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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4. 아듀~! 2011년 만재도 (보고 싶은 우리, 포동이, )

by 찌매듭 2011. 12. 28.





에구, 구구, 밤사이에 날씨가 사나워져 버렸네?
괴괴한 달빛에 그런 사유가 담겼을 줄이야, 
설핏, 잠이 깨어 창밖을 내다보니 언뜻, 본 불빛이 달빛이 아니라 
뒤편의 잔잔한 곳으로 피신 온 어선의 불빛이었구먼. 그래…….
온 섬이 조용한 것이 바람돌이의 심술이 시작된 모양이다.
잠이 깨었기에 창밖으로 코끝을 내밀었다간 놀라서 황급히 창문을 닫아야했고 
늦은 아침밥만 주곤, 섬의 부부는 홍합을 까야한다며 어디론가 가버렸으니 
학공치라도 있을까, 뒤꼍으로 시찰이나 가봐야 쓰겠다.
어젯밤부터 피신해 왔을 작은 어선 한척이, 까닭 없이 밉살스러워 보였고
발전소로 기름을 올리기 위한 파이프를 설치하기 위하여 콘크리트로 막은 
예전의 물길에는 수를 셀 수도 없는 돌돔이 넘나들었다고 하던데 
그 많던 돌돔들은 어디로 갔을까?
전혀 맞지도 않다가 가끔씩은 맞기도 하는 일기예보를 원망하며 
만재도의판 통곡(痛哭)의 벽(壁)에 기대어도 보고 두드려도 보다간 
건너편의 방파제가 있는 곳까지 가보게 되었다.
큰 전갱이가 많이 잡힐 적에 만들어 놓았을 삭은 시멘트 계단에는 
전기선을 덮어씌운 색다른 흔적이 보였고 지난번의 태풍으로 무너져 내린 곳도 있어
올라서기가 불편했지만 맨몸으로 가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가는 곳마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보랏빛 들국화며, 절반쯤 남은 붉은 동백이 
피워 있다가 반겨 주었는데 방파제 끝까지 가보니 벌써 파도가 키를 키우고 있었다.
구십 년대 초기에 잠시 사용되었던 통합된 통신사의 낡은 시설물이 
녹슬어 가고 있는 흉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산위에는 더 큰 시설물이 
자리를 잡았으니 어느 것을 탓해야할까,
오후시간에 산을 넘어 가서라도 낚시를 하려면 이른 점심이라도 먹어야겠기에
다시 되돌아 왔지만 홍합 까기에 정신이 팔린 아줌마는 점심밥을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날이 나빠지기 전에 캐어다 둔 홍합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몇 안되는 섬 아줌마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지루하지 않게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홍합을 까기 위해선 짧은 막 칼의 숫자가 많아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꾀부리기에 이골이 난 아저씨는 아줌마가 다섯 톨을 까는 동안 
한 톨밖에 까질 못하면서도 쉬엄쉬엄해야지, 사람이 일만 하기 위해 태어났는가, 고 
투정을 부리며 칼을 집어 던졌지만, 엄한 아줌마의 눈빛에 놀라, 주춤, 
제자리에 다시 앉아서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아직도 까야할 망태가 뒤에 잔뜩, 쌓여 있으니 틀림없이, 점심밥을 건너 뛸테니 
큼지막한 홍합 예닐곱 개를 집어 들고 슬그머니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오지도 않는 억지 잠을 청하며 눈을 감고 있는 일행에게 
홍합 까는 것을 도우면 얻어 갈수도 있을 거라 하자, 
급히 일어나서 달려 내려갔는데 홍합 까는 것이 그리 쉬울 줄 알고?? 흥~~~!!!


빈집의 주방에서 라면 하나를 찾아냈고, 가지고 올라온 홍합을 
억지로 힘을 주어 몽땅 까 넣고 끓여보니 양이 제법 많아졌다. 
이걸로 든든하니 점심을 삼고, 산을 넘어 낚시를 다녀와도 힘이 남겠다며 
푸짐한 건더기에 마음이 흡족해져, 시원한 국물부터 후, 후, 호, 호, 불어 가며
목구멍으로 넘기다 보니, 이게 무슨 라면일까 궁금하다…….
평소에 즐겨 먹던 라면은 아니지만 홍합을 많이 넣었으니 값도 만만치 않은 
해물 홍합 라면이겠는데 누가 이런 라면을 먹어 보았을꼬,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 홍합라면의 인증 tit 을 남기고 빈 봉지에 
눈길이 가고 보니 날짜가 어째 이상하다?
유통기한을 석 달이나 넘긴데다 기한이 지난 제품은 절대로, 절대로, 
먹지 말라는 무시무시한 경고…….
이미 국물까지 싹싹 먹어버렸으니 곰곰이 맛을 생각해 보고 
손가락을 넣던지 말던지 해야할텐데 절었거나 이상한 맛을 못 느꼈었지?
아니야, 염기 서린 바람이 삼백육십오일, 돌아다니는 곳이니 
쉽게 상하거나 변하진 않았을 거야…….
배를 타는 것도 아니고 여차하면 비상약이 담긴 가방이 손닿는 곳에 있으니
가스 활명수부터 일단 한 병, 마시고 볼까?




홍합 까는 것을 돕겠다며 달려 내려간 일행의 마음만이라도 고마우니 
가는 날, 몇 봉 주겠으니 도움의 손길은 필요 없고, 손만 다치고 거치적거린다며
쫓겨 올라 온 일행과  간단하게 채비를 하여 골목길로 나서고 보니 
눈에 보이느니 홍합껍질이요. 손수레에 실린 것도 홍합껍질이다.
망할 놈의 방송 팀이 다녀간 후부터, 섬에 있는 배말이며 거북손이며 
홍합까지 남아나는 것이 없다.
예전 같으면 돈이 되지도 않을 갯가의 것들이 보이는 족족, 사라져 간다.
예전에는 홍합도, 키조개만한 크기의 것들만 섬사람의 찬구실을 하여
상위에 올라 올 수 있었고 배말이며 거북손조차도 특별한 날의 
별식으로나 나왔는데 십 년 전만 해도 가까운 부속 섬에서 낚시를 하다가 
이끼가 덮인 갯가를 쓸어 보면 주먹만 한 홍합이 성근 옥수수 알 같이 
박혀 있었는데 이제는 어지간한 크기의 홍합과 거북손도 마구 채취하여 
점점 귀해져 가니 방송의 폐해(弊害)가 이렇게 클 줄이야 철없는 그들이 알리가 없을 것이다.
처음 섬을 밟았을 적에 섬 노인의 밥상에는 간단한 반찬과 사발에 따른 
막소주 한잔과 대합이나 소라보다 크고, 키조개만한 저것이 홍합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것들이 냉면그릇만한 양푼대접에 담겨 나왔는데 단, 세알로도 
그릇이 가득 찼었고 한입에 먹을 수가 없는 알갱이었기에 두세 번에 베어 먹어도 
입안이 가득할 정도였다. 
섬 안에서 물일을 하는 아줌마들이 깊은 물속까지 드나들 수가 없기에 
한동안 어업권을 외지인에게 주었더니 잠수부를 동원하여 전복이며 
큰 홍합들만 골라 내어, 손질을 하여 유명 백화점에서 팔기도 했었다.
집사람과 분당의 어느 백화점에 가보니 홍합 세알을 까서 담아놓고는 
일만 원의 가격표를 붙여 놓은 것이 십년도 훨씬 전이었으니 주부들이 
기겁을 할만도 했는데 만재도 산(産), 섭이라고 쓰여 있어 그리도 먼 곳에서 온 것이니
그럴만한 가격이 될게라며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만 생소한 이름과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모습에 그다지 환영을 못 받았는가 보다.
처음, 섬에 발을 딛고는 빈 껍질의 크기와 양에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했지만 
태풍이나 큰 주의보 때마다 물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껍질이나, 얼마 나오지 않던 
쓰레기들이 뭉개지고 부서져서 자연으로 돌아가기는 했겠지만 지금은 다니러온 
관광객과 가장 많은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낚시꾼이 섬을 망치는 가장, 
몹쓸 상대가 된지도 오래되었다.
섬 출신의 낚시점 사장이 큰 낚시점을 열면서, 만재도만 전문적으로 
손님을 모시고 부터는 더욱, 더 쓰레기의 양이 늘어났는데 처음에는 
쓰레기 소각장도 만들어서 처리를 하기도 했지만 매해 발생하는 태풍으로 
시설이 파괴되어 쓰레기장으로 가는 길이 끊긴지도 오래되었고 일일이 분리수거나 
태우기도 귀찮고 번거롭다 보니, 물가 근처에서 대충 태우다  남는 찌꺼기와 재가 
물속으로 버려지며 재앙으로 변해간지도 오래되었다. 
당장은 보기가 좋을 벽화도 염료가 벗겨져질 내년쯤이면 오염을 거들고
멋진 벽화에서 낙화로 변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다.
큰 낚시점과, 여러 척의 배로 오래도록 밥을 벌어 먹으려면 좀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생각 없이 가져 왔던, 섬에서는 어울리지도 않을 양주의 빈병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예쁜 술잔도 그 순간만 지나면 쓰레기로 내몰아 
마구 내다 버려 놓았던데, 이 섬에서는 그저 유리 소주잔 몇 개면 
충분한 것을 모르다니…….
칠십 년대에는 사치스러웠을 기름버너에 사용하기 위하여 연료를 담아가는 
플라스틱 통도 귀하여 소주병에 연료를 담아 다니기도 했고, 지금이야 흔해빠진 
페트 물병을 구하기 위하여 제주 물이 공급되던 워커힐 호텔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술자리에서 두어 개만 구해 줍시사, 부탁을 하기도 했는데  빈 페트병 하나와
양담배 한 갑을 맞바꾸는 것도 예사였다.
쓰레기 처리에 대한 인식이 심각하지 않았을 때였으니,
저수지나 댐으로 낚시를 가면 어느 선배는 땅에 묻었고, 
어느 선배는 불에 태웠으며, 또, 어느 선배는 물위로 던져 버리면서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가장 깨끗한 처리방법이 아니냐고, 이상한 소리를 했지만 
그 때는 아무도, 마구 버린 쓰레기의 위험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던 시대였긴 했다.
엊그제, 내가 사용했었던 토기로 만든 검은 술잔이 
쓰레기 더미 속에서 뒹구는 것을 보니, 아차, 싶은 생각이 들며 
언젠가는 쓰레기들이 떨어진 부속 섬에 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라 느껴지며 
밑밥이 담겼던 비닐봉지를 슬그머니 물가에 버리던 몹쓸 일행도 있었던 만큼, 
그런 부류들이 이 섬을 다시 찾지 않기를 고대하지만 
언젠가는 이 섬도 심하게 오염이 되어 찾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내가 다니는 동안은, 
크게 눈에 보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과연, 얼마나 지금의 모습을 지니고 갈지……. 
내 후배들과 후손들이 언제까지 이 섬을 찾게 될지, 알 수가 없으니.......




방파제에 묶여 있는 배를 당겨 가방에서 낚싯대를 하나씩 꺼내들었다.
밑밥 개는 별난 통이 바삭하니 마른 것이 다른 집 손님들도 방천장만 보고 있을 것이다.
호랑이가 나올 것 같은 대나무 숲속을 헤치고 바람이 거센 뒷동산을 내려가 
물가에 당도했지만 파도도 거세고 바람이 세차니 고기가 다가올 시간은 되었다만 
채비를 안착(安着) 시키기가 어려우니 이를 어쩌면 좋담?
일행의 3호찌는 아예 날아가지도 않았고 이럴 줄 알고 5호찌에 
수중 찌는 4호까지 달고, 미끼 달린 바늘이 떠오르지 않도록 
남은 잔존부력을 바늘위에 모두 배팅을 했지만 얼마 버티지를 못하고 
옆의 골창으로 밀려 가버렸다. 
추자도의 25시 포인트라면 치솟는 물을 뒤집어쓰고라도 하루 종일 버티면 
보람을 두 배, 세배로 얻을 수 있겠지만 오늘은, 영, 아니지 싶다.
시간을 맞추어 섬의 젊은 축들이 뒷동산을 넘어왔지만 얼마 버티지를 못하고 
아래쪽으로 이동하며 그만, 고생하고 집으로 돌아가라며 손짓을 했다.
여름철이라면 저기가, 얼마나 좋은 곳이며, 돌돔이라면 저곳을, 
참돔이라면 또 저쪽을 택해보라 일행에게 일러 주었는데 
잘 기억이나 해둘지는 알 수가 없다.
매번 올라 올수 있는 뒷동산이 아니니 이동통신의 시설물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서 섬의 전경을 디카에 담아 본 것이 
유일한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뒤도 안돌아 보고 급히 민박집으로 달려 내려가는 일행을 먼저 보내고 
발전소와 새로 생긴 보건소의 마당 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학교운동장을 건너오게 되었다.
이그, 여기도 손수레에 홍합껍질이 가득이네........





1박2일 이라는 방송 팀이 촬영을 했기에 스타가 됐다는 할머니가 사는 집은 
진작, 빈집이 된지가 오래고, 이집, 저 집에서 반찬 한 가지씩을 모아다가 
연출한 것만 보고 찾아오는 순진한 젊은 여행객들은 그 할머니집이 어디며 
정말, 맛있는 찬으로 밥을 주느냐고 물어 오니 난감하기만 하다.
(얘들아~~~ 방송은 연출이고 너희들 말로는 좀, 뻥이거든??? ^^;;)
조끼며 여러 겹 겹쳐 입었던 옷들을 방안에 벗어던져놓고 
무엇이 잘못됐을까 반성 좀 하려니까,
홍합을 까노라 점심도 못주었다고 이슬을 곁들인 특별 식을 장만했으니 
노여움도 풀고, 힘들도 내시라며 민박집 아저씨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귀가 간지러웠을까? 귀도 좋네.~~~ ^^;;)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홍합, 거북손, 배말을 삶은 것이 한 쟁반 나왔고
홍합죽까지 따라 나왔지만 홍합의 양이 절반도 넘게 줄어 버렸다.
목포에 도착한 날, 낚시점에 달린 식당에서 홍합 돌솥 밥으로 
늦은 저녁밥을 먹게 되었는데 두어 톨이나 들었을까? 
무슨 홍합 밥이 이러냐며 소리를 질렀더니
방송과 인터넷 탓에 홍합도 귀해지고 값도 많이 올랐단다.
주인아줌마를 불러 앉혀놓고, 낚시점 개업, 첫손님으로 찾아온 원조손님에게
대접이 시원치 않다며 야단을 치며, 만재도에 가면 첫술부터 끝까지 
수저에 홍합 알갱이가 걸려 올라온다고 투정을 하는 소리를 듣고 
낚시점의 최 사장까지 달려 와서는 다음부터는 열 알씩 넣어주겠다는 
다짐을 받았었는데 그것보다는 낫지만, 알갱이가 많이 보이질 않으니 정말, 귀해지긴 했나보다…….




한꺼번에 두 끼를 주려는지 점심인지, 저녁인지 모를 
상을 물린지 얼마 안 되어서 육 고기도 먹어보자며 
우리 돼지가 분명한 하이포크 삼겹살과 도수가 낮은 곡주가 
애매한 시간에 또 등장하여, 심란한 저녁나절을 위로해 주었지만 
일찍 잠든 만큼, 또 새벽 일찍 깨어 엎칠락, 뒤칠락 하다 보니 
마나님보다 강아지가 더 보고 싶으니 이, 또한 어쩐 일이고?????
(포동아~~~~~~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