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은 오래도록 낚시를 다녔어도 좀처럼 쉽게 만날 수 없는 조용한 밤이었기에 아깝다는 생각에 잠도 설쳤나보다……. 힘쓰는 일을 곁들인 업을 가진 李군의 팔뚝을 보면 제법 알통도 울룩불룩하건만 맥없이 쓰러져서는 그렇게나 오고파 했던 곳에 와서는 오랜시간 잠을 자다니……. 요즘은 몸만 허약한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허약해지게 하는 세상이니…….
입에 당기지도 않는 아침밥을 한술 뜨고 오늘은 검은 여로 가게 되었다. 앞뒤를 볼 수 있는 떨어진 여에 먼저 내렸고 李군은 엄군의 단골자리에 내리게 되었는데 엊그제 돌돔모습을 보았으니 장대낚시에 제대로 된 돌돔이나 한 마리 걸어보려므나……. 운이 좋으면 바닥에서 농어까지 물어 주는 곳이니 용왕님께 먼저 인사부터 하고……. ^^;; 지난번의 물때와 같은 날, 같은 시간대인데도 물이 전혀 움직이지를 않는다. 부력적은(?) 잠수 찌로 바닥권을 노려보기 로하고 -3B 정도를 달아매었다가 바닥에 그대로 걸렸는지 아깝게 떨어뜨리고 말았기에 더 적은 부력의 찌로 바꾸었더니 그런 대로 먹혀드는 모양인데 만재도의 감초, 땡초 노래미만 몇 마리 걸려나왔고 그나마도 입질이 없다했더니 발밑까지 밀려와서는 수초더미만 잔뜩, 끌고 나온다……. 그만……. 걷어치우자……. 만재에 와서는 만재스런 채비가 역시 낫지 않겠는가?! 다시 5호찌로 바꾸고 높은 지형이니 남은 부력이나 잔뜩 줄여놓고...... 밑밥 몇 주걱을 넣으니 노란색이 희끗한 것이 또 어디에선가 부시리가 나타났다……. 반기지 않아도 물려 나오니 잠시 싱갱이 끝에 작은 사이즈의 두 마리는 끌어올렸지만 제법 큰 것은 움직일 수 있는 갯바위 끝까지 달려 나가야 하니 게으름 끝에 쓸려 보냈다만 섭섭한 마음도 안 생긴다……. (전혀~~~~~~!!!!) 뒷자리로 옮겨야겠다……. 본 섬 방향으로 채비를 담가 보니 조금만 있으면 물방향이 잡힐만한데 뒤를 돌아온 부시리떼가 밑밥을 가로채간다……. 맨밥도 맛있을 때가 있으니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 않겠어? 밑밥 안 뿌리면 몸 편하고 경비 안 들고……. 역시, 만재는 밑밥 값이 별로 안 들어가는 절약형 낚시터 가 아니던가?! ^^;; ‘ring~~~~~' 휴대폰에 051로 시작되는 번호가 표시되기에 쓸데없는 광고전화로 생각하고 받지 않으려다가 놀고 있는 참이니 심심삼아 통화를 하니 인낚에서 조행기 몇번 썼다는 기념으로 원줄과 목줄을 보내주겠다는 횡재스러운 내용이고 보니 사투리잡담의 부산가스나……. 아니, 아가씨의 목소리가 꾀꼬리소리로 들린다.……. “여기 인낚인데예~~~ 원하는 호수가 있으신 겨~~~~?!” “하모……. 마침, 내, 만재에 낙수 왔는데 여기는 당근, 굵은 줄이 통하능기라” “그럼 4호? 더 굵은 건 5호까지 있는데…….” “그럼 그걸로 부탁하자고~~~~~~~ 어쩜, 이렇게 목소리가 고울까?! ^^” “호호호~! 다들 제목소리가 좋다하데예~~ ^^*”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했나?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했으니 ^^;;;; 열편을 채우면 조끼나 낚싯대까지는 몰라도 찌정도는 보내줄지도 모르겠군~~~ ^^;; 잠시 후에 또 전화가 왔기에 확인도 안하고 퍼뜩, 받아들었더니 민박집 아저씨다……. “뭐, 몇 마리 했소? 입질은 있고? 여기에서 망원경으로 보니까 마을을 보고 있던데 매듭님은 괜찮겠지만 李씨가 있는 곳은 바람이 바뀌어 제법 물이 올라올 텐데 낚시하기가 사나울걸??? 배를 보낼까? “ (아차차~~~~~~!!!!) 뒤로 넘어가 보니 낚시하기가 불가할 정도로 파도가 휩쓸고 있질 않은가? 손짓발짓에 고함을 질러가며 짐을 꾸리라는 시추에이션을 전하곤 배를 보내라는 연락을하고 몸 빠르게 짐을 꾸렸다.......... 물돌이 까지 보지를 못하고 일찍 철수를 했으니 따뜻한 점심이나 먹고 잠시 쉬었다가 도시락이나 꾀 차고 밤낚시나 가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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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방파제에서는 겨울을 준비하는 고기 말리기가 한창이었고 곱슬하니 파마까지한 세발자전거의 주인 아기씨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동내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뛰어다니다가 사진 찍기가 쑥스러웠는지 혀만 날름~! 내밀고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아기씨~~~ 자가용은 가져가야지~~~~~~~!!!” 자갈밭에서는 다시마 말리기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는데 저녁에 비소식이 있으니 바삐 거둬들여야 할게다........ 어제, 그제의 수확물은 적당히 몸 말리기를 끝내고 집 마당으로 벌써 거두어왔으니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울러 메고 가면 될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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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즈막히 물일에서 돌아온 아줌마가 급히 도시락을 싸주었고 선장은 밤에 비가 약간 올지도 모른다며 작업 때 입는 우비 두벌을 함께 내려 주며 밤을 새우기가 고달플테니 밤 10시쯤에 오겠다고 했지만 사서하는 고생이라 아예 밤을 지새울 터이니 아침에나 오시라고 택택이배 뒤에다 소리는 질렀다만 낚시가 잘되고 있는 밤중에 오는 건 아닐까? 제법, 비가 온다면야 들어가자고 올게고, 비가 안 오면 아침까지 버티는 거고……. 시간이 금이고 보배여~~~~~~~~~~ 늦게 나온 탓에 금세 주위가 어두워져 버렸지만 흡족한 크기의 볼락과 우럭이 두어 마리 잡혀 나오더니 아줌마가 한 움큼, 쥐어준 통멸치 미끼에는 팔뚝만한 우럭과 30cm가 넘는 볼락들이 걸려나왔다. ‘과연, 미끼가 크니 볼락도 크군.........-,,- 제대로 해보는 볼락낚시는 처음이라는 李군은 상당한 크기의 볼락이 연실 물려 나와도 무덤덤하기 만하다. 볼락낚시를 제대로 해보자면 낭창한 대에 거미줄, 얍삽한 바늘이어야겠지만 태도나, 가거도 같은 원도권이라면 동아줄에 갈고리 같은 바늘로도 가능하나니 우럭만한 크기의 볼락인지라 무지막지한 채비가 잘도 먹혀든다……. 볼락이 이정도로 크다면 감생이 얼마만한 놈과도 안 바꾸고, 맛이 어떻고 어느 고장의 포장마차에서는 볼락 한 마리와 이슬 한 병을 곁들여 만 냥을 받는 곳도 있으며 삼천포에서는 이런 크기의 볼락이라면 두 손을 번쩍 들고 대환영을 받을게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이군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눈치다……. “이건 크네요????” “이번건 더, 크고요.....!!!” “꼭, 베스낚시를 하는 것 같아요~~~” “샥~! 끌면 물고 늘어지고.......” 그건 그렇고 어떻게 저 녀석에게는 큰 볼락만 물고 늘어질까? “전지 찌가 희미해 졌는데 전지 좀 없을까요?” “케미라이트도 있으면 두 봉지만 주세요…….” “3호 목줄이 있을까요? 2호 목줄을 썼더니 금세 까실해지며 끊어지는데…….” “바늘은 몇 호를 쓰세요? 그럼 5호 바늘도 좀 주세요.~~” “감성돔 3호 바늘을 썼더니 빼기가 힘들어서…….” 그래, 전지 여기있다..... /케미는 몇미리짜리를 줄까? 나는 4호목줄 이상밖에 없단다./바늘도 5호 이상뿐이구... 플래시도 안가지고 왔다기에 여분으로 있던 두 개를 내 주었는데 도대체 낚시를 제대로 다니기나 했는지……. (저런, 똥~! 떵~! 어~! 리~!!)
볼락, 우럭, 쏨뱅이, 열기, 만조 시간대에는 발밑에서까지 폭발적인 입질이 ‘우당탕~! 뚱땅~!!’ 쏟아졌는데 담그기가 바쁘게 여러 가지 어종이 쏟아져 나오며 멀리 찌를 던져 낚는 나보다 이군은 세배도 넘게 잡아내었다. “고기가 아주 미쳤구나…….” “이런 날 만나기가 마나님이 실성한날보다 만나기가 힘든 거여....... -,,-” 손은 빨랐는지 무슨 고기인지도 몰랐던 놈이 찌 맛과 손맛은 제쳐놓고 많이 잡기에만 몰두하더니만 담을만한 공간도 부족하게 되었고 입질이 뜸해졌다했더니 새벽하고도 1시가 넘었다. 그러고 보니 저녁밥도 안 먹었군…….(못 먹은 건가????) 라면은 끓일 줄 안다니 고기도 많이 잡았으니 쉴 겸해서 끓이라고했지만 물을 적게 잡아 볶음 면이 되고 말았다. “라면도 끓일 줄 모르는구나...........-_-;; “라면 같은 건 잘 끓여요~~~~~~” “식은 밥 먹으려면 국물이 있어야 할 텐데 볶은 라면에 찬밥 비벼먹으리????” “물을 많이 붓는다고 했는데 면발이 모두 빨아먹어버렸네요?.......... ^^;;;;;;;;” “라면 끓이는 것도 기술이레이~~~~ 물의 양, 스프의 양, 끓이는 용기에 따른 시간 등……. 오죽하면 명동이나 강남의 유명한 함고라면집에 손님이 줄을 서겠니.......“ 나보다 더 많이 잡았으니 심통이 섞여 나왔는지 ‘네가 그러고도 꾼이라고 할 수가 있겠느냐'며 훈계와 구박도 섞어가며 라면도 하나 제대로 못 끓인다고 핀잔을 주었는데 나는 언제나 제대로 된 파트너를 만나 편하게 낚시를 해볼까?! 식곤증이 밀려왔는지 편한 틈새에 끼어 앉은 놈이 잠이 오는지 둘레를 살피면서 한다는 말이 “여기는 도깨비 안 나오겠죠?” “여기도 본섬이니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혹시나 해서 묵주와 성수까지 갖고 왔으니 괜찮을 거여~~ 더 강력한 것도 갖고 왔고...........“ “밥을 먹었더니 졸린데 눈 좀 부칠게요.......” 李군이 눈을 붙이고 가랑가랑 코코는 소리까지 들리는 사이에 부족한 양을 채우노라고 혼자서 열심히 찌를 날리다 보니 어째 뒷덜미가 서늘한 것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더구나........ “만재도 에서 도깨비가 가끔, 나온다며? 그렇게 무서워????? 내 사진을 핸드폰에 담아가라고……. 내가 무서울까? 도깨비가 무서울까 비교해보시지?! “ 글쎄나........... 마나님과 도깨비 중, 과연 누가 더 무서울까???????? 도깨비야 성수를 뿌리고 묵주라도 내걸면 해결이 되겠지만 마나님이 나찰로 변할 때에는 아무런 비책이 없나니..........(할렐루야~~~~) 희끄무레 날이 밝으며 선장과 아들이 왔지만 새벽시간대의 활발한 입질이 시작되었기에 두어 시간 후에 오라고 배의 접근을 막았고 묵직한 수확물을 챙기고 깨끗하게 주변청소를 하다 보니 배가 다시 돌아왔다. 두 시간 동안에 삼치 낚시를 했다는 선장부자의 수확물이 대단했지만 동내사람들은 나누어 준다 해도 탐탐치들 않아하니 손질하여 말리기가 귀찮은가보다…….
몇 마리의 참돔이나 부시리 같은 큰 고기보다 마릿수가 많다보니 손질할 걱정에 민박집 아저씨의 콧구멍이 한없이 넓어져 버렸다……. “밥 먹고 나서 같이 거들어야지 나 혼자서 언제 손질하누? 고기나 크면 한 마리를 해도 휙~휙~! 해버릴텐데 자잘한 고기라 손만 많이 가고 힘만 들겠구먼..........“ “볼락 회나 한 접시 뜹시다." “어떻게 뜰까? 새꼬시로 떠야지?” “마릿수도 많으니 큰놈으로만 골라 살점만 떠내자고, 난 새 꼬시는 싫어~! 이빨에 끼고...-,,-” “나.... 매듭님 때문에 죽었네...........-_-;;” 큼지막하게 떠낸 볼락 회를 한 점 입에 넣은 李군이 감탄을 한다……. “음~?! 오~?! 쫄깃쫄깃하니 탱탱하고 맛, 있네요.~~~~~~~” 오늘은 아줌마가 마음을 크게 쓰기로한 모양이다. 전복조림에, 돌김부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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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일을 하러 가기 전에 아예, 저녁 도시락까지 일찍 싸 놓고 나가쇼~~~~” “어제 저녁은 너무 늦어 자리를 잡으니 바로 어두워졌습디요~~~~~~~” 아침 겸 점심식사를 마치고 고기 손질을 끝내고서 세시간정도 눈을 붙이고보니 더 이상 잠이 오지를 않는다. 날씨가 변했는지 바람도 거세어졌고 파도까지 높아졌으니 오늘밤에는 일찍 철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남은 마지막 밤의 향연을 위하여 어제 보다 이른 시간에 나섰고 섬 뒤편의 바람이 의지되는 곳이었지만 휭휭한 바람소리와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으스스 한 것이 어젯밤과는 사뭇 달랐지만 그래도 고기는 잘도 나온다.
새로 주문하여 받은 지렁이 포장을 열어보니 이것이 또 무엇이냐? 잘잘한 청개비로 보내라고 여러 차례 당부를 했는데 홍무시에 파란 물감을 뿌린 것이 아닐까? 미꾸라지만한 굵기의 지렁이로 가득하다……. “이게, 뭐여? 이건 청개비도 아니고 홍무시도 아니여! 이건 홍무시도 아니고 청개비도 아니여! “ 과연 이걸 물어줄 고기가 있을까?! 염려와는 달리 시원한 입질과 함께 준수한 크기의 볼락들이 물고 나왔고 한 마리 두 마리 뽑아 쓰다 보니 밤 10시도 안되어 지렁이 미끼가 동이나 버렸다……. 결국에는 아줌마가 한 움큼 더 쥐어주었던 멸치까지도 바닥이나 버렸고 낚시점에서 이 철에 무슨 깐 새우냐고 비웃음을 받던 세봉지도 없어졌고 밑밥으로 쓰던 흐물떡해진 크릴을 끼워 몇 번씩 바람에 헛 날리다보니 12시쯤에는 지쳐버리고 말았는데 험해진 날씨 탓에 배가 일찍 올지도 모르니 먼저 짐을 꾸려 놓고 또, 늦은 저녁밥이나 먹자꾸나..... 어제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李군이 코펠을 올려놓고 물을 끓였다는데 라면을 넣었다간 물이 절반은 넘칠 정도로 많구나……. “다음부터는 너 혼자 내리려므나 도통, 도움이 안 된다......” “도깨비 나올 시간이면 코골고 자고.........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_-;;
날이 밝으며 모든 배들이 이쪽으로만 몰려오는 것이 앞쪽은 파도가 높은가보다. 파도를 잔뜩 뒤집어쓰고 택택이 배가 왔고 파도를 몽땅 뒤집어 쓸 판이니 준비를 하라며 선장이 작업용 우비를 내밀었지만 꼼지락거리다보니 차라리 뒷방파제로 돌아가 손수레로 짐을 나르는 것이 낫겠다고 방향을 돌렸는데 연통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며 배가 멈춰서고 말았다. 재빨리 비상용 닻줄을 내리고 전화로 도움을 청했지만 전파가 약한 곳이라 제대로 통화가 이어지지를 않았는데 앞쪽으로 가다가 남대문쯤에서 멈췄다면 그 파도를 뒤집어쓰며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어이구~~~~~ 용왕님이 보호하사~~~~~~’ 냉각수를 흡입하는 구멍에 비닐봉지가 끼였던 모양인데 무언가가 빠져 나가는 것이 보이더니 다시 시동이 걸렸다……. 작은 닻을 걷어 올리는 것을 보니 꾀나 수심이 깊은 곳 같다, 방파제에서 아예 고기 손질을 하자고 李군을 민박집으로 보냈더니 아줌마와 아저씨가 고기를 다듬겠다고 도마와 칼을 챙겨 손수레까지 끌고 왔고 소금까지 갖고 왔으니 털썩하니 편히 앉아 고기손질을 마치게 되었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철수 배의 선장이 민박집으로 찾아왔다. 바다가 험하여 물돌이 시간을 맞추어 나가야겠으니 부지런히 밥 먹고 준비하여 내려오란다. 철수하는 날이면 등장하는 단골메뉴인 홍합죽에는 전복과 해삼까지 푸짐하니 넣고 끓여 커다란 냉면그릇에 가득, 담아 내왔는데 부지런히 숟가락을 움직였지만 좀처럼 줄어들지를 않는다…….
이렇게 험한 날 선상낚시를 왜 나왔을까? 선실에는 지쳐서 쓰러진 선상낚시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 있었고 출발을 하고 두 시간도 넘게 요동치는 배에서 버티었지만 아무래도 멀미를 하려나보다. (나, 어떻해~~~~~~ ㅠㅠ;;) 내만 권으로 들어서며 잔잔해졌는지 깜빡 잠이 들었나 본데 목포의 북항에 도착했다는 소리에 잠이 깨었고 차의 적재함에 가득 짐을 싣고 이른 출발이다 보니 집 도착도 빠른 편이었다.
기포기까지 틀어 열 마리의 큼지막한 볼락을 살려 왔기에 솜씨를 발휘하여 한 접시의 회를 장만했고 맛을 본 마나님과 딸아이의 감탄스런 칭찬에 피로가 녹아든다……. “오~~?! 이건 제법 회가 맛있는데? 여태껏 잡아온 것 중에 가장 좋군.” “이런 고기만 잡아오지 도대체 낚시는 왜 다녔데......?!” 결국은 딴지도 걸어왔지만 스르르 무거워지는 눈꺼풀 때문에 대꾸할 기력도 없다....... ....................................................................................... 골프를 간다면....... 또, 등산이라도 간다면........ 사람들은 이상한 눈길을 보내지 않지만 낚시를 간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기도하고 반찬꺼리라도 잡는가? 고 측은해하기도하며 어떤 시답지 않은 후리 배들은 깔보기 조차한다. 자동차 매장에 가서 트렁크나 짐 싣는 공간의 크기를 물으면 골프가방을 몇 개까지 실을 수 있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낚시가 취미라고 하면 쿨러 두 개는 실을 수 있다며 낮춰보기도 하니 뭐, 이런 궁상스런 인간들이 있을까? 하기야 낚시를 제대로 모르는 군상들이다 보니 물가에만 가면 시장에서 흔히 보는 고등어나, 밥상 꽁뎅이에 올라오는 수입 갈치 같은 것을 몇 마리 잡아오다보다 생각할 터이고 겉과 간판만 번드레한, 발길에 걸리고 한집 건너마다 보이는 횟집에 가서는 값싼 수입 꽁치라도 한 마리 더 구워 내주면 황공해하기까지 하는 가엾은 군상들이 어찌 바다를 알 수가 있을까? 산이라면 외국에 있는 산 이름도 줄줄이 꾀면서 가까운 서해바다에 있는 섬이나 완도 앞바다에 있는 섬 이름 조차도 제대로 알지를 못하면서도 조금 멀리 있는 거문도나 추자도의 이름을 들어보기는 했는지 멸치젓이 어쩌고 백도관광이 어떻고 영광 앞바다에서 아직도 조기가 잡힌다는 황망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골프라면 당연히 바다건너 다른 나라까지 다녀온 다해도 이상스레 생각을 하지 않기에 낚시도 해외로 다녀온다고 하면 눈은 달렸고 귓구멍은 뚫렸는지 참치가 어떻고 아는 체하기도 한다. 등산을 간다면 가까운 아차산 정도의 나지막한 산이라도 건강에 좋다하고 어느 정도 높이의 산 이라면 운동이 될게라 하고 지리산이나 태백산 종주라도 한다면 감탄까지 터트리며 침을 튀겨대며 교만들을 떨어댄다. 입산이 아닌 등산이란 것은 인간의 정복욕이 담긴 교만한 도전이지만 바다를 찾는다는 것은 자연과 한 몸이 된다는 상생의 길이다. 앞선 이의 발뒤꿈치만을 쫓는 복잡한 산행에서 과연 마음의 평온함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까? 아니다, 새벽 먼동이 트기 전에 오른 한적한 갯바위에서 마음으로 호흡을 가다듬다 보면 어느새 거대한 자연의 바다에 몸이 담겨있음을 느낀다. 절대로 만만한 도전의 상대가 아닌 자연에 대한 예의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다면 바다나 산을 찾아서 가는 길이나 다시 돌아오는 길이나 우리가 가는 길은 모두가 하나이다. .............................................................. 피로도 풀리고 밀린 일들을 정리하며 평상시의 날들이 이어진다. 몇 일전에는 민박집에서 이른 저녁밥을 먹고 나서 어스름 창을 열고 푸른 바다를 보며 마주 앉았어라. 들어도,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 파도소리, 바람소리……. 날마다, 날마다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았던 바다의 수평선……. 꿈꾸듯이 스쳐 지나간 지난 며칠들……. 이제 땅을 밟고 있지만 오늘은 이 밤을 어디에서 등을 대고 쉬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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