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아듀~, 2012년 만재도 (오늘은 바람돌이가 되어 언덕을 넘어......) by 찌매듭 2012. 12. 30. 민박집 아저씨가 손수레를 끌고 달려와 얼싸안으며 반겨주었지만 반가워하면서도 선장의 얼굴빛이 밝지가 않은 것을 보고서야 이번만큼은 해거리를 했으면 한다는 통화내용이 생각났지만 우짜겠노? 아직도 철이 나려면 언제일지 알 수가 없는 말릴 수 없는 꾼이 아니겠는가……. 짐 가방을 올려다 놓고 아침밥도 한술씩 뜨고 나가라니 민박집으로 올라갔는데 아줌마가 돌김을 채취해왔는지 방안에까지 늘어놓고 말리고 있었다. 께득하니 말려두었던 열기를 넣고 끓인 젓국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커피까지 한 쟁반 받아들고서 이것저것 들여다보던 주사장님이 ‘아직도 내가 보내준 제품들을 버리지 않고 사용하고 있으니 고맙다’ 며 인사를 전했는데 민박집 아저씨는 보내 주신 커피 잔이며, 수저나 주방용품을 고맙게 잘 쓰고 있다며 오랜만의 만재도 방문을 환영한다고 했다. 가거 도며, 만재 도며, 추자도, 맹골도, 무창포, 오천이며 다니는 섬이나 낚시터마다 자사 제품이 없는 곳이 없다며 가거도의 임 선장에게도 수백 개의 수저를 보내주었기에 선임자의 넓은 오지랖이 다니는 섬마다 수저통에서 덜그럭거렸던 게다. 커피 잔을 내려놓고 방파제를 벗어나니 도착할 때와는 달리 바다가 거세어졌다. 마땅하리라 생각했던 곳에도 돌개바람이 들이 닥치며 위로 올라야했기에 먼저 걸어서 산길을 넘었을 민박집 아저씨가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손짓을 하기에 다시 돌아 온 배를 타고 건너 갈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람을 피할 수가 있는 곳이었고 늦게까지 버티다 보면 오후에는 틀림없이 고기구경을 할 수 있는 유력한 곳이었다. 저마다 자리를 잡고 대를 드리웠는데 병풍도나 맹골도에 비하면 야 훨씬 맑은 물색이고 수온도 좋은 편이었지만 빠른 물 흐름이 문제였는데 이리도 빠르게 찌가 흘러간다면 고기구경이 힘들지 않겠어? 이렇듯 추운날씨에 무슨 큰 고생을 하려고 낚시를 가려는 가고 말리던 노모께서는 말린다고 들어먹지도 않을 소용없는 잔소리겠다며 추우니 쓰고 가라며 뜨개질 하던 털모자 하나를 급히 마무리하여 건네 주셨다. (원, 구십이 넘은 분이 모자 하나를 잠간 사이에 뚝딱, 만들어 내다니…….) 냉동고를 뒤져 진공 포장해 두었던 동자개와 쏘가리를 내놓았으니 매운탕을 끓여 싱싱한 물고기가 잡아오기 전에 입맛을 다셔두시라고 큰 소리를 치기도 했지만 여름이라면 몰라도 한 겨울에 고기 구경이 어디 쉬울 리가 있나....... 오후나 되어야 고기가 고기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지만 오랜만의 바다구경인데 손을 놀릴 수가 없다며 선임자는 깐 새우, 세 마리를 갈아 끼우고서야 깊은 홈통 속에서 손바닥만 한 노래미를 한 마리 낚아들고는 고기가 있긴 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는데, 노망이 난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여? 낚시를 하는 시간보다는 주위를 맴도는 새를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그제야 발밑이며 유심히 둘러보니 김발이 너무 붙은 것이 좀, 늦긴 늦은 것 같다……. 바람이 점차 거세어지며 파도까지 높아지다 보니 좀 더 무거운 채비로 바꾸어 가며 자리를 지키다가는 엉뚱하게 튀어 오른 물보라도 뒤집어썼고 너울도 거세어졌기에 물방향이 바뀌며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며 뒤로 물러서고 보니 지팡이를 휘두르며 민박집 아줌마가 산꼭대기를 넘어왔다. 작은 보온병에 두어 잔 분량의 커피와 간식거리로 과자 두어 개며 귤이 담겨 있었는데 도시락을 담아 오지 않는 것은 식은 밥을 먹지 말고 집에 와서 따뜻한 밥을 먹으라기 때문이란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방바닥에 있던 아줌마의 휴대폰 화면에서 아이들이 재미삼아 입력해 주었을 ‘내 사랑, 준식이~♥’란 문구를 보곤 웃음이 터지긴 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극진한지는 아저씨가 가끔씩 뒷산을 넘어 어두운 새벽에 낚시를 간다하면 밑밥 통을 이고 따라나서 뒤편까지 이어다 주곤 한다니 부러움을 넘어 감탄할 지경이었다. 가끔씩은 아저씨가 황금 종을 울리는 대박의 날이라도 만나면 전화를 해서 함지박을 가져오라하여 고기를 머리에 이어 가져가자며, 기침소리를 내곤 낚싯대만 들고 앞장서서 오기도 한다니 아저씨가 간도 크고, 사랑도 큰가보다……. 고기가 다가올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 낚시꾼 하나가 오동 여에 오르더니 앞뒤를 넘나들며 열심히 발 밑 부분을 공략해 나가는 것이 제법, 만재통인 모양인데 우리 점심도시락을 가져온 배가 뒤쪽으로 돌아온 것이, 점점 날이 나빠지는가 보다. 돌김을 뜯던 아줌마가 도시락을 건네받아 가져왔기에 당기지 않아도 식기 전에 처리해야겠기에 바람이 닿지 않은 곳에서 펼쳐들었지만 따뜻했던 계란반찬이 반을 베어 무니 벌써 서늘하니 식어 버리기에 서둘러 식사를 마쳐야했다. 건너편에 보이는 어느 자리에서는 어느 해에 부대로 고기를 잡았고, 또 어느 자리에서는 얼마만한 크기의 참돔을 낚았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주 사장님이 큰 수술을 하게 되면서 한동안 만재 도며 가거 도를 찾지 못하게 되었었는데 안타까운 시간이 지나갔지만 회복이 되었다며 가끔씩 불러내어 큰 점심을 사주기도 하시기에 가까운 곳에서도 쉽게 큰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가르쳐 드리게 된 곳이 외연도권의 선상낚시였다. 얼마 되지 않는 예전까지만 해도 원도권이나 가야 제대로 된 크기의 참돔구경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먼 거리만을 찾아다닌다는 것에 지쳐 가까운 곳에도 고기가 있지 않을까 하여 어청도며 외연도를 찾아가서 한동안 탐색을 다니다가 농어루어낚시로 시작된 외연도 나들이에서 엄청난 참돔자원이 있음을 확인하고는 십여 년간 오붓하게 즐겼는데 가까운 이곳에서 선상낚시가 시작되었으니 굳이 갯바위에 오르지 않아도 바다의 미녀를 만날 수 있다고 일러 드렸지만 좀처럼 믿지 않는 눈치였다 무창포 구에서 어두운 새벽에 배가 출발했기에 옆 사람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가 화사 도에 도착하여 배가 자리를 잡은 후에야 선실에서 나와 채비를 하려는데 먼저 채비를 흘렸을 옆 사람이 감아대는 ‘뻐그덕’ 대는 릴소리가 신경을 자극했다. 스플에는 줄도 절반밖에 감겨있지가 않았는데, ‘도대체 누가? 만재도 에서나 통할 수 있을 저런 고물채비를 들고 왔을까?’ 고개를 돌려보니 주 사장님이 아닌가? “언제 오셨데요? 그래도 그런 채비는 만재도 에서는 통하겠지만 이곳에서는 힘들걸요? 원도 통이시니 원물, 목줄, 바늘의 강도나 굵기는 당연히 합격점이시겠지만 원줄의 길이가 짧아도, 너무~~~~~, 짧으면 고기 못 잡는 것 아시죠? “ 다음번에는 튼실한 릴뭉치와 채비로 도전하여 참돔 마릿수를 늘려 나가기 시작했는데 가까운 곳이기에 찾는 횟수가 많다보니 매번, 가장 많은 마릿수를 기록하며 콧대가 높아지기만 했으니 괜히 가르쳐 드렸나보다……. 만재도의 개척자였던 항우 같은 힘을 자랑하던 이 종철님도 주사장님만 보면 맥을 못 쓰고 포인트도 양보하고 한겨울에는 맨손으로 밑밥을 개어 드리기도 할 만큼 워낙, 카리스마가 강한 선임자였는데 그래도 외연도 권에서 참돔을 쉽게 잡을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내덕인지 알고는 계시겠지? 물방향이 바뀐 시간이 되었기에 바람을 피해 숨어있던 곳에서 나와 튼실한 새우를 꿰어 던져놓고 이제나 저제나 분명, LTE 속도보다 빠르게 사라지며 손목까지 당겨줄 찌의 방향을 가늠하고 있었는데 ‘퍽~!!!!’ 전깃불이 꺼져 나갈듯이 사라져야할 찌의 움직임이 어째 요 모양일까????? 멀리에서는 푸른 물색의 움직임이 있었기에 병풍도에서와 같이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지만 다가올 것 같았던 물색은 결국 더 멀리 도망가 버렸다. 이미 파도의 높이는 1미터 정도로 잔잔하겠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3미터를 훌쩍 넘어버렸으니 주의보를 넘어 경보상태로 바뀌었다. 잠시 쉬었다 하겠다며 채비를 걷었던 주사장님이 안 보이는 것이 어느 틈엔가 뒷산을 넘어 집으로 가버렸는가 보다. 더 이상, 버텨보아야 소득은 없고 고생만 하고 서 있을 것이 뻔하다 보니 짐을 꾸려 힘든 발걸음을 떼어놓게 되었지만 돌밭을 벗어나서 풀밭을 밟으면 자꾸만 미끄러지는 새로 산 신발의 발판 탓에 제자리걸음을 몇 번이나 반복하다보니 높지 않은 고개 위까지 단내를 내뿜다 보니 추위도 잊고 땀까지 흘리게 되었기에 ‘털퍼덕~!’ 주저앉아 물가를 내려다보니 잔잔한 것이 내일은 저곳으로 가면 고기 구경을 할 수가 있으려나? 발전소 옆으로 나무계단으로 만든 길이 새로 생겼으니 대나무 숲을 뚫고 다닐 일도 없게 되었다. 대부분이 기름을 사용하니 연탄가스 배출기도 힘든 날갯짓을 잃고 내리눌려져 버렸고 좀 더 난방효과를 올려 보려고 슬레이트 지붕에 뿌린 오염물질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고 만재도 에서야 무슨 필요가 있을까, 궁금한 치안센터에서는 누군가가 제자리나 지키고나 있는지……. 낚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왔다면 그나마도 다행일 텐데........... 꼭, 무슨 문제가 생겨야만 신경을 쓰게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독도 때문에 뭍에서는 잊고 있는 섬이란 곳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게 되었다. 1879년 일본은 군대도 없던 류큐(琉球)왕국을 단, 500명의 병력으로 점령해 오키나와(沖繩)로 만들고 자기네 땅이라고 우겼다. 이 때, 일본이 얻은 것은 면적이 1207㎢ 로 제주도 3분의 2 크기의, 섬에 불과했지만, 실제로 노린 것은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오키나와 주변의 바다 140만㎢ 이었다. 1898년에는 태평양 섬 미나미토리시마(南鳥島)를 영토로 편입해 일본 전체 면적 38만㎢보다 넓은 배타적 경제수역(EEZ) 43만㎢를 확보했다. 일본의 속내를 간파한 것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오키나와 병합 한 달 뒤, 미국의 그랜트 전(前) 대통령은 청나라 이홍장(李鴻章)을 만나러 태평양을 건너가 "오키나와가 일본 손에 들어가면 패권은 중국에서 일본으로 넘어 간다"고 경고했다. 이홍장은 "섬 몇 개로 패권이 바뀐다니 무슨 말이냐"고 무시했고 얼마 후, 이 오판(誤判)이 20세기 중국과 일본의 운명을 갈랐다. 오키나와 바다를 확보한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 1910년 조선 강제 병합, 1937년 중일전쟁으로 대륙 전체를 노렸다. 2차 대전 이후에도 일본의 바다 욕심은 계속됐다. 일본은 1987년부터 도쿄에서 남쪽으로 1740㎞ 떨어진 암초 오키노토리를 섬으로 바꾸는 공사를 벌였다. 만조(滿潮) 때 70㎝의 높이만 수면 위로 드러나는 암초위에 철제 블록을 쌓고 그 안에 콘크리트를 부어 인공 섬으로 개조했다. 일본이 억지로라도 섬 모양을 갖춰놓은 것은 주변 200해리에서 EEZ와 대륙붕 권한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해양법협약은 EEZ 설정 기점으로 암초를 인정하지 않는다. 해양 영토 욕심에선 중국도 일본 못지않다. 중국은 1988년 남중국해 영서초(永暑礁)라는 바위섬을 점령했다. 영서초는 만조 때 한 평 남짓 수면 위로 드러나는 미니 섬이었지만 중국은 이곳에 인공 섬을 구축하고 헬기 착륙장을 비롯한 군사시설을 들였다. 중국은 난사군도 다른 섬에도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중국의 힘에 밀린 베트남과 필리핀은 미국과 함께 인근 해역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일본은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가 오키노토리를 섬으로 인정해 주변 대륙붕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난사군도에서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 중이다. 오키노토리, 센카쿠에서 중·일이 맞붙고 남중국해에선 미·중이 맞선다.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고 중국은 우리 EEZ 안에 있는 이어도에까지 침을 흘린다. 이 뜨거운 바다의 중심에 있는 우리는 해양 영토 방위 기지가 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서로 멱살잡이를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속으로 크게 웃고 있을 것이다. (만물상 참조) 이 겨울에 목을 축이겠다고 캔 막걸리를 꺼내니 아줌마가 돌김 몇 장을 얼른 내주었다. 큰 수술 후에 술은 끊었다는 주 사장님이 만재도에 오랜만에 왔는데 회가 없는 날을 그냥 보낼 수가 없으니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회한접시를 만들어내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기에 선장이나 민박집 아저씨가 난처해진 모양이다. 마침, 가거초로 선상낚시를 가려다가 파도가 높아 만재초로 바꾸어 다녀왔다는 낚시점의 최 사장과 통화가 되었기에 내년에 갚겠다며 횟감, 두어 마리를 빌려 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승낙하며 사람을 시켜 보내왔기에 싱싱한 심해우럭으로 회장만을 하여 이슬을 기울이게 되었다. 30분 거리의 만재 초에서 두 시간이나 걸려 돌아왔다니 내일은 날씨가 과연 어떠할까? 뭍에서 있을 때에는 무척이나 바다가 보고 싶었지만 번번이 가로막는 일들로 생각뿐으로 희미해졌던 날들……. 한 때는 매번 보았던 바다였어도 그때마다 달라 보인다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지금에서야 바다라는 것이 볼 때마다 달라보인다는걸 느끼게 되었는데 어떤 때는 너무도 낡아 보이고 무디고 둔탁하고 거칠기도 하고 잠든 듯 고요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숙소에 돌아와 이른 저녁상을 물리고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검푸르진 초저녁의 바다를 한동안 보다간 서늘한 바람에 창문을 닫았지만 하얀 포말이 부서지며 몽돌 밭을 훑는 소리가 꼭 닫은 창문틈새로 겨울바람과 함께 새어들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빠르게 지나가는 구름만큼이나 바다의 해넘이도 빠르게 진행됐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낚시의 덫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만재도의 6박7일.(지루한 기다림끝에 출발) (0) 2013.08.12 아듀, 2012년 만재도 3. (파도를 뚫고, 제자리로 돌아와......) (0) 2012.12.31 아듀 2012년 만재도 1. (또 한 번 어부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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