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서해+남해+동해 어부가 되어, 2. (통영의 갈치낚시-서해의 주꾸미&갑오징어-회진으로) by 찌매듭 2010. 11. 30. 지난번에 다녀온 갈치 낚시라는 것이 워낙 조황이 들쑥날쑥하고 디카를 다루는 솜씨들이 너무 뛰어나기에 따로 저장하여 확대를 해보면 얼음이 얼마만큼 담겨있고 갈치를 얼마나 기술적으로 덮어놓았나. 가늠할 수 있으니 실망하지 않으려면 성실하고 노련한 선장의 배를 타는 것이 관건이겠다. 모두가 조과를 부풀리는 것은 아니고 그중에는 잘못 놓인 닻도 힘들지만 다시 거둬 놓기도 하고 몇 번씩 자리를 옮겨가면서 성의를 보이는 선장도 있는데 그런 선장을 만나면 빈작이라도 마음을 상하지 않고 좋지 않은 날을 만났다고 위안을 할 수도 있다. 출출해지면 선장과 조수가 낚은 한치회와 갈치 회도 준다기에 예전에 거문도에서와 같이 멀미로 뒤집어진 속이라도 절로 입맛이 당겨지도록 구이에 조림이며 오징어 초무침까지 나오는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이슬 두어 잔은 기울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손님들이 내팽개쳐 둔 풀치들을 그러모아 양배추로 범벅을 하여 초고주장만 뿌려놓았기에 한 젓가락 집어 들었다간 슬그머니 돌아서고 말았는데 뼈채 씹다보면 이빨사이에 끼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었다……. ‘난, 세꼬시는 안 먹을래 -,,- ’ 그러다보니 볼락일지라도 뼈째 장만한 것은 피하고 단, 한 점을 먹어도 부드러운 살점이 좋던데....... 그나저나 이렇게 수확이 없어서야 나날이 사나워져가는 마나님을 어찌 본 단말이고? 낚시를 끊던지 해야지…….원, -_-;; 꾼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태풍도, 너울도, 저수온도, 청물도 아닌, 마나님이라는 속설이 있는데 마나님이 아직, 고양이도 되지 못했던 이십년 전만해도 낚시를 간다고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마나님들이 서서히 시라소니로 변해가면서 꾼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을게다. 언젠가는 선배와 함께 낚시를 가기로 하여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다가는 낚시가방 하나만을 덜렁, 어깨에 메고 어슬렁거리며 걸어오는 그 선배 뒤로 그 집 아줌마가 다른 아줌마와 함께, 쿨러며 보조 가방을 머리에 이고 오는 너무나도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얼마나 대단한 정력과 재력과 또 다른 신비한 능력이, 이 양반에게 있기에 저런 믿기 어려운 연출을 할 수 있을까 ?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짐을 싣고 떠날 때까지 두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잘 다녀오시라’며 꾸벅, 인사까지 했는데 짐이 많다 보니 이웃의 친구까지 불러내어 짐을 갖고 왔다는 것이었다. 무어라 적당한 물음도 생각이 나지 않고 머릿속만 복잡해졌었는데 이슬을 기울이는 자리에서 선배가 잘 먹혀 들었다는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어느 날, 낚시를 간다니까 그 집 마나님이 강짜를 늘어놓기 시작했단다. 한동안 고성이 오가다간 ‘내가 낚싯대를 몽땅 뽀사 버리고 낚시를 그만 두겠다’고 도끼를 들고 낚싯대가 든 가방을 힘차게, 내리쳤고 찌까지 하나씩 꺼내서는 잘근, 잘근, 도끼 뒤통수로 짓이기기 시작하자 놀라다 못해 경기를 일으키던 그 집 마나님은 다음은 자기차례일지도 모른다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는지 어디론가 도망을 가버렸고 그날 이후로, 샅에다 거미줄까지 쳐대는 냉담하고 잔인한 2차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했었단다. 2차 공격을 한 달쯤 이어가다보니 돌아누운 이불 옆자리에서 한숨소리가 들렸더란다. 선배는 웃음을 참느라고 입술을 깨물다 못해 혀까지 베어 물었다는데 값나가고 비싼 낚싯대와 장비는 다른 곳에 미리 감추어 놓았었고 이런 날을 대비하여 폐기처분할 낚싯대만을 모아 두었다가 일을 저질렀었다나? 며칠 후 그 집 마나님이 낚시점에 가서 점주의 도움을 받아서는 낚시도구 일습을 구해왔기에 선배는 마지못한 척 받아들었다가는 슬그머니 들고 나가 마음에 드는 것으로 교환을 했단다,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었던 이야기를 미련하게도 기억해두었었나 보다...... 한번 써먹어봄직하다는 생각과 함께........ 어느 날, 우리 집에서도 같은 이유로 분쟁이 터졌기에 선배의 생각도 났고 욱한 못된 마음도 자제를 못하고 뛰쳐나와 낚싯대가 들어있는 가방을 집어 던져놓고 도끼를 힘차게 치켜들었는데, (아차차.......이런 날을 대비해서 선배와 같이 미리, 이미테이션을 준비해놓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걸 어쩐담, -_-;;;;;;; 명색이 쌍방울까지 달린 남아 대장부가 도끼를 높이 쳐들었으니 내리쳐야하는데……. 정말, 찰나의 순간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고 그래도 내리쳐서 산산조각을 내야한다는 결단의 순간에 마나님이 비호같이 달려들어 손목을 잡고 늘어지며 눈물을 쏟아냈다……. “하이고, 그만 참으소……. 그 낚싯대들이 뽀사지면 내가 이집에서 나가야지 우예삽니꺼……. “ 간곡한 울부짖음에 못이기는 체, 돌아서고 말았지만 정말로, 등골이 오싹한 순간이었다…….-_-;; 이제는 시라소니가 표범이 되고, 호랑이가 되었으니 이제는 그보다 더한 묘수를 짜낸다해도 먹혀들지도 않을게고. 또, 노모 때문에라도 예전같이 큰소리 쳐볼 날이 내 평생에 다시 오기나 할지…….헐~!!!! 감질 나는 하루짜리 티켓도 어렵사리 얻어들어야하니 은혜로우신 성모 마리아여, 바다가 먼, 서울하늘밑에 사는 나이 들어가는 이 어린양이 갈 곳이 마땅치가 않구료……. ‘남궁옥분’이 소리 높여 불렀던, ‘타오르는 꿈을 먹고 사는 젊은이여’ 라는 노래가 18번이었던 선배의 레퍼토리가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 으로 바뀌었고 ‘서울하늘 어느 아래, 낯선 거리인들 어떠랴, 순아~! 우리, 단둘이 살자’ 까지 열창하게 되었으니 이제, 너무도 나이가 들어버린 선배가 철없었던 그 때를 후회하며 늦게나마 철이 들었음을 뼈가 저리도록 반성한다며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데 못된 선배를 만나 흉내를 내었던 나는 또 언제나 철이 들까...... ^^;; ‘관두슈~~~~’ 나는 아직도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가 되고 싶으니께요...... 선배~!!! 정말, 그 때를 기억하며 제대로 반성을 하고나 있는 거유? 쩝……. 또, 하루자리 티켓을 거머쥐었으나 갈치낚시는 기복이 심하니 만만하고 확실한 참돔이나, 가장 자신이 있는 농어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텐데 태안의 기름사건이 있고 부터는 외연도의 농어가 자취를 감췄는지 행방이 묘연하다고 연락을 해본 이장이 머리를 흔드니 격비 쪽에서 들려오는 농어 소식으로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절묘한 타임이 걸리질 않는다. 서해안의 참돔도 초반에 너무 많은 양이 쏟아진 탓인지 가을걷이가 시원치 않다했고 주꾸미나 갑오징어가 대풍이라니 그것으로나마 손풀이가 될는지? 시간이 나는 데로 아무 때나 오시라는 오천의 선장 말이 고맙기까지 했는데 어쩌다가 내가 이런 지경에 놓였을까?......... 바다구경이 처음인 산나물담당인 권 씨는 소양호며 파로호로 쏘가리 낚시를 다니며 매번 빼놓지 않고 데리고 다녔던 것이 산나물에 눈이 밝고 사람이 부지런해서인데 쏘가리를 낚는 동안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계절에 따라 곰취며, 머루, 다래에 더덕까지, 온갖 산나물로 입을 즐겁게 해 주었었다. 언젠가는 봐두었던 더덕이 지천인 섬으로 데려가마고 약속을 했었는데 이번에 비교적 쉬운 상대인 주꾸미와 갑오징어로 산나물을 대신하게 되었다. 오천 항에 도착해보니 손님은 우리 둘과 다른 한사람뿐이었고 조수아저씨와 낚시점 아줌마까지 가게 문을 걸어 닫고 나섰는데 기름 값도 나오지 않을 텐데 어찌 오늘, 오라했을까? 고등학생인 아들아이의 선생님이 주꾸미가 먹고 싶다는 소리를 했다기에 부모 된 입장에서 가슴에 담아 두고 있다가는 이렇게 날을 잡아 가게 문까지 닫아걸고 나서게 되었다고 되레 고마워하니 알쏭달쏭 도레미쏭이다…….^^;; 세상이 이상스럽다보니 사도의 예까지 땅에 떨어져 버렸을까……. 선생의 그림자가 짓밟힌지도 오래되었고 학생이 선생을 고발하고 폭력까지 일삼는다는 소리까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체벌논쟁으로 시끄러운 도시에서와는 달리 아직도 시골에서는 선생님을 어려워하는가보다. 하기야, 선생 똥은 개도 먹질 않는다했는데 도시락도 못 싸온 학생에게 제 밥을 양보하고 두어 쪽 담긴 쏘시지 반찬도 건네주고 풀 반찬, 단무지 한쪽으로 배를 채운다는 그런 선생 똥에는 영양가도 없다하여 개도 외면한다했을까? 그래도 제대로 된 선생이 선동 질이나 하는 어느 단체에 속한 선생들보다는 많다는것이 다행일지……. 선생이 무심코 흘려보냈을 말 한마디에 신경을 곤두세운 낚시점의 부부는 우리보다도 열심히 주꾸미와 갑오징어를 낚아냈고 물속에서 누군가가 등을 밀어내기라도 했는지 에기가 달린 채비를 낚시점 아줌마가 내리기만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올라탔으니 낚시점을 하면서도 주꾸미 잡이가 처음이라는 말이 영, 믿겨지지가 않는다. “꺄~악~~~~~~~~!!!” 평일인데도 수십 척의 배가 떠있었는데 먹물세례를 받았을 아줌마 손님들이 질러내는 높은 교성이 들려와 웃음이 절로 쏟아졌고 선장에게 아침밥도 못 먹었다는 말을 하자 물 흐름이 약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주꾸미 샤브샤브를 시작으로 먹물라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조수 아저씨에게는 갑오징어 회까지 듬뿍, 썰어보라니 손질하기가 싫었는지 머뭇거리기에 과하게 윽박질렀더니 한 그릇 가득, 갑오징어회까지 썰어내었다. 연하고 달달한 맛에 더, 필요한 게 무얼까? 오늘도 이슬이 빠질 순 없으나 너무 적게 가져온 것이 흠이었다……. 먹물라면까지 한 그릇씩 해치우고 소화가 되도록 두 시간쯤 더, 움직여 보기로 하고 굵은 놈들이 모여 산다는 포인트로 이동을 하였지만 포만감에 주의력이 떨어졌었을까? 잠시 손놀림이 둔해졌었는지 머뭇거리다가 에기에 올라탄 갑오징어가 두어 바퀴 돌기 시작했고 그만, 걸려 올라온 놈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아뿔싸~~~~~~~!!!!!!!) 혼신의 힘을 다해 뿜어댔을 놈의 먹물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덮어쓰고 말았는데 이런 멋진 옷, 본적들 있수? ^^;;;;;;;;; 손톱 속까지 파고든 먹물은 깨끗하게 빠지기나 할런지……. 낚시점의 부부가 열심히 낚아낸 한양동이분의 주꾸미가 박스에 담겨 어디론가 급히 보내졌고 먹는 재미와 낚는 재미에 흠뻑 빠졌었던 권 씨가 한 번 더 가자고 보채기까지 했지만 찬바람이 불면서 마릿수가 급격히 줄었다기에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11월, 중순에는 여러 사람과 함께 가기로 한, 버스가 회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데 그쪽이라고 나을 것이 있을까? 서울감생이라도 몇 마리 나오면 다행이지....... 수온이 아직 높다니 일찍 도착하면 전지 찌 구경이라도 하겠다. 했는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로 너무 늦게 도착하다보니 조금 있으면 날이 밝게 생겼다. 또, 후회스러울 당일치기 공탕낚시를 하게 되었나본데 도대체 이런 곳에서는 제대로 감흥이 일어나질 않으니 이 또한 병이로세……. 날이 완전히 밝기 전에 옆의 일행이 이런 곳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큼지막한 볼락을 한 마리, 끌어내었기에 부지런히 더듬어 보았지만 자잘한 돌 우럭 몇 마리와 한입에 쏙~! 들어갈만한 크기의 메가리가 몇 마리 나왔을 뿐, 일출을 보며 그만, 낚시가 시큰둥해졌다. 들 물이 시작되며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여 몇 번이나 뒤로 물러나야했고 내릴 때 선장이 일러준 수심 대와는 달리 절반도 안 나오는 3미터대의 얕은 수심 속에서는 낚시를 하는 기분이 안나니 원도 병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겠지……. 별로 미더워 보이지도 않는 또랑권을 안내하는 선장 말을 무시하고 반대편의 그럴싸하게 보이는 곳으로 옮겨가 잠시, 강공을 펼치다가 미약한 찌 놀림을 도저히 볼 수가 없어 막대찌로 바꿔보니 살포시 잠기는 입질이 보였는데 무얼까? 상대가 보이지도 않는 물속에서 마주 당기는 이 촉감은????? 평소에 잘 사용하지도 않던 나긋나긋한 낚싯대였다 보니 크기를 가늠하기가 아리송했지만 감성돔이 분명했다……. 어찌 보면 실망스러웠을 크기의 감생이가 이렇게 반갑고 귀할 수가 있을까……. 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하늘이 참으로 맑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갯바위에 마구 쓰레기를 버린 인간의 허물이 더욱 부끄럽기만 하다. 세상을 보는 시각에 따라,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많은 부분이 변하는데 무언가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나를 더 이상 나이지 않게 만들며 나의 소중한 모든 것들을 내게서 가끔씩, 멀어지게끔 만들기도 하는데 파란 하늘을 보며 깨끗하게 비운 마음이 나를 더 나답고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가보다. 오늘 찾은 바다의 자연이 고달프고 바빴던 우리의 삶을 잠시 멈추게 해주고 잠시나마 안식의 시간을 주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살벌한 경쟁뿐인 속에서도 오늘만큼은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을 눅이고 마음을 비우는……. 그래도 이정도의 조과와 좋은 날씨로 몸은 고달프고 지쳤지만 피곤했던 정신은 조금이라도 쓰다듬어졌다. 잠시라도 접했던 자연이 몸과 마음을 위로해준 셈이 아니겠는가……. 고기가 다가왔었을 짧은 시간이 아쉽게 지나갔다싶어 천천히 짐을 꾸렸고 사람이 많다보니 제법 큼지막한 감성돔도 두어 마리 나왔다하고 초보에게 덤벼들었다가 살점을 제공하게 된 큰 광어가 한 마리 보였고 허명으로 가득한 프로낚시인이 되겠다고 연맹을 쫓아다녔다는 신입이 장원을 했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 얼음이 얼고 눈이 온다는 소설 (小雪)이 숨 가쁘게 지나갔고 이제,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 놓고 있다. 이제 엄동설한의 초입이다. 거리마다 화려한 조명이 등장하고 바람 한 점이 두 뺨에 닿는 느낌에서도 겨울을 완연히 느낀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낚시의 덫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사진이 담긴 조행기 > 서해+남해+동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까운 곳에 섬이 있었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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