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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외연도+무창포

통영의 전갱이에게 홀대 받고 서해 참돔으로 손풀이라......

by 찌매듭 2010. 7. 6.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이었다. 
이러다간 봄이 많이 늦겠다 싶었는데 어느새 봄이 오긴 왔었나보다. 
내려다보이는 옆집마당의 껑충한 목련나무에 꽃망울이 맺힌걸 보았는데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인지…….
3월도 늦은데 4월말까지 눈이라니……. 그것도 폭설에 가까운…….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는 길가의 느티나무 잎사귀가 
조금씩 커지는걸. 느끼며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우리들 곁을 찾아왔나
싶더니만 제대로 느끼고 반겨볼 사이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훠~어~이~~~ ,’ 
한껏, 날개를 펼쳐든 갈매기 한 마리가 멋들어지게 활공을 하다가  
내려앉는 모습이 저만치 보였다.
참으로 별일이다 ……. 
서울도심에도 갈매기가 날아다니다니?
응~??? 
그게 아니네? 
차가 가까이 다가가니 비축거리며 옆으로 물러나는 것이 비들기가 분명했는데 
우아하게 날개를 펴고 내려앉기에 영락없이 갈매기로 착각을 했으니 이젠, 
헛것까지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바다구경을 한지가 너무 오래됐는가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먹고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여 
정신적 만족을 얻기도 한다는데 정신없이 낚시를 하다 보면 
끼니를 설치기도 하고 건너뛰기도 하며 한동안 배고픔을 모르는 것이
잠시 잊는 것인지 잊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육신에 따르는 만족으로 대신 배를 채우는 걸까? 


민박집 아저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옆집사람이 주낙을 놓아 크지는 않지만 농어를 제법 잡았다는데 
너무 작은 크기이다 보니 제대로 맛도 안날 비린 것들이라 
몇 마리 보내기가 부끄럽다고 했다. 
배부르고 기름진 투정으로 들리는 것이, 이곳에서는 그것도 없어서 
못 먹어 보고 바다 구경을 못해서 눈이 짓무를 지경이라며 
허하게 같이 웃다보니 가거도 에는 때아니게 사람들이 많이 가는 모양이라며 
뭍에서는 인터넷으로 소식을 들었을 텐데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기에 
늦은 겨우네 감성돔이 많이 낚였고 어떤 꾼의 안타까운 사고소식도 있었으며 
그 후에는 사고 장소에서  영등 감성돔을 많이 낚았다던데 만재도 에도 
영등철 물색이 아직 남았을 테니 시간이 나면 밑밥 몇 장 싸들고 
뒷동산이나 넘어가 감생이나 몇 마리 낚아 비늘이라도 몇 닢 
붙여 보내보라는 농을 건네곤 전화를 끊었다.
인터넷에서 조황소식을 들여다보니 볼락을 낚으려는 사람들이 
진작부터 가거도를 드나들며 쿨러 조황을 올린다는 소식이 가득했다…….
물색이 안 나온다는 만재도와는 달리 가거도 에서는 볼락과 농어사냥이 
한창인가보다…….
며칠 후에는 선장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옆집에서 농어를 낚았다기에 
불편한 몸을 끌고나가 열기 그물을 두어 틀 놔봤더니 그물 안에 
열기가 가득 들었다며 조금만  있으면 물색이 나올 것 같다했고
또 며칠이 지나서는 볼락들이 즐겨먹는 새우들이 가장자리에 나와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을 보니 만재도 에서도 볼락이 움직일 때가 되었다고 했다.


5월 중순이 되어서야 바다구경을 할 핑계가 생겼지만 
당일치기나 진배없는 짧은 일정이다 보니 노모가 반기실 
전갱이나 손쉽게 낚아보겠다고 통영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일행 중 몇몇은 거제의 홍도 선상낚시에서 두어 번 큰 고기를 잡아보았다며
일행들에게 푸짐하게 회를 먹여주고 잡은 고기도 나누어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며 무서운 초보들로 구성된 선상 낚시 한 팀이 떨어져 나갔고 
죽어도 폼생폼사를 외치며 감성돔만을 고집하는 믿을 수도…….
믿어서도 안 될 갯바위 팀까지 거제에 남겨 놓고 물빛과 거리의 
가로등 까지 아름다운 인디고 빛으로 가득한 통영으로 달려갔다.
날이 밝기 전에 도착한 낚시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가두리에 도착하여 재빠르게 채비를 담가 보았지만
미끼가 그대로 달려 나오며 단단해진 것을 보니 수온이 찬듯했다.
저쪽이 나을까? 아니면 얕은 쪽이?
몇 번 자리를 옮겨 보았지만 제대로 고기 구경을 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눈치 빠른 얼치기 하나가 가두리 주인에게 흥정을 걸어 
능성어 한 마리를 사왔는데 촐싹거리며 방정을 떨다가 
그만, 엉뚱한 가두리 속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는데 멋쩍었던지 
오래도록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물속만 들여다보고 있기에 
성미 급한 다른 일행이 한 마리를 다시 사서 회맛을 보게 되었지만 
만만하게 생각했던 전갱이에게서 홀대를 받은 날이었다.
홍도의 선상 팀과 갯바위 팀을 싣고 올 버스를 지루하게 기다리며 
보릿물이 담긴 깡통을 몇 개나 비웠을까?
아들놈에게 솜씨를 보여주려 했던 아비는 그만 몸이 흔들렸던지
시꺼먼 아스팔트 길 옆의 도로에서 깜빡, 잠이 들었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나타난 일행들은 수온이 어떻고, 물때가 어떻다는
핑계를 걸었지만 자잘한 부시리와 농어 몇 마리를 낚아 회맛은 보았고 
쿨러 속에 은밀하게 감춰놓았다는데 한 마리쯤 나누어줄 분량은 안 된다며 
말꼬리를 흐리는 것이 영락없이 무서운 초보들이로고.........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 못해 춥기까지 한,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을 
허무하게 보내버린 것이 불만스럽긴 하다만 곧 들려올 서해안 참돔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6월을 맞이했다.



먼저 낚시를 다녀오던 차 원장이 예닐곱 마리를 낚았다며 노모에게 
드리라고 한 마리를 건네주었는데 내가, 고기를 얻어먹는 신세가 되다니......
열한마리를 낚았다는 무서운 초보도 함께였는데 대식가에 대가족이
목마르게 기다리기에 나누어줄 고기가 없다고 유감을 표시했지만 
어르신이 정통 꾼이었던 차원장과는 격이 달라도 많이 다를 게다.
암, 그렇고말고~~~~~~~~~ ^^;;
5월하순경부터 전해져오던 참돔소식이 점점 마릿수를 더하면서
대박을 넘어 초대박이라며 금지단어를 무시하는 조황소식이 이어지며 
선장에게서 내일쯤 내려오라는 연락이 왔지만 연일 이어지는 
노모의 병원 나들이에 쉽게 몸을 뺄 수가 없다보니 독배를 전세 낸 
손님이 왔거나 이른 시간에 상황이 끝나 한 번 더 출항 할 수 있는 
오후반이 생길 때나 갈수 있겠다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했다.
출항시간은 제대로 지키고나 있는 건지 위험을 무릅쓰고 이른 새벽에 달려 나가 
치열한 자리다툼 끝에 희비가 엇갈린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간
6월10일, 오전 11시쯤에 집 근처에 있는 후배를 통해서 오후 2시까지 
오천 항에 도착하라는 급한 연락이 왔다.
승용차를 제쳐두고 승합차를 이용하여 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었기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가 있었고 제 시간에 짐도 싣고 시동을 걸었으니 
어두워지기 전까지의 네 시간 정도는 물위에 두둥실 떠있을 수가 있으렷다.
처음 타보는, 큼지막한 배에 9명이나 탔지만 선상낚시를 하기에는 널찍하니 
편할듯했는데 움직이자마자 이상이 생겼다며 스크루가 있는 부분을 
뜯어내기 시작했는데 칼이며 낫이며 배안에 있는 도구를 동원하여 
부산을 떨며 확인해보니 팔뚝만한 밧줄이 단단히 감겼다며 잠수부를 찾았는데
항구 안에 있던 잠수부가 마침, 대천으로 볼일을 보러 갔기에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니 참, 운도 안 따라준다…….
억겁의 시간이 흘러, 잠수부가 도착 했고 장비 챙기고, 
제 딴에는 여유 있게 수경에 침 바르고 물 묻히고.........
준비운동까지 하는 모습에 그만, 염통이 팽창하고 두통이 엄습해 오니
이런 병의 원인 제거에는 무엇이 필요하겠나?
(스피드?????)
한동안 물속에 잠겨있던 잠수부가 튀어 나와선 칼이 안 든다며 
잘 드는 날선 칼로 바꾸어 달라니 배안에 탔던 손님 중에서는 급하게 
숫돌도 찾아내오고 선장 귀에 들리도록 불만스런 소리를 뱉어냈다.
“니미럴……. 칼도 안 갈아 놓고……. 늘어진 줄이 물위에 떠있는 것도 못보고
 쑤벌넘이 돈독만 올랐나 벼……. 낚시꾼이 지네들 봉이여????? “
물위로 솟구쳐 오르는 밧줄 뭉텅이들을 보자 안색들이 밝아졌고
볼일이 끝난 잠수부에게는 배에 오를 것도 없이 밖으로 헤엄쳐 가라하곤
큰 덩치와는 다르게 제법 속력이 내는 것이 손님들 기분을 알아채곤 
최대한의 속도를 내기로 한 모양이다.



십여 일 간 떼거리로 참돔을 쏟아냈다는 포인트에 도착하자 
선장이 말문을 열었는데 충청도 특유의 말에는 확신이 차있었다.
“넘(너무) 염려 마러유~ 좀, 늦었지만 잘될 거유~! 해가 질 때까지 최선을 다할께유~!”
너무도 충청스러운 선장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고기는 잡을 것 같다.
선장의 입에서 ‘글씨유~? 좀, 그렇츄~?’ 소리가 나왔다면 반반이고
‘오늘 절단 났시~유~!’ 소리가 나오면 틀렸다는 소리다.
완전한 부정인 절단이 났다든가 틀렸다는 표현인 글씨유~? 보다는 
염려 말라는 말은 확실한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지역마다 뜻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가 쉬운 것이 아니지만
충청도 말이나 사람 속은 더욱, 알아듣고 가늠하기가 쉽지가 않다.
채비를 담그고 정렬이 되자마자 줄이 풀려나갔고 얼마간의 버티기 끝에 
끌려 나온 평균크기의 참돔을 거푸 두 마리 낚고 나니 전원에게 
입질이 닿기 시작하여 세 명, 네 명이 동시에 고기를 걸어내어 
선장이 뜰채를 들고 기다리라는 소리를 주문처럼 뇌어가며 
이리 뛰고 저리 뛰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물칸이 넘쳐버렸다……. 
뒤집어져있는 고기의 뱃속공기를 빼내어 억지로 가라앉혀 가며 
물칸의 공간을 더 만들어 냈고, 계속되는 소나기성 입질의 결과로 
도저히 뚜껑이 덥히지 않을 정도로 고기를 낚았으니 도대체 
몇 마리나 낚았을까들?
두 시간 남짓, 몰아쳤던 생애에 두 번 다시 경험하기 힘든 시간이 지나갔고 
해도 수평선 끝에 걸렸으니 모두가 선선히 채비를 거두기 시작했다.
어업 지도선 이라는 배 한척이 다가와 고기 몇 마리를 얻겠다고 했는데
그 턱 끝에는 만재도를 가면서 신세를 졌던…….
천안 함 사건에서도 인명구조에 큰 활략을 펼쳤던,
우리의 안전을 보살피는 해경선이 한척 떠있었는데
연일, 무엇인지 뻘건 고기를 수없이 낚아내는 것을 보면서 궁금했었고
흔하게 널린 고기로도 생각했을 테니 몇 마리 못 나누어줄 이유가 없다.
배안에 있을 인원들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도록 큼지막한 놈으로 골라
댓마리를 보냈지만 그래도 물칸은 차고 넘쳤다…….
항에 도착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기가 낚여 참돔이 흔한 모습을 보였을까?
낚시점과는 무관한 동내사람까지도 참돔을 거저 얻어 보겠다고 양동이를 
들고 나와 기웃거렸는데 큰 물통을 싣고 온 화물차의 도움을 받아 
백 마리에 가까운 참돔을 낚시점마당으로 옮길 수가 있었고 
잡고 못 잡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나누어 주다 보니 
한 사람당 열 마리씩의 고기가 배분이 되었다.
또 남은 댓마리는 물통을 싣고 온 물차 주인에게 돌아갔으니 이 바다에 
무슨 고기가 이리 많아 참돔풍년이 왔을꼬????


고기는 낚는 맛도 좋지만 낚은 고기를 이웃과 나누어 먹는 것도 
낚시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가끔가다가 시답지 않은 인간망종이 끼어들어 거저 주워온 것으로 아는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철판을 깔고 끼어 앉아선 젓가락만 바쁘게 놀려가며
살점이 무르다느니 흔한 고기니까 이렇게 많이 잡아왔겠다며 기분을 
상하게 하기에 이런 부류의 것들은 요령껏 피하고 따돌려 버려야한다. 
낚시를 하다보면 원치 않는 쑤벵이 같은 것들이 바늘을 물고 늘어져 
피할 수 없는 때도 있으니 인간사 다 그러려니 생각하고 마음 상해할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밉고도 미운 것이, 매번 빠지지 않고 코를 벌렁대며 먼저 나타나니 문제긴 하다만…….
열흘정도가 지나자 몸달아하던 다른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약속했던 일행이 연락이 안 닿으니 대신, 자리를 메워달라고…….
땜빵이라는 것이 마지못한 것도 있겠지만 시간을 낼 수 있는 
절묘한 타임에서의 오후반 낚시라니 또 한 번 나서볼밖에…….^^;;
약속된 인원이 다섯 명이했으니 크지 않은 배지만 오붓하니 할 수 있겠고
시간 전에 도착했으니 점심도 제시간에 맞추어 든든하게 먹어두고
배에 올라보니 두 명이 늘어나 일곱 명이 되었는데 못 온다고 했던 사람이
바삐 일을 끝내고 달려왔다 하고 또 한사람은 강원도에서 기약 없이 
찾아왔다며 자리가 있으면 타고 없으면 돌아가겠다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갈치와 우럭 낚시를 즐기던 노조사 한분이 참돔낚시에 도전해 보겠다고
함께 배를 탔는데 부시리 전용 대를 펼쳐들고도 가장 많은 고기를 낚아
노익장(老益壯)을 자랑한 날이었지만 입질 한번 구경하지 못하고
앞뒤에 섰던 낚시인 둘은 무엇이 불만이었는지 다시는 못 올 곳이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한 욕 몇 가지를 던져놓고는 엔진소리도 요란하게 떠나가 버렸다.

서너 마리를 구경한 일행은 얼마 전의 호황과는 사뭇 다른 조과에 
만족스럽지 못한 내색이었는데 어느 손님이 삼일후의 오후 예약을 
취소했다는 말을 듣더니 그 날의 예약을 대신하겠다며 차지했다.
서너 마리씩의 고기를 나누어 담고 자리를 비우지도 않은 것 같이
감쪽같은 알리바이가 성립된 일정을 마치고 도착을 하고보니
디지털 카메라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얼마 전에 쏘가리 낚시를 다녀오면서 남겼던 기록과
오늘도 서너 컷의 마음에 드는 꺼리가 담겨 있었는데…….
고기를 갈무리 하는 일행의 모습을 담았던 것까지는 생각이 나고
잠시 손을 씻노라 떼어 놓았을 거란 생각뿐……. 그 다음 부터는
도무지 생각이 이어지질 않으니 누구, 흉을 볼 수가 있을까…….
낚시점 아줌마에게 물어 보았지만 못 보았다는 대답뿐…….
이제 손에 익을만하여 복잡한 설명서도 떼어 놓을 수 있었는데 정들자 이별이라니…….
제조번호가 있어 이리저리 신고는 해 두었지만 다시 돌아오리라는 보장이 있을지…….

세 번째의 오후반에서는 배를 통째로 예약해 두었으니 인원 모집을 해야 했다.
셋…….넷…….다섯까지는 잘 아는 사람들이다보니 불편하지 않게 
낚시를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오지랖 넓은 일행이 입이 간지럽다 보니 
또 누구에겐가 말을 했던가 보다…….
생각지도 않았던 두 사람이 더 합류를 한다는데 약속했던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으니 지청구야 들을만했고 그 중 하나는 평소에도 
침착하지 못하고 덜렁대는 참돔낚시 초보자였지만 기왕에 왔으니 어쩔까, 
인원이 넘쳐서 복잡하게 되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가장 늦게 나타난 일행이 
어쩌면 케르베로스 라는 지옥의 문 앞에 묶여있을 재수 없는 개라는 것을 알 수 없었으니…….
전날 저녁에 내려가 새벽부터 낚시를 한 박 고문이 고기를 못 잡았다고 한다…….
어제까지 쏟아졌던 그 많던 고기들이 종적을 감추었는지 서너 마리의 
작은 참돔만 낚였다는데 그 중에서 한 마리라도 낚은 축에 끼였다는
이상한 자축의 통화를 접하자 부지런히 달려 내려가던 차안의 
뜨거운 열기가 식어 버렸는데 밑밥도 남았으니 늦게까지 해보겠다니 
뜨거운 뙤약볕에서 무한정 기다리게 생겼다…….
항안에 있는 구멍가게의 펼쳐둔 해가림 밑에서 시원한 보릿물로 목을 축이다간
종내에는 눈앞에 보이는 건너편의 횟집에서 멍게 한 접시를 썰어와 
물 종류를 맑은 이슬로 바꾸어 가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새벽에 나갔던 배들이 한꺼번에 철수하여 들어왔는데 조황이 좋지가 않은가 보다…….
얼음을 사러 구멍가게에 들른 꾼들의 쿨러를 넘겨다보니 
한두 마리의 참돔에 우럭과 노래미만 몇 마리씩…….
조황이 안 좋았다, 위로의 말을 건네니 사람들마다 욕을 하며 불만을 토해낸다…….
“고기도 안 나오고, 선비도 비싸고……. 밑밥은 우라지게 강제로 많이 쓰게 하고…….”
배들이 도착하며 내리는 손님마다 이런 저런 불만들을 끝없이 토해냈다. 
먼 지방 사람이 충청도에 와서 한 여름에 버스를 탔단다.
버스가 가면서 만고강산 유람하듯 가는 듯 마는 듯 쉬엄쉬엄 가면서
여기서는 손님을 태우고, 저기서는 손님을 내려주면서 마냥 가다가는
개울이 흐르는 다리께에 다다르자 운전수가 차를 세워두고 내리기에 
무엇을 하나 창문으로 넘겨다보니 개울로 내려가서 세수를 하고 올라오더란다.
그래도 어느 손님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더라는 것이다.
그는 무릎을 치면서 사람들이 유순하고 말이 없으니 충청도에 와서 
장사를 하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닳고 닳은 도회지 사람을 상대로 장사를 하자면 목이 쉬어 터지고
흥정에 진땀이 나는데 이곳사람들을 상대로 하면 물건만 늘어놓고도
쉽게 팔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백 원을 받을 물건에 구백 원을 매겨 놓고는 깎아 달라면 백 원을 
깎아 주는 편한 흥정을 하면 장사가 쉽겠다 싶어 충청도의 어느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한 아줌마가 다가와 ‘이거 얼마여유~?’ 하고 묻기에 구백 원이라 하니
‘그려유~?’ 하더니 아무 소리 없이 돈을 꺼내주고 사 가는 것이었고
다른 사람이 와서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다보니 어느덧 쌓아 놓았던 물건이 다 팔려나갔다.
그는 이렇게 장사가 쉬운 곳이 또 어디 있겠냐며 신이 났는데 
한 달쯤 지나자 손님이 한명도 안 오더라는 것이다.
그 가게는 비싼 곳이라는 소문이 다 나버린 것이다.
인간이란 것이 얼마나 우매한가? 물고기를 많이는 잡고 싶은데, 
그것도 편하고, 비용도 저렴하고, 거리도 가까워서 시간도 덜 들어 피곤하지 않게…….
모든 만족을 채울 수는 없겠지만 가까운 서해안에서라면 그 충족을 얻을 수도 있다.

얼마전만해도 수도권에서 낚시를 가려면 원도 권을 빼놓고는 아무리 가까운 곳을 
찾아 나선다고 해도 완도 권이나 진도 권으로의 당일낚시뿐이었다.
밤새도록 고생스럽게 달려가서 고작 대여섯 시간의 낚시를 할 수 있었지만
고기라도 낚았다면야 좋겠지만 매번 손맛을 보는 것도 아니다 보니
지나쳐 다니는 서해안의 가까운 바다에도 고기가 있지 않을까? 의문들을 가져 보았을 게다.
몇 번, 낚시 꽤나 한다는 이들이 다녀 보았지만 손바닥만 한 비드미 몇 마리를 낚아 들고서는 
작은 고기들의 자람 터로만 생각하곤 잊고 말았었다…….
군산의 벚꽃 놀이에 끌려갔다가 어창 구경을 하게 되었는데
촌로(村老) 가 끌고 가는 손수레에는 망둥이며, 박대며 작은 고기들이 가득실렸던데
눈이 번쩍 뜨였던 것은 50센티가 훨씬 넘는 감성돔 한 마리가 
맨 꼭대기에 올라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뻘물과 수심 얕은 군산 권에서도 
저런 고기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잘하면 어수룩해 보이는 촌로에게 
값싸게 사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쫓아가서 수레를 세웠다.
몇 마리나 필요하냐는 촌로의 되물음에 한 마리밖에 없지 않냐니
작은 고기들 속에 묻어 놓았던 커다란 감성돔들을 파내어 보여 주기에 
말문이 막혔던 생각이 난다.


곧, 군산권의 낚시점을 찾아가 그 지역꾼들의 안내를 받아 낚시를 해보았는데
여치기에 2B 정도의 초저부력 찌를 사용하는 취향에 안 맞는 낚시였다.
농어낚시도 시작 단계였다 보니 낚시점에서 구할 수 있는 농어용 루어라는 것들이 
지금에 와서 유행하는 타이라바의 초기제품이었는데 수심이 얕은 
군산 권에서 농어용 루어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군산 앞바다에 있는 섬들을 찾아다니며 탐색을 해봤지만 물의 차고 빠짐이 
복잡하다 보니 순식간에 배가 여위에 얹혀서 꼼작도 못하는 해프닝도 벌렸고
좀 더 멀리 있는 섬을 찾아 나서다 보니 십이동파도까지 가보게 되었으나
그때만 해도 군산 권에서 십이동파도를 간다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군산의 꾼들과 교류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거문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들에게는 미지의 섬이었기에 두어 번, 안내를 하게 되었는데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면 수심이 20미터도 더 나오니 부력이 큰 찌를 
준비해야할 것이라 일러 주었더니 믿지 않는 눈치들이었고
0.5호의 큰(?) 찌를 준비했으니 걱정 없다고 으쓱댔지만 막상, 
거문도의 시꺼먼 물깊이에 크게 놀라는 눈치였고 채비를 내리지도 못해 
당황해 하면서 몰황을 기록했는데 두 번째의 방문에서 부터는 
왕방울만한 찌를 준비하여 평소의 솜씨를 뽐내곤 했으니
인간은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동물이 분명했다…….
군산권이나 격포 권에서의 여치기 낚시가 적성에 맞지 않다 보니 
좀 더 대물들이 설치는 곳을 찾아서 나선 곳이 어청도였지만 지형적으로는
건너편에 보이는 외연도 쪽이 훨씬, 마음에 들어 보였다.
가끔 오천 항에서 어렵사리 배를 타고 외연도로 농어낚시를 나섰지만
텃세에 몰려 눈치를 보다간 기름값 핑계를 대며 주저앉기에
허름한 창고만도 못한 대천항의 여객선 터미널에서 부정기적으로 다니던
여객선을 타고 서해안의 섬들을 찾아다니다가 얼떨결에 포인트를 찾아내어 
몇 마리의 참돔과 농어의 수확에 감격해하며 다녔던 십 수 년 전의 노력에 비하면
손쉽고 편하게 짧은 시간대에 즐길 수 있는 지금의 서해안 참돔낚시는 
비용 면에서만 빼놓고는 나무랄 것이 없다…….

산란기의 고기를 잡고말고. 와 남획의 여부에 대해서는 낚시꾼 
스스로가 결정할 일이고 갯바위의 낚시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선상낚시도 낚시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을 했는데 선상낚시를 온 모두가 
떼 고기를 낚는 것도 아니고 열 척, 스무 척의 배들, 모두가 매번,
고기를 잡는 것도 아니다. 
유능하고 부지런한 선장이 조과 면에서도 낫다 보니 이런 선장이나 
매번 운까지 따라주는 선장에게는 손님이 끊이지 않아 
사전에 예약을 해두어야 하니 손님입장에서도 눈치를 보는 모양이다.
매번 만족을 하는 손님에게도 부담스러운 것이 비용이다 보니 
자꾸, 신경이 쓰이게 되는데 낚시를 제대로 즐기려는 편이라면 
고기가 잡히던 안 잡히던 하루 마련한 시간이 다가도록 
바다에 두둥실 떠있으며 어릴 적에나 즐겨보았던 요람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고 
초보자라면 자기에게 잡혀준 큼지막한 저 고기가, 분명히 내고기라는 
믿기지 않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어서라도 낚시를 빨리 끝내고 
집으로 달려가고만 싶을 게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사람은 주어진 시간 안에 
몇 마리를 낚아들고 만족을 해야 하고, 선장의 입장에서는 
메뚜기도 한철이라며 배가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손님들을 
태우고 싶을 것이다, 
많은 인원들이 부대껴가며 칼싸움을 하든지 말든지, 
낚싯대가 부러져 고가의 수리비가 들던지, 말든지, 신경도 안 쓰다가 
고기가 좀 낚였다 싶으면 밑밥을 빠른 속도로 처리한다.
벤자리철에 탐라에 가서 밤을 새워 배낚시를 하려고 선장에게 밑밥을 실으라니 
두 박스도 많다며 한 박스만 실었다.
선외기 배의 엔진이 달려 있는 부분에는 두세 개의 탁구공만한 구멍이 뚫려 있는데
바닷물이 찰랑이며 드나들고 있기에 그곳에 땡땡 얼은 밑밥용 크릴 두 덩이를 놓아두면
녹는 데로 몇 마리씩 솔솔 빠져 나가게 되어있다.(모든 배들이 그런 구조겠지만…….)
감질나도록 밑밥을 흘려주어야 미끼를 덥석~! 물어준다는 탐라의 선장 말에
밑밥이라도 듬뿍, 팔아주어야겠다는 내 생각이 잘못됐음을 알았다…….

서해안 참돔선상낚시를 보면 건너편에 보이는 홍원 항에서 왔다는 커다란 배에는 
열 명도 넘는 사람이 탔던데 일인당 한 박스씩 싣고 온 밑밥을 허비하노라
조수도 없이 나온 선장은 손님이 고기를 걸었어도 뜰채 도움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밑밥을 쏟아 붓는데 만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그렇게 돈 벌어 어디에 쓸꼬? 
필요한 만큼의 밑밥을 사용하여 손님들의 비용을 덜어줄 생각은 애당초 없는가보다…….
또 다른 곳에서는 고기가 제법 낚여 일찍 철수를 하게 되었기에 
점심도 안 먹었고 낚시시간까지 짧았기에 밑밥이 많이 남았는데도 
비용을 그대로 받는다고 또, 불만이다. 
사람 수보다도 밑밥을 적게 실었는데 비용을 그대로 다 받는다고 또, 불만이다.
서로가 안보는 것 같고 아무 말도 안하지만 모두가 보고 있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누구나 같다.
모두가 속으로만 하고 겉으로는 드러내지를 않는 불만들이다.
음식점에 가서 회식을 하면서 총무를 맡았거나 얄팍한 호주머니 사정이 생각난다면
어떤 음식을 얼마나 시키고 먹었기에 얼마가 들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미리, 대충 계산했던 것과 비슷하게 나왔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터무니없는 계산이 나왔다면 당연히 따지고 확인해 본다.
누구의 잘못이 밝혀지고 진짜로 실수임이 밝혀져서 진정한 사과가 오갔다면 
오래도록 찾아주는 손님이 되겠지만 평소에도 심심치 않게 행하던
고의적인 실수가 오늘은 재수 없게 발각이 났다는 건성뿐인 사과라면……. 
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만 쫌생이 같이 그러냐는 생각을 읽게되면
오만정이 떨어져 나와 두 번 다시 뒤돌아보기도 싫을 것이다.
스스로를 메뚜기로 형상화하는 선장들이 주로 문제겠지만 서로가 
뻔히 보이는 같으면서도 다른 생각으로 한배를 탔다는 욕심이 화근이겠지만
이런 일이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 아니다 보니 서로가 비난만 할 일도 아니다.
돈이란 것에 잠시 귀가 막히고 눈들이 멀었을 그들도 알아들을만한 
사람들일텐데 왜 말들을 못할까? 
그중에서도 고기를 못 잡은 이는 다시는 올 곳이 못된다며 투덜거리고 떠나지만
많이 고기를 낚아든 이는 행여나 다음번에 자리를 배정받지 못할까봐 
불만을 삭이고 입을 다물고 말지만 꾼들이 정말 바보일까? 아니다~!!!!
“아무 말도 안한다고 낚시꾼들이 바보인줄 알아?”
“아무 소리 안 해도 짐작이 천리고 생각이 두 바퀴 반이란 말이여,
 말 안한다고 속도 읎는줄 알고들.....-,,- “ 

오후 두시가 넘어서야 우리가 타고 갈 배도 들어왔다.
선장이 철가방 안에서 꺼낸 늦은 점심을 급하게 먹자마자 몸을 움직였고
새벽 배를 탔던 일곱 명이 낚은 다섯 마리 중에 한 마리는 내가 낚았으니
솜씨가 제법이지 않냐 는 박 고문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뒤로하니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망설여진다.
오전에는 고기가 안 나왔다지만 밑밥도 잔뜩 들어갔고 수온도 올랐을 테니
그 자리로 다시 가자는 일행의 의견과, 좀 더 수심이 깊은 곳으로 가자는 내 의견이 서로 달랐다.
방향을 잡아야할 갈림목에 도달한 선장이 빨리 장소 결정을 지으라고 
재촉을 하기에 고집스럽게 어느 방향을 짚어댔지만 일행의 불만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거기까지 가면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려 세 시간도 못 할 텐데 그냥,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하시자니깐요~?!!!!!! 우이씨~~~~ -_-“
지나가며 보이는 오전에 낚시를 했다는 곳에는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배들이
서너 척 떠있었는데 오후에는 수온이 올라서 고기가 낚이기에 있는건 아닐까?
고집했던 자리에 도착해 보니 아직까지 다녀간 배가 없는듯했고 
어선들의 작업이나 그물도 보이지 않았는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푸른 물색도 보이기에 수온과는 상관없이 어떤 수확이 있을 거란 생각에 
서둘러 채비를 하고 첫 미끼를 끼운 첫 흘림부터 고기가 물려 나와주어 
안심이 되었는데 선선히 자기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한 일행이 
가장 많은 고기를 낚은 날이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서해바다를 잘, 몰라서…….^^;;”


십 수 년 전에 이 자리를 발견하여 처음으로 낚시를 해보았을 때
정체를 모를 대물에게 낚싯대를 뺏기우고, 채비가 연거푸 터져나가 
황당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밤에서 누런~, 금조기까지 올라오기도 했었다.
홍원 항에서 나왔다는 배 한척이 멀리 지나쳐 가다가 무슨 고기가 낚이냐며 
다가왔었고, 때마침 걸려든 우럭과 광어를 끌어올리는 것을 보곤 
코웃음을 치고 돌아섰다간 십년이 훨씬 지나서야 그 진가를 알고서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드러나는 여를 보더니 이번에는 멋대로 이름을 지어 부르며 자기가 처음 발견한 곳이라고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짬여? 화참여?)
처음 그곳을 데려다 주었던 삽시도나 호도의 어부들이 이름이 없는 여라기에
화사도의 여라고 부르거나 홍합이 가득하여 홍합여로 부르곤 했는데
무창포의 말썽쟁이 조선장에게 이 자리를 가르쳐 주고 부터는 모두가 홍합여로 부르기 시작했다…….


릴 뭉치에 이상이 생겼다고 두 마리를 낚아내곤 주저앉아 놀기 시작한 일행과 
바늘 묶음이 잘못된 둘만이 두 마리씩의 참돔을 낚았고 대부분이 70 급의 참돔을
마릿수로 끌어내는 큰 재미를 보고 있었는데 너무, 멀리까지 흘린 듯한 채비에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강하게 차고 나가지도 않으면서 무겁게만 느껴지는 것이 바닥권의 큰 농어이거나
책상만한 크기의 광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가까이 다가오도록 더욱 무게만 느껴지기에
낚싯대의 휨새만 보고서는 선장과 조수까지도 큰 광어일거라고 소리쳤는데 
막상 올라 온 것을 보니 80급의 참돔이었다…….
선상낚시에서는 물 방향을 정면으로 하여 고기를 낚다보니 제법 큰 놈이라도 
묵지근하게 버티기만 하면 채비가 강하다 보니 큰 기교가 없어도 안전하고 쉽게 
끌어 올릴 수가 있는데 복잡하게 물이 흐르는 갯바위에서라면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바다낚시의 꽃은 갯바위낚시라 하지 않았는가…….
축하의 인사를 받으면서 살점이 많이 나올 테니 회사의 회식에 쓰고 싶다는 한 일행에게 
고기를 넘겨주고 노모에게 반찬으로 드리기가 편할 비교적 작은 고기로 배분을 달라했고
공평하게 나누다 보니 적게 잡은 일행들도 스치로폼 박스 가득, 고기를 담아들었다.


기분들이 흥겨웠는지 낚은 고기를 싱싱하게 갖고 올라갈 테니 
기다리라는 통화가 난무하다보니 평소에도 찬찬치 못했던 운전자가 
정신이 더욱 흩어졌는지 길 가운데 떨어져 있는 이상한 물체를 타고 넘었다.
뒷자리에서도 훤히 보였기에 알아서 피해가겠거니 생각했었지만
운전 중의 잡담도 부족하여 뒷자리 일행들의 이야기까지 끼어들어
참견하고 손춤까지 추어가며 깝싹거리다 보니 주의력이 떨어져 피하질 못한 모양이다.
앞바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고 곧이어 내가 앉았던 의자 밑 부분에 
강하게 부딪는 충격이 전해져 왔기에 차를 세우고 살펴봤지만 
이미 어두워진 시골길에서 자세히 보일 리가 없었고 불안한 느낌에 
1~2차선을 피하고 3차선으로 안전하게 올라가자고 목청을 높였지만 
잠시 조심하여 운행하는듯하더니 연이어 걸려오는 무지한 작자들의 전화에
정신 줄을 놓아 버렸는지 규정 속도를 무시하고 세 개의 차선을 넘나들며 
달리기 시작했고 급한 속내까지 튀어나오다 보니 무리한 추월까지 시작했고 
제대로 된 운전 상식까지 부족하다보니 차간거리 지키기는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운전 중임에도 연실 전화를 걸어오는 무지한 작자들은 평시에도 
참여가 부족하고 주인의식도 없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남이 낚시를 가는건 
어찌도 그리 용케 알아채곤 낚시를 하는 중에나 운전을 하는 중에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정신을 흐리게들 하는지…….
“고기는 몇 마리나? 크기는? 나 줄꺼 있지? 빨리 와~!, 막 달려~?!”
식사는 했느냐, 날씨는 좋더냐. 잘 즐기고 조심해서 올라오라는 사람다운
말들은 쏙~! 빼놓고, 몇 시까지 올 거냐며 빨리 오라고 과속을 부추긴다.
그것도 없던 입질이 온 순간만을 골라서…….
(그래 이놈들아……. 다음번엔 네놈들이, 낚시 간 날 틀림없이 복수해 주마…….)
더 이상 짐 실을 공간도 없는 승합차가 경주를 위한 스포츠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차선 바꾸기에 난폭운전이 이어지자
편한 자세를 취하지도 못하는 뒷자리의 일행들이 꿀 머금은 벙어리인 냥
말도 안하고 애꿎은 담배만 연실 피워대며 헛기침을 하는 이유를 모르는가보다…….
서해대교를 넘어 정체가 심하다는 안내판을 보고서 비봉 쪽으로 빠져 보자고 
3차선으로 자리를 잡았고 한참을 달리다간 갑자기 이상한 소리와 함께 
차가 주저앉기에 서둘러 차를 세웠지만 이미 오른쪽 앞 타이어가 상하여 
테두리만 남은 쇠붙이가 땅을 긁어대고 있었다.…….
대통령이 탄 차가 테러를 당하면 타이어가 없어져도 달릴 수가 있다지만 
이 차는 사람 싣고 짐 싣는 승합차가 아니던가.…….
그러고 보니 통영의 가두리에서 남이 돈을 낸 능성어를 들고 까불고 설치다가
도로 가두리 속에 방생하여 남에게 헛돈을 두 번이나 쓰게 한 놈도 저놈이었다.…….


갓길에 세워놓고 한동안 들여다보니 지나가던 경찰차가 위험하다며 
견인 차가 도착할 때까지 경광등의 굉음을 울려주며 한동안 지켜보다가 떠나가 버렸고
실었던 짐을 모두 쏟아 놓고서야 스페어 바퀴를 내릴 수가 있었고
한 시간여의 마음조림 끝에 다시 출발을 할 수 있었지만
매번 낚시를 갈 때마다 이상한 일들이 생기는 건 도대체 무슨 오멘 이람?
배가 여위로 달려 올라가 좌초를 하질 않나…….
가득이나 늦게 출발한 배에 밧줄이 휘감겨 애를 태웠고
손에 익을만한 디카를 분실하여 마음이 심란하더니 이번에는 
고속도로위에서까지 큰 사고를 당할 뻔 했으니 매번 당하는 
이상스러운 일들로 낚시를 다닌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학창시절 공부만 하던 놈이나 일만 하고 쉴 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터진 자동차만큼이나 위험하다는 헨리포드의 말처럼 
일만하고 쉴 줄을 모르는 사람이 잘 노는 사람보다 일도 더 잘하고 
돈도 잘 벌고 더 크게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너무 놀아도 문제겠지만....... ^^;;
우리가 살면서 좋은 배우자나 친구를 만나면 인생이 빛나고 바뀌듯이 
좋은 스승과 명 선장을 만나 제대로 된 포인트를 찾고 
좋은 날씨까지 만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사업에 따르는 운이나 대물은 간절히 찾고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무더운 여름날이다.
또, 장마철이 되었기에 물기를 잔뜩 머금었던 
구름을 안고 있던 하늘이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자연의 변화가 무쌍하다보니 어제 늦게까지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자고일어나 보니 푸르게 변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여백을 찾아 
언제 또 어디로 떠나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