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담긴 조행기/외연도+무창포
7전8기 서해참돔. (피정~! 피정~!! 여기는 해모수~!!!)
by 찌매듭
2009.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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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날,
선상낚시에서 세자리가 비었다는 급한 연락을 받았다며 후배가 달려왔다.
(저놈은 당나귀 귀를 갖고 있는 게 탈이야……. -_-;; )
날 좋고 물 좋은 날이라는 낚시점주의 냄새나는 입방아 덫에 걸려
그 시커먼 속모를 부추김에 넘어간 것이겠지만 그렇게 좋은날
펑크 낼 손님이 어디있겠누?
견디기 힘든 더위 탓에 예약손님이 취소를 했을 게다…….
승합차를 들이밀고 가만히만 앉아있으면 바다위로 모셔가겠다는
꼬드김에 넘어가 또 한 번 참돔사냥을 나서게 되었는데
무더운 날씨였지만 섭섭지 않은 조황에 더운 줄도 모르고 하루를 보냈다.
더운 날씨에 큰놈들이 숨어버렸는지 마릿수의 참돔과 광어며, 삼치며
굵직한 학공치가 덤으로 얹혔고 장대까지 합세하여 쿨러를 채우다보니
얼굴에 화상까지 입은듯한 후배의 기분만은 상당히 좋은가보다.
뒷자리에 편히 앉아 오가는 호사를 누려가며 일찍 도착하니
함께 손맛을 보곤 기분이 좋았던 車 주인에게 맛나고 맵싸한
비빔국수까지 얻어먹었으니 더위사냥이 별거겠나…….
처서(處暑)를 사흘 앞둔 일주일 후에는 집에 친척분이 오셔서 노모에게
이틀간 이야기 상대가 생겼기에 굴러들어온 황금시간을 어찌 놓칠까보냐……. ^^;;
한자리쯤이야 항상 비어있다는 두툼한 입술에 저급(低級) 참기름을
번드르르 발라가며 유혹의 말을 늘어놓던 낚시점주의 말을
믿을 것도 못되는 것이 억지로 끼워 넣는다는 걸 넘겨짚어 알겠기에
남에게 피해를 줄 수가 있었지만 새벽 일찍 달려가 보니 큰 金선장의 배는
예약손님으로 자리가 없었고 두 자리가 비어있다는 배를 타야했으니
오늘은 화사도로 가야할 모양이다.
서참님이(서해참돔) 화사도 에서 어마어마한 정체모를 괴물을 만나
여러 번 목줄을 터트렸다며 그 괴물을 상대하려고 목줄을 10호까지 사용한다는데
예전의 그 괴물이 아직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나보지?
“10호 목줄이 너무 과한 건 아닐까요?”
“다른 사람은 모두 공탕을 쳐도 10호 목줄을 사용하는 나만,
며칠째 고기구경을 하고 있으니 목줄 탓할 것도 없슈~~~~~~!!!!“
또 하나의 기인(奇人)이 서해바다에 나타났다.......
어부 ‘철호’가 10미리의 철근을 구부려 만든 듯 한 큰 바늘로
감생이 낚시를 하는 것도 보았고 ‘이종철’님 같은 분은
(출조점 야인시대의 주인이 아닌, 하늘만큼, 땅만큼 고강(高强)한…….)
10미터가 넘는 돌돔 장대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버티기도 하는데
돌돔을 걸어 싱갱이를 하는 순간에 받침대에 걸어둔 또 하나의 돌돔 대에
입질이 오면 양손으로 장대 둘을 세우고 버티고 있다…….
“이러다 보면 둘 중에 하나는 잡을 수 있지 않겠어? @,,@~! ”
만재도 초기의 개척자였던 유별난 분의 채비, 또한 유별났는데
만재도의 특성상, 초기에는 발밑에서 대물참돔이 함께 달려들곤 했는데
7~8호를 사용하던 돌돔대의 목줄이 터져 나가면 바로, 10호 목줄로
교체하여 고기를 끌어내곤 했는데 만재도의 선장은
‘이종철’님만의 채비만이 만재도 고기를 상대하는 정통성이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터지는 가느다란 목줄을 왜 사용하오? 일단, 고기를 걸면 놓치질 말아야제…….”
더위 탓에 다른 항에서 나온 배도 없을 테니 서둘러 도착해야할
필요도 없었지만, 일찍 자리를 잡았으니 날이 밝으려면
한참, 더 있어야하니 시원한 새벽시간에 부족했던 잠이나 채우려고
선실 안에 누워 있었는데 급한 마음에 채비를 담갔던 사람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큼지막한 우럭???……. 얻어먹을 고기가 생겼네!……. ^^;;)
뜰채를 찾고 불을 비추는 것이 우럭은 아닌 것 같다…….
궁금한 마음에 내다보니 전지 찌와 케미라이트의 불빛 속에
희멀건 한, 고기의 몸체가 보였고 팔뚝만한 부시리들이 연실 물고 올라왔다…….
(밑밥도 내리지 않았는데 벌써…….)
오늘 낚시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누웠는데
이번에는 큼지막한 전갱이들이 물려나온다며 환호성이 재차, 일었다.
전갱이가 서해바다에서 낚인다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열기도
심심치 않게 물려나오는 추세였고 서해에서도 열기 배낚시를 나가는
세상이니 물속도 많이 변해가나보다.
울릉도에서만 낚이는 줄 알았던 오징어를 서해에서도 잡기 시작했고
남쪽에서만 잡히는 줄 알았던 갈치가 서해바다에서도 잡을 수가 있다는 것이
선장은 무척이나 신기했던가 보다. 일찍 내려간 날의 저녁에는
갈치낚시를 하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근처의 방파제로 끌고 갔는데
가로등이 하나, 둘, 켜져 있는 방파제에서 밤낚시를 하다보면 크진 않지만
반찬거리쯤은 쉽게 낚을 수 있었다.
스픈 루어나 웜을 사용해서도 갈치를 낚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니
무척이나 신기한 모양이다. 목포내항에서와 같은 생활갈치낚시도 몇 번
시도해 보았으나 크기와 마릿수에서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시들해져 버렸다.
격렬비열도로 농어 잡이를 가다가 급변한 날씨에 중간에서 돌아오다 보니
낱마리 농어에 일행들의 쿨러가 가볍게 되었다.
지갑을 열어서라도 우럭이라도 몇 마리씩 사겠다기에 신진 항을 들러보니
제법 먹을 만한 크기의 갈치를 여덟 마리 정도 담아놓곤 5만원을 불렀는데
푸른빛이 감도는 서해안 갈치였다.
상점마다 쌓아놓고 손님을 부르고 있었는데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을
생산지를 둔갑시킨 호객행위가 서슴지 않았을 때였다.
“자~! 방금 제주도에서 도착한 제주 갈치가 8마리 한 상자에 단돈, 5만 냥~!”
“아줌마? 이 갈치가 제주갈치라고?????”
“그럼요~ 그럼요~! 막, 비행기에서 내린 따끈따끈, 싱싱한 제주 갈치입죠~!”
“김포공항? 군산공항? 어느 공항에서 왔다는 게요?”
“제…….주..........공............항........에서........”
“아줌마는 거짓말쟁이래~~~~! 저 뒤에 보이는 배가 갈치 잡는 배구먼?
저배가 제주도에서부터 달려오진 않았을 게고…….
여기서 잡았다면 누가 뭐라나? “
“그게 거시기……. 갈치는 제주도가 워낙, 유명해서…….”
“약간 맛이 다르긴 하지만 싱싱하긴 하네.……. 4만원 좋다....!!!”
서해안 갈치라면 맛이 이상할거라 생각했는지 머뭇거리던 일행들이
두어 박스씩 사들었고 아줌마는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기장사를 하슈~? 어찌 그리 잘 안데???”
오래전에 안면도에서도 작은 배를 가진 선장이 그물을 놓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갈치로 만선을 이룬 것을 보았기에 서해의 위쪽에서도
갈치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많이 잡아도 팔 곳이 없으니
한두 번 해보다간 그만두고 말았다.
어판 장을 가자니 거리가 멀었고 갈치를 담을 나무상자나 얼음도
구하기가 어려웠다. 손수레에 실어 안면읍의 시장에 펼쳐놓으니
한 마리, 두 마리, 이천 원어치만 달라는 아줌마들과 상대하다가
물러터지기 시작한 갈치가 모두 속젓으로 변해버렸으니 많이 잡아와도
팔 곳이 없으니 갈치라는 것은 까마득히 잊어 버려야할 몹쓸 것이었다.
거문도에서나 볼 수 있던 팔뚝만한 전갱이의 크기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
서둘러 채비를 담가보았지만 떼거리로 덤벼드는 부시리에게 쫓겨 갔는지
그 후로는 한 마리도 전갱이가 보이질 않았다.
잠수 찌를 이용하여 낚시를 하던 한분에게 참돔 한 마리가 낚였기에
열공을 펼치다 보니 제법 실한 참돔을 한 마리 낚아 올렸는데
70센티는 되겠기에 물칸을 열라니 효태선장은 60센티밖에 안되겠다며 깎아내렸다
“아니? 바다위에서 매일같이 참돔 구경을 하는 사람이 육십 모르고 칠십 모르다니?
나같이 통통하게 생기다 보니 길이가 짧아 보이는 것 아니겠어? “
“너무하셨다~~~~!! 육짜밖에 안되겠는데요????”
결국 줄자를 들이대고서야 “칠짜 인정~!!!” 을 외쳐대니
선장이라는 사람이 저리도 인색하다니…….
꾼의 기분 정말, 몰라준다. ^^;;
또 큰 고등어만한 크기의 부시리떼가 몰려왔는지 괴로운 시간이 흘러갔고
크지 않은 참돔들로 몇 마리씩 힘들게 구경을 하고 점심시간이 되었기에
광어와 우럭이라도 몇 점 맛을 보자며 회를 썰어보라니
낚시에만 바빴던 효태선장이 꽁지를 뺀다.…….
“제가 회를 잘 못 썰어서.........”
“회 못 뜨는 선장도 있나?”
“회를 뜨는 것이 아니라 거의 뜯는 수준이라 서요……. ^^;;”
“그럼 오늘부터라도 회를 뜨는 연습을해봐봐~~~ 노래미도 있고 광어도 있으니까
오늘 아주 회 뜨는걸. 마스터해보라니까? “
제법 떠내면서도 뒤로 빼는 것이 귀찮은 건 질색인가보다.......
2001년 이었나보다.......
지금의 배가 아닌 작은 배를 가지고 있었을 때였는데
외연도를 가려고 배에 올라보니 기름통을 열 댓 개나 실었기에
외연도로 기름 장사를 가려는가? 했더니 왕복을 하려면 기름 탱크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오가면서 기름을 몇 번이나 보충하여야했으니
연비가 나쁜 배를 잘못 구입했던가 보다.
그 기름 잡아먹는 하마를 처분하고 지금의 ‘해모수호’를 장만했는데
배가 커서 기동력이 둔하다 보니 농어낚시용으로는 용도가 맞지를 않겠기에
우럭과 참돔용으로만 사용하게 됐는가보다.
오늘도 날씨가 좋은날이다 보니 동내제비들에게 입맛을 책임지겠다며
큰소리를 치고 왔는데 이러다간 고기가 부족하겠기에 점심밥을 먹자마자
어차피 남을 밑밥 상자를 끌어안고 뱃머리에 올라서서 열심히 찌를 흘렸지만
상황이 끝난 것 같다며 손님들 모두가 선실 안에 들어앉아
더위에 고생 할 것이 아니라 들어가고픈 눈치들이였고
서참님까지 코를 골고 있으니 초조함에 더운 줄도 모르겠다.
이제 몇 덩이 안남은 밑밥을 손으로 뿌려가며 저절로 눈이 튀어나오도록
힘이 들어가는 고단함 속에 찌를 흘리다 보니 오전에 낚았던 크기의
참돔을 두 마리 더 끌어내게 되었고 막대찌가 사라지는 순간이
눈에 들어왔기에 챔질을 하였지만 성급한 챔질에 설 걸렸는지?
감당키 힘든 대물이었는지, 잠시의 겨룸 끝에 터져나갔고,
같은 별꼴을 한 번 더 당하고 나서는 물 흐름이 빨라지고 탁물이 들어와
아쉬움 속에 대를 걷고 말았다.
“에구구~~~ 참, 의지의 한국인이야…….”
언제부터 나와서 보고 있었는지 서참님이 혀를 차고야 만다…….
(망할 놈의 영감쟁이 실컷 자고 일어나서는........ -_-;; )
기다렸다는 듯이 닻줄을 걷던 선장이 줄이 엉켜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났는지 앞줄을 끊고 말았는데 뱃머리가 돌아가며
닻줄이 스크루에 말려 버렸는지 요란한 엔진소리만 나고 배가 움직이지를
않는 것이 어째 좀 이상하다.
스크루가 있는 통을 뜯어내고 물속을 들여다보며 휘감긴 닻줄을 끊으려고
배안에 있는 연장을 총동원하여 무딘 식칼과 톱까지 꺼내들었지만
손잡이만 남기고 모두 부러져 버렸다…….
한없이 흘러갈 것 같았던 배가 어느 정도 흘러가서는 멈추다시피 했기에
오가지도 못할 상황이 되어버렸고 주변에는 어선한척도 안 보이는데
이를 어쩌면 좋을까?
“피정~! 피정~!! 여기는 해모수~!!!”
“피정~! 피정~!! 여기는 해모수~!!!”
목이 쉬도록 외치다 보니 어느 경비정하고 통신이 닿았나보다.
“해모수??? 어디 배입니까? 무창포? 우리는 태안에서 나온 배인데
거리가 머니까 근처에 있는 다른 배하고 교신을 해보시오. 오~버~!”
알파~! 브라보~!! 탱고~!!!
일상에서는 듣도 못한 해괴한 통신 단어가 시끄럽게 오갔지만 연결이 되는 것은
그 배뿐이다 보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정해볼 수밖에…….
“피정~! 피정~!! 여기는 해모쑤~!!! 살려주세요.~~~~!!”
“그럼, 기다려 보세요. 슬~슬~, 그리로 달려가 볼란께~!!! 오버~!”
부러진 식칼을 나무자루에 매달아 도깨비와 씨름을 하듯이
닻줄을 조금, 잘라냈기에 시동을 걸어보니 조금씩 배가 움직였다.
두 시간이 넘어서야 경비정이 나타났지만 저 쓸모없는 경비정을 무엇에 쓰겠노?
“피정~! 여기는 해모수~!!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으니 천천히 가보겠다~!”
효태선장과는 악연의 끈이 아직 남았나보다.
무창포의 趙선장이 참돔낚시를 배우겠다며 막 구입한 효태선장의 첫배를
끌고 외연도로 달려가 등대가 있는 수도의 물골에 닻을 내려놓은 것이
2001년의 8월이었고 채비를 내리우기가 무섭게 같이 간 일행이 어마어마한
괴물을 걸었는데 스풀의 줄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서야 내달림을 멈추고
바닥에 달라붙었는데 낚싯대를 넘겨주고 장갑 낀 손으로 줄을 당겨가며
핸들을 돌렸지만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리고 달리기 시작한 괴물에게
줄 전체를 달려 보내고 말았다…….
“쩝~! 무쟈게 컷는데....... -_- “
“폐그물덩어리가 물살에 쓸려 가는 것을 걸었던 것 아니겠어?”
“매듭님은 정말, 못 말리는 개구쟁이야~!!! 계속 염장만 지를 거예요?????
내가 고기모르고 그물 모르겠수?”
“물속 일을 어찌알겠누?”
찌의 움직임을 보지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내 채비에 무엇이 물렸는지,
‘짜르르~~~~~~~~’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줄이 풀려나갔고
더 이상의 풀림을 막기 위하여 손으로 스플을 눌러댔지만 거의
바닥이 보이는 상태였고 양물까지 왕 번데기만큼 쪼그라들어서야
괴물도 고개를 돌려보는지 더 이상 줄이 풀리지 않다간 끊어져 버렸다.
멀리 흘리지 않고서도 두어 번씩 입질을 더 보았지만 5~6호 목줄들이
턱~! 턱~!! 끊어져 나갔는데 참돔낚시를 해본 적이 없던 趙씨와 효태선장은
큰 책상만한 광어 일게라고 입을 모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깊은 밤에 파도가 높아지고 물살도 거세지며
닻줄이 끊어질 것 같은 불안감에 본섬근처의 조용한 곳으로 옮겨가서
다시 채비를 내리워보니 흐름은 적당하고 아늑한 곳이었지만
우럭만 간간히 잡히다 보니 趙선장과 효태선장은 잠이 들어버렸고
일행도 성이 안차다보니 하품을 해대다간 선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작은 선실 안에 비비고 들어갈 공간도 더 이상 없다보니
우럭을 동무하여 밤을 새우게 되었는데 이른 새벽시간이 되자
본섬에서 작업을 나왔을 배가 알아듣기 힘든 큰소리를 질러가며
지나갔는데 대체 무슨 일이람?
또 다른 배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는데 어째, 정면으로 오는 것이
부딪힐 것만 같은데도 속력을 줄이거나 방향을 돌릴 것 같지가 않다.
해드랜턴을 비추고 호루라기를 불어 신호를 보내니
바로 앞까지 달려와서는 급히 방향을 틀었고, 육두문자가 분명한
걸걸한 소리가 쏟아져 나왔는데 팔을 휘젓는 것이 토종감자까지???
(감자를 더 굵은 걸로 먹여봐?)
무심코 고개를 돌려보니 배가 운행하거나 정지할 때에는 상대편의 배들이
볼 수 있도록 배위에 켜두어야 하는 불들이 모두 꺼져있었다.
배터리를 아끼려고 꺼 두었던 모양이었지만 우리가 닻을 내리고 있는 곳은
외연도의 배들이 작업을 나가자면 꼭, 지나가야하는 길목이었다........
서둘러 자고 있던 선장을 깨워 불을 켜고 보니 주위가 훤해졌고
참돔낚시는 틀렸으니 외연도의 부속 섬을 돌아보며 농어를
몇 마리 낚아들었다지만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이었을 게다…….
(바다에서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니……. -_-;;
30분이면 무창포 항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두 시간이 더 걸려서야
물위에 떠있는 노란등대를 볼 수 있었고 빨간 등대까지 보이는 것이
이제는 집으로 갈수가 있겠구나야……. ^^;;
다른 배와는 달리 느리게 달리는 배가 이상했던지
간간이 지나가다 들여다보는 갈매기의 방문에
손을 들어 화답을 하면 놀란 듯 홱, 지나가는 것을 제외하면
바다의 모습은 고요함에 잠긴 정물화를 연상케 한다.
하늘위로 둥실둥실 떠있는 뭉게구름은 자연의 그림을 완성하는 소도구이다.
사람들은 실수를 인정하긴 싫어하면서도 사소한 실수는
항상 많이 저지르고 있다.
자그마한 실수들이 자주 쌓이면 크게 작용을 한다.
그러나 그런 반면에 그렇게 실수를 하며 배우는 것이
훨씬 인생사에 효과적인 것도 있다.
물론, 실수를 안 저지르는 것이 낫겠지만 그렇다고
매사에 조심하고 움츠리고만 있는 것도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
실수를 다시는 안 저지르는 것보다는 그 실수를
슬기롭게 수습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의 환경이 우리를 쓸데없이 흥분되게 하고
긴장시키기도 하지만 우리의 세상은 개척하는 일투성이다.
어때, 또 한 번, 바다를 향해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 피정/P-정
해안 경비정(Patrol boat)경찰, 해안 경찰대 소속의 15~50ton 급 선박으로
밀수입이나 밀수출 외에 각종 위법 행위를 단속하며 해상조난임무도 맡는다.
조난자는 그 당시 근무하는 경비정이 몇 호정인지 알 수 없으므로
부를 때는 경비정 P-1000정 을 줄여서 P- 정 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