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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2. 아듀~~! 2011년 만재도 (바람을 피해, )

by 찌매듭 2011. 12. 27.




새벽밥을 먹고 만재도 특유의 돌담골목 길을 내려가 배가 있는 방파제에 이르니
좋은 날씨라는 아침인사가 오갔고, 큼지막한 쿨러에 썩, 썩, 투혼을 불태우며
밑밥을 개고 있는 이들에게 선장이 일침을 가한다.
“허~~~ 만재도 에서는 밑밥 그렇게 필요 없어~~~!!!!
 참돔낚시도 아니고……. 밑밥 많이 쓰면 잡는 게 아니라 고기를 쫓는 거여~~!!
 감질나게 발밑에 조금씩 주다가 고기가 들어 왔다 싶으면 몇 주걱 넣어서 
 잠시, 잠간, 붙드는 게 일 이제~~!! 쯧, 쯧, 쯧, 만재를 아직도 모르네, 들~~~!!!! “
어제 늦게까지 동쪽의 물색이 탁하다보니 내일은 서쪽으로 가보면 물색이 나을까하여
동쪽으로 달려가는 배들과는 달리 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어디에 
내리고 싶은가, 묻던 젊은 선장이 엉뚱한 곳에 배를 대고는 첫 번째로 내리라고 한다.
한 여름이라면, 서로가 차지를 못해서 안달을 하는 자리이지만 겨울철에는 
내리닫는 물살과 낱마리의 고기로 탐탁치가 않은 곳이다. 
더군다나 오늘 같은 물때에는 더욱 그러할 터이지만 자기 집 단골손님들을 
홈통으로 데려다 주려기에 그러는 가고 일행의 입이 불거져 나왔고 이래서 
의붓자식의 서러움이 더 섧다고 했을 게다만........
날이 밝기도전에 동쪽으로 몰려갔던 배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 물색이 
너무 탁한걸 알았나 보다.
한쪽으로만 몰리다보니 마땅치도 않을 우리자리까지 향하여 배들이 달려오는 것이
바람을 피하고 내릴만한 곳이 없는가 보다.
플래시를 비추어 사람이 있음을 알려 주니 급히 방향을 틀은 두 척의 배들이 
연거푸 지나갔기에 이만한 자리도 없는 날일게라며 일행을 위로하니 행복한 
자리차지에 즐거움이 일어나는지 콧소리가 경쾌해졌다.



오늘이야 어떨는지 몰라도, 여름날에 이곳에 들를 수 있는 날이 있다면 
어느 방향이 좋고 어느 물때의 어느 시간대가 좋다며 일러도 주며 아직도 
반년이나 더 남았을 먼 날의 꿈을 귓속에 불어 넣어 주니 일행은 큰 눈을 
끔뻑이며 상상을 해보는 눈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돌돔을 잡으려고 이곳을 찾지만 또 다른 방법으로도
쉽고도 많은 고기를 잡을 수도 있다며 1급 비밀이라며 안주삼아 풀어 놓으니 
캔 맥주도 하나 꺼내어 놓는다. ^^
지난 여름날에 내가 낚시하는 방법을 눈여겨보고 기억해 두었다면 내년 여름에는 
원하는 만큼의 고기를, 잡을 수 있을 테니 아직도 멀기 만한 몇 날의 일정이 바쁘게 지나갈 것이다.
생각했던 대로 물방향이 올라가는 시간이 있었지만 너무 이른 시간대였고
물색마저 너무 탁하다 보니 늦게까지 버티어도 아래쪽의 물색이 밀고 
올라오지도 못하고 오늘의 주어진 시간이 끝날 것이다.
건너편에 있던 사람이 자리를 옮기면서 무어라 소리를 치며 지나갔는데
뜰채라는 말은 알아들을 수가 있었지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빨간 찌 하나가 동동 거리며 떠내려가는 것이 보였는데 
내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 뜰채로 건져서 갖던지 돌려 달라는 말이었나. 본데 
가까이 다가 오는 듯 하다, 옆에 있는 섬의 아래로 밀려 내려갈 것이 분명하기에 
마침, 가지고 있던 찌 건지개를 이용하여 건져내고 보니 잔존부력만으로도
내만 권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4호 급 찌였으니 거, 누구신지 몰라도
만재도 낚시를 아는 분이구랴~~~~, 고맙게 잘 사용하리다.~~~~ ^^//


어디선가 드랙 음이 들리기에 돌아보니 받침대에 걸쳐 두었던 낚싯대가 고꾸라지면서 
옆으로 끌려가는 것이 보였기에 급히 달려가서 낚싯대를 들어 보니 어제의 대물보다도 
훨씬 더 큰, 고기가 물었는지 마음대로 견제가 안 되며 제멋대로 당기는 것이 
이번엔 또 무엇일까?
철모르고 달려든 돌돔?
얼마간의 싱갱이 끝에 물위로 올라온 것은 크기를 가늠 할 수도 없는 우럭이었다.
선상낚시에서라도 저렇게 큰 우럭은 좀처럼 볼 수가 없는 크기로 저만큼 
내려가 있는 수면까지 6미터짜리 뜰채는 닿지도 않을 테고 모퉁이를 
돌아가 있는 일행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내리쏟는 바람에 듣지도 못했을 게다.
어느 정도 놈의 힘을 빼다가는 아래쪽으로 한참을 끌고 갔지만 거센 파도 속에서 
도저히 뜰채 안에 들어 갈 것 같지도 않은 저 큰 고기를 망 안에 담아 볼 수나 있을까?
다시 한 번 고민을 하고 있는 참에 갑자기 덤벼든 커다란 파도 속에 휘저이며 
원줄이 쓸렸는지, ‘오로로로~~~’ 찌까지 빠져나가버리고 말았으니 이번엔 
찌 건지개로 내 찌나 건져야겠다.
점심 도시락이 오며, 아침에 같은 배를 탔었던 손님들이 타고 온 것이 
어디론가 다시 자리를 옮겨가려나. 본데 다른 곳을 갔었어도 바람 탓에 
서있기가 어려웠을까? 물색이 탁했을까?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려야할 시간인데 인내심이 바닥났을까?
우리도 마땅히 갈 곳이 없을 테니 바람 의지되고, 햇살 따스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는 날인가보다.
어제도 물을 미리 길어 두었는데 오늘은 물을 왜 쏟아야하는걸까 ^^;;
가거도 에서 오는 여객선에는 목포에 나갔던 민박집 아저씨가 타고 있었는지
어디에 내렸는가고 전화가 왔고, 집 부근에 있는 낚시점주가 가거도로 
낚시를 다녀오는 것을 배안에서 만났다고 하며 가거도의 조황도 알려 주었다.
모두가 공탕을 쳤다며 가거도가 생긴 이래 뻘물을 보기는 처음이라던가?



도시락의 반찬 냄새를 맡았는지 일행이 바람맞이에서 버티다가 횟감으로는
훌륭한 크기의 노래미를 낚았다며 들고 왔는데 노래미의 금어기를 아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수년전부터 노래미는 11월1일부터 12월 말일까지 금어기간을 정해 놓았다는데
섬사람들이야 그물에 걸려든 노래미를 떼어낸 다해도 죽었으니 말려 두었다가 
반찬을 하고 홍보도 제대로 안 되는 곳이다 보니 시시비비의 꺼리도 안 되겠지만 
낚시인들은 잘 알아두었다가 봉변을 당하는 일이 있으면 곤란하겠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도 혹시나 밀고 올라오는 맑은 물이 있을까, 버티다간
또 한 번 받침대에 걸쳐 두었던 낚싯대가 철렁히는 바람에 오전에 그, 
욕심 많은 우럭이 다시 물었나보다곤 힘껏 당겨 올려 보니 허벅지만한 
노래미였기에 처치문제에 혼란이 일어났지만 바늘이 깊이 걸린 탓에 
희고 윤기 나는 속살을 거둘 수밖에 없었음이 유감이랄까? ^^;;
두 마리의 고기로도 대여섯 명이 실컷 회를 먹고도 남겼던 것이 다음날 
도시락 반찬에 전이 되어 올라왔고 시원한 매운탕도 곁들였으니 노래미도 크면 물건이란다. ㅎ
산을 넘어오는 도보 포인트에는 원주민들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쪽에서도 고기를 잡는 것을 볼 수가 없었고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무슨 고기를 
걸었는지 뜰채를 사용하는 것이 보였는데 길쭉한 것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 
물웅덩이를 찾는 것이 농어였을까? 
물때를 아는 옆집의 선장이 느지막이 한사람을 싣고 와서는 늦도록 버티라며
내려주고 갔지만 맑은 물이 들어오는 그 시간대까지 버티어볼지, 알 수가 없다.
이르게 배가 왔기에 조금 더 자리를 지키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배에 오를 수밖에 없었고 몇 번씩이나 자리를 옮긴 영광에서 온 아저씨도 
위험스러워 보이는 자리에서 버티다가 빈손으로 배에 올랐는데 큼지막한 
우럭을 잡은 사람도 있었고 한 마리의 크지 않은 감성돔과 작은 크기의 열기가 
물색에 따라 잡혀 나오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의 조황은 빈 작에 가까웠으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거리가 부족한 날이었다.


민박집으로 들어서는 골목에서 섬사람들이 산을 넘어 왔기에 무슨 고기를 
낚아내던데 농어였더냐, 물으니 ‘숭돔이었다’ 고 웃는다.
무지갯빛이 서린 생각지도 않은 물고기의 회는 쫀득하니 맛이 있었는데
민박집 아저씨에게도 노래미의 금어기를 알려 주니 억지로도 잡지도 않는 노래미, 
절로 잡히면 말려서나 반찬 하니 일 없는 소식이라며 귓등으로 흘려보낸다만 
언제고 물고기가 귀해지면 잡아서 모아 두었다가 원도권 노래미라며 횟집에서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날이 곧, 올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랫집의 젊은 선장은 추운 새벽에 일찍 나가 고생을 하느니 물이 드는 시간에 맞추어 
느지막이 나가자는 의견을 내었는데 다른 집들도 그러하다면야 상관이 없겠지만 
내일 아침에는 바다가 조용한 날이니 어디든지 갈 수가 있다면 서둘러서라도 
시간이 맞는 곳을 차지해야만  두 물을 볼 수가 있는 날인데 남의 집 배이고 
그쪽의 손님 수가 많으니 달리 방법이 없다…….
아직 만재도의 생태를 잘 모르는 일행에게 십 수 년간 고집하고 선호하는 물때에 
왜 시간을 맞추어야하는지 설명을 해주자 의심이 일어났는지 내일 아침에는 
다른 집도 모두가 같이 움직이는 것이 맞는 가고 민박집 아저씨에게 확인을 하고서야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이틀간 공탕을 치다보니 서서히 이성을 잃어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커피도 한잔 내어오고 만재도 에서는 귀하디귀한 과일로 등장한 배를 깎아 
한 조각씩 권하던 아저씨는 아랫집 젊은 선장이 조카라며 일찍 내려가서 
가고 싶은 곳을 가면 된다며  새벽밥을 두 그릇씩 먹고 힘을 내서 함께 
낚시를 하자며 일행을 다독였기에 일찍 눈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