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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3. 아듀~! 2011년 만재도 3. (아줌마가 농어회를 안 먹는 이유)

by 찌매듭 2011. 12. 28.
 




잠시, 풋잠이 들었다가 창문 밖을 내다보니 잔잔한 달그림자가 어린 바다는
내일의 날씨가 좋음을 예보하고 있었는데 몇 번이고 자고 깨고를 반복하다
얼큰한 농어 내장탕 때문에 새벽밥 한 그릇을 다 먹어보기도 처음이다.
부지런히 내려가 밑밥도 개고 준비를 마쳤지만 다른 집배들이 모두 나갔어도
우리가 탈 배의 젊은 선장은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를 않았고 점찍어 두었던 
섬들마다 먼저 나간 손님들이 내리는지 불빛이 깜빡 거렸기에 몸이 더 달아오른 
민박집 아저씨가 조카의 집까지 달려갔지만 날이 훤하게 밝아서야 다른 손님들과 
젊은 선장이 나타나서는 늦게 나간다고 했는데 기별을 못 받았느냐고 
엉뚱한 소리를 하니 이 작은 섬에서까지 이렇게 사인이 안 맞아서야, 원…….
비어 있는 자리를 찾아서 가다보니 해가 중천까지 떠올라버렸다.
엊그제 대물을 낚았던 건너편의 자리와 본섬에도 햇살이 퍼지는 것이 보였고
물때에 상관없는 아침녘의 황금시간을 잠시 보내다간, 늦게야 타이밍이 
맞을 것 같은 시간대까지는 아직도 멀었으니 오를 수 있는 데까지 
뒤편의 섬 위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마을이 있는 만재도의 본섬과 부지런했다면 어쩌면 차지했을지도 모르는 
부속 섬들이 한눈에 들어왔고, 어느 여름날, 귀신을 만났던 곳과, 
수십 마리의 돌돔을 낚았던 물골이며, 정해진 시간대면 어김없이 
농어 떼가 다가오던 곳과, 큼지막한 우럭들이 숨어 있는 물골과 
위험하니 조심해서 다니라고 선장이 애를 태우는 볼락굴과 
그 외에 낚시를 해보았던 장소들이 한눈에 들어 왔고, 
들꽃과도 만날 수가 있었고 시원하게 쾌변의 즐거움도 즐기며 
제자리에 돌아왔어도 두 시간이면 족했다.
어느 섬을 찾아도 물고기를 잡는 다는 급함 때문에 
주변을 제대로 둘러볼 여유도 없는 시간의 쫓김에, 
수년간 다닌 섬의 풍광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빈곤함이 
더욱, 고기를 못 잡아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는 것만 알아도 
절반의 성공이 있는 것이 낚시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함께 낚시를 나와 아래쪽에 자리를 잡았던 민박집 아저씨는 
도시락을 갖고 온 배를 타고 어딘 론가 자리를 옮겨갔다. 
늦도록 버티어 볼만한 자리였지만 원주민으로서 무언가를 
보여 주려는 초조함이 앞섰을까? 
저 자리보다 더 좋은 자리를 감춰놓은 모양이라고 일행이 중얼거렸지만 
홍시보다 더 단단한 땡감은 변비를 유발할지니……. ^^;;
도시락도 먹었고, 간식도 먹었으니 들어 올 듯, 말 듯 한 물색이 
줄기를 이루어 멀리 지나가면서 애를 태우다간 결국, 여객선도 지나가고 
제 시간이 되어서야 다가오기 시작했다.
늦게 낚시를 배웠다가 아예, 낚시점 까지 차린 본토박이 최 사장이 
평소에 선호하는 이 자리를 놔두고 옆자리에서 낚시를 하는지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는데 큼지막한 고기는 고사하고 
입질이라도 보았을까?
앞 부근에 끊어진 낚싯줄들이 널렸는지 만재도 특유의 방법으로 낚시를 해보면
걸림이 잦아, 아예  찌 건지개를 대기해 놓고 있어야 할 정도로 걸림이 많아
잘 내리지 않는 곳인데 방법만 알고 시간대만 알면 공탕이 없는 곳이기에
낚시점의 사장은 3호대에 굵은 원줄과 목줄로 강제로 힘겨루기를 하다가
몇 번이나 코도 깨지고, 눈도 터지다보니 한도 많은 곳이라는데 
그런 대물들이 왜, 나만 피해 다니는 걸까?
물방향이 맞으면 한 겨울에도 농어가 곧잘 걸려들어 
심심치가 않은 곳이지만 평소에 즐겨 찾던 물때와 달리 
거세게 물이 흐르다 보니 사용하는 찌의 호수를 높여야했다.
후배에게서 선사 받은 예쁘장한 2호찌를 사용하다간 세찬 물살을 견디질 못해, 
3호 찌로 바꾸었는데, 또 밑 걸림이 있어 채비를 다시 해야 했기에
아예, 더 큰 찌로 바꾸려하니 어제 건져 두었던 찌가 손끝에 걸렸다.
4호찌에 3호 수중 찌를 달고는 밑 봉돌로 큼지막한 것들을 주렁주렁 채웠다.
‘그래, 만재도 에서는 이 정도는 돼야 기본이지……. 
 B봉돌이며 2B, 3B, 봉돌은 저리로 가려무나.~!!!’





역시, 늦게 걸린 시간대에 이르러서야 애를 태우며 멀찍이 흐르던 
맑은 물색이 주춤주춤 다가 왔고, 망상어가 아니면 감성돔이 분명할,
만재도 답지 않은 입질이 들어왔지만 분명히 알아 볼 수 있었기에 
성공한 챔질로 이어져 오늘의 첫 번째 감성돔 구경을 할 수가 있었고 
두 번째의 입질도 성공적으로 이어졌고 그 다음, 다음번의 입질이 나타날 즈음에 
연거푸 전화벨이 울려댔다.
잠시 꺼두어도 좋겠지만 집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고 온, 전화일지 모르니
확인을 해야 했기에 머나먼 곳까지 귀찮도록 찾아오는 광고 전화는 무시했지만
목포에 있는 선장의 작은 아들은 왜 전화를 했을까?
바로 끊어보았지만 연거푸 이 황금시간대에 다시 전화를 해오니 정말, 만재 사람 맞아?
“음, 지금 입질이 계속 들어오니 나중에 통화하자고~~~~ 끊자~~~!!!!!! ”
할수없이 받자마자 한마디만 하고 끊었지만 등대 밑으로 옮겨서 
낚시를 한다는 민박집 아저씨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물색도 안 좋고 바람도 앞에서 불어 일찍 들어갔다고 했다.
(들어가시던지 말든지……. 정말……. -_-;;)
우리 쪽으로는 이제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될 수 있는 데로 
늦게 배를 보내라고 이르자마자 떡~!!! 하니 나타난 밉살스러운 젊은 선장~~~~!!!!
도대체 만재사람들이 왜 이러는 거야??????
또 다른, 누군가의 벨소리가 울려 퍼지고 배의 엔진소리와 확성기에서 
노랫가락까지 튀어나오니 고기가 아니라, 나라도 어디로 숨고 싶소야......  




역시, 아침에 신경이 쓰였던, 일찍 나가서 차지하고 싶었던 장소에서
서른 마리가 넘는 떼 고기가 쏟아져 나왔다는데 매번, 시즌이면 
마주치는 얼굴만은 익은 팀이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했다.
오늘은 때가 아니라지만 싱싱한 농어 두 마리가 펄펄뛰고 있으니 
접시위로 올라앉게 되었는데 눈치 빠른, 배고픈 들 고양이가 
얻어먹을 것이 있을까 다가 왔다간 끼니가 될 만큼을 얻어먹는 횡재를 했다.
겨울철 농어회가 이리도 쫀득하니 찰 지다니, 민속주 한잔이 달큰하다.
밤을 지새우는 여름철에는 술 한 잔을 할 사이가 없었다며 
이른 봄날에 담가 두었다는 솔잎 향이 나는 술 두병을 
선장이 가지고 내려왔기에 오늘은 만재주의 토속주가 건배주로 등장했다.
지금의 민박집을 다닌 지, 십 수 년나 되었는데, 아줌마는 무엇이 그리 수줍을까?
사위, 며느리 보고 손자까지 얻은 나이이건만 몇 번이고 잡아끌어서야 
어렵게 합석을 하고 술잔을 들었지만 농어회만큼은 먹지를 않는다고 한다.
어느 해인가 농어회를 먹고 크게 탈이 났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여름철이었으니 "아니사키스(Anisakis)"라 불리는 고래회충 때문이었을 게다. 
생선회를 먹고 갑작스럽게 참을 수 없는 복통과, 구토를 하게 된다면 
위벽을 뚫고 나간 고래회충 때문일 텐데 지난해에도 후배가 싱싱해 보이는 
열기 회를 먹고는 한밤중에 난리를 피워 구급약을 주긴 했지만 약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다.
마늘이나, 매운 고추, 생강, 겨자, 식초, 고추냉이도 소용이 없다.
살균이 아닌 살충이 필요 할 텐데 뱃속에 에프킬라를 뿌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일반적인 구충제도 잘 듣지 않는다고 한다.
체했거나 식중독 증상과 비슷한데, 모든 바닷고기는 대부분이 고래회충에 감염이 되어있다.
약간 다른 종류지만 가락시장에 가보니 상자에 담긴 명태의 몸 위로 작은 
구더기 같은 것이 수십 마리나 붙어 있었는데 노모께서는 생선은 으레,
그런 것이라며 끓여 먹으면 괜찮다고 하시지만 딸내미는 절대로 먹으려고 하질 않았다.
돌돔, 우럭, 열기, 볼락, 참돔등 낚은 고기들을 손질하며 내장 부분을 보면 
거의 이 벌레가 있는 것이 보이고, 죽은지 어느 정도 된 물고기라면 간의 외부에서
또렷하게 확인할 수가 있다.
잡은 물고기가 완전히 죽은 것을 회를 뜬다면 감염확률이 높은데
손가락으로 눌러 보아 약간이라도 단단하다 싶은 물고기는 조심해야겠다.
남의 손을 빌리려고 회를 떠주는 집에 가져가면 손으로 대충 눌러 보고는 
싱싱하지 않은 고기라며 횟감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데 
서해중부권인 외연도에서 잡은 참돔을 선착장까지 물칸에 담아 살려 온 것을 
얼음을 가득 채워 서너 시간 만에 공수해 온 것을 반찬취급을 하는 것을 보고 
속이 상한 후배들 중에는 팔을 걷고 나서기도 한다.
“이 씨방 새야~~~ 너희 집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싱싱한데 뭐가 어쩌고 어째? @#$%^&*”




우리의 활어 문화와는 다른 일본의 선어 문화에서는 얼음에 채우는 방법도 약간 다르다. 
우리는 생선위에 얼음을 끼얹는 방법이고 저네들은 얼음물에 담그는 식이니 
어느 것이 더 빨리 냉각될까?
내가 선상낚시를 가면 쿨러 두 개를 가져가는데 하나에는 그 날의 간식거리가 있고
다른 쿨러에는 가루얼음을 가득 담아 가는데, 횟감으로 사용하려는 참돔 한두마리를
철수직전에 내장을 빼내고 바닷물을 절반쯤 부어 얼음물을 만들어 놓은 쿨러에 넣으면
벌레의 위협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고 싱싱하고 찰지게 가져 갈 수가 있는데
이 얼음물의 위력을 알 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가락시장이 생기기도 전인 80년대에 일식집을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취급하는 횟감을 남대문 시장 지하의 도깨비 시장과 마주한 곳에 
횟감용 생선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 있었는데 활어시설이 보급되기 전이었기에 
이곳에서만 싱싱한 일식집용 횟감생선을 전문적으로 취급했었다. 
늦잠이라도 잔 날이면 이미 파장을 하고 물건이 없으니 용산 시장으로 가서 
질이 떨어진 횟감을 구해 가야했는데 양식 광어가 생산되기 전이었는지
잠수부가 잡아 놓은 것을 얼음에 채워 공급했다는데 그때만 해도 서울에만 
수백 개의 횟집이 있었다했고 잠수부가 잡은 광어는 수백마리정도라 
한집에 한 마리씩도 배당이 안 되어 횟감 확보가 전쟁 수준이었다고 했다. 
결국 생각 끝에 도다리를 유리 수조에 담아 놓으니 광어와 도다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손님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살아있는 광어가 있다’며 
놀라워했으니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세상이라지만 사람들이 순박했던 건지........
남대문 시장에서 얼음에 채운 참돔을 구해와 손질을 하던 친구가 
벌레가 나왔는데 한번 보겠냐고 칼끝에 얹어 보여 준 것이 작은 
회충같이 생긴 벌레로 "아니사키스(Anisakis)"라 불리는 고래회충 이었을 게다. 
어쩌다 회를 잘못 먹었다며 배가 아프다면 이 벌레 탓이라고 했다. 
가끔 살아있는 것도 있고, 대부분이 죽어 있다는데 매개체가 죽은 지 오래되어 
체내로 산소 공급이 안 되어 따라 죽었기 때문인데 신경을 써서 손질을 하기도 하지만 
손님들이 몰려오는 저녁시간대까지, 카운터에 있는 유리 케이스에 
떠낸 살덩어리를 넣어 두면 별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생선살 덩어리에서 모양 있게 살점을 떠내면서 가끔씩,
칼날로 슬슬 긁어서는 수건에다 문질러 대는 것이 이물질이나 벌레를 
발견한 모양이고 냉각상태의 유리케이스에서 이미 꽁꽁 얼어 죽었을 테니 
큰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혹시, 갯바위나 민박집으로 돌아와서 회를 먹고자 하면 살아 있는 상태에서 
머리를 자르고 재빠르게 내장부분부터 깨끗하게 긁어내면, 벌레가 물고기의 
몸속으로 들어갈 시간을 주지 않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살려온 횟감을 전문점에 주고 손질하는 순서를 보면 머리를 먼저 잘라내고 
내장을 재빨리 적출(摘出)해 내는데 피를 빨리 빼낼 수도 있지만 혹시나 있을(거의 있지만)
벌레가 말썽을 피우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지 싶다.
그나저나 이슬을 과하게 덮어쓰면 잠을 일찍 자고 너무, 일찍 깨는 습성이 있는데 
어쩌자고 늦도록 마셔 대는걸.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