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만재도 外傳 1. ( 그곳이 어디메뇨?! )

by 찌매듭 2011. 9. 21.


 
목포에서 흑산도까지 들어가서 하룻밤을 대기해야만 다음날 아침에 가거도를 가는 
배편에 오를 수가 있었는데 선임자들이 술안주로 홍어라도 몇 점 곁들여서 
막걸리까지 사발로 퍼붓다보면 방안에는 쾌쾌한 냄새가 가득했고, 코고는 
소리까지 요란하여 선잠을 자기가 일수였다. 
별난 고생을 해가며 한동안 가거도를 다녔지만 그렇다고 매번, 고기를 잡는 것도 아니었다.
고기를 잡겠다는 욕심에 팔뚝 굵기 만한 글라스롯드 낚싯대를 들고 버텨보지만
두어 시간쯤 지나면 천근만근 무게가 느껴지고, 자잘한 고기만 두어 마리쯤, 낚아내면
이 짓도 점차 지겨워지며 생선을 사먹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
가거도 라고 별것이 있을까, 교통이라도 좋던지……. 
하기야 짐 잘 나르겠다, 잔심부름 시켜 먹기도 좋으니 약간 버릇이 없어도  
넘어가 주었겠지만, 뜰채 도우미 1순위에다, 험한 갯바위에서 라면 끓이고, 
커피 대령하고, 항상, 이런저런 준비물로 뻑적지근하게 채워져 있는 쿨러속에는 
남대문 도깨비 시장에서 구해온 양놈표 캔 맥주 같은 것이 시원하게 들어앉아 
있기도 했으니 함께 내리고픈, 팀 메이트로는 나름, 각광을 받기도 했겠지만
점점 어깨, 팔, 허리며, 온몸이 쑤시고 결리는 건 무슨 일이람? -_-?;;
선임자들이 가끔씩 큰 고기라도 걸었다가 떨어트리기라도 하면 
‘노인네들이 힘들도 못쓴다며’ 혀를 날름거리며 놀려 먹기도 했지만 
가끔씩은 깍듯이 모시긴 했는지 한두 마디씩의 이런저런 경험담긴 비법들을 
얻어들을 수가 있었는데 그런 가르침들 대부분이 지금까지 사용되어 오는 
모든 기법들의 단초가 되어 많은 낚시인들과 낚시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매뉴얼이 되어 사용되고 있을 것이다.  
가거도 에서 공탕을 치고 애꿎은 선임자들에게 지청구를 잔뜩, 늘어놓곤
좁은 선실 안을 혼자 차지하다시피 누워버렸었는데 삼십대의 어린 나이였고 
일행들에게는 그런대로 어화둥둥, 귀염둥이에 어리광이 먹히는 막내였으니……. 
지친 몸을 누이고 설핏, 잠이 들었다가 요의(尿意)를 느끼고 배의 뒷전으로 나와서 
신나게 양물(陽物)을 휘두르다 보니 아직도 가거도 권을 벗어나지 못했는지 배가 
섬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는 중에 집들이 여럿 보였는데 방파제 같은 것도 없었고
홍도의 몽돌밭 같은 것이 보였을 뿐, 가거도에 속한 작은 섬이 또 하나 있는가보다고만 
생각했고 곧바로 멀어졌기에 얼마나 더 가야할지도 모르는 뭍으로의 길이다보니
곧바로 선실로 들어가 피곤한 몸을 누였었다.  
나중에 들으니 가거도를 오가는 길목에 있는 만재도 라는 섬이었는데 가거도보다 
고기가 더, 많다는 소리를 들었다.  
귀가 솔깃해지긴했지만 그 후로도 몇 년이 지나서야 만재도 라는 섬엘 가볼 기회가 
생겼는데 마땅한 배편이나 그 섬을 잘 아는 선임자도 없다보니
마른침만 삼키며 언젠가는 가볼 기회가 생기겠거니 잊어버리고 말았었다.

  
성서(聖書)를 보면 누가 누구를 낳고 또 누구를 낳았다는 대목이 있는데 
사람도 아닌 배가 누구를 낳고 낳는 일이 생겼다. 원래는 작은 어선이었지만 
선주가 하늘에서 목돈이 떨어졌는지 배를 크게 지어보겠다며 세곱도 넘는 크기의 
배를 지었으나 며칠 되지도 않아 원인모를 화재로 홀라당, 타버리고 말았다. 
상심(傷心)의 시간을 독주(毒酒)로 달래다간, 정말로 독한 오기가 생겼는지 
마나님 손가락에 끼어져 있던 금가락지는 말할 것도 없고 집문서, 밭문서까지
모조리 꺼내들더니 지난번의 배보다, 더 큰 배를 새로 짓기로 하였는데 지금같이 
배의 크기를 10톤 이하로 규제 하는 이상스러운 법이 없었던 때였기에 
30톤에 달하는 큰 배를 지을 수 있었는데 이름만도 3대를 물려 내려온
 ‘조성스타’ 라는 배가 탄생하였다.  
이렇게 어머 어마하게 큰 배라면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못갈 곳이 없겠다는 배짱이 생겼고 가거도 라도 당일치기가 가능하다고 큰소리를 
치게 됐지뭐냐…….  
가거도를 드나들며 재물이 넘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던 만재도를 가보기로 했다.
고기가 얼마나 많기에 잡은 고기를 잡아 재물을 모았을까?
우리들도 만재도로 달려가 온갖 고기를 퍼 담아 오자며 허파 속에 욕심바람을 가득 채워 넣고 
꾼들을 모아 길일을 잡았고 진도의 팽목항에서 까다로운 출항신고와 한사람씩, 신분증을 
대조해가며 승선인원을 확인하고 날이 훤하게 밝은 6시가 되어서야 배를 움직일 수가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해가 뜨고 지기 전에 배들이 들고 날수 있는 일출후 출항과 일몰전의 입항이 철저하게 
지켜질 때였으니 지금과 같은 어두운 새벽시간대의 운항은 꿈도 꾸지 못할 때였다.  


가거도가 좋은 곳이라곤 해도 넉넉한 일정이 없이는 다니기가 힘들다보니
당일치기의 원도권 낚시라는 묘한 매력에 소문도 없이 정원을 채운 큼지막한 배의 
묵적 지근한 엔진소리가 들려주는 든든한 안도감이 충만한 가운데 흥분된 기운이 
가득한 선실 안은 조용한 흥분이 가득한체, 얼마간을 달리다 보니 엔진소리가 
줄어들었기에 밖을 내다보니 짙은 해무로 한치앞도 보이질 않았다.  
원도권이 처음이라는 선장은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첨단기기만 믿을 수가 없다며 
밥사발만한 나침반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모니터에 잡힌 섬의 형상을 노려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기에 기적소리를 연실, 울려가며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다른 배와의 충돌사고를 걱정하기에 모두들 손아귀에 땀을 모으고 있어야했다. 
초조하고 지루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해무가 조금씩 흩어지면서 불쑥~! 섬이 나타났다.  
천천히, 섬으로 다가가니 해무가 걷히기를 기다리며 고기잡이를 준비하던 
섬의 배들이 처음 보는 큰 배의 출현에 신기해하며 다가왔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생필품을 실은 행정선이나 드나들던 섬이었지만 그것도 
날이 나쁘면 한 달 넘게도, 외지와의 연락이 끊기기가 다반사였으니 
낯선 배에 대한 경계심보다는 반가운 호기심이 더 컸던가보다.  
“아니? 어디서 어떻게 오셨지라?”  
“진도에서 고기 잡으러 왔는디........”  
“아니? 고기를 잡으러 이 먼 곳까지 왔어라?”  
“이 배에 타고 온 사람들이 갯바위에 내려서 낚시를 좀 해야쓰것는디, 고기 잡을만한 곳좀 일러주소.…….”  
“이곳은 물살이 겁나게 쎄버려서 조금 때 아니면 그물도 못치고 주낙도 못 놓는데…….”  
“아니? 그물을 치면 낚시를 하는데 방해가 되는데????”  
“그러기에 누가 오라고나 했소......?......”  
어디로 가서 낚시를 해야 할지도 몰랐기에 섬에 있는 작은 배로 사람들을 태워다 주면 
뱃삯으로 얼마를 주기로 하고 흩어져서 낚시를 하게 되었지만 워낙 늦게 도착한데다가
물위에서 이리저리 옮겨 타느라고 또, 시간을 허비했고 어디에서 낚시를 한건지도 몰랐으니
얼떨떨하게 두어 시간을 보내고는 다시 물위에서 큰 배로 갈아타고 어두워지기 전에 진도의
팽목항에 입항해야한다는 재촉에 서둘러 돌아와야 했으니 섬구경만 하고 돌아온 셈이었다.  
다음번부터는 낚시손님이 온다고 미리 연락을 해주면 그날만큼은 낚시를 할 수 있는 
갯바위 주변에는 그물을 안치겠다는 조건으로 종선비 겸, 청소비조로 1인당 몇 천 원씩을 
내기로 합의를 봤고, 그 돈은 마을의 발전을 위하여 공동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니 
1차 관문은 통과한 셈이었다.  


보름후의 조금날이 두 번째로 만재도 구경을 하는 날이었다.
큰 배가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었던 섬마을의 목선중, 한척에 올라탔는데
몇 명씩 나누어 타고 부속 섬으로 옮겨 가야 했다. 호수나 강에서 노를 젓는 
배같이 생긴 목선에는, 나무 손잡이로 만든 방향타를 움켜쥔, 선장이라고 부르기에는 
당최, 어울리지 않는 나이 든, 섬주민이 ‘ 어디로 가겠느냐? ’ 물어왔다. 
다른 두 명의 섬주민이 더 타고 있었으니 대여섯 명만 타도 정원이 넘쳐버려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목선으로는 멀리 간다는 것도 불안했고 낚시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되니 가까운 어느 곳에 빨리 내려야만 하는 급한 일정이었다. 
눈앞에 바로 보이는 시꺼멓게 생긴 부속 섬 하나를 가리켰다. 
(사실, 그것밖에는 보이지도 않았지만……. )  
시꺼먼 연기를 퉤, 퉤, 뱉어내는 경운기 엔진이 틀림없어 보이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배가 
갯바위에 다가갔지만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기울며 흘러가자 배안에 있던 섬주민 하나가 
갈고리가 달린 장대로 갯바위를 찍어 걸고 당기면서 힘을 쓰기 시작했고, 또 한사람은 찍어 걸고
밀어내는 힘을 쓰기 시작하더니 빨리, 빨리, 내리라고 고함을 쳤다. 
“밀어, 밀어, 밀어~!! 당겨, 당겨, 당겨~!!! 내려, 내려, 내려~!!!!”  
갯바위에 배의 한쪽이 닿았는지 ‘우적찌근’ 하는 소리도 들렸고 일행 중 한명이 
고꾸라지듯 먼저 뛰어 내려서, 짐을 던지고 받기를 몇 차례나 반복하고서야 어렵게 
내릴 수가 있었는데 낚시를 시작하기도 전에 땀으로 옷을 적셔야했다. 
지난번에 와보니 가까운 곳에서 고기가 물더라. 며 선임자가 먼저 투박한 원투 대를 
살포시 처넣었지만, 크지 않은 쏨뱅이만 몇 마리 낚았을 뿐 재물이 될 만한 고기는 
그림자도 보질 못하고, 물이 빠지기 시작하며 바닥까지 보이기 시작했으니 고기 잡기는 글러 버렸다.  
지난번에 이곳에서 돌돔을 잡았다며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선임자가 머리를 
긁적이기에 몇 번이나 만재도를 왔느냐고 물으니 두 번째라나?
매번 낚시 시간은 서너 시간밖에 안되었을 테니 열 시간 남짓의 만재도 경력이 있는 무늬만 선임자였다. 
만재도를 이미 꽤 뚫어보고 있다는 그 선임자의 선임자인 이(李)씨 성의 어르신을 
따라 갈걸 그랬다고 후회를 했지만 정신이 없다 보니 어디로 흩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 만재도 구경으로 족할 수밖에…….  
수영실력이 제법인 후배가 낚시가 끝난 것 같으니 수영이나 하겠다고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간 
물 빠진 끝자락에 주저앉아 바닥을 더듬어 보다간 망치 끝으로 무언가를 캐내었는데 
주먹보다 큰 홍합이었다.
물이끼가 덮인 곳을 더듬어 보면 주먹만 한 홍합들이 잘 영근 옥수수 알처럼 
빼곡하니 박혀있었는데 망치로 한 알만 빼내면 다음 것부터는 떼어내기가 
수월했기에 모두가 달려들어 밑밥통과 쿨러에 가득 채웠고 큰 고기를 잡으면 
담겠다고 가져갔던, 대물의 꿈을 담아야했던 부대에까지 가득, 채워놓았는데 
물속에 들어갔던 후배가, 물속터거리를 더듬다간 키조개만한 홍합을 떼어 내어 
물 밖으로 던지더니, 물속에는 더 큰 홍합이 가득하다며 연실 물속을 드나들었다. 
이미 채워져 있던 밑밥통과 쿨러에 담긴 홍합을 되쏟아내곤 더 큰 홍합으로 바꿔 담는 
욕심으로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간,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며 목선이 다가왔기에 큰 배로 
돌아가니 모두들 홍합이나 딸걸 그랬다며 부러워하기에 몇 알씩 나누어주었는데 
뚜껑이 잘 닫히지도 않는 선임자의 선임자인 이(李)씨 어르신의 무거워 보이는 쿨러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살짝 떠들어 보니 팔뚝만한 크기의 열기와 쏨뱅이가 가득 담겨 있었기에
“오~! 놀라워라~!!! ‘ 절로 경탄의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몰려와 이리저리 뒤적이다 보니 밑에는 시꺼먼 돌돔이 깔려있는 것이 보였는데, 
아직까지 싱싱하니 먹고 싶으면 몇 마리 꺼내어 회를 뜨라며 선심을 펼쳤다.  
신비하고 재물이 넘친다는 만재도에 그 후에도 두어 번을 더 가보았지만 매번, 
짧은 낚시시간과 낯선 섬에서의 헤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초행자의 티만 내고 
완패의 쓴잔만 거푸 들이켜고 해를 넘겼다.  


다음해 7월의 조금 물때가 골든타임이라는 선배의 꼬드김에 넘어가 다시 만재도를 가보게 되었는데 
‘남해 2호’ 라는 배를 타고 1박2일의 야영낚시를 가게 되었다. 
만재도 개척자인 이(李)씨 라는 어르신이 그 배의 선주라고 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절차를 밟고 출항 허가를 받고 훤하게 날이 밝은 오전6시에야 
팽목항을 빠져 나와 해가 중천에 떠있는 만재도에 도착을 하여 지난해와 같이 
그다지 안전해 보이지도 않는 목선을 타고 내린 곳이, 언젠가 한번 내려 보았던 
시꺼먼 부속 섬이었는데 겨우내 다방에서 가장 비싼, 쌍화차를 만재도를 잘 알 것 같은 
어르신들에게 수없이 대접해가며 약간의 정보도 그러모았지만 본섬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 
또 다른 부속 섬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도 못했으니 그저 얻어들은 풍월대로 낚시를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굵은 낚싯줄이 맥없이 터져나가고 낚싯대 부러트리기는 일도 아니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얻어들었기에 돌돔 원투 대에 장구통릴을 부착하여 소고기 값보다 비싼 지렁이를 꾀어 던져 넣으니 
손바닥만 한 노래미가 연실 물려 나왔는데 회를 원 없이 먹어보겠다며 따라온 낚시도 모르는 일행도 
다섯 명이나 되나 보니 뒤로 던져 놓기가 무섭게 집어가서는 이슬의 제물을 삼아대니 땡볕에서였지만 
낚싯대를 놓을 수가 없었다. 아마, 수십 마리도 넘게 노래미를 잡았을 게다....... 
제대로 된 고기는 보이지를 않고 뜨거운 햇볕에 점점 지쳐가며 체력이 고갈되었기에 남아있는 지렁이를 
그대로 발로 차서 물속으로 집어넣고픈 마음까지 생겼는데 점심 도시락을 건네주고 가는 뱃사람이 
이상한 손짓, 몸짓을 보내왔다. 아마, 발밑이나 가깝게 던져 넣으라는 것 같았다…….  
(이상한 사람들이네……. 이렇게 물이 맑아 바닥이 보일정도인데 가까운, 발밑을 가리키다니??)
아직도 뱃속들이 허한지 애잔한 눈길을 보내며 침을 삼켜대는 일행들을 힐끗, 쳐다보며 
아무래도 낚시를 잘못 왔다는 후회를 하면서 다시 낚싯대를 집어 들었지만 지칠 대로 지쳐서 
감각이 무뎌졌는지 손가락이 미끄러지며 채비가 가깝게 떨어졌고 장구통에는 잔뜩 파마가 난 줄이 
엉클어졌으니 이걸 또 언제 풀어내누??? 
꿈지럭 거리며 엉킨 줄을 풀어내고 감고 당기다 보니 채비가 발밑까지 끌려 왔는지
낚싯대의 끝과 직각으로 물속에 잠겨 있었는데 귀찮은 마음에 받침대에 걸쳐놓고 얼음만 남은 
물통에서 녹아내리는 물을 입안에 털어내며 갈증을 달래는 게 우선이었다.  
갑자기 낚싯대 끝이 물속으로 끌려 들어갔고 얼떨결에 반사적인 챔질로 이어가니 기다림이 너무
길었다보니 다른 곳에서 보다 더욱 커 보이고 반가워 눈물이 날 지경으로 만든 주인공은 벌써 
만났어야했을 40센티 정도의 돌돔이었다.
손이 분주해졌다. 지쳤던 몸에 힘이 솟기 시작했고, 살포시, 가볍게, 가깝게, 발밑에 던진
채비가 정렬만 되면 바로 입질이 들어왔고 순식간에 점점 더 크기가 커진 돌돔을 여덟 마리나 
잡을 수 있었지만 물이 거세어지며 입질이 끊기고 말았다.  
해가 지려면 아직도 멀었는데도 섬사람이 저녁도시락을 갖고 왔다. 
겨우 네네, 공들여 대접한 쌍화탕이 이제야 효과가 있는 건지 만재도 개척자인 
이(李)씨 어르신이 특별히 보내랐다는 열기라는 빨간 생선 몇 마리가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따라왔는데 밥은 쌀밥이었지만 반찬이란 것이 갓 썰어 양념을 한 무김치와 고춧가루를 
뿌려 급하게 버무린 단무지뿐이었으니 다른 반찬그릇을 빠트리고 온 것이 아닐까? 
이미, 배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밥을 갖다 줘야한다고 가버렸고 내일 아침에야 
온다는데 준비해온 밑반찬이 몇 가지 있고, 돌돔 회를 뜨고 나면 머리며, 뼈를 
튀겨 먹겠다고 프라이팬과 소금을 갖고 왔으니 기름을 번지르르하게 두르고, 
버너에 올려만 놓으면 또 한 가지 반찬이 될 일이었다.  
낮 시간에 체력을 쏟아 부었겠다……. 이슬에도 젖었겠다……. 털퍼덕~! 갯바위에 퍼질러 앉아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마을이 있던 섬의 방향을 가늠 할 수가 없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보였던 만재도 본섬의 모습과 집들이 있을 방향에는 불빛이 한 점도 
보이질 않았는데 그러고 보니 이 섬에는 아직, 전기가 들어오질 않는 곳이었던가 보다…….  
아마도 우리가 타고 온 배가 정박해 있을 곳 에서나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불빛이 있는 곳이 
만재도 라는 섬이 있는 곳이라고만 짐작을 하며 밤을 보내야 했으니 이런 암흑천지가 또, 어디 있담?  
이렇게 먼 곳까지 낚시를 와서 쉰다는 것은 죄받을 사치라며 낚싯대를 펼쳐든 후배가
돌돔을 낚았던 자리로 가서 케미라이트를 집어넣어 희미하게 밝힌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의 구멍 찌로
(그때만 해도 전지 찌가 귀했을 때였으니,) 낚시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사이에 무슨 고기를 걸었는지 
싱갱이를 하는 모습이 엿보였고 뜰채를 갖다 달라며 도움을 청해왔다…….  
“미끼를 뭘, 썼는데?”
갯바닥에서 강구를 한 마리 잡아 끼웠는데 이상한 고기가 물었는지 몹시 힘을 쓴다고 했다.
낚시도 모르는 놈을 거문도에 데려가 바다낚시의 기초부터 가르쳐주며 추자도에서 
완성의 꽃을 피워주었기에 낚시경험이 제법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벌써, 저런 허풍을 떨다니……. 
하루 종일 회와 이슬만 축내던 일행 하나에게 뜰채를 들려 보내고선, 잡은 고기가 무엇이나니 돌돔이란다........  
(아주, 허풍이 극에 달했구나…….) 
“우럭이겠지? 쏨뱅이거나.......?!”  
“내가 거문도에서 기초를 닦고 추자도에서 졸업을 했는데 돌돔도 모르겠삽니까?????”  
“그래, 뭐, 만재도 돌돔은 또 이상하게 생겼나보지……”  
잠시 후에 또, 고기를 걸었다는데 이번에도 역시돌돔이란다…….
아무런 대꾸도 안하고 가만히 누워있었더니 또 고기를 걸었다하고…….  
“그것도 돌돔이겠네????”  
“네~~!!! 이것도 돌돔이네요......? 워메, 씨알 좋은 거......!“  
“1호대였는데 돌돔이 그렇게 맥없이 나와?”  
“힘, 무척, 쓰더라니께요?”  
“만재도는 노래미도 돌돔같이 생겼나보지? -,,-”  
열이 오른 후배가 잡은 고기를 들고 단숨에 달려와서는 고기를 보여주는데
(정말 돌돔....... 맞네???? -_-;; ???)  
3호대를 꺼내어 들고 한달음에 달려가 담가보았지만
어느새 거세게 흐르기 시작한 물살 혀를 차야만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덤벼드는 모기떼를 쫓느라고 쉴 새 없이 약을 뿌려 대다보니 
자정이 되어 간조시간이 되었고 아래쪽에 큼지막한 여가 들어난 것이 보였기에 
발판이 되겠다싶어 큼지막한 지렁이를 꾀어, 3호로 표시는 되어있지만 그만큼도 
더 되는 잔존부력이 있는 투박한 플라스틱 내셔날 전지 찌를 밝혀서 발밑에 던져 보았다. 
역시 발밑에 고기가 있었는지 슬금슬금 찌가 끌려 들어가는 것이 보였고 
큼지막한 우럭들을 몇 마리째 잡아내다가는 갑자기 바닥에 걸렸는지 꿈쩍을 않기에 
목줄을 끊어낼 요량으로 힘껏 잡아당겼는데 해초더미가 뿌리째 뽑혔을까? 
묵직하게 끌려 나오다간 물을 거슬러서 차고 올라오는 것이 어째? 좀, 이상하다…….  
일행에게 뜰채를 가져 오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랜턴까지 들고 와서 맑은 물속을 비추니,
(저 시꺼먼 것이 무얼까? 고기 같기도 하고, 해초덩어리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우럭 같다고 생각을 했는데 저렇게 어머 어마하게 큰 우럭이 있을까?
발밑까지 끌어 당겼다기 보다는 귀찮게 구는 인간이 누구인가 보려고 스스로 다가온 것
같았는데 아무리 가늠을 해보아도 뜰채에는 몸통의 절반도 들어갈 것 같지가 않았다. 
기겁을 하며 놀라는 후배의 비명에 잠시 어디론가 사라졌던 멍했던 정신이 돌아왔지만 
놈이 머리를 한번, 가볍게 흔들자 5호 목줄이 툭~! 소리를 내며 거미줄 같이 끊어져 나갔다.
머리를 돌린 대물은 천천히 방향을 돌려 원래에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 침착하고 여유 있는 몸놀림을 이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어 본적이 없었다.  
그놈이 우럭이었다면 미터 급은 되었을 텐데 그런 우럭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아무도 믿지를 않는 눈치였다……. 후배 외에는.......  


1999년부터 5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가거도와 만재도만을 수백 번씩 드나들며 
원도권 출조 전문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李) 총무와 감성돔 철에 만재도의 민박집에서 
이슬 병을 많이 비웠던 날,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입으로는 대단한 고기를 
만났다고 하면서도 불신의 눈빛을 보이는 것이 괜한 말을 꺼냈나보다…….  
(썩어질 넘……. 단기간에 원도권 속성 반을 다녔으니 뭘, 제대로 알겠니? -_-;;)  
다음날 부산에서 왔다는 손님들이 들어와서는 선장에게 꾸뻑, 인사를 했다.  
“저, 작년에 왔던 부산 쌍둥이 낚시점 점주 라요…….”  
“만재도에 갑자기 손님들이 많이들 오셔서 잘 모르겠어라......”  
“작년에 제가 미터급 우럭을 잡았던 사람입니다.”  
‘아~~~ 맞아, 맞아, 큰, 우럭을 잡았던……. 기억이 나네......’  
옆에서 듣고 있던 이(李)총무가 진짜로 그런 우럭을 잡았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자로 정확히 재보진 않았지만 팔을 옆으로 번쩍~! 치켜드니 
 꼬리가 땅에 닿습디다. 아마, 미터가 넘었을걸요. 고기가 너무 늙어서 그런지
 질기고 맛이 없어 먹다 버렸는데……. “  
“정말로 그런 고기가 있단 말이 예요?”  
“요즘은 드물긴 하지만 예전에는 그것보다 더 큰 고기가 이 섬에 많았지라~~~~~”  


구십 년대 말까지는 '남해2호'와 '태양호' 같은 배를 이용하여 만재도를 드나들었는데 
조금물때가 아니면 물색이 탁하고 거세여 낚시를 할 수가 없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배가 문제였다. 
경운기 엔진으로 움직이는 택택이 배는 오로지 전진만 있을 뿐, 후진이 안 되는데다 
빠른 물살에 버틸 수가 없는 약한 힘 때문에 갯바위에 접안하기가 무섭게 몸체가 쓸려 나갔으니 
갈고리가 달린 장대로 갯바위를 찍어서 잡아당기며 밀려 나가지 않도록 해야 했고
한쪽에서는 갯바위에 부딪지 않게 밀어내야 했는데 이러다보니 내릴 수 있는 장소가 한정이 되었다. 
배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금 물때만을 택해야했고 당일낚시이다 보면 낚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서너 시간에 불과했다 . 아침에 날이 밝아서야 도착하면 
중썰물이었고 물돌이 시간이 끝나고 물이 들기 시작하면 돌아 가야하기에 짐을 싸야했다.  
물위에서 섬의 배로 갈아타고 갯바위에 내려 잠시 낚시를 하다간 다시 
물위에서 갈아타고 돌아 나오기도 바빴으니 섬을 밟아볼 사이도 없었지만 
방파제 같은 인공 구조물이 없었으니 배를 접안할 수가 없어서 물위에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마을을 쳐다만 보고는 뱃머리를 돌려야했다.  
한번은 가장 이르게 철수를 하게 되어 큰 배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택택이 목선 한척이 지나가기에 ‘혹시, 팔 고기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얼마치나 사려냐’며 다가와서 물칸을 열어 보여주었는데 광어며, 우럭이며, 
열기에 쏨뱅이, 장어, 농어, 참돔등 온갖 고기가 가득했는데 고기값을 알 수가 있나.........  
한사람이 ‘2만원 어치만 달라’고 하니 뱃전에 있는 뜰채로 듬뿍, 퍼내어 주는 것이 아닌가? 
눈이 휘둥그레진 사람들이 저마다 지갑에서 파란종이 두 장씩을 꺼내들고 줄을 섰고 퍼주는데로 
고기를 받아 담았는데 맨 나중의 사람은 호기롭게 파란 종이 한 장을 더 꺼내들고서는 
‘나는 3만원 어치’를 달라며 호기롭게 외쳤는데 어째, 고기가 절반밖에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아니? 나는 3만원 어친데 어째 다른 사람들 보다 적으요??????”  
“고기가 떨어졌어라~~~~~~~ 그래도 밖에 나가 사는 것보단 많을 게요~~~~~”  
뒤도 안돌아 보고, 내빼던 택택이 배의 주인이 오늘날까지 십오 년이 넘도록 다니게 된 
두 번째의 선장이 될 줄을 그때야 어찌 알았을까…….  
다닐수록 만재도의 진가를 알게 되면서 이 섬만큼은 영원히 방파제 같은 것이
생기질 않아 접근이 어려워서라도 사람손이 타지 않도록 모두가 기도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섬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 섬에는 영원히 방파제가 생기면 안 돼~~~~~!!!! 
 불편하고 불편하여 사람들이 찾지 않는 섬으로 영원히 남아야 돼~~~~~!!!!
 다함께 그렇게 되기를 기도 합시다~! 아~멘~!!!“  
선임자들이 멀어져가는 만재도를 보면서 매번 외쳤던 농담 같은 진담에
곧, 공감을 하게 되었고 다시 그런 말을 해보고 싶고, 듣고 싶다.  
“방파제도 없는 조용한 섬, 어디 없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