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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프롤로그/prologue) 아듀~! 2011년 만재도

by 찌매듭 2011. 12. 26.
아듀~! 2011년 만재도 (프롤로그/prologue)


바다구경을 한 것이 시월중순경이었으니 두 달쯤 되었나보다.
해마다 그 해의 마지막 바다구경을 12월에 하곤 했었는데
금년도 별다른 일이 없으면 또, 바다구경을 하게 되기를 소망하며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따뜻한 가을이 길게 이어지다보니 겨울이 실종됐는지
맑은 물색이 오래도록 유지되어 겨울 감성돔 입성이 늦어진다며
연락을 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노선장의 말을 따라
짐도 꾸리지 않고 있었다가 폭발적인 조과가 있었다는 조황정보를 보았는데
당장 내려오라는 급한 선장아들의 연락을 받고 허겁지겁 나서게 되었다.


첫날이니만큼, 확실하게 고기구경을 하는 것이 우선이렷다.
물색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 나타난 유난히 
체고가 높은 감성돔은 또 한 번의 육짜가 아니었을까.
달그림자가 잔잔한 것을 보니 내일도 날씨는 좋을듯하다.
아직도 수온이 맞는지 농어 떼가 활개를 친단다.
아마도 1월 달까지도 농어가 그물에 들게라고 바람이 찬 줄도 모르고
선장은 후미진 곳으로 농어 그물을 놓았고 건너편으로 닭털루어를 이용한
손낚시를 부지런히 다녔다.
물색이 너무도 탁한 것이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중간 중간, 또 멀리 마음에 드는 물색이 띠를 이루며 지나치다가
주춤주춤 다가오겠지만 고기가 나타날 시간까지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여
남들이 가보지 않았을 높은 곳까지 올라가보기로 하였고
한눈에 보이는 섬의 곳곳을 디카에 담아 볼 수도 있었다.


이틀이 지나니 날씨가 나빠지기 시작했기에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만재도판 통곡의 벽이랄까?
이번에는 잘 들어맞은 일기예보를 원망하며 벽면을 몇 번이나 두드려봤을까…….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로 물골을 막아 물길을 끊기 전에는 
돌돔들이 떼를 지어 넘나다녔다는데 예전의 모습은 이제, 볼 수가 없다.
과연 1박2일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낚시인외에는 알 리가 없는 멀고먼 섬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무분별한 방문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는 가뜩이나 처치가 곤란한 
낚시꾼들이 더 많이 버리고 간 쓰레기위에 겹쳐져 쌓여갔고 
별 소득원도 안 되었던 갯바위에 붙어있는 배말이며
거북손이며, 작다고 따지도 않던 작은 홍합까지 씨를 말리어 간다.
날씨가 나쁘다고 한없이 방바닥에 등을 대고 있을 수도 없으니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을 이리저리 찾아다녀보았지만 서있기도 힘들만큼
세찬 북서풍과 눈보라에 이리저리 쫓겨다녀야했고 들어온다는 배는 
하루를 더 지나서야 모습을 보였지만 항상 떠나오는 날에는 날씨가 좋아지는 
이상한 머피의 법칙이 어김없이 따라다녔고 내년, 여름 포인트 두어 곳을 
새로 봐두었다는 것이 나를 기대감에 빠지게 하니 낚시는 또 다른 병이며 
기다림을 주는가 보다.


어렵게 살려서 섬과는 너무도 먼, 서울하늘아래까지 가져와 
식구들의 입맛을 늦은 시간까지 강제로 끌어내었고 걱정으로 
몇 날을 보내던 노모(老母)는 시린 회 몇 점을 달게 자셨다.
이제 곧, 얼마 남지 않은 이 해의 날들도 지나갈 것이고 
새해의 새날이 올 것인데 내년에는 또 무슨 일들이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