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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4. 아듀~! 2014년, 만재도 (또 우연히 이 바다와 함께 했다는 것이, )

by 찌매듭 2014. 12. 30.
아듀~! 2014년, 만재도 4. (또, 우연히 이 바다와 함께 했다는 것이)



촬영 팀들이 모두 빠져 나갔기에 잠시나마 북적거렸던 섬이 원래대로 조용해졌다…….
이래서 사람이 드는 줄은 몰라도, 나는 줄은 안다는 옛말이 있는가 보다…….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양쪽으로 나누어서 갈라지기로 했다.
외지 손님인 나는 배를 타고 갯바위로…….
만재도민인 아저씨는 산을 넘어 가기로…….  
예전에는 투박한 통대나무에 굵은 경심 줄에, 철사나 철근을 대충 구부려서 
만들었을지도 모를 큰 바늘을 묶어서 아무런, 생선살 한 점을 끼워 던지면 
고기가 물고 늘어졌다는 시절을 보낸 민박집 아저씨도 유행을 따라 가는지 
크릴 미끼가 입질이 빠르다며 어젯저녁엔 미끼선별에 열을 올렸었는데 
또 무엇이 부족하기에 소금을 뿌려 놓고도 아줌마에게 설탕까지 달라하여 덧뿌려 놓았었다…….
(왜? 아주 마늘 즙, 생강즙, 양파 즙에 버무려 놓지 그러슈?????)  
모처럼 좋은 날씨에 만재도에 있는 모든 손님들이 배를 타고 갯바위로 향하였기에
마음에 두었던 자리가 차지가 안 올지, 모르겠다.
차례대로 내려 주다보니 작은 방군여에도 옆집 아저씨가 혼자서 내렸는데
저 너머에 있는 자리를 아는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아마도.... 모를 것이다.....
저 자리를 제대로 안다면 로프를 가지고 내리던가, 누군가와 같이 내려서 
뜰채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절대로 제대로 된 고기를 건져 올리지를 못하겠지......
이렇게 빠른 물때에는 시간도 무척이나 짧을 것이기에 몇 마리 고기 구경을 한다해도
두 시간 후에는 자리를 옮겨야 할 것이다......
절반의 손님을 내려준 배가 다른 곳을 향하여 뱃머리를 돌렸는데 애초에 
내리고자 했던 자리가 아직까지 비어있기에 바로 내릴 수가 있었다.
여름철이라면 이 자리에 내려 안쪽 가운데로 청개비를 듬뿍 끼워, 힘껏 원투를 하면 
대물급 참돔까지는 아니더라도 마릿수로 상사리 급을 넘는 참돔을 낚을 수가 있고,
썰물시간이 되어 멀리 흘릴 수 있는 데까지 흘려내면 점점 더 큰, 농어들도
만날 수가 있고, 건너편이라면 발밑에서 적당한 크기의 돌돔을 마릿수로 
쉽게 낚아 낼 수도 있는데, 지금은 겨울철이니 물색이 아쉽긴 하다…….  
오랜만에 보는 맑은 하늘같은데 며칠만일까? 이, 오래된 느낌이라니…….
내년 여름에 다시 만재도를 온다면 저 위쪽으로 텐트까지 쳐놓고
농어사냥에 열을 올려봐야겠다만…….  
남대문 쪽에도 두 군데 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위쪽의 사람들이 
고기가 닿을만한 곳에서 벗어나 엉뚱한 방향에 자리를 잡고 있기에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오늘이 8물이었구나? 
이렇게 빠른 물때에는 만재도를 온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빠른 물살에 
저 사람들도 빗기어 있는가 보다…….  
선장의 아들은 아직도 물이 내려가고 있다며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가버렸다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겨울철이니 진득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면 쥐꼬리라도 하나 밟아 볼 텐데…….  



지난 여름철에는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 투박한 우럭이라도 몇 마리 낚아볼까 했더니
손가락만한 농어새끼들이 설쳐대어 약간, 밖으로 나와야했는데 밖으로 나올수록
깔다구 씨알이 조금씩 커지기에 물이 내려가지도 않는데 끝까지 나오게 되었다.  
멀리 중간의 수중여가 있다는 부근에, 고기의 형광 빛으로 짐작되는 움직임이 있기에
부력 큰, 구멍 전지 찌에 다섯 마리의 지렁이를 꾀어서 서 씨 아저씨가 서 있는 방향으로
힘껏 던져보니 제법 쏠쏠한 크기의 상사리 급을 훌쩍 넘긴 참돔들을 열댓 마리나 낚아냈기에
이쪽으로 같이 던져 보라고 소리를 쳤지만 알아듣지 못하는지 다른 방향으로만 채비를 던져댔다.
전화를 해봤지만 밤에는 배터리를 절약한다면서 전화기를 꺼놓는 바람에 
서 씨 아저씨와  한밤중의 통화는 되지를 않는다…….
시간을 정해놓고 접속을 하자고 해도 말을 들어 먹지를 않으니 저러다 고기를 언제나 잡을꼬?!
물이 제법 줄어들자 들어 온 고기들이 나가버렸는지 입질이 끊기었기에 물이 내려가는 방향으로
수심을 대폭, 줄여서 흘려 내려 보내자 팔뚝만한 농어들이 물어주기 시작했지만
뜰채를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지형이 되어 버렸기에 어느 정도 힘을 빼고는
강제로 끌어 올려야했는데 고기를 잠재울만한 도구가 없다보니 망치로 혼을 내주다가
급하면 또 신발을 벗어서 두둘겨 대기도 했으니 참, 인간이 잔인하기도 하더구나…….
날이 밝는 줄도 모르고 또 한 번 채비를 흘리었는데 옆에서 갑자기 배가 돌아 나오는 소리를 못 들었다.....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채비위로 배가 지나가겠기에 급히 감아 들였지만 허전한 느낌인 것이
배가 타고 넘어갔으니 찌까지 없어져 버렸는데 더 이상 욕심을 부릴 필요도 없겠기에
짐을 꾸리자마자 날이 밝아 버렸었다.
밤낚시만 하고 떠나던 자리를 대낮에 꼼꼼히 이 자리가 어찌 생겼는지 볼 수가 있었으니 
다음번의 여름밤 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젊은 선장이 점심 도시락을 일찍 가져다주고 갔기에 아침밥도 안 먹고 나왔으니
출출한 뱃속을 채울까했는데 고기를 못 잡았기에 입맛이 없다며 선장의 아들은 나중에 먹겠단다.
따뜻한 온기가 있을 적에 먹어두면 짐도 줄이고 갑자기 몰려올 시장기에 허겁지겁,
채 씹지도 못하는 급한 식사로 위장병을 돋울 필요도 없겠구먼.....  
언제 여러 통의 전화가 왔었는가본데 이곳은 물 가까이 내려오면 통화가 잘 안되는 곳이다.
식사도 마쳤고 아직, 작은 후미진 곳에 물이 차올라 고기가 다가올 시간도 아직 이른 편이기에
위쪽으로 올라가 전파가 잡히는 곳에서 통화를 해보았다.  
딸내미가 하수구가 얼었는지 물이 잘 안내려간다며 언제 오는지 묻는 전화였고
노(老) 선장은 오늘은 어느 곳에 내렸는지 궁금해서 했다한다.
민박집 아저씨는 왜. 전화를 했었을까?  
그쪽도 오늘은 고기가 안 잡히고 있다며 이쪽의 소식이 궁금했던가 보다…….  
다시 제자리로 내려와 좀 더, 부력이 있는 찌로 바꾸었고 목줄에는 두둑하니
봉돌을 채워 주었다…….
도대체, 2G니, 3G 같은 봉돌은 왜 있는 걸까?
바늘 가까이에 채우는 봉돌은 최소한 B, 그 위쪽으로는 3B, 5B 정도를 기본으로 매달면
이래저래 편하기도 하고, 이곳의 물고기들은 무게에는 관심도 없던데…….
만재피싱 낚시점에 만재도를 처음 간다는 손님이 들렀다.
우락부락하니 대물만을 쫓는 낚시점, 최 사장에게 쓸 만한 호수의 바늘을 추천해 달라는데
손님의 취향을 알 수가 없다보니 잠시 생각을 하다간, 시꺼먼 4호 바늘을 꺼내 주었다.
추자근처도 안 가본 손님이었는지 이렇게 큰 바늘로 무엇을 잡느냐며 깜짝, 놀래기에
점주인 자기가 만재도로 낚시를 가면 기본이 4~5호 바늘을 사용한다며 목줄이며 원줄도
4호를 사용하다고 콧구멍을 벌렁대다가 가만히 옆에서 보고 있는 나까지 끌어 들였다.  
“매듭님도 이렇게 사용하지 않으세요?????”  
“글쎄....... 난, 깐새우 끼우기 편하게 6호 바늘을 사용하긴 하지만......”  
“역시, 우리는 만재 귀신들입니다?! ^^;; ”  
할 수없이 바늘봉지를 받아든 손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버렸지만
4호 바늘을 쓰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홈통 안으로 물이 제법 들어차서 안쪽 물이 안정이 되었지만 몰려올 듯 한 고기는
언제나 오려는지 점점 지나치게 탁해지는 물색이 못마땅하기만 한데
다시, 민박집 아저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몇 마리 낚았는데 시작이 된 건진 모르겠으나 그쪽에서 아직까지 고기를 못 잡았다면
이쪽으로 와보는 것이 어떠냐며 산을 넘어 올 수는 없으니 배를 타고 부근까지 오라고 했다.  
임금님 귀만 당나귀 귀는 아니겠지. 어쩌면, 더 얇고, 홀쭉한 귀를 갖고 있는 것이
낚시꾼 귀일수도 있다 보니 선장의 아들과 잠시 상의 끝에 젊은 선장에게 연락을 했다.  
점심을 먹고 있다더니 바로 숟가락을 놓고 달려와 주었기에 늦지 않게 민박집 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달려 갈 수가 있었다.
모든 짐은 배에 던져두고, 낚싯대 하나와 밑밥 통 하나만 갖고서 부근까지 갔는데
욕심이란 것이 이래서 빠지지가 않는가 보다…….
선장의 아들은 뜰채까지 챙겨 들면서 여러 마리가 동시에 잡히면 작은 아버지의 
뜰채 하나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나?  
몇 마리를 낚았다던 아저씨의 통화와는 달리 벌써 십여 마리의 고기가 
갯바위에 나뒹굴고 있었는데 달려가는 도중에도 연실 물어 주었기에 
절반은 급한 마음에 뜰채 사용도 안하고 들어 올리다가 떨어뜨렸다고 코를 벌름거렸다.  
채비를 좀 더 든든한 것으로 바꾸어야겠다고 아저씨가 여유 있게 물러났기에
감성돔이 몰려와있을 고기 밭 속으로 채비를 담그기가 무섭게 몇 마리가 물려나왔다....  
잠시, 소나기 입질이 있었기에 어지간한 크기의 고기라면 그대로 들어 올리다가
‘욱~씬~!’ 한 당김에 큼지막한 무게감이 전해졌고 드렉이 풀리는 소리도 났기에
뜰채를 사용해 보니 45급의 감성돔이 낚이기도 했는데 가장 큰 씨알들이었다…….  
밑밥 통을 비우고 몰아서 나누어 담고 가볍게 산을 넘어왔는데 잡을 때는 좋았다만
비늘 쳐내는 손질은 쉽지가 않다보니 귀찮다는 생각이 드는 수시로 바뀌는 간사한 마음이라니…….  



전화가 고장 났기에 흑산도의 전화국에서 수리기사가 왔으니 회를 한 점 안 먹여 보낼 수가 없다…….
두어 마리 회를 뜨곤, 나머지는 소금 간하여 냉동고에 넣어 버렸다.  
오늘의 에피타이져로는 가거도에서 보냈다는 큼지막한 방게찜,
참, 별걸 다 먹어 본다.......  
또 아줌마가 머리를 짜냈을 홍합밥까지......
낚시점의 철수 배 대신 다른 배가 들어와서는 내일 아침 일찍, 태도로 가서 
다른 낚시꾼들도 태워서 철수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러자면 오전낚시를 포기해야할 판이라
몹시도 뜨거울 반나절의 낚시를 위하여 대신 여객선을 나갈 테니 먼저 떠나라 이르곤
내일도 산을 넘는 대열에 합류하기로 했다…….  
내일의 물때에 맞춘 채비 점검을 마치고 채, 때맞추어 복용하지 못한 감기약을
움켜쥐고 일찍 자고 볼일이다…….
너무 일찍 누웠었을까?
잠이 깨고 말았는데 어제 그제와 달리 방바닥이 미지근하다…….
예쁜 방송국 아가씨들이 옆의 방 두개를 차지하다 보니 따뜻하게 자라고
기름 아까운 줄을 모르고 아저씨가 보일러의 온도를 한껏 높였던가본데
모두 가버리고 나니, 온도를 낮추었나 보다…….
아저씨도 젊은 아가씨들에게는 관심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갑작스레 변한 방바닥 온도에 신경이 쓰이는 건 웬일일까? -,,-
잠시 밖으로 나와  밤하늘을 쳐다보니 절반이나 구름이 들어찬 하늘에는 별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다시 한 번 생각이 나는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가 잠을 자고 있을 그 시간에 
어떤 신비로운 세계가 고요함 속에서 가만히 눈을 뜨고 깨어나기에 낮 동안은 생물의 세계이지만 
밤 시간은 모든 무생물의 세계이며 거기에 익숙지 못한 사람은 그래서 무서운 생각을 갖게 된다. 고 표현했는데
점점 바다가 크게 느껴지고 경외스러워지며 가끔은 무섭기도 하다는 생각이 점차 드니
이 또한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몽돌 밭을 훑어 내리는 파도 소리가 잔뜩, 숨을 죽이고 있었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것이, 뭍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이곳만큼은 아직도 옛것을 고스란히 품어내고 있기 때문 인가보다.
그다지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 바람이 불어오며 그 바람결속에서 바다 특유의 냄새가 난다.
 짠, 소금기가 벤, 바다 냄새겠지…….
여태껏,  서둘렀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는 조금씩 변해가는 마음을 느끼며 
그동안의 힘듦을 지워가며 잠시 가빴던 숨을 한껏, 몰아쉬고 골라본다.
오늘밤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 것이고 그동안 쌓였던 삶의 고단함도 놓게 해줄 것이다.




Guadalupe Pineda / Coincidir(우연히 함께한다는 것은) 
Soy vecino de este mundo por un rato
y hoy coincide que tambien tu estas aqui
coincidencias tan extranas de la vida
tantos siglos, tantos mundos, tanto espacio...
y coincidir
Si navego con la mente el universo
o si quiero a mis ancestros retornar
agobiado me detengo y no imagino
tantos siglos, tantos mundos, tanto espacio...
y coincidir
Si en la noche me entretengo en las estrellas
y capturo la que empieza a florecer
la sostengo entre las manos...mas me alarma
tantos siglos, tantos mundos, tanto espacio...
y coincidir
Si la vida se sostiene por instantes
y un instante es el momento de existir
si tu vida es otro instante... no comprendo
tantos siglos, tantos mundos, tanto espacio...
y coincidir
나는 잠시 이 세상에 머물다 가는 존재
오늘 우연히 너도 여기에 있구나.
인생에 있어 우연히 함께 한다는 것은 
기연(奇緣)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시간 속에서, 세상 속에서, 공간 속에서
우연히 함께 한다는 것은…….
만약 나의 생각 속을 여행하여
나의 과거 전생을 거슬러 생각해 본다면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음에 지쳐 멈춰 버린다. 
수많은 시간 속에서, 세상 속에서, 공간 속에서
우연히 함께 한다는 것은…….
늦은 밤 별 하나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막 반짝이는 별 하나를 잡을 수 있다면
놀라움을 멈추고 가만히 두 손으로 감싸 쥘 것이다
수많은 시간 속에서, 세상 속에서, 공간 속에서
우연히 함께 한다는 것은…….
인생이 수많은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 순간은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는 이 순간일 것
만약 너의 인생이 또 다른 순간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어렵구나.
수많은 시간 속에서, 세상 속에서, 공간 속에서
우연히 함께 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