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으로 돌아가는 날에는 항상, 좋은 날씨가 된다. 가는 길이라도 편하라고 용왕님이 선심을 쓰시는 겐지.......쩝……. 만재도 에서의 마지막 성찬을 즐기는 사이에 우리를 태우고 갈 낚시점의 배는 사흘만에야 들어왔다. 미끼공급이 안되어 낚시를 제대로 못했다고 뗏장을 놓기에는 너무나도 날씨가 나빴었으니 그저 들어와 주 것만도 고마울 따름이고 태도까지 들러서 가지만 않겠다. 하여도 다행이다. 선상낚시손님을 태우고 들어 왔으니 낚시를 하다가 오후3시경에나 뭍으로 가겠다고 했기에 만재도 에서의 마지막 성찬을 더욱, 천천히 즐기고 잠도 한 토막 자고 일어나니 냉장고 깊숙이 넣어 두었던 늦게 채취했다는 돌김 한 묶음과 얼기설기 담긴 다시마 한 봉지, 미역 묶은 것 등, 섬사람의 마음이 담긴 보따리가 나와 있었는데 섬에서는 별로 줄 것이 없다면서 수줍어하며 아줌마가 내주었기에 짐 보따리가 늘어났고, 빗물에 젖어 소금간이 된 염장한 고기만 갖고 가서는 만재도 위신이 안 선다며 선장의 두 아들이 택택이 배를 타고 나가 뜨거운 뙤약볕에서 간출 여에 올라 물보라를 뒤집어 써가며 루어낚시를 하여 갓잡아 두었었다는 큼지막하고 싱싱한 농어를 올라가서 회로 드시라며 냉동고 깊이 담아 두었던 얼음까지 듬뿍 담아 스치로폼 박스에 댓마리씩 담아 주니 서 씨 아저씨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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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정자에 앉아 배 떠날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여객선이 먼저 다녀갔고 전세를 낸 몽돌밭 해수욕장에서는 여행객 하나가 수영을 즐기고 있었는데 더위를 못 견딘 섬 노인 한 분도 물속으로 ‘풍~덩~!’ 뛰어 들어가니 잠시 물속에나 한번 들어가고픈 충동이 일었다. 방파제가 두 곳이나 생기면서 태곳적부터 있었을 몽돌 밭에도 변화가 생겨 예전보다 이동이 있었다는데 ‘추자의 야인’ 이 만재도의 명성을 듣고는 3칸 정도밖에 안 되는 5.4미터짜리의 그라스 로드 막장대 한 대만을 들고서 무모하게 찾았던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태워다줄 배도 없었겠지만 멀리 부속 섬을 찾을 것도 없이 몽돌 밭 앞에서도 떼거리 돌돔을 낚아내면서 ‘이 아까운 돌돔, 이 아까운 돌돔~!’ 한탄을 하면서 소금 간을 해야만 했다는 염장 질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 부럽고 그립기도 하다. 그때만 해도 별다른 기술도 없이 염장한 지렁이 토막만 바늘에 달아 던지면 돌돔이며 온갖 고기가 물고 늘어질 때였다며 때늦게나 찾아가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염장을 지르는 소리를 해대곤 했는데 불과, 그것이, 얼마 전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짐까지 두 아들이 실어 주었기에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목포로 향하는 배에 오를 수 가 있었으니 이것, 저것,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내리고 싶어도 날씨 탓에 내려 보지도 못한 거무튀튀한 섬 곁을 지났고 만재도 에서 며칠간 머물면서 이런저런 밤 시간을 보냈던 작은 섬들을 보는 사이에 점점 만재도는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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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갑갑했던 도시생활에서의 닫혔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갯바위에 내렸었고 뜨겁게 내리쬐는 열기와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잠시, 휘청 이기도 했지만 바로 몸을 바로잡고, 바다라는 화창한 무대 위에서 부푼 웃음을 털어 놓아보았었다. 사람 사는 일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먹고사는 것이 첫째이고 그 다음이 사랑을 하던가, 무엇이든 내키는 대로 해보는 것이겠는데, 취미로 행하는 낚시도 정신건강에는 제일 좋은 것이니 하기 싫은 일들을 억지로 하고 있었던 순간들을 바다에 던져 버리고 파도 속에 묻어버리는, 사고 아닌 사고라도 저지르고 나면 어느새 마음의 평온을 되찾은 느낌이 들것이다. 이번에도 이 여름을 놓칠까봐 쿨러 안에다 밤을 지새우기 위하여 준비한 시원한 마실 것과, 약간의 간식과, 그다지 즐기지는 않으나 잠을 쫓는데 도움을 줄 커피까지 담아 갔었으며, 가장 중요한 고기를 낚는데 사용할 지렁이도 몇 움큼 들어있었고 크릴 서너 덩이도 담겨 있었다. 원치 않는 비바람에 하늘도 원망해 보면서 날짜를 잘못 잡은 후회도 해보았는데 큰 비도 맞고 바람도 거세었지만 지금은 별다른 사고 없이 몸 성하여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고마울 따름이다. 옆집 아저씨는 매주 복권을 산다. 확률이 두 번 연거푸 벼락에 맞을 확률이라는데 비라도 오시는 날 우산을 쓰고 복권을 사러 가다가 복권을 사기전에 벼락부터 맞는다면 그건 또 무슨 복일지 모르겠지만 내, 복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비바람도 모두 내복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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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늦게 배에 오르면 먼저 탄 사람들이 대짜로 누워 자리를 차지했기에 비좁았었지만 요즘은 선실 안이 넓어져 버렸다. 갑자기 배가 커진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들을 장만하다 보니 지루한 도착시간 내내 일어나 앉아 스마트폰의 화면을 들여다보기 때문이었는데 누워 차지하던 공간이 앉음새로 바뀌어 절로 넓어져, 늦게 배에 올랐어도 누울 공간이 생겨버렸다. 사용하던 폴더 폰이 고장이 난 김에 이참에, 스마트폰으로 바꾸긴 했지만 당신에게 플러스가 되어주겠다는 통신사만은 연결이 안 되는 허접한 서비스였기에 만재도 에서는 무용지물이었지만 뭍이 가까워 오면서 통화권에 들어서니 내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위치를 알 수도 있으니 세상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며칠 만에 집에 돌아왔을까, 불은 꺼졌지만 티브이를 켜 놓은 채, 집나간 아들을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드셨을 노모를 보니 너무 오랫동안 집을 비웠다는 생각과 함께 울컥한 마음이 들며 덥석, 잠든 노모의 손을 잡았다. “엄마, 저 왔어요!” 다급했기에 어린아이가 되어 버렸을까?!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도착을 하니 기다리다 지쳐서 잠이 드셨겠는데도 금세 잠에서 깨어나 ‘이제, 왔느냐’ 며 반색을 하셨고, ‘고단했었는지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며 안쓰러워하셨다……. ‘다음부터는 이리, 오래는 곁을 비우지 않겠다. 며 다시 한 번 손을 잡았는데 ‘밥은 먹었느냐’ ‘길은 안 막혔더냐. ‘그 쪽은 비가 많이 오지 않았더냐. ‘고생을 많이 하지는 않았느냐’ 며 되레 물어주시기에 부러, 사서 한 고생이 부끄러울 뿐이다……. 늦었으니 어서 쉬라고 방에서 나가라며 손을 크게 저으시기에 불을 끄고 물러나왔는데 무사히 도착했음을 확인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을 부러 감추던 마나님은 ‘그만큼 낚시를 다녔으면서도 날씨도 제대로 못 읽어 고생을 하느냐며 아직도 멀었다‘ 고 한마디를 하고야 말았다. 고생한 기운이 확연하게 남은 것이 보였는지 딸내미조차도, 힘든 바다낚시를 그만 두고 민물낚시로 바꾸라고 하는데, 이제는 붕어, 잉어를 낚으러 다닐 만한 저수지나 댐들이 오염되어 갈 곳도 마땅치 않고 대부분이 유료 낚시터거나 양어장이니 물색 탁한 목간통에나 가서 떡붕어나 잡겠다고 질척한 구르텐 떡밥을 손에 묻히기도 싫고, 폼만 그럴싸한 배스 잡이 같은 것은 더더욱 싫으니 할 수 없이 장어나 메기를 낚으러 다니랴……. 점점 귀해지는 마릿수 적은 쏘가리낚시만 갈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학공치라도 자주 볼 수 있어 입맛을 다셔주고 이슬 맛을 돋궈주는 바다를 멀리하기가 쉽지가 않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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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듯이 늦잠을 자고는, 집주변 청소를 하는데 건너편에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가 눈이 마주치자 금세 울먹한 목소리로 손을 저으면서 반가워했다. “아이고~~ 아저씨, 어딜 갔었어? 며칠간 안보이데? 난, 또 그 집에 무슨 일이 났는가? 걱정도 되고, 궁금도 했었는데~~~” 노모와 비슷한 구순의 할머니로 지팡이에 의지하여 힘겹게 걸음만은 떼어놓기에 자식들 걱정을 덜어주려고 홀로 나와 방 한 칸 얻어놓고 저렇게 고집을 피우고 있는지가 몇 년 되었다나보다. 가끔씩 야채장사에게 고구마와 야채라도 사담은 봉지를 힘겹게 들고 오는 것을 몰라라 할 수가 없어서 문 앞에까지 들어다 주곤 했는데 나름대로 고마우셨는지 보기만 하면 반갑게 인사를 해오셨는데 한동안 내가 안보이기에 무척이나 애가 타셨다나 보다. 농어와 쏨뱅이, 열기 몇 마리를 드리며 휴가를 바다로 갔었기에 반찬고기나마 가져오게 되었다니 너무나 고맙게 잘 잡숫겠다며 집안으로 들어가서 양말세트를 들고 나와 굳이 손에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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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렇게 나에게 주어졌던 날들을 갯바위에서 보내며 하루, 하루를 살아냈었다 또 하나의 배움과 깨우침이 있었겠고, 이 세상에서의 모든 것이 배움의 주체이자 목적이고 대상이며, 삶으로의 수단이겠지만 웃 세대인 선임자로부터 경험과 지혜를 물려받지 못했다면 실현이 불가능하거나 더 크고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오늘은 어느 곳으로 향할까 나름대로는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밤을 지새웠고 낚시에 집중을 하면서 뭍에서의 일이나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렸었다. 도심의 이런저런 공해에 시달리던 섬이 필요해진 존재들이 하나가 되어 모여 앉았었다. 고생을 하는 순간에는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참에 그만 두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피로가 풀리고 나니 이번 낚시여행에서도 낚시를 할 수 있도록 짐을 챙겨들고 바다가 허락한 갯바위에 내려서는 배가 물러가고 짐을 옮겨가며 정리를 하고, 채비를 던져놓은 바다와 마주하니, 바다가 내 앞에 펼쳐져있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바다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다 안에 들어와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거룩한, 대자연의 바다 속에 들어와 잠시 그 안에서 머물다가 온 것뿐이다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니 최선을 다하여 오늘을, 또, 내일을 마무리한 것이다. 어둠이 물러가고 날이 환하게 밝을 때까지 숨 한 번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던 그 결과가 정확히 얼마 만큼이었는지는 크게 중요할 것이 없다. 험하고 거친 갯바위에 내려 또 이렇게 작은 사고하나 없이 무탈하게 제자리로 돌아와 새아침을 맞았으니 고기잡이에만 정신이 팔려 그에 따른 수확의 결과보다는 내가 흘린 땀방울의 노고만큼의 만족만이라도 돌아 볼 수 있던 것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또 한 번의 뜨거운 태양을 바다 속에서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벅차다는, 느낌만으로도 주어졌던 날들이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것이기에……. 이렇게 잠시시간이 할애되어 바다를 찾을 수 있었고 갯바위에 올라 대를 드리울 수 있는 시간만큼은 꿈도 함께 했으니 그동안 그 속에 있는 동안이 행복한 것이다. 과연, 그 먼 길 끝에 내가 있었을까? 또 한 번 꿈을 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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