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2. 만재도의 특별한 여름. (만재도 25시 & 처박기의 달인) by 찌매듭 2012. 8. 26. 섬 식구들이 대절을 하다시피 한 배안에는 뭍에 있던 만재도의 딸들이 섬에 있는 부모에게 가져갈 떡이며 과일, 정성담긴 선물들로 가득했다. 바다가 잔잔하기도 했지만 먼 거리의 뱃길에도 보채지 않고 놀다가 잠이든 아이들을 보며 역시 섬과의 인연이 있는 아이들이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도시의 나약한 아이들이었으면 벌써 멀미를 시작하고 울며불며 난리가 났을 것이다. 처음 보는 배였지만 예전에 타보았던 배들과 도착시간이 정확하게 일치했고 마중을 나온 선장과 민박집 아저씨의 반가워하는 모습이 어둠속에서도 또렷하게 보였다. 아직도 태풍 여파가 남았는지 너울이 많이 있었는데 일기예보와는 차이가 많았다. ‘아차, 그래서 섬 노인이 전화를 했었구나,’ ‘아마, 집을 나서지 않았다면 다음번으로 미루라는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었을까?!’ 세존도로 낚시를 가려고 미조의 어느 낚시점에 예약을 해두었는데 짐 가방을 싣고 집을 나서는 순간, 전화가 와서는 ‘출발을 안했으면 다행이고, 출발을 했어도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 고 했다. 자신의 경험상, 날씨가 급변할 것 같으니 내려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일기예보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했는데 사람 수가 적다니까 거절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멀리 나선 것도 아니니 돌아서고 말았지만 과연 그의 예상대로 급변한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는 후문에 양심적인 선장이란 생각이 들어 미조 나들이를 몇 번이나 했었을까? 서울부근에서만 한전근무를 했던 선배가 멀리 미조로 발령이 났다는데 낚시를 모르는 선배에게는 그만두라는 통보나 마찬가지였지만 워낙, 성실한 품성이라 귀양도 가는 판에 마다할 수가 없다며 먼 길을 떠나갔다. 얼마 후, 낚시가 목적이었지만 시침을 떼고, 보고 싶어 찾아왔노라니 반색을 하며 반기기에 낚시를 하겠다는 소리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다음날까지 끌려 다니며 미조찬가를 들어야했다. 당장에 직장을 그만두기도 못하여 미조에서 한전출장소장이란 명칭만 그럴싸한 귀양살이에 마음을 비우고 다독이면서 작은 마을 구석을 살펴보니 인심 좋고, 공기 좋고,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단다. 아침이면 생전 처음 보는 이름도 모르는 생선들을 파는 아줌마들에게 반찬거리로 한두 마리씩을 사려고 나서보면 인심 좋은 아줌마들이 한전의 소장님에게, 싱싱한 볼락을 한두 마리씩 얹어 주곤 하여 아침마다 장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이제는 고기만 보고도 이름까지 척척 대는 수준에 이르렀고 어느 고기가 회로는 맛이 있고 어느 고기는 구이를 하면 맛이 있다며 침을 튀겨가며 목소리 톤을 높이기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트렁크에 실린 낚시 가방을 꺼내보지도 못하고 서울로 올라와야만했다. 선배의 과묵한 성실함이 철밥통, 한전의 윗선에까지 들렸는지 2년 후에는 천안의 큰 근무지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또 얼마 후에는 본사로 까지 옮겨왔지만 선배의 미조예찬은 매번 만나는 자리에서 이야기꺼리로 올라오고 또 올라왔다. 아마도, 만재도의 섬 노인이 어렵게 전화를 했었던 것도 출발을 하지 않았다면 다음번을 기약하며 일정을 미루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일기예보와는 다른 기상 때문에 갈만한 곳이 몇 곳 없으니 짐이라도 놓고 오라기에 바람이 의지될만한 곳을 찾아 짐 가방만 내려놓았고 오전낚시를 잠간 해보다가 더워지면 들어오겠다는 서 씨 아저씨와 친구를 갯바위에 남겨놓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뒤섞인 짐정리를 마치고 잠시 눈을 부치고 나니 서 씨 아저씨와 친구 분이 언제 돌아왔는지 고기를 다듬고 있었는데 ‘에~게, 게, 게, 나~! 노래미만 몇 마리 잡아왔군? 회꺼리도 못 낚아 왔는가고 핀잔을 주니 냉장고를 보란다. 어이구~~~~, 큼지막한 광어가 척, 하니 냉기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메~메,’ 아자씨가 잡았소?? 수고 하셨소.~~^^” 씩, 웃으며 점잔을 떠는 것이 못내 의심스럽긴 했지만, 서 씨 아저씨도 만재도 경력이 십년이나 되었으니 저 정도의 광어쯤이야 못 낚아 올 리가 없겠다는 생각에 ‘뜰채에 어떻게 담았냐? 미끼는 무엇을 썼는가고, 물으니 점점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가만있어라~~~’ 그러고 보니 지나가다 마주친 선장의 아들이 ‘광어회 잡숫고 낚시 나가세요.’ 말을 던지고 지나갔는데 그럼, 그렇지~! 열기 그물에 든 광어였다는 것이었다. 콩~!!! 그럼, 그렇지.......... 난 또, 진짜로 서 씨 아저씨가 잡은 줄 알았네, 그랴~!!!!! 만재도에도 광어는 지천으로 있지만 잡아도 판로가 없고 보관을 할 수도 없기에 광어 밭을 몇 곳 알아도 지나쳐 다닌다는데 서해 중부권에 불어 닥친 광어다운 샷 잡이에 낚여 나가는 손바닥만 한 광어 잡이 꾼들이 알면 환장을 할일이겠지만 아직까지는 숨 돌릴 세월이 남아 있을 것이다. 요즘은 인천권이나 서해 중부권의 우럭도 바닥이 났는지 예전처럼 우럭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보다 다운 샷이라는 채비로 광어 잡이를 다니는 배가 더 많아졌으니 또 하나의 어종이 씨가 마르게 생겼다. 그래도 서 씨 아저씨가 잘 알고 있다는 백령도같이 미꾸라지 너댓마리로 우럭을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곳도 있긴 있지만 거리가 좀, 멀어서....... 푸짐한 광어회를 곁들여진 늦은 아침밥상이 들어왔고 금년에 환갑을 맞은 민박집 아저씨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이십년은 더 밥을 해주어야 한다며 가져간 백세 주를 연거푸 석잔 을 따라 올리니, ‘팔십까지만 살라’냐 며 껄껄 웃었다. 백세도 사는 세상이니 못살 것도 없겠지만 그때면 힘들어서 낚아온 고기를 제대로 손질이나 해줄 수 있겠는가고 물으니, 궁한 웃음으로 대신한다……. 사용하던 전화기를 몇 번 땅에 떨구었던 탓에 삐거덕 거리기 시작했기에 이참에 딸내미를 다그쳐 빠름을 자랑한다는 스마트폰으로 바꾸었는데, 만재도 에서는 서비스권이 아니라니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천년 대초에도 휴대전화가 연결이 되지 않아 통신사의 이곳저곳에 호통을 쳐서 통화가 되도록 힘을 쓰기도 했었지만 이번에는 딸내미가 구입해준 통신사만이 유독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니 ‘당신에게 플러스’가 된다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老母 앞으로 개통해 두었던 실버 폰을 예비로 가져가면서 몇 개의 전화번호만 입력하여 들고 나섰었으니 문명세상과의 연결은 완전히 끊겨진 셈이다. 한해씩을 더하면서 총기가 사라지는지, 디지털 치매가 왔는지, 수백 개씩 외웠던 전화번호들을 단축번호나 찾아야만 통화를 할 수가 있게 되었으니 몇 일간 육지소식과의 단절이 편하면서도 불안하기도 한 양날의 칼이 되어버렸다.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저녁 도시락을 받아들고 첫날밤의 낚시를 위하여 배에 올라, 짐을 내려 두었던 곳으로가 갯바위에 올라섰는데 집을 떠난 지 정확하게 25시간 만에 푸른 물위에 두둥실 떠있는 찌를 보게 된 셈이다. 오늘 밤을 함께 지새울 파트너로 김 영감님이 함께하게 되었는데 금년에 75세라니 노익장의 솜씨를 곁에서 지켜보게 되었지만, 내 몸 간수도 어려운 판국에 곱으로 신경을 쓰게 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초저녁에 앞쪽의 물때가 끝났으니 볼락 구경이라도 하려면 뒤쪽의 높은 능선을 오르내려야할 판인데 점점 바람이 거세어지니 모기도 안 달려들어 좋다만, 고기 구경이 쉽지가 않게 생겼다. 그래도 다리품을 열심히 판 덕인지 준수한 크기의 볼락이 연거푸 올라왔지만 너울이 밀려들어오면서 입질이 끊기고 말았고 건너편에 있는 서 씨 아저씨와 그 친구는 무슨 수확이 있는지 계속해서 불빛이 흔들렸고, 가쁜 숨을 토하는 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오기도 했는데 상황을 보아서는 기쁘고 바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귀를 ‘쫑긋~!’ 하니 기울여 웃음소리를 들어보니 허한 웃음이 아니고 실익이 있는 만족한 웃음소리였으니 나와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지만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 낚시가 아니겠는가......... 자정이 되어서야 늦은 저녁 도시락을 먹고, 간간히 쉬어가며 채비를 던지는 영감님의 안정된 자세와 안전한 자리 차짐을 보고서는 역시, 묵은 생강이니 맵기는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낚시도 귀찮다는 생각을 하는지 좋은 낚시 용품들은 처분하겠다고 한다. 목포에 도착하여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중에 바다를 건너온 붉은 테의 낚싯대와 릴 뭉치를 선장의 아들에게 맡겨 놓으며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처분해 달라고 부탁을 하던데 남녀군도 같은 원도권의 대물 벵에돔용으로 만들었기에 무겁고 강한 구형낚싯대가 되버린 구레원정 3호대의 임자를 찾기가 쉽지가 않을게다. 언젠가, 에어컨 특수용품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는 후배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와서는, “헹님, 쥐포, 참, 좋데요~~~~~~” “그래 쥐포가 어디껀데? 쥐포는 뭐니 뭐니 해도 삼천포 시장의 쥐포가 제일이지......” “에이~~~, 그런 쥐포가 아니라 지포요~! 지포~!!!!” "지포? 지포야 양놈 지포가 제일이지, 강한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으니 여유 있게 담뱃불 붙이고 집어던져 적의 화약고를 터트리는 영화를 봐라, “ “그런 지포가 아니라, 지,훠요, G4, 신형 낚싯대, 지포를 말하는거라구요. 지금 호반낚시에서 보고 왔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한동안 뜬금없는 입소문을 타고 유행을 했기에 국내회사에서도 비슷하게 흉내를 내어 만들기도 했는데, 고가의 가격도 그렇지만 파손이 되어 수리를 하려면 한두 달씩 기다려야했기에 시즌을 넘기고 난후에야 수리가 되다보니 사용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하니 이래저래 불편했다. 오래전에 일본으로 영업기술을 배우러 갔던 후배가 엉뚱하게도 크릴을 미끼로 하는 찌낚시를 배워왔다며 뻘건 무늬의 낚싯대도 한 대 사왔는데, 가격이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함께 거문도나 추자도로 낚시를 가설랑, 어두운 새벽에 갯바위에 내리면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어깨에 낚싯대를 걸치고 부처인양, 움직이지도 않고 있기에 ‘왜, 채비도 안하고 있는가? 물으면 고가의 낚싯대가 부러지면 큰일이라며 날이 밝아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간, 낚시 중간의 쉴 참에는 다시 접어 넣었다가 펼치기를 반복하여, 별난 감탄사를 내지르게 했는데, 어느 여객선 터미널에서 특유의 헝겊주머니에 담긴 비슷한 낚싯대를 들고 가는 사람을 보면 쫓아가서는 ‘물 건너에서 새로 사온 낚싯대냐?’ ‘좋은 낚싯대 같은데 구경 좀, 해도 되겠느냐’며 청을 넣었고 구경을 하고 나서는 ‘참, 좋은 낚싯대를 사오셨다’며 침이 튀도록 칭송을 퍼부으니 이쯤 되면 낚싯대의 노예가 된 셈이었다. 일본에서도 낚시박람회가 열리는데 과연, 넋 나간 꾼들이 선호하는 뻘그죽죽한 그 유명한 고가의 낚싯대 회사는 얼마나 크게 전시장을 차지하고 있을까?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아도 눈에 띄지를 않는다. 한참을 찾은 후에야 어느 구석에 초라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한국의 낚시점마다 중앙의 쇼케이스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은 하나도 보이지도 않았고 저가의 낚싯대만 전시되어 있기에 물어보면 이상한 대답만 돌아왔다. 그런 고가의 낚싯대는 외국에 수출용으로나 만들어 지는 특별한 것들이기에 자국민들은 부담스러워 찾지도 않고 이곳에서는 누구나 편하게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제품만을 전시하고 있노라고....... “한국 분들....... 고맙지요…….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산답니다......” 뒤돌아서는 귓등으로 들려오는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소리........ 괜스레 뒤통수가 저려온다....... (믿거나 말거나……. -,,-) 그러고 보니 김 영감님을 보면 한번 골탕을 먹여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십 년 전 어느 날인가?! 일행과 밤낚시를 마치고 민박집으로 들어와 늦은 아침밥을 먹으며 오늘밤에는 간여의 물때가 맞으니 끝 간여를 가야겠다고 선장에게 말을 하고 있었는데 영감님이 옆에서 듣고 있다간 어떤 식으로 어느 시간대가 좋으냐고 묻기에 물 방향과 일진으로 보아 연중 최고의 날로, 몇 년 만에 만나는 좋은 날일게라는 말을 흘리다가 한숨자고 일어나 보니 김 영감님은 있는데 그 일행 하나가 없어진 것도 모르고 세 명이 택택이 배에 올라 끝 간여를 가보니 시꺼먼 까마귀형상을 한 영감님의 일행이 끝간여에 올라있었는데 아침때의 이야기를 듣고는 먼저 나가 자리를 잡고 있으라고 일행 하나를 보초를 세워놓고 있었던 것이다. 속으로 수만 가지의 욕을 퍼부으며 끝끝 간 여 쪽으로 내릴 수밖에 없었는데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일행과 합류한 영감님이 큰 참돔을 걸어 파이팅을 시작한 모습이 보였다. 어둡기 전에 걸은 참돔을 날이 저물도록 까지 싱갱이를 하는가. 했더니 완전히 어두워져서야 뜰채에 담았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온몸의 힘이 빠져 새벽까지 누워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통한의 한숨을 몰아쉰 적이 있었지......... ‘우리가 저 자리에 내렸더라면 큰 고기를 타작을 했을 텐데......... 아~우~~~!!!!!!’ 날이 밝아서 철수를 하면서 영감님의 보초일행이 하는 소리를 들으니 더욱,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어제 뜨거운 대낮에 먼저 나가 자리를 차지하고 보니 너무나 더운기라예,” “우산을 펴들고 물속을 보니 물이 어찌나 맑은지 돌돔이 다니는 게 보이는기라예” “낚싯대를 펴서 고기를 보면서 돌돔을 잡기 시작했는데 내가 서툴지만 않았으면 무척이나 많이 잡았을거라예.......“ “ 이런, 우라질레이션, !@#$%^&*(!@#$%^& -_-;; ” 나이가 들면 눈치도 없어지는지 영감님은 대담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만재도를 찾은 초기 때야 지금보다 반찬 가짓수도 적었고 입에 맞는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핍박했던 그네들의 생활대로 간한 생선토막과 염장한 무짠지 정도였다. 방파제도 없어 섬에 상륙이 불가했던 때였기에 갯바위에서 도시락을 받아먹고 갯바위에서 바로 연결선을 타고 철수하던 때였는데 열기 한 토막에 당시로는 처음 보는 거북손 무침과 단무지 두어 쪽이 전부다 보니 한두 번 경험이 생긴 후부터는 라면을 끓여 먹던지 빵조각을 들고 다녀야했다. 검은 여에 내린 어느 날은, 낚시에 정신이 팔려 어두워진 후에야 섬쪽을 바라보니 촛불 빛도 보이질 않는 것이 전기가 없는 섬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어느 해부턴가는 뻘건 가로등 불빛이 보여 전기가 들어왔다는 걸 또, 알게 되었다. 작은 방파제도 몇 미터 모습을 갖추었기에 섬을 밟아 볼 수가 있게 되었고 민박도 부탁하면서 식사걱정을 덜게 되었으니 장박낚시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변변한 냉장고도 없었을 때니 김 영감님이 아이스케키를 담는 쇼 케이스형 냉장고를 한 대 선사했지만 그것으로는 낚은 고기도 담아두기가 부족하게 되자 다시 업소용 쌍문 발이 스텐냉장고를 선사하게 되었는데 냉장고가 생겼다고 해서 당장에 아줌마의 음식솜씨가 좋아질 수가 없겠건만, 김 영감님의 반찬 투정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줌마, 왜 이렇게 반찬을 못해?? 이젠 텔레비전도 나오니까 오늘의 요리라도 보고 음식을 만들어야지? 서방님한테도 그렇고, 손님이 먹게끄럼 해줘야 하는 거 아냐? “ 섬에서 태어나서 물일밖에 모르고 살던 아줌마가 하루아침에 탕수육이나 잡채는 고사하고 나물반찬 된장찌개도 뭍사람 입에 맞게 끓여내기는 어려웠다……. 새로운 반찬을 만들어 상에 올려놓고 영감님 눈치부터 보지만 매번, 불통 같은 꾸중이 터져 나왔고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면 눈 화장도 하고 들어왔는데 어느 구석에서 서럽게 한번 토해낸 흔적을 감추려고 한 모양이었다. 아마도 아줌마에게는 뭍에서 오는 낚시 손님들이 반가운 것이 아니고 어렵고 두려웠을 테고 거기에 김 영감님이 함께 왔다면 경기까지 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해를 거듭하면서 오늘의 요리라는 프로를 열심히 보기는 했는지 어느 해에 찾아가니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어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이 기분이 무척이나 좋은날이었을까? 장난기가 오른 일행하나가 “무엇이든 말하면 만들어 주겠다 이거요? 그럼, 점심엔 냉면, 저녁엔 매운 닭발~~” “.......... 인간아, 될 것을 말해야제, 냉면을 어떻게 맹그노? 먹고 죽을라. 캐도 없는데????” “무엇이든 해준다고 말하지 않았수?” “ . . . . . . . . -_-;; ........” 밤이 깊어갈수록 바람은 거세지고 냉기가 도니 낚시도 틀려버렸다……. 건너편에 있는 서 씨 아저씨 일행은 무슨 일로 저리 즐거울까? 날이 밝아 온 배에 먼저 올라타고 다가온, 서 씨 아저씨와 친구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고 있는 것이 낚시가 안 되어 밤새 이슬을 품었었을까? 아침녘에 부시리를 한 마리 걸어 싱갱이 하는 것을 보긴 했는데 그것가지고 저럴 리는 없고……. 서 씨 아저씨의 친구는 회진 권에서 알아주는 낚시의 고수란다. 얼마 전에도 큼지막한 민어를 몇 마리씩 잡았다면서 “뭐, 내가 한 낚시 좀 하지……. 아마, 나만큼 낚시 잘하는 사람도 드물껄????” 북항의 방파제에서 배를 기다리며 자기소개를 했는데 얄팍한 낚시가방과 그다지 크지 않은 쿨러며 산에나 메고 갈 작은 가방이며, 갯바위 신발대신 등산화를 신고 왔다는데 갯바위가 몹시 미끄럽다기에 아이젠까지 챙겨왔다며 굵게 소리를 내던데 이 분이 간밤에 일을 냈다는 것이다. 처음엔 만재도의 감초격인 노래미 부터 낚아 들면서 “역시 먼 섬이라 노래미도 크군?” 큼지막한 노래미를 시작으로 열기, 농어, 볼락, 우럭, 광어……. 처박기 낚시의 특성상 그냥 들어내던 버릇이 있어 뜰채도 안 가져와 왔기에 서 씨 아저씨의 뜰채 도움을 처음에는 몇 번 받았으나 떨어진 거리가 멀다보니 슬그머니 부아가 난 서 씨 아저씨가 자리를 옮겨 버렸기에 그냥 들어 올리다가 놓친 큰 고기가의 수가 셀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가지고 온 쿨러에는 구겨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크기의 우럭과 농어도 여러 마리 잡았다는데 크릴이나 미끄러운 지렁이를 끼기도 귀찮아 아줌마에게 한 움큼 얻어온 멸치를 반을 잘라 끼워 쓰다간, 이도저도 귀찮아 전어만한 크기의 통 멸치를 끼워 발밑에 내리기만 하면 온갖 고기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는 것을 멀거니 쳐다보는 서 씨 아저씨의 가슴이 시꺼멓게 타들어 갔다니, 만재도병 환자가 또 하나 늘어나고야 말았다. “당신은 왜 고기를 안 잡고 구경만 하고 있다야? 뜰채 들고 그냥 이리와 내 뒤에 서 있소~! 당신 것까지 내가 잡아버릴랑게~~~~ 만재도~~!!! 과연 고기 엄청나게 많구먼.~~!! “ 며칠간 낚시를 함께 하겠다고 따라나섰지만 하룻밤에 스치로폼 박스 세 개를 채웠으니 이미 낚은 고기를 들고 갈 일도 꿈만 같아 당장에 철수를 하겠다며, 남은 반찬이며 캔 커피 같은 것을 서 씨 아저씨의 쿨러에 쏟아 주었다는 것이다. “내가 그냥, 당신 것꺼정 잡아 주고 가면 쓰것는디, 당신이 낚시를 더 잘하니께 내일부터는 많이 잡것제~! 나 먼저 갈라네.! 저 고기 나눠 주려면 몇 군데를 돌아야 쓰것는디~~~! 그럼, 천천히 나오소.~~!!” 서 씨 아저씨의 친구가 낚시점의 배를 타고 번개같이 떠나간 만재도 에는, 남동풍으로 방향이 바뀐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기 시작했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낚시의 덫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4. 만재도의 특별한 여름.(바람아, 멈추어 다오~~~) (0) 2012.08.28 3.만재도의 특별한 여름.(마음을 비우고 탁족(濯足)을 즐긴 하룻 밤의 꿈) (0) 2012.08.27 1, 만재도의 특별한 여름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0) 2012.08.25 (에필로그/epilogue) 아듀~! 2011년 만재도 (0) 2011.12.29 5. 아듀~! 2011년 만재도 (또 한 번의, 마침표를 찍고, ) (0) 2011.12.29 관련글 4. 만재도의 특별한 여름.(바람아, 멈추어 다오~~~) 3.만재도의 특별한 여름.(마음을 비우고 탁족(濯足)을 즐긴 하룻 밤의 꿈) 1, 만재도의 특별한 여름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에필로그/epilogue) 아듀~! 2011년 만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