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4. 만재도의 6박7일 (서풍아 그만 멎으려므나......) by 찌매듭 2013. 8. 15. 늦게 잠이 들었지만 갯바위에서 밤 시간을 보낸 것보다는 고단할 것이 없기에 더워지기 전에 낚시 짐이나 챙겨오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민박집 아저씨와 노(老)선장은 바람의 방향이 바뀌지를 않았고 아침배로 들어온 손님도 여럿 있으니 오늘도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다며 하루 더 그곳에서 낚시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만재도를 다닌 지도 벌써 이십년인데 한자리에서만 삼 일을 계속 낚시를 하는일은 처음이다 아무리 좋은 명당이라 해도, 좀, 지겹지 않겠어???? 고기반찬도 삼일을 먹으면 질리는 것이고, 예쁜 마나님이라도 삼년정도를 함께 살면 싫증이 난다는데 난, 우리 집 마나님과 삼십년을 살아도 지겹지가 않으니 웬일일꼬????? ^^;;;;;;;; 지금과 같이 민박집으로 드나들며 낚시를 한다거나, 도시락을 갖다 주면서 배라도 자주 다닌다면 몰라도 한자리에서 낚시를 여러 날 한다는 것은 민물의 댐 낚시에서라면 몰라도 바다에서라면 물때도 변하여 쉽지가 않을 것이다. 오래전에 어느 작은 섬을 차지하고 이틀정도를 낚시를 하게 되었기에 텐트와 파라솔, 석유버너와 식량, 여러 통에 물도 가득 담아 싣고 내려보니 정작, 있어야하는데 없는 것이 코펠이었다. 배는 가버렸고, 전화기도 없던 시절이고……. 꼼짝없이 약속했던 날이 되어야만 배는 올 터인데, 벌써부터 배는 고프고……. 이를 어쩐다니????? 바르는 모기약이 튜브에 담긴 군용 외에는 없던 시절이었기에 뿌리는 깡통 모기약만 여러 통 가지고 갔었는데 아이디어맨 하나가 묘안을 냈다. 에프킬라 통 하나를 허공에다 뿌려서 빈 통을 만들어서, 칼로 윗부분을 잘라내고 약성분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도록 가지고 간 퐁퐁 으로 열댓 번을 닦아서 라면을 네 쪽을 내어 깡통에 담아서 석유버너에 불을 댕겨 끓이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로빈슨 크루소보다는 조건이 좋지 않았겠어? 제비새끼처럼 턱을 바치고 먹이를 기다리는 일행들에게 순서대로 돌아가며 제공을 하게 되었지만 아무리 먹어도 배가 차지를 않는 거다……. 양으로 보아서는 두 개씩은 먹은 것 같은데 네댓 명이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끓이고 또 끓여서 먹어도 눈 녹듯이 소화가 되어 버리는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를 않고 더 고프기만 했는데 잘못하면 굶는다는 절박한 심정이 강하다 보니 위장이 머리를 지배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겨서 위속은 찼지만 머릿속에서는 굶어 죽을지도 모르니 계속 먹어두라는 헛명령이 전달되다보니 낚시는 뒷전이 되어 버렸다. 쌀이 있어도 밥을 할 수가 없고 한입씩 돌아오는 라면에 맨 반찬으로만 양을 채우다 보니 짠맛이 몰려나와 미적지근해진 맹물만 들이켜다가 쿨러안에 들어 있는 도깨비 시장에서 구해온 양놈 캔맥주가 시원하다보니 가끔씩 들이키다 보니 두엇은 배탈이 나서 설사를 하고 탈진까지하였으니 노래미 한 마리나 제대로 구경을 할 수가 있어야지...... 요즘과 같이, 초코파이며, 별난 과자나 자유시간를 찾을 때 먹는 초코바 같은 고칼로리 먹을거리라도 흔한 시절이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때야 오로지 밥에 짭짤한 밑반찬이나 라면을 가지고 다니면 충분히 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 때니 줄만 당기면 뜨끈뜨끈한 짜장 밥이나 카레 밥이 나온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때였다……. 그저, 그때 혼난 이후로는 안먹으면 죽지는 않아도 고기도 못잡는다는 생각이 굳어졌기에 비상식량삼아 이것저것 많이 가지고 다니긴 한다만……. 또 한 번은 낚시를 끝내고 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 하나를 내려주고는 다른 사람들을 다른 곳에 내려 주고 올 테니 잠시 기다리고 있으란다. 내린 사람을 무심코 보니, 낚시가방 하나와 밑밥통 하나, 이것저것 무엇인가 들었겠지만 너무 작아 보이는 짐 배낭 하나뿐, 작은 쿨러 하나도 보이지를 않으니 마실 물이나 먹을 것이 제대로 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눈에 뜨인 것이 나일론 끈으로 묶은 계란 두 판이었던가? 밥해먹기가 귀찮아 계란을 들고 왔다는데, 심심하면 계란 한 알, 목마르면 계란 한 알, 출출하면 계란 두 알, 배고프면 계란 세알, 네 알…….을 먹으면 물도 되고 밥도 된다는 해괴한 소리를 늘어놨다. 버너도, 코펠도, 물도 안가지고 다녀도 되고 정말, 간편하고 좋겠다……. 며 고개를 몇 번 끄덕여 주다가 돌아온 배에 올라타고 떠나게 되었는데 선배가 침을 뱉으며 머리를 절래 흔들었다……. “별 미친넘 다 봤네……. 고기가 너를 잡겠다……. 원, 써바이벌 같은 넘......” 섬마을 쉼터에 내려갔더니 세 번째 날도 같은 자리를 고수해야한다고 민박집 아저씨, 노 선장, 젊은 선장, 동내사람 모두가 한목소리를 냈다 '그럼, 그럼, 이 바람에 그만한 곳이 없지…….' (헐....... 만재도에서 같은 자리에서 연속 삼일을????) 마나님에게서 카톡문자가 날아왔다 스마트폰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더니 엊그제, 새 폰을 받아들었다는데 언제 배웠는지, 카톡으로, 이상하고 요상한, 보도 듣도 못한 야리꾸리한 것들을 시도 때도 없이 날려 오더니 아들놈 집으로 잡은 고기를 보내어 여럿이 나누어 먹도록 하라는 내용이었다. 농어와 우럭, 큼지막한 상사리 몇 마리와 볼락, 뺀찌등 닥치는 대로 두 박스를 만들어 여객선 편으로 보내려고 손수레에 싣고 뜨거운 방파제로 달려 내려가야만 했는데 손톱 밑에 가시를 뽑아주겠다는 권력자의 말보다 더, 무서운 건지....... 종선에 물건을 실어주고 공사 중인 방파제를 둘러보았는데 작업선들은 물건을 실어 오려고 진도 쪽의 어느 항으로 나간 참이었고 여러 날이 걸려야 다시 돌아와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여객선이 직접 접안할 수 없는 몇 안 되는 섬중에 하나인 만재도에 이번 공사로 제대로 여객선이 접안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영국에 특허권이 있다는 어초형 구조물을 가져와 밑에 깔고 현재의 방파제까지 전체적으로 높이를 높여 윗부분의 공사까지 마무리한다는데 어자원도 늘고 생활도 한결 편해질 것이라고 기대가 컸다. 오늘은 빨간색의 여객선이 왔다, 가거도에서 오는 파란색, 노란색의 여객선은 오른쪽의 국도 쪽에서 나타나고 오늘같이 빨간 여객선을 모는 선장은 왼쪽의 외마도 쪽에서 나타난다니 색깔 따라 맛이 다르듯이 여객선을 모는 선장의 취향도 다르다나 보다. 점심밥을 먹고 빨리 내려오란다……. 오늘 새로 들어온 손님들은 여러 날을 있을 손님들이 아니기에 한 시간이 아쉽다 보니 뜨거운 갯바위의 열기쯤이야 얼마든지 잊을 수 있는 모양이다. 함께 땀을 흘리며,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더 익숙해진 자리로 돌아가 보니 어제 보다 바람이 더 거세졌고 너울도 더 높이 올라왔기에 잠시 자리를 지켜보다가 견디지를 못하고 일행이 있는 뒷자리로 넘어왔다. 두어 번의 입질을 보았다며 한껏, 집중을 하고 있었지만 수온은 뜨거운 햇빛에도 올라가 주지를 않으니 이 밤을 또 어찌 보내야 할까? 미친것과 바람도 밤이면 잔다했고 흐르는 유수도 그렇다는 말을 되뇌며 버티고 또 버텼지만 밤이 깊어져도 바람도 너울도 조용해지지를 않는다……. (또 밤 열시전이니 집으로 들어가 볼까? 배를 또 불러?????) (아니야,……. 오늘은 불러도 안 오던지 욕을 할지도 몰라.......) ‘밤 열두시전이면 언제든지 전화 주이소……. 배 보낼께예.......’ 추자였다면…….야인이라면 번개처럼 배를 보내 줄 텐데……. 단, 뱃삯이 만원이 추가라는 멘트도 함께 겠지만........ 텐트를 칠만한 공간은 있지만 강한 바람 속에 펼쳐볼 수도 없고, 누워보자니 너울이 가끔씩 물벼락을 끼얹으니 편히 앉아 있을 수도 없게 되었다……. 대충 짐정리를 해놓고 바람을 덜타는 일행이 있는 뒤편으로 넘어가 방해가 안 되도록 한쪽 구석으로 싱싱한 지렁이를 골라 끼워 흘려도 보고, 던져도 보고, 생각나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봤지만 비린내 한번 손바닥에 묻힐 수가 없었으니 짧디. 짧은 여름밤이 지루하게 길어지게 생겼으니 이를 어쩌면 좋겠노? 자정이 가까워서야 저녁 도시락을 반 정도만 먹어치우고 미련이 남은 뒷자리를 넘나들면서 정신을 깨워줄 커피며 음료수만 들이켜면서 지렁이를 만지작거렸지만 철없이 나돌아 다니는 작은 고기 몇 마리뿐, 괴력의 고기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멀리 떨어져 있는 서 씨 아저씨가 연실 낚싯대를 올렸다 내렸다 열심히 낚시를 하는데 분명히 고기 같긴 한데 휨새가 크질 않은 것을 보니 무슨 고기인지 모르겠다. 수면에 살짝 내려서 바로 챔질을 하면 무언가가 걸려 나오긴 하는데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을 하는 가고, 무엇을 잡았느냐'고 아무리 소리를 쳐도 바람이 가로막아 들리지를 않는가. 본데 심심한 판국이었기에 쳐다만 보고 있어도 심심치가 않네. 그래....... 한 참후에야 쉬려는지 누울 자리를 찾다가 이쪽 편으로 다가왔기에 '무슨짓을 하고 있었느냐'고 물으니 굵직한 학공치를 수십 마리나 낚았다나 보다……. 이 여름에 학공치라니……. 그것도 겨울이라면 반가울 정도의 굵기의....... 지겨움에 몸살이 날정도로 밤 시간을 보내고 날이 밝기 시작하자 배가 나타났는데 노선장이 택택이를 몰고 일찌감치 달려온 것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 보니 일찌감치 짐을 꾸려놨겠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 바람에 무슨 고기를 잡았겠는가 생각했는지 간밤에 고기를 얼마나 잡았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저 고생했다는 말뿐……. 이 시기에는 가끔씩 바람이 돌아가면서 북풍도 며칠씩 불곤 하는데 이리 세찬 서풍이 며칠씩 부는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도 일기예보에서는 1미터 정도의 낮은 파도로 전해상이 조용하다고 우겨댔는데 혈세로 사준 비싼 슈퍼컴은 잠을 자는지, 다루지를 못하는 건지 서풍은 주의보 직전의 풍속을 자랑하고 있었고 파도는 2미터를 훨씬 넘는 높이였다. 어느 날인가 서풍이 부는 날이면 누구든 나를 깨워주오 무명바지 다려 입고 흰 모자 눌러쓰고 땅콩을 주머니에 가득 넣어가지고 어디론가 먼 길을 떠나고 싶어도 내가 잠들어있어 못가고 못 보네 그래도 서풍은, 서풍은 불어오네 내 마음 깊은 곳에 서풍은 불어오네. 아 아 서풍아 불어라 불어라 도대체 장미화라는 가수는 왜 서풍이 이리도 거세게 불라고 목청 높여 노래를 했을까? 어허~~~ 고기를 못 잡았단 말이여? 안되겠군?! 어여들 씻고 닦고, 먹고들 한숨들 주무쇼~~~ 오늘은 나도 고기를 잡으러 가볼라니께……. 내일은 틀림없이 회꺼리를 제공하겠다며 민박집 아저씨는 팔을 걷어 올렸지만 뭐, 고기가 만재사람이라고 알아봐줄까???? "여보, 국을 끓이려면 미역국말고 다른국을 끓이라고......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도 못보듯이 고기를 못잡을 수가 있으니까……." “나도 그런 소리를 들은적이 있어서 미역국을 안 끓이고 김국을 끓였어라~~~~~~~” 만재도까지 시험을 보러 온 것도 아닌데 꾼에게는 금기시해야 할 것이 미역보다는 김빨에 있는 것 아녀? 물속에 있는 미역 빨은 고기가 은신하기 좋게 불러들이지만 미끄러운 김빨을 밟기라도 한다면 사람에게는 더, 큰일이 아닌가?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낚시의 덫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만재도의 6박7일 (또 한번, 급한 밤중의 철수......) (0) 2013.08.18 5. 만재도의 6박7일 (가끔은 고기를 잡아야지......) (0) 2013.08.16 3. 만재도의 6박7일(생맥주는 타임머신을 타고......) (0) 2013.08.14 2. 만재도의 6박7일(서풍이 불던 첫날 밤......) (0) 2013.08.13 1. 만재도의 6박7일.(지루한 기다림끝에 출발) (0) 2013.08.12 관련글 6. 만재도의 6박7일 (또 한번, 급한 밤중의 철수......) 5. 만재도의 6박7일 (가끔은 고기를 잡아야지......) 3. 만재도의 6박7일(생맥주는 타임머신을 타고......) 2. 만재도의 6박7일(서풍이 불던 첫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