!!  
 그래도 또, 모르니까, 내가 계속 따라 다녀볼께~~~!!!!!”
남동생까지 낚시의 덫에 걸려들고 말았는지 그 후로는 처남과 매부가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이들이 낚시를 오면 섬 할머니 하나를 구워 삶아놓고 그날 잡아 온 감성돔이
열 마리가 됐던, 학공치가 오륙십 마리가 됐던 간에, 손질하고 간하여 바람에 말려서 
헛간에 들여 놓는 것이 일이 된 할머니는 월급을 받는 몸이 되었었다…….
어느 겨울날, 처남이라는 사람이 낚시를 끝내고 들어서기에 채비를 보니 
과연, 5호찌에 5호 봉돌이 매달려 있어 만재도 낚시를 제대로 터득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만 해도 제대로 된 5호 수중 찌는 생산이 안 되고 있었기에 
장대나 던질낚시에서 사용하는 납덩이로 된 봉돌만 있었을 때였다. 
두 사람이 낚시를 오는 날에는 잘 생기고 살찐 돼지 한 마리를 
산채로 갖고 들어왔는데 자기네들이 먹는 다기 보다는 섬사람들과 
헛헛함을 나누기 위함이었다.
다리 하나를 따로 잘 보관해 두었다가 가끔씩 그들에게 반찬으로 내주는 세심함을 
섬사람들도 갖고 있었고 가끔씩, 그들과 마주치면 덩달아 입이 즐겁곤 했다…….
오늘은 몇 마리 못 잡은 모양이라고 말을 건네면 이미, 잡아서 헛간에 말려서 
걸어 놓은 고기가 많이 있다며 짧은 낚시를 하다가니 가져갈 고기가 부족하다면 
가져가고 싶은 대로 가져가라기에 곶감 꽂아 놓은 듯 널려져 있는 고기를 보고 
입을 버렸다가 같이 갔던 서 씨 아저씨의 짐 가방까지 채워준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고기잡이도 시들해 졌는지 여름 한날에 하루이틀정도의 농어낚시만 올 정도로 
뜨막해 졌으니 그들의 낚시놀음도 시들해졌나 보다…….



내일은 그 옆의 더 깊숙한 골속을 뒤져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골목길에 들어서니 
무슨 방송장비 같은 것이 보인다.
하루에 세끼를 먹어야한다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하여 방송제작팀 수십 명이 
이 섬을 찾아왔다는데 이렇게 먼 섬까지 올 필요가 있을까?
예전에 인기프로그램인 1박2일을 담당했던 PD, 하나가 만재도를 마음에 담아 두었었는지
이번에도 이 섬을 지정하고 일을 벌였다는데 그때, 선착장에서 우럭을 잡는 방송을 보고 
누구나 이 섬에 가면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다가
실망에 절망을 하고 돌아갔었을까?!
이번에야 고기 잡는 철이 아니다보니 그런 허황된 일이 다시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따라온 인원들이 잘 방이 부족하여 내 짐을 들여 놓은 방까지 내주어야했기에 
오늘 밤 부터는 민박집 아저씨와 안방에서 같이 자야할 모양이다…….
첫날부터 감성돔 회맛을 보여주겠다며 민박집 아저씨가 칼솜씨를 발휘하여 
뭉텅이 접시 회를 내왔기에 노란빛 이슬이 하얀 빛으로 바뀔 때까지 밤이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