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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담긴 조행기/만재-가거-추자-거문-제주

만재도의 몹쓸 돌돔 1. (오~? 맘마미아~~~~)

by 찌매듭 2008. 10. 14.
어느 해 보다 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거의 끝나가는 
5월말이 되어서야 老母는 6개월간의 병원생활을 청산하고 집으로 돌아 오셨다.
꾸준한 물리치료를 겸한 재활운동과 본인의 노력으로
한결 나아진 건강한 상태였고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또렷하고 맑은 정신이니 다행이고 
끊이지 않는 입담이 조금, 걱정스럽긴 하다……. 
꼼짝 말고 곁에서 말동무를 해달라고 조르며 
잠시만 자리를 비우면 삐지고 돌아눕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풍이나 치매가 아니니 이런 복이 또 어디 있겠노?
눈치를 보아가며 참돔낚시가 시작된 가까운 서해안으로
벼락치기, 당일치기, 휘돌아 치기를 시도했지만
용왕님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많은 참돔이 쏟아져 나오는
西海大戰에서는 매번 외면을 당하고야말았다.
날을 잘못 받은 탓도 있겠지만 찾아드는 손님이 많다보니
대기 손님들이 줄을 이었고 그리 물때가 썩, 좋지 않은 날만 걸려드니
파도가 높아 멀미에 고생을 하는 별스런 일들이 생겼고,
마음에 드는 날이 걸렸다 싶으면 영락없이 저 수온에 
해무가 짙은 날들만 걸려들었으니 고운 얼굴을 그슬리지는 않았다만
맹숭한 얼굴로 여름을 보내게 되었으니
얼굴과는 달리 가슴속이 시꺼멓게 타들어 가는 건 어쩐 일일까?
어떤 이는 물칸을 넘겼다고…….일찍 감치 대를 접고…….
또 어떤 이는 대물과 겨루기에 팔이 아파 대를 접었다하고…….
두어 시간 만에 흡족한 나머지 오전, 조퇴를 하겠다고
대를 접기도 했다는데 영, 그럴싸한 날을 만날 수가 없었다.
조바심을 내며 오후 늦게까지 버텨가며 연장도 걸어 보다간
마음을 비웠던 늦여름이 되어서야 참돔구경을 하게 되었으니
내가 개척해 놓은 곳에서 초보 때처럼 헤맨 격이 되었다.


아무리 선상낚시가 조과가 뛰어나 수확물을 많이 얻는 다해도
발 굳건히 디디고 허리를 곧추세울 수 있는 갯바위낚시와는 
그 격이 다르다 보니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자꾸만 졸라대는 서 씨 아저씨와 다른 이들의 핑계를 걸고
눈치를 보아가며 마나님에게 운이라도 떼어보기나 하자…….
“에, 또……. 누가 그러는데…….  병이라는 것이 꼭~! 눈에 보이고 
 피부에 나타나야만 병이 아닌 기라……. 현대인의 가장 무서운 병이
 만성피로증후군에 정신성 가학증에……. 뭐, 쉽게 말하자면
 산악인이라면 뒷동산이 아닌 제대로 된 산엘 가끔씩 가야하고
 골퍼라면 연습장을 벗어나 잔디밭을 한번 굴러 다녀야만
 일도 잘되고……. 복권이 맞을 확률도 높고…….
 밤에도 씩씩하게 강한 사나이로 다시 태어날 수가 있다하데.........“
잠시, 뻔히 쳐다보던 마나님이 담담한 옥음을 전해온다.
“됐소……. 무슨 말을 그리 어렵게 돌려서 하요~?!
 낚시를 가야겠다고 간단히 말하면 돼지........“
(얼씨구~~!! 이런 은혜로운 말이 쉽게 나오다니???? ^^;;;;;;;)
“자리를 비우자니 미안스런 마음이 들어서……. ^^;;;;”
“어찌 보면 당신도 참 불쌍하기 도하요…….
 오늘은 이 바다~! 어제는 저 바다~! 온천지를 뛰어다니던 사람이
 어머니 때문에 꼼짝을 못하고 있는 끝 안보이는 일이 벌어졌으니
 어찌 보면 가엾어 보이기도 하고…….ㅉ ㅉ ......“
“-_-;;”
이쪽에서는 무언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박쥐의 날개를 활짝 펴고
노모(老母)의 방으로 달려갔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잘 보지도 않는 연속극 이야기도 들춰내가며 기분을 확인하곤
남들이 속도 모르고 자꾸만 낚시를 가자는데 여러번 정중히 사양했었다…….
이번에는 아무개가 가자는데 거절하기가 좀 어렵다…….
빨리 갔다 빨리 돌아올 터이지만 미안하고 죄스럽다…….
더듬어가며 대충 운을 떼었는데…….
“허이고……. 얼른 다녀오시게……. 조심하고.........”
(할렐루야~~~~~~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번 물때에 다녀올걸.......)

이번에도 서 씨 아저씨는 어김없이 시간 전에 달려와 
짐꾸리기를 바쁘게 만들었고 어두워지기 전에 고속도로에 차를 얹고 보니
저녁식사는 휴게소에서 대충, 때우고 말았지만 식욕이 날 리가 있나?!
오랜만에 들러본 목포의 낚시점에서는 강남낚시에서 만났던 
文兄이 가이드를 맡고 있었기에 오랜만에 손을 잡고 지나간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찌감치 서망 항으로 떠났지만 들뜬 마음 탓인지 이정표를 놓쳐서
옛길로 진도에 도착했는데 길, 많이 좋아졌네.~?!
시간이 이르다보니 잠시 진도의 김밥 집에서 보리곡차 한잔으로 목을 축였고
너무도 눈에 익은 서망 항을 찾아 들어 짐도 실었으니
눈만 잠시 감으면 만재도 도착이라........
1주일간 1~2미터의 파고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약간 높은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기에 자리 잡을만한 곳을 찾다보니
세 명이 한자리에 내리게 되었다.
자리가 비좁으니 두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절벽을 기어올라 
줄을 내려 몇 가지 짐만 끌어올려 어렵고 힘들게 자리를 찾다보니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이 팔뚝에 휘감겨왔지만 이 또한 낚시의 맛이려니…….
(그 놈의 맛~! 힘들기도 하다…….-_-;;)
이미 물돌이가 시작되고 있는 좁고 작은 골창 안이 
바람에 의지가 되니 높은 지형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남쪽에서라면 대환영을 받을만한 크기의 볼락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으나
닭 잡는 칼로 소를 잡을 수 없고, 소 잡는 칼로 닭을 잡을 수 없는 격이라
멋들어진 보석 이름을 붙은 이놈에 낚싯대는 
부시리 와 참돔을 낚을 때에 사용하라는 강한대가 아닌가?!
계속 이런 볼락만 잡힌다면 대를 바꾸어야하지 않을까?!
물이 흐르는 본류에 찌를 태우자마자 주르륵~!! 빨려나가기에
참돔인가 했는데 당김새가 부시리로구나…….
손맛은 보았으나 지형이 높다보니 문제다…….
6미터 뜰채가 간신히 닿는 높은 곳이다 보니
헛손질 몇 번에 어렵게 떠 올리기는 했다만
물이 좀 더 빠지면 그 짓도 어렵겠으니
그냥 볼락이나 잡을래.~~~~~~~! ^^;;
열기도 섞여서 볼락이 낚이다간 갑자기 요란한 슈킹~!!
돌돔이 한 마리 올라왔다.
(뭐여???! 이건 돌돔도 아니고 뺀찌도 아니여~~~~~
 이건 뺀찌도 아니고 돌돔도 아니여~~~~~!! -_-)
돌돔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뺀찌급이라고 하기엔 좀 크고…….
애매한 크기의 돌돔들이...... (그래 돌돔이라카자~~~~~!!! ^^;;)
볼락이 덤비지 못하게 크릴을 대여섯 마리씩 푸짐하게 끼웠는데도
볼락과 섞여서 돌돔 열댓 마리가 올라왔으니 입성 첫날인 오늘이
은혜롭다 생각하니 마음도 편하다.
물이 완전히 멈추었는지 물소리도 멈춘 것 같은 상태에서
이상한 기분이 와 닿는다.…….
뭐시여? 쏟아지던 입질이 멈춘 것 같다 싶었더니
“슈~악~~~!!!”
빠르게 사라지는 찌를 보곤, 뒷줄을 당겼는데
제 멋대로 끌고 다니는 품이 훌륭한 체구의 돌돔이 틀림없을 것 같다~!!!!
그러나 얼마, 겨루지도 못하고 찌가 튕겨 나오고말았는데
목줄이 쓸렸버렸는데 이 몹쓸 것이 졸개들까지 몰고 사라져 버렸나?
잔고기 입질까지 끊긴 것이 적막강산이 따로 없네........
맥이 풀려 서 씨 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엉금 하니 기어가 보니
고만고만한 돌돔 두 마리를 낚았다며 이 놈들이나 떠내어 
입성축하 잔치나 벌리자고 이슬 병을 찾노라 가방을 뒤지는 것이
오늘도 귀찮게 회 뜨는 일은 내 몫이 되는가 보다…….
(얼른 젊고 예쁘고 싱싱하고 짐 잘 옮기고 라면까지 맛나게 끓여줄 제자를 영입하고
 회 잘 뜨고 무공 막강한 고수를 파트너로 모셔야지........)
“자아~!! 일 배, 이배, 용왕님 속 썩이고 말썽만 부리는 포악하고 덩치 큰 놈들은
  모두 인간세계로 보내줍시사~~~!!!“
서 씨 아저씨의 대물을 향한 꿈은 또 며칠 간 계속될게다…….
밤새워 달려 왔고 잠도 설쳤으니 오늘은 일찍 들어가 보자꾸나.
“아줌마~~~~~~ 나 왔어라~~~~~ 맛난 거 많이 해주셔~~~~!!!”
“왔어라~~~~~!  오느라 고생해쏘~!! 그래 뭐 해쏘~~?!”
“뭘했다는게요?!  도대체 만재민국 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어~!!!”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해석이 안 되는 단어들이 있다 보니
서 씨 아저씨는 아직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많은가 보다…….
그냥……. 대충……. 적당히 알아듣고 해석하는 것이 편한 것을…….
세계인의 언어인 몸짓 손짓이 더 편할 때도 있으니..................
너울기가 있었으니 행여나 낚은 고기가 없을까 걱정끝에
입성 첫날 횟거리가 없으면 안된다는 고집에 큼지막한 
심해 우럭 두 마리를 준비하여 회를 준비해 두었다는  
선장과 민박집 아저씨의 마음 씀새가 넉넉하기만 하다.


다음날 새벽이 되었지만 방향이 바뀌었을 뿐 바람은 속도를 더했으니
어제의 그곳밖에는 갈 곳이 없다.
이번에는 배를 바로 댈 수가 있어 먼저 내리게 되었고
서 씨 아저씨와 일행은 뒤로 돌아갔지만 볼락을 노려볼만한 큰 골창과 
발밑을 공략하기에도 힘든 바람으로 짐 간수에만 신경이 쓰인다.
다시 어제의 작은 골창으로 가볼 수밖에…….
또 한 번 힘들게 짐을 옮겨가며 날이 밝은 어제의 자리를 보니
물색이 뿌옇게 변했고 들끓는 것이 어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어제 몽땅 잡아버렸나?)
낱마리의 볼락과 열기도 크기가 작아 방생을 해버렸고
바람에 내 몰려 구석에서 움직일 수도 없다.
서 씨 아저씨 있는 곳을 보며 암호 같은 손짓으로 묻고 답해보았지만
힘없는 손짓만 돌아오니 아저씨도 오늘은 맥이 빠지시겠소~~~~~~!!!
무슨 전화는 또 그리 많이 오는지…….
고기도 안 잡히고 심심 허니 오늘은 성의껏 전화를 받아야겠다. ^^;;
평소에는 연락도 없던 이들이 섬에 온건 어찌들 아는지
‘언제 오느냐~? 고기는 얼마나 잡았느냐~!’
쓸데없는 금기시 되는 문답도 짜증스럽게 물어온다.
‘웬수들아~?! 이럴 때는 날씨는 어떠하냐?  건강하게 탈 없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오라고 하는 거여~~!!!!‘
소리 높여 악도 쓰다가,  나지막이, 으렁그렁 울러도 보고
허허실실 다정스레 달래도 보는 다양한 통화를 끝냈나 싶었는데
이상한 느낌의 포스~! 가 느껴졌다!!!!!!
바람이 잠시 멈추었고 들끓던 물도 잠잠해지고 물색도 살아난 것 같다.
무언가 큼지막한 놈이 물어줄 것 같은 느낌~!!
마침 어제 같은 봉변을 면하려고 원줄도 7호로 높였고
당근, 목줄도 8호~!
바늘도 제일 큼지막한 빅~! 라지 슈퍼 울트라 사이즈~!
크릴도 끼울 수 있는 데까지 일곱, 여덟 마리쯤 풍성하니 끼워
발밑에 살포시 드리웠는데 바로 닿는 입질이 있어
제법 쏠쏠한 크기의 돌돔을 한 마리 끄집어 내었다.
어제의 그 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니 꿈이여 다시 한 번~!!!
좀 전의 입질 보다는 점잖았지만 분명, 돌돔이라고 느낄 수 있는
입질을 보며 심호흡과 함께 힘찬 당김~~~~~!!!!!!!!!!!!!
“콰콰 콰콰~!!!!!! 끅끅 끅끅~!!!!! �� ��~!!!”
발밑으로만 파고들던 놈이 밖을 향하여 몸을 돌렸고
꽉 조여 놓은 스플이 ‘끄르륵~!’ 풀려 나가는 소리가 들리기에
조였더니만 다시 풀리고, 또 조이면 또 풀리기를 반복했는데
갑자기 회전이 이상한 것이 릴 뭉치가 맛이 간 모양이다?!
스플을 움켜쥐고 있는 힘껏 대를 당기던 시간이
십여초 남짓, 걸린 것 같았기에 ‘먹었구나?!’ 안심이 되었는데
여유를 안 준 탓인지 대를 통해 전해져 오는 느낌은 트럭이 
내달리는 듯한 무지막지한 힘이었고 차라리 고래가 아닐까 싶었는데
이런 무지막지한 힘을 언제 겪었을까?
갯바위의 가장자리로 달리던 놈이 뻔히 보이는 수중 여 쪽으로 
달린다 싶더니 “뾰~옹~!” 주르륵~!!! 
‘어머나? ‘
찌까지 몽땅 빠져나가버렸는데
목줄이 쓸린 줄 알았더니 원줄이 도래를 빠져나가 버렸다.
그러기에 굵은 원줄을 사용하면 한 번 더 매듭을 주던지 
순간접착제라도 묻혔어야했었는데 후회라는 단어가 눈앞에서 맴 돈다…….
허탈했던 마음과 보기 힘든 대물을 놓친 후유증으로
가슴이 시려오고 숨이 차올랐는데 관탈에서 잡았던 
육십에 가까운 돌돔보다 월등한 힘자랑을 보여주고 
냉정하게 사라진 놈은 도대체 얼마나 큰 놈이었을까?
숨죽였던 바람이 다시 일어났고 물살도 거세어졌다.
가슴이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으니 이런 별스런 일이 있나?
동동 거리던 찌가 골창을 빠져나가 서 씨 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흘러갔는지 뜰채로 떠낸 아저씨가 불까지 질러댄다…….
“왜 버렸데? 아직, 쓸 만하구먼?!  돈이 많은가 보지~?!”
“-_-;;;;;;;;;)

갑자기 여객선이 나타났다…….
(웬 여객선?)
가거도 에서 오는 여객선이 방향을 바꾸어 나타난걸. 모르고 
한동안 어리둥절하며 방향감각 실종을 돌돔 탓으로만 떠넘기고 있었으니…….
(이런, 우라질레이션~!)
(일찌감치 들어가 잠시 쉬고 밤낚시나 갈 곳을 찾아봐야겠다........)
서 씨 아저씨도 뜨거운 밤을 기대하며 짐을 꾸려 놓았기에
도시락을 갖고 온 배에 올라 방파제에 들어서니
섬주민과 손님들이 잔뜩 모여 있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새로 지은 배의 고사를 겸한 동내잔칫날이란다.
만재도를 십년, 넘게 다니다 보니 오늘은 떡도 생기는 날인가보다…….
떡과 과일, 잔치에 빠질 수 없는 홍어가 삼합으로 등장했는데
어디서 이런 만난 돼지고기를 구했을까 ?
합천돼지일까? 제주돼지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빠꾸샤, 요쿠샤, 삼원교배 돼지일까?!
김치도 쉽게 맛볼 수 없는 깊은 맛이었는데 이렇듯 정성이 가득하니 
배 운항 이상 없고, 손님들 고기, 많이 잡고, 돈도 많이 버시겄소~~~~~!!!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있는 덕담, 없는 덕담, 푸짐 허니 풀어놓고
민박집에 들어서니 일찍 들어온 것이 궁금한 모양이다.




“아줌마~! 나, 엄청 놀랐엉~! 기응환이나 청심환 같은 거 있으면 줘봐봐~!!”
릴 뭉치까지  하나 망가트렸다고 분통, 절통, 애통해 하다가
깜빡 잠이 들은 모양인데 실은, 제대로 잠도 들지 못했다.
저녁밥을 싸들고 밤낚시를 나섰지만 험하여 발 딪기 힘든 곳에 내렸고 
오늘 들어 온 대전 손님들을 싣고 선장은 도깨비 골창으로 가버렸다…….
“오늘 밤에 또 난리 나게 생겼네.......”
“무슨 난리???”
“저 사람들 도깨비 골창으로 간 모양인데 또, 李 실장 짝 나지 않겠수?”
“도깨비는 무슨 도깨비? 킁~! 매듭님도 이젠 맛이 간 모양이네?
 아침에 당한 것이 돌돔이 아니고 도깨비짓이란 말이여???? “
“거, 도깨비 보지 않았으면 모르는 소리 말아요.
 오죽하면 내가 성수(聖水)에 묵주까지 가지고 다니겠수?
 내가 현장을 목격한 증인이란 말이외다~!!!!!“
“픽~!!! 할렐루야가  다 죽은 모양이지~~~!!!!”
“-_-;;;;;;;;”
자리가 어찌나 험한지 짐정리에 시간이 많이 걸렸고
가거도쪽으로 해가 꼴까닥~! 질 때까지는 뜨거워 
제대로 움직일 수 도 없는데다가 바람도 없으니 보통 일이 아니로세.
받침대까지 멋지게 설치한 서 씨 아저씨가 장대를 펴들자마자
너울이 덮쳐 옷을 흠뻑 적셨는데 계속 너울이 올라오는 것이
밤 시간에 만조가 걸릴때쯤이면 아예 휩쓸려 갈지도 모르겠다.......
두 번, 세 번, 거푸 맞고 보니 아예 물에 빠진 생쥐 격이 되었는데
할 수 없이 위쪽으로 기어 올라가 줄을 내렸고 
공들여 설치한 받침대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도록 너울이 연실 덮쳐왔다.
더 어둡기 전에 철수를 해볼 까고 민박집으로 전화를 해보았으나 
연결도 잘 안 되는 것이 위치 탓인가 보다.
여벌의 옷도 있으니 끈끈해도 버티어 보겠다지만
인간 염장 꼴을 다보다니........... ^^;;
“아저씨……. 내가 염장 지르는 건 아니지만 
도깨비를 무시해서 그런 것이, 아니겠어요? “
“그럴까?! -_-;;”
밤늦은 물돌이 시간까지 오그리고 앉아서 기다리다 보니
다리에 쥐가 오르고 새큰하니 저려오는 것이 불편하기만한데
지루한 버팀 끝에 드디어 물살의 속도가 마음에 들만큼 줄어들었다.
첫 번째 손님으로 준수한 돌돔이 걸려들었지만 뜰채 없이 들어 올렸고 
크지 않은 참돔까지 들어 올리고 나니 이번에는
그냥 들어올리기에는 부담스런 크기의 고기가 걸려들었다…….
큼지막한 농어가 몸부림을 치기에 쪽진 틈을 타고 기어 내려가
뜰채로 떠 올리고 보니 오르내리기만도 보통 힘들지가 않다.
고기를 쿨러에 억지로 쑤셔 넣고 숨 고르고 물마시고…….
(아이고 힘들어~~~~~~~~~~~~)
고기고 자시고간에 몇 번 이렇게 오르내리다간 앉아있을 기력조차 
없어질 판국이니 적당한 크기다 싶으면 계속 들어 올리려다 보니
떨어뜨린 농어가 몇 마리 됐지만 아까운 생각도 들지를 않는다.…….
(나부터 살고 봐야해~~~~~~!!!! -_-;;)
자정이 지나자 다시 물살이 빨라졌고 으~슬~한, 것이…….
모기도 없는 것이……. 고기도 잡힐 것 같지않으니
뒤의 절벽을 기어올라가 자리를 찾아 잠간 허리라도 펴봐야겠다…….
얼핏 잠이 들은 모양인데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도깨비 골창으로 달려가는 뱃소리에 깨고 보니 새벽 5시…….
(에구머니나....... 결국, 도깨비한테 대전손님들이 겁탈을 당했고 만.......)
끈질기게 갖고 다니던 깔개와 덮개 덕에 편한 잠을 즐기다 보니
늦은 새벽 시간까지 정신이 없었나본데 오래도록 사이렌 소리가 
멎지를 않기에 서둘러 서 씨 아저씨와 함께 물가로 내려갔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손님들을 태우고 온 배가 와서는 
자리를 옮기겠냐고 묻는 것이 별일은 없는 모양이다.
멀쩡한 낮에도 짐 꾸리기가 힘든데 이 어둠에 어쩔 수가 없으니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배를 물리치고 낚시를 해보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젯밤의 농어들이라도 성의껏 그러 모아볼껄…….
 뼈골이 빠지고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_-;;)
“저 사람들이 새벽에 자리는 왜 옮길까? 뭐 특별한 자리도 없을 텐데?”
도깨비에게 무슨 일을 당하지 않았을까 궁금증이 생겼겠지
서 씨 아저씨도 이제는 신경이 제법 쓰이는가보다.......
(그래~~~~~ 이젠 아주 꽂혔어~~~~~~~!!!! ^^;;)
설핏~! 찌가 들어가는 것이 보였는데 서 씨 아저씨도 본 모양이다.
“찌 들어갔어.~~~~~!!!!!
엄청난 당김 새가 부시리였는데 떨어뜨리기도 하고 끌어 내기도하고…….
쪽진 틈으로 기어 내려가 뜰채에 몇 번 담고 보니 이거야 원.......
도대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팔뚝도 긁히고 아프고 쓰리고…….
그만 철수하여 연고라도 좀 발라봐야겠다…….
대전손님들은 돌돔을 노리고 자리를 옮긴 것이었지만
초저녁부터 정신없이 잠이 들었다가 배가 와서 깨워서야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는데 도깨비에게 봉변을 당하진 않았나 보다.
“왜? 그 자리가 도깨비 나오는 자리예요? 정말?????”
슬그머니 몸을 돌린 서 씨 아저씨……. 그만, 한숨을 내쉰다.
“ 낚시 온 사람들이 초저녁부터 아침까지 잠을 자다니…….
  도깨비한테 홀리지 않고서야 저럴 수가 없는 것이여…….
  아까운 시간인데 고기가 안 잡혀도 찌를 보고 있어야지……. ㅉ ㅉ ㅉ……. “
선장은 어디를 갔는지 아침에는 아들이 혼자 배를 몰고 왔었는데 
묘한 말을 한다.
“그 자리가 있잖아요.~~~ 이종철 사장님도 혀를 내두르는 자린데요…….
  아버지가 왜 내려 줬는지 모르것소........ 가끔가다 몫돈 장만할 때 
  삼마이 그물을 한 번씩 내리곤 하는 비밀자리인데 돌돔 엄청나게 많지라…….
  그 밑에 굴이 있는데 바글바글 하지라~~~~~몇 마리나 했어라???? “
“돌돔은 무슨 얼어 죽을 돌돔~?! 너울에 쓸려가 뒤지지 않은 게 다행이지......”
골이 난 서 씨 아저씨, 말이 곱게 나오질 않는다.…….
“그래요???? 돌돔이 모두 어디로들 놀러 나갔나보요?!”
“놀러 나가는 거 좋아하네.~~ 아주 몽땅 집단 이주를 했나보지????”
부시리 한 마리를 걸었다가 그 나마도 떨어뜨린 서 씨 아저씨는
옷도 젖다 보니 우럭 한 마리도 못 낚고 밤새 몹시 떨수밖에 없었는데
집에 남아 있던 일행과 민박집 아저씨가 남은 돼지고기 안주에
술잔을 높이 들고 밤새워 브라보를 외치다가 골아 떨어졌다는 걸 
알고 부터 심기가 많이 불편해진 모양이다.
목소리에는 살기가 잔뜩 베어나온다...
" 빨리 한숨 자고 일어나 오늘밤에는 무조건 간여로 갈꺼얏~~~~!!!! 
   어서 잡시닷~!!!!”