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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외연도+무창포

가을바람속으로......

by 찌매듭 2009. 11. 13.

 


훅~훅, 뿜어대던 땅과 해의 더운 열기로
몸과 마음까지 지쳤던 여름을 보내고 어느새
높아진 구름을 보니 또 언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을까?

이제는 가을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리…….

지구 온난화 탓인지 여름의 더위는 해마다 점점 대단했다.
찜통더위가 계속되나했더니 어느덧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날들이 성큼, 곁으로 찾아왔다
바쁜 일상에 쫓기며 자연을 잊고 살아도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항시 가을은 짧고 겨울은 다음해와 섞여 있는 듯하기에
아직 겨울이 남아있는데도 여름과 가을을 보내고 나면
한해를 다 보내 버린듯하다.


일이 일찍 끝난 날이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불경기의 여파 탓인지 걸려오는 전화도 부쩍, 줄었고
눈치만 볼뿐 선뜻, 누가먼저 나서려고 하질 않다보니
어두워져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이르기 만하다…….

그러고 보니, 그제도 한잔을 했는데 오늘도 한잔을 한다면
고운 얼굴에 애써 주름을 잡고 노려볼 마나님도 껄끄럽지만
일이 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자꾸 꼬이거나
온갖 스트레스로 아픈 머릿속이 바늘에 찔린 양 벌집 투성이가 됐을 때,
그, 답답함을 풀어주지 않다보니 몸도 머릿속도 터져버릴 것만 같다.



미적지근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분장실의 강 선생님이 웃겨주는 시간이라 보았자
볼락 두어 마리를 낚아내는 정도의 짧은 시간에다가 일주일에 한번뿐이고,
그 나마도 건너뛰다 보면 한번이라도 웃을 일이 줄어들었을까?

인기가 많았던 연속극을 재방송에서 볼라치면 두 번째라 그런지
웃으면서도 내심 시들하기만 하다…….

다른 사람들은 답답하거나 우울할 때는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갈까?

고수부지로 자전거를 타고 나가자니 이건 또,
많은 사람들 틈새에 끼여 숨쉬기도 가쁘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른 집 아줌마들보다는 월등히 예쁜 마나님을
예전에는 너무 독수공방을 시켜 놓았구나. 자책을 하기 시작하니까
복수를 하려는지 하루가 멀다 하고 집을 비우고 자정이 임박해서야
미안한 듯 들어오지만 내가 예전에 했던 그대로를 보여주니
큰소리를 낼 수도 없고…….


그저, 가거도니 만재도니 원도 권으로,
달아날 수 있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뒤도 안돌아 보고 내쳐 달아났다
며칠 만에 들어오던 것에 비하면 야 다행이다. 해야 할지…….


언제 갯바위에 올라서서 몇 날밤을 새울지를 모르니 아니,
하룻밤이라도 제대로 새워가며 꼬박, 낚시를 할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하여
야트막한 산이라도 다니면서 체력단련을 해두는 것이 술 마시고 담배 피워가며
제명에 못 죽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다.



이제 서해중부권의 참돔낚시도 끝날 때가 되었으니
서둘러야만 참돔구경을 할 것 같아 길을 나서보았는데
무창포의 방파제에 도착하여 바다 끝을 내다보니
내일 아침에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그다지 날씨가 좋을 것 같지가 않다.

혹시 모르니 서해에서도 낚이기 시작한 팔뚝만한 전갱이라도
일찍 도착하면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생미끼 한주먹을 장만해 두었고
날이 밝기 전에 도착한 바다에서는 울렁이는 높은 파도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보니 오늘 낚시는 틀렸나보다…….


잠시 눈치를 보다간 서둘러 자리를 내만 쪽으로 옮겨 보았지만
배의 흔들림만 약간 덜할 뿐, 탁해진 물색과
심술궂은 바람이 어느새 쫓아왔고, 그나마 생미끼의 효과가 있었는지
발밑에서 크지 않은 참돔을 서너 마리 구경했을 뿐,
버티고 있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보니 일찌감치 대를 접었다.









물이 잔뜩 줄어 부둣가에 배가 접안할 수 없다보니
방파제의 끄트머리에 내려 가파른 계단을 오르긴 했지만
차를 세워놓은 저 먼 곳까지 이 짐을 들고 언제 갈까나…….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청춘남녀의 즐거움이 더 부럽기 만하다…….





아직, 한 번 더 기회가 남았겠다싶어 다시 한 번 날을 골라
새벽에 도착하니 높고 푸른 하늘빛에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지만
청갯지렁이를 사용하여 발밑에서 두어 마리의 참돔을 구경하자마자
뻘물이 일다보니 아까운 낮 시간을 헛되이 보내야했으니
푸른 하늘과 먼 바다의 푸른 물빛이 아쉽기만 한날이었다.



금년의 서해안 참돔시즌은 끝이 난 것 같으니 이제는 가을바람 속에서
감성돔낚시를 해봐야겠다고 날을 잡았지만 선장은 아침농어타임이 아까운지
농어낚시부터 해보자고 배를 옮겨갔는데 기름유출 사태의 여운으로
농어들이 쫓기어 갔는지 크지 않은 점농어 두 마리와 광어 한 마리를 
힘들게 낚았을 뿐, 만족스런 조과가 보이질 않는다.

고기만 보이면 바로, 안주거리로 장만하여 이슬을 기울이는 일행이
도마 위에 농어 한 마리를 얹고서는 손질을 하려니까
무언가가 꾸역하니 쏟아져 나왔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바지락이 분명했는데 농어가 얼마나 굶주렸으면
물 바닥을 뒤져 조개를 캐먹었을꼬?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회 몇 점을 곁들인 이슬 장을 물리고
금년의 첫 감성돔 낚시를 해보니 40cm를 갓 넘기는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내고서는 물방향이 바뀌도록 조용한 것이 더 이상의
수확이 없겠다 싶어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 주꾸미 낚시를 잠깐 하기로 했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먹을 만큼의 주꾸미들이 끌려나와 남은 이슬을 바닥내었으니
이만하면 이 푸르른 날에 섭섭함이 남을 수가 없었을 게다.


감성돔이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으니 몇 일후의 수온이 제법,
알맞겠다 싶은 날을 다시 골라 자리를 잡고 찌를 흘려보니
아직도 남은 햇살에 양말까지 벗어버린 발등이 따갑기 만하니
가을 같지 않은 가을 날씨가 이어지는가보다.













만조시간이 다되었지만 별다른 일이 없다보니 오후에 다시
감성돔낚시를 하기로 하고 아직도 남아있을 농어를 쫓아 보기로 하여
물속까지 훤히 알만한 자리를 여러 차례 옮겨가며 루어를 날려 보았지만
삼치 몇 마리와 수를 셀 수 없는 광어만 낚여 올라왔고 물이 제법 빠져
모습을 드러낸 간출 여에 두 사람을 내려놓고 썰물 포인트를 찾아
찌를 흘려보았지만 크지 않는 감성돔을 한 마리, 어렵게 낚아들었기에
물이 차오르는 시간에 맞추어 간출 여에 내려놓은 두 사람을 다시 태우고
위쪽으로 옮겨가 닻을 내렸다.







이번에는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 연거푸, 시원한 찌놀림을 보게 되었지만
‘얼레?’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참돔새끼였다.

우럭이며, 농어며 노래미와 숭어에 감팽이까지 종류대로 낚다가
어느 지점까지 찌를 흘리면 영락없이 찌가 사라지는 턱에 네 마리의
감성돔을 더 낚아들게 되었으니 오늘은 일간지의 운세와 같이
섭섭지 않은 날이 되었고, 낚시를 가르치려고 데려온 초보자가
두 마리의 감성돔을 낚아 올려 동행의 넋을 빼놓았으니
낚시란 것이 항시, 이렇지 않았던가..........

가동해본지가 해가 넘도록 오래되어 작동이나 제대로 할까 궁금했던
기포기가 기세 좋게 돌아가니 이래저래, 좋은 날에는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실타래 같은가보다…….







늦게까지 낚시를 하다 보니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한다.

부둣가에서는 대하 잡이로 손길이 분주하다.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햇살이 고깃배를 비추는 모습이 실루엣으로 비춰진다.
바닷가 오후 한때의 목가적인 풍광이다.

여름내 달궜던 태양빛이 서산으로 넘어가면서도 그 빛을 잃지 않아
바다 전체를 발갛게 달궈놓는다.

마지막 남은 한 움큼의 불빛마저도 모두 쏟아 부으려는 듯,
하늘을 물들인 붉은 노을은 불과 몇 분을 넘기지 못하고 사그라져갔다.
늦여름도, 초가을도 그렇게 바다너머로 사라졌다.

수평선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가을내음이 물씬 풍겨난다
들끓던 피서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지금, 한적한 해변에서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는 얼마나 예쁜지.
해넘이가 시작될 무렵 먼 바다에서 올라온 붉은 빛이 높은 하늘을 물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