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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외연도+무창포

7전 8기 서해참돔. (빚으로 받은 참돔.)

by 찌매듭 2009. 6. 19.

보조기구를 이용한 상태에서 더 이상, 호전이 없는 노모(老母)의 병환을 
그만하기도 다행이다, 생각하며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 가는지 잠시만 보이지 않으면 묻고 찾으니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 수가 없게 되었다.
두 해를 넘기고 보니 감각도 어느 정도 무뎌졌기에 하루쯤은 자리를 비울 수도 있겠지만
급히 연락이 온 2008년 4월의 가거도 영등철 나들이는 꿈도 못 꿀 판이다.
생중계로 전해 듣는 검은 여에 있다는 일행의 낚시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이 시간이면 어느 방향으로 물길이 잡혔겠다. 그려보며, 대리만족을 
해야만 했고 며칠 후에 돌아와서 내보이는 풍족한 조과와 거품을 문 
무용담을 덤덤하게 듣다가는 감성돔 한 마리를 담아 내놓은 
비닐봉지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
(내가 고기를 얻어먹는 신세가 되었구나......)

1월에는 무창포의 상갓집을 간참에 대천 항까지 둘러보았는데 태안기름유출사고의 
후유증으로 썰렁한 분위기였고 항내까지 기름덩이가 흘러들어와
기름제거작업을 하기도 했다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5월초에는 전주를 다녀오며 무창포의 낚시점에 들러보니 매장 앞의 마당에 
배를 올려놓고 점검을 하고 있었는데  곧, 시즌이 시작될게라며
기름도 거의가 제거가 되었고 바다의 상황도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6월 초순이 되자 며칠간 호황의 날이 이어지는 것이 수온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며 연락이 왔는데, 가까운 곳이니 하루 다녀가시면 
어떻겠냐는 소리를 듣고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번개치기로 잡은 다음날 새벽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의 차안에는 
약속이 없었던 손님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낯 익은 얼굴이다.
(어디서 보았을꼬?...... -_-??)
(맞다,  외연도의 초망 여에서 눈 멀거니 뜨고 참돔 몇 마리를 잃어버렸던…….날…….)
취재차 무창포의 낚시점에 연락을 하여 동행하게 되었다며 인사를 한다.
“낚시잡지의 李 기자입니다.”
“이기긴 무얼 이기겠다는 게요? 또 고기나 빼앗아가려고…….”
“빼앗긴요? 난, 그냥 사진만 찍고 취재만 하면…….”
“예전에도 고기를 빼앗아가지 않았수? 외연도의 초망 여에서…….”
“????????????????? 아~???? 기억이 나네요!!!! 
 내가 빼앗은 건 아니고…….어쩌다보니 그렀게…….됐었죠!  ^^;;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조용해진 것이, 기자양반, 벌써 잠이 들었나보다.


새롭게 만들어가는 방파제공사에 무창포항의 모습이 또 조금씩 바뀌어간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항을 빠져나가 가까운 곳에 있는 포인트에 도착하니
다른 항에서 나온 배 한척이 닻을 내리고 있는 중이기에 두 척의 배가 
낚시를 하게 되려나했더니 곧, 세 번째의 배가 달려왔고 넷, 다섯……. 계속해서 
늘어나더니 예닐곱 척의 배들이 주위에 둘러섰다.
“무슨 배들이 이렇게 많이 왔을꾸?”
“이건 많은 것도 아녀유~! 많을 땐 열댓 척도 넘었지요.…….”
왼쪽방향으로 두 척의 배가 포진을 했고 오른쪽으로도 세척,
앞, 뒤로도 두어척, 저 멀리에도.......
(뭐여? 오늘도 열 척이 넘잖아?)
그래도 일찍 도착했기에 제일 좋은 물골을 차지했으니 걱정을 마시라고
선장이 장담을 했고, 어제도……. 그제도……. 계속 좋은 수확이 있었는데 
지금 이자리가 그 물골이 틀림없다며 장담을한다.
잠시 후에는 제일 왼쪽에 있는 배에서 첫 번째 참돔을 걸었는지 
제법 멋진 휨새가 보였고 뜰채를 사용하는 횟수가 점차 늘어나는 것이 
대여섯 번을 넘어섰지만 두 번째의 배와 우리 배에는 소식이 없다…….
“항상 고기가 좌측부터 붙는데 물방향이 바뀌면서 낱마리로 끝나고
 두 번째의 배에도 고기가 붙으면 바로 우리에게도 입질이 들어오는데
 물방향이 가장 오래 지속되니 마릿수 조황은 우리배가 가장 나을겝니다. “
물속에 드나드는 인어같이 자신이 있는 선장의 말에 손님들도 기대를
하며 그 문제의 시간까지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 물방향이 제대로 잡혔지만 그래도 첫 번째의 배에서만 
입질이 이어지는지 열 번이 넘고 스무 번이 넘도록 계속해서 
뜰채사용이 이어지는 것이 보였지만 두 번째의 배에서는 단 한 번의 
소식도 없었고, 건너뛴 입질이 닿았는지 엉뚱하게도 기자 양반이 
먼저 대를 세우더니 쓸 만한 크기의 참돔을 한 마리 끌어냈지만
이어지는 입질이 없자 어느새 꾸벅이며 졸기 시작했다......
우럭이라도 잡아야겠다고 마음을 비웠다는 일행에게만 행운이 찾아와 
세 마리의 참돔을 연속으로 건져 올렸고 선장까지 낚싯대를 펼쳐들었지만 
더 이상의 수확이 없었다.
물방향이 바뀌며 여러 척의 배들이 내려놓은 닻줄들이 늘어지고 휘감기며 
서로 엉키더니 배들끼리 부딪치며 요란을 떨었는데 정말 보통 난리가 아니다.
저 큰 배는 어느 항에서 나왔을까?  손님을 열 명이나 태우다보니 한 사람당 
한 짝씩 강제로 할당하여 싣고 온 크릴을 빨리 소비하려고 비닐봉지를 
몽땅 벗기운 알몸뚱이로 몇 덩이씩 쏟아 붓고는, 마구 흔들어 대는 품이 밑밥망을 빨리 
비우려고 애를 쓰는가 보다.
감질나도록 고기의 애를 태우며 유혹을 하기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밑밥이
낚시점의 판매상술에 휘둘려 과도한 소모전이 돼 버렸으니 이 수많은 배들이 
마구잡이로 뿌려대는 밑밥만 해도 천봉지가 넘을게다. 
주변이 뿌옇게 변했겠다. 생각이 드니 어떤 정신 나간 고기들이 바늘에 꿰인 미끼를 물어줄까 걱정이다.
밑밥을 퍼붓다가 지쳤는지 박스를 채 터트리지도 못한 밑밥을 양심은 있었는지
물속에 쳐 넣을 수가 없어 갖고 들어오는 일도 생긴다는데 아까운 마음에 보관을 청하면
바닷물 속에 그대로 처넣지, 무엇하러 갖고 나왔느냐는 통박만 돌아오고
판매할 것은 있어도 보관해줄 곳은 없다며 아까우면 가져가라는 거친 대답에도
행여나 다음번에 승선차례가 돌아오지 않을까하여 더럽고 치사한 감정이 솟구치는 것을
내리 누르기도 한다니 언제부터 이렇게 주객이 전도가 되었을꼬?




작은 참돔 한 마리와 욕심이 하늘을 치다보니 바늘에 물린 
작은 고기를 덮쳤다가 곁다리로 걸려든 광어 한 마리가 오늘 수확의 전부였는데 
그나마도 군침을 흘리는 주위의 눈치를 느끼다보니
오늘의 먹을거리로 내놓고야 말았다…….
(뭐야…….자기네들이 잡은 참돔은 꽁꽁 감춰놓고……. 나쁜 놈의 인간들…….-_-;;)
고기들이 물골을 넘지 않고 첫 번째의 배 앞에만 머물렀던 모양이라고 
머리를 긁적이는 선장에게 사람의 한길 마음속도 알 수가 없는데 
몇 길  바다 속을 인간이 어찌 알겠느냐며 씁쓸한 위로를 대신 건네고 
다음번을 기약하며 이른 철수 길에 올라 출발점으로 돌아오니 
예전의 빚을 대신 갚겠다며 기자양반은 자기가 낚은 참돔을 내주고는 
다른 곳으로 취재를 가야한다며 부지런히 떠나가 버렸다.
일행이 나누어준 참돔까지 두 마리가 내 몫으로 돌아오다 보니 늦게까지 
마실 것을 사들고 기다리고 있던 심 실장에게도 한 마리가 돌아가게 되었다.


며칠 후에 두 번째의 도전이 있었지만 감팽이와 자잘한 우럭 몇 마리로 
대를 접었고 세 번……. 네 번……. 번번이 물색이 뒤틀리고 
수온이 변하니 고기 구경이 어려웠다.......
배들이 많이 몰린 외점도를 떠나서 화사도로 자리를 옮겨보았지만 
변변한 입질이 없으니 고기구경도 할 수가 없었는데 바다에만 다녀온다는 
소식만 들으면, 먹을 것이 거저 생기는 줄 알고 둥지 안의 제비새끼들처럼  
입만 벌리고 있던 주위사람들에게는 계속해서 실망만 안겨주었는데 
정말……. 뭐가 잘못 된 거야?
다시 한 번,  화창한 날씨와 물색 좋고 수온도 좋은 날을 골라냈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어 초조함만 생겨났고 조용히 낚시를 하겠다며 
뒷자리를 차지했던 주 사장님에게만 연속적인 입질이 닿았는지
팔이 아프도록 혼자서만 낚아내고 있었는데 결코, 죽지 않는 노장의 저력을 
훔쳐보다간 슬그머니 곁에 가서 함께 흘려도 보았지만 헛일이었다.
(아? 참돔낚시에서 전동 릴과 합사원줄을 사용하는 기인을 보았구나……. ^^;;)


오늘도 남이 잡은 고기를 얻어 갖고 왔으니 언제나 내고기를 낚아볼 수 있을까?
다섯 번째의 나섬에서는 날씨까지 급변하여 화사도에서 오래 견디지를 못하고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와서는 폭발적인 입질을 받게는 되었지만 멀미도 하지 않는 
일행들만 싱글벙글 쑈를 벌렸고 높은 파도 속에서 심한 멀미를 견디다 못해 
선실 안에 드러눕다 보니 오늘도 빈 깡통만 안고가게 생겼다.........


여섯 번째의 나섬에서는 태안기름사고로 유출됐었을 기름띠가 
끊임없이 몰려와 외연도까지 돌아보다가 일찍 대를 접어야했는데 이러다간 
금년에 고기구경이나 변변히 해보겠나.......
다음날 어느 뻔뻔한 인간은 기름속을 피해 나온 것을 모르는지 당당하게
거짓문자를 보내오기도 하니, 모르고도 속고, 알고도 속는 요지경속이 따로 없다.
매번, 한두 마리 정도의 참돔구경쯤은 했지만 꼭, 이해타산을 따져서가 아니라
낚시란 것도 은근한 매운맛의 중독처럼 이어지는 끊지 못할 취미이다 보니
기름 값도 비싸고 경기도 어려운 마당에서도 가끔씩 나서보기는 한다만
수도권에서 낚시를 가려고 급한 새벽길을 나서다 보면 경제속도를 
제대로 지킬 수가 없으니 연료비와 고속도로 통행료로만 10만 원 정도가 들고
선비와 밑밥 값으로 16만원……. 낚시만 간다하면 달뜬 마음으로 
정신없이 달려가다 보니 무언가를 빠트리고 왔나 싶어, 불안한 마음에 
눈에 보이는 용품 몇 개를 주워들어야하고, 굶고 주려가며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준비하면 또 몇 닢……. 
그러다가 운이 닿지 않는 날까지 만나 바늘만 벗겨지는 것이 아니고
원줄과 찌까지 끊기고 잃어버리고, 낚싯대까지 옆 사람이 부딪쳐와 
한 토막 해먹다보면, 말 못하는 가슴쓰린 견적까지 나오게 되니 
한 달 봉급의 몇%인가가 눈 깜짝할 사이에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날씨라도 좋은날을 만나고……. 몇 번 바늘이 벗겨지기도 하고……. 
무엇인가 감당하기 힘든 것이...... 실지로는 물속에서 흘러가던 상한 
그물이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런 아리송한 손맛까지 본 날이라면 
후회도 없겠지만, 오늘도 대박으로 이어지는 호황이라느니.......  
어김없는 마릿수로 허탕이 없다느니....... 어시장을 방불케 하는 난리가 났다는
과대 포장한, 사기성이 농후한 자극적인 문구를 인터넷에서 보거나 
문자로 받고서 부푼 마음을 안고 쪼르르,  달려가 보니 그 자극적인 문구란 것이 
한 두 사람만의 몇마리 조과만을 부풀린 것임을 알고나서는 절로 튀어나오는 욕을 남기고 
뒤돌아선 꾼도 한둘이 아닐게다…….
어느 날은  한사람만이 별로 크지 않은 참돔 한 마리와 농어와 
광어 두 마리를  운 좋게 낚아 들었단다.
뽀르르 달려 나온 여우같은 낚시점의 아줌마가 
“오늘도 어제와 같이 대박이네요? 빨리 인터넷에 올려야지”
사진을 찍고 난리를 떨어대길래…….
“아줌마……. 이게 대박이란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어쩌고???
 오늘 쓴 돈이 얼만데? 순박한 꾼들을 놓고 사기 좀 치지 말아~! 
 어떻게 매일같이 자극적인 문구로 도배를 하는 거야? 
 꾼들이 봉으로만 보여? 희한한 스네이크 아이를 가졌군?! “


저조한 수확이 마치 자기 탓 인양, 미안해하며 그나마도 부지런히 
자리 이동도하고, 이 고기, 저 고기, 잡고기라도 그러모아 맛스럽게 
회한접시라도 떠올리고 커피도 한잔씩 돌려가며 뻑뻑한 도시락의 굳은 밥에 
행여 목이 멜까, 라면국물이라도 내놓는 선장은 그래도 조과면 에서도 
뛰어나다 보니 그런 유능한 선장에게는 예약이 넘치기도 한다만 
포인트가 한정이 있다 보니 자리다툼은 오늘도 치열하기만하다. 
힘들여 가며 새로 개척해 놓은 자리도 얼마 안가서 북새통이 되다 보니 
몇 군데 짚어놓은 아까운 곳도 그냥 지나쳐가며 열어볼 수도 없다. 
외연도권 갯바위의 상륙이 전면 금지 되면서 오래전부터 봐 두었던 물골들도 
선장에게 쉽게 말하기도 버겁게 되었다. 언제고 다시 갯바위에 오르게 되는 날까지 
그 포인트는 갯바위의 것으로 남겨 두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기에.......


하순경에는 친목회의 모임을 다녀오다가 대천 항을 들러 장을 보게 되었는데 파도가 높아 보였다.
이런 날에는 여객선도 결항을 했겠다 싶어 외연도의 할머니에게 전화를 해보니.
“여객선이 다녀갔는데 데 손님이 많아 뜨긴 했지만 고생이 심할꺼유~!”
마침 외연도에서 들어오는 여객선이 보였는데 내만에 들어섰는데도 
제법 요동이 심해 보였다. 항안으로 들어서자 승객들이 환호성을 올리는 것이 
퍽이나 마음들을 졸였었나보다.
문자를 보내온 낚시점에 전화를 걸어 날씨와 조황이 어떻더냐고 물으니
“장판이지요~~~~~ 오늘도 변함없이 대박이구요~!”
“인간아~~!!! 입에다 침이나 바르고 말해라~! 지금 파도가 몹시, 높구만~!!!!!”
“??? 지금 어딘데요? 사실은 오늘은 배가 안 나갔는데.........”
“그런데 어떻게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대박을 꿈꿀까? 정말, 사기성은 제대로 타고 났어~!”
어느 날은 조황을 보니 오늘도 어마어마한 대물이 나왔다는 제목이 보였는데
잘 아는 분이 낚았다는 내용이었기에 연락을 해보았다.
“어이구~~~~ 축하드립니다! 어마마한 대물을 낚으셨다죠?”
“크기는 크데……. 문제는 그거, 딱 한 마리로 끝나고 일곱 명이 입질도 못 봤다는 거지…….”
7월도 다지나갈 무렵이 되어서야 이름모를 누구의 저주가 풀렸는지 몇 마리의 참돔을 
구경할 수가 있었는데 8번째의 나섬에서였고 며칠 후면 여름의 절정에 들어서는 2008년의 8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