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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에필로그/epilogue) 아듀~! 2011년 만재도

by 찌매듭 2011. 12. 29.






시간을 내어 선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식당에 들러 보았다.
배말이며, 거북손이며 듣도, 보도 못한 차림이 
신기하다며 조금씩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니 다행이다.
간단하게 식사를 청했는데도 푸짐한 홍합무침이 복분자 물과 함께 나왔고
해물 찜에는 배말도 듬뿍, 들었던데 서울 올라가는 길이 거하게 생겼다.
나오는 길에는 또, 무언가를 준비해 두었다가 손에 들려주었는데 
딸내미에게 주라는 배말과 거북손, 홍합과 해초를 넣었다고 한다.
에고, 경록아~~! 뭘 이리 많이 넣었노?
(나, 수지 맞았데이~~~~!! ^^;; )
내년 여름에는 포인트와 기법 몇 개 꼭, 전수해 주꾸마~~~! ^^//



그다지 늦지 않게 서울에 도착했기에 노모(老母)의 방에 먼저 얼굴을 디밀었더니
‘고생 하지 않았냐고 반겨 주시기에 잠시, 울컥한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긴 했지만
수다스럽게, 잘 다녀왔노라고 얼버무리니 노모(老母)는 그저 고맙다고만 하셨다.
“그깟 고기 못 잡아도 좋고, 안 먹어도 좋으니 몸 성히 돌아오기만을 기도 하셨다”는데
그 넓고, 깊고, 큰 사랑, 어찌 십분의 일이라도 알 수 있었을까.......
‘얼굴이 수척한 것이 고생이 많았나 보다며 어서 쉬라’ 시기에 
습기 어리는 안구(眼球)를 감추고 노모(老母)의 방을 나왔다.
새 식구를 들인 것이 아직, 실감이 안 나는 며늘아이와, 아들 놈,
자주 연락을 안했다고 토라진 마나님과 딸내미,
다른 때 보다 엄청나게 반겨주는 마나님의 충견, 포동이…….
모두 모아놓고 가장 큰 감생이 한 마리를 골라 서툰 솜씨로 회를 떠보았는데
제법 양도 많은 것을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웠으니 고기 못 잡았으면 큰일 날 뻔 했지 뭐냐?!
처음에는 살림망에 담가 두려고 했지만, 망이 작았는지, 고기가 컸는지 이리저리 걸리기에
더 큰, 망으로 바꾸어 보았지만 고기가 움직이지 못하자 노(老) 선장은
목선의 물칸을 귀찮다하지 않고 열어주었기에 오는 날가지 살려 놓을 수가 있었지만
여러 날을 시달리다 보니 고리 지느러미가 모두 닳아버려 50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은 살아있는 남은 고기들을 전문적으로 회를 떠주는 이의 손을 빌려
이웃들을 불러 모았고, 노모(老母)에게도 드렸는데 노모(老母)께선 아들이 잡아온 
각별한 고기이기에 더 맛이 있다 시며 시린 회 몇 점을 달게도 자셨다. 



한 때는 매번 보았던 바다였어도 그때마다 달라 보인다는 생각을 못했다가 
지금에서야 바다라는 것이 볼 때마다 달라 보인다는 걸 또, 느끼게 되었는데 
어떤 때는, 너무도 낡아 보이고, 무디고, 둔탁하고, 거칠기도 하고, 
잠든 듯, 고요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숙소에 돌아와 이른 저녁상을 물리고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검푸른 초저녁의 바다를 한동안 보다간 서늘한 바람에 창문을 닫았지만
하얀 포말이 부서지며 몽돌 밭을 훑는 소리가 꼭 닫은, 창문틈새로
겨울바람과 함께 새어들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몇 날을 보냈었다. 
사람의 발길이 쉬 닿지 않는 곳으로 낚시를 간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
청명한 바람을 품었고, 그다지 높지도 않은 산 하나만 있는 
이 작은 섬에는, 늘, 청푸른 해무가 둘러싸여있었고, 알 수 없는 포스까지도 풍기고 있었다.
뭍에서라면, 온바 없이, 머문바 없이, 사라지는 한 해의 뒷모습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맞은 이 겨울에, 빈 마음을 끌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안정을 못했었는데 이렇게, 
겨울바다를 만나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잠시 자리를 비웠었다.
벌써 새해의 열두 달 이 모두 지났다.
정초에 세웠던 계획들 중엔, 주저앉은 채, 꼼짝도 하지 않는 것도 있었고
어렵게 된 것……. 생각지도 않게 수월하게된 것도 있지만, 
이제 이 해가 가는 이 시간에 내 손끝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쫍쪼름한 바다향기…….   
이제 일정을 끝냈으니,
회색의 도시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 무엇도, 세찬 바람과 함께
구름이 바삐 움직여 갈 것이다.
또 한 해와 이 겨울이 떠나가지만, 중년의 자리는 나의 한 때를 굳건히 지켜줄 것이다. 
며칠 남지 않은 12월도 끝이 나는 길목이고 동지(冬至)가 지나면서
매서운 한파의 바깥은 이제 겨울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모두가 지치지 않도록 몸부터 챙겨야할 때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주 부조리하기도하고, 불만스럽게 흘러가기도 하지만, 
바다는 나름대로 완전한 모습으로 다가오기에, 가끔씩이나마 바다를 찾아 
마음을 다스리는, 재충전의 공간을 채워보는 기회도 필요할 터이다.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고난이 있기 마련인데, 가끔씩, 
접하는 바다에서라면 흘러가는 물결에도 담아 보내면서 
행복해하기도 하는 것이 꾼이 아니겠는가.…….
행복이 또 뭔가? 
만족감이요, 소유욕이요 성취감이다.
오복이니 뭐니 수많은, 복이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바다로 달려가 
시리도록 찬, 염기서린 물가에 서 본 것만이 행복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