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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3, 만재도의 가을여행

by 찌매듭 2011. 11. 4.



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서 씨 아저씨는 조용히 여객선을 타고 나갔다하고
다시마 말리기에 정신이 없다보니 민박집 아저씨는 오늘의 첫 끼니라며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일기예보를 들어보니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는데 또 엉터리 예보인지 계속 같은 방향에서 
불어오는 것이 오늘도 서쪽방향으로 갈수가 없겠으니 의지가 될 만한 곳을 찾아야겠다.
‘오늘은 이곳이 농어가 상당히 많이 들어왔겠소야……. 
  사람이 물속에 빠졌기에 건지노라 난리를 쳤는데도 빠져 나가지를 않는 것이 
  고기가 많이 들어왔겠고 만......’
그제 내렸던 곳을 지나치며 선장이 혼잣말을 했지만 농어보다는 손맛과 
찌 놀림이 있을 고기가 밤을 심심치 않게 해주겠기에 고개를 젓고 말았다.
결국, 지난번에 내려 보았던 곳이 가장, 바람의 심술이 적을듯했고 찬거리 장만은 
이미 충분하다 보니 돌돔이라도 구경을 할 수 있을 곳으로 결정을 했다.
손님들이 바람에 모두 쫓겨 나갔으니 만재도 전역이 조용하기만 하니 귀신이나 도깨비라도 
나오면 어쩔 까만은 부속 섬에까지는 나타난 예가 없다보니 이곳이라면 더욱, 안심이다 ^^;;
익숙한 자리가 되었으니 서두를 것도 없었다.
노래미가 덤비지 않기만을 기도하며 적은 양의 밉밥 만을 사용하기로 했으니
네 장의 밑밥 중에서 미끼를 골라 쓴 다해도 충분히 밤을 보낼 수가 있을 것이다.


근래에 와서 참돔선상낚시의 붐이 일어난 서해 중부권을 보면 과히 밑밥 퍼붓기의 
전쟁판이랄 수가 있는데 지나치게 많은 밑밥을 투여하여 고기 배를 불려 놓는다면 
바늘에 끼여 있는 미끼를 물어줄 멍청한 고기가 있기는 하기에 잡을 수는 있겠지만 
고기의 움직임이 둔해지다 보니 많은 배가 떠있는 날이라면 빈탕인 날이 대부분 일게다.
홍원 항에서 나왔다는 십 톤짜리 배에는 열 명의 손님이 타고 있었는데 한 사람당 의무적으로 
강매를 받은 밑밥을 열 짝이나 싣고 나왔다 보니 선장이나 조수는 밑밥 퍼 넣기에 형안이 되어있었다
선비에 포함시켜 놓은 밑밥이 배마다 가득하여 온 바다를 뿌연, 크릴국밥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고기의 입장에서라면 야 위험스럽게 바늘이 들었을 미끼를 물어댈 필요도 없이 가만히 입만 벌리고 
제자리 헤엄만 치고 있으면 저절로 배가 부를 판이었다.
십여 년전에 탐라로 벤자리 낚시를 간적이 있었는데 그다지 먼 바다로 나가지 않았기에 
두 명이 대절을 하였어도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 선비를 달라하여 이틀을 해보기로 했다.
밤새워 낚시를 하기로 했는데도 선장은 반짝 정도의 밑밥을 싣고 나가서는 탱탱 얼은 
크릴 한 덩이를 선외기의 엔진이 매달린, 안쪽에 던져 놓은 곳에는 물이 빠지기 위한 
동전만한 구멍이 두어 개 뚫려 있었기에 찰랑이며 드나드는 바닷물이 녹아내린 크릴을 
몇 마리씩 훑어내며 바다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밑밥이란 것은 이렇게 감질나도록 주어야 고기가 안달이나 바늘에 끼여 있는 미끼를 
벌컥 이며 물어 준다며 주걱 사용도 못하게 했다.
바다가 너무 잔잔하여 들랑이는 물이 없으면 물을 한 바가지씩 퍼부어 주며 곁을 지켰는데
벤자리를 낚으려는 중에 씨알 큰 전갱이와 고등어가 더 많이 물려 나오자 내일은 밑밥을 
좀 더 갖고 나와야겠다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날이 밝아 돌아와서는 부탁이 있다고 했다.
'날틀까지 타고 오셨으니 교통비 부담도 큰데 고기라도 많이 잡아가야 하지 않겠냐'며
오늘밤에는 밑밥을 한 짝을 싣고 나가고 싶다고 했다. 
어제는 또 너무 적다싶게 반짝만 실었었기에 두 짝이 아니라 세 짝을 실어도 
마다하지 않을 터인데 한 짝이라니?
선장 마음대로 하라고 웃고 말았지만 실소(失笑)가 아니었을까 모르겠다.
두 번째 밤에는 얼음도 가득 싣고 나가서는 시장에서 파는 큰 고등어가 올라오자
손이 아리도록 시린 얼음물을 만들어 두었다가 급냉을 시키면 서울에 가서도 물고기의 
선도가 유지되어 회로 먹을 수가 있을 정도라고 했는데 일식집에서는 이런 방법을 
'아라이’ 라고 하여 참돔같이 무른 생선을 우리네 입맛에 맞게 쫄깃한 식감으로 만들어 내놓곤 한다.
거문도에서는 대단한 크기의 삼치가 많이 잡히기에 수협직원들이 회식이 있는 날이라면
아침 일찍 큰 삼치 한 마리를 구하여 얼음물에 담가 두었다가 저녁에 회를 떠내어 
포식을 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는데 여름날, 선상낚시에서 낚은 참돔을 물칸에 넣어 
살려 두었다가 피만 뽑고 쿨러에 담고 얼음만 가득채운다고 횟감이 되는 것이 아닌데 
고기 잡는데 만 혈안이 되어 일러 주어도 실행하는 사람, 한사람도 못 보았다.
오백 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구멍으로 녹아내린 밑밥이 솔솔, 빠져 나가는 것이
제대로 나가고나 있는지 궁금하여 플래시를 켜고 배의 바깥쪽을 내려다보면
한들한들 몇 마리씩의 크릴이 자연스럽게 춤을 추듯 흘러 나가고 있었고 감질나게 하는 
방법이 제대로 먹혔기에 입질은 밤새도록 이어졌었다.


수많은 섬을 가보았지만 지나치도록 많은 밑밥을 사용하다보니 갯바위는 
흘린 밑밥으로 더럽혀지고 악취와 고인 물에서의 썩은 냄새로 잠시 서 있다 보면 
현기증이 일고 몸이 흔들리는 것이 독가스에 중독되는 것이 틀림없다.
고기의 입질은 점점 예민해졌고 머나먼 남극에서 강제로 탈취해온 고래 밥은 
귀한 대접도 못 받고 썩어 나가는 것이 더 많아졌다. 가격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싸진 셈이다 보니 느끼지도 못하고 많은 양을 소모하게 되었고 쓸데없는 
밑밥소비전쟁으로 자연만 오염시키고 엄한 것들의 배만 불려 주게 된 것은 아닐지…….
물론, 넉넉하게 준비해가서 깨끗하게 사용하고 남은 것을 밑밥으로 준다는 것이 
권장 할만은 하지만 갯바위의 쪽진 틈에다 쑤셔 넣어 썩히는 것은 놀부 심보 중에 
호박에 말뚝 박기와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고기가 다가올 시간에 맞추거나 다가오도록 유혹하는데 사용하려면 무작정 
많은 양의 밑밥보다는 감질나도록 꾸준하게 적은 양을 사용하여도 찬거리 장만에는 
틀림이 없는데 먼 거리의 참돔낚시가 아닌 다음에는 많은 양의 밑밥은 필요하지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만재도 같은 곳을 즐겨 찾게 되었는진, 몰라도 발밑까지 다가오는 손님들을 위하여
쿨러속에 담아 놓은 신선한 크릴덩이를 한 덩이씩 꺼내어 놓고 녹아내리는 대로 사용하다보면 
서너 시간에 한 덩이 정도가 필요하다 보니 네댓 개의 크릴덩이로도 짧은 여름밤을 새우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굳이 주걱을 사용하는 것이 더, 불편하기에 녹아내린 것을 손으로 집어내어 
눈에 띄는 좋은 것은 미끼로 쓰고 남은 것은 ‘훠이~!’ 밑밥으로 뿌리고…….
정확하고 몸 편하니 한 자루씩 담아온 밑밥소모에 체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좀, 손이 젓국에 절어 냄새는 나겠지만 어차피, 갯바위에 홀로 버려진 몸, 
누가 보지도 않고 누구에게 보일 필요도 없고, 손에서 나는 냄새보다는 
어떤 속에서 나는 냄새를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
언젠가 낚시방송을 보니 무슨 대회를 하고 있었는데 밑밥사용이 무제한이었나 보다.
한통 가득한 밑밥을 정신없이 뿌리더니 빈 통을 집어 던지고 새 것을 사용하면서 주걱을 
손에서 놓지를 않았는데 그런다고 잡혀줄 고기가 밑밥을 따라 왔을까? 때가 되어 다가왔을까?
아리송하기만 하던데 결국, 체력다툼이 아니었을까?
날씨 좋고, 물색만 좋다면 수온은 맞을 테니, 물때는 그 다음이고 그저, 성실하고 
마음 좋은 유능한 선장을 만나, 마땅한 자리까지 내게 돌아온다면야 금상첨화겠지만 
예전의 그 선임자말 맞다나 포인트에 대한 믿음 또한, 빼놓을 수가 없으니 사람의 
노력이 맨 마지막일 것이다.


바람이 어제보다 훨씬 세기가 줄어들었고 방향도 바뀌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서쪽으로 갈걸.......’
아직 달빛이 등 뒤에서 들어오기 전이니 부지런을 떨어 보았는데 노래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수온이 내려갔을까?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도 않았건만 한 마리도 나타나지를 않는다.
짧디. 짧은 장대 하나를 펼쳐놓은 것을 다시 걷어놓고 1미터가 긴 것으로 바꿔 펼쳤는데
이것이 주효했는지 종류대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물 흐름이 그제보다는 빨라지고 
멀리까지 번지기에 방향이 맞는 시간대에는 참돔이나 농어도 구경해보려고 찌 낚싯대도 펼쳐 놓았다.
어떤 미끼를 달던 적당한 기다림을 넘겨놓고 챔질을 해야만 당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큼지막한 열기들이었고 몇 마리 낚다가 싫증이 나면 절대로 안 되겠지만 잠시 다른 곳으로 
채비를 옮겨가서 우럭이며 쏨뱅이로 쿨러를 거의 채운 것이 달이 올라오기도 전이었기에 
또 한 번 버너의 불을 댕겨 컵라면에 물을 부었지만 서늘한 날씨에 덩어리가 좀처럼 
풀리지가 않아 아삭한 것이 새로 나왔다는 튀김 컵라면이 아니었을까?
얼추 쿨러는 채웠으니 잠시 쉬었다가 달이 서편으로 내려앉으면 큼지막한 고기나 
한 마리 낚아보기로 하고 누울만한 자리를 찾아 깔개를 펼쳐들었다.
이렇게 냉기가 서린 갯바위에 누워 있는 것이 절대로 낭만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테고
체력이 부족하고 건강하지 못하다면 행할 수도 없는 짓일 텐데 위험한 악취미가 분명하다.
여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얼까? 
남편들이 집을 비우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소원이라고 한다.
자전거나, 산행, 골프 같은 것이 취미라면 대부분이 그날로 집에 들어오겠지만 낚시, 
특히 원도 권을 간다면 하루나 이틀로는 시간이 부족하니 의아함이 의심으로 변하다가
한심과 한탄으로까지 변한다던가?
진주를 지나다가 어느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일행들의 행색이 
낚시꾼이 분명하다보니 예쁘게 생긴 주인아줌마의 눈초리가 한껏 올라갔는데 
추가음식을 시켜도 반가워하지도 않는 것이 무엇 때문일까?
“우리 아저씨가 낚수꾼인데 만날 낚시만 다니능기라. 이래 바빠 죽겠는데도 
 도와줄 생각은 요만큼도 안하고 고기만 잡겠다고 돌아댕기는기라. 1주일씩이나 
 어데를 다녀왔는데 또 도망을 강기라. 내, 살고 싶지도 않은데다가 낚시꾼이라면 
 모두 꼴뵈기시릉기라”
종업원의 숫자도 많은 것이 제법, 규모가 큰 음식점이었고 화장의 수준을 넘어 
변장의 경지까지 올랐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줌마의 미모가 범상치가 않아 보였기에 
모두들 나와서 이를 쑤시는 것도 잊어버리고 한동안 바라보다가 차가 움직이자 같은 말들을 쏟아내었다.
“거, 누군지 복 받은 사람일세........ 예쁜 아낙이 돈도 척척, 벌어주니 맡겨놓고 
  낚시만 다니는 팔자라니……. 
  그나저나 인어를 집에 놓고 어디로 고기를 낚으러 다니는걸. 까?????”
낚시꾼의 적은 잡고기 떼도, 바람도 아니다.
잡아온 고기를 먹기는 하면서도 낚시를 간다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는 것이 다소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도 두려울 때가 있으니.......
동풍아, 불어라~~~~~~~~


만재도 마니아 중에 한분인 주사장님이 큰 수술을 잘 마무리하고 건강을 회복했다.
그전에는 낚시 한번을 가려면 마나님과 큰 전쟁을 치렀다는데 수술 후에는 아무 소리도 안하더란다.
하마터면 잊어버렸을지도 모를 서방님을 되찾았다는 안도 끝에 하고 싶은 데로
놔두기로 했다고 한다.
이제는 방해하는 사람도 멈췄고 수술도 잘 되어 회복이 되었지만 만재도를 같이 갈만한 사람이 없다.
절반은 다른 별로 이민을 갔고, 밥벌이가 바쁜 사람은 시간이 없으며 
건강이 시원치 않다는 핑계도 나오고, 마음에 드는 사람은 시간이 맞지를 않았다.
“밥 묵자?! 꼬리곰탕 집으로 온나....... 곱빼기로 사줄게.....!!!”
그릇에 든, 꼬리 토막을 건네주고는 분명히 낚시를 가자고 할 것이 분명하다…….
“만재도 한번가자, 한, 나흘만……. 안되면 삼일, 아니, 이틀이라도......”
“나도 가고 싶지만 내가 지금, 노인네 병중이신데 어찌 자리를 비운다요……. 
  꼬리곰탕은 맛있네요............ -u-"
"그러지 말고 외연도 권으로 선상낚시나 다니세요……. 가까우니 하루면 되고
  만재도나 가거도, 추자도를 가는 것보다 열배 스무 배 참돔을 잡을 수 있다니께요? “
“그런데 가 어딨노??????”
“저도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예상을 하고 미리 찾아서 개척해 놓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참돔자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곳입니다. 선장과 배도 충분히 워밍업 시켜 
  우리나라 제일의 선장으로 세워두었으니 가시기만 하면 매번, 쿨러를 채우실 겝니다. “
고개를 갸웃하면서 별로 믿지를 않는 눈치였기에 꼬리뼈에 붙은 살점 발리기에만 열중했었다.
화사도 권으로 참돔선상낚시를 갔던 날, 어두운 새벽의 출항이다 보니 
곁의 손님들의 얼굴을 알 수가 없었는데 날이 훤해지면서 옆에 서있는 손님이 
‘삐거덕~!’ 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며 릴의 핸들을 돌리고 있었는데 상처투성이의 
낡은 릴도 그렇지만 스플 에는 원줄이 절반밖에 감겨 있지를 않기에 
‘만재도 에서나 어울릴 저런 채비로 참돔 선상낚시를 온 별난 사람이 누굴까?’ 
얼굴을 보니 주사장님이다?!
“아이~~~~ 만재도 에서나 통할 채비를 들고 낚시를.......”
“얼른 들어가 주무시면 내가 한 마리 드릴 테니 다음부터는 제대로 갖추고 오시죳~!!!”
멋쩍은 웃음을 보이더니 정말 다음번에는 새 릴도 장만했으니 200미터의 줄도 감아왔다.
매주, 외연도 권으로 참돔낚시를 가시더니 이제, 박사 다되셨다.
간단하게 세팅된 채비 한 벌로 여유 있게 마릿수를 늘려가면서 멋진 화이팅을 자주 보여주었는데
손님들 중에 가장 많은 마릿수로 허접한 프로들을 잠재워 버렸다.
“브라보. 실버~~~~~~!!!!”
“그나저나 낚싯대에 묶어 온, 막대찌가 하나뿐이던데 그거 떨구면 어찌 낚시를 한다요?”
“떨어지면 그날, 낚시 끝이지 뭐, 낚시 안하면 될 거 아냐????!!!”
‘떨어져라, 떨어져라, 끊어져라, 끊어져라, 아무리 주문을 외어도 그 놈의 막대찌는 
  일 년을 넘기며 오늘도 멋진 파이팅에 쓰입니다.
노잠작견(老蠶作繭)에 진금부도(眞金不鍍)라고, 
역시 늙은 누애가 고치를 틀고,
진짜 금에는 도금을 할 필요가 없다…….


얼핏 잠이 들었었나. 본데, 달이 가거도가 있는 수평선 아래로 막 떨어진 것이 새벽인가보다.
벌떡 일어나 머리를 한번 흔들고는 지렁이를 듬뿍 끼워 던져 보니 물방향도 내 마음같이 
흘러주는 것이 어떤 고기라도 물어줄 것 같았다.
갸웃거리는 것이 농어였기에 두 마리를 낚아내곤 수심을 더 주었지만 생각대로 
되는 것이 있다는 세상이건만 크지 않은 참돔 한 마리만 모습을 보였을 뿐, 
좌우로 닿는 감각이 무언가가 이상했다.
다시, 발밑과 수중 여 부분을 뒤져서 열기와 쏨뱅이를 잡아가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고
마지막 날이기에 배가 늦게 온다면 돌돔 구경이라도 해보려는 생각에 선장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는데 선장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연락이 오지를 않았다.
날이 밝자 아랫집의 배가 오는 것이 언제 아래위쪽으로 그물을 쳐두었을까?
그물 때문에 고기가 들어오지 않은것 같았고 이상한 느낌을 느꼈었나보다.
발밑으로 다닐 돌돔이나 몇 마리 구경하기로 마음을 바꾸고 물속의 턱부분을 공략하며 
기다리다 보니 크지 않은 돌돔 몇 마리는 낚아들었지만 고기 손질을 하려면 그만 
나가야겠기에 먼저 남은 밑밥과 미끼를 미련 없이 털어 넣고는 주변정리를 시작했다.
목포로 치과치료를 가기에 배를 올려놓았으니 아랫집의 배를 대신 보낸다는 
선장의 전화가 있었고 곧, 아들이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오늘도 역시 나겠지요?’ 
먼저 쿨러부터  열어 보는 것이 무엇이 그리 궁금할까나?!


매번 내려 보고 싶었지만 내려 볼 사이가 없는 시꺼먼 부속 섬에는 아랫집의 
아침손님들이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기다리는 사리에 눈에 익은 자리들을 둘러보니 
맑은 물색 속에 물속 깊은 곳까지 손바닥같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바뀔 줄 알았으면 어젯밤에 이곳에서 밤을 보낼 것을…….
 마릿수의 돌돔과 커다란 농어, 허벅지만한 우럭도 만날 수가 있었을 것을……. ‘
낚시란 이렇듯 매번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방파제에는 선장과 민박집 아저씨까지 칼을 들고 나와 있었는데 급히 고기 손질을 해주려고
온 식구가 총동원한 셈이다.
“어서 올라가서 씻고 식사하쇼……. 고기는 우리가 말끔하게 손질해 놓을 테니…….”
“오늘도 손질할 고기가 만만치가 않을 텐데 부탁하요.......”
“에고 메……. 만재도 귀신 다되얏소, 귀한 돌 쏨뱅이도 많고......”
“아랫집에서 그물만 치지 않았다면 별난 일 좀 내었을 텐데 그물 친 것을 몰랐으니.......”
아줌마가 한껏 솜씨를 발휘하여 차려놓은 아침 겸, 점심인 마지막 식사와 뜨끈한 커피 한잔,
힘들여 말려 놓은 다시마묶음까지 선물로 받아드니 올적보다 짐 보따리가 더 늘어났다.
올라가서도 목욕탕을 한번 다녀와서는 빠지지도 않을 정도로 손 주름 깊이까지 
땟국이 파고들었고 오늘 손질한 고기와 말리고 있는 전날의 고기는 차에 싣지도 못 할 테니 
택배로 보내 달라 해야겠는데 어째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에는 날씨가 이리 좋은 걸까?
“목포에 닿는 시간은 비슷할 테니 목포에서 만나서 저녁식사라도 합시다.~~~”
나 때문에 미루어야했던 치과 치료를 하기위해 목포로 가는 여객선을 타기 위하여
선장과 부인은 종선에 먼저 올랐다.




태평양을 건너와 노모 곁을 지켜 주는 누이에게 대접할 기포기를 틀어놓은 쿨러에는 
펄펄뛰는 돌돔 몇 마리가 들어있으니 한번만 배터리를 바꾸어 주면 될 것이고 손질한 
고기상자가 여럿이니 가시는 날까지 한국산 물고기를 실컷 먹을 수가 있을 테니 한껏 
욕심을 내어본 이번 낚시여행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태도를 들러야했기에 생각보다 너무 늦어지니 기다리지 마시라고 선장에게 연락을 했는데 
어두운 북항에는 만재도를 사랑하는 청년인 선장의 작은 아들 경록 군(君)이 늦도록 
기다리고 있다가 짐을 받아 주었고 식당으로 안내를 하여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누이와 함께 북항 근처의 도로변에 식당을 내었다는데 모든 메뉴가 
만재도에서 나오는 재료로만 이루어졌다. 배말, 열기, 우럭, 농어, 홍합, 그리고 거북손까지…….
다른 것은 몰라도 배말이나 거북손은 재료 공급이 쉽지가 않은 것인데 어찌 취급하려고?
급하면 만재도로 뛰어 들어가서 직접 채취를 해온다며 그 핑계로 누이에게 식당을 맡겨놓고 
들어가 하루는 낚시를 하고 나온다니 그러다 낚시 병이 깊이 들면 또 어쩌누?
강남바람이 불었던 2천 년대 초에는 서울에서 식당을 하던 ‘창호’라는 후배가 
만재도로 낚시를 왔었다. 아줌마가 구어내준 열기구이가  맛있었는지 열기구이 백반을 
자기 식당에서 선보였는데 손님들의 호응이 좋았기에 계속 주문을 했지만 날이 나쁘거나 
물이 빠른 날에는 작업을 할 수가 없기에 원하는 대로 열기를 구할 수가 없어 메뉴판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만 해도 만재도 에는 냉동시설이 없는 상고선(商賈扇)이 다니던 때였다.
만재도, 가거도, 외연도, 태도등 먼 섬, 어느 곳이나 고기를 잡아도 내다 팔수가 없었기에
고기를 수거해 가는 큼지막한 상고선이 드나들었는데 여러 척의 상고선이 섬의 앞에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으면 조금 때를 기해 작업을 하는 섬의 배들이 계약한 상고선으로 잡은 고기를 
넘겨 주는 형식이었다. 
상고선의 주인들은 섬의 고기 잡는 집을 찾아가 선금으로 얼마를 먼저 주고는 
잡은 고기의 종류대로 가격을 정하여 저울로 달아 선금에서 제해가면서 얼마 
안 남았다 싶으면 다른 상고선으로 가지 않도록 또, 선금을 주는 방식이었다.
우럭은 킬로에 4천원, 농어는 8천원, 참돔은 1만2천원, 돌돔은 2만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되는데 
물론, 살아있는 것이어야 했고, 그 당시의 상고선(商賈扇)안을 들여다보면 가운데에 큰 물칸을 
만들어 놓았고 냉각기를 틀어 물을 시원하게하기위하여 물칸에 고기가 가득 찰 때까지 며칠을 
발전기를 틀어놓았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마치 ‘아쿠아리움’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물살이 빨라지면 섬의 고기잡이도 끝나기에 고기를 가득채운 상고선들도 목포로 돌아갔다.
12월 이후로는 그물작업도 할 수가 없기에 열기구이백반도 호응을 받자마자 끝이 나버렸지만 
이제는 냉동시설이 생겨 사시사철 보관이 가능하기에 창호라는 후배도 열기구이 백반을 다시 
메뉴판에 올려야하지 않을까?
12월의 감성돔 철이 되면 선장의 작은 아들이 목포의 북항 근처에 벌려놓은 
‘만재도’ 라는 상호가 걸린 식당에 들러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일찍 
출발을 해야 할 텐데 몇 시까지 영업을 하노?



식사를 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했는데
섬 청년이 낚시에 대한 질문을 뭍사람에게 할 것이 무에 그리 많을까?
그저, 날이 좋은날만 골라 달려가면 원하는 고기를 잡기도 쉽겠다만…….
늦은 시간대의 고속도로에는 차량의 통행도 없어 내려 갈 때보다 시간이 덜 걸렸기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빨리 도착을 했기에 마나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올라왔고
산더미 같은 고기상자를 보자 나누어줄 사람들의 숫자를 손꼽으며 어디론가 연실 전화를 했다.
이제 저 고기들은 내손을 떠나 마나님 마음대로 처분하게 되었으니 나도, 모르겠소........-_-


바다에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해무가 건너편의 작은 부속 섬을
감싸고 있다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갛게 갠 하늘로 바뀌었다.
밀물의 정점은 썰물의 시작이니 시작도 끝도 없는 반복일 뿐이다.
낚시를 동반한 여행이 자유만 주는 것은 아니다. 
에피소드가 없는 여행은 아쉬움을 남기고 물안개에 쌓인 바다에서 우두커니 
미끼도 끼우지 않은 낚싯대를 들고 문득, 뭍에 놓고 온, 많은 생각들이 
매번, 파도의 사이사이에서 휘청 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꿈을 품고 사는 것이 나비가 되려고 하는 애벌레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보고 느꼈던 10월의 높고 파란 하늘과 푸르고 깊은 바다가  
얼마나 우리의 가슴을 시원케 해주는지를 이 가을에 느껴 보았으니
또 이런 행운도 없을 것이다.
그저, 모두의 건강이 감사하고 무사히 긴 여행을 끝냈다는 것 또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