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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만재도의 놈, 놈, 놈 1.

by 찌매듭 2008. 11. 5.

 

 

제대로 재가가 난 장박낚시의 짐을 몇 번이나 꾸렸다, 풀었다 반복하며 빼놓으면 섭섭하고 자꾸 넣자니 짐이 늘어나고....... 꼼꼼히 점검을 했지만 그래도 무언가가 빠진 것 같다. 전년에 가거도와 만재도를 구경한 백사장님 일행이 이번에는 제대로 낚시를 해보겠다는데 낚시 잡지나 방송에서 보았던 주렁주렁 달려 나오는 열기낚시가 그리도 신기했었나보다. 갈치낚시에서는 1시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었지만 우럭과 주꾸미 잡이에서는 제법 재미도 보았기에 조금씩 장르를 넓혀보겠다는데 글쎄나..........? 낚시란 것이 산을 넘으면 또 넘어야하듯이 그 끝이 안 보이는 안개속의 행보가 아니겠나....... 서 씨 아저씨는 만재도의 선장에게 부탁하여 일행들이 열 기잡이를 꼭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며칠 전부터 안달이다……. 오래도록 만재도를 다니면서 서로에게 무리하거나 귀찮음 직한 부탁을 서로 간에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아무리 내리고 싶은 포인트가 있어도 그날의 상황에 따라 선장의 의견을 존중하여 무리하다 싶으면 강요하지를 않았고 선장 또한 자기의 피곤함을 내세워 일정을 당기지도 않았었다. 서로간의 의사를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아도 눈빛과 몇 마디의 말로 헤아리며 지내왔는데 귀찮은 부탁을 떠맡게 되다니........... 며칠 눈치를 보다간 민박집 아저씨에게 운을 떼어봤다……. “이번에 가는 손님 중에 열기 잡이를 꼭 하고 싶은 분이 있는 모양이외다……. 아마도 주렁주렁 감 달리듯 올라오는 광경을 눈이 있다 보니 어디서 본모양인데 두어 시간만 해주면 안 될까?! “ “아~?! 그게 그리 신기했던 모양이네??? 나도 형님에게 말을 한번 해볼 테니까 매듭님도 직접 한번 해보소.~~ “ (형제간에도 어려운 것이 있나보다.................-_-;;) “썬장님~~~~~ 이러이러, 요러요러한데 두 시간만 열기낚시 해주실 거죠?!” “오시면 못해줄 것도 없으니 그때 이야기합시다…….” 절반이 넘는 허락이 나왔으니 서 씨 아저씨에게 힘을 준 목소리로 연락을 했고 예닐곱 명의 인원이니 차량도 두 대가 필요할 모양이다……. 만재도를 몇 번 갔었던 李군의 짐차가 차출이 됐고 사람만 타면 될 차까지 결정이 되었지만 정작, 출발하려는 날이 되어서는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버렸다……. 하루 이틀도 아닌 장박의 일정이란 것이 항상,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출발하기 몇 시간 전에야 통보를 해오니 과하게 꾸렸던 짐들이 부담이 된다. (이래서 특히, 장박의 낚시는 두 명만 움직이는 것이 확실한 율동인데.......) 풀이 죽은 서 씨 아저씨를 화물차의 가운데자리로 끼워놓고 한바탕 목청을 높이다보니 벌써 서해안 고속도로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어제는 60여명의 손님을 철수시키노라 애를 먹었다는데 오늘은 손님도 적어 선실 안이 넉넉하다. 배의 부속품을 교체하노라 한시간정도 늦게 출발하게 되었는데 북항에서의 주변구경과 이야기꽃에 빠져 지루한줄 몰랐는데 낚시점의 최 사장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만재도에서 여객선이 결항한 날, 시인과 교수 한사람을 태우고 나오게 되었는데 목포에 도착하니 선비를 못주겠다고 오리발을 내밀더란다……. 여객선이 아니니 선비를 받으면 불법이라며 느물대며 희롱까지 하더니 신고까지 했다는데 섬에서 발이 묶이게 내버려 둘걸........ 두 번 다시 낚시꾼이 아니면 배에 태우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니……. 오늘은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직접 낚시를 해보겠다는데 늦은 출발이었지만 날이 밝기 전에 도착은 했으니 성의껏 운행을 했는가 보다……. 선장과 아들은 먼저 달려 나가는 배를 보며 방향을 짚어보더니 중간 간 여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에 李군과 함께 자리를 잡게 되었고 서 씨 아저씨는 엿을 붙여놓았는지 끝 간여의 단골자리에서 움직이지를 않는다……. 만재도의 감초인 노래미가 먼저 몇 마리 얼굴을 보였고 이미 물이 빠져나간 화수분의 작은 연못에서 큼지막한 우럭과 크지 않은 돌돔 두 마리와 참돔도 한 마리 구경을 했지만 물 힘이 부족하니 제대로 낚시가 될 것 같지가 않다. 큰 간여에 내린 꾼이 뜰채를 사용하는 것이 보였는데 참돔을 한 마리 낚아 올린 모양이었고 밑밥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몰려온 부시리떼에 둘러싸여 곤욕을 치르는가보다……. 장대와 원투 대를 이용하여 지렁이와 성게를 번갈아 끼워 담가 보았지만 수온이 변했는가?! 별다른 소식이 없다....... 도시락을 갖고 온 배를 타고 서 씨 아저씨가 다가오기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려나했더니만 이상한 소리를 한다. 형님이 위독하다는 연락이 와서 먼저 철수를 해야겠으니 짐을 부탁한다며 뱃머리를 돌렸다........... (여기까지 와서 그런 황당한 일이 생기다니........) 잠시 후에 목포로 나가는 배에서 손을 흔드는 서 씨 아저씨를 보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 누구에게나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생기는 법이니............. 노모(老母)에게 전화를 해보니 직접 받는 것이 천사가 어디를 갔는가보다……. 별일은 없으니 열 번 백 번 조심하라는 당부와 천사가 툭~!하면 자리를 비운다는 고자질……. ^^;; 오늘은 간여에서의 낚시가 틀린 것 같으니 일찌감치 들어가 이른 저녁밥을 먹고 어디론가 밤낚시를 가야겠다……. 지난번 봉변을 주었던 그 놈을 다시 만날 수가 있을까?! 아예 굵직한 채비로 시작을 하자……. 구멍이 넓직한 3호 전지 찌를 골랐으니 굵다란 7호 원줄이 잘빠져 내려갈게고 2호 수중 찌에 바늘위에 1.5호 고무봉돌 하나를 달아 잔존부력을 몽땅 걸어보았다. 먼저 걸려든 노래미를 손에 움켜쥐니 미적지근한 것이 청신호로 느껴졌기에 얕은 수심까지 돌돔이 떠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열심히 미끼를 갈아댔지만 정작 먹혀든 미끼는 청개비가 가장 나았으니 이놈은 편식도 안하나보다........ 볼락이 심심치 않게 걸려들어 고기를 따내고 뒤처리를 하려고 받침대에 걸쳐두면 바늘에 남은 청개비를 돌돔이 물고나오는 황당한 일도 몇 번 있다 보니 오늘은 얕은 수심에서 고기가 물려 나오는 날인가 보다............. 이놈이 도깨비에게 잡혀간 건 아니겠지?! ^^;; 밤이 깊도록 떨어져 있는 李군이 오지를 않는걸 보면 고기가 낚이는 모양인데 허리도 펼겸 가보아야겠다. 밑으로 내려가기가 엄두가 안 났는지 높은 곳에서 자리를 잡은 李군은 연실 열기를 낚아 올리고 있었는데 밤이라 그런지 씨알이 좋았지만 내려가서 벽 쪽을 차례로 더듬으면 다양한 어종을 구경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기 만하다……. 늦은 도시락을 먹고 깔개위에서 두어 시간을 눈을 붙이다 보니 자리를 옮기기로 했던 새벽 5시가 되었다. 대상어 1순위를 돌돔으로 정했으니 오동여로 가보자꾸나........ 성게를 처음 사용해 본다는 李군은 과연, 딱딱한 가시투성이의 요상한 먹을거리를 돌돔이 먹는다는 것이 신기하고 의심스런 모양이다. 8년 전에 가거도에서 만났던 엄군이 성게를 이용한 원투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부근에서 찌낚시를 하고 있노라니 성게를 갈아 끼우는걸. 볼 수가 없었다……. “너 이놈아 왜 성게를 갈아끼우질않니????” “건드리지도 않아요.~~~~ 그대로 있는걸요.~~~~~” “그래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갈아끼워야해....... 속이 비었을걸.??????“ “10분만에는 아니더라도 30분만에라도 갈아주라니까?” “그래 가지고 돌돔 잡겠니? 밑밥도 주고............” “돌돔낚시에 무슨 밑밥을 주고 멀쩡한 성게는 왜 건드리래요????!! ……” (이놈도 송아지 잡아먹은 귀신이 씌웠는지 도통 말을 들어먹지를 않는다…….) “감아봐라~~~ 올라온 성게 이리 줘보레이~~~” 바닥에 내리치니 탁구공마냥 빈 껍질만 흩어졌고 왜 속이 비었는지 모르는 엄군은 깜짝 놀라 기만한다……. “아니? 속이 왜 비었죠? 낚시점에서 불량품을 팔았나?” 용치 같은 잡고기가 건드리지 않아도 목줄이 흔들리며 성게 알이 솔~! 솔~! 빠져나간다는 소리를 듣고야 몇 년간 돌돔낚시를 헛다녔다는걸 깨우쳤다는 놈은 쌉싸래한 물 한잔은 고사하고 밤새도록 남의 쿨러만 뒤져댔었지?!..... 李군에게는 용왕님에게 배당 받은 돌돔이 있었는지 우악스런 성게입질이 닿았고 얼결에 낚아채보니 쓸 만한 돌돔이 끌려나와 성게미끼의 위력이 입증이 되었다……. 수온이 차가워지며 성게를 건드리기만 하는 입질만 있기에 갯바위에서 삿갓조개를 몇 알 구해 전복을 대신하는 흉내를 내어봤으나 크지 않은 돌돔이 한 마리 추가되었을 뿐 더 이상의 수확이 없었다. 물살이 거세지 않으니 크릴을 이용한 찌낚시를 해보기로하고 주변을 더듬다 보니 바닥에 걸렸는지 꼼짝을 않는다....... 할 수 없이 줄을 끊어낼 요량으로 힘껏 당기다보니 수초더미라도 뽑혀서 달려 나오는지 묵직하다했더니 문어까지 한 마리 덤으로 얻는 먹을 복이 생겼으니 이래저래 이슬병만 축나게 생겼다............... 두 번째의 밤낚시를 위하여 배를 불렀고 좀 더 자리를 지키지 않음에 선장은 아쉬움을 보였지만 뜨거운 오늘밤이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질 않은가? 전지 찌와 케미라이트의 불빛이 주는 유혹이 더 강렬하니.......... 방파제에 도착하니 싱싱한 열기 몇 마리를 들고 민박집 아저씨가 집으로 급히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기에 무엇이 그리 바쁜가 물으니 물일 나간 아줌마를 대신하여 찌개를 끓여야하기에 먼저 올라갈 테니 짐정리를 하고 천천히 올라오란다……. 돌돔 한 마리를 손질하여 회 한 점에 낮 이슬까지 곁들이다보니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찌개냄비를 얹은 점심상이 들어왔는데 오늘은 아저씨가 직접찌개를 끓인 모양이다……. “집사람이 물일을 나가며 대충 양념을 해놓았는데 만재도에 흔한 것이 다시마이니 몇 조각 넣고 끓여보니 맛이 더 나더구먼. 식당개 3년이면 라면도 끓이고 낚시점 개 3년이면 밑밥도 갠다는 전설도 있다만 사람은 어깨 너머로 보니 찌개정도는 끓이겠더라고~~~ ㅎ, ㅎ, “ 두어 시간 눈을 붙였을까? 도시락을 싸들고 안전한 밤낚시를 위하여 본섬 뒤편의 도깨비는 나오지 않을만한 곳을 골라 볼락이 있을만한 홈통을 향했는데 처음 해보는 곳이라 손도 타지 않았으니 제법 볼락과 우럭이 있을게라는 희망적인 말과 함께 새벽 5시에 올 터이니 준비를 하고 있으란 말을 남기고 선장이 가버렸고 첫 번째 담금에 상당한 크기의 볼락이 물려나와 대박의 날을 맞겠다는 생각에 약간 흥분도 되었지만 서너 마리가 연실, 물려나오고 부터는 한 시간에 한 마리씩 얼굴을 보이니 한숨 잠을 잘 수도 없이 밤을 새워 버리고 말았다. 새벽에 달려 온 선장은 한 사람에게 열 마리씩, 스므마리 정도의 볼락이 나왔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는지 고개를 갸웃 거리기만 했는데 낚시속담에 ‘입질 세 번에 밤새운다. 는 말은 만재에서는 통하지 않는가 보다……. 또 다시 오동 여에 올라서니 모퉁이를 돌아 달려오는 뱃소리가 들리는 것이 누군가가 오동여로 오려는 모양이다. 불빛으로 신호를 보내니 방향을 바꾸는 것이 보였고 잠시 후 날이 밝아 성게를 점검해 보니 상태가 좋지 않아 지렁이를 이용한 장대를 펼쳤지만 제대로 된 돌돔 한 마리 구경 할 수가 없었다. 밑밥에 현혹되었는지 부시리가 모습을 보였으니 힘이 남아돌 때에 몇 마리 낚아 볼까나?! ^^;; 크릴미끼로 李군이 볼락을 연실 낚아 올리더니 부시리를 걸고 싱갱이를 시작했고 작은 돌돔이 몇 마리보이더니 곧이어 부시리가 물고 늘어진다……. 점심시간을 넘겨서 까지 스므마리정도를 낚아 올렸고 담을만한 공간이 없으니 낚시를 끝내야겠다. 이틀 밤을 설친 李군이 도저히 밤낚시를 못하겠다. 고하니 오늘 밤은 온 식구가 모여 편안한 휴식을 보내게 되었지만 조용한 파도소리를 들으니 아까운 생각에 쉬, 잠이 오지를 않는다. 이렇게 조용한 밤을 만나기도 쉽지가 않은데 감은 눈에서는 전지 찌만 오락가락하니 이 깊은 병이 언제나 나을꼬?! ......................................................................................... 태어남은 어디서 오며, 生從何處來 (생종하처래) 죽음은 어디로 가는가, 死向何處去 (사향하처거) 태어남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죽음은 한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인데,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뜬 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도다,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도 역시 그런 것이고, 生也去來亦如然 (생야거래역여연) 여기 한 물건이 항상 홀로 있어, 獨有一物常獨露 (독유일물상독로)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는다네, 澹然不隨於生死 (담연불수어생사) 아무것도 없는 듯 비어있는 넓은바다는 잠들어 있는 듯 잔잔한 것 같지만 그 속에는 한여름의 푸른 숲같이 싱싱하고 강한 생명력들이 담겨있다. 일에 쫓겨 계절을 느끼지도 못한 채 해가 바뀌다 보면 늘, 맞는 계절이었지만 제대로 느끼지도 만져보지도 못하고 보내 곤했었다. 오늘까지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이 계절을 얼마나 흠뻑 누려보았을까? 이곳 바다로 나서보니 그 냄새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오직, 꾼만이 알 수 있는 소금기 베인 바다내음 바람이 실어다 주는 그 내음, 이 얼마나 그윽한 향기인가....... 방파제 끝까지 걸어가 본다. 나처럼 잠이 쉬 오지 않는지 낚시꾼 두어 명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어느새 밤이 깊어져갔고 꽉 찬, 달그림자가 검은 바다 위를 비추고 있었다. 꼭, 낚시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바다를 만났다는 건 우리 생애의 가장 큰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