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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만재도의 화려한 휴가 3 (Love Prayer/사랑의 기도)

by 찌매듭 2008. 10. 14.
'어 허~!' 파도가 밤사이에 잔잔한 날씨로 바뀌었다.
자연의 변화는 이리도 심오하나니……. 할렐루야~~~~
필요할 때만 찾는 어린양을 용서하소서.~~ 또 한 번, 할렐루야~~~~~ ^^;;
어제는 학공치와 가벼운 승강이질만 벌렸으니 피로함도 적어
가벼운 몸으로 갯바위에 오를 수가 있었고
제대로 된 썰물시간을 만나기도 하여 돌돔은 못 낚았어도
참돔 몇 마리를 낚아들기도 했으니 
이제 쿨러를 채우려면 어종을 가릴 것이 없나니.......
우럭도……. 열기도……. 농어도……. 닥치는 대로 반겨야지 ^^
선장의 배려로 잠간 루어도 날려 보았는데
제대로 된 물때는 아니었지만 포말이 남실거리는 곳에는 
낱마리의 농어가 몸을 숨기고 있다가 반가운 손맛을 전해 주었고
저녁나절까지 버티다 보니 밤낚시를 제대로 못해 그냥 
버리고 가야만 하나보다 아까워했던 청갯지렁이가
몸값을 하려는지 빛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래서 미끼는 여러 가지를 가지고 다녀야하는겨~~~)

 
그래도 아직까지 너울기가 남아있다 보니 
밤낚시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외연도에서 만나본적이 있는 영광에서 온 아저씨는 
바람이 의지되는 큰 방군 여의 뒤쪽으로 이불까지 갖고 내렸다.
바람 속에서 버틸만한 몇 안 되는 곳이다 보니 
벌써 여러 팀이 내렸었기에 흘린 밑밥이 많다보니
콤콤한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 밤을 새우기가 보통 큰 고역이 아닐 텐데…….
선실 안에는 만재도에서는 보기드믄 예쁜 꼬맹이가 하나 있었는데
카메라를 들이대자 수줍었는지 제 아빠의 품으로 숨어들었다.


“아~??? 방파제에 있던 세발자전거의 주인 아기씨로군?! ^^”
꼬맹이의 예쁜 엄마는 흑산도 아가씨였다는데
섬이 검어 흑산도였을까?
물이 검어 흑산도였을까!
하늘 멀고 뭍도 먼 아득한 육지를 바라보다
'탈~! 흑산도~!!!’ 를 굳게 마음먹었고 어딘가에 있을 반쪽은
뭍의 남정네라는 생각을 하였다는데
갈매기 벗을 삼고 조개잡고 미역 따던 흑산도 아가씨의 순정은
정열적인 붉은 색조였나 보다...........
목포시내에서 멋지게 생긴 남정네를 만나 뜨거운 열애 끝에 
나중에야 본적을 알아보니 만재도 총각이었기에 기겁을 했으나
이미 헤어질 수 없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으니 이를 어쩔꼬?!
흑산도 보다  더 먼 곳으로 안착(安着)을 하게 되었으니
모든 것이 팔자소관이라는 옛말이 제대로 들어맞기는 하는 겐지……. ^^;;
멀리 열기잡이 배사진


멀리 높은 파도가 있는 곳으로 열기 잡이 배들이 몰려있었는데
업이 그러하다보니 고단함도 느낄 사이가 없는가보다........
방파제에 들어서니 내일의 주낙채비들이 손질을 끝내고 쌓여있었고
서늘한 바람에 고기들이 꾸득하니 몸을 말리고 있었다.
저 고기들은 뭍에 나가있는 아들, 딸, 식구들에게 보내어질 
부모의 정성이 담긴 반찬이 될 것이고 섬에 있는 이들에게는 
이 해의 고기잡이가 끝나면 겨울을 나고 내년 봄이 지나
다시 고기잡이철이 될 때까지 훌륭한 반찬이 되기 위하여
적당한 몸 말림을 하는 중이다.........
이제는 구경도 시들해 졌는지 민박집 골목을 오르는 
서 씨 아저씨의 뒷모습에서도 시들해진 느낌이 베어나온다.

 

만재도 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고 새벽이 왔지만
잠잠했던 바람이 다시 일어났다.
영광아저씨가 내렸던 곳을 가보니 짐을 꾸려놓고 있었고 
크지 않은 참돔을 몇 마리 낚았다는 소리를 듣곤 마땅히 갈 곳도 없으니
남은 시간이나마 편히 보내자고 서 씨 아저씨를 달랬으나
금방 후회가 되었다........
밀려오는 악취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지저분한 주변 모습.
한발, 걸음을 떼놓을 수나 있을는지…….
그만 눈이 절로 감긴다…….
배는 떠나갔고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나으려나?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악취에 머리까지 아파온다…….
(打異來㐐……?  思離敦……?  介保隣……?  이그....... 관둬라 보살~!!!!)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으니 채비를 담가 봤지만 물도 가지를 않는다.......
가장 적은 부력의 잠수 찌를 이용하여 더듬어도 보고 당겨도 보고
어디서 이런 노력을 기울여나 보았을꼬?!  ㅠㅠ
노래미가 몇 마리 끌려 나왔지만 담기도 그렇고 모아두었다가
몇 점 회를 만들기에도 주변여건이 마땅치가 않다보니 다시 
물속으로 돌려보내기를 반복했는데 갑자기 당김 새가 제법이다 했더니
고만 고만한 돌돔이 두어 마리 달려 나왔고 열기 몇 마리와
이제는 지겨운 마음이 드는 학공치들이 보였다.
그나마도 입질이 끊기었고 무료하다 보니 파도처럼 밀려오는 악취로
머리가 속까지 욱신욱신 쑤시는 느낌이다…….
서씨 아저씨의 눈치를 보다가 그만 철수하는 것이 어떨 까고 물으니
마지막 날을 이렇게 끝낸다는 것이 아쉽겠지만 오늘만은 쇠고집을 세울 날이 아니다.
“배....... 빨리 불러.........-_-;;”



짐을 꾸리고……. 한숨 자고……. 이른 점심을 먹고…….
방에서 뒹굴다 집에 전화를 해보았다…….
천사는 별일이 없으니 걱정 말고 며칠 더 푹, 쉬고, 잡고, 놀다 오라지만
전화를 바꾼 노모(老母)의 말은 약간 달랐다…….
“그래……. 늙고 병든 어미 놓고 낚시 가니 좋으냐? 
 난 네가 고기 잡으러 다니는 거 싫여~~~~~!!!
 그 멀리까지 가서 위험한 바다에서 뛰어다니다 행여 넘어질까 걱정도 되고
 이런저런 걱정하기 싫어서 난 네가 잡아온 고기 먹고프지도 않고 먹기도 싫여~~~~ “
“아니..........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넘어지긴 왜 넘어진다고.......-_-;;
“아무튼 조심해~~~~~~~~”
“얘, 엄마가 자네 낚시가고 부터는 연속극도 안보고 일기예보만 보고 그래~~~~~”
아들을 바다에 보내놓고 노모(老母)는 그 며칠 사이에도 걱정이 되어 
매일 같이 기도를 했었나 보다........
배에 짐을 싣고 누울 자리를 잡았지만 목포에 도착할 때까지 
코끝에 남은 악취로 악몽에 시달렸고
우르르 쌓인 산더미 같은 짐 속에서 잘 움직여지지 않는 굳은 몸으로
용케도 짐을 찾아 던지듯이 차에 싣고 서둘러 북항을 빠져 나왔다.

그래도 집이라고 돌아온 서방님이 고마웠을까? 그리웠을까?!
변비기운이 있는 서방님을 위하여 섬유질 섭취 부족을 메워 주려고 내어 온
과일 한 접시를 보니 과연 내가 몇 시간 전에 그 먼 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를 않는다.
마지막 날 낚였던 농어 몇 마리를 지금 손질해 놓지 않으면 
비늘이 굳어 더 귀찮을 수도 있으니 옥상으로 올라서긴했다만
부지런 떠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손질도 안할 고기를 
무엇하러 잡으러다니냐는 핀잔이 더 신경이 쓰여서라도 몸을 꿈지럭 거려야겠다…….^^;;
어쩌다 이런 악연으로 만나야했을까?!
이 다음에는 내가 고기로……. 
네가 꾼으로 만나게 될는지…….
잠시 집을 떠나 시간이 멈춰진 그곳에서 나를 만났었다.
사실 어둡다 못해 그 끝을 알 수도 없는 
그 넓고 깊은 암흑바다에서 조그만 배를 타고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바다가 언제 본색을 드러낼지 모르는 
시꺼먼 바다를 건너가야만 닿을 수 있는 섬이란 곳은 
뭍사람들에게는 늘 두렵고 신비한 존재였다.
처음에는 전기와 물 공급도 원활치 않아 며칠간이라도 
불편함을 각오해야만했었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숨 막히는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끈끈하지만 결코, 불쾌하지 않은 염기 섞인 바람…….
어느 순간에 어떤 고기가 반겨 줄지 알 수 없는 신비함…….
정말,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이지 않았었는가?
남보다 몇 마리의 고기를 더 잡았어도 
늘 부족한 것 같았고 
아무런 소득이 없었어도 
넉넉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점점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이 섬에서 
곳곳에 있는 푸른 자연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여 
도시생활에 찌든 때를 씻어 내고 자연과 벗하여 
마음을 순화하는 장으로 거듭나길 고대해 본다.
또 한 번 나를 잊고 너를 잊고 우리를 잊다보면
그 속에서 또 한 번 나를 찾고 너를 찾고 우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얼마 후, 천사는 큰 바다를 건너 집으로 돌아갔고
노모는 재활운동을 겸한 치료와 겨울 나기를 위하여 병원으로 갔다.
또 얼마나 긴 겨울이 될까......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