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탄 손님들이 고단했던지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지 여러 차례 문을 두드려도
열어 주질 않기에 할 수 없이 뒤편에서 날리는 물보라를 피하여 서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시간 반 정도의 거리니 손에 잡히는 부분을 움켜쥐고 버텨 보기로 하고 얼마를
더 달려서야 내만이 가까워졌는지 흔들림이 적어져 허벅지에 잔뜩, 들였던 힘을 줄일 수가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돌아오는 날에는 날씨가 좋기에 서망 항의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만재도 전문 낚시점이 목포의 북항에서 출발하기 시작했기에 어쩌면, 다시는
진도의 서망 항을 구경하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낚시점도 무슨
사정이 생겼는지 배편이 없다하여 진도의 서망 항에서 가거 도를 가는 배편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몇 일전 새벽의 어둠 속에서는 자세히 볼 수 없었던 낯익은 지형들이 눈에 들어왔다.
몇 년 동안, 변한 것도 있었지만 이십년 가까이나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도로공사가
아직도 군데군데 남아있긴 했지만 예전에 비하면 야 많이 개선되어있었기에 목포시내를
빠져 나와 고속도로까지의 진입이 어렵지 않았다.
군산 근처까지 와서야 시장기가 느껴져 간장게장전문점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고
마나님 몫으로 포장된 것도 사가지고 늦지 않은 시간대에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가 있었는데
중간, 중간에 노 선장과 민박집 아저씨가 어디까지 갔는지, 눈이 오신다는데 길이
미끄럽지 않느냐고 걱정스럽게 물어오기도 했다.
나만이 사용하는 공간에 대충, 짐을 들여 놓고, 종류별로 나누어 냉동고와
냉장고에 분류해 놓고 노모(老母)가 계시는 방안에 들어가서 무사히 다녀왔음을 고하니
왜 이렇게 빨리 왔는가, 고 놀라워 하셨다.
아마, 이삼일은 더 지나야 돌아올 것으로 아셨었는가 보다.
지난번 여름철에는 근,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오니 딸내미가 목소리를 깔고 엄중하게 경고를 했었다.
“아빠, 지금 정신이 있는 거유? 없는 거유?!”
“할머니도 몸이 불편하시고, 엄마도 건강이 염려되는데 이렇게 오래도록
집을 비웠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어쩌려고?”
“이젠, 너무 오래 집을 비우지 말라고~~~~~~~!!!!!!”
“............ -_-;; 알았다....... 앞으로는 짧게, 다니도록 하마, ”
이러한 약속을 한 적이 있기에 그 약속을 지켜야겠기에 2박3일의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노라고 하니
“그 년이 그런 소리를 했어??? 그래, 딸년이 무서워서 이렇게 빨리 왔나?
이젠, 그런 약속, 필요 없다....!!! 세상이 변하여 자네가 집에 없어도
연락만 하면, 무엇이든지 다 해주는 회사도 생겼다는데 내가 죽으면
그리로 연락을 하면 알아서 해줄 것이니 자네가 아무리 멀리 가 있어도,
연락을 받으면 하루면 올 수 있질 않겠나?!“
“내 걱정 말고, 힘 있고 건강할 때, 자네 하고픈 것하며 즐겁게 살게......”
“내가 아픈 게 벌써 몇 년인데…….긴병에 효자 없다했는데, 이만큼 했으면
자네 할 도리는 다했으니 내 걱정 말고 훨훨 날개를 펴고 다녀야지…….
이제 그 힘든 낚시 얼마나 다니겠다고…….먹고프면 생선 사 먹으면 될거고”
“고단할 텐데 어서 가서, 쉬시게~~~~~~~! ”
“............ -_-;; ”
아무소리도 못하고 노모(老母)의 방을 물러나오니 이번엔, 마나님과 딸내미가
눈이 휘둥그레하여 쳐다본다.…….
“어???? 아빠 정말, 빨리 왔네???”
“그러게???? 왜 이렇게 빨리 왔수?????”
“뭐, 지난번에 약속을 한 것도 있고, 물때도 지났고, 고기도 안 잡히고……. -_-;; ”
매번, 하루만 더, 하루만, 더하고 집에 돌아오는 것을 지각했던 사람이
약속을 지킨답시고 제날짜에 돌아온 것이 또 신기했던가 보다…….
빨래거리를 분류해 놓고, 아침식사에 사용할 고기만 내놓고 대충 물 칠만 하고
너무나도 편하고 익숙한 공간에 몸을 뉘였지만 딱히 고단할 것이 없었던 만큼
쉽게 잠이 오지도 않았다…….
‘이번에 제대로 재미를 보지 못한 원인이 무엇일까?’
‘그리도 오래 다녔던 곳이기에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물때를 무시했었고
평소보다 짧은 일정이라 급한 마음이 있다 보니 진득하니 운용을 못하고
갈팡질팡했던 것도 있고, 뭐, 운도 따라주지 않았겠지…….
낚시를 가서 원하는 고기를 꼭 낚아보려거든……. 또 여러 마리를 잡아보려면
낚시잡지나 인터넷상에 자세하고 장황하게 올라와 있는 기법이나 정보라도
읽어봐야겠지만 실전을 겪어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리나 음식을 만듦에 있어서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에서도 쉽고 편하게
래시피를 찾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어머니나 제대로 된 주부의
손끝에서 나오는 신비한 비법은 결코 말 몇 마디나 글 몇 줄로 된 단어로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김치 같은 것은 집집마다 양념이 같을 수가 없다보니 똑같은 김치는
이 세상에 없다질 않는가.
수없이 실패를 반복하고 다듬어야 낚시도 잘하게 되겠는데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건 간에 잘 아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낚시를 하는 도중에 물려나온 원치 않은 물고기들을
잡고기로 몰아붙이곤 갯바위에 패대기쳐 생명을 앗아버리고 혹시나
질기게 살아남을까 두려웠는지 쪽진 갯바위 틈바구니에 쑤셔 박아 놓고…….
마치 철천지원수라도 물리친 냥 잔인한 웃음을 흘리기도 하지만
그것도 모두, 우리와 인연으로 엮여있다는걸 안다면 그리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작은 사물하나라도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는 것이, 나와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서로가 많은 인연의 끈이 닿아있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
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보는 측면에서는 다소, 의아할 수도 있을게다만…….
나 또한 가끔, 십년 이십년 전을 그리워는 하겠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다
그때 지금만큼만 알았다면……. 다가올 미래가 궁금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눈뜨면 너무 빨리 세상이 변하고, 또 얼마나 오염되어 숭어한마리라도
남아있을까도 걱정되고 궁금한, 쓸데없는 생각들…….
이런저런 남은 생각과 아쉬움에 허덕이다가 잠이 들었나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민박집 아줌마가 준, 고등어 두 마리를 굽고, 가거도산 조기도
튀기고, 후식으로 만재도 고구마도 몇 개 쪄먹고 뒷정리를 시작했다.
다 사용하지도 못하고 남긴 바늘을 빼내고 장갑도 빨아 널고, 가져갔던 것들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아 가면서도, 아쉬운 것이 남은 마음에 개운하지가 않았는데
이 해의 남은 정리와 몇 건의 송년회도 있기에 얼마 남지 않은 이 해에는 바다구경을 또 못하겠구나.......
정신이 제자리에 돌아오면 또 도지는 고질병 같은 생각..........
어제까지는 바다 안에 담긴 그 섬에 가서 듣고 싶었던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시원한 파도소리 청량한 바람소리....... 그 바람에 묻혀왔을까?
입술에서 느껴졌던 쫍쪼름한 맛과 느낌은 분명히 파도에 흩어져 날아오른 염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서 입술에 묻었을 것이다.
나 혼자 잠시 독차지하고 있었던 작은 섬의 한부분에서
고기를 얼마나 잡았는가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열 마리를 잡았던 백 마리를 잡았던 그것도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중요한 것은 내 낚시 인생에서 얼마나 제대로 즐겼는지가 아닐까…….
꿈 하나가 깨어졌다면 다른 꿈을 채워 넣으면 될 것이기에…….
거추장스러웠던 것이 걸러지고 필요 없는 것은 제쳐놓고
날카로운 것도 적당히 무디게 하자면 어느 정도 시간의
흐름이 있은 후일게다
그것이 복잡함을 이기는 것이기에…….
바람 속에 내가 있었고 그 바람 안에서 이제 시간은
무엇을 남기고 또 무엇을 가져갔을까
이제 다가오는 새해는 또 무엇을 가져다줄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제자리에 앉아 예전과 똑같은 일들을 되풀이한다.
잠시 시간이 나면 마나님과 마트도 가고 공원으로 산책도 가고…….
추운 겨울이지만 날이 좋은 날이면 알 수 없이 넓은 하늘에 새파란 물감을
양동이로 얼마나 뿌렸관데 저리도 푸를까 싶은 하늘이 끝없이 펼쳐졌지만
더 넓고 푸른 하늘이 있는 그곳에는 쪽빛 바다도 함께 있을 것이다.......
또 한해를 시작했던 연초의 막연한 설렘도
심장이 터질듯했던 뜨거운 폭염도 어느덧, 옛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인생의 무상함을 뜻한다는 말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리 표현하기도합니다.
거자일이소(去者日以疎)
내자일이친(來者日以親)
헤어져 가는 사람은 하루하루 멀어지고
와서 접하는 사람은 날로 친숙해지네.
이를 영어로 표현하면, "Out of sight, out of mind" (즉,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잊는다)
인간관계의 원리도 매 한가지죠.
어느 모임이든지 세월이 가면 시들해 지기도하지만 보고 싶은 얼굴들이 있을 때가 좋을 때입니다.
연말의 짧은 이때에 파업이며 미흡한 정치판으로 애궂은 마음의 피해도
더러, 느끼는데 우리 모두가 주인의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13년을 보내고 다가오는 2014년에는
웃음만이 넘치는 일만 가득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