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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3, 만재도의 3박4일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by 찌매듭 2014. 8. 6.

  누가 시켜서 이런 짓을 하겠나. 입맛도 없는데 억지로 밥 한술을 꾸역꾸역 밀어 넣곤 서둘러 잠을 청했지만, 잔 듯, 안 잔 듯, 뒹굴 거리다가 겨우 잠이 들어서 단잠을 자노라면 반갑지도 않게 민박집 아저씨가 잠을 깨우고 점심밥을 먹으라하니 이런 어정쩡한 상태에서 무슨 밥맛이 있을까만, 오랫동안 뭍에서 상처를 받았다며 이런 다소 해괴한 방법으로나마 치유를 하겠다며 찾아 온 섬에서의 이상한 행태가 오늘도 이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며 유행가 가사처럼 랭보의 시한 구를 입에 올리곤 한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촤르륵~~~~~~~ 촤르륵~~~~~~~~’ 깜빡, 잠이 들었나본데 날이 너무 무덥더니 기어코 소나기라도 한줄기 하는가 보다했더니 파도가 몽돌 밭을 훑어 내리는 소리였다. 너무도 익숙한 소리였는데 왜 다른 소리로 생각을 했을까?! 음식이야 자기를 위해 먹는 것이고 옷은 남을 위해 입는다 했으니 오늘 밤을 위하여 한술 떠먹고, 편한 옷차림새로 민박집의 골목길을 또, 나서본다. 진도 쪽에서 왔던 낚시꾼들은 일정도 짧게 잡았겠기에 일찍 철수를 했고 생각보다 빨리 변한 기상의 영향이 있어 오늘밤에 갈만한 곳을 고르기가 쉽지가 않겠다. “정 군‘은 가장 편하고 안전한 등대 밑의 넙데데한 등판 떼기를 생각하지만 반찬거리 고기는 충분히 잡아 두었으니 물 흐름이 파고 들 때가 아닌 그곳은 정신 나간 대물이라도 한 마리 지나갈 때가 아니기에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는데 한 고비를 돌아 멀리 바라보니 밤 시간을 보내기에는 마땅치가 않아 보였다. 젊은 선장에게 배를 돌리라 하여 가장 안전한 곳이긴 하지만 귀신을 만나는 황당한 일을 겪고 부터는 몇 년간 잘 가지를 않던 곳으로 갈수밖에 없었다. 선장의 작은 아들이 얼마 전에 이곳에서 낚시를 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그때는 귀신을 만나지 못했다며 큰 고기를 여러 마리 잡았다고 했었다. 아마도 독실한 신자인데다가 총각이니 처녀귀신이 접근을 안했겠지만 워낙, 험한 세상이다 보니 몇 년 사이에 다른 곳으로 가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결심했어~!’ 마침 고모님이 주신 묵주와 성수 한 병, 또 노모의 묵주도 함께 가져 왔으니 나타난 다해도 힘도 제대로 못쓰겠지……. 급하면 찾기는 한다만 무슨 때가 아니고선 성당근처를 지나만 다니는 냉담한 주제라 설계사무소의 실장이 놀라워하기도 한다만, ‘너도, 몇 년 지나봐라……. 베스일망정, 고기도 못 잡는 은혜가 몇 년, 아니 몇 달만 이어져도 냉담해지지 않는다고 장담을 못할걸???‘ 절대적 무신론자라고 부르짖던 차에 해괴한 경험을 했기에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보면 모두가 실성을 했다거나 약간, 신기가 있는 것으로 보는 눈치였기에 제풀에 지쳐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가, 독실한 신앙을 지니고 계신 고모님께 이야기를 꺼냈었다. “고모, 고모는 내가 하는 이야기를 믿어 주실 거요~~~~ 내가 낚시를 갔다가 귀신을 만났어요. 다시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정말, 만나긴 만났다니까요?“ 어쩌고, 저쩌고 한참을 떠들었지만 아무 소리도 없이 듣기만 하시다가 가셨기에 또 한 번, 정신이 병든 것으로 생각을 하시겠구나, 했는데 얼마 만에 다시 오셔서는 신부님과 이야기 끝에 묘책을 강구해 왔다며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고농도의 성수와 비싼, 묵주에 선더볼트급의 은혜를 담아 왔으니 꼭, 가지고 다니라며 웃으셨다. 개인 공간에 간직해 두었다가 만재 도에 갈 때면 꼭, 가져가긴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 신통방통한 효험을 볼 날임이 분명했다. “신앙의 신비여~~~~~~ 주, 께서 오실 때까지~~~~” 열심히 고기를 잡아 보기로 하고 “정 군‘에게는 내린 자리 부근을 지키라고 포인트를 골라주고 낚시방법, 고기가 접근하는 시간, 고기가 다니는 길목까지 세세하게 일러주곤 하나씩 짐을 메고, 들고, 여러 번에 걸쳐서 뒷골 창으로 넘어 갔다. 혹시나 환각에 빠지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주변의 지형들을 눈에 깊이 담아두고 희끗한 갯바위부분도 착각하지 않도록 여러 번 되살펴보고 성수도 넉넉히 뿌렸다. “성부와 성자와~~~~~ 아멘~!!!!” (잘 안 뿌려졌을지 모르니 다시 한 번,~~~!!!!!) 예전에 ‘추자의 야인’ 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가. 본데 아무도 믿지를 않는 눈치기에 혼자서만 꿍꿍 앓고 있다가 나를 만나고서야 속풀이 삼아 꺼내놓곤 시원하다고 했다. “나도 매듭님과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모두가 나를 정신병자취급을 하는 눈치더라 이겁니다” 아마, 그때 그런 일을 당하고 부터는 짐 가방에 넣고 다니는 플래시와 배터리의 양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났다. 오늘은 몇 개의 불을 뒤편으로 환히 밝혀 두고 있으면 나타나지도 못할 거야……. 곧바로 쏠쏠한 크기의 돌돔이 한 마리 먼저 올라왔기에 꿰미를 먼저 내려야했고 절대로 큰 참돔은 들어올 길목이 아니다 보니 상사리급 참돔은 올라왔고 큼지막한 우럭이 짐작했던 방향에서 낚여 올라왔으니 좋은 자리임은 분명하다만, 뒤통수가 으스스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디카를 삼각대에 걸어놓고 ‘인터벌’ 촬영을 걸어놓을까 생각을 하다가 물골이 어렴풋이 보이는 맑은 물색이었기에 어두워지기 전에 폰카로 찍어두었는데 디카였다면 훨씬 또렷해서 짐작하기가 쉽겠는데 멀리 가방이 있으니....... 물속지형이 저러하니 농어, 참돔, 우럭, 돌돔이 잡히는 지점이 명확한 것을……. 경록아. 혹시 사진을 보게 된다면 눈 속, 깊이 새겨 두었다가 낚시를 하면 도움이 되리니…….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며 물 차오름도 제시간을 찾아간다....... 언젠가 같이 머리위에 달이라도 걸리게 되면 그 달을 머리에 이고 물속을 들여다보며 마릿수의 돌돔 행진을 또 한 번 이뤄보기를 갈망했지만 이틀이 늦었다 보니 원하는 방향으로 채비가 흘러가주지를 않는다. (저 달과 별은 또 어디로 갔을꼬?) 구름에 가리우고 바람에 쫓겨 가지도 않는 해무가 몸을 휘감으며 끈질기게 주변을 맴돌며 만조시간이 찾아 왔지만, 농어 떼가 극성을 부렸기에 두 번은 뜰채를 사용하여 떠올렸지만 몸이 무거워지며 만사가 귀찮은 상태가 되어 무모하게 들어올리기를 시도 했더니 강도가 제법 있는 낚싯대였기에 잘도 올라와 주었다……. 지렁이의 유혹을 못 이긴 농어가 근처에 계속 있었기에 또, 들어 올리다가 낚싯대가 동강이가 나고 말았는데 고기는 끌어 올렸지만 언제 다른 낚싯대로 교체를 할꼬? 어둠속에서 더듬거리면서 다른 낚싯대를 꺼내 들었지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기에 몸 따로 손 따로, 신경 따로, 정말 정신이 없네……. 급히 한 채비에 지렁이 두 마리를 끼워서 다시 던져 보았지만 막대찌가 달렸기에 앞바람에 밀려서 멀리 던져지지를 않는다. 돌돔이 있을 것 같은 자리를 벗어나 농어가 있을 곳으로 흘러갔고 ‘껌뻑’ 이는 입질이 나타났지만 돌돔이 먼저 건드리는 것 같지는 않고 농어 짓 같기에 챔질을 망설이다가 막대찌가 완전히 잠겼다 싶어, 견제도 없이 강하게 대를 세웠는데 초기 반항이 세찬 것이 돌돔임이 분명했다. 발밑부근까지 끌려 온 것 같았는데 바늘이 빠지면서 한껏 휘어졌던 낚싯대가 갯바위에 어딘가에 부딪었고 어둠속에서도 무언가 감촉이 이상한 것 같아 자세히 보니 끝부분에서 한 뼘쯤 내려 온 곳에서 90도로 구부러져 있었다. 마스카라를 바른다는 요즘 도구는 90도로 꺾인다며 자랑하는 광고를 하지만 낚싯대야 절대로 그럴 순 없으니 또 교체를 해야겠는데 가볍게 넘어 온다고 낚시가방 속에서 절반을 덜어내고 넘어 왔으니 제자리로 돌아가서 다른 낚싯대를 가져와야만했다. 떼뚝, 거리며 넘나다니던 갯바위 등성을 급한 마음에 비호같이 넘어가서는 좀 더, 멀리 채비를 던져 넣겠다고 가냘픈(?) 2호대에 구멍 전지 찌를 가져와서 다시 던져 넣게 되었지만 아까운 시간이 얼마나 지나갔는지 알 수가 없다. 바쁘다 보니 물론, 뒤를 돌아볼 사이도 없었거니와, 그 못된 것이 또 나타나서 뒤에 오래 서 있다하더라도 제풀에 지쳐서 가버릴 정도로 신경 쓸 사이가 없었다. 붉은 전지 찌의 불빛이 물속깊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또, 한 번, 강한 챔질……. 아래 골창으로 사정없이 무언가가 끌고 달려가는데 어떤 놈일까? 조금만 더 내려 가면 충분히 6미터 뜰채가 닿을 만큼 물이 올라와 있었기에 한발, 한발, 확실하게 발을 내리 디디며 강한 헤드랜턴 빛으로 물체를 확인하고 뜰채를 내렸는데 고기가 너무 크다기 보다는 내리 흐르는 물살이 강하여 빈 뜰채가 잠간동안 물위에 머무는데도 너무 힘이 들었다. (새벽 1시, 만조시간이 지나 썰물이 한창 시작됐겠구나. 언제 시간이 이리됐을까?) 바늘이 깊이 박혔기에 그대로 잘라내고 새 바늘을 고르면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바늘크기를 키워야할까? 줄여야 할까?!) 농어도 곁들여 나오고, 그대로 들어 올리려면 바늘이 큰 것이 낫겠다 싶어 호수를 둘이나 키운 것이 잘못됐는지, 적절하지 않았는지 제대로 걸림이 되지를 않는 설 걸림과 바늘 빠짐 현상이 이어졌는데 바늘을 아예 삼켜 버리도록 늦게까지 두어도 안 걸려드는걸 보면 분명, 돌돔 입질이 맞긴 맞는 모양인데 챔질을 빠르게, 더 빠르게, 늦게, 더 늦게, 이리저리 요란을 떨다보니 큰 고기는 안 걸려들고 뺀찌 급을 벗어난 것들과 농어만 가끔씩 보였으니 이제는 물때도 늦었고 대물들이 나와서 난장을 칠 시간도 지나 버린 것이 분명했다. 얼마 전에 ‘톰, 크루즈’ 가 나온 영화를 보니 잘못된 시점부터 여러 번 다시 반복하여 맞춰 나가는 부분이 있었던데 그러한 ‘리셋’을 할 수가 있다면야 낚싯대도 안 부러트려 먹고 헛챔질도 수정 할 수가 있었을 텐데……. 오늘은 귀신에게 홀리지는 않았지만 자꾸만 헛공상에 빠지는 것이 아무래도 SF 영화를 많이 봤는가보다……. -_-;; 물이 쭉~~~~! 빠졌으니 더 이상, 뜰채사용도 어렵게 됐고 이곳의 상황도 끝나 버렸으니 일찌감치 짐을 옮겨, 제자리로 가야겠다……. 실패는 하나의 교훈이며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했는데 이십년을 다닌 섬에서 또 다른 실수를 하다니……. ‘정 군’ 이 잠도 안자고 있는걸 보니 무슨 고기를 잡았을까????? “농어 큰 것을 한 마리, 잡았는데 매듭님 쿨러에 간신히 우겨 넣었어요~~!!!” 쿨러를 열어보니 속에 들은 것들을 절반은 꺼내놓고 고기를 잔뜩 구부려 넣었기에 “네 쿨러에 넣지, 왜, 내 쿨러에 넣었니? 내가 잡은 것도 가져와 넣어야 하는데~~! 꺼내서 네 쿨러에 넣어~~~~~~~~~!!!!!!!” 가득이나 열이 올라있던 참이라 ‘버럭~!’ 소리를 질렀더니, “제 쿨러는 가득차서 더 이상, 고기가 들어갈 공간이 없어서요~~~!!!” “가르쳐 주신 데로 했더니 뭐, 이것, 저것, 잘 나오데요? 그쪽은 더 잘 나오기에 안 오시는가 했죠~~~!” 방금 전까지도 온갖 종류의 고기들이 앞을 다투어 물어 주었다며 더 잡을 필요가 없기에 쉬엄쉬엄, 건성으로 낚싯대만 붙들고 있다면서 바늘에 미끼도 안 달려 있을 거라고 했다. “매듭님이 이곳에서 장대를 사용하셨다면 돌돔……. 많이 잡으셨을걸요????” 과연, 고기들이 몰려 있었는지 지렁이를 낀 바늘을 던지자마자 농어부터 물고 늘어졌고 뜰채를 들고 잔뜩, 물이 빠진 비스듬히 경사진 곳을 한참이나 더듬거리고 내려가 떠 올리고 보니 더 이상, 이 짓을 할 기운도, 재미도 없어졌다……. 다시, 되넘어가서 남은 짐들을 마저 옮겨다 놓고 땀을 식히다 보니 아직도 저녁 도시락을 못 먹은 건지, 안 먹은 건지, 그제야 시장기도 몰려왔기에 굳은 밥덩이를 인절미 조각같이 잘라서 마나님이 담아준, 오이지 한 점과 같이 입안에 몇 번을 밀어 넣고는 때늦은 커피 물로 입안을 헹구고 나니 와이어로 된 꿰미 줄을 담가 놓고 왔다는 생각이 났으니 한 번 더, 넘어갔다오게 생겼다. 줄이 짧은 건지 지형이 높은 건지 수면위로 거의 몸체가 드러난 고기는 가쁜 숨을 쉬고 있었으니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모순이라니......) 여름밤은 짧기도 하고 길기도하다. 무덥고 모기떼가 극성을 부리고, 입질도 없으면 지루하기도 하지만 가끔씩 시원한 바람이 훑고 지나가고, 심심치 않게 입질이 와서 큼지막한 고기라도 한 마리씩 나와 주어 꿰미 줄이 가끔씩 절그럭 거리고 쿨러에 고기가 절반 넘어나게 담겨서 함께 넣어 둔 음료나 캔 맥주라도 하나 찾으려고 손을 깊이 넣다 보면 고기의 진액이 끈적끈적하게 묻더라도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안 드니 별일이지 뭐야? 풍겨 나오는 비린내조차도 향긋하기도 하니 밤낚시의 낭만에 빠져 더위도 잊고 피곤함도 모른 채 밤새워 시간을 보내나보다. 사랑스러운 마나님이 하달한 목표는 채웠기에 집에 돌아갈 면목이 생겼다. 민박집 아저씨가 서둘러 손질을 하는 품에서는 마릿수를 늘려 왔기에 귀찮다는 불만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았는데 내색을 하는 건 아니지만 약간, 거북하네....... -_- 가거도라면야 아무리 많은 고기를 낚아오더라도 손질해줄 할머니나 아줌마들이 있지만 만재도 에서는 점점 사람보기가 귀해지다 보니 누구에게 부탁할 곳이 마땅치가 않다. 엊그제 다녀간 낚시꾼들이 바다 물가에서 고기 손질을 안 하고 민박집으로 그대로 갖고 올라갔던데 손질도 안 한 채로 통째로 얼음 몇 조각 담긴 쿨러에 그대로 보관을 하던가. 집에 있는 물가에서 손질을 하던지 할 텐데 신선도와 나중 손질이 더 어렵기에 남에게 나누어 줄 고기라도 힘들여 손질을 하지만, 물간을 할 수 있다면 생선 맛도 한층 더 좋아질 텐데 마음만 움직일 뿐, 밤을 새우고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거문도를 한창, 다닐 적에는 작은 트럭에 쌍그물로 잡은 학공치를 싣고 다니며 왕겨를 푸는 삽으로 대충, 퍼서 3천원을 받기에 서너 삽의 분량을 사서 동내 할머니에게 포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하고 1만 원 정도를 주면 깨끗하고 깔끔하게 손질하여 포장까지 해주기에 한동안 그 맛에 취했었는데 마나님은 질리도록 먹고 나더니 학공치는 보기도 싫다고 했다. 가끔씩,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학공치 포를 보면 그때 생각이 나는지 입맛을 다시면서도 가격을 보고는 놀라서 뒤돌아 버리던데 애써 잡아 오는 고기들이 거저 생기는 줄 아는가보지?! 서 씨 아저씨와 가거 도에 갔을 때, 흔적도 없는 감성돔을 포기하고 임 선장의 배려로 열기낚시를 잠간 하게 되었는데 순식간에 30키로 정도씩을 잡게 되었다. 10킬로에 손질 값이 1만원이었는데 시간도 많으니 자기가 잡은 것은 직접 손질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서 씨 아저씨는 다음날, 더 많은 열기를 잡더니 찔리고 베어가며 고생한 어제생각에 엄두가 안 나는지 손질을 맡겼다간 손질 값으로만 10만원을 지불하고부터는 열기낚시는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많은 손님이 오는 민박집에서는 손님들이 낚아온 고기를 누구 것은 손질해주고 안하고 할 수가 없다 보니 미리, 나 몰라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손님과 주인의 입장을 떠나 반가움과 오랜 알음으로 함께 손질을 도와주긴 하지만 가끔씩은 비늘이 날아다니기도 하니 아저씨의 비위를 잘 맞추어야한다. (자, 시원한 맥주도 한 잔, 해 가시면서~~~~~~~ 호호호~~~~ ^^;;) (농어야 너도 시원한 물 한 병 마실래? ) 철수를 하기로 한 오늘은 선상배가 들어 온 것 같지가 않기에 ‘만재피싱’의 ‘최 사장’과 통화를 해보니 기상이 안 좋기에 흑산도 권에서 선상낚시를 하고 있다며 여객선을 이용하여 목포항에 도착하면 화물차로 이동을 해주겠다며 연실, 머리를 조아렸다……. 만재 도에서의 마지막, 아침밥을 먹고 늘어져 있는데 예정보다 여객선이 일찍 온다고 한다. 파도가 심해 가거도 항안으로 도저히 여객선이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기에 종선들이 밖으로 나와 접선을 하면, 바로 오겠다니 서둘러 내려가야 했다. 냉동고에 얼려 두었던 고기와 오늘 아침에 손질한 고기를 싱싱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절반씩, 나누어 담아 방파제로 가보니 노선장은 갑자기 생긴 태풍에 대비하여 벌써 배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섬사람과의 소박한 작별인사. 그 인사를 멀리하며 젊은 선장의 도선(導船)이 출발했고 무언가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여객선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젊은 선장은 심심치 않게 광어가 물린다며 요즘 한창 유행하는 다운 셧, 채비로 바닥을 더듬고 있었는데 저 방파제가 생기기전에는 안쪽에서도 돌돔이 잘 잡혔는데 ‘추자야인’이 최초로 만재도를 찾았던 70년도 초에는 몽돌 밭에서, 6미터 정도의 글라스롯드 낚싯대로도 수많은 돌돔을 잡아 소금을 뿌려가며 이 아까운 돌돔을 염장을 해야만 하니 가슴까지 저리다며 ‘이 아까운 돌돔~!, 이 아까운 돌돔~!’ 한탄을 했다고 하던데, 그때야 냉장고는 커녕, 전기도 안 들어왔을 때니 소금에 아주 파묻어 두어야 했었을 게다. 민박집 아저씨가 어린 시절에는 고기를 잡으면 소금가마에 넣어 두거나 말릴 수 있다면 말려야만 했다고 한다. 어느 날은 그의 선친이 어마어마하게 큰 참돔을 낚아 왔다는데 돌고래만 했다니 미터를 훨씬 넘긴 크기였음이 분명한데 드럼통에 넣고는 소금을 두어 포대 퍼부어 두었다는데 얼마 후에 누군가가 와서 제법 값을 치루고 가져갔다고 한다. 뒷 골창에 시멘트를 퍼부어 물골을 막기 전에는 돌돔 떼가 그리로 넘어 다니는 것이 보였다는데 투망을 던져서 가마니로 잡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고 한다……. 하기야 이십년 전에 우리들이 만재 도에 왔을 때만 해도 중간 간여나 끝 간여에서 낚시를 하다보면 돌돔 떼와 커다란 참돔들이 유유자적하게 다니는 것을 어느 물 맑은 날에 목격하고는 숨이 막히는듯하여 침을 삼켜야했으니 민박집 아저씨의 말들이 허언(虛言)은 아닐 것이다. 얼마 만에 타보는 여객선일까? 1993년도였을까? 팽목 항에 모여든 낚시꾼을 태워서 만재 도에 절반을 내려주고 남은 사람들은 가거도로 향하여 하룻밤낚시를 하고나니 갑자기 생긴 태풍이 빠른 속도로 북상하기 시작했기에 남은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철수해야만 했다. 가거도 방파제 공사가 몇 년째 진행 중이었기에 갓 운행하기 시작한 쾌속여객선에 올라타려면 어선을 이용하여 물위에서 바꾸어 타야 했는데 낚시꾼들이 신고 있는 신발에 달린 핀으로 여객선의 양탄자 바닥이 긁혀서 보푸라기가 난다며 신발을 벗고 타라고 했다. 흑산도에서 하루를 머물다가 가거도행 배를 다음날 아침에 타고 다니던 것에 비하면 야 상당히 편해졌기에 양순하게 신발을 벗어들어 손가락에 걸기도 했다만, 지금이야 어디, 그럴 수가 있나?! 오늘은 파란배가 왔다. 낚시꾼들이야 벌써 빠져 나갔을 테니 여객선 안은 텅 비어있었고 하태 도에 도착하니 그제야 통신사가 정신을 차렸는지 “까~꿍~!” 거리며 밀린 카톡 문자며, 광고문자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큰 변함이 없는 상태도를 지나 흑산도에 도착하니 수많은 관광객으로 배안이 가득 찼고 전국에서 가장 품질이 좋다는 자부심을 가진 전복양식장이 끝없이 보이는 다물 도의 새로 바뀐, 종선도 보이고....... 목포항에 도착하니 여섯시....... 손수레에 두 장의 파란종이를 받치고서 밖으로 짐을 싣고 나오니 낚시점의 총무가 기다리고 있다가 북항으로 데려다 주었다……. 또 다시 길 위에 설 수 있게 해준 또 다른 출발점이자 도착지가 반복되는 그 길을 향해 이제, 떠날 시간이 된 것이다. 시간이란,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너무 느리고 걱정하는 이들에게는 너무 빠르고 슬퍼하는 이들에겐 너무도 길고, 기뻐하는 이들에겐 너무도 짧은 것 이다. 시간이 빚은 태초의 자연 속에서 바람소리, 파도소리를 벗 삼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냈나니, 끝없이 수평선이 펼쳐진 먼 바다 속의 작은 갯바위에 홀로 올라 그 아득한 풍광에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고 시간에 쫓길 이유도 사라진 채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만끽했는지 모르겠다……. 갯바위에 올라서면 이상하니 강한 냄새가 났고 바람이 불어오면 그 바람결속에서도 냄새가 났다. 짠, 소금기가 벤, 바다 냄새를 맡으며 마음을 가라앉혔고 그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를 찾으려 했고 그동안의 힘듦을 지워가며 조금씩 변해가는 마음을 느끼며 잠시 가빴던 숨도 골라보았다. 뭍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그 곳만큼은 아직도 옛것을 고스란히 품어내고 있었다. 며칠간, 나는 뭍에서 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일까, 또 한 번의 여행을 마쳤지만 바다를 찾아가는 또 다른 여정은 내 삶이 다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길고 긴, 여행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