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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외연도+무창포

외연도에서의 탈출(脫出), 그리고, 약속(約束)......

by 찌매듭 2013. 12. 15.


일요일, 
평소에 즐겨 시청하는 동물농장도 봤으니 늦은 아침겸, 이른 점심식사를 하려는데
알고 있는 회사의 여직원 전화번호가 떴다........
(휴일에 무슨 일일까?????)
“안녕하세요? 저, 외연도 왔어요~~~~, 부탁 좀 드리려고요~~~~ 
 어제 저희회사 직원들이 섬 답사 여행을 왔는데 갑작스런 주의보로 여객선이 안 온 다네요?
 내일 출근을 못하면 회사부서가 마비가 되는데 큰일 났어요~~ 오늘 꼭, 나가야하거든요? 
 낚시를 다니시니까 잘 아실 것 같아서……. 어떻게, 배 좀, 구해주세요~~~~~ "
(아니? 날씨도 안보고 섬 여행을 가면 어떡하누?.......)
잘 아는 회사의 아가씨 부탁인데 모른다고 할 수가 없으니 알아봐줄 수밖에.......
오천 항에 있는 김 선장의 ‘챌린저’ 라면 갈수도 있겠다싶어서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날씨가 궂은날이라 일정이 없어 대천의 목욕탕에 왔다면서 다른 배를 찾아보겠다더니 
오천 항에서 가장 크고 빠른, ‘거양호’ 와 연락이 됐다며 출항을 한다고 했다.
다시, 외연도 에서 가슴을 졸이고 있을 여직원에게 오천 항에서 배가 출발을 했다고 연락을 하니
화장실을 가기전하고 다녀온후하고 다르다더니 뱃삯 이야기를 한다…….
“뱃삯이 얼마래요?????”
“외연 도에 있던 어선 두 척이 오전에 묶여있던 관광객을 태우고 나갔다던데 
 뱃삯을 120만원 받기로 했다고 말이 돌았으니 120만원을 다줘야지 어쩌겠소?????”
“저희가 6명인데 부담이 너무 크니 어떻게 절충이 안 되겠어요????”
“그건 그쪽, 사정이고……. 아직 남은 관광객이 있을 테니 인원을 모아 보구료~~~
 열 명을 모으면 12만원, 스무 명을 모으면 6만원이니 알아서 하시구려~~~~“
잠시 후에 ‘거양호’ 선장이 연락이 왔다…….
난바다로 나서보니 파도가 높아서 도저히 외연 도를 갈수가 없기에 오천 항으로 회항을 하겠단다…….
다시 외연도로 연락을 해서 파도가 높아서 운행이 어렵게 됐다고 설명을 하니 이제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라도 좋으니 배만 구해달란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선착장 매표소 앞이란다…….
“지금 있는 곳에서 두시 방향을 보면 파란 지붕집이 보일 테니 그 집에 가서 다시 연락을 하시우~~~~~”
자주 다녔던 어촌계장으로 있던 외연도의 선장이 생각났다.
무창포구에 있는 ‘제일낚시’ 점에서 농어며 참돔선상낚시를 할 수 있는 배가 생겼기에 
갯바위하선이 금지된 외연도로 굳이 여객선을 타고 들어갈 필요가 없게 되었기에 얼굴 본지가 오래되었는데…….
“지금 파란 지붕 집에 왔걸랑요”
“그 집에 아저씨가 있습디까????”
“네, 옆에 계신데요……. 무슨 일로 왔냐고 하시네요.…….”
“바꿔봐요~~~~~~ 오랜만입니다? 김 선장님~~~~~~”
“누구시죠??? 많이 듣던 목소린데??????”
“서울이에요.......”
“아~~~~~~~~~~~~~~???!!! 정말, 정말, 오랜만입니다~~~~~~!!! 정말, 이럴 수가 없어~~~!!!!!”
“미안 하외다……. 나도 가끔씩 김 선장, 생각이 안 났던 건 아니외다…….
  외연도 에서 자체적으로 갯바위하선을 금했기에 갈수가 없더라고……. “
 “태안기름유출사고로 언젠가 뉴스에서 보니 김 선장의 낯익은 얼굴이 보입디다.…….
  육지 쪽은 도움의 손길이 많지만 같이, 피해를 본 외연도 에는 외부의 도움이 
  전혀 없어서 섬 주민들끼리 바위의 기름을 닦고 있다고 원망스런 인터뷰를 하더구려……. “
“그건 그렇고....... 그 사람들이 지금 배를 타고 꼭, 나와야하는데 배를 구할 수가 있나 해서…….”
“오전에는 어선이라도 구할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해경에서 배가 움직이는걸. 막아서 
 꼼짝을 할 수가 없어요~~~ 그건 그렇고, 정말 너무해요, 오시지도 않고……. 보고 싶네요~~~~
 언제 한번 오세요!  내 배를 타고 같이 예전같이 농어도 치고, 참돔도 낚고 그러자고요~~~~“
“알았소.~~~~~~ 금년이 가기 전에 꼭, 가보리다~~~~~!!!  
 그 사람들, 묵을 집이나 구해 주시구려~~~~~ 전화 좀, 다시 바꿔봐요~~~~~
 아가씨, 들었죠?! 도저히 배를 구할 수 없다니 주의보가 해제 되면 나와야지 방법이 없네…….”
“........... 네........ ㅜㅜ "
회사가 마비가 됐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만 시말서들은 써야겠지?






그러고 보니 나도 어느 해 9월경에, 후배와 함께 농어낚시를 갔다가 
갑작스런 주의보로 외연도 에서 급히 탈출을 했던 생각이 난다.
외연도 최고의 포인트인 ‘초망여’ 에 내려서 어두워지기 전에 루어로 
여러 마리의 농어를 잡아놓고는 어두워지면서 우럭도 몇 마리도 잡아놓고 
물 흐름이 시작됐기에 참돔낚시를 하고 있는데 바닷물이 이상스럽게 들끓어 오르기 
시작하기에 일기예보를 확인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예보만 흘러나왔다…….
경험상으로는 틀림없이 이상 징후의 시작이었기에 매 시간마다 일기예보를 
확인 해봐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 거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으스스한 기분이 가시지가 않기에 급히 후배에게 짐을 꾸리라고 이르고 
먼저 높은 곳으로 짐을 옮겨 놓으며 혹시나 덮칠 파도에 대비하여 주의를 하며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는데 틀림없이, 기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맑은 빛이 보이던 수평선에는 먹구름이 얼룩지기 시작했고 어선들도 피하는 것 같았다.
농어라는 물고기는 파도가 높고 바다가 험악하게 변하기 시작하면 더 날뛰기 시작하면서 
먹이 활동이 활발해 지기에 후배는 연실 바늘을 물고 늘어지는 농어를 끌어내면서 
고기가 이렇게 잘 잡히는데 왜 짐을 꾸리라고 하냐며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야, 이넘에 새끼야~~~!!!! 네 눈에는 지금, 물이 끓어오르는 게 보이지도 않니????
 고기고 지랄이고 빨리, 낚싯대 못 접어??????“
밤 1시, 2시, 3시……. 몇 시간 동안을 쪼그리고 앉아서 바다를 둘러보며 
초조하게 매 시간마다 일기예보를 체크하다보니 아무 이상이 없다던 일기예보가
4시에는 주의보가 발령됐다로 싹~~!!!! 말을 바꿨다…….
(못된 놈의 미스 김......)
얼마를 더 초조하게 시간을 보냈을까? 희미하게 날이 밝아 오면서 배 한척이 
파도를 헤치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는데 우리를 태우러 오는 것이 분명했다…….
선장도 잠을 설쳐가며 일기예보를 듣다가는 기어코 주의보가 떨어지자 불안했지만
작은 선외기 이기에 조명불도 없어 일찍 올수가 없었다며 날이 밝자마자 달려오는 참이라고 했다.
이미, 짐을 꾸려 두었기에 바로 배에 올라서 잠시 후에 외연도 본 섬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여객선이 결항을 한다니 육지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자 후배 놈은 내일, 
출근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고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육지로 가는 배를 구할 수가 없겠냐니, 선장이 뛰어 나갔다와서는 30톤급 어선이라면 
아직은 해경의 통제를 안 받기에 나갈 수가 있겠는데 기름 값을 보조해주면 어렵사리
대천 항에 볼일도 볼 겸해서 나가겠다는 어선이 마침, 한척, 있다고 했다.
30만원을 주기로 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관광객 몇 명을 손짓하여 태웠지만
선실이 없는 작업용 어선이었기에 선장의 뒤쪽에 혼자서나 간신히 들어갈 공간밖에 없었다…….
(그래……. 공배로들 탔으니 밖에서 파도를 맞아야지~~~ 나는 뱃삯을 냈으니까 특실로..... ^^;;)
놀이동산의 바이킹을 타는 것 같던 배가 ‘호도’를 지나자 조용해졌고 무사히 대천 항에 도착했다…….
혼이 반쯤은 나간 관광객 몇 명은 인사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 난리 통에 잡은 
농어며 우럭이며, 고기를 챙겨 나온 후배는 얼음을 넣어야겠다고 쿨러뚜껑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망막박리 사건으로 눈 수술을 하고 석 달이 지나면서 부터는 
운전도 할 수가 있겠기에 답답한 김에 외연도 구경이라도 해보려고 길을 나선 적이 있었다.
아침 일찍 고속도로에 차를 얹었고,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대천 항에 도착했기에 
어항구경을 먼저하며 조기며, 갈치며, 온갖 생선이 가득한 경매장과 꽃새우를 선별하는
어선도 둘러보다 매표소로 가서 왕복표를 달라니 아직, 하루에 한번만 운행을 하기에 
오후 배는 없다고 한다.........
오전배로 들어가서 김 선장도 만나보고, 그동안 외연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둘러도 보고 
뒷동산도 넘어가서 토끼바위까지 보고 오려고 했는데.........
외연도 선착장 부근과 눈에 보이는 곳들만 둘러보고 오기로 하고 여객선을 타니, 호도나 녹도를 가는 사람보다, 
외연도를 간다는 손님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섬 답사를 즐기는 모임이라고 하던가?
여객선이 외연도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뛰어 내려가 방파제 너머와 근처를 급히 둘러보며
많이 변한 곳이 있는지를 눈에 담고 다시 여객선에 올라야했는데 김 선장도 잘 계시겠지…….
어제나, 그제쯤 왔다가 여객선을 타고 나가는 승객 중에는 투박한 릴낚싯대, 몇 대를
배낭에 담아 등에 짊어진 아마츄어꾼도 있었는데 지렁이 토막을 끼어 노래미나 
우럭을 잡으려고 했을 모습은 십 년 전이나, 이십년 전이나 변한 것이 없다. 
저렇게 단순하게 낚시를 즐기면 고생도 안하고 편히 즐길 수도 있을 것을......
이리로 루어를 던지면 농어가, 저리로 큰 새우를 끼워서 던지면 광어가, 잠잠한 앞에서는 돌돔이, 
발밑 물속 곶부리에서는 우럭이, 뒤쪽 골 쪽으로 파란 웜을 끼워 던지면 노래미가 물고 나왔고 
멀리로 흘려보면 참돔이 물고 나오는 곳…….
1호 낚싯대에 크릴을 한 마리 끼워설랑, 마을 쪽으로 한참을 흘려놓고 갯바위에 
미리 설치해둔 받침대에 꽂아놓고 잠시 기다리면 굵다란 학공치가 한여름에도 
곧잘 물려나와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했던, 몇 십번이나 내려서 낚시를 해봤었기에 
물속바닥이 어찌 생겼을지 절로 상상이 될, 정도로 익숙한 외연도 제일의 포인트인 
‘초망여’에도 등대가 새로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대천 항으로 돌아 나와 경매장에서 새우 한 박스와 꼴뚜기 한 상자를 샀고 눈이 
완전히 회복되면 다시 찾아보겠다며 돌아섰던 때가 벌서 작년이었었나?
금년에는 외연도의 김 선장을 만나러 가려고 꼭, 마음을 먹었었는데 당최, 시간이 맞지를 않았다. 
여객선의 운행이 하루에 두 번씩인 달을 넘기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다가 날을 잡아서 
연락을 할 수가 있었는데 휴대전화번호가 오래전 것이기에 집으로 하니 부인이 
대천에 오랫동안 볼일이 생겨서 나가 있다며 새 전화번호를 일러줬다.......
10월초에야 동내 모임의 두 번째 주꾸미 잡이 행사가 있기에 무창포에 있는 
배도 알아볼 겸해서 대천 항에서 김 선장과 만남의 약속을 지킬 수가 있었다.
예전보다 수척해진 모습에서 몇 번인가 큰 수술을 했다는 이야기며 교통사고도 
겪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착하게 살라고 아직 살려주신 모양’이라며 크게 웃었다. 
태안 기름유출사태후의 일들과 외연도 에서 갯바위에 하선 금지를 했기에 아직도 부속 섬에서는 
낚시를 할 수가 없지만 둘레 길도 만들었으니 본섬에서 낚시를 하면 된다고 했다.
“아니? 본섬에도 물방향이 맞는 곳이 몇 곳 있지만 거기까지 짐을 메고 어떻게 간단 말이요?”
“그전에도 함께 농어도 잡고 했던 생각이 안나 시우??? 내 배로 가면 되죠~~~!!!
  먼저 농어를 잡다가 어두워지기 전에 그곳에 내려드리면 밤에는 참돔을 잡다가 
  새벽에 내가 다시 가서 배를 타고 나오면서 농어를 잡으면 되죠~!!! “
큰 배 하나는 처분을 했지만 작은 배가 하나 있으니 함께 낚시를 할 수가 있다고 한다.
시련도 있었지만 못되게 살지는 않았기에 대천에 나오니 또 다른 일거리도 생겨 
조합일도 보면서 대천과 외연 도를 오가고 있다며 차가 몇 잔이나 식을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새해에는 외연도 구경을 하게 되려나 보다. 또, 외연도의 농어도……. 참돔도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