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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아듀~~ 2013년 만재도 2.(가끔은 좋은 성격을 버리기도 하나니...)

by 찌매듭 2013. 12. 26.


든든히 먹고 나가야 고기도 잡힌다며 아줌마가 싱싱한 섭(홍합)을 
잔뜩 넣고 끓인 미역국을 곁들인 이른 아침밥을 차려주었다.
연일, 고단한 작업으로 잠도 부족할 터인데 새벽부터 예고없이 들이닥쳐 
단잠을 깨놓았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성의를 보아서라도 맛있게 먹고 
오늘의 주어진 시간을 알차고 멋지게, 보내야할 장소를 골라야겠는데 
틀림없을 것 같은 장소로 가려고 했지만 그 방향으로는 모두 파도가 높아
별 도리 없이 다른 곳으로 가야만 했다.
어디로 갈까? 오래 머물기가 불편하기에 밤낚시를 해야 하는 여름철이라면 절대로 
내리지 않는 여름철의 포인트가 아닌, 겨울철의 포인트를 한곳, 골라서 
오전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집중을 하기 시작했는데 갯바위에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파도가 우~, 하고 달려들었다 물러나기를 반복했지만 
위험한 상황은 아니기에 짐 정리를 해가며 두터운 겉옷을 한겹 벗었다.
수많은 생명체가 넘쳐나는 무한한 바다와 마주 서있는 이 빈약한 인간의 견줌은
가끔씩이나마 이리도 끝이 없을 진데, 항상 무모한 도전이 행해지고 있으니 
조물주가 보기에는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수평선을 눈높이에 두고 바다를 바라보면 누구나 거듭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바다의 색도 완전히 바래어 겨울 빛이 보인다.
물 흐름이 안쪽으로 파고들어 찌가 자꾸만 안보이게 되니 힘들어도 자리를 옮겨야겠다…….
당장, 사용할 밑밥통과 뜰채만을 들고 조심, 또 조심하며 엉기적거리며 두어 번에 걸쳐서
미끄러운 갯바위를 넘나들자 춥기는커녕, 등판에 땀이 흐를 지경이었는데 아직, 바다가 
여름 색을 모두 잃은 것 같지 않았다. 비록, 내심, 짚었던 날보다 이틀이 지나서야 
도착을 했지만 고르고 골라서, 날을 잡았었고, 몇 번씩 안 내려 본 곳이 없는 
만재도 구석마다 특성을 알고 있다고 자만을 하다 보니 고기가 다가올 시간만 
기다리면 될 터였다…….
망상어 짓일까???? 미끼가 자꾸만 없어지기에 큼지막한 깐 새우로 바꾸어 봤지만 
그래도 요상한 것들이 덤벼들었는데 아무래도 커다란 학공치까지 몰려들었나보다…….
두어 번, 쏜살같이 찌가 사라지기도 했지만 철을 잊은 작은 농어였고 
삼치 떼가 뛰는 것도 보이더니 스멀스멀, 결코 노래미는 아닌 것 같은
점잖은 입질이 있었기에 재빨리 챔질을 해보았는데, 이건, 또 무슨 일이라니?
작아도 너무, 작은 멸치새끼가 깐 새우를 먹으려고 한껏, 입을 벌렸다가 
바늘에 걸려 나왔으니 멸치 입질도 이렇게 스마트한 세상이 되었나?




아직, 만조 시간이 넉넉히 남았는데 멀리 배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기에 
벌써 도시락을 가져 오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도시락을 줄 생각은 안하고 
무엇이라고 큰 소리로 물어왔지만 파도소리와 바람이 가로막아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서로가 소리를 몇 번 지르다가 결국, 배를 접안시키고서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있었는데 아직 고기를 잡지 못했다면, 지금, 고기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옆자리로 빨리 옮겨 가자는 것이었기에 물때 상으로는 조금 더 
기다려 봐야할 시간이었지만 그 넘에 팔랑 귀가 가볍게 번뜩였기에 따로, 
짐을 두었던 자리로 한 번 더 배를 접안해야하는 수고로움 후에 선장의 아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는 자리로 달려가게 되었는데 노(老) 선장의 아들은 다른 사람들은 
좀처럼 내리지 않는 곳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약간, 험하기도 하고, 이동도 힘들어 쉽게 사람들이 쉽게 선호하는 자리도 아닌데 
어떻게 저 자리를 간 걸까?)
이 자리를 선호하는 사람이랬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일 텐데 날이라도 조금만 나쁘면
내릴 생각을 할 수도 없는 곳으로 만재도 전문 낚시점의 점주가 가장, 선호하는 자리다.
손님이 많은 날에 낚시를 좀 해보려면 빈자리가 별로 없기에 우연히 내렸다가
발견한 자리로 날씨가 나쁜 날이면 큰 배로 바로 접안하여 윗자리로 피신해 있다가
잠잠해지면 내려와서 낚시를 하는 곳인데 가끔 식이라기 보다는 매번, 엄청난 경험을 
하게 해주는 만재도 에서도 별난 곳 중의 한 곳일 게다.......
언젠가 하루의 낚시를 끝내고 민박집으로 돌아가는데 무엇을 생각하는지 돌담골목길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느릿하니 걷고 있기에 무엇을 잡았는가고 어깨를 툭, 치니 깜짝 놀라기는?
“최 사장, 당황하셨어요?~~  ^^;; ”
“아뇨, 아뇨, 엄청 놀래서요…….”
“저기 어디어디에서, 아시잖아요, 그 자리........ 육짜도 잡고 큰 우럭도 잡았는데
 무언가 이상한 대물이 물렸는데 그냥, 힘을 썼더니 낚싯대가 부러지더라고요…….
 감생인 감생인데, 도대체 얼만한 놈이기에……. 아시잖아요? 제 채비...... 원줄 4호에 
 목줄 4호로 다이다이 쓰고 6호 바늘에 깐 새우를 끼워 정해진 시간까지 잘 맞췄는데
 2.5호대로는……. 안되겠어요……. 2.75로 바꿔야지,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내일 거기 한 번 내려 보시죠? “
“오늘 나가는데 내일 어떻게 거길 내리냐?  빨리 짐 꾸려 내려오라고~~~~”
알 수 없는 크기의 대물에게 농락을 당했다며 분한 콧김을 훅, 훅, 내불어댔는데 
육자배기 감성돔이나 우럭은 끌어 낼 수가 있었으나 그 이상 되는 크기의 참돔 아닌, 
감성돔이 분명하기에 해마다 눈독을 들이던 자리였는데 선장의 아들이 이 자리를 어찌 알고 덤벼들었을까?
서로가 공략하는 시간대는 비슷했으나 수심대만은 서로가 약간씩 달랐기에 
그 이상한 대물을 만날 수도 있었고 못 만날 수도 있는데 아직, 정확한 수심 대는 모르는가보다.
날씨가 어느 정도 잔잔한 날도 만나야겠지만 그 이상스런 대물들이 기거하는 
아방궁의 위치를 알았다고 해도 채비가 무지막, 스러워야 얼굴을 볼 수가 있을텐데. 
제 아무리 낚시학교의 교장이 아니라 낚시대학에서 고급강의를 하는 교수라 해도 
이곳에서는 만재스럽게 대들지 않고서는 그 대물의 비늘 한닙도 구경할 수가 없을게다.......
크지 않은 잡고기가 두어 마리 올라왔고 급한 당김이었는지, 설 걸림이었는지, 
불량급 바늘이었는지 6호 바늘이 단번에 부러져 나가는 불상사로 어이가 없었지만
어디 이런 일이 한두 번이었나..……. 또 한 번, 입을 다물어야지…….
선장의 아들도 두어 마리를 낚고는 이상한 당김에 잠시 당황했었다며 아무래도 목줄을 바꾸어야겠다며
혹시, 4호 목줄이 있으면 한 번, 빌려 달란다…….
(원, 너, 만재 사람 맞아??????)




점심도시락을 먹고 다시 낚시에 열중하는 만재도를 너무나도 사랑한다는 청년의 앞으로는 
탁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맹골도나 병풍도의 그런 탁물 수준은 고기나 물려 나오지…….
이건, 완전히 냉수대를 통째로 떠안은 똥물 수준이었다…….
그래도 부지런히 밑밥을 뿌리며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집중을 해보았지만 
차갑게 변한 수온은 놀래미도 숨게 만들었으니 이십년이나 다녔던 섬의 물속과 물때를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니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이럴 때는 건너편의 남대문 쪽이 수온이 높던데 그쪽으로 옮겼으면 어땠을까?
이미, 오후 세시가 넘었으니 그쪽으로 옮긴 다해도 시간이 얼마 없을게다....
내 경험으로는 중썰물 시간이 지나서야 고기구경을 했기에 매번 그 시간대에 찾곤 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장 조차도 나와는 반대로 물때를 알고 있는지 들물시간대의 
포인트라고 하는데 포인트에 대한 알음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는가 보다…….
만재도의 개척자겸 선임자였던 이종철 님같이 포인트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인 사람도 없겠는데
납작 간여를 선호하는 그분의 포인트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은 맹신에 이른다.
한번 정한 포인트에 내리면 식사도 걸러가며 장대를 움켜쥐고 꼼짝을 안하고 서있는데
언젠가는 고기가 몰려온다며 받침대에 낚싯대를 걸어 놓지도 않고 갯바위에 엉덩이를 
내려놓지도 않고 버티기에 선장이 하품을 하다못해 감탄까지하기에 이르렀다....
“허…….그 양반, 갯바위에 내리면 밥도, 안 먹는데 한손으로 낚싯대를 들고 통조림을 따서
그대로 입으로 털어 넣으며 버티더라고……. 내가 배를 몰고 지나다니면서 그 양반이 앉거나 
받침대에 낚싯대를 걸쳐 놓은 것을 보질 못했응께…….“
(그러려면, 도대체, 빈 받침대는 왜 설치해 놓고, 히프 커버는 왜 하고 있는거야?)
어느 해 여름에는 돌돔 떼를 만났기에 잠시도 쉴 새 없이 낚싯대를 놀리는 것을 
끝 간여에서 멀거니 쳐다보고 있었는데 쿨러 두개, 가득, 돌돔을 채워 놓았고 여분의
자루에도 따로 들어 있었는데 같이 내린 사람은 구경이나 하라하고 그 사람의 미끼까지 차지하여 
그 사람의 쿨러까지 채워 놓은 것이라고 했다……. 뒤로 감춘 봉지에는 도시락이 들어 있었는데 
먹을 사이가 없다 보니 더운 날에 그만, 쉬어버렸기에 선장이 알면 힘들게 가져다준 것을 
먹지도 않고 버린다고 섭섭해할까봐 미안해서 뭍까지 가지고 가서 버린다고 했었던가?
10미터가 넘는 돌돔 장대를 한손으로 휘둘러가며 어지간한 돌돔은 그대로 들어 올리고 
뜰채를 사용해야할 정도의 큰 돌돔이라면 한손엔 장대를 다른 한손에는 뜰채를 들고 
파리채 휘두르듯하니 그냥, 보기만 해도 기가 막히고 숨도 막힐 지경이었으니 
이 세상엔 정말,  별난 기인도 많고 힘센 장사도 많더라고…….
아직, 낚시를 그만둘 나이도 아닌데 무슨 일이 있는지  가끔씩 안부 전화만 하고 있으니…….
(선장님, 어때요? 수온은, 물색은? 잘 계시죠????)
매주 일요일에는 청계 산에 올라가 있다니 언젠가 그쪽으로 산행을 가면 만날 수가 있을게다.......




짐을 꾸려놓고 배를 불러, 건너편으로 다가가니 역시, 짐작했던 대로 고기를 잡아놓았구먼.... 
오전에는 등대 밑에 내렸다가 수온이 차다고 느껴 오후에, 이쪽으로 옮겨 본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반면에 초라한 우리의 조과...... 슬슬, 좋은 성격이 나빠지려고 한다......
여름철에도 한창 공사 중이었던 방파제 증축공사가 아직도 끝나지를 않았는데 한 번 더, 
골재를 싣고와야겠다고 바지선위에 남아있는 골재를 긁어내고 있었는데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끝을 내기나 하려는건지....
내일에 대한 기대가 또 있으니 밑밥을 녹여놓으려고 냉동실문을 열었다만 
내일은 몇 장의 밑밥이 필요할까?
넷, 다섯, 여섯? 연필 많이 가지고 다니는 놈이 공부 잘하는 건 아닐텐데......ㅎㅎㅎ
선장의 아들이 너무도 공을 들여가며 회를 떠, 내기에 좋은 성격은 잠시 접어놓고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대충, 대충, 떠라~!!!  뭘, 그리, 뜸을 들인다니?”
“예쁜 떡이 맛도 더 있다고 그래도, 잘 뜨는 것이 좋죠......”
“만재 사람들은 손님 대접을 이렇게 하나? 자기네가 잡아서 손님 대접을 해야지 
 손님이 잡은 고기를 얻어먹으면 되겠어?????”
“내일은 꼭, 고기를 잡아서 대접할게요.~~~ 만재사람의 저력을 믿어 주세요~~~!!”
나만, 더운 건지, 알 수없는 열이 오르는 건지, 창문을 열어 젖히니 골재를 실으러 간다는 
바지선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보였는데 빈, 레미콘 트럭은 뭐 하러 싣고 다니는 걸까?
상관없는 것에까지 신경이 쓰이는 걸보면, 어지간히 열이 올랐나보다…….
뜨거운 홍합 미역국을 두 사발이나 들이켜고서야 저녁밥상을 물렸고 커피도 한 잔했지만
이른 저녁부터의 홀로 있는 시간이 도심에서와는 너무 달라, 마음속까지 조용했을까?
쓸쓸했을까? 잠도 안 올 테니 방파제라도 나가서 마침 만조시간이라도 걸리면 볼락이나 
우럭이라도 몇 마리 낚아볼까했다만 지금은 북서풍의 계절이고 물색도 탁한데다 조금전까지 
방파제 공사로 물속까지 들쑤셔 놓았겠지?
어느 정도 자기가 행복하다는 착각에 빠질 줄을 알아야 행복을 누릴줄아는 사람으로 
살수가 있다 이것도 이유가 되고, 저것도 이유가 되어 자기도 모르는 어둡고 습함에 
정체 되어 알 수없는 중량감에 동행해 버리게 되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짓눌려 버리고 만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멀리 있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멀리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이 순간에는 없다고 느낄 때 오는 고독감은 가난중의 가난이라고 하지만 가끔은 
가벼운 깃털을 단듯이 자기만의 괄호를 치고 들어가 앉은 그 공간에서
행복하다는 착각에 빠져 단순하게 살아내는 내가 되는 것도 행복을 누릴 줄 아는 것일게다.
이런 착각에 빠져 가끔은 내 것만의 행복을 찾아낼 필요도 있겠기에
지금이 어떠하더라도 가끔은 착각의 여정을 찾아서 떠나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 속에 주변은 어느새 어두워졌고 서늘한 냉기가 옷 속을 파고드는 
오소소한 밤공기 속을 헤치고 민박집으로 돌아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