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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4. 아듀~~ 2013년 만재도(마파도 할미와 만재도 할미의 대결)

by 찌매듭 2013. 12. 29.


몇 달 전, 여름철에 만재도로 낚시를 다녀온 지가 얼마나 지났을까?
늦은 밤 시간에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슬을 퍼붓던 중이었는지 약간 발음이 꼬이긴 했지만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
방송에서 만재도편을 방송중이니 안보고 있다면 빨리 보라고…….
그때 만재 도에 가니 막 촬영이 끝났다고 해서 무슨 소린가 했더니
만재도 사람들의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프로를 하나 취재해갔다기에
수박 겉핥기식의 흥미위주의 프로겠거니, 흘려들었던 바로 그것이었다.
만재도 주민들이 매년 공동으로 미역을 채취하여 분배하는 작업과정을 소개하고 있었다.
처음 만재도 땅을 밟아본 날이 언제였더라? 작은 섬을 한번 휘~~~ 둘러보곤
미역을 널어 말리고 있던 할머니를 만났기에 파는 것인 가고 물었고
한 뭍이 스무 장이라는 단어도 그때 처음 들었었던가?
그때만 해도 미역을 말려 묶어 놓았어도 내다 팔기가 어려웠던지 반색을 하던
할머니의 대답을 거절하지 못했던 마음씨 착한 후배가 주머니를 털었었는데
2~3만원을 주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30만 원 정도 한다니 세월, 참, 많이 지나갔다…….
후배가 덜어 준 누르스름한 미역을 집에 가져갔는데 마나님이 창고 속으로 처박아 놓으며 
‘고기를 잡다, 잡다, 못 잡으니 별걸 다 사온다’ 며 나무라듯 웅얼거렸는데 
말이야 바른말이지, 만재도 초기에는 서울에서 밤새워 달려가서 팽목 항에서 아침 6시에나
출항을 시켜 주면 8시가 넘어서야 만재 도에 도착을 했고 서둘러서 눈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부속 섬의 갯바위에 내리면 9시였고 채비를 던져 넣고 시계를 보면 9시 반은 됐을 게다.
그 고기가 쏨뱅이가 됐던 우럭이 됐던 아무 고기나 물려주면 반가웠기에 연실  
시계를 들여다보며 철수 시간을 체크해야했는데 아침밥을 설 먹고 왔을 게라며
온 섬마을의 택택이 배가 도시락 배달을 다니는 시간이 11시쯤이었고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받은 도시락을 뒤로 밀어놓고 두 시간 정도쯤 낚시를 하다보면
철수배가 와서 턱을 들이대고 있었다…….
운 좋은 사람은 돌돔이나, 농어를 둬마리 낚을 수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탕을 치면서 진도로 돌아가는 배안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큰놈을 걸었었는데 
줄이 터지고 바늘이 뻐드러졌다는 무용담을 귀담아 들어야했는데 당일이라곤 하지만 
반나절 낚시에 자기가 내려서 낚시를 했던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되돌아가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몇 번의 당일낚시를 시도 해보고 난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하룻밤의 밤낚시를 할 수가 있었지만
무슨 고기를 제대로 잡아올 수가 있었을까? 지금의 절반만큼만 알았어도
그 고기가 많던 시절에는 좋은날도 많았었으니 하루에 쿨러 채우기는 일도 아니었겠다만…….




처음 만재도 에서 가져 온 미역은 지금과 같이 건조도구나 공동으로 채취한 것을
공동건조 작업 후에 분배한 질 좋은 미역은 아니었고 할머니 혼자서 근처를 다니며 
손에 닿은 것을 그러모아 형태를 만든 것으로 하루에도 말려 내지 못하고 
이틀 사흘에 걸려 말린 것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태양초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후배 놈도 좋은 소리는 못들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누어 주었을 게고 집에 가서 
똑같은 소리를 들었겠다만  국 끓일 미역이 떨어졌기에 할 수없이 만재도 에서 가져왔던
누런 미역이 창고 속에 쳐 박혀 있다는 것이 생각난 마나님이 그제야 먹어보게 된 후에야
미역 맛이 좋다며 다음번에 그 섬에 가면 또 사오라기에 얼마든지 사오겠다고 반갑게
대답을 했는데 미역을 사려면 만재도로 직접가야지 택배문화도 없던 시절이니 어쩌겠어?????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섬에서 가져온 미역이라며 친구들에게 마구, 나누어 주었기에 
만재 도를 자주 다녀올 수 있었는데 그 고단함이 별로 힘들지 않았으니 이상도하여라~~  ^^;;
납품업자가 소공 동에 있는 백화점에만 납품하기로 했다던가?
한번은 마나님들의 모임이 그곳에서 있었다던데 ‘만재도’ 이라는 너무도 익숙한 
명칭이 붙은 미역 한 장에 오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것을 보고나서는 함부로 
나누어 주지 못하겠다며 친한 친구에게만 반장씩 잘라서 주기 시작했는데
현지가격과는 몇 곱절 가격차이가 났는데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백화점이라니 어쩌겠노?
TV를 켜니 너무도 낯익은 장면들이 화면에 펼쳐졌다.
작은 배를 타고 나간 섬 여인네들이 겁도 없이 물속에 뛰어들어 미역을 베어내면 
배위로 끌어올려 가져와서 건조 판에 한 가닥씩 손작업으로 미역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었는데 오래도록 매년, 보던 것이었지만 방송화면으로 보니 색다른 
느낌도 들었다만 너울파도가 높은 날의 작업은 위험의 도를 넘어섰기에 목숨까지 위태로워보였다.
저렇게 파도에 휩쓸리다가 날카로운 갯가에 스치기라도 한다면 살점이 떨어질 정도로
깊이 베일 텐데……. 바다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물속에서 놀이공원에서와 같이 
파도타기를 하는 재미로 보일지도 모르겠다만 어느 정도 바다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저 모습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 짓일지를 잘 알겠기에 절로 주먹을 움켜쥐고
땀을 흘리며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핍박한 그네들의 삶에 절로 눈물이 핑, 도는 것을 잠시 느꼈는데 
자식 같은 취재진 앞에서는 늙은 할머니도 옷을 갈아입을 테니 부끄러운데 그만가라며 
손사래를 치던데 그보다 젊은 섬의 아줌마 앞에서 벌거벗고 활개를 치고 다니는 
외지인의 무지한 행동에 보다 못한 일행이 한소리를 하기도 했었는데 조금만 더, 
자신의 행동에 신경을 쓰고 남을 무시하는 무지한 행동과 마음은 자제함이 옳을 것이다……. 
바람이 너무 거세고 너울이 심한 날에는 멀리 가지를 못하고 근처에서 미역을 채취하였지만
배로 싣고 옮길 수가 없기에 태워다준 배가 가버리면 한 뭉텅이씩 망태에 담아 머리에 이고 
산을 넘어 건너편 방파제를 지나 몽돌 밭을 건너서 마을로 돌아와야 했는데 겨울철에 가끔,
그곳을 다니다 보면 간단한 낚시 짐만 들고도 힘들어했는데 그 먼 거리에서 물에서 건져 올린 
무거운 미역 짐을 지고 오다니....... 참, 힘든 섬 생활이다…….
‘힘들지 않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재미있고 신이난다’고 답을 하던 아줌마가
다니는 민박집의 아줌마였는데 왜 그런 대답을 했을지, 취재진이 알련 가 모르겠는데 
그대로 들었다면 아직도 떡국의 농간이 무언지도 모르는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철없는 취재진이겠지.......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 밖에 몰라서 산다’ 는 아줌마는 자식들이 있는 목포로 잠간만 
나들이를 해도 섬이 그립다며, 잠만 자더라도 섬에서 자는 것이 편하다고 했는데 
섬 생활을 잘 알기에 섬을 떠나있는 자식들이 제 부모를 위하여 포도며 수박이며 
오래도록 구경을 못했던 제철 과일도 보내오긴 하지만 창고에서 포도가 말라가고 
수박이 냉장고에서 얼어서 검게 변하는 건 모르고 있을 것이다. 밤낚시를 하고 
아침 일찍 들어온 날, 눈이 마주치면 그제서 생각이 났는지 함께 먹자며 
박스째 내놓던 포도는 건포도 공장을 가기 직전까지 말라있었는데 날이 밝기도전에 일어나
바삐 일하다 보니 먹을 사이가 없었고, 저녁에는 해가 떨어져서야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밥을 먹고 그대로 잠이 들다보니 또 먹을 사이가 없다보니 포도는 마르고 수박은 얼어버린다고 했다…….
지난번의 1박2일이란 방송과 이번의 방송을 보고 또 얼마간, 궁금증이 생긴 
외지인이 찾아오긴 하겠지만 방파제 증축 공사 후에도 여객선이 직접 접안할 수 없는
불편한 이 섬에야 별다른 편의 시설도 없고 반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보니
관광객이 오래 머물지도 않을 것이고 사람들이 몰려 들어봐야 섬에 큰 이익이 될 것도 없다.
벌써 수년째 말썽을 부리는 물 사정으로 다니는 사람들조차 불편하기가 짝이 없기에 
스스로 알아서 자기 먹을 물 이상을 가지고 들어가기도 하는데 깔 끔을 떤다면 
질금거리며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로 밤을 샐지도 모르겠거니와 낚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노름 쟁이 개그맨이 잡아내던 손바닥만 한 우럭을 보고 
저도 잡을 수 있겠다며 어느 타이어를 만든다는 회사직원들처럼 단체로 찾아왔다가 
낭패를 보고 가는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지난 여름철에는 바람 탓이라고는 하지만 돌돔 처박기 장비를 가진 사람들이 
우럭 굴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방향도 엉뚱하긴 하지만 수심도 낮은 곳에서 
그 고급 장비를 믿고서는 열흘을 진을 치고 있어도 돌돔 비늘 구경도 못할 텐데
헛된 꿈이 너무 크면 실망도 크다는 걸 모르시나 보지?
외연도 에서도 방송에 나온 것을 보고 한동안 사람들이 찾아왔다는데 기대를 
품고 왔다가는 절망을 안고 갈수밖에 없더라는 가겟집 아저씨의 말처럼 
방송이 나가는 화면에서야 그럴싸하게 보일지 몰라도 막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별로 볼 것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추자 십경이니 관동팔경이니 명사십리가 
어떻다고 하지만 실지로 가보면 야 감동스러울 것까지야 무엇일까…….
낚시꾼의 입장에서라면 단순한 관광객에 비하면 야 상상에 날개도 큼지막하고 
혜안도 밝아 물속까지 들여다 볼 수가 있으니 비교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하루이틀꺼리로의 단순한 장난구경감으로 찾거나 고작, 하루, 이틀에 
이 섬을 모두 알고 간다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모순일 것이 틀림없다.
뭍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손이 덜 탔겠다며 무작정 큰 기대를 하고 찾아온 
낚시꾼 또한 실망과 환희가 교차하는 차이가 클 텐데 어느 정도의 마음 비움이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비교적 짤게 일정을 잡았기에 마지막 날이 될 아침이 밝았다…….
반사적으로 눈이 뜨였고, 서울에서라면 밤참일지도 모르는 새벽밥을 먹고
짧은 오전만의 낚시를 위하여 물때 시간을 생각하며 배의 방향을 잡았다…….
언제 나가서 자리를 차지했는지 생각해 두었던 부속 섬에는 두 사람이 먼저 차지를 하고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이 시간에 방향이 좀, 엉뚱하다?!
하기야 고기가, 사람생각대로 움직여 주는 것도 아니다 보니 방향을 따질 때는 아닌 것 같고
당장 내가 내려야 할 곳이 얼핏, 생각이 나질 않았는데 젊은 선장과 눈이 마주친 순간 
짧은 시간에 대물이라도 한 마리 낚을만한 곳이 그곳밖에는 없겠다고 눈길이 교환되었고 
아무도 찾지 않는, 찾는 사람만 찾는 곳으로 향했고 떠오르는 해를 분수가 있었다.
배 한척이 다가와 할머니들을 몇 명 내려놓고 가버렸는데 섭이나 갯것을 따러 왔나보다…….
열심히 홍합을 캐내는 할머니들이 낚시를 하는 곳까지 와서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고무 슬리퍼를 신은 발이 차가운 바닷물에 잠기는 것도 개의치 않고 몸빼 바지를 적셔도
무신경한 것에 너무 놀라웠다……. 구멍 뚫린 슬리퍼였기에 찬, 바닷물이 빠져 나가는 것도 보였는데 
그러모은 것들을 또 그러모아선, 낚시를 하고 있는 발밑의 넙데데한 곳으로 모으기 시작했는데 
슬쩍, 쳐다보는 눈길에 알 수 없는 미안함으로 점점, 몸이 오그라지고 말았으니 이미 석이 죽어버려 
입질이 온 다해도 챔질을 할 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마파도의 할미들이 흉폭스럽고, 밝히기만 한다면, 만재도의 할미들은 묵묵히
정강이 위까지 쳐 올라오는 차가운 바닷물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꼬챙이 하나만으로 철썩, 달라붙어 
있는 것들을 척, 척, 캐내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휙~! 집어 던지면 한곳으로 모여지는 
신공을 발휘하고 있으니 굳이, 한판 승부를 가려 볼 것도 없이 만재도 할미들의 완승일것이다.....
할머니들은 집으로 가져간 채취한 것들을 정리하여 두어 봉지쯤 뱃삯으로 건네 주겠지만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않는 서로의 묵언적인 관계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기에 할미들을 데려갈 배가 온 것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어서, 오란다고……. 배에서 부른다고 큰소리로 몇 번을 일러주자, 어영차, 
무거운, 망태를 둘러메고 느린 걸음을 옮겼다.......




이미, 물살은 거세어 졌기에. 흙탕물이 도랑을 지었다......
여름철이었다면 잔잔해도 물이 거세도 농어가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곳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빠른 철수가 현명한 선택이라고 누가 말했지?
건너편에 있었던 만재도 청년에게 연락을 하여 배를 타고 오라고 일렀고
만재도 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아줌마가 거나하게 차려주었기에 점심밥 한 그릇을 모두 비웠다..... 
그러모아 두었던 얼린 고기며, 싱싱한 고기를 챙기는데 아줌마가 말린 고기며, 
물일을 다녀왔기에 손질하고 있던 섭, 한 봉지와 함께 만재도 것이라며 고구마도 
담아 주었고 가거도에 있는 친척이 보냈다는 조기 몇 마리와 오랜만에 잡혔기에 
간해 두었다며 고등어도 몇 마리 담아 주었다.
목포로 나갔던 작업선이 마지막 작업분량의 골재를 싣고 오는 것이 보였기에
정박해 있던 배들이 자리를 내주려고 재빨리 몸을 움직이는 것이 보였는데
즐겁게 협조를 해야만 하는 반가운 일이 아니었던가…….
해가 바뀐 내년 오월까지는 고기 구경을 못하겠기에 몽돌 밭에는 섬사람들의
겨울을 나기위한 반찬거리 생선들이 깨깨, 몸을 말리고 있었는데 이제,
고기를 말릴 수 있는 날도 얼마 안 남았을 것이다.
목포에서 새벽 4시에 떠났다는데 거의 열시간이나 걸려서 골재를 싣고 온 
바지선이 방파제에 접안을 했는데 선원 중에서는 낚시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 
있었는지 남은 미끼가 있으면 달라더니 어설퍼 보이게 준비를 하여 발밑에 던져 놓고
떨어지지 않도록 밧줄에 걸어놓는 센스까지 발휘했으니 몇 달 공사를 하더니
반 전문가가 다됐는가 보다…….
바지선 위에서 가거도 에서 오고 있을 낚싯배를 기다리다 보니 여객선이 먼저 왔고, 
목포로 허리치료를 갔던 아저씨가 하마터면 얼굴도 못 볼뻔 했다며 반가워했고
곧 이어 도착한 낚싯배를 타고 서망 항으로 달려가며 멀어져 가는 만재 도를 바라보게 되었는데
이번여행도 내 삶에 있어서 또 하나의 추억으로 갈무리되어 두고두고 반추될 것이다
이제 다시 찾을 내년까지는 그리움에 지쳐서 해쓱한 얼굴이 되어 추운 겨울을 날 것이다…….
아듀~~~~! 다시는 오지 않을 2013년의 만재 도여~~~~~~!!!










http://tvpot.daum.net/v/pf90e9a6Ba49u6uKXXd6vu9
2013년 8월 11일 KBS 2TV (매주 일요일 밤 10:55 )
전남 신안군 만재도편

에고, 민박집 아줌마, 최 여사.... 제일 씩씩하고 예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