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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아듀, 2012년 만재도 3. (파도를 뚫고, 제자리로 돌아와......)

by 찌매듭 2012. 12. 31.
방안에서 말리던 돌김들을 말끔히 치우고 뜨끈하니 덥혀놓았기에 
고단한 몸을 누이자마자 잠이 들었던 모양인데 바람이 창문을 
흔들어 대는 소리에 잠이 깨었지만 곁들여 들리는 소리는 바람소리 
파도소리가 아닌 것이 분명 빗소리렷다?
창문을 열어보았다가 들이치는 비의 양이 제법 많아 얼른, 닫아야했는데
바람도 문젠데 비까지 주적거리다니........
갯바위로 나가기도 틀렸으니 아침밥도 천천히 차리겠다니 일기예보나 들어보아야겠다.
큰 변화가 없겠다는 좀 전의 예보와는 달리 바람방향이 바뀌었기에 7시 일기예보를 
다시 들어보니 뻔뻔스런 기상대의 아가씨는 주의보가 발령되었으며 이 예보는 
여러 날 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말을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빠른 속도로 뱉어내며 
시치미를 떼며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어차피, 겨울철에 원도권 나들이는 여러 날을 예정하고 움직여야하기에 좋은날을
이틀만 만난다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전화를 받는 주 사장님의 얼굴빛이 편하지가 않다…….
통관문제가 갑자기 생겼다는데 책임자가 잘 해결을 못한다며 이곳저곳 연락을 해보시더니만
날씨도 이러하니 나가는 배가 있다면 다음을 기약하고 나가자고하신다.......
낚시점의 최 사장에게 연락을 해보니 선상낚시를 나오긴 했는데 도저히 버틸 수가 없겠다며
방파제에 배 한척이 있는데 지금 철수할 예정이니 빨리 달려 내려가라고 소리를 쳤다.
민박집 아저씨가 우비도 못 입고 달려 내려가서는 배를 붙들어 놓겠다고 소리를 치지에
손에 잡히는 대로 늘어 놨었던 짐들을 휘몰아 담아대기 시작했는데 큰 가방을 가지고 
다니다 보니 짐 퍼 담기는 일도 아니구먼. 그래.......
노모께 드리면 입맛 없을 때 반찬끼니가 될게라며 겨울반찬으로 장만해 두었을 
농어 코다리를 몇 마리 비닐봉지에 넣어주며 무거운 짐 가방 하나를 머리에 이고 
아줌마가 먼저 달려 나갔고 다시 집으로 올라온 아저씨가 나머지 짐을 손수레에 싣고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는 방파제로 달려갔기에 허겁지겁 뒤를 따라 뛰어야했다.
벌써 파도의 높이가 높아진 것이 보였기에 내만 권까지 가는 것도 걱정이었는데
방파제를 벗어난 배가 서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태도 쪽으로 가려나 보다.
몹시 흔들리기는 했지만 뒷바람이 밀어주다보니 어울렁, 더울렁 거리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가 있었는데 태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꾼들 중에는 아쉬운 
맘이 있었기에 잠깐 동안의 오전낚시를 다녀오는 축도 있었지만 저 바람 속에서 
어딘들 서있을 곳이 있었을까?!



언젠가, 섬에서 나오는 날에 갑자기 파도가 높아졌기에 도저히 나가기가 어렵다고 
생각되어 멀거니 바다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섬 할머니 한 분이 
‘식사나 천천히 하면서 쉬고 있으면 나갈 시간을 일러주겠다. 고 했다.
‘모세’도 아닌 섬 할머니가 무슨 은총이 가득하여 용왕대신 물길을 열어준다는 것일까?
아무 말도 없이 바다를 조용히 쳐다보던 할머니가 시간이 되었다며 지금 떠나라면서
1시간만 고생하면 물길이 바뀌면서 조용한 곳으로 들어설 거라며 선장에게 손짓을 했는데
제법 경력이 있을 선장이 어린학생처럼 고분하니 할머니의 말을 듣고 손님들을 일으켜 세웠다.
정말, 한동안 흔들리긴 했지만 물골을 넘어서자 물위에 금을 그은 것같이
바로 몇 미터 저쪽은 파도가 높았지만 이쪽은 잔잔하였기에 막, 시작된 옥지거리로 
덩그러니 눈물이 고인 눈망울을 비벼가며, 신기하게 쳐다보던 생각이 났다.
추자도에서도 낚시를 마치고 뭍으로 나오는 배가 몹시 흔들리자 불안했는지 박 씨가
걱정스럽게 물어왔기에 잠시만 버티면 조용해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켰는데
믿을만한 경험자의 말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이슬 병을 꼭, 붙들고는 조금 있다가 
마시기 시작하겠다고 하여 기가 막히기도 했었다.
태도의 낚시꾼을 태우고 출발하자마자 배가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이제 부터는 
바람을 맞받아야하니 시간이 제법 걸릴게다…….
간신히 시동만 걸린 상태로 걷다시피 살살 가던 배에 갑갑증이 났는지 선장이 잠시 
속도를 높였지만 곧, 큰 파도에 얻어맞고 휘청거리자 바로 꼬리를 내리고 주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기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십칠 년 전이었던가? 지죽에서 배를 타고 거문도를 가기로 했기에 먼저 역만도에 들러
당일 낚시꾼들을 포인트마다 내려주고 거문도와 역만도 사이의 물골로 들어선 순간,
갑자기 날씨가 사나워졌다.
배의 창밖으로는 물밖에 보이지 않았으며 절반쯤이나 잠긴 배는 잠수정이 된 것 같았다.
일행 하나가 선장에게 호통을 쳤다.
“선장~~~~~~~!!! 미쳤어~~~~~????? 가긴 어딜 가? 빨리 뱃머리를 다시 역만도로 돌리라고????!!!!!”
어찌어찌, 하여 속이 터질 정도로 느릿하니 뱃머리가 돌려졌고 모두들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간
간신히 역만도의 바람 피할만한 곳으로 들어서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하연 파도의 발톱이 온 바다를 뒤집고 있었고 거문도에서 나오던 쾌속선이 가랑잎처럼 
굴러다니다가 다시 거문도로 돌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정말, 미련한 것이 사람이라고 했던가?!
전화기에서는 주의보가 발령되었다고 떨리는 아가씨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으니
더 파도가 높아지기 전에 서둘러 철수를 해야 했건만, 낚시도 제대로 못하고 철수를 하면
뱃삯을 받기도 껄끄럽다했고, 꾼들도 낚시를 조금 더 하기를 원한다기에 시간을 끌게 되었는데
경험이 있는 꾼들은 배당받은 도시락을 가방 깊숙이 챙겨 넣었고 학공치며, 노래미며 잡고기 
한 마리도 버리지 말고 그러모아서 섬에 갇히게 되면 비상식량으로 먹겠다는 소리도 했는데
수십 명이 섬 꼭대기에 모여앉아 이 겨울철에 며칠이 갈지도 모르는 주의보해제를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총무와 선장들이 모여앉아 철수를 시작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또, 포인트마다 널려져 있는 사람들을 태워 오후2시경에야 철수를 할 수 있었는데
상황은 주의보를 넘고 경보도 넘은 ‘퍼펙트 스톰’ 상태였다.
출발 전에 선장이 속옷차림으로 배의 뒷전으로 오기에‘뱃사람이라 추위도 안타는가보다’ 만했는데 
물통 두 개를 비워서 선실로 가지고 들어가기에 무엇에 쓰려나? 했더니 나중에 듣고 보니 
만약에 비상사태가 생긴다면 그 물통을 끌어안고 저 혼자만이라도 살아볼 생각을 했었다니 
제 목숨 귀한 것만 생각했나보다…….
지금과 같이 정원을 제대로 지키는지도 않는 때였다 보니 대략 사십 명 정도는 태웠었나본데
그나마도 선실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물을 뒤집어쓰지는 않았지만 뒤편에 서서 선실밖에 
매달려 있던 사람들은 물보라를 뒤집어쓰며 배 밖으로 떨려져 나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무엇이든지 움켜쥘 수 있는 부분을 안간힘을 쓰며 붙잡고 있었는데 보기에도 안타깝고 안스러울 지경이었다.
‘후두드득~!!!!!!!’ 파도가 덮치자 앞에 있던 쿨러며 밑밥 통, 몇 개가 배 밖으로 튕겨나가자 
선장이 갈고리로 건져보려고 잠시 배를 세우고 뛰어나왔다.
“야, 이 미친넘아?????? 그냥 달려야지 저걸 어떻게 건지려고??????
 그러다 높은 파도 맞으면 전복된다고, 전복~!!!! 다 죽이려고 그래?????????”
헛 갈고리 질을 하던 선장이 다시 기어들어가서는 대짜배기 술병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음주운행을 시작했는데 제정신으로는 키도 못 잡을 상황이었다…….
또 한 번 후드득하더니 내 짐 가방 같은 것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고 큰 파도가
뱃머리를 짓눌렀는지 물속으로 바이킹이 내리꽂히듯 쳐내려가며 배의 똥짜바리가 들렸기에 
스크루가 허공에서 헛돌며 공회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저러면 안 되는데…. 저러면 배가……. 쓰러지며 물속으로 들어간 다구.......’
누군가가 하면 안 되는 말까지 뱉어냈지만 제정신인 사람들은 하나도 없는듯했다.
재떨이로 사용하라는 찌그러진 양푼이며 그릇들 몇 개에는 사람들마다 뱃속에서 
짜낸 오물로 넘쳐났고 이리 쓰러지고, 저리 쓰러지는 사람들의 몸 위로 다른 사람들이 
쏟아내는 오물이 덮여져서 선실 안은 시큼털털한 악취가 진동을 하는 것이 15톤 트럭에 
음식쓰레기를 가득 실어 와서 한꺼번에 내쏟아 놓은 것 같았는데 한쪽구석에 등을 기대놓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기에 여기저기서 밀려와서 내팽개쳐지듯 발밑에 처박혔다가 서로에게 
깔렸다간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몇몇 사람들은 결심을 한두, 
갯바위 장화를 벗어 놓기도 했고 평상시에 대충 걸쳤던 구명조끼의 아래 끈을 찾아 
단단히 조이기도 하는 것이 멀미를 시작하여 구역질 끝에 핑그러니 눈물이 고인 눈 속에 비추어졌다. 
불안한 생각도 드는 것이 1993년 위도의 배 사건으로 함께 농어낚시를 다녔던 친구와 후배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기억도 떠올랐는데 일반인들과는 달리 구명조끼를 갖춘 낚시꾼들이 더 
피해가 많았다는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선실 안에 물이 차오르자 조끼를 입고 있던 꾼들이 
그 부력으로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해 피해가 많았다는 소리도 하던데 그러고 보면 가거도 같은 
위험한 지형에서 고기욕심 때문에 떨어지는 낙석으로 재난을 당한 사람도 있기에 안전모까지 쓰고 
낚시를 하는 사람도 생겼지만 그렇게까지 위험스럽게 굴며 고기를 잡아야할 이유가 있을지…….



한번은 선임자가 후배들을 모아놓고 자기가 가거 도에서 낚시를 하다가 너물에 쓸려 
물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그 순간, 어떤 사람이 너울에 쓸려 물에 빠졌기에 갯가로 붙으려고
서두르다가 파도에 떠올려져 험한 갯바위에 내동댕이쳐져 저세상으로 갔다는 소리를 들은 
생각이 났더란다. 얼른 물을 박차고 멀리 나가서 침착하게 신발도 벗고 기다리다가 구조 가된 
경험이 있으니 항상, 침착하기를 당부한다고 했는데 개떡, 찰떡도 상황에 맞추긴 해야겠다.
거문도에서 함께 낚시를 하던 후배가 물에 빠졌었는데 그 이야기를 너무 찰떡같이만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옆에서 낚시를 하던 놈이 안 보이는 것 같기에 시원하게 밀어내기라도 한판 하고 있는가 보다며 
평상시에 휴지준비도 잘 안하던 놈이라 오래 걸리는 것이 혹시, 종이가 모자라기도 하는가 생각되어 
건너가 보니, 물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아니, 초겨울에 수영이라는 것이 좀 그렇긴 한데 옷까지 입고 들어가 앉아 있을 건 또, 뭐니?
“너. 뭐하는 짓이고???? 홍합 따나? ”
뜰채를 내밀어 건져 올리고 보니 실족을 하여 물속으로 들어간 순간 선임자의 말이 생각나
물 밖으로 멀리 나가 있었다는 게다…….
“야, 이넘아야……. 그건, 파도가 높고 사나울 때 이야기지~! 이런 홈통 낀 잔잔한 곳에서는
빨리 기어 나와야지, 어딜 멀리 기어나가? 감기 걸리기 딱이지......“
자기도 나중에야 그런 생각이 들어 쪽이 팔리기에 조용히 기어 나오려고 하는 중이었다니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어야할 것이 있고, 찰떡같은 소리라도 개떡같이 
걸러야할 말이 있는 건데 개떡인지, 찰떡인지 구분을 빨리 못하다보니 찬 물속에 
들어앉아있는 시간만 길어지게 되었구먼?
세시간정도의 사투 끝에 잔잔해진 듯 한 것이 무사히 내만 권에 들어왔나 보다.
만취가 되었을 선장도 긴장의 끈이 놓였는지 과격하게 접안을 하여 살았다며 
성급히 일어나던 사람들이 쏠려서 무더기로 깔리기도 했지만 다친 사람이 없었는지 
아프다는 소리들도 안하고 밖으로 뛰어나갔는데 배가 파손된 것이 어디 늑골에 
금이라도 갔을 것 같았고 절반이상이 빈 몸으로 내리는 것이 낚시가방이며 짐이며 
모두 떠내려갔기 때문이었는데 성남의 어느 공단에서 왔다는 어느 낚시회는 스무 명 중에서 
단 두 명만이 짐을 챙길 수 있었다기에 화물칸이 텅 비어서 가벼워진 버스가 몹시도 
휘청거렸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낚시 사에서 회자되고 있을 것이다.
일행 하나가 안보이기에 어디로 갔을까 찾다보니 방파제 석축에 등을 기대고 담배를 피면서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는 것이 보였기에 집에 안갈 거냐고 소리를 치니
살아 돌아왔다는 것이 기가 막힐 지경이라 정신이 나간상태라고 했다.
이러면서도 낚시를 다녀야하는지 올라가자마자 몽땅 처분을 하고 산이나 
다녀야하는 것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고 했다.
“야 이넘아? 산에 가서 호랑이한테 걸리면 네 목숨이 또 남아나겠니? 산엘 가더라도 
  위험한 산엔 가지 말아야하고 다시, 바다에 간다면 날을 잘 골라서 다니면 되는 게지……. 
  네 낚시물건 모두 팔아봐야 반에 반값도 못 건져.......”
그쪽으로 가면 가끔 들러 따뜻한 국물로 속을 달래가며 꼭, 이슬을 곁들이던 갈비탕도
국물만 몇 숟갈 퍼먹었을 뿐 살점이 붙은 갈비덩이를 건드려만 보았다간 나와 버렸으니
오늘 오신 손님들은 왜 식욕들이 없을까? 주인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게다……. 




태도를 떠난 지 30분이 넘었지만 험한 바다가 이어졌기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파도를 넘을 때마다 까닭을 알 수 없는 한숨들을 쉬어댔는데
아침밥도 걸렀다 보니 배가 고프기는 했지만 헛구역질만 몇 번 나왔지 
나올 것이 하나도 없지 않겠어? 
두 시간이나 걸려서야 어느 정도 섬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왔는지 약간, 잠잠해졌기에 
문을 열어 보니 철없는 어린 갈매기 한 마리가 먹을 것이라도 생길까하여 열심히 
따라오는 것이 보였는데 네가 철이 없는 건지, 지천명도 넘기려는 내가 철이 없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으니 이를 어쩌면 좋담?
배가 고프면 먹으려고 우유와 빵을 가지고 있었지만 멀미걱정에 밀쳐 두었던 것이 
눈에 뜨였기에 우기우기, 뱃속으로 밀어 넣다보니 자동차 키를 놓고 왔다는 생각이 났다.
조금만 멀리 나가면 통화가 안 되는 우라질넘에 통신사는 도대체 무엇이 당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악을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별도로 가지고 갔던 노모의 낡은 전화기를 꺼내어 민박집 아저씨에게 전화가 하니 
그러지 않아도 방 정리를 하다 보니 자동차 키가 있기에 전화를 해봤지만 연결이 
안되기에 선상낚시를 하던 낚시점의 최 사장에게 연락을 하여 자동차 키를 보내려 했지만 
파도가 높아 만재도에 들르지도 않고 뭍으로 달려간다 하여 걱정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목포에서 만재도산 재료로 식당을 하고 있는 선장의 작은 아들에게 연락을 하여
위치를 일러주며 도착시간이 넉넉하니 출장열쇄를 알아 달라 부탁하였지만 
목포가 가까워오면서 내리는 비의 양이 여름철 소나기같이 퍼붓고 있었기에
쫄딱, 비를 맞게 되었다. 또 다섯 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땅을 밟았으니....... 쩝.......
손재주도 좋지……. 10분도 안되어 자동차열쇄가 만들어졌고 짐을 싣고 차가 움직이니
허기진 배를 채워야했다. 너무 늦었기에 주방을 맡고 있던 선장의 딸이 볼 일을 
보러 갔기에 ‘만재도 식당’으로 안내를 할 수가 없게 되었다며 미안해하며 
어느 식당으로 가시겠는가고 물어왔기에 오랜만에 목포에 왔으니 갈비를 하는 식당으로 가서
기쁨의 식사를 맛나게 하겠다며 주 사장님이 고집을 부렸다.
이제 십 미터짜리 돌돔장대는 버거우실 터이니 그만 물리치시고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간단하고 편한 방법으로 마릿수의 돌돔을 잡게 해드리마고 약속을 드렸는데
육자배기 급의 크기는 안 되겠지만 결코 뺀찌급이 아닌 적당한 크기의 돌돔으로 
쿨러를 가득, 채우게 해드리겠다고 큰소리를 치니 귀가 솔깃해지시는 것 같았다.
내려오는 길에 넉넉하게 비용을 따로 더 내놓으시며 알아서 하라고 하셨으니
남은 비용을 정산하여 찾아가면 꼬리곰탕도 사주실 게고 주방용품도 여러 가지 주시겠지? ^^
선임자에 대한 서비스를 언젠가는 한번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었기에 김 영감님도 
함께할 내년 여름밤에는 만재도의 갯바위가 한바탕 떠들썩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슬을 곁들이지 못하는 것이 약간 아쉽긴 하다만 얻어먹는 갈비라 질긴 줄도 모르고
뚝딱, 먹어치우고는 손가락에 묻은 양념까지 쪽쪽 빨고서야 올라가는 중이라고 
집으로 전화를 하니 딸내미와 마나님은 예정했던 일정보다 늦은 적은 있어도 
절반의 일정도 보내지 않고 돌아온다는 것이 신기했는가보다…….
몇 번씩 오늘 오는 것이냐며 되물었고 이르게 들어서는 아들이 철이 났을까? 
노모까지도 이상스럽게 생각하시는 눈치더니 추운데 빨리 잘 돌아왔다고 기뻐하셨다.
짐을 들여 놓으려고 개인공간의 문을 열어보니 얌전하게 걸려 있는 조끼가 먼저 보였는데
저 주머니 속마다에는 몇 일전부터 꼼꼼히 준비한 온갖 소품이며 용품들이 담겨 있을 겐데
생각지도 않게 새 조끼가 하나 더 늘었으니 원…….
목포 북항 부근에서 ‘만재도 식당’을 하는 선장의 아들이 이번, 여행길이 고생스러우셨어도 
섭섭해 하지 마시고 계속 만재도를 찾아주시고 사랑해 줍시사며 이것저것, 조금씩 담았으니 
찬이라도 하시라며 실어주었던 스치로폼 박스에는 손질한 열기며, 홍합이며 거북손이 
담겨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재도를 찾은 주사장님을 위한 마음이 함께 담겨져 있었다.
‘에고, 경록아……. 뭘 이리 신경을 썼노말이다~~~~~~~~ ^^//’


어제만 해도 낚시를 하겠다며 배에서 내려 자리를 찾아 몇 걸음을 떼어놓고 허리를 펴자 
대륙으로부터 몰아쳐왔던 차가운 북서풍에 잠시 숨이 막히기도 했었다.
강한 바람이 파도를  일으켜 수천 년간 갯바위 절벽을 조탁(彫琢-새길 조, 쫄 탁,)했기에 
섬마다 특이한 지형이 이루어졌고 그 섬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이 뭍을 떠나 섬을 찾게 되었다.
바람이 만들어낸 기묘한 형상이 눈에 들어왔고 발아래로는 겨울을 느끼게 하는 
광막한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멀리 태도며, 흑산도며, 가거도며 여러 섬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일정도 짧아 
여유를 부릴 만큼 한가롭지가 못했기에 속물이 되어 수확물에만 욕심을 부려야겠다고 생각했었지만
매번 뜻대로 되지가 않는 것이, 대자연과의 다툼에서 한 번도 이겨 본적이 없기 때문이었을 게다…….
큰 고기 작은 고기를 잡는 낚시란 것은 자기만족이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데도
어떠한 어종의 고기를 잡던, 이 바다에는 이제 고기가 없다며 먼 곳까지도 원정을 가는 세상이 되었다.
자원이 풍부했던 십년, 이십년 전을 그리워는 하겠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다.  
눈을 뜨면 너무 빨리 변하고 또 얼마나 오염되어 가는지 얼마후면은 숭어 한마리라도 
남아있을까 걱정도 하게 되었다.
그때, 모든 걸 지금만큼만 알았다면 다가올 미래가 두렵지도 않고 걱정스럽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회색빌딩과 자동차의 매연 속을 빠져나와 새벽항구에 도착하여
뭍을 출발하여 저 바다를 건너면 내가 가고자 하는 섬이 있기에
그 섬에서 내 지치고 힘들어 피로에 찌들었던 육신을 내려놓고 
몇 일간 머물다보면 그 무엇에 싸여 있는 기운이 속에 쌓여 있던 
독성어린 앙금을 녹여 내려줄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예로부터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했건만 요즘엔 통 웃을 일이 없으니 큰일이다. 
게다가 쌀쌀한 날씨에 웅크리고만 있다 보니 겨울의 운치를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겨울의 삭막한 분위기만 크게 다가올 뿐이다. 이 칙칙하고 우울한 기운을 떨쳐버릴 방법으로 
물을 좋아하다보니 가끔씩 바다구경도 나서곤 한다. 
무엇이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격언이 있듯이 
오늘이 그날이기를 원했었지만 뜻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음에 
헛 발질을 한 기분도 들긴 한다만 이렇게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나를 찾아보는 시간도 필요할 터이다
그저, 분수를 지키면 만족도 안다는 옛 선비들의 마음가짐인 수분지족(守分知足)도 생각해보면서…….
새해가 밝았다고 떠들어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주어진 한 해가 다 지나가 버렸다.
하루하루를 정리하고 마감하다보면 오늘하루가 어찌 갔는가도 모르겠다.
별로 이루어 놓은 일도 없는데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시간을 잃어버린 듯한 이, 싸한 느낌이란…….
이제는 비어가는 가슴에 지난해의 추억만 걸어놓고 새해를 맞이해야겠지만
또 이렇게 살아왔듯 새해에도 별 탈 없이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평온한 새해가 건강하게 열리기를 기원하면서.........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