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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화려한 휴가 1

by 찌매듭 2008. 9. 29.

드디어....... 천사가 왔다......... 
짐만 급히 내려놓고 병원으로 달려가 모녀는 얼싸안고 눈물의 회포를 풀었고
1주일 후에 노모는 6개월간의 병원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이 지나자 시차(時差)의 피로도 풀렸는지 천사의 눈빛도 맑아졌고 
잠겼던 목소리도 풀렸다……. (천사도 나이를 많이 먹었으니....... -_-) 
노모(老母)의 기분도 최상이었고 최상의 날씨도 이어졌다. 
이제……. 수없이 점검을 했던 짐 꾸러미만 둘러메고 
문만 나서면 되나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덜미를 낚아챘다. 
가까운 친척 한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는데
노모와는 같은 연세의 각별한 사이였으니 
남의일 같지가 않으셨나보다...
몇 일간 입맛도 잃고 말수가 부쩍 줄었으니 
차마, 자리를 비울수가 없었다......
잊을만큼의 시간이 지나갔고 기분도 나아졌다했더니
이번에는 바다에 악천후가 이어지기 시작했으니
천사의 한정된 휴가는 촛농 떨어지듯 자꾸만 줄어들었고
말없이 얼굴만 쳐다보는 날이 이어졌다…….
(왜? 낚시를 간다는 소리가 없을까? 가기가 싫은 모양이지????)
(왜?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날씨는 계속 나쁘기만 할까?)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며 궁금한 듯 눈 속만 들여다보고 있던 중
만재도의 선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한번 오셔도 되겠소.~~~~~!!!”
주간날씨를 보니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워낙, 기상대의 예보가 엉망이다 보니
아예, 무시해버리기로했고 하루, 날을 택하여 그럴싸한 식당에서
천사를 배불리 먹여놓고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다…….
“에또....... 천사께서 천국으로 돌아갈 날이……. 아니…….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돌아갈 날이 며칠 안 남았으니
 퍼뜩, 머리를 식히고 와야 하려나보오……. ^^;;“
“그래. 어서 다녀오시게~~  난 또 갑자기 낚시가 싫어져서 안 가려나 했지…….”
짐은 진즉에 몇 달 전부터 꾸려놨었겠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서 씨 아저씨에게 연락을 하니
해가 저물기도 전에 달려와서 시동도 안 끄고 대기하고 있다…….
며칠 자리를 비우는 불효를 잠시나마 용서해줍시사고
몇 번이고 죄스럽다는 말을 읊조렸지만 집 모퉁이를 돌아
고속도로에 차를 얹고보니 이런저런 생각도 까맣게 잊어버렸나보다…….



목포의 낚시점에 도착하여 준비물을 챙겨 북항에서 새벽 배를 타고 
잠도 잃어버린 채 만재도에 도착하여 민박집 아저씨와 선장의 손을 잡고 
제대로 두어 번씩 흔들기나 했었을까?
남대문을 돌아 병풍바위 쪽의 갯바위에 발을 디딘 건
일기예보와는 달리 제법 파도가 있기 때문이었다........
여름철에 선호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마땅히 빈자리가 없었으니
오전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나 옮겨볼 생각이었다.
대를 펴고 찌가 동동거리는 것을 보고서야 정말, 바다에 왔나보다
흡족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갑자기 찌가 없어진 것 같다…….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입질이 닿았으려고?
잘못 보았나 싶어 눈을 껌뻑여 보았지만 분명, 찌가 없어지긴 했다…….
챔질과 함께 손아귀로 전해져 오는 억센 당김......!!
잠시 실랑이 끝에 5호 목줄이 끊어져 버렸고 저 멀리 있는 
서 씨 아저씨도 대를 세우자마자 터트리는 것이 부시리가 분명한 것 같다.
목줄의 호수를 올려볼 수밖에…….
에궁~~ 6호 목줄도 터지네????
7호……목줄도. 또 터졌고…….
8호.......목줄을 꺼내들었다....
이제 더 이상은 없다.........
적당한 놈들은 끌려나왔지만 감당키 어려운 놈들은 제멋대로 끌고 다니다
어딘가에 문질러대며 계속, 목줄을 끊어냈는데 이러다간 목줄 값도 감당키가 힘들겠다…….
만만한 크기의 부시리는 몇 마리 낚아냈지만 줄 터짐이 이어지자
그깟 부시리는 잡아서 무얼 하겠냐며 서 씨 아저씨는 흥미를 잃었다지만
아마도 만만치 않은 목줄 값에 더 신경이 쓰인 건 아닌지 모르겠다……. ^^;;
한 시간도 안 되어 서 씨 아저씨는 짐을 꾸려 넘어왔고 
도시락을 갖고 온 배에 올라 일찌감치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는데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다보니 도깨비가 나왔던 자리로나 가볼 수밖에....... 

“이 자리가 도깨비가 나왔다던 그 자리란말이지????
 도깨비는 무슨 도깨비……. 킁~~~~~~!!! 
 李 실장이란 사람이  보기보다는 허한 맹탕이군 그래?! “
“명썽교회 권집사도 나와 함께 목격했는데 아주 맹랑한 일이라 할 수는 없다우......”
“매듭님도 그때는 살짝, 맛이 갔었나봐~~~~~~~~~”
( -_-;;;;;;; )
“그런데 낮에는 도깨비가 안 나온다지?????  뭐, 오늘은 밤낚시도 안할꺼니까…….”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_-;;)
자잘한 망상어며 열기와 노래미에 시달리다 보니 서 씨 아저씨의 마음이 다시 변했나보다…….
“터트리던 말든 그쪽에서 계속했으면 손맛은 원 없이 보고 몇 마리 더 잡았을 텐데…….”

첫날의 여유로움이 있다 보니  일찍 민박집으로 향했고 
잡은 고기는 나중에 반찬이 될게라며 아줌마가 손질을 시작했지만
저녁꺼리로 싱싱한 회점은 어디에서 맛볼 수가 있을까?
민박집아저씨가 선장의 연락을 받고 방파제로 달려갔는데
잠시 후에 먹고도 남을만한 크기의 삼치를 한 마리 가져왔다.
5분전까지 펄펄 뛰어다녔다는 새빨간 거짓말도 새록하니 곱게도 들려오니
남은 시간이 주는 여유 때문일 게다…….
아줌마가 있는 솜씨 없는 솜씨를 한껏, 발휘한 저녁상을 물리고
민박집 아저씨와 쌓였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설쳤던 하룻밤의 피로가 몰려왔는지
눈을 감았나했는데 두 번째 날의 새벽이 되었단다…….
누룽지 끓인 것을 한 공기 비우고 방파제로 가니 업을 시작한 배들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열기채비를 펼쳐놓고 미끼도 끼워가며 바쁜 하루를 준비한다.
자~!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나?
파도가 제법 높으니 외마도에 있는 주사장 자리로 가보자꾸나…….
바람도 의지되는 아늑한 자리지만 겨울철은 몰라도 
지금에는 마땅치가 않다만  열기라도 잡다보면 
크지 않은 참돔이라도 몇 마리 낚지 않을까?
돌돔장대자리는 아니지만 서 씨 아저씨가 내리자마자 장대부터 펼쳐들기에
아까운 지렁이만 축내지 싶었는데 어럽쇼???
5분도 안되어 35cm 크기의 돌돔이 달려 나오질 않는가?
‘큰일 났다............!!!!’
평소에도 고집이 세어 소귀신이 씌운 것이 분명한 서 씨 아저씨가 
첫 번부터 돌돔을 끌어내다니…….
소가 원래 고집이 세다는데 죽어서 귀신까지 됐다면 얼마나 고집이 세겠누?
가득이나 고집이 센 서 씨 아저씨에게 소귀신까지 씌웠으니 
이제 엉덩이를 떼기가 쉽지가 않겠다........
연거푸 작은 것을 한 마리 더 올리고 부터는 승부욕에 불을 지르며
눈도 돌리지 않게 되었는데 큼지막한 노래미가 연실, 물어댄다.
“귀찮게 노래미가 먼저 물어대니 돌돔이 물 사이가 없구먼......”
두 시간쯤이 지나서야 서 씨 아저씨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고
떨어져서 열기를 낚고 있던 나를 보며 끌끌, 혀를 찬다…….
“꾼이라면 돌돔을 잡아야지……. 열기나 잡고 있고.........”
(누군 돌돔잡기 싫겠수?)

이른 점심 도시락을 갔고 왔던 선장도 멀리서 한참을 보고 있었나본데
슬그머니 다가와선 도시락을 건네곤 뱃머리를 돌려 어디론가 가버렸다.
아침밥을 설친 탓에 출출하기도 하니 노래미라도 썰어볼까나?!
큼지막한 노래미를 골라 몇 마리 썰어보니 먹고도 남을 만큼 푸짐하니
도시락의 밥이 적다고 투덜대던 서 씨 아저씨가 반가워한다.
“오~~~?! 됐어~~~!!! 회만 먹어도 배부르겠는데? 이슬도 뿌려야지?!”
(그 놈의 이슬은 어디를 가나 빠지질 않는다............)
배를 채운 서 씨 아저씨가 잠시 갯바위에 몸을 누였지만
들물이 시작되며 뒤의 골창으로 밀려올라온 물방울이 튀어 올라
몸을 편하게 두질 않으니 잠시 몸을 피해야겠다.

높은 곳에 올라 다른 곳은 어떨까 둘러보는데 서 씨 아저씨의 장대에
무슨 반응이 있었나보다.
힘차게 낚아채긴 했으나 바닥에 걸렸는지 꿈쩍을 안하나본데
큼지막한 돌돔이 틈새로 처박은 것이 분명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니 무어라고해야하나…….
일찍 철수를 하자고 달려온 조카배에 올라 형제 섬과 흑도를 둘러
다른 손님도 태워 방파제에 들어섰고 섬사람들이 주낚채비를 준비하는 것을 잠시 구경하다
일찍 쉬어나 보자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는데
서 씨 아저씨의 돌돔 한마리로는 배를 채워지 못하다 보니
아줌마를 졸라낸 열기 구이와 홍합이 허전함을 대신, 채워주었다.

또 새날이 밝아왔으니 시간은 잘도 간다…….
바람과 파도가 제법이다 보니 조금 의지가 되는 방군 여 쪽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물도 가지를 않고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했었는지
악취와 쓰레기로 골머리가 아프다…….
배를 불러 흑도 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오후 늦게면 고기구경을 하겠다싶었는데
선장을 대신해 달려온 젊은 조카 놈은 해가 중천에 떠 있건만
갯바위에 배를 들이밀고 철수를하자고 졸라대니 이런 황망절망이 있나?
우리를 태우자마자 덕쪽으로 달려가 다른팀에게도 철수를 하자니
이제 막, 참돔입질이 시작되어 몇 마리 낚아 올리기 시작했는데 
배가 왔다고 아쉬워한다.
잔뜩, 골이 난 서 씨 아저씨가 민박집 아저씨를 윽박질렀고
방구석까지 밀려난 아저씨가 견디다 못했는지 젊은 조카의 집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돌아온 아저씨의 얼굴에는 화색이 가득했는데
“되�어~~~ 내일은 일착으로 덕에 내려줄게고 
해가 질 때 까지 낚시를 하다가 제일 꼬망지로 철수를 시키기로 했으니
한자리에서 아주 뽕을 빼시라고~~~ “
한껏 기분이 좋아진 서 씨 아저씨가 얼른 불을 끄고 잠을 자자고하니
내일은 고달픈 하루가 되려나보다...........
이렇게 낚시를 오자면  몇 번을 취해야한다.
떠나기 전날  마나님에게 온갖 비위를 맞추노라 한번 취하고
항에 도착하여 배의 기관실에서 풍겨 나온 기름 냄새에 코가 취하고
달려가는 동안 억지 잠을 청하며 시끄러운 엔진소리에 귀가 취하고
섬에 도착하여 날이 밝아오면 바다의 짙은 남색 빛깔에 눈이 취하고
비릿한 바다특유의 냄새에 또 한 번 코가 취하고
바닷물이라도 입가에 튀어 혀로 살짝 핥아보면 그 쫍쪼름함에 입이 취하는데
그때쯤이면 드디어 바다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
먹을 만한 고기라도 낚아 횟점이라도 만들어 한 점 집어 들고
잠자코 옆 사람에게 술잔을 내밀면 함께 한 이는 그걸 받아서 
조용히 목안으로 흘려 넣다 보면 바다의 풍부함과 병 안에 담긴 
알싸한 곁들임 때문인지 몸보다는 마음과 정신이 먼저 취한다.
오늘 내가 와있는 이곳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던 곳인가?
나 또한 얼마나 오려고 몸부림을 쳤던가.
바다바람도 쉬어 가면 마음도 따라 쉬어가게 되는데
창문틈새로 들려오는 파도소리……. 바람소리에 눈을 떠 
갯바위로 나아가 흘러가는 구름을 쫓다보니 어느새 하루가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