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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1. 만재도의 가을여행

by 찌매듭 2011. 10. 25.



“낚시 언제 갈 거야? 나, 모레 비행기로 가는데?!”
낯선 전화번호로 벨이 울렸기에 광고 전화 겠거니, 받지 않으려 했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하니…….
지난해에는 낚시철도 아닌 4월에 방문을 하여서는 왜 바다구경을 안 가느냐기에
이런저런 설명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시기를 잘 맞추어 오는가보다.
반가운 맞음과 며칠이 지나자 시차의 피로도 풀린듯하여 급히 낚시 짐을 꾸리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있을 일마무리를 해놓고 집을 나섰기에 자정 전에 목포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눈만 뜨면 너무나 익숙하고 조밀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떠남을 결심한 순간 
또 한 번의 여행이 시작된 셈이다. 
인터체인지를 나서면서부터는 낚시의 고장인 만큼 낚시점의 수가 많기만 한데 
도대체 이렇게 큰 낚시점의 운영을 어떻게 하려고 일을 벌려 놨을까?
몇 년 전에 처음 낚시점을 열었을 때, 민박집 아저씨에게서 부탁이 있다는 전화가 왔다.
섬의 아이가 목포에 낚시점을 열었는데 자기 얼굴을 보아서라도 한번만이라도 
낚시점을 이용해 주었으면 하는 부탁이었다.
서 씨 아저씨와 들러보니 오픈매장의 첫손님이었기에 새벽 허기를 달래보자며 
식은 밥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내어왔던 때가 불과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놀랍도록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 운영하여 나가리라 생각한다.


낚시점 안으로 날아들은 길 잃은 새 한 마리가 유리창을 자꾸 들이받기에
손안에 움켜 쥐어봤는데 이게 무슨 새일까?
어렸을 때, 주어다가 길러 본적이 있는데 때까치 새끼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살펴보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고 현란한 불빛에 홀려 온 것 같기에
가게 밖으로 나와 ‘훠~이~’ 날려 보니 어디론가 잘도 날아가 버렸다.
민박집 아저씨와 통화를 해보니 일기예보와는 달리 바람이 제법 거세다했고
섬의 정수시설이 고장 나 제대로 걸러지지를 않아 물맛이 찝찔하니 생수를 
가져 올 수 있는 만큼 가져 오면 좋겠다고 한다, 
바닷물을 식수로 변환시켜 주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 밥이나 
국물반찬을 그냥 사용하고 있지만 그대로 마시기에는 거북함이 있다 보니 
섬 주민들도 생수를 들여다 먹은 지가 오래되었다는데 지원금이 부족하여 
내년에나 수리가 가능하겠다니 한동안 불편하겠다고 한다.
예전부터 있던 우물을 잘 간수했더라면 그런대로 사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편리한 정수시설에 의지하다보니 오래도록 만재도 사람들의 생명줄 역할을 했던 
우물관리를 소홀히 하다 보니 지금은 메마르고 오염되어 사용 할 수도 없게 되었다고 한다.
배를 타러가는 북항 근처의 마트에서 묶음생수를 몇 묶음 구하였지만 이것으로 
또 며칠이나 견딜는지…….



선상낚시 손님보다 갯바위 손님이 많은 날이라며 새벽 두시가 조금 넘어서 
출발을 했고 물결도 잔잔했는지 만재도에 도착할 때까지 흔들림도 없는 편한 뱃길이었다.
이틀 전에 먼저 들어왔다는 만재도 청년 경록 군(君)이 마중을 나왔고
정말, 일기예보와는 달리 주의보에 가까울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불었기에
오전 낚시를 포기하고 오후에 일찍 밤낚시를 나가기로 하고 민박집으로 짐부터 옮겼다.
매일같이 많은 일로 늦게 잠이 들었던 아줌마가 급히 아침밥을 차리려고 
눈을 비비기에 그물 걷이를 갔을 아저씨가 들어오면 같이 먹을 터이니 조금 더 
눈을 붙이라 이르고 낯익은 방 하나를 골라, 짐을 풀고 잠시 등을 붙였다.
바다에서 돌아온 민박집 아저씨와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닌 식사를 마치고 
섬을 한 바퀴 돌아보니 지난번 태풍의 여파로 테트라포드가 떠밀려서 가라앉았고
몽돌 밭도 오뚝하니 솟아올랐고 뒤꼍의 우물가와 시멘트 구조물들도 파손되고
지붕도, 새로 만들었다는 헬기장의 콘크리트 바닥도 산산 조각이 나버렸단다.
“내가 잘은 몰라도, 저렇게 두텁지도 않게 콘크리트를 깔아서 어찌,
태풍을 견딜까 걱정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파도 한방에 날아가 버리데? 
몇 천만 원의 예산만 날린 부실 공사요…….”
철근이나 제대로 넣었는지도 의심스럽고 헬기가 내려앉으려면 콘크리트의 두께도 
제법이어야 할 텐데 뒷골목 먼지깔개나 되려는지 보기에도 시원치 않아 보였다
뒷방파제가 있는 본섬 가까이 붙어있는 물골을 시멘트로 땜질을 하기 전에는 야트막한 
물속 돌틈 사이로도 돌돔들이 넘나들었다는데 이제는 그 돌돔 떼들마저 멀리 물러가 버렸고 
맑은 물이, 솟던 우물 속에다 미련하게 페인트칠까지 하여 역한 냄새로 기피하다보니 탁하고 
더러워져 허드렛물로도 사용할 수가 쓸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이천년 대초에 한참, 많은 손님들이 몰려오면서 공동으로 운영하던 입도방법이 바뀌면서는
개별적으로 민박손님을 받게 되었는데 빗물을 모아 허드렛물로 쓰고 우물물을 길어와
식수로만 사용하던 때였기에 한꺼번에 몰린 손님들이 사용할 물이 부족하였다.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모아 사용하게끔 만든 물통이 집집마다 있었는데
다른 집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뚜껑을 덮곤, 자물쇠를 채워두었다간 
자기네 집에 오는 손님에게만 열쇄를 주어 사용하게 하였지만 물색이 탁한 것이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 않았지만 시원하다보니 손님들이 등목용으로 사용하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장구벌레가 와글짝, 뚝딱하여 사용하기가 거북하였다.
아직도 가끔씩 작동이 되지를 않는 날이 있는 높이 세운 통신 탑이 
섬의 높은 곳을 차지하는 흉물이 되었고 만재도에도 보건소가 새로 생겼고, 
단체관광객이 가끔씩 사용하는 폐교 가된 초등학교는 섬의 공동시설물이 된지도 몇 해가 되었다.



그래도 이천 년대 초까지는 학생이 두 명 있었기에 선생님 한분이 전 과목을 지도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학교 중에 하나였을 게다.
“선상님, 오늘은 우리 아이가 무슨 학습을 하능교?”
“오늘 아침을 먹고 나면 음악실기가 있을 겁니다.
점심밥대가 되면 선생님은 식사를 하러 내려올 것이고,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또 들를 것이다.
학생의 집에서 식사를 하다 보니 꼬박고박 하루에 세 번씩 학생의 집을 찾는 
가정방문이 있다 보니 학부모는 같은 밥상에 앉아서 그날, 그날, 아이의 학업에 대하여 묻고 또 물었다.
실시간으로 학생의 학습방법을 알 수가 있었으니 이렇게 좋은 학교가 어디에 또 있단 말이고?!
가끔씩 마을에 내려오는 염소를 막기 위하여  돌을 쌓아 둘레를 치고는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의 작물을 심어 귀하게 키웠지만 지금은 교통이 편해져서 뭍에서 구해다 먹는 것이 
편하다보니 손바닥만 한 밭농사도 시들해졌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면 만재도의 특산물이 고구마라고 되어있어 실소를 하였는데
섬에 있는 텃밭 전체에 고구마를 심어 수확을 한다면 섬주민이 며칠 먹을 분량이 될까?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찬송가를 울려내는 언덕위의 교회당의 아랫집에는
언젠가는 필요할 땔감이 잔뜩 쌓여져 있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되기 전에는
일년초를 베어다 간신히 밥만 해먹었고 난방은 생각도 못했던 때가 있었기에
그런 시대를 겪어온 섬에서는 나무토막 하나도 귀하기만 하니 이만하면 마음이라도 든든할 게다.






여객선이 온 걸 보니 한시가 넘었나 보다.
온 섬 안에는 다시마 말리기가 한창이었는데 한철의 수입원이다 보니 끼니도 잊은
고단한 일상이 널려있었다. 물속에서 건져온 다시마를 일일이 손으로 펴서 널고는 
바람에 날리지 않게 그물을 덮어야하고 어느 정도 마르면 뒤집어야하니 새벽 1시까지 
정신없이 움직여야하기에 하루에 한 끼만을 먹는 날도 있다고 하는데 때가 있다 보니 
허리를 펼 사이가 없다고 했다.
오전을 쉬었으니 오후낚시를 일찍 나가보려고 방파제로 발을 옮겨 배를 기다리다보니
콘크리트 벽에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려 놓은 것이 눈에 뜨였는데 누가 그려 놓았을까?
당장에는 보기가 좋을는지 몰라도 바람에 염료가 씻겨 내리면서 벗겨지면 결국에는 
오염되고 말 것을 순박한 섬사람들은 예쁜 그림을 그려 주었다고 좋아했다.
아무리 보아도 내 눈에는 낙화로만 보이니, 나만 삐딱선을 탓나? -_-?



아침낚시를 걸렀기에 밤낚시를 하려고 일찍 나섰다만 바람이 거세니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안전하고 아늑한 곳을 찾아 우선 반찬거리라도 장만해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 들어간 바람의지 곳간이 너무 깊었지만 이곳까지도 가끔씩 바람이 몰려 들어왔다.
‘얼씨구~!!!’
준수한 크기의 볼락이 먼저 물려나왔기에 이 밤이 얼마나 즐거울까, 기대를 했었지만
볼락은 한 번도 피어오르지도 않았고 까다로운 입질과 물의 움직임 또한 이상하여 
몇 번씩 채비를 바꾸어가며 머리를 짖짜내 보았지만 볼락구경이 힘든 밤이었다.
수온은 괜찮았는지 노래미들이 마구 떠올라 물어대는 통에 수심을 줄이고 줄이다 보니 
2미터까지 줄이게 되었는데 우럭이나 쏨뱅이까지 떠올랐는지 밤새도록 얕은 수심 대에서 입질이 이어졌다.
날이 밝아서는 반찬 급으로는 훌륭한 크기의 노래미들이 색깔을 가리지 않고 웜에도
반응을 하여 마릿수를 채워 나갔기에 얼추 쿨러가 넘치게 되었는데 열기나 다른 
물고기보다 담백한 노래미가 제일이라는 옆집 아저씨에게 줄 분량을 채웠으니
두 번째 밤을 위하여 짐을 거두어야 했다.
가거도라면야 고기 손질을 부탁할 아줌마들을 구하기가 쉽겠지만 만재도는 인구가 
적은 곳이다 보니 손질해줄 할머니를 구하기도 쉽지가 않다보니 고기 손질할일이 큰일이다.
밤을 꼬박 새웠으니 언제 고기 손질을 하고 쉴 사이가 있을까? 
사리 물때라면 섬마을에 그물칠일이 없다보니 일손이 남아있겠지만 조금 때다 보니 집집마다
그물을 놓아 걷어온 고기 손질에 온 주민이 매달리다 보니 할미 한사람 노는 일손이 없네 그려,
다행히 선장집 아줌마와 민박집 아줌마가 손질을 해주기에 얼른 맡겨 놓고 
집으로 올라갔다. 서너 시간의 달콤한 휴식이 있어야 오늘 밤을 보낼 수 있겠기에…….


다디단 낮잠을 세 시간쯤 자고 보니 한결, 몸이 개운해 졌다.
다행히 파도는 높지가 않지만 오후가 되어서도 바람이 잦지를 않는다. 
예보에서는 풍속이 7미터 정도라는데 실제로는 12미터는 되는 것 같다.
두 번째 날의 밤낚시도 바람이 닿지 않을 곳을 찾아가야했다.
배드민턴을 쳐도 될 만큼 편편하고 널찍한 곳이기에 경로당 포인트라고 불리는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왜 저곳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없을까?
손님이 한 번에 많이 몰렸던 어느 날엔가는 포인트가 동이 나다 보니 초행자로 보이는 
만만한 사람들을 무더기로 내려놓았다나 보다.
이날은 유명한 포인트에서는 고기가 잡히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만 돌돔이 여러 마리 낚여 
다음날부터는 서로가 차지를 하려고 난리를 친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는 또 별다른 
조황이 없어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으니 물속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벌써 여러 명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이곳을 다녀갔기에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는 것이 
많았는데 선선한 기온과 바람으로 밑밥이 말라붙어있어 냄새가 심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지만 이곳에서 열기를 잡으려 했는지 카드채비를 끊어낸 것들이 널려 있었는데 
카드채비로 마릿수의 작은 고기들을 떼거리로 낚아서 어디에 쓰려했을까?
이렇게 자리가 넓고 편한 곳을 더럽혀 놓는 심보는 무슨 심보일까?
한국인의 두뇌는 세계최고의 수준이며, 공부 시간은 세계 최장이고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1위라는데, 표현의 자유는 낮고 삶의 질과, 죽음의 질은,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라는데 물질적 풍요는 이뤘다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는 
팍팍하고 통제된 삶을 사는 불안한 우등생들이 다녀간 모양이다.
이렇게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갔으니…….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에 지어 주변 경관을 감상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즐기기 위한
좋은 곳에 마련하여 경치가 좋은 곳에서 설치하는 정자(亭子)라는 곳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잠시 머무르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자연과 합일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갯바위에서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특별한 좋은 재료와 천연의 공간이
조화를 이루어 대자연의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가 담긴 공간은 되니 
건축학적인 외관을 담지는 못한 낚시인 개인의 놀이터 공간일지는 몰라도 
시원한 감흥을 자아내고 어떤 깨달음의 경지로 이끌어 주지 않을까,
낚시인만이 느낄 수 있는 자연경관은 날씨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법칙을 일깨워준다.
바람을 피하려고 온 곳이긴 하지만 마침, 오늘은 물때가 맞는 날이기도 하니
귀한 고기를 낚아볼 수 있는 날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서도 공략하지 않았을 물속 턱을 찾아서 채비를 드리워 보니 
아직 가거도로 지는 해가 남아있었지만 입질이 이어지기 시작했는데 먼저 만재도의 
감초격인 노래미부터 모습을 보이더니 우럭이 낚이기 시작했고 물방향이 맞기 시작하면서는 
드디어 돌 틈에 숨어 사는 돌 쏨뱅이들이 물려 나오기 시작했다.
우럭이나 열기보다도 많은 마릿수와 감탄할만한 크기였지만 뜰채를 사용하지 않고 
들어 올리다 보니 낚싯대에 무리가 가는 것이 신경이 쓰였지만 여분의 낚싯대가 
있었기에 마음 놓고 한껏, 욕심을 내보았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큰 고기를 많이 잡아 보는 것이 꿈이다.
그 꿈을 이루려면 사람의 손때가 타지 않은 먼 섬들을 찾아가서 
몇 날 며칠씩, 낚시를 해보아야 할 텐데 역마살이 어지간히 실리지 않고서는 
이루기가 쉽지가 않은 꿈이다.
포인트를 찾는 것도 물 밖으로 드러난 지형만을 보고 정해서는 안 되고 
물 밖으로 들어나지 않은 보이지 않는 물속이 어떠할까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자연과 함께하는 낚시나 등산은 정신까지 맑게 해준다.
파란 하늘을 보고 푸란 바닷물을 보며 낚시를 하며 그 속에 깊이 들어가 보면
심신이 건강해지고 상쾌해지며 혹간 운이라도 좋아 제법 큰 고기라도 만나는 
짜릿한 쾌감까지 얻는다면 도시의 열병 같은 것은 어디로 쫓겨 갔는지 흔적조차 없다.




거반, 쏨뱅이로 한 쿨러를 채워, 놓자 물방향이 바뀌었고 약간 빨라진 속도에 
자취를 감추었기에 열기와 우럭으로 어종이 바뀌었고 자정이 되기도 전에 
세자리 수의 수확을 얻었으니 출출해진 속을 달래며 날이 밝기를 기다려야했다.
아침이 되어 날이 밝자 수온도 적당하고 아직 물색이 남았으니 아침시간에는 
돌돔구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바람 탓인지 별다른 수확이 없기에 
짐을 꾸려놓고, 뜰채까지 접어 넣고는, 짧은 민 장대 하나만을 들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 분명히 돌돔의 입질이 예민하게 들어왔다.
챔질 타이밍을 맞추어 보니 30센티를 넘긴 뻰찌급의 돌돔이었고 곧이어 조금 더 큰 놈이 올라왔다.
(이러다가 큰 놈이 무는 것 아닐까? -_-?)
생각이 방정이었는지 푸짐하게 끼운 미끼에 반응이 왔고 40을 넘긴 크기의 돌돔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만약에 이보다 더 큰 놈이 걸려든다면 뜰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뜰채를 다시 펼쳐 놓을까? 에이, 또, 물린다는 보장도 없는데…….
일단 걸어 놓고 생각해야지.........)
미세하긴 하지만 돌돔이 분명한 텅텅거리는 입질이 대를 통하여 전해져 왔기에
신경을 곤두세웠다가 잘 맞춘 챔질이 성공했기에 바늘이 놈의 두꺼운 입술을 뚫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손잡이 부분만 남기고 낚싯대가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일단 낚싯대를 세우고 고기의 크기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다 보니 자리에서 일어나
얼마간의 겨룸 끝에 놈의 실체를 보니 들어올리기에는 다소 무리인 것 같은 크기였다.
어기적거리며 옆으로 몸을 움직여 가서 가방의 지퍼를 내렸고, 뜰채를 끄집어내고 
망을 조립하며 마음도 몸도 바쁘기만 했는데 놈의 운명이 거기까지였는지 무사히 
뜰채에 담을 수가 있었는데 이래서 죽을고기는 따로 있는가 보다…….
6미터 남짓의 짧은 낚싯대로는 이 정도 크기의 돌돔이 한계일 것이고 만재도이기에 
가능하겠는데 목줄에 흠이 있었을까? 더 이상 감당이 되지 않는 놈이 다가 왔었을까?!
다섯 번째의 돌돔은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어제 오후에 내렸던 그물을 걷어 오면서 짐을 받아 싣는 선장의 아들이 
낚은 고기의 양을 보고 깜짝 놀라워했고 선장과 민박집 아저씨까지 얼굴색이 
변하는걸 보니 너무 욕심을 많이 부렸나보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고기를 낚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뭘,




낚시를 가면서 고기를 안 잡겠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낚시란 것이 고기를 잡겠다는 것이 목표이고 마음속에서는 큰 고기를 많이 
낚아 보고픈 욕망은 누구나 있을 진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니 낚시를 하는 
도중에 몇 번씩 마음이 바뀌어간다.
목표로 했던 절반으로 줄여보고, 또 그 절반으로 줄여 보다가 신통치 않은 
날이다 싶으면 입질이나 한번 제대로 받아보았으면 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바뀐다.
고기를 못 잡았다고 분해 할 것이 아니라 오늘은 이렇게 바람을 안고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다음번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가 않은 것이다.
낚시점에서 들어오는 배가 없는 날이다 보니 서 씨 아저씨가 여객선을 타고 들어왔다.
가거도를 들러야했기에 6시간정도가 걸렸기에 지긋지긋하게 먼 뱃길이라며 머리를 흔들었다.
차려놓은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어딘가를 찾아서 나서야했는데 다시마 작업을 간 
아줌마의 행방이 묘하다 보니 저녁 도시락도 없이 라면 두 개를 들고 나서야했다.
바람을 피하여 먼저 내렸고 서 씨 아저씨는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바람이 파고들어 낚시를 하기가 불편하였기에 안쪽의 홈통으로 들어가서 
큼지막한 우럭이라도 낚아보려고 불을 밝혔는데 농어새끼들이 몰려들었는지 
채비를 내릴 사이가 없었다. 몇 십 마리째일까, 이만하면 반찬거리는 충분히 
장만을 했으니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 보려고 편한 자리로 발을 옮기다 보니 
서편으로 향하는 달의 그늘 밑이 건너편보다 빨리 찾아들었고 바람도 잦아들었기에 
혹시나 들어왔을 참돔이나 큰 농어를 잡아 보려고 좀 더 수심 깊은 곳으로 
채비를 던져 보았는데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야물 거리는 입질이 있기에 
신중하게 견제를 해가며 기다리다 보니 크지 않은 참돔들이 심심치 않게 물려 나왔다.
예닐곱 마리의 참돔은 구경을 했으니 이제, 큼지막한 농어를 찾아보려고
그늘진 곳으로 지렁이를 푸짐하게 꿰어 멀리 던져 보니 갸웃거리는 농어 입질이 들어왔다.
안쪽의 가지메기에 비하면야 훨씬 훌륭한 크기의 농어를 몇 마리 구경할 수가 있었는데
야간용 농어 루어에는 반응을 안 하는 것이, 무언가가 맞지 않는 예민한 상태인가 보다.
이르다 싶게 챔질을 하면 빠지기도 하고 설 걸리는 것이 먹새가 시원치 않은 날이기에
입질이 나타나면 깊숙이 삼키도록 오래 두어야했는데 물이 빠진 시간이다 보니
앞쪽으로는 수심이 얕아 뜰채를 사용하기가 불편했기에 줄을 잡고 강제로 끌어 올려야했다.
발밑으로 떨어지는 농어도 간혹 있다 보니 달려 내려가기도 했는데 길길이 날뛰는 농어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무언가 도구가 필요했는데 망치는 멀리 있고 마땅한 것이 없다…….
할 수 없이 신발 한쪽을 벗어 몇 번을 두드려야 했는데 같은 쪽 신발만 사용할 것이 무엇 있겠나?
오른쪽 신발로 때리고, 왼쪽신발로 때리고……. 완전히 비빔 면일세!  ^^;;



달이 완전히 서편으로 내려앉았는지 농어가 뜨기 시작했다.
깊은 태평양에서도 농어의 입질 수심은 1미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색이 어두워지면 농어는 과감하게 얕은 곳까지 떠올라 먹이 활동을 하는 것 같다.
언젠가 서귀포 쪽에서 선상 농어 낚시를 해보니 목줄만 10미터 이상을 주어야했는데
얕고 맑은 수심대의 낮 낚시다 보니 그런 식으로 낚시를 하겠지만 밤 시간대의 원도권이라면
그렇게까지 깊은 수심 대를 찾는다면 고기 구경이 힘들 것이다.
날이 밝기 전까지의 시간대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농어 입질에 시간 가는 줄을 몰라 했다가
컵라면이라도 하나 끓여먹고 따뜻한 커피도 한잔 해야겠기에 받침대에 걸어 놓고
버너를 찾아 물을 붓고 심호흡을 하는 참에 옆에서 갑자기 배의 엔진 소리가 들려왔고
불쑥하니 배 한척이 나타나서는 주낙을 걷으면서 지나쳐 갔다.
“헐, 부지런하기도 하지, 누구네 집, 배일까?????”
(아참? 그러고 보니 내 채비 앞으로 지나가잖아???????)
받침대에 걸어놓은 낚싯대 쪽으로 몇 걸음을 옮기지도 못했는데 드랙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벌써 줄이 많이 풀려 나갔고 전지 찌는 어디로 끌려갔는지 보이질 않고,
결국에는 어느 부분에서 끊겨져 나갔는데 스풀에 남은 줄이 절반도 안 되니 이를 어쩌면 좋담?!
“야. 이것들아? 찌라도 건져 주고 가야지???????”
곧 날이 밝겠기에 다시 채비를 하기도 귀찮아 주섬주섬 짐을 꾸렸지만 
날이 밝으려면 시간이 아직 남았으니 눈 여겨 보았던 물속을 뒤져 보려고 
짧게 꾸민 채비로 더듬어 보니 큼지막한 상사리 같은 망상어가 큰 바늘을 
삼켜가며 연실 올라 왔는데 원도권이다 보니 망상어의 크기도 대단하기만 하다.
오늘도 작업이 있었기에 네 사람이 탄 배가 다가왔는데 그물에는 
열기며 우럭이 가득 걸려들었다.
고기구경을 못했기에 몇 시간 더 낚시를 하겠다는 서 씨 아저씨를 남겨 놓고 
먼저 들어오니 어제 저녁밥을 못 챙겨 주어 미안하기에 고기 손질을 해주겠다며
기다리던 민박집 아줌마가 커다란 함지박에 쏟아 놓은 고기를 보더니만 입이 또 
함지박만해지더니 쿨러속에 들은 고기까지 쏟아놓자 이번엔 입이 도로 오므라들었다.
서 씨 아저씨가 나오면 그때 같이 밥을 먹겠다며 얼굴에 물 칠만 하고는 
죽은 듯이 잠이 들었나본데 고기가 안 나오는 자리에 내려 주었다며 
불평을 하는 서 씨 아저씨의 목소리에 잠이 깨고 보니 얼른, 밥을 먹고 
나서야할 오후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