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만재도 外傳 6. ( 그 분이 오셨어요........ ) by 찌매듭 2011. 10. 3. 신참내기 이(李)총무가 원도권 재미가 들렸나보다. 당일치기 낚시라면 운전을 해야 하기에 낚시를 할 시간이 없다는 걸 눈치 빠르게 파악했는지 가거도나 만재도, 추자도로만 출조를 하겠다면서 주중이라도 몇 명만 되면 언제라도 출발을 하였다. 원도권이다 보니 2박3일이나 3박4일의 일정이었는데 하루라도 일정을 늘리면 늘렸지 줄이지는 않는 것이 자기를 위한 일정이었을 게다. 2001년 9월, 교회의 장로, 집사, 권사까지 낚시를 가게 되었는데 목사님에게 맛있는 돌돔 회를 대접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는데 실력이야 별로겠지만 주님께서 은총을 내려 주실 거라고 굳게 믿는다니 신앙의 신비로 가득한 승합차로 정말로, 무서운 신비가 기다리고 있는 만재도로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두 팀을 다른 곳에 내려 주고 안면이 있던 권사님과 짝을 지었는데 왜, 이날은 하필이면 본섬의 뒤편으로 가려고 했을까? 사람도 없고 날씨도 좋으니 얼마든지 갈 곳이 있었는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가게 된 것은 손 타지 않은 자리를 개척하는 재미였기에 선장이 가는대로 내버려 두었다. 사람이 하나 부족하니 이(李)총무 혼자 낚시를 하게 되었기에 발전소 근무가 비번(非番)인 민박집 아저씨가 동무를 해주마고 따라 나왔는데 권사님과 먼저 내리려고 배를 접안하니 험한 지형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소리를 쳤다. “아니??????? 이렇게 험한 곳에서 어떻게 밤낚시를 하라고????? 고기를 못 잡으면 못 잡았지, 이런 곳에서는 절대로 낚시를 할 수가 없으니 좀 더 편편하고 안전한곳으로 가자고요?! “ (신앙심이 부족하겠지, 자리 험한 것은 왜 따질까? 어련히 주님께서 알아서 보호 해주실 텐데.....-,,- ) 이 총무와 민박집 아저씨를 먼저 내려 주고 건너편의 안전해 보이는 자리로 내렸는데 아무래도 잘못내린 것 같았다. 가거도 방향으로 해가 지고 있었고 구름 한 점 없는, 늦여름 날씨로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는데 우산을 펴서 해를 가렸지만 물속에도 태양이 하나 더 있는 판국이다 보니 뒤로 돌아 앉아 꼼짝도 못하고 해가 지기만을 기다려야했다. 해가 기울고서야 서둘러 장대부터 펴들어 패인 곳을 찾아 드리워봤더니 섭섭지 않은 크기의 돌돔이 연실 물려 나왔고 권사님은 찌낚시로 상사리 급을 넘나드는 크기로 두어 마리를 낚아 들면서 자리를 잘 골랐다고 으쓱대는 품이 그의 기도를 주님께서 받아 주셨나 보다. 건너편에서도 고기가 잘 낚인다고 ‘히히 호호’ 즐거운 소리가 들려왔고 밤이 깊으면 볼락이라도 있을까하여 가지바늘 채비로 바꾸어 보았는데 곧바로 대가 휘어지면서 두 마리가 물려 나왔는데 볼락이 아닌 돌돔이었다. 혹시나, 해서 작은 바늘이나마 돌돔용으로 묶어 넣은 것이 다행이었다. 밤 9시쯤 되었나 보다. “야 이놈들아 저리 안가? 어른들이 낚시하시는데 못되게 시리들.......” 갑자기 건너편에서 민박집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오~호~?! 염소가 나왔나 보군??!) 가만있어라? 어느 섬에선가. 밤낚시를 하다가 너무 추워서 근처에 염소 떼가 있기에 한가운데로 파고 들어가 따뜻하게 밤을 보낸 적이 있는데 날이 밝자마자 염소 떼들이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가던데 염소는 본래, 밤에는 움직이지를 않잖아? 대장염소가 위험을 느끼면 절벽위에서 돌을 굴리며 경계를 하긴 하지만……. 민박집 아저씨가 초저녁부터 과음을 하시고는 주사(酒邪)가 발동했을까? 몇 마디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이(李)총무까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호, 이 사람들이 초저녁부터 아주 작정을 하고 말술을 들이킨 게로군…….) “이것 봐, 이 총무, 무슨 술을 초저녁부터 그리 마셨나? 시끄러우니 좀 조용히 하세~~~!!” “술 안마셨는데요????” “그런데 왜 그래????” “내일 이야기 하시자구요~! 지금은 좀, 바빠서……. 야, 이놈들아 안가?!!!!!!” 이제는 뒤로 돌아 앉았는지 뒤쪽으로 플래시 불을 비춰가며 고래고래 악을 쓰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를 모르겠기에 권사님과 나란히 앉아 멀거니 바라보면서 아무래도 귀신이 나왔거나, 혼들이 나갔거나 이상한 일이라며 그 탓에 고기들도 도망을 갔는지 입질도 끊기어 낚시도 안하고 쳐다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신, 권사라며? -,,- 어떻게 좀 해봐?!” “뭘, 어떻게 해요? 무슨 일인지도 모르겠는데........ -_-;; ” 입질도 끊겼기에, 이슬은 거절해도 맥주는 마신다는 이상한 권사님과 함께 늦은 도시락을 펴들고, 눈길을 떼지 않다 보니 건너편 사람들이 진이 빠졌는지 잠잠해 졌다. 아무래도 술을 많이 마셨거나, 몰래 숨겨 온 대마초라도 피웠다간 기운이 빠졌는가 보다……. 자정이 넘어 새벽 1시쯤이 되자 물속에서 번뜩이는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농어 떼가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밤에는 물속을 직시(直視)하여 보는 것보다는 마음의 눈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아직 그런 수준까지는 도달하지를 못했다 보니 겹눈이나 홑눈의 느낌으로 본다면 농어같이 떠다니는 고기의 움직임은 느낄 수가 있는데 편마암 형태로 이뤄진 만재도 에서 지형의 특성상, 절벽을 따라 움직이는 형태다 보니 이렇게 물이 맑은 곳에서는 농어의 움직임을 알기가 쉬운 편이다.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헤며 무슨 생각엔가 빠져 있었던 박 권사에게도 일러주었고 크지 않은 농어들이 연실 물려 나왔고, 팔뚝만한 고등어까지 섞여 낚였다. 만재도를 살찌게 해 주었던 팔뚝만한 전갱이가 사라진지도 오래 되었다는데 그 자리를 고등어가 대신하려는지 낮에도 고등어 떼를 만나면 수십 마리 정도는 잠간사이에도 낚을 수 있었는데, 시장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엄청난 크기의 고등어였지만 낚시꾼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낚아도 간수할 수 있는 저장 공간이 부족했고 쉽게 상하는 어종이다 보니 좋은(?) 고기를 잡으면 담아가려고 쿨러 하나는 얼음을 채워서 대기해야만했다. 민박집의 냉동고는 살얼음이나 어는 시원치 않은 성능이었고 크기도 한정이 있기에 제법 만재도뿐 아니라 원도권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 개의 쿨러 중 하나에는 얼음덩어리만을 담아 갖고 가서는, 돌아오는 날에는 절반쯤 녹지 않고 남아 있는 얼음 덩어리를 잘게 깨어 넣어야만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고기를 대충이나마 시원하게 갖고 나올 수가 있었기에 금고등어를 잡는 다해도 담아 둘 곳이 없었을 때였다. 지금이라면 한 마리에 3만 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고등어였지만……. 갯바위에 손님을 내려 주고 돌아오던 아랫집의 최 씨가 고등어 떼를 보고는 배안에 있던 카드채비로 잠간 사이에 수십 마리를 낚아서는 자랑스럽게 집으로 가져갔다. 최 씨 마나님이 부지깽이를 집어 들더니 최 씨의 등을 힘차게 내려쳤다. “이 등신아, 고등어 따위는 잡아와서 뭐하노? 넣을 데가 있나? 말릴 수가 있나? 그럴 시간이 있으면 열기나 잡지~~~~~~~~!!!!“ 다음해까지만 고등어가 보였다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는데, 이제는 냉동고도 갖추어졌으니 돌아와만 준다면 고등어도 환영을 받을게다만, 쩝~! “어이~~~~~!!! 이(李)총무~!!! 그만 자고 일어나 고기 잡아~~~~ 농어떼 들어왔어~~~!!!" 꿈지럭 거리며 일어나서는 연실 고기를 잡기 시작했는데 괜히 가르쳐 주었나? 날이 밝자마자 택택이 목선이 온 것이 아침 도시락을 갖고 왔는가 보다. 건너편부터 도시락을 건네주고 왔겠는데 도시락을 줄 생각은 안하고 짐부터 싸라며 멀찌감치 물러나서 기다리고 있었다. (더, 좋은 자리로 이동하여 아침 시간을 보내기로 한 모양이로군?!) 서둘러짐을 꾸리고 손짓을 하여 배에 올라탔는데 이(李)총무도 짐을 배에 올랐다. “어디로 옮기자는 거야? 더 좋은데 가 있을까?!” “아뇨?! 그냥 민박집으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집으로? 아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왜 들어가?” “그건 그렇고 어젯밤엔 왜 그랬어? 술은 안마셨다며, 도깨비라도 나왔나?!” “아니????????? 그 놈이 거기까지 갔어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누가 왔다는 거야? 이거, 미친놈 아녀?” “아니? 민박집 아저씨?! 도대체 어찌된 일이요?!” “................................................” 아무소리도 없는 민박집 아저씨의 낯빛이 이상한 것이 핏기가 없는 것이 고무로 만든 피부같이 창백한 상태였다. 지금 같았으면 등짝이라도 내리치면서 면박을 한삼태기라도 퍼부어주겠다만 민박집을 옮긴지가 얼마 안 되다 보니 아직 놀려 먹기도 서먹하다보니 말을 끊었는데 방파제에 도착하자마자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 들어가서는 부인의 손목을 잡으며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여보, 여보, 여보~!!!! 나 정말 도깨비 봤다?! 당신 말이 정말 맞았어~!!!!!” “거보라카이~~~~ 내가 거기 가지말라캤는데 거긴 왜갔노?????” 언젠가 마을 아줌마들이 물일을 하기위하여 그쪽을 갔다간, 낮도깨비가 나와 희롱을 하기에 망태기고 뭐고 모두 집어 던지고 도망을 왔던 적이 있었다는데 낮도깨비가 벌거벗고 나왔을 테니 성희롱을 했다는 걸까? -_-?? 나중에 남자들 몇 명이 가서는 던져 놓고 온 망태기를 찾아왔다는데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아저씨는 아줌마를 바보라며 흘겨보았다는데, 오늘은 누가 바보가 된 걸까? 만재도 에서는 흑산도의 몹쓸 것들이 몰려왔을 때 잠시나마, 술과 향락에 빠졌다가 마을 사람끼리 다툼도 있었었기에 모두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지만 두 집만 교회를 안다니다고 했다. 그 두 집이 우리가 이용하는 민박집과 선장이라는데.......... 이(李)총무가 올라왔기에 아침밥을 먹는 자리에서 어젯밤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해보라니, 한참 낚시를 하는데 별안간 아저씨가 돌아 서더니 욕을 하기 시작하더란다. “에이, 이놈들, 어른들이 낚시하는데 이놈들이? 저리 안가? 이놈들이????” 깜짝 놀란 이(李)총무가 “도대체 뭘하는겁니까?????” “아니, 이 총무는 지금 뭘 모르겠소? 우리 곁을 둘러싸고 돌아다니는 놈을???” 그러고 보니 낚시를 하는데 무언가가 물속에서 ‘텀버덩’ 하고 튀더란다. '숭어가 튀었나보다…….' 무심히 넘겼는데, 이번에는 무언가가 ‘쑁~!’ 소리를 내면 귓가를 스치면서 지나가더니 또 물속에서 소리가 나더란다. 투수(投手) 출신이다 보니 누군가가 공을 집어 던지는 것같이 느껴졌다는데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주변을 맴돌며 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머리가 오싹하니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기에 무언가가 나타났다는 무서움이었는데 아저씨가 그런 소리를 하니 맞겠구나 싶어 장단을 맞추어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가 혼절을 했는지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단다. 정신없이 쓰러져 있다가, 고기를 잡으라는 소리를 듣고 정신이 돌아 온 건지? 잠이 깬 건지도 모르고 낚시를 시작했다는데 그쪽으로도 도깨비가 갔던 걸로만 알았다는데 이 총무는 그래도 서울역 뒤에 있는 제법 크고 오래된 교회의 집사라고 했다. (일요일에도 출조를 하면서 무슨 놈의 집사…….) 이 총무와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다간, 실소를 하고 말았다. (웃기고 있어~~~~ 정말~~!!!!) “이것 봐~!!!! 권 집사~!!!! 당신, 서울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큰 교회를 다닌다며? 어젯밤 당신이 직접 목격했으니 같이 온 장로님이나 다른 사람 앞에서 말좀해봐봐~?!!!“ “글쎄요~~~~~~~~~~??????? 그게 또, 잠결에 그랬을 수도 있고 착각이거나…….” “착각 좋아하네?! 우리가 사막에서 신기루를 보았다는 거여?”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어나서 벌꺼덕~! 문을 열고 나가니 어느새 왔었는지 선장이 문 앞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는것을 모르고 나왔기에 깜짝 놀랐다. “아니? 언제 오셨어요? 들어오시지……. 그나저나 지금 한 이야기가 정말이래요?????” 입맛을 한번 다신, 선장님, 아무 소리 없이 어디론가 가버립니다……. 서울로 올라와서 총무에게서 며칠 동안 연락이 없기에 어디를 갔는가 보다했더니 나흘 만에 전화가 왔다. “오우~~~ 접니다~!! 이 총무~~~!!! 별일 없으시고 괜찮으세요????” “무슨 일이 있겠노? 어디 다녀왔나?!” “몸살이 났는지, 신이 올랐는지 꼼짝을 못하고 사흘간 앓아누웠다가 이제 일어났다니까요?!” 운동 꾀나 했다는 놈이 저렇게 허약해서야..............-,,- 다시, 만재도로 낚시를 갔다가는 깜빡하고 문제의 자리 부근에 손님과 함께 내렸었단다. 고기가 잘도 물려주었기에 정신없이 낚시를 하다가 도깨비 생각이 났더란다. 저녁 도시락이 오기 전에 짐을 꾸려 다른 곳으로 옮기자니 손님이 이상하게 생각하며 '지금 고기가 잘 잡히는데 왜 옮기려고 하느냐' 니 도깨비가 나올지 모르니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다며 대충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어느 수도권 낚시회의 회장이라는 손님은 경험이 있었던지 번개같이 짐을 꾸렸다는데 십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쪽에서는 낚시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할 수도 없는 것이 마을 배 누구도 가지 않았고, 고기가 절대로 잡히지 않은 곳이라고 소문을 냈다. 이런 이야기가 옆집가지 흘러갔는지 어느 날은 아랫집 선장이 찾아와 따지더란다. 자기 집에 오는 손님이 도깨비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이냐며……. 절대로 아니라고 해야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어떡하느냐, 손님 떨어지게……. 마을의 모임자리에서 뒤편으로는 절대로 손님을 내려 주지 말자고 약속을 했단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아줌마의 이야기로는 본섬에서만 도깨비가 나오고 도깨비가 벌거벗고 다닌다더니 추위를 타서 그러는지 겨울철에는 안 나온다고 한다. 한 번은 일행하나와 국도 쪽에서 밤낚시를 하게 되었다. 먼저 자리를 꿰어 차고선 장대 두 대를 펼쳐놨으니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 해초와의 경계선에서 돌돔이 헤엄치는 것이 보였지만 저런 곳에서는 고기를 걸어보았자 채비까지 잃어버리고 말 것이니 낚시를 할 만한 자리를 찾아야했는데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그럴싸한 자리를 찾았지만 짐을 옮겨 가자면 땀 좀 흘려야겠다. 먼저 밑밥 통을 메고 넘어가 맛보기로 두어 주걱을 뿌리고 흐름을 보니 그럴싸하기에 다시 넘어가 낚시가방을 가져왔고, 짐 가방, 쿨러까지 가져 오니 흐르는 땀으로 속옷까지 젖었는데 시원하게 캔 맥주를 한 모금 넘기다 보니 낯익은 물건이 물위에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밑밥 통이 안보였는데 굴러 떨어졌기에 물위에 떠 있나본데 뚜껑을 열어 놓았으니 단 한 번에 밑밥을 줘버린 셈이니 미끼만 가지고 밤을 새우게 되었다. 수면까지의 거리가 높은 편으로 5미터짜리 뜰채로는 닿지도 않겠으니 고기를 걸었다면 그대로 들어 올려야 했기에 가장 저렴한 낚싯대를 사용해야만 부러뜨려도 후회가 안 되겠기에 예비대로 가지고 다니던 8만 원짜리 3호대를 꺼내어 사용해 보기로 했다. 어두워지고 큼지막한 우럭들이 몇 마리 낚여 준 것이 9시쯤이었나 보다. 받침대에 낚싯대를 걸어놓고 입질을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쳐다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근처에 배를 댈만한 곳이 없으니 다른 사람이 올 수도 없었고 일행도 멀리 있으니 근처에 누가 있을 수도 없었다. 이상한 기척을 느끼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그만,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았다. 고개를 다시 제자리로 돌렸지만 언뜻 본 것은 하얀 옷을 입은 여자였는데 귀신 이야기에서와 같이 머리까지 길게 풀어놓았었던가????? 아니, 무언가를 잘못 보았을 거야....... 아니면 갯바위에 얼룩진 무늬 부분을 잘못 보았을 거라고 생각을 몰아갔다. 그 누구도 다녀갔을 것 같지 않은 험한 지형이었으니 갯바위에 스치로폼 쪼가리나 종이 같은 것이나 쓰레기 한 점 떨어져 있을 수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용기를 내어 다시 고개를 약간 돌려 보았지만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다. (이제, 큰일 났구나……. 그동안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코웃음을 치며 면박을 주었었는데 오늘은 내가 그 업을 그대로 받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고 절대로 정신을 잃거나 약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쭈삣거리며 뒤로 조금씩 물러앉자 갯바위의 벽에 등이 닿는 것을 느꼈고, 어느 정도 방어벽이 생겼다는 생각을 하며 또 한번 고개를 조금 돌려 보았는데 아직도……. 분명히…….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해야 하나? 주기도문은 어떻게 외우지? 무슨 주문이라도 그럴싸한 것을 외어야 할 텐데 이런 날을 전혀 대비하지 않았으니 십자가는커녕, 마늘 한쪽도 없었다.) 그저, 정신을 잃지 안아야한다며 허벅지를 꼬집으며 정신을 잃지 않고 버티며 짧은 여름밤이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거기서 뭘, 하슈????” 하늘에서 먹구름을 뚫고 옥음이 들려 왔는데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더 반가웠다. 떨어져 있던 일행이 입질도 없고 무료해지자 나를 찾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찾고 불러도 대답이 없기에 짐작이 가는 곳이 이곳밖에 없기에 ‘아차’ 싶어 달려 왔다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니 갯바위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는데 자는가? 했는데 자는 것은 아니었고 받침대에 걸어둔 낚싯대에 고기가 물렸는지 흔들리는데도 움직이질 않고 근처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아 큰 소리로 불렀다는 것이었다. 정말, 지옥에서 부처님을 만나도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을 것이다. 일행이 왔기에 용기 있게 고개를 돌려 그것이 있던 곳을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플래시를 들고 그것이 있었던 곳으로 가서 근처를 모두 비추어 보았지만 쓰레기도 한 점 없었고 갯바위조차 한 가지 색으로 형성이 되어있었으니 잘못 보았을 것도 없었다. 정작, 이상한 것은 ‘무엇을 찾느냐’ 물었어야할 일행이었는데 아무소리도 없이 불을 비추며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멀리까지 찾아온 손님이니 캔 음료를 두 개씩이나 퍼 먹이며 오랫동안 붙들어 두었고 자정이 넘게까지 있던 일행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기에 그 못된 것이 있던 곳을 향하여 가지고 다니던 플래시를 모두 꺼내어 비추어 놓고서야 안심이 되었다. 평소에도 플래시를 여러 개씩 가지고 다니는 편인데 이날 이후로는 더욱 고성능의 플래시와 여분의 배터리를 더 많이 가지고 다니게 됐으니 짐 가방이 더욱 무거워졌다만……. 멀리 떨어져 있는 여가 드러나기 시작했기에 근처까지 다가온 농어가 있겠다 싶기에 지형이 높으니 확실한 걸림을 하기 위하여 농어 전용 바늘 중, 가장 큰 것을 사용하여 청개비 여러 마리를 꾀어 던져 보았는데 꾀나 빠르게 찌가 빨려 들어갔고 엉뚱하게도 농어전용바늘에 돌돔이 물려 나왔다. 별난 일이 있는 것이 낚시겠지만 정말, 별나기도 하다는 생각만 하고 다시 던져 보았는데 또 돌돔이 물고 나왔다. 돌돔 떼가 몰려 왔을까? 재빠르게 케블라 목줄의 돌돔바늘에다 파란 지렁이에서 빨간 지렁이로 미끼도 바꾸어선 던져 넣었는데 곧바로 찌가 빨려 들어갔다. 물 바닥을 아랫 눈으로 보면 돌바닥이란 것을 알 수 있었고 농어를 생각했기에 수심을 얕게 주었었지만 돌돔채비로 바꾸며 3미터 정도로 깊이 주었는데 챔질이 안 되는 것이 이상했다. 완전히 찌가 사라질 때까지 두었다가 늦은 챔질을 해야만 제대로 걸려 나왔고 급한 마음에 낚싯대가 부러지도록 강하게 들어 올렸지만 8만 원짜리 3호대는 잘도 견뎌 주었다. ‘절그럭, 거리는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꾀미들이 떨어져 들어갔고 어느덧 하나만 남았다. 스물세개의 꾀미를 다 사용한 셈이니 마지막 남은 꾀미를 사용한다면 입질이 끊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이 방정이었는지 생각대로 입질이 끊기었고 날이 훤하게 밝았기에 더워지기 전에 짐을 옮겨야만 땀을 흘리지 않겠기에 배를 탈 수 있는 자리로 네 번에 걸쳐 다시 짐을 옮겨 가야했다. 마지막 순번이었기에 여러 명이 배를 타고 왔는데 다섯 번에 걸쳐서 짐을 옮겨 오고 나서 마지막으로 낚은 고기를 건져 왔는데 아무런 말들이 없었다. 홀린 듯이 멍하니 들 쳐다보았는데 마지막 날이었기에 그 자리를 일러 주어도 갈 사람이 없었고 물 쪽에서 바라보아도 지형이 험하여 낚시를 할 생각들을 못했을 것이다. 차가 움직이면서 의자를 젖히며 일행이 말을 꺼냈다. 고기는 제법, 있는데 또 다른 것이 있어 가고 싶지가 않은 곳이라고……. 자기도 혼자서 한번 내렸다가 혼이 났었다 는데 낚시를 하다가 언뜻 생각이 나서 달려갔었고 자는 것 같았기에 아무 일도 없는 줄 알았다며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며……. (뭐야? 그런 일이 있었으면 가지 말라고 했어야지???? 저 인간을 그냥~!!!! 꽉~!!!!) 평소에도 철저한 무신론자 쪽에 가깝다고 생각했기에 누구네 집에서 굿을 한다거나 점이라도 보러간다면 핀잔을 주곤 했는데 막상, 황당한 일을 겪고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개차판, 친구가 하나 있었다……. 과수원의 과일 따먹는 서리는 일도 아니었고 구멍가게를 지나가다 음료수 병이 보이면 제 것인 양 꺼내마셨고 담배라도 사러 들어갔다가 전화벨이 울려, 아줌마가 전화를 받으러 방으로 들어가면 번개같이 돈 통에까지 손을 대는 문제아였는데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대를 다녀오더니 인생에 대하여 고민을 하게 되었나보다. 그 놈의 부모님은 독실할 신앙심을 가진 분들이었기에 아들이 사람만 되어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기도했는데 제대를 하고나니 용돈 한 푼, 밥 한 끼 얻어먹는 것이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기에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빈 몸만 교회를 나가게 되었는데 1973년 여의도에서 ‘빌리 그래함’ 이라는 유명한 전도사가 주도한 집회에 갔다가는 오색찬란한 구름이 나타난 것을 목격했다며 종교에 정신없이 빠져 들었다. 무엇이든 미치면 문제로 발전하겠지만 정말로 미친놈이 되었는지 새벽에 집으로 찾아왔다. 종말이 가까웠으니 회개를 하라며 거품을 물어댔다. 곧, 꼬리에는 입이 달렸고 그 입에서 불을 토하며 발에서 쇳소리가 나는 괴물이 나타나 세상을 벌한다는데 중동전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것이 탱크가 아니겠느냐며 아마겟돈이 어쩌고, 시나이 산이 저쩌고…….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야 이넘아야……. 미사일이 난무한 세상이고 A-10 비행기 한 대가 탱크 백대를 부순다더라! 아무리 양놈 것이 좋다지만 신까지 양놈 신을 믿어야하며 시나이 산이 왜 나오며 아마겟돈이 땅속으로 꺼 진다해도 그게 우리나라와 무슨 상관이얏~?! 또, 모두가 잠들었을 이런 새벽시간까지 전도를 하면 하나님도 피곤하실 거야 그러니까 꺼졋~!!!!!” 등을 밀어 내쫓아 버린 지 얼마 후에 그놈 집엘 다니러 갔다가 통행금지 시간이 되어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새벽 4시에 사발시계가 울어대니 식구들이 모두 일어나서는 근처에 있는 교회로 새벽기도를 간다며 문도 안 닫고 나가버렸는데 휑하게 빈, 남의 집에서 혼자 잔다는 것도 이상해서 교회를 가보았는데 30분 정도면 새벽기도가 끝났기에 나오다간, 놈의 어머니가 남아서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평소에도 방언으로 기도를 한다고 했다. 되돌아 들어가서 엎드려 큰소리로 기도를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봤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은혜 중에 가장 작은 은혜가 방언으로 말을 하는 것이라는데 그런 쓸모없는 은혜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코웃음을 쳤었는데 실지로 들어보니 오싹해졌다. 초등학교도 다니질 않아 한글도 깨치지 못한 친구의 어머니는 성경을 몽땅, 외운다고 했고 목사가 찬송가 몇 장을 부르겠다하면 벌써 펴들고 있었으니 평소에도 약간, 이상한 분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신앙의 신비가 있기는 있는가 보다....... 만재도에서 멀리서나마 이(李)총무와 민박집 아저씨가 한바탕 벌린 쇼도 보았고 직접 괴상한 여인을 갯바위에서 만나기도 했으니 건강상은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지 어디가 허해져서 보약이라도 먹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지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하는가보다 웃어넘기는 눈치였고 신경을 쓰는 것 같지도 않기에 혼자서만 알고 입을 다물었었다. 마나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핑계가 잘됐다며 정신치료도 하자며 낚시 금지령까지 내릴 테니 할 필요가 없었고 신앙심이 강하신 고모님에게만 우스갯소리를 할 테니 한번 들어나 보시라며 이야기를 꺼내었는데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던 분이 며칠 후에 찾아 오셨다. 신부님의 축성이 담긴 십자가와 성수 한 병을 들고……. 다음해 겨울, 추자도 묵리에 있는 다도민박을 찾았을 때 '추자야인'이 차를 갖고 들어와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먼저 귀신 이야기를 꺼냈는데 내가 본 현상과 비슷했으나 더 자세하고 실감이 났지만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 흔히 귀신영화에 나오는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 귀신이 눈에서 피를 흘리며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기에 기겁을 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후로는 밤낚시를 안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 한들 바보라는 소리나 할 테니 꽁꽁 마음속에 넣어두고 있었다간 매듭님이라면 고개라도 끄덕여 주실 것 같아 해보는 소리라고 했는데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더니 귀신모습이 너무 공통적이다 보니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선선한 가을날에 정군과 선장의 아들과 함께 밤낚시를 하게 되었는데 파도가 제법 있어 간여에 내리기가 쉽지 않은 날씨였기에 여러 번에 걸친 접안으로 중간 여에 내리게 되었지만 바람이 잘 것 같지 않자 의지가 될 만한 큰 부속 섬으로 어둡기 전에 자리를 옮겼다. 정군과 아들은 뒤편으로 자리를 잡았고 혼자 턱진 쪽 너머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데 밤 9시쯤 되자 갑자기 깊은 산속의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것같이 바람이 ‘쏴~~~~’ 소리를 내며 불어오더니 물속에서 ‘풍~덩~!’ 소리가 났기에 농어가 튀었나보다 생각하다간 갑자기 도깨비 생각이 나며 머리털이 서기에 벌떡 일어나 플래시로 뒤쪽을 비춰보았는데 받침대에 걸어 놓았던 장대에 고기가 물었는지 옆으로 번개같이 방향을 틀며 손쓸 사이도 없이 물속으로 쳐 박혔는데 단단히 조여 놓은 것이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이 황당했고, 받침대에서 빼낼 수도 없어 한동안 낑낑대다간 목줄이 끊어졌는지 튀여 나오고 말았는데 무서움증이 일기 시작했으니 그대로 내버려 두고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말았다……. “야, 너희들 아무 이상 없냐? 무슨 소리 못 들었고??????” “????????????????????” 정군이야 이미 들은 이야기가 있었기에 바짝, 긴장하는 눈치였지만 정작, 만재도 청년은 무슨 영문인질 몰라 했다……. 이슬 병을 꺼내 놓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자네 아버지나, 작은 아버지에게 한번 물어보소...........” “도깨비나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정군이야, 이(李)총무와도 잘 아는 사이다 보니 어느 정도 황당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금년 7월 달에 밤낚시를 할 때도 갑자기 무서움증이 일어나 낚싯대를 놔놓고는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기도 하질 않았었나?! “갑자기 입질도 끊겼기에 가만히 있다 보니 무서워지더라고요......” “에이~~~ 고기고 뭐고, 달려왔네요............ -__-;; " 이번에도 빠트리지 말고 챙겨야할 것이 십자가와 성(聖)수(水)병일 것같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낚시의 덫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사진이 담긴 조행기 > 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만재도의 가을여행 (0) 2011.11.03 1. 만재도의 가을여행 (0) 2011.10.25 만재도 外傳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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