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이르다싶게 집을 나섰으니 남다른 여유가 있었지만 무엇이 그리들 바쁜지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위에 올라서자 내가 정말, 먼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나를 옥죄고 억누르고 구속했던 답답함 속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점점 호흡이 가라앉았고 일찌감치 목포 북항에 있는 바닷가에 도착했다
벌써 8월이라는 새달이 다가오는데 설날 가래떡 썰듯이 세월이 금세 지나간다는 말도 있다만 내가 대체 뭘 하다가 여덟 달째를 맞이해 보는 걸까~?! 정말, 시간은 기다려주지를 않는다. 이렇게 세월이 빨리 지나갈 수도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또 한 번의 일탈을 위하여 먼 바다에 있는 섬으로의 탈출을 꿈꾸어 왔는데 어쩌면 낚시를 가기위한 그 바다로의 여행은 내내, 바람과의 동행일지도 모르겠다. 바다에서는 하루라도, 아니, 잠시라도 바람이 없는 날을 생각할 수가 없다보니 이번에도 일정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바람이 살랑살랑 가볍게 등을 밀어주면 수월하게 이번 여행을 보낼 수가 있을 텐데……. 그렇다고 바다구경이 어찌 그리 수월할 수가 있을까 일기예보를 몇 번이고 잘 살펴보고 물때도 맞춰보고 현지로도 연락을 하여 물색이며 수온이 어떠한지를 묻고 또 물어보며 먼, 바다로의 여행을 준비해왔지만 미약한 인간의 대자연에 대한 도전은 작은 저항에 지나지 않을 진데…….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는 ‘여행은 질러가는 길이 아니고 둘러서 가는 길이며 옆길이나 샛길로 가는 유혹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곳에서의 유혹, 저 멀리 맞은편에서 나를 기다릴지도 모를 그 어떤 아름다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제 발로 영원한 미로를 만들어서 찾아 가는 것‘ 이라고 하질 않았던가?! ‘헤세’는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만이 자신을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고 했으니 잠시뿐일지라도 또, 벗어나보자 시간이 빚은 태초의 자연 속에서 바람소리, 파도소리를 벗 삼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뜰하게 보내고자 길을 나서보질 안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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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많은 짐을 싣다보면 땀을 흠뻑, 흘리게 될게다……. 지난 겨울시즌의 만재도행은 목포의 북항에서 운행하던 배가 연락이 안 되었기에 마땅한 배편을 찾다가 진도의 서망 항에서 가거도를 가는 배를 이용하였었기에 진도에 있는 낚시점으로 연락을 해보니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움직이는 낚싯배가 없다고 했다. 8월이나 되면 휴가철이라 어찌 운용해볼 배편이 생길지도 모른다며 속상하는 내색도 못하고 개점휴업상태가 오래되었다며 한숨소리를 크게 전해왔다……. 여객선을 이용하여 흑산도, 태도, 가거도를 돌고 돌아 만재도 까지 가려면 6시간도 더 걸릴게다……. 차라리, 가거도를 가볼까? 임 선장이 얼마나 반가워할까? 원망을 할까?! 망설이던 참에 만재도 부근으로 선상낚시배가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심기일전하여 다시 일에만 열중하겠다는 점주와의 통화 끝에 아무 날이고 간에 나오는 날에도 철수 배를 넣어주겠다는 친절한 답에 목포의 북항을 다시 찾을 수밖에……. 대부분의 손님들이 선상낚시 팀이었기에 그 속에 얹혀가는 격이라 맨 마지막으로 먼저 내려야할 짐들을 실어놓고서 뒷부분의 선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모두가 대자로 누워있기에 한 두 사람이 더, 함께 누워갈 수 있도록 조금씩만 당겨보면 어떻겠냐고 하니 감때도 사납게 생긴 선상꾼 하나가 앞 선실로 가든지 말든지, 귀찮다는 말투를 던지곤 돌아누우며 자리를 좁혀 주질 않는다. 갯바위 꾼이었다면 일부러라도 당겨서 좁혀가며 자리를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이것이 꼭, 선상 꾼과 갯바위 꾼의 격상의 차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으나 왠지 그런, 보이지 않는 격이 우리나라에서, 바다를 찾는 꾼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싶은 보이지 않는 모습이 생각나는 건 웬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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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해무 탓에 그다지 속력을 내지 않았기에 뒷문을 열고 나가 선상 팀들이 깔아놓은 쿨러를 하나 골라 앉아서 진도 권을 벗어날 때까지 먼, 불빛들을 바라보다가 선뜻하여 선실에 들어오니 잠버릇이 사나운 선상 꾼이었는지 옆의 비어있는 공간까지 굴러갔기에 널찍하게 자리가 생겼다. (쨔샤~! 넌, 오늘부터 빈 쿨러 인생이 시작되는 거야~~!!!!) 속 좁은 저주를 퍼부으며 충분히 누울만한 공간에서 잠간, 눈을 부칠 시간이 생겼다가 전화벨 소리에 깨어났다. 벌써 시간상으로도 만재도에 도착했어야 했기에 만재도의 노선장이 ‘오는 건지 안 오는 건지’ 모르겠기에 전화를 했다는데 밖이 훤히 밝아왔고 도착 시간도 많이 지났는데 어찌된 일일까? 점점 더 짙어 지는 해무 탓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데 모니터 상에는 만재도가 코앞에 있었는데 육안으로는 십 미터 정도밖에 보이질 않았으니 이십년 전에 나침반에만 의존한 ‘조성스타’호를 타고 만재도를 찾았을 때도 이러했었을 게다....... 선상꾼들은 벌써 짙은 해무 속에서도 모든 채비를 마치고 당장이라도 채비를 내릴 준비를 갖추고 있었는데 오징어 미끼 같은 생미끼는 아예 준비하지도 않았고 털바늘에 특이한 모양의 비싼 웜들을 덧붙여서 주렁주렁 달고 있었으니 두어 해만에 선상채비도 완전히 다른 변화로 바뀌었으니 점점 물속에서도 고기가 살아남기가 힘들게 되는구나....... 짐을 내려 주자마자 선상낚시배가 물러가며 곧바로 진도 쪽에서 온 대절선 에는 열댓 명의 갯바위낚시인들이 타고 있었다. 만재도의 섬사람들과 해가 바뀌어서야 만나는 반가움의 손잡음과 아직도 섬에 남아 있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건네 가며 일단, 민박집으로 짐을 옮겨놓고 정리를 한 후에 오후쯤에 갯바위의 한곳을 골라 나가기로 했기에 아침밥 한술을 먹고 잠시 이야기를 하며 휴식을 하고 있는데 노선장이 제법, 맛이 든 부시리를 방금 전에 손낚시로 낚아왔으니 몇 점씩, 맛을 보라며 한 마리를 가져왔다. 참치인지 새치인지 알 수도 없는 흔해빠진 참치횟집에서 내주는 뭉텅한 살점과 맛에 비하면 야 숟가락 점수 다섯 개를 주고도 하나를 더, 주어도 될 싱싱하고 고소한 회맛에 깜짝들 놀랐다……. “부시리가 원래, 이런 맛이었나? 천대시하고 물려주지 않기를 바랐던 어종 아니었어?” 일행인 ‘정 군’이 가져갈 수만 있다면 부시리를 잡아도 되겠다고 했다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다시, 고개를 저었다. 간단하게 낮 이슬을 들이켰으니 약간, 취기가 올랐으나 오랜만에 만재도에 와서 갯바위에 오른다는 감흥에 눌려서인지 곧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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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기 보이는 저 섬에서 뜨거운 첫날밤을 보내게 될 것이다. ‘정 군’을 앞쪽에 내려주고 뒤쪽으로 돌아서 내리게 되었는데 서로가 필요하거나 돌아볼 일이 생길 때마다 용이 되지 못하고 이무기가 되었다는 굵은 갯장어가 그대로 굳어버린 화석의 등줄기를 타고 넘어 다니다 보면 땀 좀, 흘리게 생겼다. 발밑까지 쓰레기들이 밀려 왔고 물빛까지 탁하게 변했으니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멀리 간여에는 진도 쪽에서 들어온 꾼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쪽의 맑은 물이 천천히 밀려들어오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기에 이런 저런 채비를 해봐야겠다. 채비를 마치고나니 쓰레기더미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물색도 좀 더 맑아졌다. ‘정 군’ 이 먼저, 한차례 넘어와서는 망치를 빌려갔기에, 해가 지기 전에 어떤 조과가 있었는가? 구경을 가보니 크지 않은 농어 떼가 몰려들어와 채비를 던지기가 귀찮다고 했다. 무게가 나가는 루어나, 좀 더 깊은 수심 대를 공략하면 농어의 크기가 나아질 거라고 소리를 쳐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는 어두워지기 전에 상사리급 참돔들을 몇 마리 낚았고 간사한 입질 속에 또 생각지도 않은 크기의 망상어가 낚여 올라와 깜짝 놀라기도 했다가 이상한 손맛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 보니 때 아닌, 여름 감생이가 너댓마리나 올라왔고 뺀찌급을 넘긴 돌돔도 얼굴을 보였기에 오늘밤엔 심심치 않은 밤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후끈했던 바람 속에 간간히 서늘한 바람이 섞여 불어오면서 입질의 빈도가 오락가락하더니 크지 않은 너울들이 덮쳐 올라오기 시작하여 발을 딛고 있는 곳마다 몹시, 미끄러웠기에 허벅지에 힘이 절로 들어갔고, 한 걸음 한걸음마다 조심스럽고 위험하기까지 했다. 도시락이 담긴 봉지를 갖고 내렸던 ‘정 군’이 뒷골을 다시 넘어와서는 작은 농어로만 쿨러를 넘기겠다며 투덜거리며 온기가 가시지 않은 밥덩이를 꾸역꾸역 먹어치웠고 잠시 두런두런 이야기 끝에 다른 고기가 없으면 안쪽 골에서 볼락이라도 잡아보겠다며 다시 넘어갔기에 비교적 가벼운 채비의 2호대와 2호찌로 안통까지 원투를 하여봤지만 지렁이의 꼬리를 물고 들어가는 입질에 챔질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물방향도 이상하여 원하는 곳으로 흘러가지를 않기에 볼락잡기를 포기하고 발밑낚시에 주력하다 보니 갯쏨뱅이와 우럭종류는 가끔씩 물려나왔는데 이러다가 언제 쿨러를 채울는지 알 수가 없다……. 물 흐름이 간 여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에 흔한 농어라도 몇 마리 낚아보면 쿨러가 그득해질 수도 있겠기에 지렁이 두 마리를 끼워 내려 보니 고등어만한 크기의 농어새끼가 연실 물고 올라왔다. 이러다간 지렁이 한통이 바닥이 날판이니 한번만 더 던져 보고 발밑에만 주력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더 멀고 깊은 곳을 공략해 보기로 하고 수심도 2미터 정도를 깊이 하여 멀리 던져봤다……. 바로, 채비가 정렬이 되었겠고 찌가 흐르는 방향이 생각대로 되었다고 생각하자 가벼운 입질이 바로 보였기에 제발 큰놈이나 한 마리 물려주기를 갈망하며 좀, 더 깊이 삼키도록 두어 번의 견제 끝에 물속 깊이 사라져 가는 붉은빛의 전지 찌를 보면서 힘차게 챔질을 하니 어째 힘쓰는 품새가 좀, 다르다……. (아? 볼락을 잡겠다던 2호대에, 4호 원줄, 4호 목줄 채비로 바늘만 바꾸어 던졌었지? 요즘은 서해중부권의 참돔 선상낚시에서도 2호대에 4호 목줄로 한 단계 예민하게 줄여서 사용한다던데…….) 만재도나 가거도 에서는 볼락의 씨알도 큰데다 마릿수도 많고 목줄이나 바늘크기에 예민하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보니 그대로 들어올리기라도 편하게 이렇게 투박한 채비를 쓰기도 하는데 선상에서가 아닌, 갯바위에서는 가끔씩 출몰하는 다른 종류의 큰 고기를 언제 만날지 모르다 보니 채비를 약간이라도 약하게 쓰다보면 불안하기도 하다. 큰 고기를 걸어보기라도 하고 수차례 터트려 보기라도 했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겠다만 서도……. 쩝……. 한참을 늦춰주고 당겨주는 짜릿한 밀당이 한동안 있다가 농어가 물위로 벌렁~!!!!! 드러눕는 것을 보고야 뜰채를 들고 내려가서 조심스러운 몸짓을 몇 번, 반복하고 나니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려 움직이기가 꿉꿉해졌다. 얼마 후에는 물방향도 바뀌면서 서늘한 바람까지 불며 짙은 해무가 깔리기 시작했기에 농어 입질마저도 끊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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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돌이 시간도 한참이나 지났고 찬바람에 수온까지 내려갔으니 모기약만 들고 누울만한 곳을 찾아 억지로 등을 내려놓았지만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정신이 말똥말똥하니 잠이 오지를 않는다. ‘정 군’이 있는 곳으로 넘어 가보니 불빛도 보이지 않는 것이 어디에선가 잠을 자는가본데 내려가서 괜스레 잠을 깨울 수도 없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다리를 꼬고서는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니 그믐달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낮게 깔린 해무위로의 맑은 밤하늘에는 붉은 기운이 도는 저 멀리 진도 쪽의 불빛이 느껴졌다. 지난번에 발생한 ‘세월호’의 침몰사건으로 너무나 많은 어린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고 전 국민이 함께 크나큰 슬픔에 빠졌다. 여전히 수습되지 못한 실종자들이 많다는 사실 역시, 우리의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하고 있다. 친구나 가족을 잃은 슬픔이란 것이 너무도 참기 힘든 고통인데, 더구나 채 피어보지도 못한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괴로움일 것이다. 수백 명의 희생자 가족들이 사랑하는 아들, 딸, 부모와 배우자 없이 남은 삶을 살아가야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했으니 이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차마 말로는 헤아릴 수가 없으니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삼가 애도의 뜻을 마음속으로나마 전해보면서 남겨진 가족들의 마음에 어서 평안이 깃들기만을 진심으로 기원할밖에....... 새벽이 물러날 시간이 되었기에 다시 자리로 내려왔지만 너울이 있었는지 갯바위 주변이 온통 젖어서 걸어 다니기조차 힘들었고 날이 밝으면서는 ‘간간히 있던 입질마저 끊기었기에 짐정리를 시작했는데 ’정 군‘도 일찌감치 짐을 챙겨버렸다며 잠시 넘어와서 있다가는 배가 올 시간이 되었다며 다시 넘어갔고 오전 일곱 시가 되자 젊은 선장이 정확하게 달려왔다. 이렇게 만재도 에서의 첫날밤을 심심치 않게 보냈으니 둘째 날 밤은 어디에서 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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