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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4. 만재도의 특별한 여름.(바람아, 멈추어 다오~~~)

by 찌매듭 2012. 8. 28.
일요일 오후까지 숨 막히는 근무를 하고 퇴근 즉시, 휴가를 맞은 정군이 목포에 있는 
선장의 작은 아들과 함께 새벽배로 들어왔다. 
지난해 여름철에 낚시를 하는 내 뒤에서 말없이 한동안 지켜보며
‘그런 입질 나도 수없이 들어왔었는데…….’  탄식을 하더니,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낚싯대를 하나 구입하여 겨우내 콩기름을 발라가며 
이번 여름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기에 남다른 기대감에 젖어 있었다나보다.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비교적 잔잔한 날이었기에 같은 집에 있던 사람들이 
세 팀으로 나누어 간여 쪽으로 몰려갔다 
납작 간여에는 이미 다른 집 손님들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김 영감님과 
서 씨 아저씨는 큰 간여로……. 
만재도를 너무나도 사랑한다는 경록 군과 새 손님은 끝끝간여에 내렸고
정군의 간곡한 갈망으로 끝 간여에 함께 내리게는 되었는데 몇 년 만에 내려 보는 것일까?!
폐그물이 물속에 깔려있다며 선장과 큰아들, 민박집 아저씨는 두 손을 들고 
간여를 가려고 하면 두 손을 들며 막아섰기에 도통, 가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젠 그물이 찢기어져 떨어져 나간 것 같으니 가도 될게라고 했지만 이곳저곳에 
조각난 그물들이 갯바위에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알기로는 간여의 돌돔 포인트가 묘한 곳에 두어 곳 있었기에 그 장소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겠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오늘의 낚시 장소로는 마땅치가 않았지만 
죽어가는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싱싱하게 살아있는 정군의 소원을 못 들어 줄 것도 
없다만 간여를 간다면 매번, 고기를 잡는 것도 아닌데........
구입한 새 낚싯대를 뽑아 들며 정군이 기세를 올렸다
“진작에 이런 방법을 사용했다면 고기도 많이 잡을 수 있고 힘도 안들이고 여러모로 좋았을 것을……. 
요것들아, 잠시 후에 만나보자꾸나~~~~~”
이곳에는 고등어 떼가 없는 것 같았지만 밉밥을 조금씩 뿌려주자 어디에 있던 놈들이 
달려왔는지 미끼를 건드리기 시작했는데, 농어 떼가 나타났다며 정 군이, 루어를 
던지기 시작하다간, 새로 산 낚싯대가 물에 끌려 들어가는 것을 못보고 말았다나보다.
루어바늘에 한번 걸려나왔으나 바늘이 빠져 나가며 다시 흘러 나갔고 점차,
멀어져 가면서 루어를 아무리 던져도 닿지 않는 거리로 멀어져 갔다. 아마도 
고등어 짓일 거라며 새로 산 낚싯대로 손맛 한번을 못보고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는데
너무 경사진 위치에서 내리 꽂아 놨었으니 작은 고기라도 끌고 갈밖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여에서 공략하는 장소는 아닌, 의외의 방향에서 엄청나게 
큰놈에게 농락을 당한 적이 있었지만 그렇게 큰놈은 바라지도 않고 쏠쏠한 
크기의 돌돔을 마릿수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물방향이 맞는 시간대를 
기다리다가 드디어, 그 시간대가 되어 섭섭하지 않은 크기의 돌돔을 몇 마리 낚다 보니 
멀리 보이는 본섬에서부터 비가 내리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시간만 더 있다가 비가 왔어도 고기 구경을 더 할 수 있겠다만……. 쩝…….
우비부터 꺼내 입고, 얼마치 정도의 빵을 사면 우산을 준다는 광고에 혹하여 
두 개나 받아든 색감만은 시원한 양우산 겸용의 새 우산을 꺼내어 얼굴을 가리우다 
한두 방울씩 스며들기 시작하기에 ‘뱅~그르르~~’ 돌려 물방울을 튕겨내는데 
손잡이가 그만 ‘똑~!!!’ 부러지고 말았다…….
‘이런, 엠비~~~~~ 공짜 비지떡도 아닌데, 이게 뭐여?????’
부러진 곳에 날이 섰으니 자칫하다간 손바닥에 상처가 날판이라 
엉거주춤하니 부여잡고 밤늦도록 쏟아지는 비에 새벽이나 되어서야 
도시락을 펼쳐들 수가 있었으니, 저녁밥으로 싸온 밥이 새벽밥이 되어버렸다. 



파란색의 집어등을 밝혀놓고 끈질기게 낚시를 하는 선장의 아들은 연실,
무슨 고긴가를 낚아 내는 것을 보았는데 구멍 찌로는 확인 못할 입질이 많아 
여러 마리의 돌돔을 놓쳤을 것이고 만재도라지만 낚시 패턴도 바뀌고 있다는 걸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눈치였다.
‘차라리 저 자리에 내렸더라면 손쉽게 크지 않은 돌돔이나마 마릿수로 잡고 
 낚싯대도 잃어버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정군의 탄식과 함께 지겹지만 결코,
 길지 않은 밤이 지나가고 새벽이 오니 순식간에 어둠이 물러갔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철렁이기 시작하는 바다상황에 오래 낚시를 할 수도 없겠다 싶어, 슬슬 
짐을 꾸리기로 하고 또 고등어 한 토막을 끼워 던져 놓고 훤히 밝기만을 
망가진 우산을 불편하게 붙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경쾌하게 드랙이 
풀려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어제만큼 큰 놈은 필요 없고 그저, 7~80자리 우럭이나 쏨뱅이라도 잡아보자꾸나’ 고
힘차게 낚싯대를 움켜쥐었지만 요것도, 만만한 콩떡이 아니었는지 제멋대로 끌고 가더니만 
어딘가에 칭칭 감아 버렸나 보다.
당기고, 또, 당기고, 풀어주고, 늦춰주다 보니, 상처 난 목줄만 튕겨져 나왔는데
‘이번 일진은 도대체 왜 이러는거얌????’
또 한 차례 비가 쏟아질 기세라 서둘러짐을 꾸리다 보니 밤새 고생을 했을 거라 
짐작을 챘는지 벌써, 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큰 간여에 내린 팀도 두어 마리의 고기를 낚았을 뿐이고, 서 씨 아저씨가 
대물 한 마리를 만나긴 했으나 얼굴도 못보고 사라졌다고 했다.



쏟아지는 잠을 억지로 쫓으며 꼬박, 밤을 새우다시피하는 밤낚시는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되기에 대충 빨래를 해놓고 방바닥에 죽은 듯이 쓰러져 토막잠을 자는 중에 
서 씨 아저씨가 간밤에 김 영감님의 이상한 행동을 이야기했다.
갯바위에 내리자마자 크릴 봉지의 비닐을 벗기더니 물위에 ‘풍~덩~!’ 집어 던졌다고 한다.
‘왜 그러냐. 고 하니 밑밥을 준 것이고 이렇게 낚시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는데
잠시 물위에 떠있던 크릴덩이가 제자리에 있을 턱이 없다보니 잠시 후에는 어디론가 
흘러 가 보이지 않게 되었으니 아까운 크릴 한 덩이만 손해 본 것이 아니냐며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영감님이 예전 스타일로 낚시를 하셨던 게로군?!’
장대로만 낚시를 하던 시절에는 고기를 부르기 위하여 홈통이 있는 가장 안쪽에다
크릴 한 덩이씩을 가끔씩 던져 놓아가며 했었다는 옛날이야기를 서 씨 아저씨에게 
들려주었지만 이해를 못하는 눈치였다.
크릴이란 것이 원래 남극의 고래 밥으로, 인류가 먼 미래에 식량난을 해결해 보려고
뺏어 온 것으로 러시아는 이미, 식량으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연구를 해놓았고 
일본은 이리저리 들여다보다가 식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탐탁치가 않다 생각하여
양식장에 있는 고기들에게 주어보니 환장들을 하고 달려들기에 낚시용으로 사용하게
되었으며 일본에 가서 크릴의 가공할 위력을 본 선임자들이 몇 덩이씩 들여와 크릴의 
그 탁월한 효과를 보고서는 일본을 오가는 보따리 장사들에게 부탁을 하여 쿨러에 
담아 오면 사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돈으로도 한 덩이에 오천 원이나 했으니 
지금으로 환산하면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었기에 초보들이 크릴을 몇 장, 구해 오면
고수들이 함께 낚시를 데리고 다녔으며 양쪽에 초보자들을 세워놓고 가운데 자리한 
고수가 녹아내린 크릴 중에 좋은 것은 미끼로 사용하고 헐렁한 것은 밑밥으로 
흩뿌려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이야기며. 구십년 대 초반만 해도 크릴 한 덩이에 
삼~사천 냥씩 했는데 돈 가치로 보아서 그때의 삼천 원이면 지금의 만원도 넘는 
것이라고 하자 이해가 안 가는지 아리송한 표정이다.
아마도 친구와 함께 했던 첫날의 장소 같았으면 영감님의 방법이 주효했을 거라며 
내가 영감님과 내렸던 날에는 멀리 떨어져 있어 영감님이 크릴 덩이를 던져 넣는 것을
못 보았던 것일 게라고 하니 그래도 이해가 잘 안가는 눈치였다.


한숨들 자고 일어나니 내일까지만 배가 들어오고 다음날부터는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냉장고에 잘 간직했던 지렁이 한판이 상해버리고 말았고 
나흘의 일정이 이틀로 줄어 들게 된 정군은 애간장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는지 오늘밤엔 
물 폭탄을 맞는 한이 있더라도 갯바위에 나가서 맞겠다고 선장의 아들과 짝이 되어 
뻔히 눈에 보이는 가까운 곳으로 낚시를 가버렸고 남은 일행들은 3일간이나 연속으로
고생을 한 탓에 온몸이 짜부라드는 느낌이다 보니 오늘밤은 안타깝더라도 푹, 쉬기로 했다.
이제는 생선반찬이 지겹다고 투정을 하는 김 영감님의 보챔 때문에 할 수없이 
나중에 허한 날, 특별 식으로 먹으려고 깊이 넣어 두었던 우리 한 돈, 한 덩이를 
꺼 내와서 아줌마에게 구워줍시사고 내놓고는 막걸리며, 냉이 술까지 제공했는데 영감님은
‘고기도 먹고 술까지 마셨으니 밥은 좀 그렇고, 라면이나 하나 끓여서 입가심을 해야겠다. 고 하니
‘늙은 아저씨가 별걸 다 찾는다. 고 아줌마가 한마디 했다. 
예전의 앙금이 남았는지 말끝마다 눈도 깜짝이지 않고 김 영감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늙은 아저씨, 늙은 아저씨’ 란 말을 입에 달았는데 아줌마도 
이젠, 이것저것, 무서울 것이 없는 대한민국 만재도의 오십대의 씩씩한 
아줌마부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민박집 아저씨가 섬사람들은 라면을 안 즐기니 
집에 라면이 없다면서 만재슈퍼가 문을 닫지 않았으면 몇 개 사오겠다고 일어서려기에 
갯바위에서 먹으려고 가져온 컵라면까지 내어드렸더니 맛나게 국물 한 방울도 안남기고 
들이키셨다…….


섬에는 낚시객만이 아닌 피서객들도 몇 명 있었는데 1박2일이라는 재미있다는 방송이 
전파를 타고부터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단다. 개중에는 무분별한 
머저리들도 있다 보니 쓰레기도 늘어나며 급기야는 생태계까지 나쁜 영향이 끼칠
엉뚱한 사태로까지 번지게 되었을 텐데 뭍에서라면 야 어떻게 처리가 되겠지만 
이렇게 먼 섬에서는, 자체에서 나오는 적은 양의 쓰레기마저 처치가 곤란한터에 
육지에서까지 끌고 들어간 쓰레기까지 처리할 능력이 없다보니 점점 쓰레기가 쌓여간다. 
새로 쓰레기 소각장도 만들었지만 굴뚝부터가 설계가 잘못되었다는 건 어느 정도 
관심만 있다면 한눈에 알아볼 판이었다. 
양식이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없는 무리들의 행동을 막을 수가 없다 보니 
섬은 점점 태고의 빛을 잃어갈 수밖에 없나니, 뭍에서 멀리 떨어진 이 다른 세계를 
조금이나마 더디 상하게 하기 위해서는 흥미위주의 방송 프로 같은 것에서는
절대로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개인의 욕심이 너무 크달지 몰라도 모두가 나만은 
안 그렇다 하면서도 가끔씩 그 부류에 들지 않았다고 할 수가 없질 않겠는가.
나도 쓰레기거리를 끌고 들어왔으니 그저, 내 우물에 침 뱉기 일뿐이다…….
밤새 실컷 자보려고 초저녁부터 누웠지만 잠이 쉬 오지 않는 것이 집에서도 
자정이 넘어서야 잠들었던 습관과 이곳까지 와서 긴 잠을 자야하는 분함 때문과 
몸을 뒤척이는 옆 사람 때문에 같이 잠 못 들어 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날이 밝았기에 정군이 씨근덕거리며 뛰어 들어왔는데 온갖 고기로 
쿨러가 넘쳐나는 재미를 보았으니 줄어든 일정이 아쉽긴 하지만 직장에서 
잘리지 않으려면 오늘 배를 타고 나가야겠다며 섭섭하지 않은 미소를 띄웠다. 
갑자기 속이 거북하고 뒤틀리는 것이 밤새 크게 올 줄 알았던 비가 
밤새 한 방울도 내리지 않고 구름이 물러가버렸으니 속이 상해도 
이만저만 상하는 것이 아니었다. 
서 씨 아저씨는 그것보라며, 날씨를 헛짚은 탓을 내게 덮어씌우면서 
아예, 땅바닥에 데굴데굴 구를 기세였다…….
‘어쩌누……. 또 아침 먹고 잠이나 자다가 나가봐야지....... ’




잠결에 헬리콥터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지나가는 것이 아닌, 
가까이 접근하는 소리같이 크게 들리는 것이, 혹시, 우리 집 마나님이 
나를 끌고 가려고 온 것은 아니겠지?
창문으로 내다보니 근처에 내릴 기세였는데 밖으로 나가보니 응급환자가 생겨서 
소방헬기를 급히 불렀다는 것이다.
헬기가 섬에 다가와 착륙할 곳을 찾는 순간 강한 돌풍이 불어와 하마터면 
만재도의 높지 않은 산으로 밀려가 충돌할 뻔했기에 구경나왔던 사람들의 입에서 
절로 비명소리가 크게 터져 나왔는데 천지신명이 도왔는지 아슬아슬하게 
간발의 차이로 충돌을 면했지만 조종사나 탑승원들의 눈앞이 얼마나 아찔했었을까나?
급체를 했다는 환자를 싣고도 조종사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는지 한참을 
뜸을 들였는데 바람이 약해진 순간을 틈타서 헬기가 무사히 떠올라 멀리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야 숨을 졸이며 하늘을 쳐다보던 사람들이 흩어졌고 
처음부터 가장 가까이서 목격을 했던 민박집 아저씨는 다음날까지도 울렁증에 
밥을 못 넘겼다…….
“에고……. 나는 일주일은 밥을 제대로 못 삼킬 것 같소야……. 지금도 식은땀이 나네......”
예정했던 일정을 절반으로 줄여야했지만 배가 안 들어온다니 출근 때문에라도 
철수를 해야 하는 정 군이 하룻밤 만에 무거워진 쿨러를 끌고 뭍으로 향했고 
작은 아들과 서 씨 아저씨와 한 팀이 되어 어제와 같은 밤을 기대하며 돌돔이 
쏟아질 것 같은 자리를 찾아 나섰는데 바람의 기세가 만만치가 않다. 
바람이 그나마도 의지가 될 곳을 찾았으나 세 명이 내리기는 마땅치가 않다보니 
경록 군을 혼자 따로 떼어 놓고 서 씨 아저씨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바람아 언제나 멈추어 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