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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5. 아듀~! 2011년 만재도 (또 한 번의, 마침표를 찍고, )

by 찌매듭 2011. 12. 29.



 
어제는 늦게까지 먹고 마시고 떠들며 입 낚시를 심하게 했더니
잠도 늦게 잤지만 새벽 3시에 잠이 깨었다.
오지 않는 잠과 씨름을 하다간, 또 설핏 잠이 들긴 했지만 어느새 날이 환하게 밝았다.
입이 깔깔하기에 콩나물국이 나온 아침밥을 반 공기쯤 먹고는 
잠시 쉼터에 내려가 걸린 고기, 한번 보고, 파도가 끝도 없이 밀려오는 
바다를 쳐다보다 한숨을 내 쉬고는 다시 민박집으로 올라와 
애꿎게 등짝만 지지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가 점심을 먹고는 
건너편 방파제로 가보기로 한 것이, 어젯밤에 민박집 아저씨가 건너편에서 
고기를 낚았다는 검증되지 않은 말에 낚인 일행이 보채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뭐, 물 있으면 고기 있고, 고기 있는 곳에 물이 있는 것 아니겠어?
망상어 구이 백반을 점심으로 하고 민박집 아저씨는 뒤꼍으로 가서
학공치라도 낚아 오라고 내몰았다. 학공치가 빠져 나갔기에 안보인지 
오래 되었다며 없을 거라며 뒤로 빼었는데 농어회 먹고, 홍합, 거북손도 먹었고, 
돼지까지 먹었으니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을 텐데 오늘도, 횟감이 없는 날을
보내겠는가고 몰아 세웠더니 마른 고기라도 먹으면 될 것 아니냐며 약을 올렸다.
눈에 안 보이는 학공치는 깊은 곳에 있으니 수심을 많이 주고 살살 불러내면
1월까지는 잡히더라고, 어르고 달래어 뒤꼍으로 보내고 일행과 건너편으로 나서보았다.




“좌르르~~~~~”
몽돌을 내리 훑고, 올리 훑는, 경쾌한 소리를 들으며 무거운 밑밥 통은 
일행에게 지워 앞장을 세웠고 혹시라도 늦게라도 고기를 만나, 어두워질 때까지 
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에 플래시와 마실 물에 간식까지 챙겨 들었지만
어제 보다 바람이 더 세차고 춥기에 걸음을 떼어 놓자마자 후회스런 마음이 점점 커졌다.
발밑을 노리다가 혹시라도 바람에 몸 중심을 잃을까봐 쇠기둥까지 껴 앉고
투혼을 불태워 보았지만 빗방울이 날리고, 진눈깨비로 변하더니 눈보라까지
몰아치기 시작했다. 바지에 붙었던 눈이 물로 변하여 신발 속으로 들어가 
양말까지 적셔대니 발이 시려 오기 시작했고, 파란 하늘이 보였다 안 보였다
반복을 하니, 도대체 이런 날이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여?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이여????
만재도를 다닌 이래 눈 구경, 또한 처음일세.......
눈보라가 흩날리는 바람찬 방파제에서 목을 놓아 불러 봐도 
고기는 보이지도 않고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 됐으니 좀, 더 
버티어 보겠다고 계단 골창에 밑밥 편하게 뿌려 넣으며 
바람의지 되는 곳에 숨어도 보며 해질녘까지 버텨 보았지만 
자잘한 노래미와 우럭 몇 마리.......  
체온이 좋기에 좀 더 버텨 보기로 하고 내만 권에서는 상상도 안가는 
고부력의 5호찌가 ‘솨~~~ 악~,’ 들어가기에 ‘무엇이 와도 왔구나. 
좋아 하기도 했다만 역시, 자잘한 우럭과 노래미뿐이었다.
파도는 바다를 아름답게 느끼게도 해주지만 우리에게 위협을 주기도 한다.
어제와는 달리 이미 키가 높아질 데로 높아진 파도는 이끼 낀 바위를 
덮고 있었고 부서진 물보라는 바람에 흩어지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서로 눈치만 보다가 어두워져서야 채비를 거두었고
자갈밭을 건너면서 가로등이 켜지더니 쉼터에 올라서자 순식간에 어두워져 버렸다.




집 마당에 들어서니 얼렐레????? 뒤꼍으로 갔던 아저씨가 으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손가락을 오므리는 것이 제법 굵은 학공치를 수십 마리나 낚았기 때문이었는데 
‘어우~~~~!!! 저, 거만한 표정~~~!!! ^^;;’
“수고들 하셨어라~~~, 먹을 만큼 썰어 놓았으니 나중에 씻고 위장부터 덥히시자고 들…….”
무료했을 다른 집 손님들도 학공치라도 잡으려고 왔었다는 데 잠시 해보다간
돌아 가버렸고 수심을 2미터쯤 깊이 주니 정신없이 물어댔다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편한 뒤꼍으로 가서 굵다란 학공치나 수백 마리 낚아볼껄~~~!!!!! ^^;;
오랜만에 학공치 구경을 한다며 내려온 선장님도 연실, 회도 달고,
이슬도 달다하니 어째, 이 밤도, 일찍 잠들긴 틀리지 않았겠어?
오늘도 우리돼지 한 돈의 목살이 푸짐하게 구워져 나왔고 텃밭에 남겨 두었던 
배추도 올라왔고, 이제는 익숙하게 마주 앉기 시작한 아줌마가 연거푸 
잔을 기울이기 시작하자 눈치를 보던 선장님이 슬그머니, 먼저 일어났기에 
모두들 따라 일어나 방으로 내빼 버렸다.
(아줌마가 발동이 걸리면 만재도가 흔들리고, 내일 아침밥도 건너뛸지도 모르나니…….)
방안에 이상한 홍합껍질이 하나 놓여있었는데 크지도 않은 것에 
산호가 이리 붙어 자랐다니 참말로 신기한지고…….
신기한 구경거리라고 생각한 아저씨가 가져다 놓았나 보다…….
가만있어라, 머리를 보니 쑥대머리, 귀신형상이니 오늘은 벅~, 벅, 좀, 감아 볼까나?





몇 번이나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새날이 오긴 왔네 그려만,
여덟시가 넘었는데도 밥줄 생각을 안는 것이 아줌마가 과음을 하셨을까나?! ……
그런대로 잔잔해 지긴 했으니 어디 바람 피할 곳으로 낚시를 가기로 했기에
늦은 아침밥을 먹고 전원이 배를 타고 적당한 곳을 찾아 포진하였지만
물이 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내가 내린 곳은 자리는 편하나 크게 꼼짝을 할 수가 없는 곳이다 보니 
사진을 찍을만한 공간도 안 나오고 영, 심심하게 시간을 보내야하니 문제다.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도 같은 순간인, 만조시간이 되기도 전에 
다른 집배가 앞에까지 다가와서는 젊은 선장도 낚시를 하니 우리 배로
들어가자고 재촉을 하기에 할 수없이 짐을 싸야했는데 어느 누구도 
고기구경을 한사람이 없으니 오늘도 헛걸음을 하고야 말았다.
(정말, 남의 살 먹어보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네 그려........)
이제는 지겨워진 우리돼지 한 돈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저녁밥상에 올라왔지만
아무도 젓가락이 가질 않는다.
‘싱싱한 회를 주셔, 회를~!!!!!!!!’





삼일동안이나 안 들어왔던 낚시점의 배가 내일은 태도를 들러서 한척, 
만재도로 한척, 두 척이나 들어온단다.
내일은 날씨도 좋아져서 어디든지 갈수가 있다며 민박집 아저씨, 
노선장과 젊은 선장, 또 옆집의 선장까지 모두 모여서 머리를 짜낸 것이 
오전 시간대에 가장 유망할 먼, 부속 섬으로 가보기로 결정을 보았는데 
워낙, 새똥이 많은 곳이라 조류독감의 위험성이 염려되긴 했지만 
진밥, 더운밥 가릴 사정이 아니질 않는가?!
새벽 같은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너무도 이른 아침밥을 콩나물국에 말아 
마시듯이 훌~ 훌, 넘기고는 일찍, 섬의 집들이 있는 골목길로 나왔다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좁디좁은 길은 새벽 해무가 조금, 내려앉았지만 
지나가는 바람결에 금세 흩어졌다. 배를 타기 위하여 방파제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회상을 해보면 언제나 빠르기만하고 숨이 가쁘게 
앞으로만 내몰리던 우리네 삶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 졌달지 모르지만 
어쩌면 더 많은 것들을 잃고 놓쳤는지도 모른다.




방파제를 빠르게 빠져 나온 배를 타고 어두운 갯바위에 내리자마자
찌 구멍에 미리 꽂아두었던 캐미라이트를 꺾어 들었다.
역시, 일찌감치 내려 자리를 선점한 푸근한 욕심 같은 욕망,
원치 않는 고기들이 연거푸 찌를 끌고 들어가며 고기가 잡히겠다는
따뜻한 체온을 손바닥으로 전해 주기에 희망을 가지고 눈에 힘을 올렸지만
날이 밝으면서는 잔고기의 입질마저 끊기고 말았다.
아무리 썰물 포인트라지만 맑은 물이 들어오기 시작해야 빛을 볼 터이니
내년의 여름날을 위하여 라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지난 여름밤에 기쁨을 주었던 자리도 다시 둘러보니 새로웠고 
앞뒤로 넘나들며 모아 놓은 고기가 절대로, 빠져 나가지도 않을 
깊고 옴팍한 자리도 두어 곳을 봐놨으니 새천년의 여름날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른, 두어 곳의 수심을 체크해 보니 발밑부터가 십여 미터가 나왔으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채비로 초보자를 세워놓는다 해도 찬거리의 고기나
썩, 크지 않은 돌돔은 마릿수로도 나올 만 곳도 눈여겨보았다.
워낙 농어 포인트로는 유명한 곳이다 보니 원주민이 주낙을 매일 같이 놓는 곳이지만
그만큼 고기가 많기에 찾는 곳이 아니겠는가…….
무언가를 보여 주어야겠다는 쓸데없는 부담감으로 거센 바람을 맞으며 
악전고투하는 민박집 아저씨가 버티고 있는 자리는 오늘은 마땅한 자리가 아니기에 
큰 소리로 불러올려 간식타임을 갖고, 내가 있는 옆자리로 옮기게 하였다.
이제, 이 섬에 머물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우리를 태우고 뭍으로 나갈 뱃시간을 확인하고는 남은 시간동안 
정성을 쏟다보니 고기구경을 하게 되었는데 평소에 알고 있는 
자리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거푸 고기가 모습을 보였다.
민박집 아저씨가 큼지막한 것을 걸었는지 엄지손가락을 곧추 세우는 
멋진 포즈를 보내왔기에 도움을 주려고 뜰채를 대는 순간, 고기가 없어져 버렸다.
내가 뭘, 잘못하여 고기 주둥이를 들이박는 심통증이 나왔었나?
채비를 확인하니 4호 바늘이 부러졌단다.
‘망할 영감쟁이, 튼튼한 바늘을 쓰라니까........’
6호 바늘을 하나 건네니, 너무 크다고 5호를 달란다.
(주낙바늘이 얼마나 큰데도 작은 노래미까지 팍, 팍, 물리는데…….
 오늘까지 모든 고기를 6호 바늘로 잡았다니 미심쩍어하는 눈치니
 저 아저씨, 정말, 만재도 사람 맞아???????)
뭍으로 나가는 뱃시간에 쫓겨 초조해 하며 시간을 확인하는 
이런 낚시는 이미, 낚시가 아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조금 이르게 배를 불렀다…….




간단한 씻음과 따뜻한 점심식사……. 
도움을 주지도 못했는데 깨끗하게 손질하여 담은 
홍합 몇 봉지와 해풍에 말린 물고기, 
검은 비닐 봉지에 담긴 이건 또 무얼까?
만재도에서 힘들게 키웠을 고구마까지…….
아줌마는 점심밥을 먹는 사이에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어 뱃터에 내려다 놓았다.
날씨가 좋으니 어디론가 물일을 가야하기에 못 보아도 섭섭해 말고
잘들, 올라가시라며 물옷을 입고 휑하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선장의 아들이 뭍으로 가는 배안까지 짐을 미리 실어 두었기에 땀을 흘릴 것도 없었다.
내년을 기약하며 멀어져 가는 섬과 사람들…….
만재도를 떠나온 배는 어두워지기 전에 목포의 북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몇 번에 걸쳐 차에 짐을 싣자마자 태양이 수평선 아래로 사라졌고
간간이 이어지는 구름에 가리워진 하늘의 주홍빛 노을이 내려 앉은 바다로 
아쉬운 마음을 보내다, 차바퀴가 구르며 내내 스치던 바다가 멀어지고 있었다.
또 한번의 마침표를 찍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