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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아듀~! 2008년 만재도...#1 (Love)

by 찌매듭 2009. 2. 7.

 

찬바람이 불며 본격적인 겨울시즌을 알리는 철이 되자
감성돔 소식도 함께 들려온다.
불경기속에서도 바쁜 일거리를 맡아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었던 엄군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재입고가 늦어져 며칠 시간이 날듯한데  어디가 좋을까요?
오래도록 바다구경을 못하니까 몸살이 날 지경인데 
고기를 못 잡아도 좋으니 쫍쪼름한 갯냄새라도 맡아야만 세상 살맛이 날 것 같아요.......“
혼자서라도 차를 몰고 당장에 길을 나서겠다는 녀석의 들뜬 기분에 찬물을 끼얹어볼까나?!
“물때도 그렇고 급작스레 날씨도 나쁜데 어디를 가려고 그러니?
잠시 기다렸다가 날이 좋아지면 함께 움직여 보자꾸나.……. “
“목포의 낚시점에 알아보니 요즘은 태도가 가장 잘나온다는데 
내일도 배가 들어간다는데요?”
“이런 날씨에 들어가야 고생이지……. 
태도에서 고기가 좀 나온다지만 얼마나 많이 몰렸을 텐데…….
백 명 중에 몇 명이 잡은걸 늘리고 보태서 말하는 건지도 모르지…….
사람이 많다보면 민박집에서 밥 얻어먹기도 힘들고 들고나기가 쉽지도 않을게다……. “
“여기저기 알아보시고 연락 좀 주세요.~~~ 가거도, 만재도, 태도…….
바닷물에 낚싯대를 담글 수만 있다면 어디라도 좋아요~~~~~ “

10월말에 있었던 老母의 2차 수술로 바삐 병원을 오가다보니 
바다소식을 접해본지도 오래되었고 업이 걸린 일도 밀려 있지만 
갑자기 초조해지는 기분은 또 어쩐 일이람?!......
12월로 접어들자 수술 자리도 많이 아물었고 한두 걸음씩 걷게 되어
집근처의 병원으로 옮겨 본격적인 재활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누이에게 며칠 자리지킴을 떠맡기고 바다구경을 한다면 
따뜻한 겨울나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을 하니
이래서 자식도 다 필요 없다는 말이 생겼나보다……. -_-;;
병원을 옮기자마자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다보니 급작스런 추위와 함께 
호남지방에 폭설이 내리며 도로가 마비되었다는 뉴스가 
차라리 반갑기까지 했으니 놀부의 혹부리는 
내 마음속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나보다……. ^^;; 
며칠 눈치를 보니 천사 같은 마나님과 착한 누이의 도움은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런 대로 주간날씨도 별스럽지 않은 것 같아  
볼락낚시를 겸해보겠다고 선장에게 연락을 해 두었고 
청개비도 준비를 해달라고 목포의 낚시점에 부탁해두었으나 
엄군은 자재가 들어오는 날이 확정되어 
움직이기가 힘들게 되었다고 난색을 한다.…….
그러나 이미,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으니 제대로 빼내지 않았다가는 
큰 병으로 바뀔 수도 있다며 아침, 저녁으로 전화가 오며 안달을 하더니만 
인간사표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길을 나서겠다며 마음을 굳힌 모양이었지만 
마음의 결정과 날씨에 따르다 보니 좋은 물때를 받기는 틀려버렸고 
나 또한, 갑작스런 감기와 몸살기운으로 망설이게 됐지만 
이때가 아니면 언제 바다구경을 하게 될까?

이틀 이상의 일정은 힘들 것 같다며 엄군이 대낮부터 달려와 
기다리고 있었기에 서둘러  짐을 꾸려 나서게 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 한마당이 벌어지는 여행길은
지루하지도 모르게 이어졌다…….
어제까지는 어느 현장의 일을 맡았기에 아침 일찍, 도착하면 
30분간의 안전교육을 맡은 담당자가 나와서는 
정작 안전교육은 10분 정도만하고 
남은 시간은 회사홍보에 열을 올린다는데
작업과는 거리가 먼, 너무 속보이는 이야기만 늘어놓아 짜증이 났다는데
공사현장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자재를 잔뜩, 쌓아놓고는
중국물건은 사지도 말아야한다는 이상한 홍보로 목청을 돋운다는데
막상 중국에 가면 저런 위인들이 못된 짓들을 도맡아 할게라며 
근로자들의 조소를 산다니 한동안 그 회사 일을 하며 
좋지 않은 감정만 생겼다며 저런 놈들을 보면 
그 회사에서 만든 건 텔레비전도……. 기름도 팔아주면 안된다며 
다른 휴게소를 찾겠다며 건너 뛰어갔다…….
90년대에 있었던 기름유출 사건의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고 
얼마 전 개인정보의 대량유출에도 큰 반성이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장사는 잘 되는가보다…….


초저녁에 목포에 도착하여 낚시점 앞에 차를 세워놓고 
근처의 식당에서 이슬 병을 붙들고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만
마음만은 벌써 섬에 도착했는지 피곤하지들도 않은가보다…….
북항쪽의 배는 태도 쪽으로 몰린 손님들로 
만선을 이루어 서망으로 가게 되었고
가거도를 가는 ‘덕원호’로 들어가는 편만 이용하게 되었는데
선실에는 미리 자리를 잡고 누워있는 손님들로 끼어들 틈이 없었지만
얼굴을 아는 선장의 배려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커다란 화물차에 있는 침대칸 같은 특석을 내주어 이불까지 덮고
선장이 배를 모는 모습을 보며 편안한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휘영청, 밝은 달이 새벽 밤바다를 훤히 비추다보니 장비에서 눈을 떼고
대낮같이 눈으로 인근의 섬들을 보며 배를 운항하는 희한한 일이 생기게 되었고
어느 순간 잠이 들었나본데 만재도에 도착했는지 몸을 흔들어댄다.
급히 손님과 짐을 내려놓고 배는 가거도로 향했고
방파제에서 짐을 확인하고 민박집으로 가려니 어디론가 사라졌던 嚴군이
입가를 손으로 문지르며 나타났다…….
멀미로 참고 있던 뒤처리를 어디에선가하고온 모양인데
저러면서도 낚시를 다니고 싶을까?!
민박집아저씨와 선장이 반색을 하며 달려 나왔고
잠시 몸을 녹이라며 새벽밥 준비를 서둘렀는데
먼저 들어있던 손님들과 밥한 술을 떠 넣고는 
방파제 앞의 출발라인에서 7시 정각에 배들이 출발을 하게 되었지만
배성능이 약간 부족했는지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배들에게 선두를 뺏기다보니 첫 번째와 두 번째 자리까지도 
차지하지 못하게 되자 선장부자간에 고성이 오가게 되었는데 
사인이 잘 맞지 않았나 보다…….


어차피 먼저 있었던 두 팀의 손님들을 먼저 내려 주고 
느긋하게 자리를 잡으려했기에 날이 밝아서야 
김발이 붙기 시작하는  자리를 골라 대를 담그게 되었으니 조급해할 것이 없다.
오고 싶어 했던 바다에 와서 갯바위 하나를 차지했고
이제 남은 것은 고기에게 달려 있다 생각하면 조금도 급할 것이 없다.
잠시 기다리며 바닷바람을 들이키면 될 것이 아니겠는가?!
잠 한숨 못자고 꼬박 새워가며 밤새워 달려온 탓에 지친 몸이었지만 
파도가 내뿜는 천연오존이 갯바위를 뒤덮고 있으니 바다에서도 생긴다는
이 피톤치드에 피곤은 어느새 활력이란 세포로 변하여 
축, 쳐져있던 나를 일으켜 세운다.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며 그 모습을 몇 장 디카에 담다보니
시간이 되었는지 감성돔 한 마리가 반겨주었고,
엄군의 뜰채가 소금물을 묻혔고 노래미와 우럭이 
잡고기란 이름으로 엄군을 괴롭혔을 뿐이고~~!!!


도시락을 갖고 온 배로 멀지 않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 
오늘의 남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만 
고기가 나올 시간이 아직 멀었으니 
높이도 올라보고 골창에 채비를 내려 볼락도 유혹해보았지만
탁한 물색과 찬 수온 탓인지 꼼짝도 하질 않는다.…….
막대찌를 떼어내고 손에 닿는 감각으로 
몇 마리의 볼락을 낚아 보았지만 얼음장같이 
차디찬 몸뚱이를 보니 밤낚시를 해보았자 고생만 할 것 같다…….
물방향이 바뀌어 채비를 바꾸어 보려고 짐 가방 쪽으로 발을 옮기다
미끄러운 바닥을 밟았는지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는데 
다행히 살 많은 부분이 먼저 닿다보니 얼얼하기만 할뿐 
다른 곳에는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으니
그저,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께 감사해야 하려나보다 ^^;;
‘꾸당~땅’ 갯바위가 꺼지는 듯한 소리에 엄군이 달려왔지만 
괜찮다고 돌려보내고 보니 한동안 심한 통증에 
움직이기가 쉽지가 않았지만 그래도 낚시를 왔고,
바닷물이 보이고, 고기가 올 시간도 되었으니 채비라도 담그고 있어야했다…….
엉기적거리며 높은 곳에서 버티다보니 망상어의 장난인지
깐 새우 미끼를 한 움큼, 허비했고 ‘소~로~록~!’ 하니 약한 입질이 있어
노래미려니 생각하고 가볍게 챔질을 하여 제대로 된 한 마리를 
걸기는 했는데 뜰채는 멀리 있고 내려가기도 힘들다보니 
嚴군이 있는 쪽으로 끌고 가야했는데
잠이 들었는지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를 않는다.
(조, 녀석이 일부러 못 들은 체 하고 있는 건 아닐까?! -_-;;)
여러 번 소리를 지르다보니 깨어나긴 했는데 두리번거리는 품이 
꿈속을 헤맸었는지 행동이 영~~~ 굼뜨기만 하다…….
두어 번의 헛손질 끝에 또 한 마리의 감성돔을 구경하게 되었고
곧, 따라서 열공을 펼친 엄군도 한 마리를 낚아 올리게 되었는데
다음번부터는 혼자서라도 이곳을 찾는다면 포인트와 
고기가 잡히는 시간대를 머릿속에 기억해 두어야할게다…….


우리에게 주어진 겨울의 짧은 하루가 끝이 났고
낚시를 끝내고 방파제로 향하는 배 뒤에서 먼 바다를 돌아보니
오늘 저녁, 수평선 위에는 한 점의 구름도 없다. 
오늘의 수확물인 감성돔 몇 마리와 우럭으로 
근사한 네 접시의 회꺼리와  손바닥만 한 텃밭에 남은 
귀한 배추 잎을 곁들여 저녁식사전의 
입맛을 다스리게 되었으니 이슬 또한 빼 놓을 수가 없다……. 
인천에서 왔다는 이슬사랑이 진한 손님들과도 
오늘을 무사히 보냈다는 감사의 이슬 잔을 높이 들어 축하를 하다 보니
만재도를 처음 오셨다는데 조력은 오래되신듯한데 
어찌 만재도를 이제야 찾아오셨을까나?!
15년을 넘게 이 섬을 다녔어도 오늘의 수확물을 비교해 보면 알 수가 있듯이
조물주에게서 배당 받은 고기를 기다리다 보면 운 닿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저, 물만 보고 있어도 모든 근심이 사라지나니…….


바다에 나아가 파도와 온종일 싸우노라 굽은 어깨에 
저녁노을을 얹고 수평선을 뒤로하고 돌아와
오늘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면
우리도 이제 이만큼 나이가 들었지만 
지나간 세월 속에 추억은 
항상, 우리보다 젊은 나이로 머물러있다.
얼마 전 외신에서 보니 영국인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이가 57세라고 하는 기사가 있던데 
나도 그 나이가 되면 행복하다고 느낄까?
예전에는 아무도 가지 않았던 
험한 바닷길을 찾아서 간다는 것은 
크나큰 모험이었고 그 오래전에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누구나 나보다 더 나았다.
꾼이었던, 섬사람이었던 
그들은 알려야 알 수도 없는 깊은 바다 속을 알고 있었고 
내가 몰랐던 것들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점에서 나는 늘, 그들에게서 배워야했다.
처음 이 섬을 찾아온 이가 수고한 노력 때문에 
나중에 그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무수한 사람들이 
편안히 낚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예전에는 몰랐던 이 섬을 찾게 되었고
예전 같지 않게 변하고 상처를 입었다고도 하지만
바다가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가끔씩 그 섬에 갈 수 있다는 것으로도 만족한다.
일을 하며,
가끔씩 바다로…….
섬으로의 떠남을 꿈꾸며,
그 생각 속에서 시간을 채운다. 
내가 찾아가는 바다에는 섬이 있고
그 섬에 내가 함께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바다를 찾는 이유를 굳이 묻을 필요가 없다.
바다를 찾는데 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주어진 하루해가 지나가며
또 한 번 오늘의 여행이 이렇게 끝났고
한권의 책에서 넘기는 한 장의 책갈피처럼
우리네 인생도 이렇게 지나가리라…….
내가 이 섬을 떠나간 뒤에도 
물결은 오래도록 쉬지 않고 흘러갈 것이다 
구름아…….
바람아…….
천천히 쉬었다 가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