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근처에 있는 어느 낚시점에 드나들었던 사람들은 낚시점의 총무 겸 주인아저씨를 시끄러운 九官鳥라고 부른다. 낚시란 것이 거짓말이 담뿍 담긴 허풍이 조물주도 눈을 감고 넘겨주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학습능력이 남보다도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다 보니 뼈만 남았을 죽은 고기도 무럭무럭 키워내며 살을 붙여가는 놀라운 입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수도권에도 바다낚시가 보급되던 90년대 초부터 바다낚시 출조의 선두주자로 나섰기에 한때는 제법 손님이 많았고 초보자들에게는 우상으로 보이기도 했을게다. 그에게서 이름도 생소한 몇몇 섬의 신비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장에서 사먹어 본적이 없었던 물고기들의 종류와 그 어마어마한 크기도 그렇고, 정말, 하룻밤에 그렇게도 많은 마릿수를 잡아낼 수 있을까? 의문을 품을 수도 없었는데, 그에게서 단순한 기법을 배워가며 몇 번, 낚시를 다녔던 사람 중에서는 낚시점을 낸 이도 생겼고 오늘날, 출조를 전문으로 하는 총무나 그의 손을 거쳐 낚시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필드테스터로 간 사람도 생겼는데 그 숫자만 해도 열손가락을 훨씬, 넘길게다. 어느, 어느 섬을 가면 오짜, 육짜짜리 돌돔이나 감성돔이 득시글하며 두 팔 벌린 길이의 농어와 허벅지만한 굵기의 우럭과 농구화만 한 크기의 열기나 볼락 같은 물고기들을 원하는 만큼 쉽게 잡을 수가 있다는, 어찌 보면 황당한 이야기들이 그때는 그럴싸하게 들릴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는데, 무협지의 주인공같이 휘둘러대는 그의 냄새나는 입 장풍에 얻어맞아 약간씩 무리하게 장비를 구입하게 된 사람들 중에서는 조금씩 바가지도 쓰고 꼭, 필요하지 않은 장비였지만 그의 길고 굵은 세치 혀의 놀림에 넘어가 떠맡기 도한 모양이다. 드나들던 손님들 중에서는 몇 번쯤 그와 함께 낚시를 하며 짧은 시간에 그의 일천했던 무공을 모두 습득하였고 부지런한 출조로 경험을 쌓아 그의 경지를 뛰어 넘다보니 허풍과 진실을 제대로 간파하게 되었고 그치지 않는 야바위 행각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게 되다 보니 그의 낚시점을 찾는 이들이 하나, 둘, 줄어들었는데 그가, 처세의 달인이었다면 아마도…….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낚시손님을 확보하여 우등낚시버스 한대쯤이야 연일 가득 채워서 오늘도 고속도로를 달려가고 있었을 게다.
사무실 근처에 어떤 유명 낚시프라자에 근무했다던 바다낚시의 달인이 가게를 열었다고 한다. 차를 타고 다니며 아무리 둘러보아도 눈에 뜨이질 않아 잘못 들었는가, 잊고 말았는데 얼큰하게 한잔을 하고 들어오던 날 저녁에, 평소에 잘 다니지 않던 뒷골목에서 작은 간판을 내건 낚시점 하나가 눈에 뜨였다. 떡밥이나 지렁이를 파는 민물낚시점인가 했더니 만재도며 가거도며 추자도 같은 원도권 출조가 전문이라고 붓글씨로 써 붙인 종이장이 눈에 훅~!하니 들어왔다. 허름한 문을 벌컥~! 밀고 들어가, 걸걸한 목소리로 반기는 주인의 얼굴을 보니 어디에선가 본 듯, 낯이 익었지만 어느 항구에서 몇 번 본적이 있었을까? 스쳐 지나쳤을 어렴풋한 기억뿐이다……. 잠시, 차 한 잔을 하며 낚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개똥이 아버지와 삼마귀가 날뛰는 추자도 이야기.......... 농어를 가마니에 담아 오는 태도 이야기....... 탕수육 접시만한 크기의 홍합을 까면 속살을 세 번에 베어 먹어야 한다는 만재도 이야기…….까지는 들어줄만 했지만 가거도에서 몇 년간 낚시를 하던 중에 어느 날은 8짜 감성돔을 열 번이나 걸었다가 얼굴만 보고는 아홉 마리를 놓쳤고 간신히, 한 마리만 건져냈다는 대목에서는 그만 실소가 터지고 말았다. 뭐, 찌낚시가 제대로 시작이 안 되었을 때니, 글라스롯드 막 장대에 큼지막한 홍새우를 미끼로 끼워 던져 놓고 있다 보면 괴물 같은 놈이 덤벼들어 미끼 끼운, 큰바늘을 겁도 없이 물고 늘어져서는 제멋대로 끌고 다니며 인간을 희롱하다가 잠간, 얼굴만 보여주곤 ‘힝~!’ 하니 돌아서서 가버렸다는데 그 날 덤벼들었던 고기 중에서 가장 운 나쁘고 힘없고 크기가 작은 8짜 감생이 한 마리만을 겨우 낚아들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입 꼬리를 타고 게거품이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이 아니었나. 모르겠다!……. 슬그머니 일어나 낚시점을 나와 낚시점의 간판을 다시 쳐다보고는 조물주가 용서하는 거짓말 중에 낚시꾼의 허풍이 몇 번째에 들어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집 앞에 도착했기에 그 날의 일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얼마 후 사무실에 손님이 하나 찾아왔다. 이 사무실에 바다낚시를 다니는 꾼이 있다는데 근처에 낚시점도 열었기에 홍보차 왔다고 큰소리로 떠들면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얼굴을 보니 얼마 전에 들렀던 그 낚시점의 주인이었는데 얼굴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고선 우물쭈물하다간 어느새 없어지고 말았다……. (제 뻥에 제가 놀란 모양이군......... -,,- )
초등학교 동창 놈이 가까운 곳에 낚시가게를 차렸다기에 들러보니 동글 넙적한 어릴 적 모습이 기억나는 반가움에 손을 잡았는데 그 2층에는 바다낚시를 전문으로 출조하려고 유능한 총무를 데려다 놓았다고 한다. 마침 낚시를 다녀왔는지 커다란 함지박에 큼지막한 열기를 그득하니 담아서 들고 내려오던 총무님과 얼굴이 마주쳤는데 깜짝, 놀라는 얼굴을 보니 그 8짜 대물조사였다. 뒷골목에 차렸던 낚시점을 처분하고 동창 놈의 낚시점에 가이드로 오게 되었다는데 1년 정도 가이드로 있으면서 주로 열기 배낚시를 다니다가는 바다낚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별도로 낚시점을 차려 분가를 한곳이 엎어지면 코 닿을, 집 근처였다. 같은 땅! 같은 동내에 살게 되다보니 싫던, 좋던 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길에 얼굴을 마주 치다보니 사람이 악인은 아니다보니 가끔씩 들러서 시원한 곡차도 한잔해가며 들을 건 듣고, 흘릴 건 흘리다보니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 흘렀다. 하루는 급한 찾음에 또 어느 섬에서 별똥별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하려나보다 건너가 보니 같은 동내에서 수십 년을 살았다는 사냥꾼을 소개하겠단다.…… 몸 전체를 검은 옷으로 휘감은 차림새에 신부님인가 했더니만 꽤나 유명한 관록과 기록을 보유한 포수라는데 같은 동내 사람이라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 생소한 얼굴이다........ 육지의 사냥꾼이 낚시점에 들른 이유가 수렵기간이 아니다 보니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무료하던 차에 낚시점에 들러보았다는데 산에만 커다란 멧돼지 같은 사냥물이 있는 것이 아니고 바다에 가서 물고기사냥을 한다면 돼지만한 커다란 농어를 잡을 수 있다며 낚시를 해보라며 바람을 넣었고 동행할 수 있는 안내자까지 소개하겠다는 낚시점 주인의 거창한 꼬임에 넘어가 이미, 낚시장비 일습을 끌어안았고 팔아먹은 장비를 사용하게 하려고 연락을 하였기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려다가, 같은 동내에 살고 있다며 손을 내밀었고 얄궂은 청요리 두 접시와 독한 술 두병에 그만 덜미를 잡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집안의 어른들끼리는 알고 계실게라는 이야기까지 꺼내며 술잔을 건네오니 매정하게 뿌리칠 수도 없어 농어 낚시를 함께 가기로 하였다. 아직은 수온이 낮은 때라 무거운 쇳덩이로 만들어진 루어가 잘 먹혔다는 말을 하자, 귀를 기울이던 낚시점주가 또, 집어 주는 대로 까마귀표 루어 수십 개를 추가로 구입하니 단단히 코가 끼게 생겼다..........
사냥을 다닐 때 사용한다는 썩음, 털털한 갤로퍼가 고속도로에서는 제대로 속력이 나질 않자 ‘이래봬도 힘은 좋다’ 고 말을 얼버무렸는데 (힘이 좋다는 차가 이렇게 빌빌하니 멧돼지는 어떻게 잡았을까? -_- ) 약간 빠른 9물때 이지만 지난번과 만조시간은 차이가 없겠는데 짙은 해무로 오전 배가 결항을 한다니 이를 어쩔까~~~~~? 쿨러에는 넉넉하게 준비한 힘차게 꿈틀대는 청개비와 크릴이 가득 찼고 그 외에도 준비한 다른 것들은 또 어쩐담?........ 운 좋게 해무가 걷히면 오후 배는 정상적으로 운항을 하리라 굳게 믿기로 하고 무창포 쪽으로 구경을 나섰는데 잦은 배 고장으로 출조가 뜨막하여 연락이 없던 웅천제일낚시의 조 씨 가게에 들러 맛난 꽃게탕을 곁들인 점심밥을 얻어먹고 해무가 옅어지는 것을 보곤, 서둘러 대천 항으로 돌아와 외연도행 배에 오를 수가 있었다. 지난번의 농어타작이 소문이 났는지 갯바위 골창마다 쳐 박힌 쓰레기도 그렇지만 어떻게 밑밥품질을 했기에 이리도 갯바위가 미끄러울 정도로 더럽혀졌담? 바다 속만은 변함이 없기를 바라며 껄끄러운 마음으로 루어를 던져보니 처음부터 농어가 물고 늘어진다……. 씨알이 다소 작은 것이 타임이 지났음을 알려주는데 이미, 큰 농어들은 지나간 후속무리의 작은 농어들이었다. 해무 탓에 오전 배를 타지 못한 탓이었는데 7월까지는 해무가 짙어 외연도행 오전 배는 결항이 잦을게다.
멧돼지는 수십 마리를 잡아봤다는 명포수라지만 낯선 바다에서는 맥을 못 추겠는지 작은 크기의 우럭만 몇 마리 낚아들었는데 투망과 어항으로 잉어와 피라미까지 잡아보았고, 쏘가리 루어낚시도 해본 경험이 있다며 몇 번의 캐스팅 만에 루어를 제법 날려댔고 내일 아침에는 무언가를 보여 주겠다며 큰소리를 치는 것이 강원도 포수는 아닌가보다……. ^^;; 날카롭고 불편한 갯바위에서 어렵게 밤을 보냈고 날이 밝아 농어가 나타날 시간이 되었으나 끄무레한 날씨와 탁한 물색에 반응이 시원치가 않았지만 특정 색의 루어에는 몇 마리가 걸려들기에 멀리 있던 포수나리를 불러 함께 낚아보려고 잠시 루어 대를 놓고 넘어가 보니 마침, 큼지막한 농어를 걸고 겨룸이 한창이었는데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한 번도 농어를 낚아보지 못했던 물길조차 맞지 않는 곳이기에 포인트로는 마땅치 않다고 제쳐두었던 곳인데 지나가던 운 나쁜 농어가 걸려들어 포수의 숨소리를 높이고 맥박을 빠르게 하던 중이었다........ 처음 걸려든 농어가 하필이면 미터 급의 크기인 것 같았고 높고 험한 자리다보니 처리가 곤란한 곳이기에 잠시 지켜보니 마치 잉어를 끌어내듯 침착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호승심이 치솟았는지? 당황을 했는지 성급하게 핸들을 감아 들이며 거친 행동으로 변하였다. 농어도 얼이 빠졌는지 몸체의 절반이 물위로 쳐들려진 상태로 끌려나오기 시작했는데 민물과는 다른 것이 바다에서는 아무리 잔잔한 날이라 해도 갯바위에는 되치는 파도가 있질 않은가……. 큰 농어의 무게로 루어바늘이 걸린 부위가 찢어지기 시작했고 파도에 부딪치며 몸뚱이가 들어 올림과 동시에 바늘이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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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바다에서는 옆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고 길고 큰 뜰채가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며 포수는 분을 삭이고 있었고 썰물이 시작되어 참돔낚시를 해보려고 짐을 놓아 둔 뒤쪽을 가보니 홍원 항쪽에서 왔다는 빨간 고무보트에서 내린 꾼 들이 포인트를 강탈하고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짙은 해무를 헤치고 온 것도 놀랍고 예정시간 보다 두 시간이나 더 걸렸다는데 더 놀라운 건, 그 작은 보트에 8명이나 타고 왔다니 정원초과에 실은 짐까지 더한다면 배수량도 너무 무시한, 용감무쌍한 꾼들일 테니 이 작은 여에 내렸음을 항의했다간 뼈도 못 추릴지 모르겠다....... -,,- 이미, 농어가 물어줄 시간도 지났으니 오후의 철수시간까지는 허망하니 시간이나 채우다 가야할 판국인데 돈벌이에만 급급하여 귀중한 생명은 아랑 곳 없이 짙은 해무 속을 무모하게 헤쳐 가며 작은 배로 마구잡이로 태워 와서는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작은 여에 마구잡이로 밀어 올린 점주의 무지막지한 행동에 소름이 돋을 뿐이다.......-_-;; 저만치 떨어진 여에도 몇 명을 내려놓은 것이 보였는데 아무리 잔잔한 날이라 해도 위험한 곳인데 포인트도 아닌 곳에서 도대체 어떤 고기를 낚으라고 내려 주었을까? 더 이상의 소득도 없겠기에 배를 부르고 말았지만 부디 철수 때에는 짙은 해무가 걷혀 저들이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라며 배를 타고 떠나며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무심히 쳐다보는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들이 아닐까 걱정이다........ 짙은 해무로 오전배가 못 들어 왔기에 오후 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기다림의 지루함을 달래줄 외연도 아주머니가 장만해 내 놓은 회 몇 점과 소라를 듬뿍 넣고 끓인 된장뚝배기의 환상적인 맛에 어찌 이슬 한잔이 또, 빠질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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