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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서해+남해+동해

가까운 곳에 섬이 있었네 2. (할아버지, 고기 많이 잡으셨어요?)

by 찌매듭 2011. 4. 15.

 

  

 

3톤 정도의 크지 않은 배에 올라 십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섬에 도착했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곤, 했지만 이렇게 어두울 수가 있겠나?

 

외섬이라고 부른다는 이 섬은 지나가면서도 쳐다보지도 않던 작디작은 섬이었다.

 

나이가 많아 물질을 못하기에 바지락만 채취 한다는 바지락 할머니에게

미리 부탁해 두었던 돌돔미끼로 사용할 성게를 한가득 받아들었더니

미끼로 써보라고 바지락을 한 움큼 덤으로 얹어주었는데 이걸 또, 어디에 써야할까????

 

바지락살점으로 낚을 수 있는 물고기가 무엇일까?

 

우럭낚시를 한다고 근처까지는 가보았던 내파수도, 나치도 부근에서

루어를 힘차게 던져 보았지만 단, 한 번의 약한 입질이 닿았을 뿐!

수온이 너무나 차다!!!

 

갯바위에서의 밤낚시를 위하여 두 팀으로 나누어 외파수도의 이쪽, 저쪽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처음 내려 보는 곳이다 보니 물속을 알 수가 없다.........

 

깊은 밤까지 크지도 않은 쥐노래미와 손바닥 크기의 우럭 몇 마리를

구경한 것이 전부였고, 언제나 골칫덩어리인 모기떼를 좇으며 밤을 새웠는데

저 멀리 물골에서는 농어로 추정되는 물고기들이 몸을 뒤척이는 것이 간혹 목격되었는데

배를 근처에 묶어놓아야만 공략이 가능하겠다.…….

 

가까운 갯바위의 생김새가 매끈하여 물풀이나 고기가 붙을만한 지형이 아니었는데

홍도의 갯바위와 비슷한 것이, 깊은 곳의 물속지형은 어떨지 몰라도 많은 양의 밑밥을

퍼부었어도 제대로 된 고기 구경 한번 못하고 말았으니 다음번에 온다면 저쯤에서

농어는 구경할 수 있을 거란 짐작만 남기고, 등잔 밑의 섬으로 돌아갔는데

바지락을 캔다는 할머니는 어제의 성게 값은 점심 한 끼를 사먹으면 안 받겠다고 하니

‘할머니……. 맛있는 점심밥을 어서, 차려 주시어요.~~ ^^ ’

 

 

스무 명 정도가 산다는 이 섬에서 가장 나이가 많기에 혼자서만

물질을 못한다는 할머니는 호미 한 자루만 들고 물이 빠지면 바지락이 무한정한

섬의 텃밭을 독점하고 있다는데 삼백 평 정도의 개흙도 없는 빡센, 모래밭을

비오고 바람 부는 날만 빼놓고는 일 년 내내 파제키면 몇 車 분량의 바지락을 캐낸다고 했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이~?! 바지락국 끓여 줄게~~~바지락들 좋아혀~~???”

 

“그럼요~~! 많이 넣고 끓여 주시어요.~~! ^^ ”

 

물가에 매달아 둔 망태기에는 아침에 캐두었다는 바지락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모래나 개흙을 품고 있지 않아 해감 할 필요도 없다면서 바닷물에 한번 휘 저어서는

껍질에 붙은 미끈둥한 이물질만 헹궈내면 바로 끓여도 된다며 한 솥, 가득히 끓여 내왔다.

 

“으~와~~!!! 이렇게나 많이……. 국물보다 건더기가 많네.~ ^^;;”

 

“다 먹고 가레이~~~~ 냄기면 버린다고~~~~~~

여기선 바지락 지겨워서 냄기면 아무도 안 먹어........”

 

반찬으로 같이 내어준 열무김치는 국물이 시원하고 맛나던데 어디서 났을까?

 

“그 열무는 내가 직접 기른 거제........여기 다듬는걸 봐라, 키가 내키만하게 자랐제…….”

 

“비료를 많이 주시나 봐요?????”

 

“비료는 무슨 비료? 비료 살돈이 어디있노?”

 

섬의 집집마다 배한 척씩은 가지고 있기에 통발을 놓아 작은 물고기, 박하지 와

소라를 잡는데 통발 속에 들어온 불가사리를 다시 바다에 쏟아 버리지 않고 배에

싣고 들어와 방파제에 쏟아 놓으면 할머니가 걷어다가 말려서는 절구에 콩, 콩, 찧어

가루로 만들어서는 손바닥만 한 밭에 거름삼아 뿌리면 열무나 채소가 한길씩이나

자란다는데 무공해 비료는 풍족하나 물주기가 쉽지 않고 바닷바람에 시달려

질~깃, 질깃한 무공해 열무김치가 만들어 진다는데 맛내기 비법이란 것이 있다면

흔한 바지락을 젓갈로 담아 두었다가 김치를 할 때마다 듬뿍, 넣기 때문이란다....... 

 

 

 

속을 파내먹기가 바빴지만 밥보다 바지락을 더 많이 먹었기에 불룩해졌을 배를 두드리며

물 빠진 섬 구경에 나섰는데 주민 하나가 낚지를 잡고 있었다.

 

개흙이 없는 이곳에서는 낚지 잡기가 쉽지가 않단다. 곡괭이와 작고 뾰족한 삽으로

힘들게 파내면 하루 종일, 열 마리 정도의 낙지를 잡을 수가 있다는데 돌덩이 같이

단단한 모래땅이다 보니 개펄에 있는 낙지들 같이 쉽게 도망을 가지도 못하기에

낙지구멍을 발견만 하면 중간에 담배를 피워가며 쉬엄쉬엄 캐내어도 틀림없이

잡아낼 수가 있다는데 단단한 땅속을 누비는 탓에 육질이 단단하여 맛이

다른 곳의 낙지와는 비교할 것이 안 된다고 했다.

 

오늘 잡은 낙지가 있으면 몇 마리 팔라고 했더니 특별히 가져가는 곳이 있기에

팔 수가 없다니 저 낙지를 가져다 먹는 사람은 목숨도 질기겠다.........

 

지루하게 낙지를 잡는 원주민의 뒤를 따라다니다 발견한 이상스런 海石은 서너 명이

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와 무게로 가져 갈 수만 있다면 제법 값이 나올 만하기에

탐이 났는데 사랑하는 님과 마주앉아 사랑의 세레나데를 읊조리면 얼마나 좋을까?~~~ ^^

 

 

만조가 가까워 오면 똘쟁이를 잡아먹으려고 농어 떼가 몰려든다는 갯바위를 찾아가

루어를 던져 보았는데 수심이 얕고 날카로운 갯바위라 끌어내기가 쉽지가 않겠다.…….

 

섬사람들도 루어를 사용하여 간혹, 농어를 낚아내기도 한다는데 모래나 돌 틈에 숨은

똘쟁이를 잡아먹던 농어들이라 입술이 허옇게 변해 있다고 했다.

 

농어를 잡겠다고 던진 루어에 억세게도 재수 없는 감성돔이 등이 꾀어 끌려 나오는

이변도 일어났는데 작은 감성돔도 아니다 보니 제법 고기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물이 빠지면 모래갯벌이 들어나는 곳이기도 한데 소금을 뿌리면 쏙~!!! 하고 올라와

잡아내는 맛살은 똥맛살이라며 이곳에선 잡지도…….먹지도 않는다며 노르스름한 짧고

통통한 참맛을 직접 삽으로 파내어 보여줬는데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 같은 곳을

구럭으로 쑤셔대면 숨어있던 우럭들이 물고 나왓고, 돌을 뒤집으면 박하지 게들이

한두 마리씩 깜짝 놀라며 다시 숨곤 했는데 지나치며 눈 여겨 보지도 않던 자그마한 섬에서

별스런 구경들을 다하다니…….

 

 

집집마다 자가용 배가 1~2척씩은 있기에 가까운 항으로 나다니기에는 큰 불편이 없다는데

이 지역의 특성상 물 빠짐이 심하여 혼자서는 배를 몰고 다닐 수가 없기에 서로가 옆집 배를

 이용하게 되면 5만 원씩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약속이 되어있다고 한다.........

 

꼬~깃~!, 꼬기, 접고 접은 만 원짜리 종이돈 다섯 장으로 뭉치를 만들어 서로 간에

한 뭉치씩, 갖고 다니면서

주고............

받고............

돌고............ 도는,

이상스런 화폐 유통이 이곳에서는 조금도 이상하지가 않다는데 곁에서 보니 장난스러워

 보이는 것이 마음 편한 섬사람의 속내를 몰라서인지 모르겠는데 어느 섬이건 단, 한사람이

살아도 전기를 공급하라는 어느 통치자의 명령으로 섬마다 전기가 공급되다 보니 살기는

좋아졌다지만, 저렴한 수준을 넘어 단, 9가구가 산다는 이 섬에 전기 공급을 위한 연료와

수도료 기타, 다른 많은 것들도 모두, 공짜라니 지나친 은혜로움이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집집마다 큼지막한 TV와 대형냉장고 등, 가전제품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섬사람들이 당번을 맡아 밤 11시면 발전기를 끄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발전기를 돌리면 된다는데

야심한 시간의 전기 공급은 대형 축전지시설이 알아서 한다니 쿠웨이트 부럽지 않은듯하다......

 

전복의 종패를 뿌려봤자 불가사리 때문에 자라지를 못하고 먼 바다 쪽에서 찾아오는

전복들이 이 섬을 향해 꾸역, 꾸역 모여든다는데 그 전복과 해삼을 물질하는 아줌마

혼자서만 주워내도 일 년에 몇 천만 원 벌이가 되기에 통발로 어업흉내만 내는 남정네들은

기도 못 펴고 산다고 한다.

 

원래, 물질을 제대로 배운 해녀는(?) 한 명도 없고 눈앞에 돈이 보이니 무작정 물로 뛰어 들어

저절로 물일을 배워 해녀 아닌 해녀가 된다는데 고소득에 기름이 졌는지 7, 8월에는 일도 안하고

섬사람 전체가 뭍으로 나가 두 달 동안 전국을 돌며 관광놀이를 다닌다니 일행들은 얼른 집으로

돌아가 마나님을 이 섬으로 보내야겠다고 하는데 농담 같지가 않다……. ^^;;

 

 

양철함석을 둘러 만든 위험스러워 보이는 배를 타고 저만치 물이 더 이상 줄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를 잡던 할아버지가 노를 저어 방파제로 나왔는데 대나무 다래끼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할아버지~~~ 많이 잡으셨어요?~~~”

 

먼저 달려가 다래끼 속을 들여다본 일행이 탄성을 지른다.…….

 

“으~와~~~~~!! 많이 잡으셨네요!~~~~!!”

 

“그~럼~! 그럼~!! 오늘은 할멈이 잘했다고 뽀뽀~! 해줄 껴~!! ^^;;”

 

작은 함석 배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노인의 뒤로 뉘옅뉘옅 저녁 해가 저물어 갔다.

 

 

결국, 별다른 수확도 없이 늦은 만조시간까지 기다렸다가 그 섬을 빠져나오고 말았는데,

수온이 조금만 더 오르면 다시 한 번 찾아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초보 선장을 뒤로 하고

보름 후를 기약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