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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6.만재도의 특별한 여름(사력을 다하여 마지막 밤의 춤을....)

by 찌매듭 2012. 8. 30.
간밤의 비 폭탄에 낚시가 너무나도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 빨래꺼릴랑 그대로
모두 집어 던져 놓고 뒤집어쓴 물기가 마르기도 전에 대충 밥 한술만 뱃속에 
밀어 넣고는 바로 잠이 들었나. 본데,
깊이 잠들었기에 또 한 번의 헬기 소리를 듣지를 못했다.
동내 할머니 한분이 폭염을 못 이기고 쓰러졌기에 구급 헬기를 불렀다는데
전번에 혼났기에 더 큰 헬기를 보냈는지 소리가 더 요란했다는데도 전혀 
듣지를 못했으니 죽은 듯이 고단한 잠속에 빠졌었나 보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맑게 갠 하늘이 보였기에 서 씨 아저씨는 다시 한 번 
투혼을 불태우려는지 ‘오늘밤에는 어디로 가겠는가? 고 물어왔다.
‘영감쟁이가 기력도 좋지……. 어제의 그 고생을 잊고 또 낚시 갈 궁리를 하다니…….’
지쳐서 흠뻑 젖은 짐 가방을 들 기운도 없다니 젖은 짐을 말리려면 
따끈따끈한 갯바위가 제일이라며 어서 정신을 차리라고 재촉이 심했다…….
솜에 젖은 듯이 천근만근은 나갈듯한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지만 
오늘밤에는 눕기라도 편한 곳을 찾아야겠기에 본 섬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기왕이면 고기도 잡히는 곳이 좋지 않겠어???
방파제를 바로 벗어 난, 가까운 곳으로 손짓을 하여 배를 세우니 이틀 전에 
김 영감님이 공탕을 쳤던 부근이다 보니 서 씨 아저씨는 마땅치가 않은 눈치였다.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고 의외의 장소에서 고기가 나오는 법이고,
아직  바람도 사나우니 안전하고 공탕 없는 자리가 제일이라고 우기며 
고기는 몰라도 용변 보기에는 이만한 자리가 없다며 먼저 갯바위에 올라서니 
마지못해 따라 내리는 기색이었다.
자리만을 놓고 보면 특정한 날에나 큰 참돔이 한번 지나갈까? 보기에는 고기가 
붙을 지형이 아니긴 하지만 편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공탕 없는 손맛을 
즐기기엔 이만한 자리도 없을게다만, 
또 알아? 조금만 욕심을 비운다면 반찬 보따리 채우기는 어렵지가 않고
흔해빠진 돌돔도 방법만 안다면야. 몇 마리는 구경할 수가 있는데.......
어젯밤 단단히 혼이 났었기에 서 씨 아저씨는 파라솔 세트부터 펼쳐 들었는데
콩 못도 여러 군데 단단히 박아가며 단단히 잡아줄 끈을 묶으면서 뒷 가림막도 있었는데 
어젯밤에는 경황이 없다 보니 미처 생각을 못했었다며 가림막 까지 설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어째, 너무도 날이 맑은 것이 오늘밤만은 우산도 필요 없을 것 같다만, 하늘 일을 
미약한 인간이 어찌 알까 싶어 아저씨 하고 싶은 데로 마음껏 하시라고 붙들어 주다가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다 보니 고기 몇 마리 놓쳤다 싶은 생각이 드니 거, 
사람 욕심 끝이 없네. 그랴~~~~
흠뻑, 빗물이 스며든 가방속의 물건들을 펀펀한 갯바위에 몽땅 쏟아 놓고 말리다 보니
위험스러워 보이는 곳에 섬 아줌마 한 분이 거북손이며 따개비 채취에 한창인 모습이 보였다.
쪽 고무신만 신고도, 험준한 절벽 갯바위를 날렵한 산양같이 타고 다녔는데 
서 씨 아저씨는 그 광경에 넋이 나가버렸나 보다…….
‘오메, 오메, 갯바위 신발을 신고도 쩔쩔맬 곳을 허름하니 벗겨져 나갈 
 고무신만 신고도 머리에 짐까지 이고, 들고, 저리도 날렵하게 옮겨 다니다니....... 
 놀라운 무공의 소유자겠지??????‘
잠시 쳐다보다간 안달이 났는지 ‘제발 좀, 조심하시라고’ 소리를 지르니
별스런 소리를 듣는다고 의아해 하는 것 같던 아줌마가 염려 말라는 표시로 
손을 흔들어 보여 주었고 잠시 후에 온 배를 타고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섬의 이장이 군데군데 아줌마들을 내려 주고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용케도
물이 차오르기전의 타이밍을 기가 막히도록 맞추어 데리러 오니 손발이 척척 맞는 정도를 넘어
첨단 IT 기술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도 없는 신기하고 경이롭기 까지 한 커뮤니케이션이 있는 것이다.
뭍의 아줌마들 같으면 천만에, 콩떡, 만만에 팥떡 같은 일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 씨 아저씨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오래도록 혀를 내둘렀다.



짐을 말리려고 제법 시간을 보낸 후에야 낚싯대를 펼치게 되었는데
‘그럼, 그렇지, 어디로 가겠는가?’
돌돔, 쏨뱅이, 우럭, 농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려 올라왔다.
곧추세우는 낚싯대가 파라솔에 자꾸만 닿아 불편해 하는 걸 보던 서 씨 아저씨가
‘날이 맑은 것이 오늘은 파라솔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며 접어 버렸기에
편하게 고기를 끌어 올릴 수가 있었고 물높이도 적당하니 차올라 직접 뜰채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
연속해서 고기를 낚아 올리자 ‘모든 것이 자리 탓이라’ 며 한탄을 하는 서 씨 아저씨에게 
너무 길고, 무겁고 둔탁한 장비만 믿는 맹신을 깨지 않는 한 고기 구경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하니 그제야 내가 어떻게 미끼를 꾀고 채비를 했는지 눈여겨보는 눈치였다. 
어두워져서도 계속 고기를 끌어내니 ‘바로 발밑에 고기가 지나가는 턱이 있는 게라’ 며 
자리 탓만 하니 자리를 바꿔주어야 정신을 차리려나 보다.
바늘에도 원인은 있는 거라며 축광용 바늘을 보여 주니 ‘그런 바늘을 어디에서 구하냐’ 며
‘두어 개 달라’ 는데 목포의 낚시점에서 아저씨가 몇 번이나 만지작거렸던 것이외다…….
이미, 작년보다 값이 오른 지렁이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썩어 문드러져 
버린 지가 오래되었으니 크릴로만 낚시를 해야 했는데 ‘내 바늘만 빛이 난다’ 며 
‘시원치 않은 바늘을 주었다’ 고 지청구네, 저 아저씨…….
잠시, 플래시 불빛을 쪼여 주어야만 빛이 바늘 안에 갇혀 한 번의 던짐에만
유효표를 얻을 수 있다니 그제야 무릎을 쳤다.
미친 것 말에도 건져 들을 말이 있고, 어린 아이에게도 배울 것은 있는 것인데…….
갯바위를 돌아 나간 채비를 더 이상 사정거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진득하니 붙들어 주면 
지나가는 고기라도 만날 수 있다며, 옆의 지형 같다면 그런, 붙들기 방법이 주효하다고 
일러 주니 ‘아무리 붙들어도 물어 주는 고기가 없으니 헛말이 아니냐? 고 또 
딴죽을 걸어오는데 ‘밑 봉돌을 더 무겁게 해야죠?! 아자씨!!!!!
밤이 깊어가며 별빛만 더 또롱해지기에 거추장스러워진 파라솔세트를 아예 거둬 버리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더 넓고 편해 졌다.
잘 달구어진 구들장 같이 따끈하고 편한 지형이었으니 이미 말리 운 짐들일랑은
잘 정리해서 담아 두었으니 간식이나 챙겨 먹으면서 밤늦도록 잔재미를 보다간 
고등어 떼가 또 들어왔기에 채비를 거둬 놓고 편히 드러누워 편한 시간을 갖다보니 
어제의 고생이랑을 조금은 잊을 것 같다.



어둠이 깔리며 앞에 보이던 다른 부속 섬의 또렷했던 윤곽이 흐려지면서 
짙어진 밤의 어둠이 더 없이 좋기만 하다. 이런, 또 하나의 행복이 어디 있겠노?
이렇게 조용한 행복에 젖어 혼자 외롭게 있어도 공해에 찌들어 별을 
볼 수 없는 도시와 달리 이곳에서는 별을 헤며 밤을 지새우기에 
여름은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계절이다.
조금은 뛰어 다닐 수도 있을 정도로 자리도 편하지만 용변보기에는 또 이런 곳이 없지 싶다.
쪽진 터에 한껏 다리를 벌리고 앉으면 으스스한 것이 나온단 똥도 도로 기어 
들어갈 것 같지만 워낙에, 잠자리를 옮기면 변비가 심해지는 통에 볼 일을 
본적은 없었다만, 서 씨 아저씨는 과감하게 허리띠를 풀어 헤쳤다.
풀벌레 산 가득 울어 
캄캄하게 귀먹는 밤,
저녁밥 먹고 똥마려워
어슬렁어슬렁 강변으로 똥 싸러 간다.
물가 바위에 똥처럼 쭈그려 앉아 
시원하게 똥을 싸며 
어둔 강물이랑 
강물에 뜬 별이랑 
어둠 속에 박힌 하얀 풀꽃들이랑 
캄캄한 앞산 뒷산이랑 둘러보다가 
소쩍새 소리 간간이 들으며 
턱 괴고 세상만사도 생각하며 
끙끙 힘을 쓰는데, 
이상하다 이상하다 
아까부터 뒤가 스멀스멀 근질간질 이상하다 
“어떤 잡놈이냐?”
“점잖은 어른이 뒤보는데 
 어떤 놈이 훔쳐보느냐? “
밑 닦을 쑥 뜯다 엉거주춤 
뒤돌아보니 
엉! 
달이구나 
저 산 삐죽이 얼굴 내미는 늦달 과 반가운 물결이로구나. 
                                                      <김용택의 ‘뒤를 보며’>



아침이 되어서는 냉수대가 들어왔는지 물 밖의 기운에서도 ‘싸~!’ 하니 냉기가 돌았기에
일찍 철수를 하려고 낚싯대를 접었더니 내자리가 그럴싸해 보였는지 서 씨 아저씨가 
자리를 옮겨갔지만 아직도 감이 안 오는가 보다…….
밤새, 서 씨 아저씨가 앉았던 자리로 옮겨가서는 물이 줄었기에 약간 긴, 7미터짜리 장대를 
다시 뽑아 들고는 두어 번의 던짐에 바로 돌돔을 한 마리 낚아내게 되었는데 크릴 미끼에 
삼단 입질이 들어왔었다.
약간 숙어지는 듯한 느낌에 조금 더 두었더니 조금 더 숙는듯했고, 세 번째의 
간사한 숙임에 챔질을 해보니 여태껏 낚았던 돌돔 중에 가장 큰 돌돔이 걸려 나왔다.
결코 자리차이 때문이 아닌, 방법의 차이일 뿐이라고 곰곰이 생각해 보시라는데 배가 왔다.
민박집 아저씨가 어딜 갔을까? 낚아온 고기 손질을 거들어줄 생각도 안하고…….
대충, 고기 손질을 시작 해야만 했는데 서 씨 아저씨가 이곳까지 와서 돌돔 회를 
못 먹어 본다고 안달을 하기에 아침에 낚은 돌돔이 아직 싱싱하니 떠 자시라고 내놓으니 
고기 손질이 끝날 때까지 얼음병위에 놓아두었다가 신이 나게 민박집으로 가져 올라왔지만
귀차니즘이 일어났는지 민박집 아저씨는 농어회 한 접시를 떠두었으니 그것이나 자시고들
힘들게 잡은 고기니 집에나 가져가라며 뒤돌아서며 밥상을 들여왔다.
간밤에 내려 두었던 열기 그물을 거둬왔기에 방파제에서는 온 동내 사람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큼지막하긴 하지만 멸치가 열기 그물에 아가미가  걸려 나온 것 것도 신기했지만
삐죽하니 삐져나온 뿔 때문에 그물에 걸려 든 소라는 또 어떤 맛일까?
미끼 보충이 될 그러모은 멸치에 굵은 소금을 훌, 훌 뿌려 놓고는 다시 민박집으로 
올라가 잠을 청하며, 마지막 밤이 될 오늘은 또 어디로 가야할까?



지난번 언젠가 엄청난 돌돔 입질을 보았다는 곳을 고집하는 서 씨 아저씨를 따라 내려보니
볼락 굴 앞으로, 오늘 같이 뒷 너울이 많아 텅텅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날이라면
잡고기 한 마리 구경하기가 어려운 곳이었기에 고집을 세우는 서 씨 아저씨는 남겨 놓고
잔잔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보기로 했다.
어지간해서는 자리를 안 옮기기에 자리를 옮겨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도 처음이다 보니 
택택이 배로 그물을 놓으러 가려던 민박집 아저씨와 아들이, 급히 달려와 주었기에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지만, 옮긴 곳이 해가 수평선에 가라앉을 때까지 
해를 마주 보는 곳이다 보니 손잡이가 부러진 우산이나마 꺼내서는 뒤돌아 앉아
오래도록 곱디고운 얼굴을 태우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만 했다.
위쪽에 원투 꾼이 자리를 잡은 것이 보였는데 어떠한 수확이 있을까?
해가 어느 정도 기울어서야 채비를 펼칠 수가 있었는데 쪽진 지형이 깊다 보니
돌돔 보다는 쏨뱅이나 우럭 같은 고기들이 몰려들겠다만 그래도 줄무늬 고기가 섞여 나왔다.
역시 돌돔은 어디에나 깔려 있는가 보다.
십여 년전에 택택이 배를 타고 자리를 찾다가 물속을 내려다보니 마치, 
잠수함을 타고 들어온 듯, 물속의 바닥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인 적이 있었는데, 
갯바위를 조금만 벗어나면 온통 뻘밭이라며 누가 호들갑을 떨었을까?
방송프로그램에서와 같이 카메라로 바다 물속을 비추어주듯 바위며, 물속 풀이며 
지형이 훤하게 보였는데 만재도의 전체가 그런 지형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뻘물이 흐르니까 지형이 뻘밭이라고들 하는데 태곳적부터 뻘바닥을 거센 바닷물이 후벼 팠다면
뻘도 벌써 바닥이 났을 테니, 뻘밭은 고사하고 맨들하니 바윗돌 형상이 
보이는 것이 남산이나 아차산에 온 것과 같은 지형이었다.
간여 사이로도 달빛이 밝은 날이면 유조선만한 크기의 넙데데한 바위가 있는 것이 보였는데
그래서 그 위로 흘러가는 동안은 입질이 없었고 더 멀리나 가야 입질이 있었지만
채비가 걸려 끊어져 나갔기에 발밑에서만 입질이 있었던 게다.
귀신을 만났던 그날 밤에는 달이 머리위에 있는 시간대였기에 말은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는데 수심 대를 대충 짐작하면서 유독 깊었던 입질에만 제대로 챔질이 
되었던 것도 원인이 있었던 것인데 그 자리에 내려 낚시를 했다는 선장의 직은 아들이
신앙의 깊이가 아직 깊지 않았기에 두려움이 있었지만 고기에 대한 욕심이 더 앞서다 보니
뒷불을 비추어 놓고 밤을 지새웠다는데 불빛색의 영향이 컸다고 한 이유도 물색과 지형에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처음 그 자리를 찾아 갔을 때는 일행이 그럴싸한 자리를 먼저 선점했기에 마땅한 자리를 찾다가
그럴싸한 그 곳을 발견하였지만 네 번씩이나 짐을 옮겨야 하는 힘든 일이다 보니
잠시 땀을 식힌다고 주저앉았다가 크릴이 가득 든 밑밥 통이 굴러 떨어지는걸. 잡지 못했기에
건져내려다 보니 뚜껑이 열렸는지 밑밥이 한 번에 쏟아져 버려 주위가 뿌옇게 물이 들었는데
초저녁에 보았던 처녀귀신이 신민아와 같이 예쁘장했는지는 확인할 여유가 없었지만
통 큰 밑밥 주기가 주효했었는지 밤늦게 돌돔 떼가 들어와 큰 재미를 본적이 있었다.
멀리 간출여가 하나 있어 농어가 들어 올 시간이 됐겠다며 엄청나게 큰, 농어바늘에
청갯지렁이를 여러 마리 달아 던져 본 것이 엉뚱한 방향으로 자꾸만 밀려왔기에
잠시 그대로 두니, 농어입질 같은 예신 끝에 스멀스멀하니 잠겨 들기에 챔질을 해보니
농어도 아닌 것이, 우럭도 아닌 것이, 이상한 당김 새로 저항을 하다가 끌려 나왔는데
엉뚱하게도 돌돔이었다. 돌돔이 미끼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라는 건 알겠지만
엄청나게 큰, 농어 바늘에 걸려 나오다니????
아주, 우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청갯지렁이를 덧달아 다시 던져 넣으니 또 같은 입질 끝에 
역시 돌돔이 물고 나왔다. 세 번째의 돌돔을 낚아 들고서야 달빛이 비춰주는 물속지형을 보곤,
돌돔 떼가 들어왔음을 직감했고, 케블라 목줄로 묶은 돌돔바늘로 바꾸었고 미끼도 
파란색에서 빨간 색으로 바꾸면서 늘어트리지 않고 단번에 물수 있도록 단정하게 매만져
던져 넣으니 들어 가는대로 입질로 이어졌다.
더욱 시원한 입질로 형태가 바뀌었지만 전지 찌의 불빛이 완전히 물속으로 깊이 사라지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 챔질을 해야만 제대로 걸려 나오는 것도 이상했지만 빨간 전지치 보다는
푸른 케미라이트를 이용한 막대찌에 더욱 입질이 잦았는데, 이미, 수도 셀 수없이 많은 돌돔을 낚았기에 
이리저리 색갈 테스트를 해보는 여유를 부릴 수가 있었겠지만 낚시를 다니며 이상한 경험을 또 하나 지니게 되었다.



농(弄)월(月)은 한 잔술로 달을 희롱한다는 말이니 월(月)해(海)는 바다에 비친 달이렸다.
이런, 이런……. 달이 둥근 것이 보름께였던가 보다. 민물낚시에서는 달이 낚시에 끼치는 
영향이 그다지 크다 하진 않아도 그림자라도 조심해야만 대물구경을 할 수 있는데
바다에서는 그믐사리와 조금사리의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많은 경험자들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하필이면 정해 놓은 날에 바람이 불고 날씨가 사나워서 움직이질 못하였다면 
할 수 없이 시간이 허용되고 날이 안 좋은 날임에도 움직일 수밖에 없기도 하다.
유독 달이 영향을 끼친다는 갈치낚시에 있어서도 월명에 좋은 조과가 있기도 하고 
언젠가는 머리위에 보름달을 이고서도 서른 마리에 가까운 돌돔을 밤낚시에 낚아내기도 
했으니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저 고기가 허기진 날이 걸리기만 한다면 보름이 무슨 상관이고 그믐이 무슨 상관일까?
경록 군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 멀리에선 돌돔이, 발밑에서는 던져 넣는 데로 큰 우럭이 
덤벼들었다는데 파란색 전지치가 유효했다며 푸르른 찬가를 목포의 식당에서 꺼냈었기에
낚시점에 들렀던 일행들 모두가 파란 전지치를 몇 개씩 집어 들었는데
나도 집어 들었었나? ^^;;
밤이 되자 드센 바람이 달려들어 대를 붙들기도 힘드니 뒷벽을 기어올라
민박집으로 돌아가 편히 잠이나 잘까,
다른 집의 배도 불을 켜고 다니며 손님을 데려가기에 민박집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어
나도 들어가고 싶다고 하니 벌써, 한잔씩들 하고 쓰러진 모양이라며 나갈 수 있는 배가 없다며 난색을 했다.
뒷벽을 기어올라 등너머를 넘어 가볼까 생각중이라니 펄쩍 뛰며, 염소도 힘든 지형이라며 절대로,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그래……. 내가 염소 할배도 아니니, 하룻밤 더 고생해 보지,,,,,,,’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에 손잡이 부러진 우산이라도 찾으려니 해가림 끝에
갯바위에 두었던 것이 너울이 밀려와 끌고 가버렸다.
다행스럽게도 비가 그친듯했는데 건너편에 자리를 잡은 서 씨 아저씨는 호우가 
쏟아져 고생중이라니 불과 삼백 미터 거리차이에 이렇게 기상이변이 심하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모든 채비를 거둬놓고 높직이 올라 앉아 도시락을 절반쯤이나 먹다간 치워 버렸고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다가 훤하기 전에 잠시 잠잠해져 다시 펼치기 쉬운 손 장대 하나로
반찬거리를 추가했지만 일찍이도 다가오는 배를 보곤 바로 짐을 꾸려 배에 올라 
서 씨 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는데 그 악조건 속에서도 몇 마리 수확이 있었다는데
잠시 잔잔해 졌을 때에 볼락이며 쏨뱅이를 낚다가 제법 힘을 쓰는 돌돔도 낚아들게 되었다는데
엇 저녁에 눈 여겨 보았던 채비를 흉내 내어 효과가 확실함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야 
또 다른 낚시세계가 눈에 뜨인 것 같다며 올라 가는대로 무겁고 둔탁한 사람 잡기 딱 맞는
길고 무거운 돌돔 대를, 짧고 가볍게 개조하여 다음번을 벼르겠다고 했다.
위쪽에 내렸던 원투꾼들은 어떠한 수확이 있었을까?
한두 마리에서 서너 마리까지의 수확이 있었는데 큰 돌돔을 만났을 때
잡아낼 수 있는 확률이야 당연히 높겠지만 꿰미에 들고 있는 것의 크기를 보면
그나내나, 비슷하긴 하지만 마릿수가 적은 것을 보니 손 재미는 없었을 것이다.
큰 오짜배기 한 마리보다는 여러 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짜배기 네 마리가 
훨씬, 나은 것이 전해져 내려오는 낚시 속담에서와 같이 ‘입질 세 번에 날밤 새운다’ 는 
재미가 바로 그 것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