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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만재도의 몹쓸 돌돔 2. (하나, 둘, 셋, 넷)

by 찌매듭 2008. 10. 14.
밤낚시를 제대로 하려면 몇 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야 할 텐데
요기(尿氣)를 느껴 잠이 깨고야 말았다.
방충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니 별채에만 조용히 앉아계셨기에 
그 존재조차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선장과 민박집 아저씨의 
어머니인 할머니가 벌거벗은 채 물을 끼얹고 있었는데
더위를 식히고 있던 참이셨나보다…….
“어이구……. 손님이 나올 줄 모르고……. 늙은 몸을 보여 미안하구료…….”
“별 말씀을…….천천히 하셔요.~~~~등에 물좀 끼얹어드릴까요?”
손을 들어 사양을 하곤 급히 방으로 향했지만 움직임이 어려우신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노모의 등한번 제대로 쓸어드리질 못했었군...-_-;;)
선장의 부인은 물일의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하게 되여 
동생인 민박집 아저씨가 어머니를 모시게 되었다는데
이래저래 선장님은 마음이 편하지 않은가 보다…….
“우리 집 사람이 예전에는 총명하고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너무 깊이 들어가는 물일에 쌓인 병으로 건강을 잃었다오......“
잠수병 같은 것을 몰랐었으니 업이 걸린 물일의 중노동이 어떠했을까?!
가끔씩 병원선이 오면 탱크 안에 들어가 치료를 받기도 한다는데
얼마간은 컨디션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도지는
반복되는 고달픈 섬 생활이다 보니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를 못한다나보다................
어서, 멀리 떨어진 낙도에까지 의료혜택이 골고루 전해져야 할 텐데…….


민박집 아줌마가 아저씨를 몰아세운다…….
“뭘하는게요??? 바람이 세차니 낚시하기가 어렵겠는데
 조카에게 말해서 아저씨들 농에라도 많이 잡게 하시오~~!!
 저기 가면 오늘 농에가 제법 낚일 텐데 농에라도 많이 낚아
 가져갈 고기 만들어 놓고 다른 낚시를 해도 해야제......“
“날씨가 이런데 어디를 가야 농어를 낚을 데가 있으려고???”
“이따가 고동 잡으러 갈 테니 아저씨들하고 같이 갑시다…….
 아저씨들 오늘 간여에 간다. 안해쏘?! “
선장이 어딜 가고 없는지 아들이 배를 몰았고
고동 작업을 가려는 아줌마들과 루어 대를 움켜쥐고
심각한 표정을 짓던 민박집 아저씨는 일행 한 사람을 데리고
혹여나 농어가 있을까하여 중간 여에 내렸고
서 씨 아저씨와 함께 끝 간여에 내리게 되었다.


서 씨 아저씨의 피 같은 돈을 떼어먹고 연락이 안 되는 ‘e-봐요’에게
돌돔 포인트를 전수받았다는 그 자리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장대로는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돌돔이 올라 붙는 지형이다.
어느 해인가 ‘e-봐요’가 손맛을 한번 보더니 한동안 꾀어차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자리가 비어 도대체 어떤 자리일까? 궁금하여 더듬어 보니
천야만야 낭떠러지로 원투 채비가 가라앉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형이었다.
더듬어 내려야하는 직벽 형태로, 비디오로 본 일본의 어느 포인트와 
비슷한 것 같아 태도의 선장이 일러준데로
그 다음번에는 그 곳에 맞는 미끼를 준비하고 응용하여 
쿨러 셋을 채우는 대박을 본 자리인데 길이가 한계있는
장대로만 공략을 하려면 장마철 그 때나 되어야 할 텐데 
서 씨 아저씨는 'e-봐요'의 말만 너무 믿고 두 어해를 함께 다니더니
맹신적 백백교 신도가 된 모양이다…….
(그러니까 사기를 당했지......... -_-)
서 씨 아저씨에게 지은 죄 때문에 해결을 보지 못하면 ‘e-봐요’는
영원히 만재도를 찾지 못할 터이니 경쟁자가 하나라도 줄어들어 
포인트 차지가 더 쉬울까?
파산신청까지 했다는 ‘e-봐요’는 그래도 낚시 병을 끊을 수가 없었는지
슬그머니 가거도를 다녀왔다는데, 소문이 날까 꺼림직하다보니 
다니던 집을 피하여 엉뚱한 집을 이용했다는 후문이고
만재도가 그리웠는지 조황도 묻고 홍합주문을 하려다 주소를 물으니
나중에 알려주겠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는데
무창포의 참돔낚시도 열 번도 넘게 다니면서도 서 씨 아저씨의 연락을 피해
서로 불편한 감정이 극에 달했다…….
손을 흔들며 사진을 찍었던 것이 만재도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되었으니…….


무언지 큼지막한 놈을 걸었었는데 떨어뜨리고 말았다며 
희망을 주려는지 영업적인 발언을 흘리고 민박집 아저씨와 일행은
집으로 돌아갔고 혹시라도 날씨가 이상하면 바로 연락을 하라고
몇 번이고 신신 당부를 하는 아들을 보니 이 바람이 잘 것 같지가 않다…….
수시로 들어 본, 흑산도 일기예보에는 풍속이 5미터 정도로 
먼 바다의 파고는 1미터라는데 체감풍속이 13미터에 파도가 2미터가 넘으니
무슨 일기예보가 이렇게 맞지를 않는단 말이냐?
여기는 대한민국이 아닌 북태평양의 베링 해가 아닐까?
바람이 잠시 약해지면 움푹한 곳에서 기어 나와 채비를 던져 봤지만
파도에 휘말려 다루기가 힘들다…….
“아저씨……. 장대 걷으시지요…….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아
 장대낚시가 힘드옵니다. 오늘은 장대에 달려들 고기가 없을 겁니다…….
 그냥, 찌낚시를 하다보면 볼락이나 열기, 우럭은 잡을 수도 있고
 더 재수가 좋으면 노래미라도.........“
아이고……. 이 아저씨, 도끼눈으로 흘겨보니 더 이상 변죽을 울렸다간
신상에 좋을 일이 없을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만........
비싼 지렁이 미끼에 노래미를 몇 마리 낚아들다가
서 씨 아저씨는 슬그머니 장대를 접어 버렸다…….
속 조류와 겉 조류가 따로 노는 것이 목줄에 매달아 놓은
케미쪼가리가 알려 주었는데 제대로 된 고기 잡기는 아예, 글러버린 것 같다.
벽에 붙이다 보면 서 씨 아저씨에게는 큼지막한 열기가 잘도 물고 늘어졌지만
미끼 선행이 어쩌고, 막대찌가 어떻고 나불대며 설명하는 나에게는
그나마도 한 마리도 걸려들지를 않으니 장황한 이론이 무색하기만하다……. -_-
“매듭님……. 꿩잡는게 매여....... 빨리 열기라도 한 마리 낚아봐봐~~!!!”
“-_-;;;;;;;”


만조시간을 훌쩍, 넘겼는데도 물돌이가 없어
큼지막한 지렁이를 꾀어 뒤쪽의 돌돔 구멍 앞에 던져 두었던 
받침대에서 흔들거리던 낚싯대의 찌가 보이지를 않는다…….
바람에 어디로 밀려갔나?
갑자기 소름끼치도록 드랙이 풀리는 소리가 나며
바람 속에서도 낚싯대가 부러질듯이 꺾어지고 있었는데
황급히 달려가 움켜쥐었지만 이미 굴속으로 깊이 들어갔는지
고기가 달린 감각은 느껴졌지만 빠져 나오지를 않는다…….
늦추어도 보고 당겨도 보았지만 꿈쩍도 않는 것이
끊어내고 다시 채비를 하는 것이 낫겠다…….
더듬거려가며 채비를 하여 가장 튼실한 지렁이를 골라서
물속에 던져 놓고 눈에 힘을 올려 보았지만 바로 닿는 입질이 없구나…….
(그러고 보니 뜰채가 좀 멀리 있군?!)
10초도 안 걸려 집어 올 수 있으니 그 사이에 별일이 있으려고?
받침대에  걸어 놓고 뜰채를 집어 들고 몸을 돌리는 순간,
귓등을 뚫고 들려오는 짜르르한 소리....!!!
또 스플이 풀려나가고 있었다…….
(이런~! 우라질레이션~!!!!)
이번에는 원줄까지 쓸렸는지 찌까지 빠져나갔다.......
(도대체 되는 것이 없는 어두운 밤이네.......-_-)
간편하게 단추만 누르면 켜지고 꺼진다는 신형 전지찌도
거금을 주고 두 개나 사왔는데 셋팅 후 어두워진 후에야 확인을 하니 
두 개가 모두 불량인지 불이 안 들어와 갈아내느라고 귀찮았는데
점검을 소홀히 한 탓이니 시작부터 불길한 ‘오~멘~!’ 이랑께??? -_-
“어이구~~~ 뒤쪽에서 떨어뜨린 찌가  여기까지 흘러올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주우면 돌려줄께이? “
떨어진 찌가 숨은 여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방향이 제대로 잡힌 것 같아
새로운 채비를 흘려봤다…….
저만치 떨어진 여의 부근에만 간다면 큼지막한 우럭과 농어가 
틀림없이 낚이곤 했으니, 서 씨 아저씨에게 한 무공 보여줘야지~~~~
어김없이 우럭이 한 마리 낚였고, 크지 않은 농어도 한 마리 올라왔는데
자그마한 참돔과 그 보다는 조금 더 큰 참돔이 낚이고 부터는
어디에 걸리는지 꼼짝을 않는다........
잡아당겨 보면 무엇인가가 ‘우두둑~!’ 끊겨 나오는 것이 
그물이 있는 모양인데 아예 제대로 걸렸는지 꿈적을 않더니만
두어 번 목줄을 끊기우고나니 물살도 거세어 졌다.........
(이그.... 그만 두고 쉴래~~~  ㅠㅠ;; )

고기가 잘 안 잡히면 보고 싶은 생각이 떠 오르는
(당근, 고기가 잘 잡히면 절대 생각이 안나지~~! ^^;;)
마나님의 예쁜 눈썹 같은 달이 보이자 바람이 점점 더 거세어졌고 
쿨러를 모아 바람을 막을 공간을 만들어 잠시 누워 하늘을 보니 
초총초롱, 똘망한 별 바다가 펼쳐져있었는데
공기가 맑으니 별은 엄청나게 잘보이는구랴.......
(은하수를 본 것이 언제였을까?)
별 하나, 나 하나 별둘 나둘, 하늘엔 별들이 너무 많아 
절반도 못 세고 잠이 들었나본데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떠보니
서 씨 아저씨가 이슬 병을 들고 내려다보고 있질 않은가?! 
(으~ 헉~!! 깜짝~! 놀랐잖아~! 못된 영감탱이 같으니라고........-_-;;)
“으실한데 일어나서 한잔혀~~!!”
“안주가 있어야지? 귀찮게 오밤중에 열기라도 썰라고? 나~? 못해~!!!!”
“도시락에 남은 김치쪼가리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그나저나 틀려버린 버린 밤이니까 만만한 고기라도 잡으려면
 어디 조용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낫지 않겠어? “
“지금이 새벽하고도 2시인데 어찌 배를 부르걷소??!”
“빨리 와서 옮겨주면 철수할 때까지는 제법 시간이 되니
 비싼 고기 말고……. 약간 저렴한 어종을 노려보면 몇 마리 낚지 않을까? “
“저렴한 고기라면? 노래미 같은거말유?”
“아니……. 그런거말고 우럭이나 볼락같은거…….”
“볼락이 값도 제법일 뿐 아니라 훤해지면 낚기도 어렵고 
 천기를 본다는데 이렇게 꼴랑대는 날 잡아 잡수라고 기다리겠수? “
어둠속에서 짐을 꾸리노라 몸을 움직이다 보니 한기를 느낄 사이도 없었다만
어디로 가야 한다니??????
무슨 일이 생겼는가고 허겁지겁 배를 몰고 온 아들이 달려왔기에
멋지게 새벽 인사를 보냈고 형제 섬의 골창에서 남은 시간을 보냈지만
자잘한 노래미도 보이질 않는 것이 수온이 많이 떨어진탓인가보다…….

언뜻 보면 직공이 가능할 것 같은 거리에 있는 간출 여지만 
거리가 제법 멀다보니 채비를 힘껏 던져도 닿지를 않았는데 
물에 태워보면 잘, 가는 듯하다 중간에서 방향을 바꾸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기에 포기하고 말았는데
정작에는, 엉뚱한 방향으로 채비를 담갔더니 그 먼 곳을 
휘~!돌아 다가가니 바다란 곳이 참으로 신기하다. 
또 그 부근으로 다가가기만 하면 영락없는 대물의 입질이 닿아
뜰채 질에 땀을 흘려 보기도 했으나 이런 날에는 멀리 떨어진 
간출 여의 물골을 노려보아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밀가루 음식이라면 질색을 하는 서 씨 아저씨가 
라면을 끓였다고 소리를 치는 것이 
오늘은 일찌감치 낚시를 끝내려는 마음이 있는가보다…….
국도에 내렸던 대전손님들은 농어 몇 마리와 작은 참돔을 낚았는데
철렁이는 파도 속에 간수가 어려워 험한 꼴로 만들었기에
고기 간수를 그따위로 하려면 낚지를 말라는 선장의 호통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얼음은 배에 항상 있으니 가마떼기로 퍼주마~!’
 '날이 험한 날은 고기를 쿨러에 갈무리를 해라~!’



아줌마가 장만한 ‘거북손’이 마지막 날의 ‘에피타이져’로 
숟가락마다 살점이 담겨지는 푸짐한 홍합죽이 메인으로 등장했는데
들어오던 날에 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술병을 갖고 들어선 선장님.......
화창한 봄날, 산에서 채취한 여린 솔잎으로만 담근 솔잎 주라는데
보기 좋은 색과 향기……. 
크기가 문제겠지만 어지간한 크기로 석 잔이라면 진도까지 편안한 시간이 될게란다…….
어제저녁에는 약간 몸이 무거워 아들이 혼자 나갔다 왔다는데
그 바람에 간여를 가리라곤 생각지 못했고 중간 여라면 몰라도
끝 간여에는 떨어진 그물들과 새로 놓인 그물들이 겹겹이 둘러있어
낚시가 안될게란다.
뒷쪽의 돌돔 구멍을 잘 아니 그물을 피해 알아서 하려니
위안을 하면서도 밤새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데
어느 집에서는 자기가 그물을 쳐 놓았기에 그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자기 집에 오는 손님을 내려주는 헛 뱃심에 기가 막혀 혀를 차곤 했다는
엽기적인 이야기가 안주가 되었을까?
방파제로 가니 불콰해진 얼굴에 멋진 선글라스를 끼고 
섬사람의 마음이 담긴 미역뭉치를 든 선장이 기다리고 있었고
민박집 아줌마가 노모(老母)에게 드리라며 
힘들여 까서 모아놓은 홍합봉지를 넣어주었다…….
바람도 잠잠해 졌는지 흔들리는 배의 요동이 없어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또 이렇게 여름의 끝자락에서 짧다면 짧은 삼일간의 일정을 마치게 되었다.




심장을 터트릴 듯 내리눌렀던 폭염도
이제는 물러나 지나간 일들이 되었다
옅은 물안개가 온몸을 감싸 안으며 
나 자신이 섬의 일부가 되어 
푸른 바닷물에 낚싯대를 담그고 
흘러가는 물살에 찌를 흘려보내며
그리도 숨 가빴던 시간들을 물리치고 
깊은 숨을 돌려 내 쉴 수 있는 여유도 부려보았다.
눈을 돌려 수평선도 보고 
끝없이 높아진 하늘을 올려다보면
눈이 부셔와 잠시  눈도 감았었다.
아름다운 경승은 정지된 경치만이 아니다. 
계절이 바뀌고 흐리거나 맑은 날씨 때마다 
다른 위치에서 보이는 경치에 어우러진 
자연의 변화를 함께 느껴 보는 것도 낚시의 색다른 맛이다.
아무렇게나 우거진듯한 섬 정상의 나무덤불마다 
아직 여름의 초록빛은 넉넉히 남아있었고
수평선  중턱에서 숨바꼭질하듯이 나타나던 
아침 해의 붉은 기운도 바다 가운데에 드리워져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는 시원하게 터진 조망과 
부지런한 어부가 일찍이 고기잡이배를 몰던 바다 풍경도 보았고
상쾌한 아침 기운과 여명의 잔영이 어우러진 새벽의 분위기가
갓 세수한 것처럼 맑게 다가오기도 했다. 
어찌 그뿐이랴!  
눈길을 넘기다 보면 구석구석 
바다와 섬의 정취가 묻어나는데
매번 다니던 같은 장소라도 기억의 깊이에 따라 
그 형상이 달라 보이기 마련이다.
꽃이나 나무의 이름처럼 어떤 대상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차이도 크다
자주 다녀서 잘 아는 것처럼 여겨지는 곳도 
막상 다시 가서 새로운 발견을 할 때가 있으니
사람들에게 너무 잘 알려져서…….
또는 많이들 찾아서 그늘에 가려진다 해도 억울할 것이 없느니
푸른 바다에 담겨 있으니 그리 억울해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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